-
-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마크 네포 지음, 박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는게 힘이 들었다. 이유는 두껍기도 하고 책을 빠르게 읽는 편도 아니어서, 한 장씩 제각각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는 글을 마음 속으로 곱씹고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느라 시간이 오래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읽고 보니 뿌듯함이 남는, 인생의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 드는, 살아가는 동안 오래도록 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가끔씩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온다. 경험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자연스럽게 내 안에 퍼지는 울림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 깨달음들이 이 책 속에 모두 들어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이 무엇인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암을 두번이나 겪으면서 내면의 변화에 대해 글을 쓰거나 가르치고 있는 철학자이자 시인인 작가 마크 네포.
그가 고통스러운 병마와 싸우며 인생의 여정 속에서 깨닫고 느끼고 얻은 것, 모든 것을 담았다.
이 책은 1년 365일 동안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하루에 한쪽, 두쪽 분량으로 읽게 구성되어 있다.
하루중 아침저녁으로, 여유를 갖고 싶은 시간이나 마무리할 때 하루를 되돌아보며 읽으며 인생을 되돌아보게하는 시같은 느낌의 책이자 철학서 인 것이다.
그걸 몇 일 만에 다읽으려니 소화하기가.. 조금 넘쳤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형식은 작가 마크 네포가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그가 암과 싸우며 이겨내는 동안 매일 일기처럼 읽을 수 있는 책에서 영혼의 양식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처럼 하루에 한 알씩 삶의 생기를 얻을 수 있는 이 책. 눈 앞에 바로 보이는 책 꽂이에 꽂아놓거나, 침대 맡에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게 놓아두고 싶다. 다음 번에는 시간을 들여 한 장씩 더 깊이 음미하며 하루에 한 두장씩 읽어보고 싶다.
그런 식으로 복잡한 마음과 지쳤던 삶을 내려놓고, 책 속에서 말하는 고요를 찾아 천천히 물위에 떠다니는 것처럼 몸과 마음을 내맡기고 흘러가고 싶다.
좋은 문장들은 적어가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좋은 문장과 곱씹을 내용들이 많아 노트에 빼곡히 적어 내려가다 중간 쯤에는 지쳐서 몇일동안 쉬기도 했다. 그리고 다 읽고나서 알아차렸다. 따로 좋은 문장을 적어놓을 필요없이, 필요할 때 이 책을 들고 읽는 편이 낫겠다고.
전체적으로 보면 공통적으로 작가가 이야기 하는 것이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라는 것. 숨김없이 느낀 것을 말하라는 것. 오로지 누군가의 시선에 상관없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라는 것. 삶에서 접하는 모든 것을 느끼라는 것. 생각을 줄이고 행동으로 뛰어들라는 것. 그 속에 진리가 있음을 끊임없이 말해준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배우고 가르침 받았던 것들에 길들여져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한계점이 생겨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스스로 수많은 충동을 억누르며 살고 있다. 그 충동은 친절과 호기심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친절함의 충동이 일지만, 후의 일을 상상하며 친절함을 억누르기도 한다. 호기심의 충동으로 어떤 일에 뛰어들고 싶지만, 내일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억누른다. 그런 현실 속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기도 하고, 철학서 같은 느낌의 글귀에 마음이 녹는다.
두려움 뒤엔 깊은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바보가 됐다가 철학자가 되기도 하는 삶의 이치를 깊이 깨닫는다.
소원하게 지내던 사람과 연락이 끊긴 일이 사실은 자신의 바보같은 유치하고도 잘난 척 하는 마음은 아니었던가 하고 반성도 해보게 된다. 지금 고민하고 있는 자신의 문제들 모두, 내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해답이 나와있었다.
삶의 속도는 느리게 생각하고 부드럽게 여유를 가지고 모든 것을(별 볼일 없는 자신까지도) 받아들인다는 뜻이 담겨있는 듯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쉽게 기쁨을 맛본다는 것은 내 스스로 인생 속에서 깨달았기에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옳은 길을 선택하기 위해 생각을 거듭하지만 한쪽 길만이 정답이 아니고, 한쪽 길 맞은 편의 다른 쪽 길 속에서도 진실과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라고 말한다. 내면을 깨끗이 내비춰 보이라고 말한다. 하나하나 느끼면서 느리게, 모든 순간 속에 고요를 찾아 느리게 살라고 말한다. 그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 집착해 불행 속에서 살아간다. 흔히들 조금만 높게 보면,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을 말이다.
순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받아들였다면, 그것을 느끼고 내가 내 안에서 밖으로 내보낼 때는 그 모습은 아주 솔직하게, 들어올때의 모습으로 내 안에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일상 속, 작은 것을 관찰함에 나오는 이야기들이었다. 자연 속에서 삶의 평범한 모든 것들을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 모든 진리가 담겨 있음을 시적으로 이야기 해준다.
그 하나하나가 내 스스로 고민하고 있던 것들이었고, 너무도 당연한 듯 나와 진리를 알려주어서, 이런 고민들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가 얼마나 진지하게 자신의 주변을 바라보았는지 느껴지는 한문장, 한문장.
그 글 자체에서 그가 말하는 것들이 모두 들어있었다. 삶을 느끼는 것. 접하는 모든 것을 신중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한몸과 같이 느꼈고, 그 속에 고요가 있음을. 인생의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것을 삶의 경험을 통해 말해주고 있었다.
마음에 와 닿은 것들도 있었고, 미처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몇 번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은 것들은 언젠가 내 삶 속에서 체험으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타고난 의무는 온전하게 나 자신이 되는 것뿐이다.
한창 아름다운 꽃은 물고기가 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자연스런 우아함이 돋보이는 물고기는 호랑이가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35p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언제나 관찰하고 분석하고 비판만 하다 보면,
머리는 무겁고 딱딱한 굳은 살처럼 변해버린다.
지나치게 날카로워진 지능은 우리를 삶의 신비로 인도하기는 커녕
경험을 차단하는 완충제 노릇만 한다.
-19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