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조선을 박차고 새 나라를 만들다 - 홍길동전 생생고전 2
김기정 지음, 이해정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 유명한 책은 오히려 안 읽게 되는 경향이 있다. 홍길동전도 마찬가지다. 학생 때 국어 시간, 국사 시간에 익히 배웠고 자주 들었기에 마치 완독한 느낌이었지만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다. 이번에서야 이 책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고 어린이용 책이지만 비로소 홍길동전을 완독하게 되어 기쁘다.


홍길동은 이 책을 보고나서야 연산군 일기에 실제 등장하는 인물이었다는 걸 새롭게 알았다.  대장금이 실록에 등장한 생존 인물이었듯이 말이다. 그 홍길동이 허균(이것 또한 허균이 진짜 쓴 게 맞나 알 수 없다니...;) 에 의해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바로 의적으로 말이다.


홍길동에서 너무 유명한 그 말 "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이 부분은 대한민국에서 학생의 신분으로 살았다면 누구나 알법한 대사이다.  홍길동은 홍대감의 서자로 태어난다. 정실 부인의 아들로 태어난 형은 일찌감치 높은 벼슬을 하고 있다. 형 못지 않게 영특하고 용모 또한 수려했던 길동이지만 그 서자라는 출신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길동은 이런 현실에 울분을 감추지 못한다. 믕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걸 펼쳐볼 기회조자 허락되지 않을 때 얼마나 답답할까! 하루하루 그 억울함을 도술과 무술로 풀던 어느 날, 홍길동은 사람을 죽이게 되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급기야 임금과 조건부 약속을 하고 이 나라를 떠나 자신을 따르는 무리 활빈당과 함께 율도국을 만들고 다스리게 된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꼽자면 분신술 장면이다. 홍길동을 잡기 위해 아버지를 볼모로 잡아 길동을 궁궐로 불러 들이고, 이에 길동은 지푸라기로 여러 개의 분신을 만들어 임금을 혼동에 빠뜨리는 장면은 언제봐도 통쾌하다. 무술, 도술이 나오니 책을 싫어하는 아이라 할지라도 흠뻑 빠져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서자라는 출신 때문에 벼슬에도 나서지 못하고 호형호제 못하는 그 울분을 홍길동은 개인적인 감정에만 얽매이지 않고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억울한 자를 위해 나선다. 자신 안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에만 갇혀있지 않고 그걸 잘 가다듬어 정의로운 일에 사용하는 것이 홍길동전의 매력인 것 같다. 탐관오리의 창고를 털어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주는 의적활동은 독자한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다소 생소한 고전을 이렇게 어린이가 접근하기 쉽게 풀어준 책이 나와 무지 반갑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어린이들 수준에 맞게 나와서 감사할 따름이다. 다음 권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를 후루룩 북멘토 그림책 12
희봄 지음, 김유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다를 후루룩" 이라는 상쾌한 제목이 눈길을 확 끌어당긴다. 바다는 과연 어떤 맛일까 정말 궁금하다.


구룡포 앞바다에 살고 있는 아이가 화자가 되어 엄마, 아빠, 할머니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구룡포 앞바다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말로만 듣던 곳인데 어디쯤에 있지 하며 검색해서 찾아보게 된다. 포항이구나. 이 곳은 과메기가 유명한 걸로 알고 있는데... 책에서처럼 국수도 유명한가 싶다.  


깜깜한 새벽에 할아버지 대신 아빠와 엄마가 장비를 갖추고 바다를 향해 길을 나선다. 엄마와 아빠는 영차영차 그물을 끌어 당기고 그물 속에는 바다(물고기)가 가득 들어 있다. 아귀는 알겠는데 미역초는 어떻게 생긴 물고기지? 바다의 메기라고 불리운다는데 눈이 작다고 한다.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육지에 가져오면 축제가 다시 시작된다. 할머니가 싱싱한 물고기를 구수한 사투리를 써가시며 흥정을 한다. 할머니가 팔다 남은 해산물을 가져와 솥에 넣고 부글부글 끓인 바다국수, 진짜 오늘 같은 날씨에 먹으면 너무 맛있겠다.  "몸이 따끈따끈해지면서 행복이 소복소복 쌓여요" 진짜 그럴 것 같다. 


바닷가 마을의 일상이 아름다운 그림과 잘 어우러진 멋진 그림책이다. 글 작가님 이름이 희봄인데 어떤 뜻일지 궁금하다. 필명일텐데...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 책을 보니 교재로 딱이다 싶다. 요즘 가족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일단 이 책에서는 대가족이 나오고, 도시와 다른 바닷가 마을이 나와서 우리 반 어린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할 것 같다. 내일 읽어줘야겠다.


마지막 국수 먹는 장면에서 분명히 " 아! 맛있겠다. 먹고 싶다"가 나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드아이 프라이데이 사계절 1318 문고 97
한정영 지음 / 사계절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정영 글 <오드아이 프라이데이>를 읽고

설날에 울산 오며가며 다 읽었다. 한 번에 다 읽어버리면 오는 기차 안에서 심심하므로 아껴 읽었다.

작가님은 다양한 장르의 책을 쓰신다. 대상도 다양하다. 동물에 대한 애정도 많으셔서 동물이 나오는 책이 꽤 많다. 이 책에 고양이가 나오는데 현재 집사인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계신다. 대상은 청소년이다.

지금은 완전 고양이가 대세인데 이 책이 나온 2014년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시대를 앞서가는 분이신 건 틀림없다. 그래서일까! 이렇게 멋진 책이 생각보다 많이 알려진 것 같지 않아 찐팬으로서 안타깝다. 그 안타까움과 널리 읽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리뷰를 써보련다.

제목에 나온 "오드아이"는 DNA 이상으로 멜라닌 색소 농도 차이로 인해 양쪽 눈 색깔이 다른 개체를 일컫는다. 주로 개와 고양이가 많지만 사람도 오드아이가 있다. 사람의 경우 제삼자가 보기엔 신비로운데 정작 당사자는 다른 기분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남과 다르다는 것이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나도 오드아이 고양이를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신기하다. 책에서는 까만 고양이가 오드아이다. "프라이데이"는 말 그대로 "금요일"이다. 책에 보면 오드아이 고양이에 대한 전설이 나오는데 흥미롭다. 집사인 나도 몰랐던 내용이다. 이 부분 작가의 상상인지 실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인지 궁금하다. 여튼 금요일에 만나는 오드아이는 불행을 갖고온다는 뜻으로 "오드아이 프라이데이"라고 부른다. 이 오드아이 고양이를 프리러닝-이 책에서 처음 앎 -을 하는 "이루리"가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프리러닝을 하는 이루리는 누구냐? 소개하자면 현재 중3인데 형주 일당에게 학교폭력을 꾸준히 당하고 있는 신세다. 프리러닝은 아버지한테서 길냥이를 구조하기 위해 배운건데 지금은 형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프리러닝은 찾아보니 말 그대로 장애물이 있어도 마음껏 달리는 스포츠다. 형사들이 범인 추격할 때를 떠올리면 되겠다. 루리는 길냥이와 교감할 수 있는 특기가 있다. 이 점을 이용해 형주는 루리에게 고양이 셔틀을 시키고 있다. 말하자면 길냥이를 포획해서 팔아먹고 있다. 심지어 집사가 있는 고양이까지 납치했다. 루리가 양심에 찔려 다시 돌려주는 과정에서 형주 일당에게 들키고 만다. 이 사건으로 형주에게 처벌을 받던 루리를 도와준 게 바로 길냥이 오드아이다. 형주는 자신을 공격한 신비로운 눈을 가진 오드아이를 루리한테 꼭 잡아오라고 한다. 행운인지 불행인지 오드아이 표식지에 써있던 주소, 강화도로 현장학습을 가게 된다.

무척이나 똑똑한 오드아이는 자신의 고향인 강화도까지 따라오고 루리는 형주 일당을 피해 무리에서 이탈해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한다. 그 섬에서 자신처럼 새와 교감하고 소통하는 예사롭지 않은 수린 누나를 만나게 되고 푸른 빛을 발하는 생명의 나무도 보게 된다. 수린이는 오드아이가 루리를 이 섬에 데려온 거라며 같이 힘을 모아 도요새를 지키자고 하는데... 이 섬에 살았다는 오드아이가 서울까지 혼자 와서 위험을 무릅쓰고 루리를 여기까지 데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다양한 것을 담고 있다. 학교폭력, 생태, 다문화, 판타지, 정의, 우정, 가족애 등 많은 걸 담다보면 자칫 산만할 수 있는데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전개는 루리가 하는 프리러닝만큼이나 박진감 있고 속도가 느껴지며 액션 영화를 보는 느낌도 든다. 각각의 아픔을 간직한 루리, 수린, 오드아이가 서로를 의지하고 연대하며 성장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뭉클해진다.

하나 더, 작가님 책을 읽다보면 생경한 우리말을 만나게 되는 기쁨을 누리는데 이 책도 그랬다. "족대기며" "퉁어리적은" 같은 경우다. 책을 통해 다양한 고양이 품종도 알게 됐고 프리러닝과 프리러닝 기술 이름도 낯설었지만 흥미로웠다. 새삼 세상엔 내가 알지 못하는 게 정말 많구나 느끼는 순간이었다. 더 부지런히 읽고 공부해야겠다. 부디 좋은 책이 여러 독자에게 가닿아 작가님의 꿈처럼 "한 사람의 생각, 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책 활용 수업 - 보물 창고 도서관에서 찾은
정기진 지음 / 푸른칠판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물창고 도서관에서 찾은 어린이책 활용수업/정기진 글/푸른칠판

이 분이 이제야 책을 내셨다니!!! 독서 교육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내공과 저력을 가진 저자 정기진 샘의 첫책 <보물창고 도서관에서 찾은 어린이책 활용수업>이 드디어 발간되었다. 어린이책에 관심 내지 독서 교육 좀 한다는 샘들은 이 분을 모를 리 없다. 나도 저자를 교사 커뮤니티에서 처음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저자와의 개인적 인연을 말해본다. 십 수년 전인 것 같다. 그 땐 저자가 사회 교담을 하고 계셨던지 교사 커뮤니티에 한국사 수업 자료를 차시별로 올렸는데 진짜 예사롭지 않았다. 보통은 닉네임을 쓰는데 실명 그대로 쓰는 것도 기억에 남았다. 본인을 기진맥진이라 말하는 것도 웃겼다. 때마침 나도 그 무렵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터라 저자의 행보를 유심히 관찰하다 저자가 우리 딸이 다니는 학교에 근무하게 되신 걸 알게 됐다.

너무 기뻤다. 제발 딸의 담임이 되길 기도했는데 아쉽게도 과학 교담이 되셨다. 이어 나도 그 학교에 근무하게 됐고 몇 년 후 아들의 2학년 담임이 되셨다. 하지만 학부모일 땐 저자가 이렇게 책을 활용해 많은 활동을 하시는 줄 잘 몰랐다 . 물론 학급문고로 책을 여러 권 사오라고 하셔서 돌려 읽히시고 자주 학급신문을 발행하신 건 알았는데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시는 건 잘 몰랐다. (책은 학기말에 본인에게 돌려주심) 아마 아들이 학교 이야기를 세세히 하는 편이 아니기도 했고 동료지만 담임과 학부모여서 서로 부담스러울까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느라 잘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리뷰를 쓰기 위해 십 수 년 전 저자의 학생이었던 딸과 아들의 증언을 들었다. 둘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저자의 독서 관련 활동도 해가 지날수록 진화된 것 같다. 이것이 고무적이다. 그냥 그대로인 게 아니라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서 지금이 되셨고 그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집대성한 책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야 말로 책을 통한 평생학습자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저자와 근무지가 같았으면서도 동학년을 한번도 해보지 못해 못내 아쉽다. 저자와 동학년을 했던 샘들이 "정기진 샘과 동학년이면 학습자료건 뭐건 안심이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시곤 해서 더 안타깝다. 앞으로 함께 근무할 날이 다시 올까! 저자와의 인연을 굳이 이렇게 길고 자세히 소개하는 이유는 저자는 함께 근무한 동료에게 인정 받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알 만한 사람은 알 거다. 겉만 번드르하고 내실이 없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글과 삶이 다른 경우 말이다.

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자료가 어마무시하다. 어린이 책 좀 안다는 나도 도서 목록 보고 기가 팍 죽었다. '세상에 !!! 이 많은 책을 다 읽으시고 수업과 연결하셨구나! ' 새삼 존경심이 차올랐다. 이건 분명 본인이 좋아서 하시는 거다. 지금도 방학인데 매일 서평을 올리시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그래도 이 일들을 해내려면 물리적 시간이 분명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남보다 더 일찍 출근하시고 더 늦게 퇴근하신다. 어떨 때 보면 워커홀릭 아니신가 싶은데 본인은 게으르다고 하시니 천성이 성실 그 자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거면 그렇게 몇 십 년 동안 꾸준히 못한다. 어린이 책 읽고 서평 쓰고 교과와 연계한 도서 목록 만들고 수업 구상하고 학습지 만들고 게다가 이걸 아낌없이 공유한다. 그 일을 수십 년 째 하고 계신 거다. 이 책은 저자의 그 내공과 노력이 다 들어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 책 자체가 보물창고다.

이 책은 저자가(언제부터 독서 교육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수십년 째 본인이 좋아서 해오던 어린이책 활용수업의 구체적인 사례를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런 류의 책을 나도 여러 권 읽어봤지만 어느 순간부터 잘 안 읽게 되었다. 이유는 나와 좀 동떨어진(교실에서 구현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였다. 그런데 저자가 제시한 방법 즉 책 바구니는 해 볼만하다. 당장 3월부터 말이다. 도서관 당연히 있고, 사서샘 있고, 바구니 있고, 저자가 공유해주신 엄청난 도서 목록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도 나와 동떨어져 있다 여겨지면 사장되고 만다. 내일이라도 당장 해볼만한 거라야 실천할 수 있고 그래야 의미가 있다. " 책바구니"는 도서관에서 교과 연계나 주제 학습에 필요한 책들을 바구니에 한꺼번에 담아 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교실에서 필요할 때마다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교실살이를 하다보면 도서관에 책이 많아도 시간이 없어 자주 못간다. 이렇게 책바구니째로 대출을 해오면 훨씬 책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겠다 싶다.

나도 독서 교육을 한지 14년 정도 됐는데 솔직히 도서관 활용수업은 안하고 있었다. 왜? 귀찮기도 하고 내가 소장한 학급문고가 많아서기도 하며 조사할 때 태블릿이나 휴대폰을 이용해서다. 학급 도서관 시간에도 거의 안 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많이 반성했다. 어린이들이 평생학습자가 되기 위해 도서관을 활용하는 걸 알려줘야 하는데 그걸 간과했다. 저자의 말에서 " 도서관 활용 수업을 하며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고수했던 것은 우리 어린이들이 평생학습자로 살아가는데 '독서'가 가장 큰 기반이 된다는 생각이다. 학습 방법 또한 첨단의 모든 매체들에 우선하여 책을 통해 학습하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는 철학에 완전 동의한다. 특히 교실에서 여러 가지 조사 활동을 할 때 가장 편한 인터넷 검색 많이 했는데 이 부분에서 뜨끔했다.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살았구나 싶어서 말이다.

23학년도엔 책바구니 도서관 활용 수업을 꾸준히 해보련다. 이게 새해 나의 다짐이다. 이 책이 있으니 첫발을 내딛을 수 있다. 이런 다짐을 하게한 기진맥진 정기진 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교 고양이 킹의 엉뚱한 마법 작은 스푼
김혜온 지음, 이윤우 그림 / 스푼북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 고양이 킹의 엉뚱한 마법>
김혜온 글/ 이윤우 그림/스푼북

역시 고양이가 대세다.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로서 아주 흐뭇한 일이다. 이 이야기는 학교를 지키는 고양이 킹과 발달 장애를 가진 달지의 엉뚱발랄하지만 곱씹어 보면 생각거리를 주는 그런 판타지 동화다. 추천 대상은 저학년이 어울릴 법하다.

친구들과 좀 다른(?)달지는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느리다. 그런 달지는 때로 친구들과 선생님으로부터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 그들도 딱히 악의가 있어 보이진 않지만 그런 상황이 될 때마다 달지는 "친구 싫어 학교 싫어"를 되뇌곤 한다. 달지와 같은 모둠이나 팀이 된 친구들은 "어차피 달지 때문에 졌어 . 우리 팀이 꼴찌야"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 말을 듣는 달지 마음은 어떨까! 너무 슬플 것 같다.

그 날도 쓸쓸히 혼자 운동장 화단에 나온 달지는 말하는 고양이 킹을 만나게 된다. 얼떨결에 고양이 발에 박힌 가시를 빼준 보답으로 킹은 달지에게 세 개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하지만 두 개의 소원은 예상과 다르게 아주 엉뚱하게 사용되고 만다. 마지막 소원만 남은 상태에서 달지는 친구들과 얼음 땡 놀이를 하게 되는데 행동이 느린 달지가 계속 술래를 하게 된다. 일부러 술래 시키려고 달지를 끌어들인 게 아닌가 싶은데... 달지의 마지막 소원은 과연 무엇일까?

달지 같은 어린이를 맡아본 경험이 있다. 4학년이었다. 내 교육경력에서 가장 인상 깊은 아이 쭈니다. 그때도 백호와 소율이처럼 쭈니를 잘 챙겨주고 도와주는 어린이가 있는 반면, 민후처럼 교묘하게 쭈니를 이용하는 어린이도 있고 , 무관심한 어린이도 있었다. 6학년 통합학급을 맡은 적도 있는데 양상이 좀 달랐다. 그땐 백호와 소율이 같은 아이가 없었다. 현실적으로 중학년까지만 달지- 백호/ 소율 같은 친구 관계가 유지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드는 부분이다. 이것 또한 우리가 힘을 합해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지금 옆반도 달지 같은 어린이가 있는데 교우관계가 전혀 없다. ) 괴롭히거나 놀리지만 않아도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달지 같은 어린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외로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달지 담임 선생님이 하시는 상벌스티커(점수제도)도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면달지 같은 친구가 들어있는 모둠에선 원망이 생기고 그 원망의 대상이 달지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로 마지막 부분 달지가 스티커판를 떼어내는 장면은 속이 후련하다. 모둠이나 개인 상벌제도가 없으면(경쟁제도가 없으면) 어린이들이 훨씬 더 서로를 돕고 연대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로 이 책을 읽고 교실에 혹시 개인이나 모둠 스티커판이 있음 재고해 보길 바란다. 나도 십수 년 전에 스티커판을 애용했던 한 사람으로서 <나쁜 어린이표> 를 읽고 회개해서 다 없앴다. 그래도 교실에 질서가 유지된다. 체벌이 없으면 교육이 안 될 것 같았지만 교육이 존재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 책 또한 수많은 달지를 위해 교실에 혹시 "너는 쓸모 없는 아이, 도움이 안 되는 아이"라고 낙인 찍는 것들이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