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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당황하게 하는 아이들 2 : 학습.생활 편 - 개정판
한영진 외 지음 / 학지사 / 2013년 9월
평점 :
지난 학교 수석님이 집필하신 책이 내 책꽂이에 꽃혀 있어서 읽어봤다.
선배님들 말씀이 예전에는 100명을 가르쳐도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25명을 가르치는데 그 때보다 2-3배가 더 힘들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나 또한 요즘 아이들을 가르치기가 훨씬 힘들다.
그건 자식을 양육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전에는 8남매도 거뜬히 키웠다는데
요즘은 하나 둘인데도 키우기가 버겁다.
왜 교사들은 요즘 아이들을 가르치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인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그런 반면 타인에 대한 배려는 부족한 편이다.
선배님들이 말하는 그 옛날(?)에는 아이들의 사회화 과정이 형제자매를 통하여 가정에서 이미 완성된 상태였지만
(여러 형제자매들과 지지고 볶고 살다보니 사회화는 저절로 이뤄짐)
왕자와 공주로 떠받들어지며 자란 요즘 아이들은
사회화가 미완성된 상태로 학교라는 곳에 와서 사회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내가 중요한 만큼 상대방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문제 행동 내지 돌발 행동이 나오게 된다.
그런 아이들이 교실에 많아졌고
교사들은 그런 아이들 생활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더 많이 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다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들도
겉으로 보기에는 많이 발전하였지만 그게 꼭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곳곳에 아이들의 인성을 파괴하는 요소들이 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선행학습과 조기 교육에 파묻혀 지냈거나
외동이라고 해서 부모가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다 해줬거나
일찌감치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의 재미에 빠져버렸거나 등등
아이들은 전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여러 가지 유해 환경과 온갖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이들은
예전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시기의 아이들보다 배움에 대한 욕구가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
한참 친구들과 뛰어 놀아야 할 시기에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야 할 시기에
그런 권리를 박탈당한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어렵고
친구들과 놀아보지 못했기에
양보할 줄도, 배려할 줄도, 타협할 줄도 모른다.
놀면서 배운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하여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예절 바르게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한마디로 머리는 비대해졌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있는 셈이다.
책이라도 많이 읽어서 다양한 간접 체험들을 통해 정서가 순화라도 되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책 읽을 시간도 여유도 없다.
책 읽기는 힘들고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기는 아주 쉽기 때문이다.
조금만 힘든 과제가 주어져도 "힘들어요. 하기 싫어요"란 소리를 버젓히 하는 아이
학습된 무기력증으로 아무 것도 안 하는 아이,
성적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아이,
뭐든지 느리게 하는 아이,
급식 시간을 힘들게 하는 아이,
숙제와 준비물을 안 챙기는 아이,
산만하고 충동적인 아이
조별 활동에 참여 안 하는 아이 등등
이 책은 교실에서 교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이런 아이들에 대한 대처법과 해결법을 알려 주고 있다.
1권은 안 읽어봤는데 2권을 보니 1권이 궁금해졌다.
2권은 학습 상황에서 교사를 당황하게 만드는 아이들 유형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무척 공감이 간다.
특히 <교실에 이런 녀석 꼭 있다>부분을 읽을 때는 가르쳤던 아이들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머리를 주억거리게 된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상담을 공부하신 저자들은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조목조목 짚어 주신다.
내가 잘했던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음을 인정하면서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 우리 반 최강 꾸러기가 "가래떡 데이"를 주제로 만화를 그려왔는데 정말 잘 그렸다.
뒷게시판에 친구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를 해줬더니
아이가 굉장히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하였다.
이 꾸러기는 미술적 재능이 탁월한 반면
충동적이고 고집이 강해서 야단을 많이 맞는 편이다.
하지만 이 아이가 미술적 표현을 할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몰입하는 것을 나는 자주 목격했다.
그렇게 몰입할 때마다 칭찬을 많이 해 주곤 한다.
학예회 연습을 하다보니 춤도 잘 춘다.
계이름 맞추기 게임을 해 보니 계이름도 잘 알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강점이 분명 있다.
약점만 계속 지적하고 야단치다 보면 그 아이와 나의 관계가 나빠지기 때문에
아이의 노력하는 점, 향상된 점, 잘하는 점을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자녀에게도 강점과 약점이 있다.
부모가 약점만 자꾸 지적하다 보면 자녀와의 사이가 소원해진다.
강점을 부각시켜줄 때 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알면서도 실전에서 잘 안 될 때가 많다.
교실과 가정에서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아이들을 상대로 지혜로운 교사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책들로 정신 무장을 단단히 하고, 끊임없이 노력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