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하자마자 학교 근무라서 어제 출근을 하였다.

책 한 권을 가방에 넣어 가서 근무하면서 다 읽었다. 술술 잘 넘어간다.

어제 읽은 책은 알라딘 지인이 보내주신 이 책이다.

 

요즘에 빨강색 별로 안 좋아하는데 표지가 온통 빨강이라서

표지에 대한 첫느낌은 그닥 안 좋았다. ㅋㅋㅋ

거기다 제목이 "마음을 팝니다"라니?

마음을 판다니? 이거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싶었다.

그래도 알라딘 지인이 보내주신 책이니 한번 읽어보자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첫 느낌과는 달리 내용이 상당히 알찼다.

다 읽고나서는 나도 장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북 카페)과

더불어 가까운 전통 시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용솟음쳤다.

 

명품관을 박차고 나와 전통시장 살리기에 사활을 걸게 된 이랑주 라는

젊은 여성의 라이프 스토리도 궁금했고(게다가 저자가 상당히 미인이다.)

그녀의 직업인 VMD(visual merchandising design)이라는 직업도 궁금해서

계속 읽었다. 알라딘 지인은 어떤 경유로 이 책을 알게 되었을까도 궁금하고 말이다.

한 꼭지 시작할 때마다 상도에 대한 좋은 글귀가 머릿말에 적혀 있는데 읽을 때마다 감동적이었다.

몇 개 인용해보면 이렇다.

소비자는 통계지만

고객은 사람이다.

 

 

변혁하면 형통하고

형통하면 생존하고

생존하면 더 강해질 수 있다.

 

 

가격으로 주목하게 하는 것은 3류 상인이고

가치로 주목하게 하는 것은 2류 상인이고

가슴으로 주목하게 하는 것은 1류 상인이다.

 

 

성공의 비결

첫째, 어제와 다른 일을 하고 있는가?

둘째,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하고 있는가?

 

 

미래를 예측하는 최상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계속 경기가 안 좋다고 한다.

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정책들을 내어 놓지만 시장이 얼어 붙어 돈이 안 돈다고 한다.

자고 나면 가게가 하나둘 문을 닫는다.

그런데 그 속에서도 살아 남고 계속 해서 이익을 창출해내는 일명 대박 가게들이 있다.

똑같은 북어국을 파는데 바로 옆 가게는 파리 날리고 있는데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가게의 비결은 무엇일까?

대형 마트, ssm, ,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데도 아랑곳 안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오랜 시간  또는 대를 이어 장수를 누리는 가게들의 비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자신이 겪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있었던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여 마시고 정말 맛있어서 리필을 하였더니 50센트를 돌려주더란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이런 카페가 있다면 아무리 멀어도 꼭 찾아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 )

우리 집 커피를 맛있게 드셔 주었으니 오히려 손님에게 감사하여 50센트를 돌려주는 그 마음에 저자는 탄복했단다.

그렇다. 바로 이 마음이 대박 가게를 낳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나도 핀란드 가면 그 카페를 찾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같은 공무원은 별로 경기를 안 타는 편이지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경기를 심하게 탄다.

불황이 계속되면 가장 타격을 많이 입는 사람들이 바로 소상공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이 IMF보다 더 힘들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이 책은 그들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 비법을 알려 주고 있다.

저자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였고, 나름대로 분석한 뒤,

우리 나라 수맣은 전통시장들을 돌아다니며 컨설팅을 해 준 결과물로 이 책을 출간하였다.

저자가 컨설팅 해 준 후 수익이 올랐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쁨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 매장의 조명, 배치, 진열 등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그 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마음을 파는 것이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지금 당장 이익이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고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헬싱키 카페처럼 지금 당장 50센트가 손님에게 나가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멀리 보면 그게 더 많은 이익을 낳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눈 앞에 이익을 쫓기보다

먼저 손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고,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여러 가지 성공 사례 또는 실패 사례들은

이 한 가지를 관통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나의 단골 가게들을 떠올려 봤다.

10년 넘게 다니는 미용실,

원두 사러 다니는 로스터리 카페,

빙수 먹으러 다니는 카페,

오며 가며 가끔 들르는  보세 옷 가게,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옷 가게 등등

주인장들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단골인 날 알아보고, 친절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챙겨 주는 그 마음 씀씀이 때문에

난 그 가게들이 문을 닫지 않는 한, 배신하지 않고 계속 다닐 것이다.

 

결국 롱런하는 비결은

물건을 파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마음을 먼저 파는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대박이 나지는 않을지언정

단골이 늘어나고, 단골들 덕분에 입소문이 나고, 롱런할 수 있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상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인간 관계에 해당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대로

내가 먼저 마중물이 되어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그 말에  100% 공감한다.

 

말 나온 김에 애들 데리고 전통 시장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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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7-3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아직 안 읽어 봤어요. 그녀의 세바시 강연에 맘을 빼앗겼답니다. 친구 덕에 이 책을 알았는데 조만간 그 친구도 세바시 강연에 나오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게 사는 이가 제 주위에 있네요. 정말 책을 읽어 보고 싶게 쓰셨어요.^^

수퍼남매맘 2014-08-02 14:01   좋아요 0 | URL
세바시(?) "세상을 바꾸는 시장"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친구 덕에 알게 되셨군요.
마지막 문장은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책이 좋으면 리뷰 쓸 게 많더라구요. ㅋㅋㅋ
날씨가 엄청 무더운데 가족과 전국 일주 잘하고 계시는지....

희망찬샘 2014-08-03 07:53   좋아요 0 | URL
세상을 바꾸는 시간~ 으로 알고 있어요.
세바시 검색하면 좋은 강연이 정말 많이 나온답니다. 한 번 들어 보세요. 좋은 내용들은 아이들에게도 한 번씩 보여주고 그래요.
 
국민판사 서기호입니다 - ‘가카 빅엿’ 양심 판사, 사법개혁의 꿈을 안고 소통하다
서기호.김용국 지음 / 오마이북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서기호 라는 사람의 이름을 석 자를 알게 된 것은

지난 정권 말기, 법조계가 한창 시끄러울 때였던 걸로 기억된다.

서기호 라는 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소신 발언을 하였고,

이어 sns에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썼으며,

판사 재임용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이다.

표면상으로 직무 수행 능력이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하였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세 개의 사건은 과연 별개의 일이었을까!

 

몇 년 전 그 뉴스를 접하면서

판사 중에도 이런 바보(?) 같이 멋진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썩은 내가 나고 변화의 움직임이 없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법조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그의 행보를 궁금해 하던 터에 정치에 입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집에 마침 이 책이 책장에 꽂혀 있길래 서기호 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읽게 되었다.

순전히 서기호 라는 사람이 궁금해서였다.

이 사람은 쉽고 뻥 뚫린 고속도로를 마다하고

왜 험하고 거친 가시밭길을 택했을까 참으로 궁금하였다.

 

10년 동안 판사직을 수행하고, 재임용에서 탈락되어 법복을 벗게 된 그는

순식간에 검색어1위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재임용탈락은  초유의 사건이었다.

그동안 이뤄진 재임용은 통과의례적인 행사였는데

현직 판사가 재임용에서 제외되다니....대박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그의 재임용 탈락 이유를 근무 성적 최하위 때문이라고 하였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었던 듯하다.

그가 법복을 벗게 된 결정적 이유는 sns에 올린 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견들이 지배적이었다.

한마디로 그 무섭다는 괘씸죄에 걸린 것이 아니었을까!

법조계에서는 그의 법복을 벗겨냈지만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국민들은 새로운 법복을 입혀주었고 그를 국민판사 1호로 임용하였다.

 

평판사였던 그가 하루아침에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고, 갑자기 재임용에서 제외되는데

이 엄청난 일을 대하는 부모님의 태도가 정말 감동적이었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인 판사 자리에서 쫓겨나는데도

오히려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아들 편을 들어주는 멋진 부모님이셨다.

판사라는 직업 때문에 자신의 소신을 밝힐 수 없고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없다면

차라리 판사직에서 물러남이 너를 자유게 한다는 서 판사 아버지의 이 든든한 응원의 말은

우리가 세상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가야 할지 되새겨보게 한다.

그런 부모님이셨기에 서기호 라는 국민 판사가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법원 게시판에 소신껏 말할 수 있었고,

다윗과 골리앗 같은 싸움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보통의 부모님처럼 입신양명을 위해 판사가 되기를 원하고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 출세하기를 원하는 그런 부모님이었다면 서기호 라는 국민 판사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서기호 판사의 바보 같지만 멋진 용단은 부모님의 가정 교육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몸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시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서기호 판사 부모님처럼 아이들에게 삶으로서 본을 보여줘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 본다.

 

법원이 아닌 국회에서 멋진 행보를 보여주기 바란다.

더불어 초심을 잃지 말고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나아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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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7-08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이렇게 양심에 따라 용기있게 행동하는 분들이 많이 나와야 세상을 바꾸어갈 수 있겠죠.

수퍼남매맘 2014-07-09 12:58   좋아요 1 | URL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참된 지식인들이 많아야 좀더 나은 세상이 될 터인데...
서기호 판사의 용기에 저도 박수를 엄청나게 보냅니다.
 

전 거창고등학교 교장 전성은 선생님이 쓴 책을 읽고 있다.

교사 독서 동아리에서 읽었으면 좋겠다고 선배님께서 추천을 하셔서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거창고등학교라 하면 우리 나라 대안 학교 중에서도 유명한 곳으로 알고 있다.

어제 잠깐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

직업 선택 십계 눈에 띄었다. 이게 거창고등학교의 다는 아니겠지만서도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이 학교를 세웠는지 십분 이해가 된다.

 

 

 

 

 

 

직업 선택 십계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선택하라.

7.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만 담겨져 있다.

수퍼남매에게 이 십계에 적혀진 대로 직업을 선택하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책을 읽어보니 거창고등학교로 나온 졸업생들 대부분도 이 십계에 담겨진 내용대로 살지는 못했나 보다.

십계를 지켰다면 전성은 교장의 부친처럼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로 돌아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었나 보다. (다른 이들과 똑같이 출세의 길을 걸어갔던가 보다.)

그래서일까!

전 교장의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 내 교육은 실패했다"라고 아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 책은 왜 아버지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된다.

아버지가 말한 내 교육은 실패했다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지금 1/3 정도 읽었는데 우리 동아리 샘들과 함께읽고 나누려고 한다.

 

어제 아이들 동아리 시간에 읽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옮겨 적어 봤다.

교생들이 들락날락 하여도 최대한 집중하여 읽으려고 하는데

내 앞에 앉은 아이가 계속 말을 시켜서 음~~

이 아이는 작년부터 오는 아이인데 책에 집중 못하게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온다.

책은 다소 딱딱한 제목과는 달리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힌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 첫째는 역시 가정 교육이 중요하구나 이다.

보고 자란 대로 된다 이런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 아버지, 전성은 교장 3대에 이어지는

인, 사랑, 자비의 실천은 자녀에게 어떤 부모로 비춰져야 하는지 깨닫게 하는 부분이다.

 

학문은 원래 그 시대, 그 곳에서 한치 의심의 여지가 없이 절대적 가치로 자리 잡은 진리에 대한 의심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천명- 하늘의 뜻을 이 땅 위에 펼칠 때, 펼친 만큼 세상이 밝아지고 따뜻해진다.

 

톨스토이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중에서

사람은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란 사실을 확실히 깨닫는 것만큼 중요하고 큰 깨달음은 없다.

 

진리는 언제나 단두대 위에 불의는 항상 왕좌에

단두대가 미래를 지배하는 듯이 보이나

진리의 뒤에는 보이지 않게 하나님이 지켜보고 계시느니라

- 제임스 러셀 로웰-

 

대한민국에서 불우 이웃 돕기에 성금을 내면 TV에 그 이름과 액수가 방영된다.

그러나 불우 이웃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고 하면 좌익 용공주의자라고 한다.

-유보성 거창고 목사-

 

맨 마지막 거창고 목사가 한 말씀이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전 교장은 천명을 이루는 길 그것이 교육이라고 말하고

교육은 곧 거절이라고 한다.

불의와 부정에 맞서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육이라는 것이다.

특정계층만 잘 먹고 잘 사는 길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사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천명을 이루는 것이란다.

공자 말씀에 남의 빚을 탕감하는 자리에 이르는 게 바로 인이라는 것이다.

인은 예수님이 말하는 사랑이고,

부처님이 말하는 자비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천명을 이루라고 가르치고 있는가!

남과 무한경쟁하여 나 혼자 살아 남아 잘 먹고 잘 살라고 가르치고 있지는 않는가!

 

전성은 교장 집안은 대대로 기독교 집안이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그 시대가 필요한 일 즉 정의를 실현한 이 가족이 참 멋지고, 존경스럽다.

기독교인이자 교육자였던 전성은 교장의 책이 나에게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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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5-31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창고 '직업선택 십계'는 우리 아이들 어려서 듣고 찾아 읽었지만
실천은 쉽지 않으니 늘 고민입니다.ㅠ
우리 아이들이 저런 길을 간다고 할 때, 말리지 않고 응원할 수 있을까...

수퍼남매맘 2014-06-01 15:0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부모로서도 그렇지만 내 자신도 이런 길을 택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거창고등학교 출신들도 월급이 적은 쪽보다 월급이 많은 쪽을 택했고,
돌아와야 할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전 교장의 부친께서는 " 내 교육은 실패했다" 라고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책을 끝까지 읽어봐야 부친의 그 말을 이해할 듯합니다.

 
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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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이란 작가의 작품을 두 번 접하고나서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녀의 전작들도 찾아 읽고 싶다.

예전에 읽었던 조이스 캐롤 오츠의 <사토장이의 딸>을 읽으면서 느꼈던 흥분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느꼈다.

이야기가 무지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어 한숨에 내달렸다.

 

다 읽고나서는 왠지 이 작품 또한 영화로 만들어지면 정말 멋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인물이 나오고, 사건 전개가 매우 흥미로우며, 무엇보다 던져 주는 메시지가 강인하여서

내가 만약 영화감독이라면 이 작품을 꼭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박동해란 인물은 너무 섬짓하여서

영상으로 표현된다면 어떤 모습이 담길까 궁금하다.

 

28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시작된 인구 29만 도시 화양에서 벌어지는 28일 간의 사투를 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오버랩되는 사건 두 개가 바로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과 2011년 가축 살처분이었다.

작가 후기를 보니 작가도 이 두 개를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2011년 돼지들의 살처분"동영상을 보고서 이 소설을 계획했다고 한다.

좋은 작가란 사회 현상을 모른 척 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글로써 독자들을 일깨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유정 작가는 그런 의미에서 의식 있는 작가임에 분명하다.

 

인수공통전염병이 발병한 화양을 고도로 버린 채

특수부대를 배치하거나 거기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향해 마지막 발포하는 장면 등은

광주가 당연히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빨간 눈"이 된 후 며칠 후에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전염병인 이 정체모를 질병에 걸린 개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큰 구덩이에 산 채로 매장하는 장면은 2011년에 있었던 살처분 현장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은 인간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개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점이다.

개가 화자가 되어 말하는 부분은 이 책의 색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커다란 축이 되고 있는 링고의 이야기는 얼마나 인간이 인간의 입장에서만

다른 대상들을 파악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또 하나

박동해라는 인간 괴물은 유아기 때의 상처가 얼마나 인간을 괴물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그러고보니 동해, 링고 모두 버려진 상처를 가진 자들이었다.

동해는 분풀이 대상을 개로 설정한 것이고,

링고는 분풀이 대상을 인간으로 설정한 것이 다를  뿐이다.

 

마지막 김윤주라는 인물을 통해

언론인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김윤주의 추측성 기사 한 줄 때문에

화양에 있던 개들이 모두 몰살당하고

수의사 서재형이 하루아침에 개장사로 몰락하는 것들을 통해

언론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무서운 전염병이 창궐하는 죽음의 도시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감당하는 이들이 있었다.

높은 사람들은 죽음의 도시를 버리고, 오히려 그 안에 있는 수맣은 사람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가둔 후에,

마지막 평화적으로 거리 행진을 하는 그들을 향해 총을 쐈지만

그 죽음 속에서도 이웃을 지키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죽음이 번져가는 속에서도 희망은 움트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해주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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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엄기호 지음 / 따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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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하던 직원협의회를 올해부터 월1회만 한다고 한다.

갈수록 바빠지는 학교 사회에서 이건 잘된 일일까!

매일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에게 관리자들의 이 말은 어쩌면 기쁜 소식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모든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직원협의회 시간이 월1회로 준다는 것이 꼭 희소식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리자 입장- 특히 성과주의 관리자들-에서는 평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이 싫을 수도 있겠다 싶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주장에 1인이 딴지를 걸 수도 있고,

그것이 교사들 사이에 공론화되면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그렇게 되면 관리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뜻대로 학교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전교조가 활발히 활동할 때

교무회의 시간에 벌떡벌떡 일어나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던 그 때의 기억을 안고 있는 관리자라면

전체가 모이는 이런 협의 시간들을 회피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싶다.

요즘에는 이렇게 벌떡 교사를 만나기도 힘들지만서도.

 

책에서 짚고 있듯이

예전 관리자들은 무조건 벌떡 교사들을 자신들과 대치하는 사람들로 몰아 선과 악의 분명한 구조로 몰아갔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벌떡 교사들에게 은근한 지지를 호소하는 동료교사들을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근래 들어 더 현명해진 관리자들은 소신 발언을 하는 벌떡 교사들을 전과 같이 다루지 않는다고 한다.

회유책을 쓰거나 자신들이 아닌 동료교사들로부터 반발을 사게 만들게 하는 방법을 쓴다고 한다.

관리자들도 진화되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지금 우리 학교처럼 월1회 직원협의회를 한다고 위에서 결정이 통보되었는데

어떤 교사가 직원협의회를 매주 해야 관리자와 평교사가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그래야 학교일들을 서로 의논하고 조정할 수 있으며

그럴 때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등등의

이유를 들어 소신 발언을 한다고 가정하자.

오히려 이 교사는 동료 교사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형국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학교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대분분의 평교사들은

갈수록 바빠지는 학교 사회에서 관리자들이 고맙게도 월1회로 회의를 줄여줬는데

예전으로 환원시키자는 벌떡교사의 의견이 더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신 발언을 한 벌떡교사는 오히려 동료교사들의 냉소적인 시선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나서지 않고 벌떡교사를 다른 교사들로부터 외면당하게 할 수도 있는게

요즘 교직사회의 분위기라는 것이다.

 

엄기호 교수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만났던 소위 말하는 불온(?)시 여겨지는 벌떡교사들은

하나같이 관리자도 학생도 학부모도 아닌, 동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배척당하는 아픔이 가장 크다고 호소했단다.

바로 지금 우리 교직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변혁을 꿈 꾸는 교사들이 갖는 딜레마가 바로 이것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당신만 잘 났냐, 가만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당신만 참교육자냐, 당신만 교육에 대해서 염려하냐 등

동료교사들로부터 받는 비난은 정말 참기 힘들고 자괴감이 들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스스로 자기 검열에 빠뜨리게 만들고 점점 위축되게 만든다고 한다.

아까도 썼듯이 전에는 벌떡교사들이 관리자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조용한 지지를 받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오히려 동료교사들로부터 외면을 당한다고 한다.

하여 벌떡교사들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머지 다른 교사들은 각자의 교실에서 열심히 업무를 하고 있다.

 

 

인간은 다름을 만나고 마주쳤을 때에만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인간은 다름/타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재간이 없는 존재다.

그래서 타자와 만나지 않는 성장이란 불가능하다.

 

학교가 성장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이질적인 존재들과 일상적으로 부딪치고 만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타자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며 나와 다른 목소리들을 들을 줄 알고 말할 줄 아는 존재가 된다.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 간의 소통과 나눔은 점점 더 힘들어지거나 없어지고 있다고 전해주었다.

의견이 다른 것은 곧 서로 간의 "취향"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토론할 만한 문제가 아니라 서로 건드리지 말고 존중해야 하는 것이 되어 있었다.이렇다 보니 형식적인 이야기나 뒷담화 정도만 살아 남아 있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나누기 위해 둥들게 모여 앉는 일은 교육현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경우만 봐도

나와 다른 타자(학생, 교사, 학부모 등)의 만남을 통해 성장을 하였다.

특히 작년에는 우리 반 꾸러기 한 명을 통해 정말 많이 성장하였다고 본다.

물론 처음에는 이질적인 존재가 거북하고, 이해도 되지 않았지만 그들과의 만남이 지속되는 동안,

분명 나는 성장하였다.

 

 

엄기호 교수가 말했듯이

성장이란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인데 다른 것은 빼더라도

지난 20여년 동안 교사-교사의 만남은 현격히 줄어든 게 사실이다.

초임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그렇다.

예전에는 아이들 가고나면 동료교사들이 항상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일학년은 그래도 매일 만난다.- 그렇지 않은 학년도 있다고 들었다.

(1주일에 한 번 만나 부장 회의 자료만 전달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 학교처럼 직원협의회도 자꾸 줄어드는 추세이다.

교사와 교사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모니터로 주고받는 게 훨씬 더 많다.(메신저의 부정적 영향이라고 본다.)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수업 붕괴나 학교 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학교는 강제적인 생활의 공간이지만, 그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단위는 되지 못하는 것이 위기의 실체이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교무실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활발히 토론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정작 교무실은 침묵에 빠져있다. 위기를 감지하고 그것을 공론화하려는 교사들은 오히려 불온시된다.

공연한 분란을 일으키고 가뜩이나 피곤한 삶을 더 수고롭게 하는 '설치는 존재'들로 기피된다.

이 때문에 무엇인가를 시도하려는 교사들의 삶은 더욱 분주해지고, 자칫 사고라도 벌어지면 '독박'을 쓰게 된다.

아무도 나설 수 없는 구조, 나서면 망하는 구조, 그것이 지금 학교의 모습이다.

동료교사들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보다 학교 생활이 더 힘들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정작 그 고민과 고통을 서로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교실에 콕 박혀 혼자 끙끙 앓거나 다른 곳(상담 센터나 방송국)을 찾아 자신의 심정을 텋어놓는다고 한다.

교육이 위기를 맞을수록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지혜를 모아야 하건만

모일 기회는 위에서부터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교사들은 적당히 타자의 삶에 터치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여 침묵으로 일관한다.

나 또한 직원회의에서 자주 느끼던 바다.

더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이런 학교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바꿔 보려고 의견을 말하는 교사는

정말 "설치는" 교사, "분란"을 만드는 교사로 여긴다.

관리자의 말에 제동을 걸거나 딴지를 걸면 회의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퇴근 시간이 늦어질까 봐 그걸 가장 염려한다.

 

엄기호 교수는 이런 성장이 없는 학교의 모습에 "가르치는 이들"에게 해법을 제시한다.

교사가 둥그렇게 둘러 앉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학교에는 관리자를 비롯해서 부장 교사, 평교사, 기간제교사, 시간 강사 등이 섞여 있다.

전에는 모두가 정규교사였지만 지금은 비정규 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자들에게 순종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사안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입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교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교사는 이런 위계질서를 떠나 서로 "우정"(평등한 관계)으로 한자리에 둘러앉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 이렇게 우정을 나누는 평등한 이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이야기판을 벌일 때, 공동의 세계에 대한 공통의 감각을 만들어갈 수 있다. 다시 얼굴을 맞대고 자기 자신과 우리 사회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은 어떤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이야기하고 나누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함께 겪고 감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토론해야 하는 것이다. "

 

그러니 직원협의회가 월1회로 줄어든 것은 희소식이 아닌 셈이다.

모여야 한다.

모든 교사가  평등한 관계로 만나야 한다.

빙 둘러앉아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아야 한다.

다름/타자를 인정해야 한다.

그 안에 학교 위기의 해법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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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3-2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생활이 학교와 관계없으니
학교 풍경도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그래도 소신있는 교사들의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수퍼남매맘 2014-03-25 15:04   좋아요 0 | URL
소신 있는 교사들이 점점 줄어들어 걱정이에요.
순오기 님 같은 분이 학교 사회에 있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