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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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벚꽃 같은 눈이 살며시 내리더군요.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경쾌했어요. 좀 덜 추우면 아이들과 나가 놀텐데 너무 추워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요즘은 하도 추워서 거실에도 잘 안 나오고 이불 속에서 뒹굴거립니다.  이불 푹 뒤집어 쓰고 읽기에는 만화나 연애 소설이 제격이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주말에 잠시 행방불명되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사우스 포인트의 연인>을 찾아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동안 결말이 궁금했는데 속시원했습니다. 찾으려고 애를 쓰면 안 보이다가 무심코 책꽂이를 보면 보입니다. 역시 마음을 비워야 하나 봅니다.

 

  "사우스 포인트"가 뭔지 참 궁금했습니다. 직역하면 남점인데 그게 뭘까요?  책을 읽어보니 하와이 남쪽, 깎아지른 절벽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 책 읽으면서 그 곳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책 읽는 내내 남편한데 " 여보, 나도 사우스 포인트 가고 싶다" 노래를 불렀습니다.  만약 가게 된다면 당연히 이 책이 생각날 겁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헤어져 있다 운명처럼 만난 테트라와 다마히코가 아른거릴 겁니다.

 

  약간은 독특한 가정사를 지닌 테트라와 다마히코는 초등학교 동창생입니다. 가끔 초등학교 때 첫사랑을 하는 경우를 보곤 하는데 이 둘이 그렇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 때문이었을까요? 별로 친구가 없던 둘은 아주 자연스레 친구가 됩니다. 동병상련이었나 봅니다. 둘의 관계는 테트라가 이사를 가고 나서도 지속됩니다. 주로 다마히코가 기차를 타고 와서 데이트를 하곤 했지요. 하지만 뿔뿔이 흩어지내던 다마히코 가족이 하와이에 정착하게 되어 둘은 결국 이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기차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머나먼 거리로 멀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사랑이 계속될지 궁금합니다. 다마히코가 하와이를 떠나기 전 기차를 타고 테트라를 찾아옵니다. 테트라의 엄마는 둘에게 마지막 이별 의식을 허락해 줍니다. 저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테트라의 엄마는 딸과 딸의 남자 친구를 위해 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테트라와 다마히코의 가정은 펑범하지 않습니다. 테트라 엄마의 행동만 봐도 알 수 있죠?  사춘기 혈기 왕성한 남녀를 한 방에 놔두고 자리를 비우다니 말이에요. 어쩌면 이 밤이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초야를 치릅니다.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들 하지요. 다마히코는 하와이에서 테트라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테트라는 다마히코를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결심합니다. 초등학교 동창생이었던 테트라와 다마히코, 둘의 첫사랑은 이렇게 기억 속에 묻힙니다.

 

  성인이 된 테트라는 퀼트 작가로 살아갑니다. 어느 한 사람의 삶을 수 놓는 작업이지요.  그런 그녀에게 언뜻 우쿠렐레 소리가 들려오고 낮익은 가사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이럴 수가! 그 가사는 자신이 오래 전 다마히코에게 썼던 편지였습니다. 그렇담 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바로  다마히코? 그런데 아닙니다. 다마히코가 아니라 다마히코의 동생이랍니다. 더 기가 막히는 사실은 다마히코는 죽었다는 거예요. 믿을 수 없습니다. 연락은 끊었지만 하와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줄 알았는데... 테트라는 다마히코 동생의 부탁을 받고 하와이로 향합니다. 다마히코가 살았던 그 하와이, 사우스 포인트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첫사랑은 그렇습니다. 까맣게 잊은 듯 하루하루를 살다가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노래 하나로 불현듯 추억이 되살아나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가게 됩니다.  테트라가 그랬던 것처럼요. 십 수년 전, 그 때는 너무 어려서 다마히코를 따라갈 수 없었지만 이제 그녀는 하와이에 혼자 갈 만큼 돈도 있고, 무엇보다 다마히코가 죽었다는 말에 그가 살았던 장소에 가서 그의 흔적이라도 느끼고 싶어 하와이행을 실행합니다. 테트라는 다마히코를 잊은 게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 가슴 깊은 곳에 숨겨놓았던 거지요. 아마 힘든 시절, 순수했던 때 정을 주고받았던 사이라서 단박에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다마히코가 죽었다는 그 말에 읽는 저도 얼마나 맥이 빠지던지... 첫사랑이 이 세상 어디선가 땅에 두 발을 딛고 잘 살고 있겠지 생각하며 살아가죠. 그러다  상대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되면 정말 충격이 클 거예요. 당장 하와이로 날아가는 테트라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진짜 죽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믿을 수 있다는 그 마음이 애절하게 다가옵니다. 하와이로 간 테트라는 다마히코의 죽음을 인정하게 될까요?

 

  책은 하와이 곳곳을 사진처럼 펼쳐 보여줍니다. 책 읽는 내내 " 정말 하와이에 가고 싶다"를 연발하게 됩니다. 하와이에서 탄생한 악기, 우쿠렐레는 하와이에서 연주할 때와 타지에서 연주할 때 음색이 완전 다르다고 합니다. 오리지날을 듣고 싶다면 하와이에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테트라로부터 다마히코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낸 그 악기, 우쿠렐레레와 더불어 테트라의 동선을 따라 펼쳐지는 하와이의 풍경은 이 책을 읽는 또다른 매력입니다. 예전에 하와이로 신혼 여행을 가는 게 유행이었죠. 지금도 하와이행 경비가 꽤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 얼마 전 읽은 책에서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커피 나무가 재배되는 곳이 하와이라고 하더라구요. 하여튼 오래 전부터 관광지로 유명한 곳인데도 갔다 온 사람 이야기를 빌리자면 문명보다는 자연이 더 느껴지는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책에서도 인공적이고 기계화된 모습보다는 하와이의 대자연과 하와이 사람의 소박한 삶이 묻어져 나와 좋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하와이에 더 가고 싶어졌습니다. 테트라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여행 덕분에 하와이 이모저모를 느낄 수 있어 행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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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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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박눈이 펑펑 내립니다. 언젠가부터 눈이 내리면 기쁘기보다 걱정이 앞서곤 하는데 오늘만큼은 눈을 즐기고 싶습니다. 눈 내릴 때 읽으면 제격인 책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집입니다.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의 책은 정말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표지 디자인이 이쁩니다. 표지만 이쁜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도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줍니다. 지난 토요일, 시험 보는 딸을 기다리면서 중학교 강당에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어느 막다른 골목, 그 곳에 가면 바래져 버린 추억이 하나둘씩 되살아 날 듯합니다. 모두 5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이야기가 가장 재밌고 진하게 여운이 남아 소개해 봅니다.

 

  첫째 번 이야기는 연인도 아닌 우정도 아닌 어정쩡한 동네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제목은 어울리지 않게 <유령의 집>입니다. 남자는 롤 케이크 가게 아들이고, 여자는 돈가스 가게 딸입니다. 동네에서 꽤 유명한 가게들이죠. 사명감을 가지고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여자와는 달리 남자는 가업을 이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일본은 여자처럼 가업을 잇는 경우가 참 많은 듯합니다. 바람직한 현상이죠. 남자는 가업을 이을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생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유복한 집안인데도 불구하고 본가에서 나와 금방이라도 스러질듯한 집에서 사는 남자는 가끔 전주인이었던 노부부가 보인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호러가 된 듯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남자 눈에만 보이는 노부부 유령은 여자네가 하는  돈가스 가게에 자주 왔던 단골이었습니다. 돈가스 집  딸 어머니 기억으로 노부부는 규칙적으로 돈가스 집에 들러 식사를 하곤 하였더랍니다. 노부부가 항상 같이 와서 항상 같은 메뉴를 먹는다 상상해 보세요.  아름답지 않나요? 젊은 남녀가 손 잡고 다니는 것도 아름답지만 노부부가 서로를 의지하듯 손잡고 다니는 모습 보면 자연스레 ' 나도 저렇게 늙어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닮고 싶은 모습이지요.

 

  미지근한 두 남녀가 남자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 날, 여자의 눈에도 노부부가 일상 생활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영화<건축학 개론>이 겹쳐지더군요. 사랑한다 말도 못한 채 서로의 마음을 접어버린 두  남녀의 이야기가 참 안타까웠죠.  그 영화 보면서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 아들아, 넌 저 아저씨처럼 사랑한다 말도 못하고 그냥 스스로 마음을 접으면 안 돼. 고백이라도 해봐야지.  알았지?" 라고 말이죠.  이 남녀도 답답하기가 그 둘 못지 않습니다. 독자가 보기엔 사랑하는 게 분명한데 서로 붙잡지도 기다리라 말하지도 않고 헤어집니다. 참 대책 없는 남녀죠. 아니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정말 컸거나. 인문적 통찰로 따지면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남녀일 수도 있구요. 이 남녀는 어떻게 될까요?  이대로 영영 헤어지게 될까요? 아님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될까요? 고백도 못하고 스스로 접어버린 짝사랑 경험이 있으신 분은 이 이야기 읽으면서 공감이 팍팍 될 겁니다.

 

 눈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이면, 가슴 한 켠에 묻어 둔 첫사랑이 그립지 않나요?  아니면 가슴 저린 사랑 이야기가 그리워지기도 하고 말이죠. 그렇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른 이야기들도 메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줍니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자신의 소설 중 이 책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읽다보면 여러분도 막다른 골목에서 그 때는 많이 아팠지만 돌이켜 보면 소중했던 추억과 만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금주는 내내 강추위가 이어진다고 하네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책도 읽으면서 마음이라도 따듯하게 데워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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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6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7 0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 때론 삶이 서툴고 버거운 당신을 위한 110가지 마음 연습
서천석 지음 / 김영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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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마음이 참 갑갑하다. 직장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어딜 보나 마음이 답답해질 뿐이다. 가끔은 전문가를 찾아가 속내를 몽땅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전문가는 이럴 때 어떤 조언을 해줄까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롯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는 선배 한 분은 가정 문제 때문에 상담가를 찾기 시작하였다. 4년 내내 꾸준히 상담을 받고 있다. 1시간 상담을 하고 5만원을 주는 데 그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하셨다.  처음엔 자기 못나고 모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마주 해야 해서 힏들었다고 한다. 결국 내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너무 마음 아프고 부끄럽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담이 계속될수록 내 이야기를 온전히 귀담아 들어주고, 적절히 코치를 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기쁘다고 하였다. 치유가 되고 서서히 내적 힘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상담 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나쁜 이력이 붙을까 봐 조마조마 하는 편이지만 선진국에서의 상담은 감기 치료 받는 것만큼 자연스럽다고 알고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아직은 상담을 받으러 간다는 게 생각 뿐이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스트레스가 있다면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르치다 보면 신체가 아니라 정신이나 마음이 아픈 아이를 가끔 본다. 요즘 교사들이 힘들다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정신과 마음이 아픈 아이가 전보다 상당히 많아졌다. 교사는 엄밀히 말해 이쪽 전문가는 아니다. 관련 연수를 받고 더 관심 있는 분은 따로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받기도 하지만 책의 저자처럼 정신이나 상담을 전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 전문가는 아니다. 책을 읽어보니 역시 이런 분야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단 생각이 굳어졌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조금 아는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해서 아이에게 적용하는 게 어쩌면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이나 마음이 아픈 아이는 전문가와 꾸준히 상담을 하고 치료를 받는 과정이 있으면 아까 이야기한 선배처럼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상담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선입견과 편견이 많기 때문에 그냥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하다 못해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인데도 담임에게 감추는 경우도 많다. 담임이 아이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까 봐 두려워서이다. 내 경험상 오히려 미리 알려주면 아이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인데 아직 학부모들의 생각은 전자가 강한 듯하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사회적 편견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고 상태가 나빠지는 것을 보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또 하나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 하는 무조건적 낙관론 또한 아이의 치료를 늦추는 듯 싶어 안타깝다. 주위 어른들이 하는 말, " 나이 먹으면 괜찮아져. 아이가 다 그렇지 " 등은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흐려놓는 경우가 있다. 아울러 매년 행해지는 정서 행동 발달 검사는 허울만 좋을 뿐 제대로 된 검사가 아니라고 본다. 아는 지인 중에서 자녀와 함께 이 검사를 전문 기관에서 해 본 적이 있는데 문항 수가 진짜 많다고 한다. 너무 많아 도저히 거짓으로 할 수 없다고 한다. 초반에는 정상으로 나오게 거짓으로 체크를 하다가도 후반이 되면 지쳐서 제대로 체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하는 정서 검사는 문항수가 얼마 안 된다. 얼마든지 아이가 정상이 나오도록 부모가 나쁜 맘 먹으면 거짓으로 표시할 수 있다. 물론 제대로 체크하는 부모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교실에서 담임이 볼 때는 충분히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다 정상으로 표시해 놓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부모가 자녀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객관화하지 않는 경우, 아이의 상태만 더 나빠질 뿐이다. 이게 바로 맹점이다. 검사는 하고 있지만 과연 판별해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제를 직시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정신과 마음이 아픈 아이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학교 현장에는 상담 교사 한 명 제대로 배치되어 있지 않다. 이것 또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전임지에는 상담 교사가 상주하고, 전문 인력도 교육청에서 나와 힘든 아이가 있을 때 도움을 받았는데 그마저 사라졌다. 복지가 좋아지긴 커녕 더 나빠졌다. 중고등학교 사정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중고등학교 교사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음이 아픈 아이가 오는 곳이 다름 아닌 도서실 또는 보건실이라고 한다. 딸에게 물어보니 중학교에는 상담 교사가 있긴 하나 그닥 도움을 받고 있지는 않는 모양이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가슴에 품고 사는가. 닭장 같은 교실에 가둬놓고 8시간 이상을 공부만 하라고 하니.... 아이들이 미치지 않고 버티는 게 대견하다. 책을 읽어보니 자살을 작정한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것만 해도 자살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은 현대인은 오롯이 내 말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단 뜻이기도 하다. 잔소리 하는 엄마, 훈계하는 선생님 대신에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 말이다. 상대에게 털어놓는 사이, 감정은 누그러지고 스스로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다. 학교 뿐 아니라 군대도, 회사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군대에서 계속 사고가 터지는데도 뭐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시 행정이 아니라 제대로 된 내 마음을 읽어줄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또한 감기 걸렸을 때 내과를 찾듯이 마음이 답답할 때도 자연스럽게 상담가를 만나러 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저자도 말했듯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들리는 말에 교육 1번지라 하는 곳에 소아정신과 또한 가장 많다고 한다. 이 말은 그만큼 그 곳에서 성장하는 아이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반증인 셈이다. 우리나라 아이의 행복지수가 왜 자꾸 최하위를 기록하는가! 바로 사회 구조가 아이들을 행복하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태어나자마자 경쟁에 내몰려져서 유아 때부터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배워야 하고, 초등학교부터 스펙을 쌓아야 한다. 중학생 이상은 항상 잠이 부족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 시간, 취미 생활을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성적으로만 평가 받는다. 그렇게 힘들게 대학을 졸업한다 해도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며 비싼 물가와 높은 현실에 가로막혀 삼포자로 살아야 한다. 연애도, 결혼도, 집 장만도, 자녀도 그저 꿈일 뿐이다. " 힐링 힐링" 외치기 전에 상처를 주지 않는 사회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학생은 학생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는 것은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는 말이다. 덜 상처 받는 사회, 상대적 박탈감을 덜 느끼는 사회를 만들어야 구성원이 좀더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갈 터인데. 그 길이 요원해 보이니 갑갑하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무엇하나 정의로운 게 없어 보여 막막하다.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은 세 가지란다. 하나는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을 해결하는 것. 둘째 스트레스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는 것. 셋째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것. 나 같은 경우에는 셋째 밖에 답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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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1-1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가지고 있어요. 자기 전에 조금이라도 읽어봐야겠네요. 다음 권이 곧 나올 것 같았는데, 저자분이 최근에 다른 책을 내셨더라구요.

수퍼남매맘 2014-11-20 07:31   좋아요 0 | URL
요즘 마음이 좀 우울해서 읽어봤는데 괜찮더라구요.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왜 근래 들어 잠이 많아지고 식욕이 왕성해지는지 과학적 근거가 있더군요.

2014-11-20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1 0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생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 - 전3권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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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 열풍이다. 우리 모두 "미생"이기에 깊이 빠져드는 게 아닌가 싶다. 직장 생활을 잠깐이라도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이기에 굳이 러브 라인이 나오지 않아도 재밌다. 금요일 저녁만 되면 TV앞에 목을 쭉 빼고 앉아 있곤 한다. 드라마 미생 1-2국을 본 후 절판 위기에 처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구매했다.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드라마보다 먼저 내달리고 싶었다. 장그래와 장그래가 속한 영업 3팀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생각보다 더 근사하였다. 총 9권을 3권씩 합본하여 만들어서 상당히 무겁다. 어디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없다. 그냥 제자리에 얌전히 모시고 읽어야 한다. 잘못하면 흉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근사한 책이 처음 온 날, 내 옆에서 아들도 함께 읽었다. 드라마를 같이 본 터라 저도 궁금했었나 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충분히 읽을만하다.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들은 직장인의 애환을 공감할 능력이 안 되어서 잠깐 같이 읽다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10년 넘게 바둑 프로 기사가 되기 위해 정진했던 장그래는 결국 꿈을 접어야 했다. 바둑을 끝낸다는 것은 어쩌면 장그래의 삶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의 나이 26세,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나이에 아무런 스펙도 없이 낙하산 발령을 받아 대기업 인턴으로 들어가게 된다. 고졸 출신인데 낙하산이라니....그 이유만으로 다른 인턴들에게 밉보이고 장그래의 힘든 인턴 생활이 시작된다. 26세 동안 오직 바둑판만 보며 살았던 장그래에게 있어서 회사라는 거대한 바둑판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승부 같은 곳이었다. 거기서 살아남아야 함은 물론이다. 미생은 세기의 대결이었던 조훈현 9단과 중국 녜웨이핑 9단과의 마지막 승부를 에피소드 앞에 배치하여 바둑과 삶과의 연관성을 철학적으로 풀어주고 있다. 바둑을 잘 모르는 문외한이지만서도 두 바둑 고수의 대결 또한 정말 멋지다. 바둑과 삶을 이렇게 연관지을 수 있다니 작가와 바둑해설가의 내공이 대단하다 싶다.

 

  다양한 스펙을 필요로 하는 종합 상사에서 장그래는 뭐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지만 특유의 통찰력과 좋은 멘토(오과장, 김대리)의 조력으로 점점 상사맨이 되어간다. 드라마에서는 오과장이 초반에 장그래를 굉장히 무시하고 핍박하는 성깔 있는 상사로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아니다. 오히려 장그래를 챙겨주는 편이다. 오과장, 천과장, 김대리, 장그래가 활동하는 영업 3팀은 다른 부서와는 참 다르다. 다른 팀처럼 일을 하는 것은 같지만 영업 3팀은 끈끈한 동지애로 팀웍을 중요시하는 부서이다. 장그래 팀과 안영이가 속한 자원팀은 그런 면에서 사뭇 대조적이다. 오과장이 장그래를 팀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 " 혼자 하는 일이 아니야"라는 말을 한다. 또 우여곡절 끝에 오과장의 마음을 얻던 날 오과장 입에서 " 우리 애만 혼났잖아" 하는 말이 장그래의 기억 속에서 무한 반복된다. 두 에피소드는 결코 우리 일이라는 것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협력하여 만들어 내는 결정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기에 일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속한 직장은 장그래가 속한 종합상사보다는 출퇴근이 정확하고, 위계질서가 깍듯하지도 않으며, 다 된 일이 누군가의 정치로 뒤엎어지거나,  술 대접을 해야 하는 등의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여기도 직장이기에 장그래와 오과장이 겪는 일이 똑같이 일어난다.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미생에 열광하는 것은 장그래와 오과장, 김대리 즉 영업 3팀이 느끼는 열정, 절망, 희망, 분노 등을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오과장이라는 인물은 윗사람에게는 가히 이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가시 같은 존재다. 능력도 있으면서, 신념도 있고, 정도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으며 아부를 모른다. 그런 오과장이기에 회사에서는 버릴 수도 내칠 수도 없다. 오과장의 그런 성격이 누구나 꺼려하는 내부 고발도 하게 만들고, 그 일 때문에 오과장을 비롯한 영업 3팀은 다른 부서들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오 과장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군중들은 그의 신념과 용기를 칭찬하고 격력해주기 보다 오히려 " 너 혼자 잘 났냐?" " 너 혼자 깨끗하나?" " 모 나면 정 맞는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오 과장이 무슨 일을 하기 전에 고뇌하는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들도 모두 그런 모습이었다. 아니 자기가 속한 사회를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과장의 고뇌을 이해할 수 있다. 조직에서 곪아터진 것을 밖으로 꺼내려면 그걸 말하는 사람의 고통 또한 아주 크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전에 알던 선배는 하도 속앓이를 해서 늘 장이 안 좋았다. 그만큼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은 몸도 마음도 힘들다. 왜 그들은 자기 몸을 축내면서까지 그런 일을 굳이 하는가! 그냥 남들처럼 열심히 일만 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면 될 것을 왜 주변을 돌아보는 것일까.  

 

  얼마 전 소셜 테이너였던 신해철 씨가 갑자기 사망하였다. 평소에 독설을 잘하던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도 다른 가수처럼 노래만 부르면 될 것을 사회 곳곳 후미진 곳을 둘러보고, 썪은 내가 나는 곳을 후벼파는 일을 한 덕분에 욕을 엄청 먹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도 한 명의 오과장이 아니었을까! 그가 영면을 하자 그의 몫까지 하겠다며 한 명의 가수가 나섰다. 그도 뮤지션으로만 살아도 될 것을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많지는 않지만 소수의 오과장이 존재한다. 그들은 왜 속 시끄러운 일을 자청하는 것일까! 그건 아마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사회가 덜 부패하기 바라는 마음에서일 게다. 조금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어서일 게다. 오과장의 말처럼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일 게다.

 

  미생에 흐르는 또 하나의 기저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완전 노선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없이 낙하산으로 상사에 들어온 장그래가 한 사람의 몫을 해나갈 수 있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오과장과 김대리 덕분이다. 오과장 같은 사람은 윗사람 뿐 아니라 아랫사람에게도 껄끄러운 존재이다. 왜냐하면 사서 일을 벌이는 스타일이니깐. 그러나 김대리와 장그래는 오과장을 신뢰하고 그의 신조나 가치관을 존중한다. 심지어 장그래는 오과장을 멘토와 아버지처럼 여기며 그가 하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제 일처럼 한다. 장그래는 오과장을 통해서 회사는 단지 일만 하는 곳이 아니고, 일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한 듯하다. 장그래처럼 오과장을 만나느냐 아니면 고가점수만 챙겨 승진에만 목매는 상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나도 현장에서 수많은 만남을 통해 어떤 교육자가 되어야 하는지 깨달았다. 자신만의 안위를 벗어 던지고 좀더 좋은 교육 현장과 아이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던 선배들, 40년 넘게 교단에 서시며 터득하신 노하우와 삶의 보따리를 하나둘 풀어내 주시던 선배들,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던 후배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하였다. 나 밖에 보지 못했던 시야가 넓어졌고, 사회와 정치에도 관심이 생겼으며, 무엇보다 수퍼남매와 가르치는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엄마와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과장도, 장그래도, 나도 미생이다. 더구나 현실은 냉정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회사의 잘못된 관행이나 비리를 고발한 영업3팀은 영웅이 되기보다 천덕꾸러기가 되고만다. 현실도 그렇다. 미생의 마지막 부분은 오과장 같은 삶의 종국은 어떤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작가는 아무런 스펙 없는 장그래와 오과장의 종착지는 현실적으로 해피엔딩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독자로 하여금 근거 없는 희망을 가지게 만들지 않는다. 이윤말을 추구해야 하는 회사에서 오과장 같은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과장 같이 살기로 했다는 것은 승진과는 멀어진다는 의미이며, 속 시끄럽게 살겠다는 것이며, 적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며, 편안한 고속도로가 아닌 비포장도로를 천천히 걸어가겠다는 의미가 된다. 어떤 삶을 살지는 결국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생 길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 배우자, 친구, 교사, 선배, 후배, 책 속의 인물들.....그들을 통해 변화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결국 어떤 삶을 살지는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소수이긴 하지만 세상의 모든 오과장, 김대리, 장그래에게 지지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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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1-1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으로 페이퍼 쓰다왔는데, 쓸까말까 고민되네요. ^^;
정성스럽게 쓰신 글 잘읽었습니다.

수퍼남매맘 2014-11-12 07:24   좋아요 0 | URL
아휴~~ 부끄럽습니다. 정말 재밌고 감동 받아서 열심히 써 보긴했지만 필력이 약해서
느낀 것의 1/10도 표현을 못 했네요.
서니데이님의 페이퍼 기다립니다.
 
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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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은 한번도 없다. 심지어 학교 다닐 때도 그랬다. 나만 그럴까!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은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나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였고 언제부턴가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다. 가끔 글짓기 대회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일기, 글짓기를 어떻게 하라고 선생님한테 배운 기억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알라딘 서재에 둥지를 틀고 리뷰를 쓰면서부터 제대로 글쓰기 공부를 한 듯하다. 리뷰를 쓰다보니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잘 써서 저자가 된 분도 있고, 서평으로 유명한 분도 있어서 자극이 팍팍 되었다. 내가 작가가 될 사람도 아니고 그럴 재능도 없지만 이왕이면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글을 퇴고하면서, 남의 리뷰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잘 쓴 글의 특징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접속사 사용이었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에서는 거의 접속사가 없었다. 진짜 신기했다. 반면 내 글에서는 접속사가 한 문장 건너 나오곤 하였다. '아! 접속사를 사용하면 안 되는구나' 그걸 깨달았다. 처음에 접속사를 빼고 쓰려니 뭔가 허전하고 불완전해 보였다. 계속 연습하다보니 접속사를 빼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는 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접속사를 빼고도 말이 통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또 하나, 유명 작가의 특징은 문장을 길게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봐도 정말 간결하다. (아직 그 사람 소설은 안 읽어봤다.) 긴 문장을 읽다보면 요지가 무엇인지 혼동이 올 때가 있는데 간결한 문장은 머리에 쏙쏙 저장이 잘 된다.

 

  위 두 가지는 스스로 발견한 것이다. 접속사 사용 자제와 간결한 문장만 연습해도 한결 글이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문장이 모여 글이 되는 것이니 문장 연습이야말로 기초 체력 다지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좋은 문장을 만들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은 <고종석의 문장>에 세세히 나와 있으니 이 책을 스승 삼아 공부하면 좋을 듯하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물론 실전은 이제부터이지만 서도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연습 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다고 본다. 고종석 씨의 말이 큰 위로가 된다. 다른 예체능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야 하는 것임을 순간순간 느끼는데 글쓰기 만큼은 그렇지 않단다. 글쓰기는 다른 분야보다 재능을 덜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재능보다는 노력이 요구되는 게 글쓰기라는 말에 용기가 생긴다. 노력하는 만큼 좋은 문장과 좋은 글을 쓸 수 있단다.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보면 -100%아니지만-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글도 잘 쓴다. 이 점은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글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말이 첫문장과 끝문장을 가장 신경 써서 특징 있게 쓰란다. 첫문장이 가장 인상적으로 와닿았던 소설이 있다. 바로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이다.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이 첫문장을 읽고나서 정말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후 책을 볼 때마다 첫문장이 무엇일까 눈여겨 보는 습관이 생겼다. 첫문장이 중요하다는 말에 완전 공감한다. 첫문장은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는 도화선 구실을 한다. 반면 끝문장은 감동과 여운을 느끼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인 작품은 떠오르지 않는다. 앞으로는 책을 덮기 전에 끝문장도 유심히 봐야겠다.  지금 끝문장을 어떻게 쓸까 무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첫문장도 어렵지만 끝문장이 더 어려운 듯하다. 이것도 연습하면 나아지겠지?

 

문장에서 쓰지 말아야 할 것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1. "~~적" 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 (개인적 취향 보다는 개인 취향)

2. 같은 조사가 반복되는 것을 피하자. (~의 ~의 )

3. "~~ 하는 이유는 ~~ 하기 때문이다" 도 피하도록 하자.

4.  "~~함으로써" 보다는 "~~해서"로 바꾸도록 하자.

5. 복수 의미의 " ~들"이라는 말도 가급적 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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