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부모가 참부모

김구천구백이 ㅣ 파랑새 사과문고 61
송언 지음, 최정인 그림 / 파랑새 / 2007년 7월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도 아니고?  이름이 김구천구백 이라니? 이게 무슨 사연인가 싶다. 오늘 나를 힘들게 했던 최대 강적 아무개는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절망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최대 강적이 나온다. 선생님과 하루가 아니라 몇 달 동안 줄다리기를 한 그 아이 김구천구백이의 이야기는 웃기기도 하지만 울 반에 그런 아이가, 그런 학부모가 계시다면 정말 끔찍하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나라면 정말 폭발했을 법한데 건하의 선생님은 예수님, 부처님처럼 정말 잘 참고, 오래 기다리신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으신다.

브라보 김건하가 김구천구백이 된 사연은 이렇다. 

친구의 돈으로 비드맨이란 장난감을 산 건하는 그만 그 사실이 선생님에게 들켜 버려 다른 친구들은 돈 주인에게 모두 칠천원을 갚았지만 혼자서 갚지 않았다.  선생님은 건하에게 엄마에게 말씀 드려 돈을 가져오라고 하지만 매일 돈돈돈하는 엄마에게 친구에게 꾼 돈으로 비드맨이라는 값나가는 장난감을 샀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건하는 계속해서 돈을 갚지 않고 하루하루가 지난다. 선생님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건하를 회유하기도 하고고, 윽박지르기고 해 보지만 건하는 절대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버틴다. 드디어 선생님은 김건하의 이름 대신 칠천원을 붙여서 김칠천이라고 명명하고 하루하루 돈을 안 가져올 때마다 이자가 백원씩 붙여서 김칠천백, 김칠천이백, 김칠천삼백 이렇게 부르기로 한다.  

이 정도 되면 부모님께 이실직고해야 하는데 건하는 진짜 강적이다. 제목처럼 김구천구백이 될 때까지 건하는 돈을 가져 오지 않는다. 정말 고래 심줄 보다 질긴 녀석이다. 오히려 돈 안갚은 녀석이 선생님에게 자기를 괴롭힌다며 따지고 든다. 맹랑한 녀석 같으니라구....선생님은 마지막 경고로 김 만이 되는 날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던지, 아님 전학을 가야한다고 하신다. 이제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김구천구백이 될 때까지 선생님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건하를 설득한다. 포기하지도 않으신다.   짠순이 건하엄마는 휴대폰비가 아까워 전화도 받지 않아 연락할 수도 없고, 건하에게 메모를 적어서 엄마 화장대에 붙여 보라고도 하지만 엄마는 선생님께 전화도 안 한다. 오히려< 급한 사람이 전화하겠지?> 이런 식이다.  건하가 불쌍하다. 건하는 콧수염 나고 사람 좋은 선생님보다 돈만 밝히는 엄마가 더 무섭기에 진실을 지금껏 말할 수 없었던 거다. 그런 엄마를 가진 건하가 정말 불쌍하다. 하다 못해 그 엄마는 아빠가 불고기집에서 아이들에게 주려던 용돈까지 빼앗는 정말 몰인정한 엄마이다.  그렇게 바득바득 벌어서 뭐하시려는 걸까 ? 아들 건하의 마음은 매일이 가시방석이고 타들어 가고 있는데.....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을까? 건하의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돈이 최고라지만 너무 한다. 선생님에 대한 예의도 찾아볼 수가 없다.

건하의 잘못은 처음 철 모르고 친구의 돈으로 비드맨을 산 것일뿐 그 다음은 바로 건하 부모님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건하가 자신의 잘못을 진실되게 이야기할 기회조차 박탈한 돈 밖에 모르는 엄마, 다정다감하고 잘 놀아주시지만 바빠서 얼굴 조차 보기 힘든 아빠 때문에 건하는 김 칠천이 김 구천구백이 될 때까지 안해도 될 마음 고생을 한 것이다. 선생님은 어떤가! 남의 돈을 갚지 않은 아이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게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줄 의무가 교사로서 있는데 학부모는 전화를 해도 받질 않지, 메모를 남겨도 전화를 하지도 않지, 아이는 몇 달 동안 돈을 갚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자기를 괴롭힌다고 억지를 부리지.....  선생님은 그 지리한 줄다리기가 얼마나 지겹고 힘들었을까 이해가 된다. 또 중간에서 건하의 심정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싶기도 하다. 말썽쟁이이긴 하지만 저도 갚아야 한다는 것은 알터인데 엄마에게 말할 수 없으니.....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지 낳아서 , 먹이고, 입히고, 재워 주는 것만은 아닐 터이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그게 좋은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

건하의 엄마를 보면서 아이가 의논하지도 못할 정도로 무서운 부모는 안 되어야지 다짐해 본다. 설령 아이가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부모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와 전혀 소통하지 않는 부모는 참부모라고 할 수 없다. 

건하야, 그동안 마음 고생 많았다. 이제 너의 이름을 되돌려 주마! 브라보 김 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