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쓰려고 보니
요며칠 계속 퇴근 후 저녁시간에 아빠는 부재중이였군요
처음 금붕어를 키우며 실패한 경험때문인지
한동안 다시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이사를 계기로 다시 어항에 물을 채웠다.
과거의 실패에 견주어, 꽤 커다른 여과기도 들여놓었건만
별 소용이 없는지 집에 있는 어항물이 어느날부터 흐릿해지고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원인은 어항에 넣어둔 큰 소라껍질에 남아있는 창자가
썩어가며 내뿜는 오염물질임이 밝혀졌지만,
여하튼
원인규명이 되기 전 어느날
연두부는 어항물 정화를 위한 무슨무슨 여과액(정화액?)
한병을 다 들이붓두만
담날 퇴근 후 돌아오보니
금붕어 5마리 중 1마리만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나머지 4마리가 둥둥 떠올랐다.
난 정체모를 그 여과액이 치명타였다 주장하고,
연두부는 근본적인 문제(소라속의 썩은 창자)로
언젠가는 이런 사태가 왔을 것이며,
다행히 이걸 계기로(금붕어의 떼죽음) 어항 속 오염의 원인 파악이 앞당겨 졌으므로 오히려 다행임을 강조한다.
여하튼
일련의 과정에서 어항을 청소하고 다시 채우고하며
연두부는 꽤 고생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연두는 보지 못했다.
아빠의 늦은 귀가에 따라 연두가 잠든 후에나
이루어졌으므로...
여하튼
연두와 나의 대화 중
연두가 '숫자'가 영어로 뭐냐고 묻는다.
(나) 1234? (자신있게) 원.투.쓰리.포오!!
연두 : 아니, '숫자'를 영어로 뭐라고 하냐고?
(나) 몰라 ㅜㅜ; , 우리 아빠 오면 물어보자~~!
아빠는 알고 있을거야!!
연두: 구래
이떄를 놓치지 않고
(나) : 연두야, 그러고보면 아빠는 우리집에서 참 중요한 사람이야!
그치? 모르는 걸 아빠한테 물어보면 아빠가 다 알려주잖아..
연두 : 나는??
(나) 물론 연두가 젤 중요하지~ 연두가 우리 가족의 존재이유..
어쩌구 저쩌구..
뭐든 다 지가 최고란다. 쳇..
연두 : 엄마, 그러면 우리집에서는 내가 젤 중요한 사람이고,
그담에 엄마! 그럼 아빠가 젤 안중요한 사람이네.
(나) @@ 아니 왜?
연두 : 아빠는 우리 집에서 일도 안하고, 밥도 안하고,
암것도 안하잖아...
헉!!
사실 연두부는 나름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여 연두부의 외조가 없었다면
학교도 논문도 불가능했을 것.
'효율적인' 가사분담에 대한 참여율도 높은 편이며,
스스로 가장으로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권위와 기득권에 대해
견제하며 나름 고민하는 기특한 구석이 많기도 하다. ㅋ
그러므로 연두의 반응을 전해들은 연두부는
무척이나 섭섭하고 억울해했다.
요며칠 어항청소하며 고생한 기억까지 더듬으며..
(나) 연두가 보기에는 엄마가 아빠보다 물리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것으로 뵈니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
연두부 : 그건 맞지 모....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연두부,
나름 노력하고 있는 연두부,
더 분발하시라..... ㅎㅎ
아이들의 눈은 이렇게 정확하다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