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ed to tell him that I loved him.
p37 문제를 머리에 넣은 다음 "백지"와 마주하는것
발이 뜨거운 어릴 적엔 발로 세상을 읽고, 가슴이 뜨거운 젊은 날엔 가슴으로 사람을 읽고, 머리로 기운이 오르는 중년 이후엔 머리로 책을 읽는 것이 생애리듬에 따른 공부법이니, 순리에 맞게 배우고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다. 글씨 쓰기를 처음 배우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좀 모자란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곧 오르손을 쓸 때와는 다른 리듬감이 생기면서 속도가 붙었다. 쓰는 일에만 집중하니 마음도 점차 비워지는 것 같았다. 이상한 경험이었다. 전화번호 뒷자리나 비밀번호 같은 숫자를 한참 쓰다보니 머리가 맑아졌다. 그다음 날부터 <추격자>를 찍고 호텔로 돌아오면 왼손으로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왼손 낙서를 할 때만큼은 낯선 느낌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나는 지영민도 하정우도 아닐 수 있었다. 그 낯선 느낌이 내게 자유를 준 것이다.자신이 서 있는 지점을 알면 꿈도 더 선명해지는 걸까....내 그림의 길은 더 선명하고 뚜렷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