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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과학 - 맛이라는 세계의 경이로움을 파헤치다!
밥 홈즈 지음, 원광우 옮김, 정재훈 감수 / 처음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맛 표현을 제대로 하기가 힘든 이유가 있었다. 사람마다 맛 수용체도 다르고 경험도 다르기 때문이겠거니 했지만
맛은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인간을 하나의 종족으로 묶는 데 한 몫을 한 맛감각, 모두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도 모르는 맛의 세계에 흠뻑 빠지게 되는 책이다.
인간은 약초와 양념 같은 향이 강한 재료를 이용해 음식에 간을 하는 유일한 종족인데,
양념의 맛이 진화의 근원이 되었다. 마늘, 양파, 오레가노와 같은 많은 허브들이 항박테리아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태국 음식의 마늘과 후추, 인도의 생강과 고수, 멕시코의 칠리고추는 강한 양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박테리아로 인한 오염이 문제가 되는 더운 기후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반면 스칸디나비아나 북유럽 음식은 시원한 기후라서 대부분 약한 양념을 사용한다.
양념의 전파와 인간의 맛은 모두 삶과 죽음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열, 캡사이신, 후추, 생강, 마늘, 양파, 계피를 포함한 다양한 매운 음식에 반응하는 TRPV1 수용체 외에도
다른 체지각을 전해주는 많은 TRP 수용체가 최근 발견되었다.
그 중 와사비수용체라 불리는 TRPA1은 와사비, 서양고추냉이, 겨자로부터 불의 감각을 느끼게 하는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의 목넘김에도 관여함이 밝혀졌다니 신기했다.
좋은 오일은 화끈거리는 느낌을 줘 목구멍의 이물감과 기침의 원인이 되는데,
올리브오일이 TRPA1 수용체를 어느 정도 자극했기 때문이었다니 신기했다.
그리고 TRPA1이 방울뱀이 어두운 밤에 먹이를 찾을 때 사용하는 열 수용체이기도 하다니,
역시 매운 맛은 열나는 맛이 분명한 것 같다.
냄새와 맛이 문화권에 따라 다른 형태로 합쳐진다는 것도 신기했다.
대개 아시아인들에게는 캐러멜 향이 단맛을 상승시키지 않는다.
서양인이 사탕에서 주로 캐러멜 향과 접하지만 아시아인은 요리에서 자주 접하기 때문이란다.
마찬가지로 아몬드를 패스트리에서 자주 접하는 서양인들은 아몬드 향에서 단맛을 상승시키나
일본인들에게 아몬드 향은 우마미를 상승시킨다. 일본인들에게 아몬드는 맛있는 절임의 일반적인 재료이기 때문이다.
냄새와 입맛이 합쳐져 익숙한 맛이 되도록 우리는 학습해왔다.
입맛을 보는 동안 감지되는 후각, 미각, 3차 신경감각의 복잡한 조합 그 이상이어서 놀라울 지경이었다.
많은 맛이 기본 맛과 물리적, 화학적으로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맛의 균형을 완벽하게 균형잡아 맛을 구축한 후
음식에 반영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연구하는 식품 향료 조향사의 세계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게 되어서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