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너스에이드
치넨 미키토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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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포스트 히가시노 게이고라 칭해지는 현직 내과 전문의 치넨 미키토의 논스톱 의료 서스펜스이다.

역시 믿고 보는 작가답게 휘몰아치는 전개와 현장감 있는 의료 현장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으로 인해 심각한 PTSD에 시달리는 미오는 신입 간호조무사이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고 아무 자격도 없는 주제에 의료 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잡역부라는

모욕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환자의 상태를 간호사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잡무는 반드시 필요하니

의료 현장에서 상하관계 없이 의사도,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동등하다는 선배의 가르침에 따라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일의 프로, 간호사는 의사를 서포트하는 일의 프로,

간호조무사는 환자에게 다가가는 프로라는 자부심으로 환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게 된다.

실제 환자와 보내는 시간은 의사나 간호사보다 더 길기 때문에 환자는 간호조무사에게 마음을 열고

의사나 간호사에게 할 수 없는 상담도 하고 고민도 털어놓기도 하니, 환자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의료종사자라는 데 자부심을 가지면서 말이다. 하지만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고 잡무를 처리할 뿐이고

의료에 까막눈이라 취급당해 간호조무사의 의견 따위는 무시당하는 게 다반사이지만,

미오는 환자를 위험한 상태에 놓이게 하는 진단을 두고 차마 볼 수가 없다.

간호조무사의 헛소리 따위를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며 수술실에서 끌려나가는데

병원 에이스 천재 외과의사 류자키가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준다.

감정 없이 깊은 지식과 갈고닦은 기술과 데이터에 근거한 판단을 내리는 류자키는

환자와 긴 시간을 함께하고 친밀한 관계를 구축한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고 한다면

그건 귀를 기울여야 할 데이터라며 말이다. 덕분에 환자의 상태를 보고하는 미오의 의학 지식이 예사롭지 않다.

병원 안의 계급제 따위에 관심이 없는 천재 외과의사 류자키와 간호조무사 미오,

둘 다 뭔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이 환상의 콤비가 될 것 같았다.

미오는 히가미 교수와의 인연으로 통합외과에서 근무할 예정이었지만,

언니의 목숨을 앗아 버렸다는 죄책감에 주사라도 놓으려 들면 언니의 모습이 플래시백 되어 공황발작이 일어나

의료 행위를 하지 않고 환자 곁에 다가갈 수 있는 간호조무사가 되었다.

인품 좋고 환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사랑받는 의사였던 어머니의 주치의가 검진을 게을리하고

적당한 진단을 내려서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자, 아무리 자상하게 환자를 생각한다 해도

기술이 없는 의사는 환자를 죽인다는 것을 알게 된 류자키는 자신은 그 주치의와 반대로

어디까지나 기술만을 갈고닦아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되기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병원에서

어떤 환자들을 만나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화제의 OTT 드라마로 제작되기에 그야말로 좋은 소재였다.

거기에 미오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언니의 자살이 사실은 타살이었고,

거대 병원 시스템과 첨단의학 연구와 관계가 있으니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딸을 보육원에 버리고 나 몰라라 했던 엄마가 신흥종교에 빠져 수술해서 매에 구멍을 내면

오로라가 빠져나가 텅 빈 그릇같이 무의미한 고깃덩어리로 전락할 뿐이라고 충수 절제 수술을

거부하는 장면은 정말 화가 났다. 충수가 터지고 수술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전혀 상관없다며 뱃속의 오로라 정령이 사라져 버리게 하면 안 된다고,

말도 안 되는 자신의 신암심을 지키기 위해 이미 버린 딸의 치료에 동의하지 않다니

진짜 사이비 종교에 미친 사람들은 모성도 이성도 다 마비되는 것 같아 끔찍했다.

수술하지 않으면 아이가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동의가 필요하고,

설득해야 하는 현실이 참 답답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한 적절한 의료 행위일지라도 환자 또는 그 대리인이

거절한 처치를 하게 되면 범죄가 되기 때문에 아동상담소에 연락해서 친권 정지 재판을 청구하고

법원의 결정 내용 통지서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충수는 터지고 만다.

다행히 아동의 생명 신체의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 신청이 있기는 해도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법률에 근거한 대응을 하기 위해 희생되는 아이가 많이 있었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

물론 류자키 같은 특별한 천재의사는 의사 면허를 잃는 것보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아이를 잃는 것을

방지하는 사람이지만, 현실에 류자키 같은 의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 싶어 씁쓸해지는 장면이기도 했다.

신흥종교에 빠진 아이를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구하는 과정에서

미오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메스를 들 수 있게 되고 의사 면허를 잃게 된 류자키는 일본을 떠난다.

하지만 히가미 교수가 굳이 류자키에게 수술받으며 미오에게 언니를 죽였다며 용서를 구하고,

언니가 알아냈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난다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고 고백했던 말에

숨겨진 언니가 목숨과 바꾸었던 비밀을

방식은 다르지만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목표가 동일한 두 사람이

언제 어떻게 만나 해결해나가질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의료 서스펜스였다.



#이웃집너스에이드 #장편소설 #OTT드라마 #의료서스펜스 #치넨미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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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의 이름들 - 법 테두리 바깥의 정의를 찾아서
서혜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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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람을 돕고 사람의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을 다루는 일을 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에서

인권을 분리할 수 있다는 오해를 낳는 '인권 변호사'라는 호칭을 싫어하는

서혜진 변호사는 사회적 발언권이 약한 젠더 폭력 피해자들,

성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건을 다수 맡아오며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공론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법률이 강압적 통제와 폭력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피해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 안타까웠고, 피해자의 모습에 대한 편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된다는 것은 일생에 있어 너무나 큰 사건이다.

피해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 또한 피해 그 자체보다 더 힘든 일이다.

혼자가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들과 사회의 국가 시스템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간신히 회복이 가능한데, 피해자를 정형화된 틀에 가두어 버리는 것은

피해자의 상처를 더 곪게 만든다.

합성된 음란물 유포는 성범죄로 취급되지 않아 가볍게 처벌됐됐다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실제로 찍힌 사진이 유포된 게 아니라 합성된 게 얼마나 다행이냐는 위로를 하는 사회라니,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거나, 합성 사진 옆에 명예훼손성 또는 모욕성 글이 올라와

처벌 가능한 죄명이 생기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현실은

피해자를 고통 속에서 헤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

합성 여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기술이 정교해지는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법이 진짜 피해에 한걸음 더 다가서서 반포의 목적이 없어도 편집, 합성뿐만 아니라

소지, 구입, 저장, 시청한 것 모두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니 다행이었다.

어제 뭘 먹었는지 떠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매일 숨 쉬듯이 반복되고 지속된 피해는

하나하나 떠올리고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무척 어렵다.

피해자가 멍청해서도, 말하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피해가 너무 오래, 너무 깊게,

너무 일상적으로 스며들어서 입증하기가 어렵다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친족 성폭력 범죄는 특히 피해자가 인생의 선택권을 갖기도 전에 그 가능성을 송두리째 잃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데 그런 범죄에 공소 시효가 있다니 정말 납득할 수가 없었다.

"시간의 경과로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약화되고, 피고인이 장기간 도피 생활을 하며 겪는

정신적 고통, 증거의 산일로 인해 공정한 재판이 어려워지는 점 등을 고려하여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한 제도"가 공소 시효가 존재하는 이유라니

아무리 읽어봐도 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지 모르겠다.

피해자의 인권이 아니라 가해자의 인권이 왜 보호받아야 하는지 진짜 해괴망측한 법이다.

그리고 가해자가 죽으면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현실도 괴이하다.

가해자의 죽음은 형사 절차를 종결짓지만, 피해자는 가해자가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보이지 않는 형벌을 받게 된다니

진짜 양심 없는 가해자는 죽음으로 끝까지 가해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혀 절단 사건은 여든을 바라보는 최말자가 재심 청구 당시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지금도 틀렸지만, 그때도 틀렸다." 가 맞다.

2021년 재심 청구가 "사회문화적 환경이 달라졌다고 하여 사건을 뒤집을 수 없다"라고

기각되었다니, 지금이 21세기가 맞나 경악스러웠다. 다행히 준항고한지 3년 10개월이 지나

2024년 12월 대법원이 파기 환송하고 2025년 2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우리 사회에 현재 진행 중인 범죄가 너무 많아서 19살 소녀가 할머니가 되어서까지

제대로 된 사과도 받기가 이렇게나 어려운 것인지 너무 씁쓸했다.

성적 수치심이란 말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성범죄가 더 이상 여성의 정조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로

이해해야 하기에 부끄럽거나 창피한 일이 아니고 명백한 권리 침해이자 범죄라는 말에

성적 수치심이 너무나 오랫동안 강요된 피해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치스럽고 부끄럽고 창피해야 할 필요가 없기에 모든 법률에서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이 사라져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누군가는 화가 나고, 누군가는 짜증이 나고, 누군가는 두렵고 피해자 100명이면 100 그 감정이 다 다르다.

피해자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범죄가 남긴 고유한 흔적으로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야 한다.

수많은 피해자의 죽음과 피로 만들어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책이었다.

#법정밖의이름들 #서혜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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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 에리히 프롬편 세계철학전집 4
에리히 프롬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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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라 배우지 않으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철학을 알게 되면, 책임과 존중이 무엇인지,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더 행복한 일인지,

사랑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배우게 된다.

소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남들보다 더 많이 가졌는가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충족되었어도

옆 사람이 더 좋은 것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결핍을 느끼게 된다.

바로 비교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필요한 것이 아니라 비교하고

자신을 견주다 보니 더 많이 가지려고 집착하게 된다.

타인과의 비교에서 나오는 소유욕은 반작용을 얻게 되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가지려 했던 것이 오히려 더 결핍을 만들어내게 되고

그 결핍이 불행을 가져오게 되어 소유의 노예로 전락해

가질 수 없는 것을 꿈꾸게 된다.

"존재하는 사람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다."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겨두고 싶다.

과거에 사로잡혀 지나간 실패를 되풀이하며 자책하고

현재의 가능성을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되었다.

과거는 교훈을 주지만 그것에 매몰되면 성장은 멈춘다.

존재하는 사람은 과거를 받아들이되 현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성공은 새로운 도전의 발판으로 삼기에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겁이 없다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할 때

미래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마주한 일, 오늘 만나는 사람, 느끼는 감정에 반응하며,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삶을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더 의미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하니, 점점 겁이 많아지는 것이

과거에 사로잡혀 진정으로 현재를 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존재의 삶을 사는 사랑은 사랑도 잘할 수밖에 없다.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능력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행복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내가 자신을 사랑할 수 없다면 나는 누구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음은

사랑의 진리이다. 자신에 대한 불신은 사랑을 왜곡시킨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타인의 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타인의 결점과 상처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없다.

나를 비난하기보다 인정해 주고, 실수했을 때 스스로를 다독이는 태도가

사랑을 품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면 타인의 인정이나 관심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인생의 주도권을 타인이 아닌 내가 쥐고 있어야 나를 이해하고 나아가 타인을 보듬어 줄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존재를 있는 그래도 받아들이고

나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조금 못나고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인정하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자존감을 지닌 사람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 주는 사람과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 속에서 존재하게 된다.

성숙한 사랑은 보살핌, 책임, 존중, 지식 4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보살핌은 단순한 친절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꽃을 사랑한다면서 물을 주지 않는다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책임은 타인의 필요에 자발적으로 반응할 줄 아는 능력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문제가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내 문제처럼 여기고 함께 짊어지는 자세이다.

존중은 상대방을 나의 기대에 맞게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존중 없는 책임은 지배와 소유로 변질된다.

지식은 사랑하는 대상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상대를 깊이 알고자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한다가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필요하다는 성숙한 사랑을 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외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능력을 잃어갈 때 외로워지는 것이라는 것임을

세상에 쉬운 사랑은 없고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니

꾸준히 노력하고 실천해야 함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에리히프롬 #세계철학전집 #사랑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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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떨어진 동산에서 호미와 괭이를 들자 -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에 남은 보통 사람들의 독립운동
이동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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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독립운동가 40인의

작지만 결연한 독립운동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관순의 사진의 출처는 일제 시기에 제작된 6000여 장의 카드 뭉치이다.

수형자, 수배자, 감시 대상자의 정보가 인물 사진과 함께 담긴 한 뺨 크기의

일제감시대상인물카드는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와 저자로 하여금

이름 없는 영웅들의 독립운동을 추정해 보게 한 것 같다.

6264장에서 여러 장 제작된 인물들도 있어 인물 수는 4837명으로 집계되는데

단순범 18명을 제외한 모두가 독립운동 관련자이다. 그중에서

판결문이나 수사기록, 신문 기사 등의 자료 여부를 살펴

인물과 관계된 사건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되 되도록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조선총독부의 손길이 직접 미치는 국내에서 발생한 독립운동과 관계있는 인물을

40명 엄선해서 연도마다 최소 1명 이상씩 배치하여 독립운동의 연속성이 보일 수 있게

집필한 책이다. 제 몸 먹고살기에도 빠듯한 평범한 사람들이 무엇에 분노하고,

어떻게 독립운동으로 분노를 표출했는지를 보여주며

작지만 결연한 독립운동의 모습을 알려주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재미있게 봤는데, 의병들의 빛바랜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를 펼쳐낸 작가의 상상력과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 했을 의병들의 삶에

가슴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오버랩되며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농민 이시종이 지하신문을 들고 독립을 외치다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살았던 걸로 보아

대한 제국을 둘러싼 국제 사건과 조약, 제1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 과정 등의 사실을 논거로 들어

우리의 외침이 얼마나 정당한지 강조한 신문이 지식인의 산물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시골일지라도 사람들이 그냥 몰려다니며 만세를 불렀던 게 아니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국제 상황을 인식하고 만세 시위를 벌였던 것 같다.

공주 보통학교 6학년생이던 이도원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 관련

일본사를 읽고 분을 차미 못해 일본 제국 천황과 황후의 사진이 있는 페이지를

붉은색 연필로 원래 뭐가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벅벅 색칠했다.

어린 학생이 화난 마음에 사진에 색연필 칠한 것을 불경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하는 세상이니, 기록되지 않은 억울하고 분한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가늠할 수가 없었다.

,

1940년 3월 기준, 경성에 거주하는 조선인 관료의 평균 월급이 60원 정도로 연봉이 약 720원이었으니

공장 노동자 정재철의 월급은 그에 한참 못 미쳤을 것이다. 그런 정재철이 독립자금을 꼬박꼬박

윤석균에게 건넸는데, 자신의 연봉과도 맞먹는 총 520원이었다.

윤석균이 사기꾼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저 조선의 독립을 갈구했을 뿐인데

사기꾼에게 피해를 입은 것이다. 정재철 말고도 피해자는 더 있었는데 단순 사기 사건으로 처리되지 않고

돈을 넘긴 사유가 매우 불순하다며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이 언도되었다.

주부 현금렬은 조선의 일이 아니고 보람 없는 일본의 일이니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불평하며

게다 신고 근로보국에 나섰다 옥고를 치렀다.

식료 잡화상점 점원으로 취직한 17세 이삼철은 일제 정규 교육 과정을 밟지 못해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아

주문 접수하면서 일본어와 조선어를 혼용해서 사용해 불온한 언동이라 질책당하자

조선인이 조선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찌 나쁜가 대꾸해 보안법 위반이 선고되었다.

조선인이 조선말하는 것조차 불온하고 위법인 시대에 분노하고 소리 낸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름 없는 영웅들 덕분에 자유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게 되는 책이었다.


#광복80주년기념 #무명독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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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학창 시절 만화를 잘 그리는 친구들을 보며, 예술적 재능을 타고나야 되는 거구나

라고 부러워하기만 했는데 나도 끄적끄적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하게 만화를 그려보고 싶다는 완전 왕초보자가 도전하는데

완전 기초 과정 스케치가 공개되어 있어 어떻게 타원이 얼굴이 되어가는지

그 과정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유튜브 검색해도 찾을 수는 있지만,

필요한 부분을 계속 돌려보는 것보다 왕초보에게는 필요한 부분의 과정 샷을

한 눈에 파악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전통적인 데생은 리얼을 추구하지만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는

리얼이 아니라 '리얼처럼 보이는' 연출과 그림이 요구된다.

즉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거짓을 진짜처럼 그리는 기술, 사실은 거짓인데 진짜처럼 보이게 그리는 기술이 필요하기에

디지털 태블릿을 통한 제작이 주류가 된 지금도 작화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변함이 없기에

2005년 초판이 나온 이후 20년 만에 2025년 다시 발행된 것이다.

만화 데생은 다양한 지식과 두상 비율 같은 회화상의 기본 기술을 구사하므로

그냥 그림 그리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하나의 예술이 된다.

만화가의 스케치북을 통해 캐릭터 제작 연습, 캐릭터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스타일의 이미지를 잡고,

포즈 연습하는 법, 드로잉 과정이 있어서 목적을 가지고 가볍게 즐기는 낙서가 실력이 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어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남성과 여성의 서 있는 포즈의 차이점, 신체 비율과 근육 파악, 동그라미+엑스로 얼굴의 기준선 잡기 등

을 통해 실제보다 단순화되거나 과장된 형태로 표현해서 재구성하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만화 데생이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그저 일반적인 그림 그리는 능력일 뿐이니

일다 타원형 얼굴 틀과 십자선 구조로 얼굴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가르침대로

끄적끄적이다 보니 나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취미 활동으로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코, 귀 등 얼굴의 각 요소와 얼굴형을 살짝씩 수정해서 현실에 가까운 타입,

살짝 단순화된 타입, 많이 단순화된 타입,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타입으로 짠~ 변하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드로잉 연습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약간의 기본기와 금손이라면 이 책을 완독하면 완전 수준 업그레이드될 것 같고,

왕초보에 똥손이라도 자신감을 갖고 소소한 취미 활동에 심취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한 드로잉 연습 과정이 포함되어 있어 유익했다.

#슈퍼만화드로잉 #만화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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