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표지가 맘에 들지 않아 처음엔 그냥 넘겨버렸던 책이다. 우연찮게 책 소개 글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묘하게 마음이 잡아 끌렸다. 소개 페이지에 걸려있는 동영상도 매력적이었다. 표지도 그렇고 스타일도 그렇고 국내 소설이라기보단 외국 소설 번역본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서사성이 강한 국내 소설은 근래엔 보지 못한 것 같아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2. 일본 서적을 읽어본지 꽤 오래 됐다. 일본문학 특유의 둥실거리는 솜털같은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여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는데, 한동안 국내 본격문학만 접하다보니 조금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나보다. 일본 문학을 읽으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의 이력이었다. '호러서스펜스대상', '특별상일본추리작가협회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작가 랭킹 1위 등등. 일본은 장르와 순문학의 경계가 없구나, 하는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3. 편혜영은 단편집 '사육장 쪽으로'로 처음 접했다. 개성이 강한 문장스타일과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일상을 공포스럽게 만들어버리는 힘이 그녀에겐 있었는데, 그런 필치가 이번 단편집 어떤 방식으로 녹아들어 있을지 많은 기대가 된다.











4. 천운영 작가의 글은 단편집 '바늘'로 밖에 접해보지 못했다. 그것도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천운영 작가의 글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엔 작가가 소재를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성실했던 것 같다. 상상으로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뭐든지 직접 해보고 나서야 쓰는 작가. 이 작가의 장편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읽어보고 싶다.









5. 엄청 고민했던 마지막 한 권이다. 구병모라는 작가는 '위자드 베이커리'의 흥행으로 익히 알고는 있었는데, 이상하게 읽고 싶은 작가는 아니었다. 청소년 문학이라 그랬던 것일까. '완득이'를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경험에서는, 딱히 그것 때문은 아닐 것 같다. 여튼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기분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설레는 것이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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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난 세계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해괴하게도 읽히지 않는 문장 때문이다. 읽히지 않다보니 대단히 몸에 좋은 소설이라해도 한약처럼 목에 걸린다. 급하게 삼키다보면 역한 냄새 때문에 토악질이 올라오는 느낌마저 든다. 때문에 언제부턴가 세계문학은 거의 손놓다시피 했다. 그래도 좋다좋다 이야기가 올라오는 소설은, ‘이건 좀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흔들리게 되는데. 그건 순전히 내 얇은 귀 탓이리라.

이언 매큐언의 ‘속죄’를 읽기로 마음 먹은 것은 주변 사람들의 찬사 때문이었다.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기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차라리 폴 오스터였으면, 아니 차라리 토마스 만이었으면. ‘그 사람 소설은 전에 읽어 봤는데. 지루해’라면서 무심한척 흘리고 넘어갈 수 있었을텐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줏대는 강아지풀처럼 흔들렸다.

차마 재밌게 읽었다곤 말하지 못하겠다. 장황하게까지 느껴지는 배경묘사는 조금 지루했고, 사건의 발단에 책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하는 작가의 여유는 부담스러웠다. 첫 문장부터 독자를 잡아끌어 끝까지 붙들고 간다는 책 뒤의 서평은, 적어도 나에겐 의미가 없었다. 다만 작가가 자신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에 얼마만큼의 효과를 노리고 어떤 장치를 사용했느냐에 대한 문제는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있겠다.

이 소설은 오해에 대한 이야기이다. 드라마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는 대부분의 원인은 오해이기에 사실 이것은 흔한 소재다. 하지만 소설은, 한 순간의 오해가 얼마만큼 비극적인 결과를 불러낼 수 있는지 그려내고 있다. 오해는 등장인물의 심리에 근거한다. 심리를 묘사한다는 것은 대단한 공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 작가의 노련한 손놀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언 매큐언은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오해와, 오해의 중첩으로 인한 한 연인의 인생 파탄을 그리기 위해서 작가는 최대한 등장인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3인칭 시점이지만 작가는 등장인물의 세밀한 내면까지 묘사하려 노력하고 있다. 주어만 그와 그녀로 지칭할 따름이지 거의 1인칭과 다름 없는 미시적인 접근법으로, 작가는 등장인물의 사고전개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해 내었다.

소설은 네 부로 나뉜다. 1부는 한 소녀의 오해로 빚어지는 여름날의 비극에 대해 그리고 있고, 2부는 그 오해로 인해 엇갈리고 고통받게 되는 연인의 모습을 다룬다. 3부는 과거의 죄를 씻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를 보여준다. 마지막에선 나이가 들어버린 소녀가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데, 소설의 끝에 이르러서야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이 소설이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있었음이 드러난다. 그 수법은 지독하리만큼 치밀하다. 단순히 이야기 전개에 따라 글을 펼쳐나간 것이 아니라, 완벽한 계산 속에서 상황을 배치해내었다는 사실이 여실없이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상황에 대응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상세히 묘사되어 단숨에 읽어내려가기는 버거웠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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