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개학을 하고 아이의 운동량이 급증하자 한동안 사라졌던 두드러기가 간간히 올라온다. 마음이 철렁하여 한약을 한재 더 먹여야하나 고민하기도 하지만 일단 그냥 지켜보기로 한다. 밖에서 신 나게 놀던 아이는 자면서 때때로 피곤해했고 그러다보니 잠은 엄마나 저나 누우면 쓰러져 잤을 뿐 책 읽을 체력이 남지 않았었다.

 

그러다 9월 아이가 좋아하는 기차책을 한 권 샀는데 읽어주다보니 길어도 너~~무 길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잠들기 전에 읽어주기엔 참 좋아 주로 잠자리에서 읽어주고 있다.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는 객차와, 화물차, 탄수차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게 못마땅해 그것들을 다 버리고 혼자 빠르게 달리며 주목받으려고 하는 철없는 기관차이다. 다소 주제가 여섯 살 아들에겐 좀 무거운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매 장마다 펼쳐지는 기차의 모양, 치치가 벌여놓은 사고의 현장들이 익살맞게 그려진 점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치치를 찾기 위해 애쓰는 점이 아이에게는 편안함을 주는 듯 보였다. 말괄량이가 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치치를 찾기 위해 애쓰는 아저씨들의 이름을 알아두려고 한다. 책을 읽을 때 9월에 책을 사고 선물로 받은 북램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한 번은 아이와 그림을 보면서 읽고, 한 번은 나만 보면서 아이는 눈 감고 듣기만 할 수 있어 좋다. 함께 사는 친정 엄마가 탐을 내는 아이템이다. 엄마 때문에 책을 더 사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냥 램프만 하나 더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가 내가 물었었다.

- 이 책 그림이 어떤 책 그림하고 비슷한 것 같지 않아? 엄마는 이 책 읽다 보니까 어떤 책이 떠오른다.

고 했더니 아이는 기차 책만 줄줄이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아직 그림만으로 작가를 떠올리기엔 무리, 가 맞다 ㅎㅎ 그래서 가장 비슷한 장면을 펼쳐놓고 후보작들을 보여주었더니 겨우 찾아냈다. 엄마의 망상이란!^^

 

 

 

 

 

 

 

버지니아 리 버튼(1909~1968)은 미국 매사추세스 주에서 태어났다. 버튼의 매사추세스 공과 대학 학장인 아버지와 시인이자 음악가인 어머니에게서 사물을 보는 정확함과 예술적인 감수성을 골고루 물려받았다. 어렸을 때에는 발레리나가 꿈이었으나 후에 캘리포니아 스쿨 어브 파인 아츠와 보스턴 뮤지엄 스쿨에서 수학하여 화가가 되었다. 그녀는 조각가인 조지 드미트리어스와 혼인함으로써 남편의 도움을 받아 예술적인 재능을 더욱 꽃피웠다. 둘째아이를 낳고 나서 그녀는 만화에만 열중하는 아들을 보고 만화를 뛰어넘는 그림책을 손수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어린이가 흥미로워하는 세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탓에 첫번째 그림책은 아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말았다. 버튼은 좌절하지 않고 이번에는 만화의 긴박한 이야기 전개 기법과 다이내믹한 화면 구성을 대담하게 받아들여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를 완성했다. 첫아들 아리스에게 헌정된 이 그림책은 물론 아들의 사랑을 받았고, 출간된 지 반 세기가 넘은 지금까지도 탈것 그림책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그 뒤로 버튼은 둘째아들 마이클에게 헌정한 역시 탈것 그림책인 《마이크 멀리건과 증기 삽차》, 《케이티와 폭설》 들을 만들었고, 1943년에는 《작은 집 이야기》로 칼데콧 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개인적으로 버지니아 리 버튼의 그림과 글을 좋아한다. <작은 집 이야기>에서 점점 도시화되어 가는 삶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해 주는 점도 좋았거니와 그림이 일단 정말 따뜻하다.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는 <작은 집 이야기>의 색채가 사라져 따뜻함은 덜하지만 익살스러움, 역동감이 더 살아있다. 더구나 말썽꾸러기 치치의 성장기가 단편적 사건에 모두 담겨져 있어 책을 읽는 아이에겐 모험심이랄까 그런 마음도 들게 하는 것 같았다. 결코 말괄량이 기관차가 나쁘다고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당분간 우리 모자의 밤을 함께 할 두 권의 책을 통해 시원한 가을 밤, 마음만은 햇살처럼 따사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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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래빗과 어린왕자의 뒤를 이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다른 책을 원해서 잠시 보류했다. 아이가 원한 책은 <칙칙폭폭 꼬마 기차>으로 얼마 전에 구입한 기차에 관한 그림책이다. 아이가 혼자 읽기엔 글밥이 매우 많고 엄마가 읽어주기에도 사실 목이 꽤나 아픈 책이라 낮엔 살짝 회피하기도 하는데 밤엔 읽어줘보니 이만한 잠자리책이 없지 싶다. 한 권을 거의 다 읽을 즈음 아이는 어김없이 잠이 든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묘사가 정말 세밀하다는 것이다. 기차에 대한 추상적인 관심에서 구체적인 관심으로 그 깊이가 깊어지고 있는 아들 녀석에겐 가려운 자리 알아서 긁어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글과 그림에 집중하며 듣는 모습이 여간 사랑스럽지 않다.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밤에 책을 읽어주면서 내가 생각하는 잠자리책에 대한 조건이 있기에 첨언해 본다.

 

1. 지식책 보다는 이야기책이어야 한다. 일전에도 거론한 바 있는데, 꿈을 꾼다는 것은 현실을 살짝 벗어난다는 소리이다. 그런 시간을 인간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이유로 이야기가 있는 책이 좋다고 생각하며 또한  지식책에는 어쩔 수 없이 긴장이 따르는 것 같아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어준 다음날 아침 아들은 깨자마자 어제 앨리스와 기차를 탔다나 뭐래나? 그런다 ㅎㅎ

 

2. 그림책도 괜찮지만 시각보다는 청각만으로도 즐거운 책을 고르는 편이 좋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눈을 피곤하게 만들어주고 싶지 않다. 평소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잠자리에서만은 그림책보다는 글밥이 풍성한 책을 읽어주고 싶다. 예전엔 책을 읽어줄 때 스탠드를 켜고 읽어줬는데 그러다보니 아이가 자연 눈에 힘을 줘가며 같이 그림을 보려하길래 요샌 핸드폰 앱을 깔아서 국소부위만 빛을 비추게 하여 나만 눈을 혹사하고 있다. 내 눈도 소중한데 뭔가 대안은 필요할 듯 하다.

 

3. 너무 짧은 책보다는 너무 긴 책이 낫다. 너무 짧은 책을 두번 세번 읽는 것이 낮에는 좋은 것 같지만 잠자리에서는 해 보니 영 지루한 게 아니다. 아이가 졸릴 때는 결국 나도 졸릴 때라는 말인데 읽어주는 내가 재밌어야 내가 먼저 잠이 들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거의 2주에 걸쳐 읽어주었고, <피터래빗 시리즈>는 하루에 여러 권을 읽어줬다. 다행히 <칙칙폭폭 꼬마 기차>는 한 권 만에 잠이 들고 있다.

 

4. 꼭 책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이야기를 꾸며서 들려주기도 하고, 또 오늘 같은 날은 조용한 동요를 여러 곡 번갈아 불러줬다. 어떤 외부 원칙에 얽매이기보다는 '내 아이'라는 원칙만 지키면 행복한 잠들기 시간이 될 것 같다. 참고로 오늘 들려준 노래의 트랙은^^

 

나뭇잎배 -> 섬집 아기 -> 등대지기 -> 노을 ->하늘나라 동화 ->그네(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요집)

 

을 세번 반복하던 중에 잠이 들었다.^^

 

 

그나저나 잠은 잘 들었는데 가래가 끓는 모양이다 옆에서 안쓰럽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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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가량 매일 밤을 피터래빗과 함께 보냈다. 읽어주는 것이 힘든 날은 오디오북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아이에게 생목(?)으로 읽어주는 그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좋은 경험인지를 알기에 주로 직접 읽어주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책이 바뀌었다.

 

어떤 계기였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아이가 다시금 우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소행성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문득 물었던 것 같다.

- 엄마 소행성 어린왕자가 사는 데지?

 

 

그래서 나는 냉큼 아이가 돌즈음 사두었으나 별로 읽지 않았던 보드북으로 된 <어린 왕자>를 찾아왔고 함께 읽었다. 아기들을 위한 책이라 내용이 매우 간략하게 재구성되어 있었다. 아이가 혼자 읽기에는 좋았지만 내가 읽어주기에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는 좋아했다. 그래서 아끼는 <어린 왕자 팝업북>을 내 놓았다. 아이가 읽기에는  

너무 내용이 길어 주로 팝업 그림 위주로 보아가며 만져가며 발췌독했다.

 

 이 되었다. 아이가 <어린 왕자>를 읽어달라고 했다. 보드북은 너무 짧고, 팝업북은 너무 무거웠다. 그래서 내가 읽으려고 사두었던 가장 일반적인 책을 꺼내왔다. 나지막히 읽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다 읽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내 목은 소중하니까.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 어린왕자가 양을 그려달라고 하는 부분에서 아이는 눈이 동그라졌다. 읽으면서도 이러다 안자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오늘 내가 아이를 재우는데 성공한 페이지는 27쪽이다. 내일은 28쪽부터 읽어줄 참이다. 여름 밤 아들은 <어린 왕자>를 읽으며 보낼 예정이다. 색칠공부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색칠로 하는 고전 읽기1>이란 책도 몹시 땡긴다. 더불어 다음 잠자리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생각 중인데 마침 색칠공부도 있어 더욱 땡긴다는^^ 참고로 <어린 왕자>,<이상한나라의 앨리스>도 영미문학관에서 들을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한 삼일 정도 어린왕자로 잠이 들었지만 오늘은 <우주>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잠자리 책으로는 지식과학책보다는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싶어 오늘은 내가 <어린 왕자>쪽으로 유도했다. 잠을 자면서까지 무엇을 알기 보다는 잠자리에서만큼은 상상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인데 그게 옳다고 생각하여 앞으로도 잠자리에서는 이야기책으로 읽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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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면 아이가 흥미로워서 눈이 도리어 더 말똥말똥 해지면서 더더더!를 외치곤 한다. 그래서 마지막 권은 눈 감고 들어보자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좀 긴 책을 선택하게 되어 집을 뒤적뒤적해 보았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동화책이 적지 않긴 하지만 여섯 살 아이가 흥미로워할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사두고 전시만 해 두었던 피터래빗 시리즈를 읽어주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그 책을 즐겨 찾는다.

 

 

 

 

 

 

 

 

 

 

 

 

우리집에 있는 피터래빗은 1권에서 4권까지 총 4권이 있는데, 아들에게 잠들기 전 읽어준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아이가 흥미로워하여 낮에도 읽어주고 밤에도 읽어주다보니 벌써 아이는 내용을 다 기억해버린 모양이다. 같이 읽었는데 이럴 때보면 아이의 뇌가 얼마나 깨끗한지 알게 되는 듯 하다.

 

평소 겁이 많은 아이라 토끼라는 캐릭터가 성향에도 맞는 것 같고, 자신을 토끼들에게 완전 이입하여 같은 사람인 맥그리거 아저씨에게 들킬까봐 맘 졸이는 것을 보면 어떤 모험심을 느끼는 것 같아 보기에 참 귀엽다. 정말 토끼같다.

 

이 책은 어른이 읽어도 재밌고 아이가 읽어도 재밌지만 직접 경험을 해보니 잠자기 전에 읽어주니 참 좋았다. 적당히 흥미롭고 적당히 무섭기 때문이다.  강자와 약자의 아주 강력한 대비가 이뤄질 경우 잠자리가 편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자기 전엔 좀 순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려고 하는데 이 책의 이야기는 재미와 교훈이 과하지 않아 좋다. (실은 교훈이 직접적이긴 하지만 사실 요즘 교훈이 좀 필요한 시기라..^^) 그리고 누워서 들고 읽어줘도 무겁지 않다는 것이 읽어줘야하는 엄마로서 느끼는 가장 큰 장점!이다.

 

이참에 시리즈를 완비하려고 5권부터의 가격을 따져보니 1-10권 세트를 구입하는 것과 같다는 결론에 다시 1-10권을 사야겠다 싶다^^ 사려고 장바구니 담다보니 한시적이란다. 아, 7월 책구매 안하기로 한 것은 포기해야겠다 ㅠㅠ

 

- 알라딘가 1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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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DTIME BOOKS 130630

  

 

 

 

 

 

 

 

 

 

 

 

 

며칠 전 보림출판사 홈페이지에서 리퍼도서전을 하길래 3권을 구입했는데 그중 2권만 왔다. 보림출판사이 '까치와 호랑이'시리즈가 좋다고 소문이 나서 우리 아이가 좋아할만한 책으로 골랐는데 역시 나는 엄마였어! 아이가 정말 좋아한다. 특히 <도깨비방망이>의 경우 앞면이 1, 뒷면이 2로 나뉘어져 구성이 되어 있어 더 흥미로워했고, 내가 금나와라 뚝딱을 노래처럼 불러줬더니 그 부분을 특히 좋아했다. 욕심쟁이가 개암을 혼자 다 먹는 장면도 재밌어 했다.

 

<이야기주머니이야기>는 '까치와 호랑이'중에서도 좋다고 소문난 책이라 구입했는데 어른인 내가 읽어도 재밌고 이억배 그림작가의 그림이 특히 잘 어울린 것 같다. 좀 길지만 아이가 계속 읽어달라고 할 정도로 몰입이 잘 되는 그림책이다.

 

<아기 공룡이 감기에 걸렸대요!>라는 책은 마트 원서 코너에서 이 책과 같은 시리즈의 원서인 <how do dinosaur go to school?>을 읽고 관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찾아봤더니 시리즈 책이 몇 권 있길래 그중 3권을 빌려왔는데 이 책을 가장 재밌어 한다. 아직 어려 학교 이야기보다는 감기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지나보다. 글자가 정말 커서 시원시원하다. 당분간 사랑하는 책이 될 것으로 보이고 이 세권이 며칠 간은 잠자리에 함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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