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아동용 집이 많지 않다. 아이가 세 살 때쯤 누가 자연관찰 전집이 있어야한다기에 개중 가장 저렴이로 하나 들여놓고(하지만 나는 그 책이 정보 글로 가득한 어느 책들보다 좋은 동물 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준 꼬망스 전집, 그리고 기탄에서 산 세계명작(이건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한다.)이 전부이다.

 

나는 세계문학을 구입할 때도 한 출판사로 세트로 사는 것을 지양한다. 책꽂이에 같은 모양의 책이 백권씩 꽂혀있다면 정말 숨막힐 것 같다. 그런 건 서점이나 북카페에 있어야 멋이 있는 것이지 우리집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경계를 하며 이런 저런 출판사에서 리뷰도 읽어보고 평도 귀기울여가며 구입을 해도 몰리는 것은 또 어쩔 수 없다.

 

아이는 여섯 살, 이제 곧 세계 명작 동화라는 것들을 읽을 테지. 잠자리에서 이미 내가 읽는 [어린왕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다 들려줬으니 다음에 읽어줄 책을 준비해야하는데 저 스스로 읽을 나이가 되면 나는 어떤 책을 이 아이에게 권해주어야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동용 전집류의 세계문학의 이야기와 그림에 적잖이 실망한 터라 고민은 꼭 필요한 것 같은데 그럼 어떤 책으로? 전집 전문보다는 행본 전문 출판사를 선택하지 싶다.

 

 

그러다 눈에 뜨인 출판사가 '어린이 작가 정신(어린이 작가 정신 클래식)'이다.

 

<구성 (괄호 안은 분량 : 단위 쪽)>

01 눈의 여왕(48)                  02 행복한 왕자(48)

03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73)   04 오즈의 마법사(96)  05 이솝 이야기(56)               06 크리스마스 캐럴 (64)        07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92)   08 로빈 후드의 모험(80)        09 인어공주(56)                  10 산타클로스 이야기(72)

11 드라큘라(108)                 12 베오울프(64)

13 피터 래빗 이야기(64)         14 피노키오(88)

 

 

아이 나이를 유아에서 10살 전후로 보았을 때, 분량과 그림 및 판형 등에서 현재 내 마음에 가장 드는 세계문학 세트이다. 베아트릭스 포터스의 [피터래빗 이야기]만 보더라도 한 권 안에 다섯 이야기가 들어있고, 그림은 기존의 책들과 달리 따로 삽화가를 두어 새롭게 창조했다는 점도 맘에 든다. 아마 이건 베아트릭스 포터서의 [피터래빗 이야기] 전집을 갖고 있기에 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찌 됐든 쉽게 만들기 보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만든 느낌이 든다. 책의 분량도 전체적으로 그림 포함 100쪽을 넘지 않는다는 점도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이 적을 듯 하고, 편집도 깔끔하여 가독성도 좋을 듯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림이 취향을 탈 것 같다는 점이다. 귀엽거나 예쁜 걸 좋아하는 사람, 혹은 명화의 느낌이 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호하지 않을 것 같다.  오래 두고 볼 수록 매력이 있는 그림처럼 느껴져 나는 좋다.  개인적으로는 노키오의 그림과 편집이 무척 맘에 든다.

지금 14권까지 나왔고 앞으로도 추가될 것 같은데 세트를 묶을 때 세트로 구입하는 것도 좋고 엄마 취향을 적극 고려하려면 따로 따로 사주어도 좋을 거 같다. 권 한 권 사주는 재미도 좋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 아들은 나이가 어리니 내가 읽어줘야할 것이므로 지금 내가 산다면 선별적으로

 

 

 

 

 

 

 

 

 

 

 

 

이 책들을 먼저 살 것 같다.

 

 

 

 

이 다음단계로는 비룡소나 시공주니어 등 많은 출판사들이 성인 도서에 가깝게 출간되어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 보인다. 다만 10살 이전에 읽을만한 좋은 그림과 바른 편집이 되어 있는 세계 문학을 고르기가 어려워 안타깝다. 일단 이 시리즈라도 중간에 끊어지지 않고 꾸준히 출간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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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들의 완소 북!세트가 완성되었습니다. 유치원에서 보고 집에 와선 사달라고 늘 말하던 수잔네 마을 이야기, 한꺼번에 사주기 보다는 한 권 한 권 사주마 하며 가을 편을 사주곤 곧 겨울을 사줘야겠다 싶었는데 선물을 받게 되어 이참에 모두 갖추게 되어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아마 아이가 들뜬 것에 비하면 제가 들뜬 것은 아무 것도 아니겠지요? 귀가가 늦어져 미처 어젠 제대로 못 갖고 놀더니 오늘 아침엔 이 네 권을 가지고 식전 댓바람부터 수잔네의 마을에 푹 빠져있었어요^^

 

처음엔 그냥 다가올 겨울의 이야기를 읽더군요. <수잔네의 겨울>을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이야기는 아들이 하고 저는 추임새만 넣었지만요^^ 그렇게 놀다가 아침을 먹겠거니 했는데 밥을 차리는 동안에도 아들은 수잔네의 마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수잔네의 가을>을 가져오고, <수잔네의 여름>도 펼치기 시작합니다. 뭘 하려나 궁금해집니다. 마지막에 <수잔네의 봄>까지 쫙쫙 펼치고 나서야 뿌듯하게 미소짓는 아들.  그러더니 지금은 겨울이라(?) 자기는 겨울에 있겠답니다.  그렇게 또 봄에 갔다가 여름에 갔다가 가을에 갔다가 하며 몇 년의 세월을 보낸 아들^^

 

아무래도 수잔네의 마을에 푹 빠져서 당분간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을 것 같아요! 하트 뿅뿅!! 

 

 

 

 

 밥 먹으라는 어른들의 재촉에 할수없이 책들을 접기는 했습니다. (아, 집이 좀 넓었더라면 그냥 펴놨어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제 몫이었네요^^;) 어른들이 수저를 뜨고 나서도 미련을 못 버리는지 한 권의 책을 세워 펼치더니 그 안에 들어가 자기는 수잔네의 마을에 핀 꽃이랍니다. 요즘 할머니와 함께 화초를 가꾸는 재미에 빠져있거든요^^ 참 재밌고 사랑스러운 아침이었습니다. 아들이 식사를 하려고 했을 때 이미 어른들은 식사를 마친 상황이라는 것이 반전이지만요. 우리 집 어른들은 밥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ㅎㅎㅎㅎㅎ

 

 

 

 

수잔네 마을 디자인의 벽지나 매트가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저희 아들은 '수잔네'를 자꾸만 '수잔이네'라고 불러요 ㅠㅠ 안 고쳐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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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크리스마스가 먼저야 내 생일이 먼저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들이 내게 꺼낸 첫 말이다. 뭐가 갖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다. 간밤에 갖고 싶은 그것을 본 모양일지도 모르겠다.

- 뭐가 갖고 싶은데?

- 닌자고!

- 너 닌자고 잘 모르잖아? 어제 TV로 보면서 무섭다고 했잖아?

- 닌자고가 멋있는 거 같아. 황금 닌자고랑 검정 닌자고!

이름도 며칠 전 나와 함께 검색을 하고서야 알아놓고선 좋다고 선물 받을 날을 기다린다. 유치원에서 대 유행 중인 모양이다. 그런 눈치를 채곤 길을 가다 닌자고 캐릭터가 있는 양말을 사서 아이에게 신겨주곤 했었다.  그러면 아이들 중 하나가 아는 체를 해 주어 뿌듯했던 모양이다.

 

사실 아들은 닌자고를 어제 처음 제대로 시청했고, 그간에는 병원 대기실에서나 간간히 봤을까 거의 내용은 모른다. 워낙 겁이 많아 좋아하는 류가 아니다. 또봇에 한창 빠져있을 때에도 악당들과 싸우는 장면은 싫어하곤 했다. 그게 핵심 포인트인데!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머릿 속은 탑(한국의 탑)과 닌자고 두 가지가 상당히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탑은 자기가 워낙 좋아하는 류라 빠지는 것이고, 닌자고는 사실 유행처럼 좋아하는 느낌이다.

 

어쨌든 저쨌든 하나밖에 없는 아들 사달라는 것이라면 욕망이 생기고 얼마 안있어 사주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그게 참 재미가 없었다. 기다리는 맛, 설레는 맛을 아이가 전혀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아무리 책이라기소니 자기가 사달래면 다 사주는 걸 당연히 여기는 것 같아 심술이 생기기도 했었다. 그래서 요샌 특별한 날이거나, 엄마 마음 땡길 때(?)에만 사 주기로 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기다리는 맛, 설레는 맛을 조금 키워주고 싶다. 갖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그 욕망을 좀 기다려 보는 것이다.

 

아이들의 욕망은 어른의 것과 달라 한없이 커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욕망이 어느 정도 커지면 시들해진다. 욕망이 커져갈 무렵 사주거나 아니면 시들해지고 다른 욕망을 생기기를 기다리는 것은 사실 엄마의 몫이다. 난 주로 커져갈 무렵에 사준다. 시들기 직전에 사주는 것은 사주나마나다.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결론이다. 사주자마자 시들어버려서 새책으로 남아 있는 우주책 한 권과 또봇 W 장난감을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사주지 말던가 진작 사줄 걸 하는 후회가 있었다.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리다보면 아이의 욕망은 다른 것으로 전환되어 있을 것이니 사준다면 요즘이 적기이지 싶다. 그래서 엄마는 닌자고 책구경에 나선다. 책바구니에 하나 담기 위해서! 두 개를 한꺼번에 사주진 않는다^^ 세 권 중에 하나가 아니겠는가! 시간을 탐색하는 엄마로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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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명절은 사정상 며느리 역할 대신 엄마 역할에 충실하기로 계획되었다. 오늘 아침부터 내일 오전까지 출근을 한 아빠의 빈자리를 엄마 혼자 메우려다보니 집안에만 있기 뭐해서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 어린이 박물관을 가기로 했다. 차도가 막힐 테니 전철이야 한가하겠구나 싶은 기대감이 있었는데 전철은 내 기대보다 훨~~씬 한가했다. 오갈 때 여유로운 좌석 속에서 편안히 다녀왔다.

 

두번째 방문이다보니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1. 불의 신 람이!! - 도자기 퍼즐을 도자기 모형대로 붙이는 활동. 세 개 있는 도자기를 부셨다 붙였다 신이 났다. 어느 순간 보니 다른 애들은 다 다른 활동 중인데 혼자 가마 옆에서 도공의 역할을 ㅋㅋㅋ 퍼즐 중 한 개가 자석이 사라져서 직원분에게 알려주었더니 급히 가지고 가시더라만은 몇 시간이 지나도 그냥 뻥 비어있기만 한 것이 고치는 데 오래 걸리나 보다. 그래도 다음에 올 때에는 괜찮아져 있겠지!

 

2. 탑돌이 람이!! - 관람 후반 코너에 감은사지 삼층석탑과 정은사지 오층탑을 원목 블록으로 만들 수 있게 한 곳이 있다. 아이는 한 번 와 봤다고 아주 척척! 시골서 올라온 형아들이며 친구들에게 만드는 방법도 척척 알려주기까지 한다. 안타깝게 각각의 퍼즐에 없는 블록들이 몇 개 있던데 관리하시는 분들이 좀 수시로 관리해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의 2번, 7번 블록과 정은사지 8번 블록이 없으니 없다고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의외로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냥 다음 블록 쌓으면 모양은 얼추 완성된다. 그런데 의문이다. 둘다 돌로 만든 탑이라는데 하나는 석탑이라 부르고 하나는 왜 그냥 탑이라고 이름붙여졌을까? 

 

3. 꼬맹이 람이!! - 여섯 살이라 이용이 가능한 유아공간이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시시해서 잘 들어오지 않는다. 시간이 아깝다고 나가자고 하는 엄마들도 많고. 하지만 아들은 널찍한 유아공간에서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휴식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모전자전이다.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자니 볼수록 이 공간의 한쪽 벽면이 탐난다. 이런 벽을 갖고 싶다.

 

 

 

 

 

4. 에너지 맨 람이!! - 미술관을 왔을 때도 그렇고 지난 번 박물관을 왔을 때도 그렇고 어린이 에너지 놀이터가 닫혀 있어서 궁금했었는데 오늘은 열려 있었다. 날이 더워 아이가 힘들어보였는데 저는 신이 나서 머리 다 벗겨질 만큼 볕에서 놀았다. 엄마는 그늘에서 쉬자니 미안했다. 겨우 겨우 대머리 된다는 말로 협박해서 내려오게 했다.

 

박물관에서 나오며 식물원도 구경하고 아이스크림도 사먹었다. 아직도 구경하지 않은 공간이 반도 넘는다. 좀더 서늘해지면 편한 운동화신고 산책 위주로 한 번 해보고 싶어진다. 문화 상품 상점에 가서 아이는 탑만들기를 하나 샀다. 집에 오자마자 그것과 끙끙 씨름을 해대는 모습, 다 만들었다고 사랑하는 모습, 황룡사가 80m라는 사실에 놀라는 모습이 모두 사랑스러웠다. 알라딘에서 이 제품을 팔면 좋겠다. 3D 뜯어만드는 세상!

 

 

 

이 제품을 구입하고도 한참을 상품 아이쇼핑에 가다 발견한 감은사지 삼층석탑 모형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아들과 모형 블록 쌓기 할 때에는 상륜부과 장식이 화려했는데 모형이라고 판매하는 상품을 보니 상륜부가 허전하다. 다음에 가서 다시 확인해봐야겠다.

 

 

 

 

 

 

집에 와서 아이가 탑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다. 탑에 대해 아는 책이라곤 문학동네 어린이 전통문화 즐기기 시리즈 중 한 권인 <하늘 높이 솟은 간절한 바람 탑>이라는 책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아 같이 읽어보기로 했다. 마침 황룡사지 구층목탑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아파트 25층 높이라고 했뒀는데 틀리지 않아 다행이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국립중앙박물관을 관람하지 못하고 어린이 박물관만 관람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될 만한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곳에서 찾다가 실패하였다. 다음엔 가기 전에 이 책을 좀 함께 보고 가도 좋을 것 같다.

 

 

 

 <즐거운 역사체험 어린이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엮음

-알라딘가 10,500원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유용할 듯한 책이다. '어린이 박물관'이라는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엮은 책은 이 책 한 권이다. 이 책 읽고 다른 시리즈로 넓고 깊이 읽히면 좋을 것 같다.

 

 

 

 

 

내일부터는 강화도 여행길에 오른다. 여유롭고 행복한 느낌 많이 받으면 좋겠다, 딱 오늘만큼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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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랬다. 노부영이 뭐지? 출판사 이름인가? 알고 보니 '노래로 부르는  영어'의 줄임말이었다. 엄마들이 아이 영어 교육을 위한 교재(?)로 많이 구입한다고 한다. 도서관에서도 한 켠에 이런 타이틀을 걸고 있는 책들이 모여있다.

 

영어 교육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나는 외국어를 제대로 배워본 것은 중국어 초급반 6개월이 다였지만 언어를 익히는 것에는 흥미가 있다. 다만, 남에게 배우는 것을 어릴 때부터 잘 못했다. 진득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아이에게도 뭘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다. 병설 유치원을 보내는 이유도 뭘 억지로 안가르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에게 영어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니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노래를 불러주곤 한다 사악한 발음으로!

 

아는 노래는 몇 없다. 도움을 받을까 싶어 박현영의< 키즈 싱글리쉬>를 세트로 사서 한동안 실컷 아이와 부르고 놀았다. 우리 동요를 번안하여 부르는 것이라 일단 내가 불러주기에 편했다. 아이가 서너살 때부터 내가 그냥 불러줬던 것 같다. 물론 아주 불규칙적이고 간헐적으로.

 

 

 

 

 

 

그래서인지 아이는 영어를 궁금해했다. 살다보니 아이는 언어 자체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아이더라. 말로 장난 치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언어를 알게 되면 흥미와 집중력이 급속도로 생기는 성격이었다. 친구가 마법천자문 놀이 하는 걸 보더니 한자에도 한동안 빠져있었다.

 

그리곤 가끔 귀동냥으로 원어민 선생님 수업 시간에 슬쩍 얻어 듣는 영어 노래가 있다. 이를 테면, <Five little monkeys jumping on the bed>나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같은 노래를 흥얼 거렸다. 청소년 수련관에서 이 교재로 수업을 한다는 것을 안 것은 아이가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될 무렵이었는데 내가 가서 배우려느냐고 물으니 아이는 그냥 엄마가 불러주는 게 좋다고 하여 그냥 지금도 몇 안되는 레파토리로 즐겁게 흥얼거리고 있다.

 

그러다 자동차나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 생각에 도서관에서 자동차나 기차 이야기 원서 그림책을 간혹 빌리기도 하는데 실패반 성공반이다. 실패는 내가 읽어주기에 너무 어렵다는 점이고 성공은 반대로 아주 쉬운 내용이라는 말이다. 극도로 비전문적이지만 이것을 비교육적이라고 말하지는 않으련다.

 

이번에도 중고서점에 가서 자동차와 관련된 영어 원서 그림책을 한 권 구입했다. CD도 있길래 중고도서치고는 좀 비쌌지만 사서 아이와 읽었다. 사악한 발음이지만 내가 읽어줄 수 있어 다행이었고, CD를 틀어주려고 했는데 중고서점의 문제가 발생했다. 책과 CD가 각각 다른 상품이라니!! 황당했지만 웃었다. 다행히 이 책은 내가 읽어줄 수 있었다. 아이가 좋아했다. 그러면 된 거다. 반복되는 문장구조와 아이가 빠져들만하 다양한 탈 것의 종류, 그리고 각각의 의성어들이 읽어주는 사람, 듣는 사람을 모두 만족시켰다.

 

내 아이는 탈 것을 무척 좋아한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차와 전철, 지하철이다. 그리고 다른 누구와 책 읽는 것보다 엄마와 읽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기 전에 이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그것에서 모든 교육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극도로 사악한 발음으로 최대한 불규칙하고 간헐적이라고 하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드문드문 영어 노래를 불러주지만 아이는 영어를 좋아한다. 물론 잘은 못한다. 당연하다. 잘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여섯 살이다. 엄마와 일상을 함께 공유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나이이다. 영어 노래를 영어 노래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노래라고 받아들이는 그 모습이 가장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이 좋아 앞으로도 난 극도로 사악한 발음으로 최대한 불규칙하게 조금은 덜 드문드문 노래를 불러주련다.

 

 <탈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좋아했던 원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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