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마치 책과 관련이 있는 듯 하나 책은 오가는 차량 안에서, 그리고 아침에 가족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휴게 장소에 나가 읽은 게 전부이다. 한 권을 다 읽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만 강화도 여행은 언제나 알차고 읽은 책도 좋은 글이 정말 많아 둘다 만족한다.

 

명절은 고향 갈 때만 막힌다고 생각한 탓에(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뻥뻥 뚫릴 줄 알았던 여행길이 고향 내려가는 것만큼 많이 막혔다.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어둑해져 첫 날은 그냥 휴식 모드로. 숙소 바로 앞에 보이는 바다가 보기만 해도 좋았다.  계절이라 하는 말이지만 바다는 가을 바다가 좋은 것 같다 ㅎㅎㅎ 겨울엔 겨울 바다.

 

 

강화도 유적지 관람 전 알면 좋은 지식!

 

강화도에는 5보 7진 53돈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둘러보아도 어렴풋이 보와 진, 돈대가 구분되기도 하지만 사실 성곽이라는 막연한 개념이 더 크다. 알고 가면 더 좋을 것 같아 정리해 본다.

 

돈대(墩臺)는 경사면을 절토하거나 성토하여 얻어진 계단 모양의 평탄지를 옹벽으로 받친 부분이며 변방의 요지에 구축하여 총구를 설치하고 봉수시설을 갖춘 방위시설이다. 돈대가 2,3개 합쳐지면 보나 진이 된다.

진(陣)은 진영(陣營)이라고도하며 군대가 집결하고 있는곳을 말한다.

보(堡)는흙과 돌로 쌓은 작은 성(城)을 말한다.

 

 첫 방문 장소는 초지진이었으나 표지판 해독 장애가 있는 남편님의 지나침으로 인해 급 덕진진으로 변경. 초지진은 지난 번에도 시간이 지나 못 봤는데 우리와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덕진진 입장료가 700원인데 덕진진, 초지진, 광성보, 갑곶돈대, 고려궁지 5개 유적지 관람료는 2700원이다.(40%정도 할인된 가격이다.) 5곳 다 갈 생각은 없었지만 세 군데 가는 값과 같아 일단 5개 유적지 패키지로 표를 구매했다.

 

초지진은 예전에 가본 적이 있는지라 진의 규모에 대해 기대하지 않았는데 덕진진은 강화해협의 강력한 진이었고 남장포대는 다른 곳에 비해 대포가 포진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곳과 관련 있는 인물로는 병인양요 때의 양헌수 장군을 들 수 있다. 역사적 이야기도 좋지만 산책하기에도 참 좋았다. 긴 벤치에 나란히 누운 중년의 부부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나도 눕고 싶었을 정도로. 그저 휴식 중에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을 또 한 번 지긋이 담아보았다. 아들과 남편은 덕진진 경고비까지 보고 왔다는데 나는 그저 벤치에 앉아 바람하고만 놀았다. 참고로 덕진진 경고비는 흥선대원군의 명으로 세워진 쇄국에 관한 내용이 쓰인 비이다.

 

 

 

 

덕진진을 지나 광성보를 갔다. 광성보는 신미양요 때 격전지라고 알려진 곳으로 역사적 인물로는 어재연 장군이 있다. 안해루 옆쪽 작은 돌계단을 올라 들어선 광성 돈대에는 여러 크기의 세 개의 대포가 가운데 전시되어 있었고  광성돈대 외에도 손돌목 돈대와 용두돈대가 있어 규모가 컸다. 돈대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좋았고 이곳 역시 산책로가 좋았는데 올라가는 길에 신혼부부로 보이는 노부부가 수줍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계셨다. 노커플도 풋풋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우리 엄마 체력 완전 좋으심!!


 다음 유적지 관람은 내일로 미루고 육필문학관이라는 곳이 궁금해서 가봤더니 엄마가 정말 좋아하셨다. 지역 시인이신 노희정 시인이 개인으로 운영하는 곳인데 여러 작가들의 육필들이 전시되어 있고 시낭송 장소도 있어 여섯 살 어린 아들도 두 편이나 낭송했다. 뜻깊은 자리였다. 지역에 이런 곳이 있다면 참 멋스러울 것 같다. 엄마는 직접 사인도 받으신 신간 책을 구입하셔서 지금도 읽고 계신다. 다음 생엔 작가로 태어나고 싶으시단다.....

 

 

 

 

 

 풍물시장에 들러 전어회를 떠서 2층에서 무쳐달래서 도합 5만원으로 세 어른과 한 아이 배터지고 맛있게 먹었다. 전어를 무침으로는 처음 드신다는 엄마, 맛있다고 냠냠냠!  오후엔 아들과 남편을 옥토끼우주센터에 들여보내고 나는 그냥 차 안에서 책을 읽었다. 근처에 카페라도 있으면 가려했는데 허허벌판이라 그저 차 안에만 있었는데 맞은 편에 개관전인 시설이 있어 관리자분과 이야기 나누어보니 문화 시설의 필요성으로 만들어진 곳이라는데 다음 주에 개관한다하니 다음에 올 때에는 이곳에서 차라도 한 잔 마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엄마랑 세 시간 동안 밀폐된 차에서 졸며 책 읽으며 수다 떨며^^

 

 다음 날 아침 아침 잠 없는 엄마 덕에 일찍 깨어 휴게 장소에 가니 엄마가 먼저 자리 잡고 책을 읽고 계셨다. 어제 육필 문학관에서 구입한 노희정 시인의 신간 에세이였다. 글쓰는 작가를 처음 만난 엄마는 무척 책을 행복한 마음으로 읽고 있었다. 요즘 사랑에 대해 고민이 많은 노부인이시다 ㅎㅎ 난 역시 읽던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 읽는 사람들]을 펼쳤다. 풍경이 좋으니 책맛도 산다.

 

 

 

 

 

 

 

 

 

 

독서라는 행위는 텍스트의 지배를 두고 독자와 페이지 간에 벌어지는 권력투쟁이라 할 수 있다. 이 투쟁에서 승리하는 쪽은 거의 언제나 페이지다.

 

「책읽는 사람들」p79

 

이 날 첫 일정은 전날 가지 못했던 우리와 인연이 없던 초지진이었다. 다른 곳들을 미리 보아서 그런지 규모가 작아 살짝 실망했지만 어제의 빡빡한 일정으로 다리 아프신 엄마는 작은 규모가 맘에 들으셨나보다. 초지진 앞에는 지난 날 포탄에 맞은 소나무가 서 있었다. 기념 사진 좋아하는 남편이 그곳에서 찰칵 사진을 찍고 바로 다음 장소인 소리체험 박물관으로 향했다.

 

소리체험박물관 역시 개인이 운영하는 체험학습장으로 대략 5천원의 입장료가 있다. 나랑 아들만 들어갔다. 그러길 잘 했다. 어른이 들어가면 너무 시시할 듯 하다. 규모도 작고, 못 만지게 하는 것도 많지만 아들은 그나마도 즐거워했다. 내 경험으론 참소리박물관이 훨씬 좋은데 여섯 살 아이는 비소리, 천둥소리 내어 볼 수 있는 이 곳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맞은 편에 거꾸로 집이 유명하다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라 패스!

 

 

구리에는 역사박물관의 존재도 모르겠지만 가까운 남양주의 역사박물관은 일찌감치 아들과 다니던 터라 아들은 강화도의 역사박물관도 무척 흥분해하며 갔다. 가서 보니 역사 도시라 그런지 관광객이 많아 그런지 시설이 정말 좋았다. 어린 아들은 스탬프찍기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그런 작은 부분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 내 보기엔 좋았다만 문화용품 판매점의 물건들은 국립중앙박물관보다 대략적으로 비쌌다^^ 관람료가 조금 비싼 감은 있다. 1000원만 해도 될 것 같아용^^ㅎ

아들은 그 앞 고인돌유적지에 가서도 실컷 움집에만 관심을 보였다는 풍문만 가지고 가족 모여 다시 평화전망대로 갔다. 가는 길에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식당이 안보였다 ㅠㅠ

 

평화 전망대에 가니 민통선 구역이라 해병대에서 신분증 확인도 하고 뭔가 느낌이 엄숙해졌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편이라 사연 있으신 연세 많으신 분들이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관계자분께 말씀 잘 하면 편찮으시고 연로하신 분들은 차량 이동하게끔 편의를 봐 주신다. 올라가서 보니 비싼 입장료에 비해 볼 건 없었다만 망원경으로 본 북한이 무척 가깝게 보였다. 다른 전망대도 여러 군데 봤지만 여기가 젤 가까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망원경도 유료라는 것!(입장료는 2500원이었다 점. 문화재 관리 보호에 쓰일 돈이니 아까워하지 않기로^^) 실향민 할아버지가 캔커피를 마시며 맨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는 모습을 측은히 바라보시는 할머니의 애틋함을 보았다.

 

올 때 초지대교로 왔다면 갈 때에는 강화대교를 넘어 가기로 했다. 그 전에 갑곶돈대를 보기로 하여 가는 길에 묵밥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맛은 그냥저냥 그랬다 ㅎㅎㅎ 배부르게 도착한 갑곶돈대가 참 예뻤다. 예전엔 역사박물관이 함께 있던 곳이라 그런지 조경도 잘 되어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전투를 벌여야했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런 일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청서가 돈대 담벼락 위로 탱자 하나 물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들은 설명해주는 선생님 놀이에 몰입하느라 자기가 31살이고 13년전 부터 똑똑하다나 뭐래나 했지만 청서를 보자 마치 연예인 본 양 들떠 권위를 잃으셨다 ㅋㅋ 뭘 가르치는 선생님이냐고 물어보니, 공부 가르친단다. 내가 질문을 잘못 했나 보다 ㅠㅠ 많이 피곤하신지 엄마는 백일섭 꽃할배처럼 집집집! 하셨다. 몸매도 좀 비슷하신듯.....

 

강화도 여행길을 이렇게 정리해보니 적잖이 다닌 것 같아 솔직히 좀 놀랐다. 차를 타고 조금만 걸어가도 쉽게 보이는 성곽들, 강화도에 사는 아이들은 역사 의식이 남다를 것 같다 경주처럼. 경주의 찬란한 역사와 달리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곳의 느낌은 달랐다. 경주가 기분좋게 다녀가고 싶은 곳이라면 강화도는 마음을 울리는 면이 있다. 지난 번 고려궁지에 다녀왔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다음에 또 온다면 다시 한 번 고려궁지를 보고 전등사와 보문사를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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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3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3-09-23 10:15   좋아요 0 | URL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으론 네 번째 만나는 책인데요, (독서의 역사와 함께 읽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가장 최근 저작인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인지 뭔가 세련된 느낌?ㅋ 이 들었어요^^

박범신 작가님 이름은 첨엔 긴가 민가 했어요^^;
 

알라딘표 문화생활로 풍성한 9월을 보내는 중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혼자 밤늦게 다니는 것을 월1,2회 선에서 하자고 스스로를 설득했건만 9월엔 낭독회도 많았고 체험 기회도 주어져 벌써 4회의 나들이를 했다.

 

1. 김려령 <너를 봤어> 기념 낭독의 밤

 

 평론계의 아이돌 허희 평론가와 홍대 여신의 시조 이아립 씨와 함께 진행하는 김려령 작가님 낭독회였다. 2년이 조금 못 되어서 만난 것 같다.

 

<너를 봤어>가 나를 얼마나 울렸는지는 사실 여러 군데에서 이야기해서 그만 두고, 쓰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을 작가님이 생각나 꼭 '손수건'을 준비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게으르미라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가는 길에 부랴부랴 포장도 없이 가져갔다. 송구해서 드릴까 말까 했는데 알아봐주신데에서 용기가 났을까, 안드리면 후회할 것 같아서 포장도 안된 손수건을 건네니 의외로 너무 기뻐해주셔서 더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 눈물 닦아 드리고 싶었어요. 작가님, 다음에 또 만나요! 작가님이 다음 소설을 사랑하겠어요!!라고 눈빛 발사 후 사인 받고 돌아왔다.

 

그때와 헤어스타일도 달라진 나였기에 당연히 못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간 중간 눈이 마주친다. 알아보신건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라는 직업, 눈썰미가 있어야하겠구나 싶은 생각은 그 다음에 들었다. 모든 작가가 그렇진 않겠지만 김려령 작가는 정말 섬세하다. 이번 만남, 정말 좋았다! 아, 아메리카노도 주더라~~~^^

 

 

 

작가님 말씀 중에 쓰면서 눈물을 흘리지는 않으셨다는 말이 인상에 남았다. 쓰면서 울면 독자가 울 수가 없다는 말씀이셨다. 작품을 쓰기 전에 많이 울고 시작하신단다. 손수건은 다음 작품 쓰시기 전에 사용하시는 걸로!^^

 

2. 김언, 강성은 시 낭독회

 

포스터가 맘에 안든다. 가나다 순인가 왜 김언 시인이 강성은 시인 이름 뒤에 거론되는지 아주 사소하지만 두 시인에 대한 나의 감정(?)이 너무나 다르기에 일단 포스터에 딴지를 걸고 시작한다.

 

김언 시인도 구리시립도서관에서 뵌 지 2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때도 사진에 비해 젊으시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뵈니 머리를 기르셔서 그런지 더 젊어지셨다. 시집 표지의 크로키마저 얼굴이 큰바위로 그려져서.....시인은 표지가 썩 맘에 들지 않는다셨다 ㅋㅋ

 

오은 시인과 김이강 시인이 예정된 손님이셨는데 뒤에 잘~~~~생긴 분이 추임새를 계속 넣으시길래 누구신가 했더니 아, 글쎄 이준규 시인이셨다. 나,,,좋아하는데^^♥ 어쨌든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두 시인의 분위기를 분위기메이커 오은시인의 입담으로 경쾌하게 분위기 업!

 

사인을 받으며 구리에서 뵌 적이 있다고 했더니 기억해주셨다. 몇 자 더 적어주시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느꼈지만 시인님, 당황하셨어요? 멈칫 하시길래, 또 만나자고 적어주세요, 라고 말하며 악수 청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나오는 길에 오은 시인님 들어오시길래, 셀카를 청하고 찰칵! 하하하! 이 나이에 이래도 되는 건가 모르겠다.

 

 

 

 

3. 에트가르 케레트와의 북토크

 

 

남편이 야근인 것을 핑계 삼아 하루에 두 건의 낭독회에 다녀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앞서 간 김언 시인 낭독회가 일찍 끝나 빠르게 카페꼼마2로 이동했다. 독자 질문이 쇄도하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홍대로 오면서 이 책을 읽었었는데 범상치 않은 소설이었고 작가님 말씀을 듣자하니 이스라엘의 특수성이 더해져 더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끝나고 역시 사인을 받았는데 이 분의 사인은 소장용이다. 내 사인은 정말 노말한 정도임^^

 

 

 

 

4. 노빈손과 함께 하는 천문대 체험

 이 이벤트는 마감 임박에서 보고 서둘러 신청했는데 마감이 지나도록 신청자가 나 혼자밖에 없었다. 그래서 불안했는데 당첨 문자가가 오고 안내 메일이 와서 갔더니 노빈손카페 회원들이 함께 신청해서 어른2 아이2로 신청한 나는 아들 친구, 친구 엄마와 함께 다녀왔다. 아들은 이번이 서울시민천문대 3번째 방문이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중이었지만 같이 간 친구는 첫 방문이라 더 즐거워했다. 일반 관람일 때보다 설명해주시는 분이 더 세세히 설명해주시고 설명 기술도 있으셔서 더 질 높은 체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뜨인돌출판사에서 퀴즈를 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아들과 아들 친구가 모두 맞추어 책 선물을 받게 되었다. 어린 아이들의 꿈을 더 부풀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평소에는 그저 지나가기만 했던 전시실에서 현미경도 오래 들여다 보고, 매직블록 만들기 체험도 하는 등 눈이 반짝 거리는 시간이었다. 다만, 상현달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날이 흐려서 보지 못했다. 달관측은 다음 운명에 맡겨보련다.

 

 

 

알라딘, 다음엔 나한테 뭐해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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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에 숨어사는 사람의 이야기. 김기덕 감독의 <빈집>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는 김기덕 감독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영화이다. 김기덕 감독의 <빈집>은 여백과 낭만이 좀 있었다면, 이번에 손현주 첫 단독 주연 영화작으로 더 알려진 <숨바꼭질>은 추리와 스릴러의 장르이다. 긴박하여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보려고 하는 자 검색하지 말지어다! 스포일러가 말도 못하게 심한 모양이다. 난 다행히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봐서 심하게 몰입하며 봤더니 지금도 밤이 서늘하다...

 

       

               

영화의 리뷰를 책리뷰보다 더 빠져서 썼던 때가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건대 내용, 의미, 음악, 편집 등등 다방면으로 신경을 썼어야 했던 것 같다. 책리뷰를 더 많이 쓰기 시작하던 어느 순간부터 영화 리뷰를 전혀 쓰지 않다가 요즘에 와서 간혹 쓴다. 그런데 예전만큼 다방면으로 신경을 쓰지 못한다. 더 게을러지고 덜 여유있어진 탓일 것이다. 더불어 영화 리뷰를 쓸 때에는 적극적으로 타인을 권유하는 입장으로 썼던 것 같다. 꼭 보던지 아니면 절대 보지 말라는 뜻으로. 하지만 책리뷰는 그런 자세가 아니라 지금은 너무 고쳐지지 않아 고민이지만 어쨌거나 나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는 목적으로 시작해서 그 목적이 주를 이루어 좀더 개인적인 작업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연 책리뷰를 많이 쓰면서부터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무엇을 권하고 말리고 하지 못하게 된 듯 하다. 결국은 더 게을러지고 덜 여유있어진 탓이 맞다.

 

어쨌거나 오늘 <숨바꼭질>을 봤고, 배우들의 연기가 거슬리는 것 없이 좋았고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여운이 남는다. 그사람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누가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나는 아무런 책임은 없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다만, 왜 경찰을 재깍재깍 안부르고 도망은 안가고 할 일 다 하고 당하는지, 영화 일반에 대한 회의가 좀 들었지만 그건 내 담이 작기 때문인 탓도 있으므로 지나치기로 한다. 남의 집에 숨어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식상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신선한 소재는 아닌데 연출을 잘 했다.

 

남의 집에 숨는 이야기를 영화가 아닌 책으로 읽은 적이 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 기술할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아마 가능하더라도 실화를 토대로 하는 방식이 가장 쉽지 않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있었다.

 

자기 집에 숨어 사는 여자에게 연민을 느끼는 집주인이라는데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고 상도 받은 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을 살펴보다 보니 아주 유명한 책이 한 권 생각났다. 바로 <오페라의 유령>이다. 숨어 산 사람 중 팬텀은 말 그대로 갑!이다. 숨어사는 사람들, 그들은 분명 두려운 존재들이지만 일말의 연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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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의하면서 쓰기는 하지만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자마자 든 생각은 '하정우는 보물이다!'였다. 그런데 갈수록 '보물'이라는 말이 너무 밋밋했는데 마침 '요물'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 '하정우는 요~~~물!'이었다.

<더 테러 라이브>. 테러와 생방송과 한물 간 앵커의 이야기.테러의 이야기는 수도 없고, 생방송 앵커의 이야기는 <굿나잇 앤 굿럭>의 데이빗 스트라탄이 생각난다. 카리스마 있고 시크한 매력의 앵커는 내가 본 영화 속 앵커 중 단연 최고였다. 그 생각은 이 영화를 본 지금도 변함은 없지만 영화 장악력면에서 본다면 하정우의 압승이다.  몇몇 다른 인물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심지어 테러범 마저도 존재감을 잃고 오직 하정우 한 사람이 100분 가량을 끌고 간다. 신기한 것은 긴박감으로 인해 체감 시간은 30분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썰전>에서 허지웅 평론가가 말했듯 연출력은 대단한 듯 하다. 하지만 그 연출을 이끌어 가는 것이 감독이라기보다는 하정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테러범이 원한 것은 '대통령의 사과'이다. 인질을 죽일 생각도 없었고 분에 넘치는 금액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질이 죽을까 맘을 졸인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테러범이었고,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은 부정하겠지만 그 인질들의 안부는 테러범이 아닌 대통령 선택의 몫이었다. 물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우리들도 미안하다. 그가 테러를 벌이도록 만든 우리들도 참 미안하다. 정말 권력이란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란 말인지 정말 답답함을 느낀다. 그 답답함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는 점이 이 영화에선 아쉽긴 하지만 뭘 할 수 있었겠는가 싶기도 했다. 그저 겉으로 드러내 준것만도 고마울 지경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스케일이나 여타의 기술적인 면을 배제하고 이 영화가 빛이 난다고 여겼던 점은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대한 민국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는 점이 씁쓸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날 수 있게 말해주어 통쾌했다. 윤영화(하정우)의 결말이 궁금했지만 가장 낭만적인(로맨틱하다는 말은 아니다. 현실적이진 못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결말이라는 뜻으로 선택한 어휘이다. 다만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말을 맞은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의 그 허탈한 눈빛, 그 오랜 눈빛이 뚜렷이 기억 난다.

 

 

하정우의 영화를 은근히 많이 본 것 같다. <구미호 가족>, 반만 본 <추격자>, <두번째 사랑>,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 <더테러라이브>. 김기덕 감독의 <시간>에도 나오는 등 기억하지 못하는 출연도 많은 것 같다. 가장 좋았던 것은 <두번째 사랑>이었다. 거칠면서도 낭만적인 느낌이 좋았다. 딱 하정우에게 어울리는 수식어 같다. 거친 낭만의 배우. 아마 이 영화를 본 직후엔 백치섹시미라고 수식어를 붙였던 것도 같다 ㅎㅎ

 

 

 

이번 영화처럼 동적인 것도 참 잘 어울리지만 이런 사랑 이야기도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다음엔 이런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 <구미호 가족>의 바보같은 캐릭터도 잘 어울리고 바스키아같은 멋진 그림도 그리고, 평소 메모광이라는데 책도 냈다니 이 배우 정말 요~~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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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불황은 어제 오늘의 뉴스가 아니다. 전혀 New하지 않다는 말이다. 아마 10년 전에도 그랬을 것이다. 오늘도 전혀 새롭지 않은 출판계 불황 기사를 몇 개 읽었다. 데이타는 같다. 

 

책을 한 권도 못 낸 출판사가 446군데

신간 도서 종수 13.2% 감소

놀랍게도 유아동 도서도 20%감소

인문서적의 압도적 감소, 소설은 거의 비슷(0.5% 감소)

가구당 서적 구입비는 상승

 

라는 데이타. 그런데 기사의 뉘앙스는 다르다. 이데일리를 비롯하여 많은 곳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심지어 가구당 서적 구입비가 5000원 늘었는데 이마저도 추세로 볼 땐 감소추세라는데 굳이 상승한 것을 감소로 몰아가는 뉘앙스는 개인적으로는 끼워맞추려는 의도로 보였다. 해럴드경제는 말미에 앞으로의 호전을 예상하여 다소 긍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대형 출판사들 위주로 신간이 나온다는 것을 체감하는 중이라 책을 한 권도 못 낸 출판사가 저렇게 많다는 것이 씁쓸했고(더불어 우리나라의 출판사가 저렇게 많았구나 하는 것에 놀라면서), 이슈화되는 자기계발서의 신간이 마구 쏟아지는데도 신간 도서가 줄었다는 것은 그 외의 도서들은 얼마나 더 줄었을까 염려도 되었다. 엄마들이 드디어 책값을 아끼는구나 싶어 속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집 책값은 왜 이리 늘어나나 고민했지만 우리집도 역시 유아동도서 구입비는 많이 줄었으니 동의했다. 유아동 도서 구입비도 주는 판국에 인문서적은 말해 뭐할까 싶었는데 소설의 힘을 느낄 수 있어 그 부분은 좋았다. 대체로는 부정적인 데이타이지만 마지막 데이타인 가구당 서적 구입비가 작년에 비해 5000원이 넘게 상승하여 현재 25000원이 넘는다는데 내 주변에 책 안사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데도 월 25000원이면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구나 싶은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신간 출간율이 많이 줄었지만 도서 구입비는 늘었다는 점은 마냥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너무 기사들이 우리나라 사람들 책 안읽어서 큰일이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너무 선입견을 갖고 기사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간은 줄었는데 도서 구입비가 늘었다면 아무래도 맘에 드는 신간 살 때 구간 몇 권 꼭 더 사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나말고도 많은 것으로 보이며, 그 문화가 썩 맘에 들지 않는다면 신간을 할인하고 구간을 정가제로 하면 되지 않겠는가? 일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지인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이 그런 나라도 있다고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조사한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그 이야기를 들으며 유레카!를 외치듯 머릿속이 번쩍했다. 그럼 사람들이 신간 얼른 사서 읽고 구간은 필요에 의해 사니 나처럼 5만원 채우고 쿠폰 적용하려고 구간 꼼꼼히 살펴보는 일이 줄어들 것 같은데? 가령, <살인자의 기억법>을 반값에 사면서 김영하의 책이 궁금한 사람은 구간을 필요에 의해 정가로 사면 되지 않는가? 신간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모험이니까, 모험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좀 줄여주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만약, 내가 <살인자의 기억법>을 반값할인된 가격에 구입하고(5,000원) 김영하의 수작인 <검은꽃>과 작가의 번역작인 <위대한 개츠비>를 정가(각 11,000원, 9500원)면 현재 알라딘가로 구입하는 비용 (9000+7800+4750)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작품을 부담없이 구매하고, 많은 독자로부터 인정받은 작품을 선별하여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 않을까 싶다. 또한 전자의 경우에는 5만원을 채워도 신간 위주로 채우려 할테고 후자는 구간 위주로 채우려할 것이라는 점도 다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동네에서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을 출간 1년 간 반값에 판매하는 전략은 좋은 것 같다.

 

  

2013년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 5500원

2021년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11000원

 

 출판계의 불황 기사가 너무 천편 일률 적이고 10년 전 혹은 20년 전의 기사의 반복만 하는 것 같고 우리 나라 기사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기자의 참신한 제안이나 비평이 아니라 남의 기사 따라하기에 급급하다. 10여 년 전의 의식에 기대어 맨날 '우리나라 국민들 책 안읽는다'고 비난만 하면 뭐하겠는가 읽을 문화를 이리 저리 궁리해보아야지. 그건 국민이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국민 탓은 이제 그만~~~! 자기 탓을 하세요! 우리 집 아이가 책을 안 읽는 건  애가 모자란  탓이 아니라 우리 집의 문화 탓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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