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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계간지를 보러 간만에 오전에 도서관 정기간행물실을 갔다. <문학동네 여름호>와 <문학사상 여름호>가 새로 꽂혀 있었다. 주어진 시간에 비해(점심 때 가족들에게 비빔 국수를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던 터라^^;) 야심차게도 두 권을 발췌독 하마 벼르고 있었지만 결국 오늘은 <문학동네 여름호>만 보고 왔다. <문학사상 여름호>도 슬쩍 봤는데 사실 확 끌리는 꼭지가 없어서....ㅎㅎ

 

도서관 책이니 밑줄을 긋지는 못하고 관심있는 텍스트를 읽고 좋은 부분은 트윗으로 기록하고, 좋은 시는 옮겨적어보았다.

 

 

 

 표지에 있는 두 분의 시인과 두 분의 소설가, 중 나는 시인들만 안다. 내가 특히 약한 것이 여자 소설가(잉?)인데 두 분은 이름이나마 아는 분도 있고 그렇지도 못한 분도 있다. 그래서 두 분 시인에 대한 글을 찾아 읽었다. 먼저, 이성복 시인과 신형철 평론가의 대담.

 

 읽으면서 이성복 시인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었다. 신형철 평론가의 글담도 아주 사람을 쥐락펴락 한다고 느꼈었는데 이번만큼 신형철 평론가가 기에 눌린듯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이성복 시인의 모든 말들이 마치 어떤 경지에 도달한 사람의 말씀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굳이 골라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트윗에 남겼는데 현재 자그마치 리트윗이 25회에, 관심글이 18회이다.

 

쓴 나도 왜 썼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첫 행을 썼기 때문에 두번째 행을 썼고, 두번째 행을 썼으므로 세번째 행을 썼습니다.
-이성복, 문학동네 계간지 2013여름.

 

 

  트위터 시작하고 이렇게 폭풍 리트윗되기는 처음이라 이성복 시인의 이 말씀이 모두에게 통하는 역시나 어떤 말씀에 가까운 진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지금 읽고 있는 <우울할 땐 니체>라는 책에 보면 인간은 신도 믿고 진리도 믿는다던데, 과장을 좀 하자면 시인은 지금 신적이기도 하고 진리적이기도 한 말씀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두번째로 읽은 텍스트는 <시인론 윤경희 거미집과 마블링―오은의 시쓰기>이었는데 비록 내가 <<호텔 타셸의 돼지들>>도 읽고 좋아하기는 하지만 독자로서 그의 최근 시집에 대한 이해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를 읽은 것이 더 최근이기도 하여 시들도 아직 머릿속에 비교적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거론된 시들이 <<호텔 타셸의 돼지들>>이 많아 굳이 오래 전 기억을 더듬었어야하는 불편함이 있어 기대와 달라 아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호텔 타셸의 돼지들>>을 다시 한 번 읽고 오는 건데, 하는 아쉬움마저 들게 했다. 오은 시인의 신작 시 세 편은 여전히 좋았다. <절반이라는 짠한 말>이라는 시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좋았고, <아저씨>라는 시의 제목이 참 맘에 들었다. 끝행도.

 

시선을 거두는 자들은
반만큼
절반만큼
딱 절반만큼만 짠해졌다

나머지 말은 가슴 어디께 있었다.

- 오은<절반이라는 짠한 말>

 

문학동네 계간지는 책이 두꺼워 그런지 시도 비교적 많이 실려 있어서 참 좋다. 이번 호에서 새롭게 좋은 시인을 만나게되어 또 기뻤다. 시인 장승리. 사실 나는 그분의 시를 처음 만나는 듯 하다.(기억력에 자신은 없다만.) 두 편의 시가 살짝 시크한 느낌도 들고 사물들간의 입장을 바꿔보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사실 시가 좋을 때에는 이유를 대기가 어렵다. 그냥 좋은 거다. 그래서 긴 시 한 편을 옮겨 적어 보았다. 특히 2연을 읽으면서 이 시에 빠지게 되어 2연이 지금도 참 좋다.

 

 

계간지를 구독하고 또 도서관에서 읽다보면 단시일내에 정독하기가 난 어렵다. 사실 시간을 길게 두고도 계간지 전체를 정독한 경험이 없는 듯 하다(아마 이건 기억력의 상태와 무관하게 확실할 거다.). 계간지가 주는 고마움을 알면서도 모든 계간지를 구독하지 못하는 독자의 마음, 이해해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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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커피를 곁에 두려고 했다. 물론, 집에서 필립스 커피메이커로 내린 커피이거나 마트에서 산 도토루 커피였으니 이 책의 커피맛과는 천양지차일 테지만 말이다. 지금 마시는 것은 케냐AA원두를 믹서기로 갈아서 커피메이커로 내린 ㅠㅠ ㅋ 이 커피를 마시며 이 책의 밑줄을 정리하며 나도 낯선 곳에서 마실 커피 한 잔을 꿈 꿔 본다.

 

 

 

 

 

 

Part 1. 유럽

 장난기도 심하고 일도 요령 피우며 하는 것 같던 바리스타가 한 잔 한 잔에 정성껏 무게를 재는 모습을 보니 약간은 숙연해졌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인생을 배우고 간다. 말투는 다소 건방져도 커피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가 있는 프루프록. 그토록 비범한 수준에 이르기 위한 만 시간의 노력이 무척이나 고맙다. 

in 프루프록 커피

 

 

레 뒤 마고가 유명해진 이유는 20세기를 상징하는 파리의 지성들과 문학인들의 아지트였다는 점도 한 몫한다.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프랑스 혁명과 20세기 실존 철학까지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커피라는 친구가 생긴 덕분에 호강하는 것 같았다.

in 레 뒤 마고

 

유럽의 커피는 커피 맛도 맛이겠지만 레 뒤 마고의 경우에 커피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하니 분위기가 주는 맛이 따로 있을 것 같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그 분위기만으로도 사람을 설레게 하듯이 말이다.

 

Part 2. 오스트레일리아

 

 

in 싱글 오리진 로스터

 

 

오스트레일리아가 한 챕터를 차지할 정도로 커피 강국인 줄은 처음 알았다. 오스트레일리아 커피만의 특색인 피카디 글라스가 기억에 남는다. 

 

Part 3. 미국

 

이 정도로 강렬한 에스프레소는 처음이었다. 커피는 항상 의외의 부분에서 사람을 놀라게 하고 편견을 바꾸어놓는다. 이렇게 예측 불허라서 놀라기도 하고 겸손해지기도 한다. 그동안 블루 보틀은 말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 경험으로 명쾌하게 정의됐다. 분위기가 좋고 간식이 맛있더라도 결국 하이라이트는 커피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in 블루 보틀 커피, 민트 프라자 매장

 

커피는 원래 쓰지 않으며 달콤하고 부드럽고 향기롭다는 사실이 일부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in 블루 보틀 커피, 페리 빌딩점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제대로 된 커피를 맛보기 전에 인스턴트 믹스 커피나 자판기 캔커피에 입맛이 길들여진 탓에 커피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나 역시도 원두 커피 보다는 달달한 다방커피를 당을 충족시키기 위해 먹곤하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커피가 달콤하다니! 궁금하다 그 맛!

 

Part4. 일본

 

오래된 기사텐 스타일의 매장이지만 로스팅 머신 청소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다. 최근 잇 스타일 커피를 지향한다며 시도만 다양한 로스팅이나 머신 관리는 뒷전이 매장보다는 독특한 방법을 연구하고 매진하면서 가치를 만들어가는 람부르의 모습이 훨씬 좋아 보였다.

in 카페 드 람부르

 

커피 바에 오래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아내가 슬슬 불안해 했다. 빠듯한 예산에 자꾸 커피 원두와 기구를 사는 내 모습이 물가에 놓은 어린 아이처럼 불안해 보였다고 하는 아내의 말에 조금 민망해졌다.

in 노지 커피

 

일본이 커피에서도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거로구나 싶어 샘이 나기도 했다. 람부르의 오래된 커피머신이 깨끗하게 청소된 부분을 읽었을 때 난 뻥튀기를 먹고 있었는데 문득, 이 뻥튀기 기계는 언제 청소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급 식욕을 잃어버렸다. 노지 커피에서 원두와 소품들을 사는 저자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은 책을 사는 나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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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작가의 소설 속에서 어쩌면 작가가 의도한 것처럼 길을 잃었다. 그리고 여니를 따라 나는 다른 세계로 옮겨갔다. 소설은 나를 다른 세계로 이끌기 위한 호그와트의 1과 1/2정거장과 같았다. 루소의 <꿈>과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가 떠오르기도 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마음에 턱 걸리곤 했다. 문장들도 그러했다. 그 문장들을 소개해 본다.

 

 

 

시인들 말입니다. ---일단, 첫눈에 보았을 때 그들은 거의 예외 없이 늙고 음울하며 회색빛 형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형상뿐 아니라 그들의 육체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의 입자들이 그러했어요. ---그래요 그들은, 그들은 마치 죽은 사람들 같았습니다. (55-56쪽)

 

시인에 대한 생각을 나타낸 부분들이 많다. 아무래도 시인 여자나 김철썩 시인이라는 인물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부하의 꿈이 시인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비극적 인상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 시인은 동경의 대상이다. 어떤 부분은 그 자체가 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 팔을 잡아요. 이 도시의 숨겨진 이름은 '비밀'이랍니다. 이 도시에서 사람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를 잃어버리게 되어요. 모든 것은 너무 빠르게 세워지고, 너무 빠르게 사라져버린답니다. 기억도 마찬가지예요. 집을 나와 열 발자국을 걸은 다음 뒤를 돌아보면, 거기 항상 서 있던 집이 보이지 않는 일도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러면 자신의 집이 어디인지 영영 알지 못하는 거죠.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이 도시의 숨겨진 이름은 '비밀'이랍니다. 그러니 내 팔을 잡아요. 당신은 전화기도 없으니 서로 헤어지면 찾을 방법이 없잖아요.' (158-159쪽)

어쩌면 작가의 어릴 적 꿈은 시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외에도 추상에 추상을 더한 표현들이 매혹적이었다.

 

"소리의 그림자라면?"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 같은 것." (11쪽)

 

열대의 시간이 끝나갈 즈음 그들은 재만 남았다. 그들은 불투명한 회색빛 유령이 되었다. (25-26쪽)

 

나는 하나의 감정이에요, 하고 말하는 얼굴. (124쪽)

 

사진은, 본래의 의도나 목적과는 다르게, 유령으로서의 인간을 증명하는 유일하면서도 강한 선언이다, 하고 볼피는 생각했다. (151쪽)

 

다음에 그녀의 소설을 읽을 땐 좀더 신 나게 길을 잃어봐야겠다.

 

리뷰는 http://blog.naver.com/93tiel/10167606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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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띠지는 안만들면 좋겠다. 아니면 읽는데 방해안되게 만들던지. 버리면서 얼마나 많이 버려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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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의 양심이란 아름다움을 즐긴 대가로 치르는 세금 같은 것. 「롤리타」p455, 문학동네

롤리타를읽고 공감과비공감을넘나들며 밑줄을쳤다지웠다했다.리뷰를쓰긴어려울것같다.간단한트윗으로대신한다. 이책을읽기전엔이책에대해말하지않는것이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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