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을 읽고 있다. 해리 보슈 시리즈를 중심으로. 이번에 읽은 책은 [클로저]인데 남은 신간은 두 권이다. 해리 보슈 더 만나고 싶으니 마이클 코넬리가 좀더 분발하는 수밖에(?)

 

 읽으면서도 제목을 계속 연관짓게 되었다. 범인의 별명이 아니니 이건 범인이 측근이라는 뜻인데 그럼 누구지? 아버지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식당에서 보슈와 만나는 장면을 보 뒤로 그런 의심은 거두기로 했다. 그렇다면 누구? 솔직히 말해서 해리 보슈 시리즈에서 [시인의 계곡]을 제외하고는 범인을 추리하기란 무척 어렵다. 특히 이번 작품이 그랬는데 범인의 존재가 너무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씀이지! 그야말로 추리는 집어치우고 사건 전개에 집중할는 건가????ㅠㅠ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의미는 그저 '굿바이 어빙'으로 축소시키련다. 그렇다. 해리 보슈의 악연 어빙이 경찰계를 떠난다네~~~♬ 마이클 코네리에겐 굴욕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컴백 보슈, 굿바이 어빙'에 목적이 있는 징검다리 작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제 지하철을 오며 가며 시집을 읽었다. 이성복 시인의 시집을 제대로 읽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지난 와우북에서 구입한 문학과지성 시인선R 시리즈 1번인 이 시집은 미처 알지 못하고 사서 읽었는데 철저히 기획된 시집이었다. 굉장히 특별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외국의 시인들 혹은 소설가들의 작품 속 한 구절을 차용하면서 모든 시가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시가 딱 100편이니 시인이 마음먹고 쓴 컨셉트가 아닌가!

 

  어찌 보면 이 시들은 어떤 글의 일부 혹은 느낌을 매개로 쓰여진 것이기에 마치 알라디너들이 쓰는 리뷰와 마찬가지로 2차 텍스트라 볼 수 있는데 그 시들이 너무 매력적이라 그렇게 비교하기엔 송구하다. 덕분에 잘 알지 못했던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도 알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오며 가며 일단 귀퉁이를 접어두었는데 집에 오니 책이 두꺼워져 있었다. 시집으 한 번 읽는 책은 아니니 다시 읽고 옮겨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 좋은 시 한 편을 공유해 봐야겠다.  이래서 다들 이성복 이성복 하는구나,,,싶은 시집이었다.

 

 

 

 

 [가짜 경감 듀]에 대한 좋은 평이 많아 읽어보게 되었는데 읽어보니 '과연'이었다. 대다수의 추리 소설들은 간략한 배경 소개 후 사건이 발생하고 이후 등장한 탐정 혹은 경찰에 의해 인물들의 미스터리가 벗겨지는데에 반해 이 책은 1/3이 인물 소개이고 사건은 절반이 다 되어서야 벌어진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고 그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되려나 집중하며 읽어가게 된다. 궁금증이 증폭되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월터가 듀 경감의 자격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또한 긴박하고 궁금하여 읽다 멈추기가 어렵다. 에필로그를 읽기 직전까지도 침을 꼴깍 삼켜가며 읽었는데 아쉽게도 에필로그가 급 싱거워 허탈하기도 했다.  암튼 상콤한 탐정 소설이야~~

 

이 외에도 김영하의 에세이를 읽었다. 지난번에 김중혁 작가의 에세이 리뷰를 쓰며 경쟁구도를 언급했는데 만약 이 두 에세이가 정말 경쟁을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김중혁 에세이의 완승이라고 말하련다. 김영하의 이번 에세이에서는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다. 애정하는 작가이기에 가슴이 아프다....이후 출간될 시리즈는 사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읽기는 하게 되겠지...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김영하의 작품을 사랑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근래에 산 책

페이퍼에 관심 신간들을 이야기하며 많이 거론한 책들 중 일부를 구매했다.

 

 

  이 책을 사니 적립금도 주고 알사탕도 주고 북마크도 준다. 요즘 와우북에서 핫하고 가볼만한 부스는 <마음산책>인듯한데 그곳에서도 북마크를 주는 모양이다. 내가 받은 북마크는 영사기 모양이다. 아들이 뺏어선 공룡책에 끼워두고 주질 않는다....

  더불어 이달의 선물 <책베개> 대상 도서를 세 권 한번에 써먹어서 다음에 또 받을 수 있을지 어쩔지도 모르는데 아들이 그것마저 자기 공룡베개 옆에 두고 자기 것이라며 선언했다! 엄마가 사준 그림책 두 권은 아직 펴보질 않았다. 엄마만 좋아서 쓰담쓰담 중이다. 하지만 확신한다. 펴 보는 순간, 너 반할 거야!!

 

 

 

 

 

 

 

 시를 전체가 아니라 한 두 행을 발췌하여 그림과 배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의심반 기대반으로 구입한 책이다. 그런데 택배 박스를 여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 책에 손이 가고 펼쳐보니 의심은 사라진다. 문장은 본래에도 작품이지만 그림과 더불어 있으니 회화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오은 시인의 이름을 보고 구입했는데 그의 시 중 내가 좋아하는 <이국적 감정>의 문장이 있어 기대했으나 왜 이 시에는 그림이 없는걸까? 괜히 서운하다.

 함께 주는 엽서가 탐이 나 더 사고파진다^^ 이 탐심! 선물용이 더 좋은 책이다.

 

그 외의 몇 권을 더 샀지만 아직 미처 펼쳐보지 못했다. 아들을 위한( 실은 내가 좋아서 산) 그림책 두 권은 따로 조만간 리뷰를 써볼까 하여 소개를 생략하고 나머진 지난 번에 포스팅한 반값도서들 중 세 권 샀다.

 

 

# 근래에 읽은 책

 

<구매>

지난 달 근처 도서관에서 진행된 도서교환행사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해문출판사판의 책을 두 권 교환했고 그중 한 권을 읽었다. 제목을 어떤 책에서 추천하는 것을 본 것 같아 선택했는데 과연 재미있었다. 이제 드디어 애거스 크리스티에게 적응한 것인가 그동안은 그저 작가에게 따라가듯 읽었는데 이번엔 제법 추리라는 것을 해 보았다. 범인을 찾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실제로 살인을 목격한 것이 조이스가 아니라는 것은 맞췄다. 그런데 미란다의 친부의 설정을 마치 그리스로마신화 식으로 끼워넣은 것은 좀 억지스럽다.

 

 

 

 

  <대출>

 지난번에 [출판 24시]를 읽었을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아마 저자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내가 달라진 것일 게다. 그 사이에 [이방인]에 대한 번역 논란이 거세게 일었었으니 말이다. 이 소설 역시 김윤식 평론가 및 이인화, 신경숙의 표절 문제를 실명으로 공개하며 소설화하였지만 실제로 이 소설이 소설이라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지면에 실어줄 통로를 찾지 못해 이러한 방법을 택했는가는 모르겠다만 사설이나 기고의 형식으로 하는 게 더 설득력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저자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대출>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옛말이 무색하게 범죄의 내음이 강한 1900년대 초반 대형 책도둑들의 전성시대를 다룬 책이다. 책이 당시에 그처럼 귀한 존재였다는 것은 반색할 노릇이지만 이쯤되면 이들에겐 면죄부를 줄 수 없게 된다. 앎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 돈에 대한 욕망으로 저지른 일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뉴스에 보니 오프라인 서점에서 신간을 다량으로 훔쳐 알라딘 중고매장에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요샌 책장사가 안된다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피해를 입힐 것까지는 없는데 참 사람들.....

 

기존에 '책도둑'이 주는 낭만적 정서를 탐정적 정서로 바꿔준 책이다. 아직 영화든 소설이든 [책도둑]을 못 만났는데 너무 만나고 싶어진다. 책 도둑들을 감화시켜 다른 도둑들을 잡게 한 버그퀴스트가 인상적이다.

 

 

<구매>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남긴 여섯 편의 작품을 현재 포레에서 출간 중이고 현재 3권이 출간되었다. 그 첫번째 책이 [봄에 나는 없었다]인데 이 책을 비롯한 여섯 편의 작품은 추리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자하면 애거서 크리스티가 추리 소설 속에서 인물의 마음을 세밀하게 그려낸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가 있다. 오로지 조앤의 마음만으로 책 전체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 흐름 기법과도 유사한데 그보단 따라가기가 쉽다.  무엇보다 이 시리지의 표지가 맘에 든다. 종이의 두께는 너무 두껍다 싶지만.

 

 

<대출>

북스피어의 박람강기 프로젝트 시리즈는 굉장히 의미있는 시리즈이다. 추리소설 작가들의 소설 작법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1편은 아닌가?(개인적으로는 1편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검은 수첩]은 마쓰모토 세이초에게 빠져든 사람이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가 추리 소설에 대하여 가진 생각은 물론 그가 소설을 쓰기 위해 기록한 검은 노트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장에 실제 사건들을 자세히 기록한 내용은 그것들이 소설이 아닌 실제이기에 읽는 것이 불편하고 더 무서웠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말에 따르면 현실성을 갖고 있으며 우리의 삶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들과 수법들을 써야한다는데 그렇게 해야 재미를 느끼는 게 맞기는 한데 독자가 읽을 때에는 이것이 소설이라는 착각을 하므로 즐길 수 있지 실제라고 생각하면 즐길 수 만은 없으니 모순되는 점이 있다. 아마 그 두 방향이 모두 존재하기에 우리는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즐김의 요인일지도. 현실인듯 현실 아닌 현실 같은 사건들.

 

 

#  곧 살 책들

와우북 방문 일정을 잡았다. 일요일 점심 즈음.

일단 핫한 <마음 산책>과 <북스피어>를 가볼 참이다.

 

신간의 경우는 리퍼 도서가 아닌한 적립금이나 알사탕 등을 고려했을 때, 특히 올 때의 짐의 무게를 생각했을 때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그래서 목록을 정해놓되 와우북에서 살지 돌아와 온라인에서 살지는 확실하지 않다. 와우북에서 사든 온라인으로 사서 베개를 하나 더 받든 할, 구매 예정 목록이다. 순전히 건망증이 국가 대표급인 나를 위해 정리해 둔다. (무게 걱정에 일단 가 봐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바퀴 달린 가방 가져가고도 싶지만 내가 나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백팩 하나에 의지하고자 한다.)

 

 

 

 

 

 

 

 

 

 

 

 

 

 

 

 

 

 

 

 

 

 

 

 

 

 

 

 

 

 

 

 

 

 

 

 

 

 

 

 

 

 

 

 

 

 

 

 

 

 

 

 

 

 

 

 

 

 

 

 

한글날이 다가오는데 아이에게 읽어줄만한 책이 세종대왕 위인전밖에 없다.

 

 

 

 

 

 

 

 

 

 

 

 

 

와우북에서 살 책 팁이나 한글 관련 일곱살 남자 아이가 읽을 만한 책 추천 받아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혜윰 2014-10-0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 실비아 플라스 책 세 권을 샀고, 구형의 황야도 샀다. 그 외엔 계획에 없던 책들을 샀는데 그랬더니 9만원을 썼더라...

그렇게혜윰 2014-10-10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났더니 금세 값을 내린 신간은 무슨 경우인고ㅠㅠ

그렇게혜윰 2014-11-0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먼자들의 국가, 불륜도 샀다.
 

근래에 읽은 책 세 권을 추천해본다. 소개가 아니라 추천이라고 말하는 까닭은 세 권을 읽으면서 참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좋은 책들이다. '근래에 읽은' 책들은 대개 그 근래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추천하고자 하는 세 권의 책들은 잔영이 오래 남아있다.  [헤세의 문장론]을 가장 최근에 읽었고, [담장을 허물다]를 그 사이에, [나, 제왕의 생애]를 가장 먼저 읽었는데 지금껏 가장 크게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것은 [나, 제왕의 생애]이다. 이 책의 존재감이 스스로도 놀랍다. 쑤퉁의 소설이기에 그런 것인가, 내가 본래 중국의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인가. 어쩌면 그 둘이 만났기에 그러할 테지만 쑤퉁의 힘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프다는 마음이 증명한다.  최근에 읽은 작품부터 추천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속표지의 민트빛이 더더욱 맘에 들고, 제목의 폰트가 예쁘다.

 

장장 10장에 달하는 편역자의 머리말을 통해서도 느껴지지만 12권의 헤세의 책 외에 많은 글 속에서 책읽기과 글쓰기에 대한 글들을 모아 엮은 열정이 그득하다.

 

무엇보다도 기존에 내가 알고 있었던 소설들과 그림 그리고 시가 아닌 헤세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담긴 이 글들을 통해 헤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읽으면서 그저 눈으로만 따라가기가 아까워 꽤 많은 분량의 글들을 옮겨 적었다. 주로 책읽기에 대한 글들이었는데 그가 말하는 책에 관한 이야기들은 현대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옮겨 적은 글들 중 몇 편을 여기에 올리는 것 대신 미처 옮겨 적지는 못했지만 기억해두고픈 글들을 몇 편 소개해 본다.

 

요즘 공간 대비 책의 양이 많아 고민 중인 내게 헤세가 말한 친구의 이야기는 큰 가르침이 되었다.

나의 한 친구는 미리 한두 번 읽어보고 만족스러웠던 책만 구입한다. 그렇지만 그의 집 책장에는 벽면 가득 책이 들어차 있다. 그는 그 책들을 거의 예외 없이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여러 번 읽었다. (51쪽)

 

 세상에나! 읽지 않은 책이 책장에 가득 차 있는 나로서는 심히 부끄러워진다.

 

소설이자 시인이었던 헤세가 말하는 시쓰기의 즐거움에 공감한다. 시를 읽는 것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아주 가끔이나마 시를 쓸 수 있을 때의 행복감을 알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시를 읽는 것은 극히 단기간의 즐거움이니 금세 그것에 질리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읽어야 한단 말인가? 누구나 직접 형편없는 시라도 지어보면 안될까? 그렇게 해 보라. 그러면 형편없는 시를 짓는 것이 심지어 최고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보다 훨씬 행복함을 알게 될 것이다. (158쪽)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추천하고픈 책이다. 다만 현재 의문이 드는 사항이 있어 메일로 문의를 해 두었는데 답신이 오면 추가하련다.

 

 

 

-----------------------------------------------------------------------------------------

 

 

오랜만에 시집을 읽은 것 같다. 7월에 사고 안 산 것 같은 느낌? 헤세의 충고처럼 시를 쓴 것도 아니니 시에게 조금 소원했나보다. 아니지! 최근에 서예교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이문재 시인의 작품을 써 보았으니 너무 한 작품에만 몰두한 모양이다.

 

공광규 시인은 그림책 [구름]을 통해 알게 되었고, 시는 처음 읽는다. 평범해보이는 제목과 낯선 시인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지 않은 채 읽었지만 어느 새 오픈된 나의 마음의 담장! 이 담장이 그 담장이었구나!!!!!

 

45편의 많지 않은 작품이 수록되었는데 작품들이 모두 좋다. 어디를 펼쳐봐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시들이 그득하다. 위로받고 싶을 때, 온기를 느끼고 싶을 때 이 시집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마음이 괜시리 평안해진다.

 

아름다운 시를 읽는다는 것은 헤세의 말처럼 형편없는 시를 쓰는 일보다는 덜 행복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일은 애틋한 마음이 든다. 시를 소비하려 하지 말고 시를 음미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달 초에 한 편의 시를 붓글씨로 반복해서 쓰면서 쓸 때마다 그 시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된 경험을 했다. 시는 자뭇 그렇게 읽어야 하는 건 아닐까?

 

 

 속 빈 것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들은 다 속이 비어 있다

 

줄기에서 슬픈 숨소리가 흘러나와

피리를 만들어 불게 되었다는 갈대도 그렇고

시골집 뒤란에 총총히 서 있는 대나무도 그렇고

가수 김태곤이 힐링 프로그램에 들고 나와 켜는 해금과

대금도 그렇고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회의 마치고 나오다가 정동 길거리

에서 산 오카리나도 그렇고

 

나도 속 빈 놈이 되어야겠다

속 빈 것들과 놀아야겠다

 

 

 

 

------------------------------------------------------------------------------

 

두둥! 드디어 오늘 책 소개의 하이라이트! [나, 제왕의 생애]이다.

 

쑤퉁의 소설을 가장 먼저 읽은 것은 [다리 위의 미친 여자]라는 다소 파격적인 제목의 소설집이었다. 중국의 냄새가 물씬 나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만드는 이야기꾼 쑤퉁에게 빠져들게 되었고 이후 그의 책을 틈틈히 샀다(읽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 책들 중에 단연 내 눈길을 끈 것이 바로 이 책인데, 평소 중국 역사 드라마 좋아하는지라 어떤 왕이 나올라나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읽었고 표지의 저 여성(책을 읽어보니 여성이 아니었어!)을 보고 흔한 드라마의 구조를 예상해보았었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의 역사 속에 없는 가상의 나라 섭국의 멸망과정과 그 나라의 다섯번째 섭왕의 생애를 그린 이야기이며, 여인들의 암투가 있기는 하되 그들의 비중이 크지 않고 오로지 섭왕에 집중된 단조로운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어느 시대에 짧게나마 존재했을 것만 같은 개연성과 역사 소설에서 거의 쓰지 않는 1인칭 시점으로 소설을 끌고 나가는 집중력은 소설가 쑤퉁의 힘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책장을 덮으며 영상으로 보고픈 마음이 간절해졌다. 정말 재밌을 것 같다. 영화 감독님들께서 애정하는 소설가이니 이 작품도 언젠간 영상화 되길 기대해 본다(영화보다는 드라마를 원한다.)

 

외로운 왕, 섭왕.

줄타기 왕이 된 섭왕.

궁에서보다 줄 위에서 더 행복했던 섭왕이, 보고 싶다.

 

"꽃은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려니" 「나, 제왕의 생애」p225,쑤퉁

 

 

 

 

헤르만 헤세와 쑤퉁은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의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고 따진다면 나는 남들보다 적게 읽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누구를 좋아하는 것과 누구를 알고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른 말이고, 나는 그들을 알지 못하지만 그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읽지도 않고 전부 읽지도 않았으면서 그를 좋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책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갖게 하는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책을 너무나 가벼이 생각한 것이 아닐까? 다음 주에 구리에 김중혁 작가가 강연을 하러 오는데 평소 그를 혁사마라 부르며 좋아한 나는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지도 전부 다 읽지도 않았다. 나는 그를 혁사마라 부를 자격이 있는가 모르겠다. 작품과 작가를 좀더 진지하게 대해봐야겠다. 집에 있는 그들의 책도 다시 살펴보고 한 번 더 읽을 수 있는 작품은 다시 읽는 것도 좋겠다. 쉽게 되진 않겠지만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늘 의아한데 고쳐지지 않는 버릇 하나! 책은 사놓고 나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만 허겁지겁 읽는 까닭은? 미스터리인데 슬쩍 추측해보자면 사놓은 책은 언제든 만날 책이지만 도서관에서는 지금이 아니면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근래에도 산 책 보다는 빌린 책을 더 많이 읽고 있다. 아마 이것은 고쳐지지 않을 버릇이지 싶다.

 

우선 이로의 [책등에 베이다]

 

일전에 역촌 북카페 쿠아레에 갔다가 이 책을 만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잊고 있다가 도서관에서 이 책의 등을 만났다. 나 역시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책등의 손짓에 90% 의존하여 책을 고르는지라 저자의 마음이 공감이 되었다.

 

서문의 문장력에 저자의 내공을 느꼈지만 좁고 짧은 텍스트들을 좋아한다는 저자의 특별한 취향 때문인지 가끔은 그의 글이 와닿지 않은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붙잡고 읽게 되는 건 멈칫 하게 하는 문장들 때문이었다. 가령 다음과 같은.

 

열심히 읽지만 이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휴식 같은 독서의 비결이다. 책등에 베이다p112

 

 

내 맘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이 휴식 같은 독서를 위해 이 책을 이해하지는 않기로 했다.

  

 

[책등에 베이다]의 영향으로 오랜만에 목적없이 도서관 서가를 거닐었고 그 와중에 손 안탄 이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다 읽었는데 이 책은 정말이지 '추리소설의 바이블'이다.

 

2000편 가까이 되는 리뷰를 썼고 그 중 200편만 엄선하여 실었다는 양적 방대함도 놀랄만한 일이지만 건드리면 툭툭 추리 소설의 계보가 줄줄 흘러나오는 작가의 저력에 더욱 놀랐다.

 

셜록 홈즈로 추리소설에 입문하여 그 외엔 거의 안읽다가 올해 애거사 크리스티와 마이클 코넬리에 꽂힌 초짜 독자인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읽고 싶어지는 리스트가 쭉쭉 늘어난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입문자라 그런가 고전 추리 소설 쪽이 더 읽고 싶어졌고 일본 소설이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전혀 안 읽은 건 아닌지라 경험을 더 해봐야 알겠다. 우리 나라 추리 소설가가 이렇게 많았구나 싶은 생각에 어쩌면 편견에 사로잡힌 나를 꾸짖기도 하였다. 소설가 이은과 류성희를 시작해봐야겠다.

 

다이어리 가득 위시리스트를 적어보았는데 이 중 각 분야별로 한 권씩만 저자의 문장과 함께 공유해 본다.

 

 

 

<고전 추리 소설>

  브라운 신부의 모든 단편들을 만날 수 있는 기적같은 책이다.  세상에는 많은 특이한 탐정들이 있지만 브라운 신부만큼 독특한 탐정은 없을 것이다.

 

 

 

 

<영미 추리 소설>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서 회오리 바람에 날아간 도로시가 <인 콜드 블러드>에서 범죄에 휘말리는 듯한 작품이다.

 

 

 

 

 

<일본 추리 소설>

 일본 본격 추리소설의 명불허전이 바로 이 작품이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인 작품이다. 졸필로 더 말하면 뭐할까 싶은, 읽지 않으면 모를 작품이다. 그러니 읽으시길. 이 작품을 읽지 않는다면 일본 추리 소설 볼 생각을 마시라!

 

 

 

 

<유럽 추리 소설>

 재미있고 스릴 있고 독특하고 뒤통수 제대로 맞고 싶은 독자들은 무조건 이 책의 늪 속으로 빠져드시길

 

 

 

 

 

<한국 추리 소설>

 설홍주와 왕도손의 활약이 홈즈와 왓슨처럼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택배 비닐을 뜯자마자 다 읽어버리고 당장에 실천한 책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이다. 1일 1폐라고도 부르는 이 실천은 선현경 작가가 1년 동안 하나씩 버리는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그것을 그림과 글로 기록한 책이다. 물론 그 버린 물건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일상과 잘 버무렸고 덕분에 나는 이우일 작가가 배우자라는 사실도 이참에 알았다.  작가로서의 뚜렷한 주관이 드러나는 부분도 좋았다.

 

 그나저나 버리기엔 양말이 좋겠다는 작가의 시작이 어쩜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 나 역시 소소한 소비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양말 잘 사고 묵혀둔다. 그래서 멀리 여행을 갈 때에는 저자처럼 신고 버릴 양말과 속옷을 싸서 가는 경우가 잦다. 빨지 않은 양말과 속옷을 들고다니는 게 찜찜한 이유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잘 안 버리게 되니까!

 

 어찌됐건 이 책을 계기로 한 달 간 1일 1폐 하기로 했다.  마침 어제 아름다운 가게에서 예약된 기증품을 세 박스 가져갔으니 그것으로 시작해 본다. 안타깝게도 오늘은 버리기도 전에 아들 옷을 세 벌이나 사왔다 ㅠㅠ 세 벌 이상 버릴 것이다!!!

 

기록은 트위터에 #1일1폐 라고 쓰고 온 가족의 동참을 위해 냉장고에 표로도 만들었다!

딱 한 달 간만이라도 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중혁사마님 구리 방문 직전에 출간되는 책, 살 거예요. 사인은 예약본으로 받는 걸로 대신할 거예요. 사인본 빼고 싸짊어지고 강연회 갈 거예요. 맨 뒷줄에서 사인 받을 거에요. 그런데 포스터는 가져가야 하나, 뭣에 쓰나????

 

 

 

 

 

 

 

 

 

 

 

 

 

 

 

 

김영하느님 새 책 나왔는데 낭독회도 한다고 해요. 살 거에요. 그리고 갈 거예요. 나름 전작주의 작가님이시고 사랑한지 15년은 된 것 같은데 이번 예약구매한 책이 최최의 사인본이 되는 거예요. 소설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번 에세이가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만큼 좋았으면 좋겠어요!! 낭독회는 1인 1매래요. 2매 주면 좋을텐데~~^^

 

 

 

 

 

 


 

 

 

 

 

 

 

오랜만에 목적 없이 도서관 신간 코너가 아닌 일반 서가에서 책을 골랐어요. 여러 서가를 오가며 책등이 나를 부를 때까지 기다렸는데 한참 지난 후에 하나의 책등이 내 발길을 멈추게 했고 손가락으로 그것을 튀어나오게 하였고 결국엔 그것을 집으로 가져가게 하였지요. 읽다보니 마치 내가 그 책을 처음 읽는 듯 깨끗하였는데 이런 보석 같은 책이 그곳에 부동자세로 오래 있었을 생각을 하니 안쓰러웠어요 ㅠㅠ 읽으면서 사고 싶었는데, 또 한 편 이대로 읽지 않은 채 그 자리로 돌려보내려는 마음이 불편하여 일단은 계속 읽고 있는데 어째 비싸서 못 산다는 말로 들리지는 않겠지요??(뜨끔!)

 

 

 

 

 

 

 

 

 

 

 

 

 

 

어릴 적에 나는 색칠공부를 참 잘했고 좋아했어요!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를 크레파스로 칠하면서도 어쩌면 튀어나간 부분이 없었던지, 그 페이지를 보며 어른들 친구들 할 것 없이 지금으로 말하자면 색칠의 신으로 칭찬을 해댔던 통에 그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지요. 어쩌면 그런 경험이 백설공주보다는 신데렐라를 더 좋아하게 했는지도... 아이를 낳고 보니 색칠을 어느 순간 많이 하게 되는데, 아이가 사내 아이라 보니 또 그게 그렇게 오래 지속이 되지 않아요. 딸아이었다면 함께 오래 색칠공부에 매진(?)하게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른들을 위한 색칠공부라, 매력적이네요^^ 가격은 세지만 색연필도 주는 게 더 땡기긴 한데, 아무래도 부담이 되는 가격이긴 하네요. 집에 크레파스 있으니까....생각 좀 더 해 봐야겠는데 이 역시 비싸서 못 산다는 말로 들리진 않겠지요? (뜨끔 뜨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