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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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에 가하는 일종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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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변화시킨 결정적인 한순간
KBS 강연100℃제작팀 지음 / 김영사on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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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23명의 인생이 담겨있다. 지금도 방영 중인 <KBS 강연100°c>에서 추려낸 23명의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인생이. 내가 알고 있던 이들은 아니다 하나같이 모두. 내가 아는 사람 외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책을 읽어 가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사실,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뭔가 메시지를 주려고 시도하는 책은 이 책이 아니더라도 무척 많다. 그들은 대부분 유명인이고, 그들의 이야기는 이곳저곳에서 많이 들려오고 또 많이 각색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야기들은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곤 한다. 더욱이 이 책에서처럼 이 책을 혹은 이 방송을 읽고 보기 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불특정인의 삶에선 뭔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삶을 돌이켜보게 된다. 아직은 길지 않은 삶이고, 얼마나 길지도 잘 모를 삶이지만 큰 사고나 병이 없다면 아마 수십 년은 더 살아가게 될 삶이다. 그런데 그들의 삶의 방식과 나의 방식이 많이 달랐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겁쟁이고 비겁하고 이기적이다. 책을 읽었다고 내 삶이 갑자기 달라질 것이라고 믿을 만큼 순수하지도 못하다. 다만, 다른 이의 삶을 엿보았고 그 삶이 내 삶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뿐이다. 나보다 더 어려움이 많았던 스물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 삶의 방식을 한 번 돌이켜 본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충분하다. 잠시 멈추어야 할 시점을 만들어준 것이다. 멈추어 보니 한 번 웃게 된다. 뭐, 생각하니 내 삶은 평탄한 것 같아 보이네! 이런 마음으로.

 

스물 세 사람의 삶이 내게 모두 공감을 사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내가 방송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할만큼 궁금했던 사람이 다른 독자와 겹치는 것도 아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어쨌든 내가 방송을 찾아보고자 했고 찾아본 사람은 산악인 박정현, 구두 수선점 운영자 한택주, 운전기사 출신 은행 지점장 이철희, 가수 김혜정, 지리산 서당 출신 교수 한재훈이었다. 20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자신의 삶을 드러내 보인 그들의 용기 자체에 감동을 받았다. 영상의 충격은 그런 부분이었지만 책은 좀더 섬세한 것 같다. 그들의 모습보다는 삶을 더 들여다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책을 권해주고 싶다. 나처럼 책을 읽고 찾아서 방송을 보는 것이 제일 나은 듯 하다.

 

책 가장 첫 번째로 소개된 산악인 박정현님의 글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산은 준비된 자만을 받아준다. 그러니 내가 산에 가려면 철저하게 몸을 만들어야 했다.

 

삶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살아가려면 철저하게 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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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 불멸의 고전 <월든>에서 배우는 충만한 인생의 조건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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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우의 '월든'이 어떤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 또 그것이 법정 스님이 읽은 책이라는 홍보에 힘입어 구입하여 읽었었으나 채 읽지 못한 채 그저 '좋은 내용의 책이구나'라던가 혹은 '언젠가 내 꼭 그 책을 기필코 읽어내리라.'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 나라에서 그의 정신을 본받아 그런 삶을 실행에 옮긴 사람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귀가 얼른 기울어졌다. '그럼 월든 대신 이 책으로?' 뭐 이런 비슷한 마음도 들고 말이다. 반면, 쏟아져나오는 자기계발서의 제목을 닮은 이 책에 대한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책을 얼마 읽지 않아 작가의 이력을 뒤져보게 되었는데, 그 까닭은 글을 잘쓴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월든'에 나온 30개의 구절들을 자신의 경험과 버무려서 한 상 차려놓는 솜씨가 정말 맛깔스럽다. 대체로 그저 그런 책들의 경우에는 목차만 읽어도 어떤 내용일지 알고, 내용을 읽어보아도 실상 다가오는 것은 목차 이상이 되지 않는 경우를 봐온 터였지만 이 책에는 작가의 솜씨가 좋아 그런지 밑줄도 그득하고, 개인적으로는 '월든'을 읽는 것보다 이 책을 읽는 것을 택하길 잘 한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경험이란 그 어떤 논리적인 말보다 설득력이 있다. 더구나 150년전 우리와 시대도 상황도 달랐던 소로우의 경험보다는 지금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고 나와 연배도 비슷한 저자의 경험은 더 가까이 다가왔다. 한 예를 들자면, 인용된 소로우의 글을 읽어도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실천이 어렵겠다 여겨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에 따르는 망설임을 저자도 함께 느꼈고 그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공감되었다.

 

  우리 집에 있는 <월든>은 지금 이 책의 두께 만 하다. 그런 <월든>에서 30개의 구절을 발췌하여 그것에 담긴 철학을 소개하고, 또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레 또다시 소로우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것을 가만히 읽다보면 내 삶을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아주 자연스럽게. 가난마저 가꾸라는 소로우의 말에 공감과 비공감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지만 또 그만큼 아름다운 말이 없는 것도 같다. "뼈 가까이에 있는 삶, 즉 빈곤한 삶이 가장 달콤한 삶이다."(218쪽)라는 말처럼.

 

  극복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굳이 극복하려 애쓰고, 극복해야 할 것을 극복할 생각을 하지 않는 지금의 우리들이 왜 이토록 '힐링'과 '치유'라는 말에 집착하고 있는지, 그러한 집착조차 왜 아무런 소용이 없는지 소로우와 이 책의 저자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들의 말이 가르침이 아니라 공감과 반성으로 들리는 것은 이 책의 저자의 직접 경험 덕분이리라. 공감하자, 그리고 크지 않더라도 마음에 일렁임 하나는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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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탁 위의 책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
정은지 지음 / 앨리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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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뻐서라도 갖고 싶은 책이다. 처음엔 표지가 예뻐 혹 했는데 펼쳐보니 안예쁜 페이지가 없다. 여자들의 취향에 딱이다.
페이지 디자인부터 글씨체, 삽화들까지 꼼꼼하게도 예쁘다.

목차를 보면 많은 책 제목들이 나와 이 책을 책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책속 음식에 관한 책이다. 책에 관한 이야기로시작해 어느새 하나의 음식이야기로 연결되는것이 신기하다. 책에 이렇게 음식이야기가 많이 나왔구나!
마지막에 책정보도 살짝 주는데 이게 또 이쁘다. 책마저도 사진이 아니 삽화로 수록하다니!

자신의 소설이 이렇게 음식으로 연결될 줄은 헤세를 비롯해 다들 몰랐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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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는 거시기다 - 카피, 시, 혹은 아이디어를 위한 메타포 50
윤제림 지음 / 난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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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는 거시기다 - 윤준호

2012. 12. 17

 

"뭐라고요?"

"메타포라고!"

"그게 뭐죠?"

시인은 마리오의 어깨에 한 손을 얹었다.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예를 하나만 들어주세요."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 중

 

   여기 카피에 대한 50개의 메타포가 있다. 카피만으로도 50개가 되는 메타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마리오가 알았다면 얼마나 놀랐을까. 마리오의 성질이 급했다면 찔끔찔끔 알려주는 네루다보다 이 책을 사서 읽지 않았을까.

   이 책은 카피라이터 윤준호가 자신의 카피 철학을 50개의 메타포를 정해 펼쳐놓은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광고인들만을 위한 책은 분명 아니다. 나만 하더라도 광고와 관련 있는 일은 전혀 하지 않음에도 책에는 수많은 밑줄이 그어져 있고 끄적끄적 몇 마디 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광고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모두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카피라이터로서 글을 썼지만 우리는 소비자로서 그의 글을 읽는다. 주고받는 관계가 명확하다 보니 합이 잘 맞는다. 또한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 모든 사람이라고 믿고 싶지만- 창조자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보다는 유를 변형하는 창조를 하기에 이 책에 대한, 카피라는 것에 대한 공감이 예술 원론의 책들보다 더 공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카피는 제록스이고, 카피는 돌밭의 버팔로이고, 물음표 너머의 것이라는 비유는 매력적이다.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언급이나 좋은 카피의 매력은 여백과 심플함에 있다는 이야기도 매우 좋았다. 예전에 광고 언어에 관심이 있어 논문들을 찾아보고 분석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능력 밖의 일이라 포기한 채 이런 저런 광고 문구들을 많이 읽어본 적이 있었는데, 저자의 메타포 중 하나인 ‘카피는 한판승을 꿈꾼다.’와 유사하게 ‘카피는 한방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카피라이터가 공들이지 않은 문장이야 있겠나 만은 캬~하고 감탄사가 나오는 때는 주로 짧은 문장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마 저자는 50개가 아니라 100개도 더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것들이 때로 너무 유사하여 재미가 좀 적은 비유도 있었지만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그 무궁무진한 카피를 하나로 묶는 것이 바로 <카피는 거시기다>이겠지만 말이다. 역시 마지막 장에서 밝힌 것처럼 ‘카피는 제목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카피는 이 책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카피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카피라이터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에 대한 메타포도 10개만 정의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카피라이터는 문디다>라는 책이 따로 나오려나? 문득, 내 삶의 카피도 한 번 제목을 정해보고 50개의 메타포를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내 삶은 무인도다’, ‘내 삶은 얼음이다.’, ‘내 삶은 최면이다.’ 등등의 메타포가 만들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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