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이 독깨비 (책콩 어린이) 2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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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거스트, 아름답다는 말이 언제부터 이렇게 변질되었을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 중에 진정 아름다운 것은 얼마나 있을까? 너를 통해 새삼스럽게 난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느라, 아름다운 차를 만드느라,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꾸미느라 애쓰기 이전에 먼저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어거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솔직히 자신이 없어. 갑작스레 너를 만났을 때에도 환하게 웃으며 있을 자신이. 너를 싫어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건 알지? 그냥 안되었다는 마음이 안 들 자신이 없는거야. 어쩌면 네가 더 싫어할 마음이지만 말야. 참 못났지?

  그런데 말이야. 이미 난 네가 그것조차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마 이미 그런 지도 모르지만. 애써 아닌 척 참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반응 쯤은 내가 받아들여줄 수 있다는 여유랄까 그런 것. 이를 테면 측은지심은 내가 갖는 게 아니라 네가 갖는 거지. '쯧쯧, 아직도 나를 보고 놀라는군. 마음이 아직 덜 컸네....' 이런 마음으로 나를 봐주면 안될까?

 

어거스트, 나도 장애인이라는 눈에 띄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아이와 반 년을 거의 매일 만난 적이 있어. 그 앞에선 웃으며 아닌 척 했지만, 그 아이의 뒤에서 얼마나 울었나 몰라.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고, 또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 아이를 위해 종교도 없는 내가 기도도 참 많이 했던 것 같아. 물론 그 중엔 놀랍고 두려운 마음도 들었었어. 그 아이와 더이상 만나게 되지 않게 되었을 때 많은 걱정도 되고 동시에 마음의 짐도 덜어지는 나를 느끼곤 내가 얼마나 놀랐나 몰라. 사랑하면서도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 그런 비아 누날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런 점에선 서머가 얼마나 대단해 보이는지 몰라. 그런 아이, 아니 그런 사람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머는 정말 아름다운 아이야.

 

하지만 어거스트, 서머 같은 아이는 정말 드물단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사람이지.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아이거든. 첫 대면을 외모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거잖아. 개인적으론 너희 아빠도 서머처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더러웠던 데이지를 망설임 없이 데려오신 걸 보면 말이야. 너희 아빠와 서머처럼 두 말 할 것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희 엄마나 비아 누나 그리고 샬롯이나 잭처럼 어떤 이유로 인해서 너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평범한 사람이 있고, 줄리안처럼 정말 아름답지 않은 사람도 있단다. 네 입장에선 상대가 평범한 사람이기만 해도 다행일 정도로 나쁜 사람들도 많이 만났겠지. 그게 우리의 현실이니까. 우리의 숙제이기도 해.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숙제. 이 책을 읽으며 난 숙제를 조금은 한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편하구나.

 

어거스트, 난 네가 참 좋다. 어느 틈엔가 불쑥 마음과 생각이 커버린 것이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또 너를 빛나게 해 주는 것 같아.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 그 자체가 참 아프지만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야. 너를 성숙하게 하고, 빛나게 해 준 것이 너의 아픔과 시련의 역할이 컸을 테니까. 덕분에 넌 정말 유머있고 배려심 많은,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된 거니까. 서머처럼 혹독한 시련이 없어도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야 말로 신의 축복이겠지만 아픔과 시련을 겪은 후에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아이가 된 너 역시 이 세상에서 참으로 보석같은 존재란다. 아름답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그걸 넌 해낸 거지. 대단해.

 

어거스트, 이제부터 난 아름답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기로 했어.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 쓸모와 환경을 동시에 생각하는 물건에게만 까다롭게 쓸 거야. 밤하늘에 빛나는 아름다운 별, 아름다운 아이 어거스트, 공정무역과정을 거친 아름다운 커피 등등. 찾아보니 진정 아름다운 것도 적지 않구나. 그걸 찾는 눈이 적었을 뿐이구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아름다운 눈을 가진 이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나중엔 내 이름 앞에도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구나. 이 말을 쓰고보니 잘못한 일들이 너무 많아 불가능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노력해 볼게.  네가 책에서나마 내게 존재해주어 정말 고맙다. 안녕, 꼭 안녕 어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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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알을 찾아 - 방글라데시 땅별그림책 8
비쁘러다스 버루아 글, 하솀 칸 그림, 로이 알록 꾸마르 옮김 / 보림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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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방글라데시의 그림책이라 반가웠다.  물론 아들은 지갑에 꽂혀 있는 꽃보다 예쁜 방글라데시 소년의 사진조차 질투할 정도여서 일부러 외면했지만 말이다. 표지에 호랑이 허리가 길어보여 책을 쫙 펴보았더니 과연 호랑이 허리가 참 길었다. 왜 이렇게 길까? 다리는 참 짧은데 말이야? 호랑이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이런 저런 궁금증을 가지고 책장을 펼쳤다.

 

  신기한 것은 그림책에 나온 나무와 꽃의 그림에 방글라데시에 사는 아이로부터 처음 받은 지 속 그림의  색 참 닮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외국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된다면 한국의 느낌이 나게 될까? 그런 궁금증이 들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아들의 떼에 못 이긴 아버지가 <말의 알>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읽다보면  왠지 언젠가 한 번 쯤 들었던 이야기들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드는데 그건 마치 우리가 구전으로 이야기를 전해들었던 느낌과 닮았다. 가령, <호랑이와 곶감>으로 시작해서 <토끼의 재판>으로 이어질 것만 같은.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옛날 이야기보다는 덜 재밌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다른 나라의 정서이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기 전 궁금했던 호랑이를 타는 장면에 대한 부분도 내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말이 필요하다고 '말의 알'을 구하려고 시도하는 탄티의 바보같은 모습이 이상하게 내게는 바보같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할 때에도 왠지 나 역시 탄티처럼 '말의 알'이 실제로 있을 것만 같았다. 거기에서 말이 태어나 아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기를 함께 바랐다. 아버지의 사랑은 없는 것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말을 얻거나 말의 알을 얻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긴 호랑이의 허리만큼이나 길게 말의 알을 찾아 해멘 탄티의 부정이 아니겠는가. 순박하고 진실된 그 마음이 참 좋다. '말의 알'이 있다고 아무 계산 없이 믿어버린 그 마음이 참 그리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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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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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모든 집에 어울리는 완벽한 제품입니다. 조립을 마친 후 깨어나기 버튼을 누르면 엄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행복한 집을 만들어 보세요.

 

   이 글귀는 동화의 초반 현수가 생명장난감인 '엄마'를 조립하기 위해 설레임을 가지고 꺼내든 사용설명서이자  동화 마지막 엄마로서의 '엄마'를 맞이하기 위해 버린 사용설명서의 내용이다. '엄마'라는 물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초반의 '엄마'와 마지막의 '엄마'가 모두 '바이오 토이'사에서 만든 제품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우리의 엄마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쭉 우리의 엄마였듯이 말이다.

   달라지는 것은 인식이다. 제품을 대하려던 처음의 마음과 달리 현수는 '엄마'에게 사랑을 기대한다. 마치 제품 엄마도 제품보다는 사람이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현수의 마음에 꼭맞는 그런 엄마가 된다. 현수가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것이 자신의 본분인 양 다른 마음은 먹지 않는다. 잠들기 전에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읽어주고, 등하교할 때 웃으며 큰 소리로 인사해 주고, 서로 손을 꼭 잡고 산책을 하는 것을 하며 둘은 정말 행복하다. 그러니 결국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무언가를 많이 포기해야 하는 일도 아니다. 그 일을 해 줄 사람이 없던 현수에게 갑자기 생긴 '엄마'라는 존재는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더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며 행복해하는 '엄마'가 아닌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그런 '엄마'가 아닌가 말이다.

    현수에게는 처음부터 실제 엄마는 없다. 작가는 이런 설정을 통해 실재적 엄마의 부재가 아니라 존재적 부재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실제로 엄마가 없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그저 단순한 그리움과 애틋함의 이야기일테지만 그것은 작가가 의도한 부분은 분명 아니다. 대부분의 엄마가 있는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엄마를 그리워하게 된다.  좋은 감정을 잃어버린 마치 로봇같은 우리 엄마들의 모습. 그런 제품 엄마를 사람 엄마로 바꾸는 과정을 작가는 다소 판타지적인 요소를 섞어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어요!"라고 울부짖는 아이들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는가.

    최근 문학계에서는 인간성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어제 오늘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꽤나 직접적이고 사실적으로 경고한다. 최근 읽은 임성순 작가의 [문근영은 위험해]를 비롯하여 동화 [열 세 번째 아이], 그리고 이 책 [엄마 사용법]이 대표적이다. 작가들은 기술적으로 로봇이 인간과 대등해지는 시점에서 인간이 로봇과 달라야하는 점들에 대해 경고한다.  마음을 잃어버린 어른이 기르는 아이에게 마음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사람답지 않은 특성을 가진 아이들이 살아갈 그 날들이 슬퍼지고 두려워진다. 그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에 더욱 더 깊이.

    인간은 태초 지구가 태어날 때의 그 물질이었던 시절로 퇴화하려는 것일까, 마음을 잃어버린 인간에게 지구는 언제까지 지금의 위치를 허락할까하는 조금은 먼 질문까지 떠오른다. 행복한 집, 행복한 삶에 대해 가끔은 사람답게 자문해 보는 것도 허락될 수 있는 그런 삶이었으면 한다. 그건 아주 잠시만이라도 엄마답게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그런 몸짓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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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막걸리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양재홍 지음, 김은정 그림 / 보림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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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눈에 익다 했더니 채인선 작가의 <딸이 좋다>의 그림을 그린 그림 작가의 작품이었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표지에 실린 검은 안경의 소녀의 모습에서 한껏 사랑스러움을 느꼈었는데 이 책 <우리 집 막걸리>의 그림도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보림의 ‘솔거나라’는 우리 전통 문화를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소개하는데, 이번엔 내 나이에도 익숙하지 않은 시골의 새참 문화와 전통술인 막걸리 만드는 법에 대하여 알려주어 아이보다 내가 더 호기심을 갖고 보았다. 읽으면서 점점 잊혀지고 있는 우리 고유의 말들과 명칭들에 대하여 알게 된 점도 좋았다. 굳이 설명하듯 쓰지 않아도 그림만 보면 이것이 무엇이고, 저것이 무엇인지 척 알 수 있으니 몰입도 잘 되고 말이다.

 

 <자배기에 쳇다리를 걸치고 체를 얹었어요>

 

막걸리 만드는 방법과 그것을 할머니가 엄마에게 전해주는 문화, 그리고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새참을 먹는 정다운 풍경들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어쩌면 막걸리를 생산하는 곳이 막걸리 제조 공장이라고만 알고 있는, 그리고 알고 있게 될 아이들에게 막걸리는 원래 집에서 우리 조상들이 두루 즐겨 마시던 술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욱이 요즘은 막걸리가 다시 음주 문화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때가 아닌가. 그런 때에 막걸리의 정체성에 대하여 제대로 알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전반적으로 사실에 기반한 따스한 글도 물론 좋았지만 앞서 말했듯 시골의 따스한 풍경과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이 글과 잘 어우러진 책으로, 최근 읽은 전통 문화 관련 그림책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종이의 재질도 옛스러우면서도 소박한 막걸리를 닮아 사소한 부분까지도 독자를 만족시켜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보거나 만지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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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먹나 The Collection 4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 외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보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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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의 The collection 작품들은 볼 때마다 느끼지만 그림책 그 이상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 <누가 누구를 먹나>를 보고도 그 생각은 변함없었다. 낯선 이름의 작가와 뜻모를 알파벳들을 호기심을 갖고 책장을 펼치니 우리에겐 생소한 폴란드의 그림책이었다. 제목 역시 폴란드어일 터였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설레임은 나에게만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아들은 '폴란드'와 '바르샤바'라는 말만 듣고 이 책을 보는 자세를 달리 하였으니 말이다.

 

제목과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먹이사슬이다. 꽃을 진딧물이 먹고, 무당벌레가 진딧물을 먹고, 할미새가 무당벌레를 먹고, 여우가 할미새를 먹는 등의 과정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런 반복되는 먹이 사슬의 과정 중에서 적어도 내 눈에 가장 빛나 는 장면은 죽음에 대한 장면이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아이는 아이답고 깔깔대며 웃었고, 나는 어른답게 죽음의 필연성에 대하여 생각에 잠겼다. 그 차이가 묘하게 좋았다.

 

생명의 죽음은 죽음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풀과 꽃과 미생물과 생물을 탄생하게 하는 데에 기여한다는 그 당연한 순환의 과정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색깔하나 없이 검은 펜으로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도 좋았고, 그 단순한 그림들에게 어우러진 빨갛지만 명료하게 사실만을 드러낸 글도 좋았다. 그 둘 사이에서 느껴지는 생각의 공간도 정말 좋았다.

 

아이들에게 회화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기엔 명화보다도 그림책, 특히 이 책과 같이 그림의 아름다움이 뛰어나고 생각의 공간이 넓은 그림책이 가장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하게 되었다. 아이답게 깔깔 거리던 내 아이의 웃음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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