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중 보림 창작 그림책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보림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동성 작가님의 유명한 그림책 [엄마 마중]이 보림출판사에서 새로 나왔어요! 표지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제목의 글자체인데 둘다 좋아요. 내용의 글자체도 비슷하지만 살짝 달라졌으니 비교하며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사랑스럽고 순수한 모습이 잘 드러난 이 그림책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기에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책의 색감에 대해서 강조하고 싶어요.

이건 기존의 [엄마 마중]이구요.

짜잔, 이게 바로 새롭게 출간된 [엄마 마중]입니다. 색감이 많이 다르죠? 그림책 전반에 걸쳐 글자체보다도 더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부분인데요. 대비를 더 두어서 입체감을 더 돋보이게 한 점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맘에 들더라구요. 뭔가 그림이 더 풍성해보이는 것이 내용 및 느낌 전달에도 효과적이었어요.

글밥이 많지 않지만, 적은 글밥에도 행간의 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 바로 [엄마 마중]인데요. 딱 봐도 시대와 지역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는 만큼 새롭게 출간된 책의 입말이 더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기존의 책에는 표준어로 "우리 엄마 안 와요?"라고 묻고 있지만

새롭게 출간된 책에서는 "우리 엄마 안 오?"라고 입말을 살렸습니다. 그림과 글이 훨씬 더 조화롭게 느껴집니다. 엄마를 기다리는 그 마음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더 깊은 의미도 부가되는 것 같아요. 이 점도 무척 잘 바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는 저 아이의 모습이 왜 이리 마음 아프면서도 사랑스러운지요? 괜시리 내 아이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한 번 더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아이는 읽으면서 엄마가 늦게 들어왔을 때의 생각이 나는 모양입니다. 더더욱 미안해지네요. 그 미안한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도 무척 네가 보고 싶단다 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3-11-1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예전 책은 이태준 님 문학에 실린 고장말이 아닌 요샛말로 고쳐서 나왔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이번 책이 이태준 님 문학에 실렸던 말을 고쳐서 냈다는 뜻인가요. 아무래도, 예전 책은 원작에 나온 말을 고쳤다는 뜻 같고, 이번 책에서 바로잡았다는 뜻 같네요.

아무튼, 참 예쁜 문학이고 그림이에요~

그렇게혜윰 2013-11-11 11:46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것의 진위는 모르겠어요. 기존 책은 표준어로 나와요. 바뀐 입말이 더 좋더라구요. 그래봤자 사진 올린 저 한 마디 뿐이구요^^ 그 차이가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어요. "우리 엄마 안 오?" 그림도 참 잘 어울리죠?^^
 
깜빡 깜박이와 투덜 투덜이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5
런룽룽 지음, 신영미 옮김 / 보림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이 동화집은 중국 동화 작가 런룽룽의 짧게는 4페이지 분량의 단편 동화를 포함하여 다양한 길이의 단편 동화 7편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캐릭터들이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도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표제작인 <깜빡 깜박이와 투덜 투덜이>의 깜박이와 투덜이는 이름만 들어도 얼마나 잘 잊고, 얼마나 불만이 많은 아이들인지 알 수 있다. <천재와 어릿광대>의 타이쟈오아오의 교만함은 어떤가? <할머니의 이상한 귀>에 나오는 나오나오의 소란스러움은? <디얼의 주문>과 <사고뭉치 디얼>에 나오는 디얼이라는 요정의 크기는? <네 몸속에 있는 요정을 조심해!>의 피치징은 이름 그대로 '성깔부리기 요정'이지 않던가? <다다다와 샤오샤오>의 다다다가 거인국 사람이고, 샤오샤오가 소인국 사람이라는 것을 헷갈릴 사람이 있을까?하는 캐릭터에 부여된 이름의 명확함이 정말 큰 특징이랄 수 있다. 뭔가 문영남 작가 드라마 같은 느낌도 있지만 작가가 모든 작품의 이름을 이렇게 짓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아 재밌었다. 아이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이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가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인 듯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이야기들 속에 나오는 말썽꾸러기 아이들은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착한 아이가 된다는 다소 교조적인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결과보다 '누군가'로 등장하는 인물들에 더 큰 관심이 생겼다. 이 책에서의 '누군가'는 요정 혹은 할머니나 할아버지인데 요정이야 신데렐라 때부터 곤경에 처한 아이를 구해주는 고맙고 착한, 의지할 수 있는 인물이었지만 그 요정과 동급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등장한다는 점이 신선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요정만큼이나 신비로운 인물들이다. 아이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주는 고마우면서도 의지할 수 있는 인물 말이다. 엄마나 아빠의 사랑에서 욕심이 빠진 사랑을 주는 그분들의 위대함을 느꼈다. '격대 육아'라는 육아법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할머니의 이상한 귀>였고, 살짝 지루했던 작품은 <다다다와 샤오샤오>였다. 지금까지도 궁금한 점은 깜박이의 이름이 왜 깜빡이가 아니라 깜박이일까 하는 것인데 아이들도 궁금해할 것 같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고 덜 좋고 궁금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이 다양하게 있을 것 같은 그 다양한 길이만큼이나 재미도 다양한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저 탐험 - 짐 큐리어스 바닷속으로 가다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82
마디아스 피카르 지음 / 보림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3D책을 처음 읽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흑백으로 된 3D는 처음이다. 흑백으로 3D를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3D책의 목적에 화려한 볼거리 제공도 포함될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었다. 흑백 3D는 어떤 느낌일까,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바닷속이면 열대어나 물풀들을 포함하여 각종 동식물들의 색깔이 화려하던데 해저를 흑백으로 탐험한다? 어떤 느낌일지 호기심 반 기대반으로 책을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흑백이기 때문에 3D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색이 화려했다면 색에 묻혀서 입체감이 덜 느껴졌을데 흑백으로 표현되니 입체감이 그야말로 3D였다. 일반적으로 입체라고 부르는 것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가장 가까이 , 그리고 그 아래, 그 더 아래, 그 더더 아래의 이중 삼중의 깊이감이 느껴졌다. 참 신기한데 뭐라 표현할 수가 없어 아쉽다. 오죽하면 입체 안경 안쪽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했을까? 물론, 실패했다. 이 신기함은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 수가 있다.

     

 

 

 <그림 1>                         <그림 2>                          <그림 3>

 

 

스토리는 무척 간단하지만 또 무척 흥미롭다. 기본적으로는 <그림 2>의 마을에 사는 <그림 1>의 아이가 <그림 3>의 방식으로 바다 아래를 탐험하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일종의 판타지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것으론 이건 너무나 턱없는 설명이다. 아이와 함께 물 속으로 들어간 우리의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스토리, 그게 바로 이 그림책의 진짜 스토리이다.  스토리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글밥이 없다. 스토리는 입체 안경을 낀 사람 마음이다. 그 점이 더 맘에 든다. 무한한 상상으로 아이들을 인도한다. 처음 읽었을 때와 두번째 읽었을 때의 스토리조차도 달라진다. 그 변화무쌍함이 이 책을 자꾸 반복해서 읽게 하는 힘이다.

 

아이는 오늘 아침에 유치원에 가기 전에도 이불 위에서 내복 바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입체 안경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그 사이즈가 아이들에게 딱이다. 사실 책을 처음 받고 입체안경을 제일 먼저 꺼내게 되는데 2개가 들어있다는 점도 센스 있었지만 그 크기가 아이들 얼굴에 딱 맞는다는 점이 더 좋았다. 기존의 많은 책들은 어른인 내가 써도 큰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이는 이 안경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비밀 창고에 보관해둔다. 어쨌든 오늘 아침에도 그 입체 안경을 쓰더니 책을 처음부터 읽지 않고 특정 부분에 고개를 들이밀면서 본다. 이야기 후반부에 물회오리에 빨려들어가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그 장면인데 자기가 마치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참 기가 막히게 귀엽다.

 
   

   

 

 

좋은 그림책의 조건 중에 하나가 그림으로 아이의 상상력을 촉진시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글밥 대신 입체감을 준 이 책은 좋은 그림책이다. 더구나 보림 출판사의 이 제본 크기의 책들이 물리적으로도 매우 견고하다는 믿음이 있어서 오래 두고 놀면서 상상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형제가 있다면 같이 쫑알거리며 함께 3D안경을 쓰고 봤을 텐데 괜히 미안하다.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학생 자메이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4
친원쥔 지음, 전수정 옮김, 정가애 그림 / 보림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 나라 대표 동화작가이신 송언 선생님이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쓰신 동화책 중에 털보선생님반 아이들이 돌아가며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몇 권의 시리즈 책이 있다. 한 반의 아이들을 각각의 개성을 살려 시리즈를 구성했다는 점이, 그리고 그 이야기가 아이들의 삶에 무척 밀착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런데 중국에도 이런 동화의 구성이 있었다니! 어쩌면 친원진의 동화가 더 먼저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대표작인 대표작으로 《남학생 자리男生賈里》가 두 권으로 2012년에 출간되었고  이번에 보림출판사에서 기획한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의 네번째 책으로《여학생 자메이女生賈梅》가 출간되었다. 송언 선생님이 쓰신 이야기만큼이나 아이들의 삶에 무척 가깝게 다가온 아주 재미있는 동화책이 말이다.

 

'단언컨대,' 라는 말이 요즘 유행이라니 나도 한 번 그 말을 사용하여 말하자면 단언컨대, 《여학생 자메이女生賈梅》는 앞서 출간된 세 권의 중국 동화들보다 훨씬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것이다. 앞서 출간되 세 권의 책이 다소 시대성이나 환경적인 면에서 우리 아이들의 삶과 거리가 있다거나 매니아적으로 좋아할만한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면 《여학생 자메이女生賈梅》는 읽으면서 전혀 중국에 국한된 이야기라던가 시대적으로 뒤쳐진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는 커녕 내게 열 세살의 딸이 있다면 함께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굳이 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들어줄 만한 대상이 있다면 소리내어 읽어주고 싶을만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함께 읽고 싶은 책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때 기분이 정말 좋아지는 책읽기였다.

 

자메이를 중심으로 자메이의 가족(엄마, 아빠, 쌍둥이 오빠 자리), 절친 린샤오메이, 진짜 사나이 치우스리, 미소가 예쁜 젠야핑, 짧은 글을 쓰는 왕샤오밍, 그리고 문학소년 왕샤오밍, 맷돌 위즈성, 자리의 친구 루즈성 등의 다양한 인물들과 함께 생활하는 자메이의 일상을 통해 열 세살 소녀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행동으로 성장하는지 소소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러면서도 뻔하지 않게 그려낸 점이 인상깊다. 바로 그 점이 친원진이라는 작가의 이야기를 꾸려가는 힘에 대해 애정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남학생 자리男生賈里》의 주인공인 자메이의 쌍둥이 오빠인 자리의 유머에 키득키득 웃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자메이를 구박하는 듯 하면서도 은근히 챙기는 세심하고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 그런 오빠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직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린샤오메이小□林曉梅》의 주인공인 린샤오메이의 매력도 만만치 않다. 주목받는 스타이고 싶어하지만 본인보다 더 주목받는 자메이를 질투하기는 커녕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이 보통 인물은 아니다 싶다. 친구가 위기에서 헤매고 있을 때 '스이'라는 암호로 도움을 주는 모습이나 자신도 진정 되고 싶었던 모범 청소년에 자메이가 뽑혔을 때도 타자기를 들고 직접 전달해주는 모습을 보면 통도 크고 마음도 깊은 친구라 든든해 보였다.

 

아이들은 부모와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친구와 소통하게 된다. 하지만 소통할 사람이 없을 때에는 자신의 마음이 투영된 책과도 소통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이 자메이라서 자메이에게만 이입하게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자메이 같은 아이는 다소 이상적인 아이의 모습이기에 그쯤 되는 아이라면 책과 소통할 정도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아이는 자메이를 비롯하여 자리, 린샤오메이, 젠야핑이나 왕샤오밍, 샤오루, 치우스리, 위저우, 루즈성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아이일 것이다. 이 아이들의 어떤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이 그리 별스럽지 않게 해결되는 모습에 위안과 희망을 얻게 될 지도 모르겠다. 혹은 지금은 아무렇지 않지만 만약에 일어날 자신의 모습에 좀더 대범해질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는 지금 당장 학교 생활이나 가정 생활, 친구 생활에 있어 뭔가 막막하고 답답할 때 단순히 유쾌함을 얻게 될 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이 책은 그 모든 힘을 가졌다는 생각을 감히 해 본다.

 

친원진 작가의 자메이네 반 친구들의 이야기인 《남학생 자리男生賈里》,《여학생 자메이女生賈梅》,《꼬맹이 루즈성小鬼魯智□》,《린샤오메이小□林曉梅》가 하나의 시리즈도 아니고 아직 모두 번역된 것도 아니라 아쉽지만 중국 동화 작가에 대해 가졌던 일말의 선입견이 해소된 것 같아 기쁘다. 네 작품을 얼른 빨리 만나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대의 비밀 - 쿠바로 간 홀로코스트 난민 보림문학선 11
마가리타 엥글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림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헤르타뮐러의 [숨그네]를 읽으면서였던 것 같다. 내가 너무 그들의 삶을 모른 척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하지만 내 삶에 관여하지 않는 그 문제들은 너무 쉽게 그 역사를 모르는 척 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올해 들어 [백년의 지혜]나 [유럽의 교육]을 읽으며 또다시 나는 그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많이 미안해했고 알고 싶어졌다.

 

어른들조차도 그나마 더 유명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그저 풍문으로만 들은 정도일 뿐 구체적으로 그것이 어떤 원인으로 발발되었고,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종전 이후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아이가 훗날 나에게 물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부끄러웠다. 우리도 피해국의 하나였으면서 아는 거라곤 히틀러와 일본원폭이라는 아주 작은 요소 밖에 없다니.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난민이 된 홀로코스트 소년 다니엘의 쿠바 정착기라고 할 수 있다. 부모와 떨어져 홀로 쿠바에서 살아가야했던 소년,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팔로마와 다비드 아저씨 덕분에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성장하며 살아가는 소년 다니엘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인물은 모두 작가의 상상이다. 따라서 이 책의 형식도 작가의 창작이다. 하지만 이야기 속의 인물이 살았던 현실, 그 현실만은 사실이다. 쿠바, 비리가 있던 없던 간에 유럽의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준 나라, 그 나라에 가면 난민이 있었다. 그 난민의 삶을 살펴보면 전쟁의 참혹함을 다른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쟁을 전쟁놀이처럼 여기는 요즘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읽고 어떤 감정을 느낄까 궁금해진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 아이들은 어떤 삶을 살아야했는지 마음이 아프다.

 

작가는 섣불리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니엘은 희망을 품었다는 그 사실마저도 후회하곤 한다. 마지막 난민선이 상륙할 때 그 안에 부모님이 없다는 사실을 안 다니엘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왜 희망이

마음 속에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희망을 품는 것마저도 절망이 되는 시기였던 것이다. 희망을 품고 그것의 가능성을 도저히 점쳐볼 수 없던 현실이었던 것이다. 어른인 다비드 마저도 희망을 가지라고 용기를 도무지 줄 수가 없는 현실 말이다.

 

아이들이 나에게

당황스러운 질문을 또 던지는데

내 머리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문제다.

 

이 문제는

신의 머리로만 풀 수 있다.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다들 어떻게

미치지 않고 버티는가?

 

어쩌면 다니엘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다비드였을지도 모르겠다. 무력감을 더 심하게 느꼈을 테니 말이다. 생사를 모르지만 자랑스러운 부모님을 가진 다니엘보다 함께 살고 있지만 부끄러운 아버지를 둔 팔로마가 더 괴로웠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 모든 것을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진다. 아마 마음 아프지만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면 어떨까? 한일합방 이후 멕시코의 애니깽 농장으로 팔려간 조선의 노예들의 이야기, 나라가 광복이 되어도 돌아오지 못한 채 동물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던 많은 양반과 부녀자를 비롯한 조선의 백성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 어른들은 김영하의 [검은 꽃]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의 이야기를 알고 다시 너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더 마음 깊은 곳을 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실린 다니엘의 일기 시가 생각난다.

 

음악에 어울린다면

삶의 어떤 부분이든

노랫말이 될 수 있다.

 

바로 그 노랫말이 이 책이고, 그 노랫말은 때로는 사실적이고 때로는 정말 시적이다. 일기와 시를 합쳐놓은 형식이 책의 감동을 배가 시켜준다. 일기가 그러하듯 생활모습을 잘 드러내고 시가 그러하듯 말의 아름다움과 감정의 동요를 느끼게 한다.그 감정은 미안함과 슬픔, 아픔인 동시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직접적인 어떤 문장들이 아무 생각없이 책을 읽는 독자를 향해 날카로이 지적하기도 하는데, 그 지점에서 묵직한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아이건 어른이건 질문 하나 던져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다비드

 

세상 사람들은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배웠다.

현명한 사람, 사악한 사람, 단순한 사람,

그리고 아직 질문할 줄

모르는 사람.

 

나는 질문이 대답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배웠다.

 

어렸을 때 그렇게 배웠다.

이제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지만

인생에는 여전히 답보다 질문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축제의 기쁨도 내겐 질문거리다.

이토록 오래 살았고

이토록 많은 것을 잃었는데도

이맘때면 꼭 찾아오는 음악적 충족감은

어디에서 생기는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