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무루(박서영)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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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에세이를 읽은 시간. 곳곳에 공감

관계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사람 인ㅅ 자를 떠올린다. 홀로 설 수 없어서 기댄 두 사람의 형상을 빗대어 만들었다는 이 글자를 보면 궁금하다. 삶의 기본값은 ‘함께‘인가. 그러기에 인생은 너무 길고 각자의 삶은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서로 어깨를두르거나 손을 잡고 함께 걸어도 좋지만 우선은 혼자 잘 서야 하지 않는가. 나에게 사람 인의 두 획은 넓게 벌린 발이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한 사람의 다리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다가 가끔은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걷거나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도 안다. 그러나 기왕이면 혼자서도 잘 걷는 길이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나타났다가 또 어딘가로 사라지더라도,우선은 혼자서, 두 발로, 씩씩하게 걷고 싶다. - P70

그래서 이게 다 쓸데없는 짓이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아무것도 되지 않는 동안에도 사는 게 꽤 재미있었다. 하고 싶은 것이 계속 생겨났고, 오래된 삽질의 결과로 뜻밖의 기회들이 속속 찾아왔다. 다시 덮은 구덩이 곳곳에 어떤 씨앗들이 나도 모르게 심어졌다는 사실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되었다. 증명할 길은 없으나 분명 오래전 내가 판 구덩이에서 난 싹임을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 P30

책을 읽는다는 건 작가의 세계 위에 내 세계를 겹쳐보는 일이다. 어떤 이야기도 읽는 이의 세계를 넘어서지는 못 한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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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섞인 성장소설

나는 내가 중년에 정신을 놓게 될 것인가 아닌가 하는 미결의 의문에 매여 살고 싶지 않다. 내 주변을 떠나지 않는 그것의 그림자에 가려 살 마음도 없다. 내인생의 너무 많은 날들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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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표현들을 쓰지? 감탄!

패배감도 입안에 오래 두고 굴리면 사탕맛이 나니까.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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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0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패배감도 입안에 오래 두고 굴리면 ________맛이 나니까.
이 빈칸 채우기 시도해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그렇게혜윰 2023-05-02 12:34   좋아요 1 | URL
패배감도 다른 감정으로 바꿀 수 있겠어요!^^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
정승익 지음 / 메이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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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목소리가 많아지면 좋겠다. 시스템을 바꿀 정도로. 


만약 중위권의 학생이라면 100% 합격을 보장하는 입학 정원 자리가 전국에 수만 석이 있습니다. (64쪽)

중하위권은 학원에 '의존'하고, 최상위권들은 학원을 '이용'합니다. (72쪽)


내 말이 이 말이다. 상위권이 전국 7%라면 우리 아이는 그 문턱에도 못 간다. 비교적 사교육을 늦게 시작했기에(영어는 초4, 수학은 중1, 논술도 중1) 학원 생활에 지친다고 하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할 지라도 다니고 싶어 죽기야 하겠는가? 본인도 불안하니까 다니겠지....그래도 일단은 본인 의지를 존중하며 일단은 학원에 보내고 있다. 성적도 조금씩 오르고는 있기에 고등학교 들어갈 때까지는 좀더 지켜보기로 한 참이다. 내가 학원을 안 다닌 사람이라 그런가 학원비가 너무 아깝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저 에코백을 명품백이라는 생각으로 들고 다니며 어떤이의 명품백 값이겠거니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전기세 내듯 쓰는 중이다.


20세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며,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실패도 아닙니다. (236쪽)


이것 역시 내 말이 이 말이다. 더구나 미래시대에 지금의 대학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어 나는 기술을 배우라고 컴퓨터 학원을 제안하고 있는데 아이는 방학에나 한 번 생각해 보겠단다. 저도 사회적 동물이니까 학기 중에 컴퓨터학원 다니는 건 좀 불안한가 보다. 


엄마의 생각이 이러하니 아들은 제 속을 터놓기는 좀 편한 모양이다. 내가 학원에서 중요시 여기는 것은 태도인데 그 문제만 아니라면 되도록이면 성적에는 관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무섭다는 중2 시기에도 눈맞추며 이야기를 많이 했고 중3이 된 지금은 꽤나 건강한 관계의 모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들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현직 교육 현장에서 대학 입시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 좀더 귀를 기울이게 되고 알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이 나라 교육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여론이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몇 년 전 서울대 출신의 모 작가가 강연에서 말하길, 공부도 재능이고 자기는 그런 재능이 있어서 실컷 놀다가 공부해도 서울대에 갈 수 있었다고 하며 아이가 공부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학원을 끊어보면 안단다. 그때 학원에서 적극적으로 말리며 학원비도 안 받게다고 할 정도인 애들만 공부에 재능이 있는 거란다. 과장이 섞였겠지만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공부가 최고의 재능인 사회였던 때가 이제는 저물어가지 않을까? 요즘 농반진반으로 '인성이 재능'이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마음 속으로는 진담에 더 가깝다. 인성을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 멀리 보고 키우고 싶은데 나만 그런다고 해결되지 않으니 답답하다. 그 답답함은 책 한 권 읽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더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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