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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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그런데 빛은 언제 날까? 에너지를 받을 때인가, 에너지를 버릴 때인가. 이 질문에 에너지를 받을 때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오해다. 에너지를 버릴 때 빛이 난다.
(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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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 문학동네 시인선 125
이은규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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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지나치게 우울했고 
나는 지나치게 어리석었고 
나는 지나치게 홀로였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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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놀이공원이다 - 두근두근, 다시 인터뷰를 위하여
지승호 지음 / 싱긋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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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언제부터 놀이공원에 다녔을까? 회전목마 조차도, 회전바구니 조차도 무서워하던 내가 언제부터 입장 후엔 곧장 후룸라이드로 달려가고, 혜성특급을 타기 위해 한 시간씩 줄을 서게 되었을까? 같은 패턴으로 물어본다. 나는 언제부터 사람이 궁금해졌을까? 언제나 귀퉁이 자리에서 창밖만 보거나,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파리에만 시선을 두던 아이가 언제부터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이 궁금해졌을까? 여전히 나는 롤러코스터만은 절대로 타지 못하 듯 타인에게도 적극적으로는 다가가지 못하지만 사람과 놀이공원은 내게 조금씩 열린 대상이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은 무척이나 내게 맞춤한 듯 다가왔다.

 

 '인터뷰어 지승호'에 대한 믿음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 사람이 인터뷰한 사람이라면 분명 들을 이야기가 있을 거라는 믿음, 수많은 인터뷰이 중에 골라낸 8명이라면 더더욱 귀기울만 하다는 믿음 같은 것 말이다. 강원국 작가에 대한 피로감은 좀 있었다. 김규리 배우에 대한 호감은 있었지만 인터뷰가 크게 좋았다고 말할 순 없었다(이 인터뷰에 대한 아쉬움은 지승호 인터뷰어도 토로했는 것을 보며 역으로 지승호에 대한 믿음은 더해졌다만). 목수정이나 김승섭은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들인지 알게되어 좋았다. 그런 것을 잘 끌어낸다. 이은의 변호사가 말하는 '싸우려면 무조건 안에 있어야 합니다.'(177쪽)의 말과 주성하 기자의 '돈 벌려고 왔다고 하면 제 인생이 비참하지 않습니까?'라는 외침은 가슴을 때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가장 좋았던 인터뷰이는 강용주 의사와 서지현 검사였다.

 

 어쩌면 나는 '강용주'라는 이름을 전혀 모르고 살았을까? 그가 세계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라는 타이틀을 가졌으며,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14년간을 대부분 독방에서 수감 생활하고, 현재는 18년째 일상 생활을 하며 광주 트라우마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활발하게 의사로서 그리고 인권 운동가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나는 어쩌면 이름 석 자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을까? 세상에 이렇게 내가 모르는, 그러나 알아야 하는 타인이 이렇게 많구나! 강용주가 비전향을 선택하며 가장 중심에 둔 것은 '개인의 자존', 더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이었는데 그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그 어려운 시간을 버티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남의 이야기라 이렇게 쉽게 말한다. 나로선 감당할 수도 견딜 수도 더구나 긍정할 수도 없었을 것 같은 삶이다. 그 스스로 칭한 '가라앉은 자 가운데 스스로 일어선 자'(145쪽)라는 자긍심이 없었다면 가능할 수 없는(나로선 자긍심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역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늘 비틀거리고, 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만, 그러면서도 계속 걸어가는 게 삶'(126쪽)이라고 할 때 그렇게 앞으로 계속 걸어나가야겠다는, 그래야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 알고 싶은 사람이다.

 

 서지현 검사의 이름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들에게 전혀 낯선 이름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얼굴과 이름과 직업만 알고 있는 게 고작이지 않은가, 하는 것을 이 책에 실린 인터뷰를 읽고야 깨달았다. 나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서 그녀를 이렇게 모를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죽어도 롤러코스터 근처에는 갈 수 없는 것처럼 남에 대하여 깊게는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이렇게 지승호 인터뷰어의 손에 이끌려(?) 서지현이라는 인물을 들여다보니 너무 사랑스러운 사람인 거다. 그리고 너무 합리적이고 당연한 말을 한다. '기존의 휴머니즘에 여성이 없었던 거죠. 거기에 여성도 넣자는 게 페미니즘이고요.'(225쪽) 이건 비단 그만의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가 하니 힘이 더 세진다. 그것을 그 역시 알고 있고 그러하기에 그에 맞는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얼마나 당연하고 합리적이며 세련된 생각인가!  강용주와 마찬가지로 서지현의 인터뷰에서 그들 부모(어머니)에 대한 짧지만 굵직한 내용 역시 인상깊었다. 담백하지만 단단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런 마음을 느끼게 해 준 것은 지승호의 힘이 아닐까 싶다.

 

 책 전반에 흐르는 목소리는  '내가 나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회장님의 글이 아닌 내 글을 쓰는 강원국 작가나 나 스스로에게 증명을 해내야만 하는 배우 김규리의 모습, 언제나 스스로 일어서야 직성이 풀리는 강용주 말이다. 또한 나쁜 사람들은 그들의 죄만 묻지 말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점도 큰 목소리로 다가왔다. 우리 사회에 사라져가는 도덕심을 빌미로 죄가 주었으니 양심에 찔릴 것이다라며 죄만 주고 처벌은 솜방망이로 해서는 죄 없는 피해자만 애꿎게 목숨을 버리게 되는 일이 너무나 많다는 데에 공감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그런 사안도 분명히 있지만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오늘에서는 그리 곱지만은 않다. 다들 한쪽의 마음 같지도 않고. 그렇게 알아가는 거다. 고운 마음도 나쁜 마음도. 전체적으로 지승호가 태워주는 놀이기구에 승차한 느낌은 좋았다.  다른 사람을 알아가면 그 사람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지는데 그게 소설 속 인물인 경우에도 물론 효과가 있지만 직접적인 현실의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 인터뷰 만한 게 없다. 걱정하지 마시라, 인터뷰어를 믿고 따라가면 안전하게 놀다 올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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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 - 정사 비교 고증 완역판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13
나관중 지음, 모종강 정리, 송도진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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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필의 말이 각기 다른 세 종류의 병기를 들고 원소에게 나는 듯이 달려들었다. 깜짝 놀란 원소는 영혼이 육체에서 떠난 듯이 혼비백산하여 손에 들고 있던 보도를 말아래로 떨어뜨리고는 말을 젖혀 허둥지둥 달아나자 모두 죽기 살기로 그를 구원해 다리를 건너갔다.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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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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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단편 소설들만 골라 읽었던 때가 있었다. 도서관 3층 정기 간행물실에 가서 문학잡지들에 실린 단편 소설들을 읽으며 맘에 든 소설의 작가 이름을 기억하기도 하며 단편 소설만이 주는 여운에 조금은 중독되기도 했었다. 정기구독을 하던 때이다. 아이를 키우며 이상하게 단편 소설들을 덜 읽게 되었다. 연달아 보지 못해 드라마도 안 보는 처지인데 짧은 단편을 못 읽을 게 무엇이랴만은 내가 생각하기에 그건 여운을 충분히 만끽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결국엔 처지의 문제가 되었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단편 소설은 짧은 대신 곱씹는 맛이 있고 여운이 주는 느낌이 가장 큰데 그걸 못할 바에야 장편이 낫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나마 익숙한 느낌의 김영하 작가의 단편은 간간이 읽어왔다.

 

  그렇게 가장 최근에 읽은 단편 소설은 김승옥의 [무진기행]이었다. 나로선 모든 작품이 좋았다고 하기도 어려웠고 일부 작품은 몹시 안좋았고 무릎을 칠만한 작품은 한두편에 불과해 썩 좋은 느낌의 독서는 아니었다. 그리고 카버를 읽는다. 김승옥과 비슷한 연배였다.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김승옥의 어깨엔 뽕이 잔뜩 들어간 느낌이었는데 카버의 단편들은 나와 비슷한 처지가 아닌 인물들에게조차 밀착된 느낌을 받았다. 박완서의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박완서의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의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카버는 미국의 박완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봤다.

 

 처음 읽었을 땐 아무래도 표제작인 <대성당>을 먼저 읽었는데 그때 기억엔 그다지 대단한 느낌을 못받았기에 이번엔 순서대로 읽었다. <깃털들>은 추와 미를 대치시키면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세상에 못생긴 아기라니 설정이 너무 한 거 아닌가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지만 결론을 보면 도대체 못생긴 게 무슨 의미냐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극락조라는 공작의 등장도 그렇고 배턴을 터치하듯 전해준 깃털들도 그렇고 강렬한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 처음에 등장해 신선했다. 독서모임으로 읽은 책인데 다른 회원들 역시 이 작품이 주는 느낌을 좋아했다. 다만 역시나 번역의 문제가 있어 우리끼리 원서를 보며 재해석한 부분이 있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말이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열>이었다. 전작의 경우 편집자의 편집본에서 2/3가 잘렸다는데 (<목욕>이라는 제목이다.) 도대체 어디를 잘라낼 수 있었을까? 문학동네에선 편집 전후의 단편집을 모두 출간한 상태이니 비교하실 분들은 비교해봐도 좋을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작이 더 내 취향에 맞는 것 같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서 앤이 프랭클린의 부모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장면이나 앤과 하워드의 이야기를 빵집 주인이 들어주는 장면을 통해 작가가 소설을 쓰면서 자신의 일상을 견디어 내듯이 우리는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고 들으며 우리의 일상을 견디어 낼 수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열>도 마찬가지 이유로 좋았다. 나에게도 웹스터 부인 같은 존재가 있었더라면 싶은 건 두번째 마음이고 우선은 칼라일이 웹스터씨 부부에게 이야기를 하고 부부는 그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장면이 더없는 평온감을 주었다. 나는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카버의 단편들을 읽으며 카버는 아이든 술이든 이혼이든 평범한 일상에 던져지는 균열들로 발생하는 삶의 굴절을 너무나 잘 표현하는 작가 같았다. 최근에 나온 황현산 평론가의 책 제목이 [잘 표현된 불행]이었던가, 딱 그 느낌이다. 그 불행들이 해결된다면 판타지겠지만 굴절된 채로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결론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이 맛에 카버의 소설을 읽는구나 절로 감탄하게 되었다. 어차피 세상은 내가 열심히 착하게 살아간다고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가는 것도 지극히 공감이 되었다. 비록 운명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내게도 힘이 있겠지 싶은 마음은 드는 것이다. 그것을 희망이라고 불러도 될까?

 

 12편의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모두 좋았다. 그런 단편집을 만나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다. 단편만 썼다는 작가의 삶을 엿보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우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로 그를 위로해 본다. 그렇게 당신은 한 고비 고비를 넘기려 애썼군요. 이제는 제 차례인가 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다른 단편집도 읽어볼 생각이다.

 

그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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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9-10-21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걸로 다시 읽어야겠다!!

그렇게혜윰 2019-10-21 15:28   좋아요 1 | URL
대성당은 편집본이 아니라 좋더라구요. 다만 번역 논란은 좀 있어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