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이삭줍기 12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2월
구판절판


그렇다면, 도대체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사랑을 주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쌓여 온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사랑을 주는 사람들은 모두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이 고독한 것임을 영혼 깊숙히 느낀다. 이 새롭고 이상한 외로움을 알게 된 그는 그래서 괴로워한다. 이런 이유로 사랑을 주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딱 한 가지가 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사랑을 자기 내면에만 머무르게 해야한다. 자기 속에 완전히 새로운 세상, 강령하면서 이상야릇하고, 그러면서도 완벽한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49~50쪽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50쪽

어떤 사랑이든지 그 가치나 질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대부분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기를 원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간단명료하게 말한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 받는다는 사실을 마음속으로 힘들고 불편하게 느낀다. 사랑 받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증오하게 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의 연인을 속속들이 파헤쳐 알려고 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는 아무리 고통을 수반할지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능한 한 모든 관계를 맺기를 갈망한다.-51 쪽

인간의 삶에는 아무런 값도 매겨져 있지 않다. 삶은 우리에게 공짜로 주어졌고, 값을 치르지 않고 얻어진 것이다. 그러면 사람의 가격은 얼마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때때로 삶이란 전혀 가치 없거나 만약 있다고 해도 아주 미미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도 내가 처한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 자신이 결국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이 밀려오지 않는가.-102쪽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는 마빈 메이시를 ?아내지 못했는데, 이는 혼자 남겨진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과 한 번이라도 같이 살아 보고 난 후에 다시 혼자가 된다는 것은 지독한 고문이다. 난롯불만 타고 있는 방에서 갑자기 시계의 똑딱거리는 소리가 멈출 때 느껴지는 정적과 텅 빈 집 안에 너울거리는 그림자-이런 혼자라는 공포와 마주하기보단 차라리 철천지 원수를 들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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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8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프리컨 2006-10-2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낯이 익다 싶어서 책을 클릭했더니,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의 저자였네용. 인상적인 책이었거든요.요 책은 일단 보관함으로... 주말 잘 보내고 계시지용?^^

토트 2006-10-29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맞아요, 길들여지면 벗어나기 힘들죠. 그래서 시작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거 같아요.
레프리컨님/ 네, 이 책도 좋아요. 이 작가 마음에 들어요.^^ 레프리컨님도 주말 잘 보내고 계세요? ^^
 
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구판절판


왜 하필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낭만적 사랑에서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 사람이니까. 낭만적 사랑에 있어서 상대방은 자신의 결여를 메워 주는 존재이다. 낭만적 사랑은 불완전한 개인을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179쪽

낭만적 사랑의 속성인 '영원'과 '유일'의 허구성은 합류적 사랑이라는 새로운 사랑의 형태를 만들었다. 낭만적 사랑에서는 바로 그 특별한 '사람'이 중요하지만 합류적 사랑에서는 그 사람과의 특별한 '관계'가 더 중요하다.-181쪽

그리고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해서 그게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어차피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인데.-199쪽

견딜 수 없는 순간을 견디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바꾸어 버린다. 둘째,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마음을 바꾼다.
상황을 바꾸는 방법. 없다.-217쪽

의심이란 그런 것이다. 행동을 의심하게 되고 행동에 꼬투리 잡을 것이 없으면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의도마저도 결백이 입증되면 그다음에는 무의식을 의심하게 된다. 무의식을 의심해서 어쩌겠다고? 뭘 어쩌기 위해 무의식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의심의 매커니즘이 그런 것이다.-226쪽

어떠한 종류의 사랑이건 간에 사랑이란 그 자체로 아이러니이다. 왜? 내가 남을 사랑하는 것이기 ‹š문에. 내가 너이고 내가 나였던 아주 짧은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사랑은 숨겨 놓았던 독을 사방에 풀어 놓는다. 그리하여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정작 사랑했던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241쪽

보너스 팁. 싫어하는 인간을 즐겁게 보는 방법.
- 없다. 앞으로도 계속 싫어하면서 살면 그만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 줄어든다 해서 갑자기 안생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3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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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6
이사카 코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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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장에는 보호자 난이 있다. 그곳에 출석해야 할 부모의 이름을 조사관이 기입한다. 그냥 부모의 이름을 쓰는 조사관도 있고, 나처럼'아버지 또는 어머니'라고 쓰는 사람도 있다. 나는 늘 '당신들은 이 소년의 아버지입니다, 어머니입니다.'라는 느낌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렇게 쓴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도나 영어회화처럼 이런 일은 반복할수록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91~92쪽

"어린이는 영어로 차일드야. 그런데 복수가 되면 차일즈가 아니라 칠드런이 된다 말이지. 그러니까, 아이는 다 다른 꼴을 하고 있는 거라고."-127쪽

"강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야."
나가세는 귀를 쫑긋 세울 때 그런 비유를 자주 사용하지만, 나는 그게 어떤 감각인지 모른다. 아무리 오래 같이 있어도, 그가 살아가는 세상의 풍경을 이해할 수 없다. 상상은 할 수 있지만, 체험은 할 수 없다. 그에게는 그 나름의 세계가, 내게는 나의 세계가, 베스에게는 베스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외로움이 밀려온다. 강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기분, 언젠가 나도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늘 안타깝다.-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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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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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야구 팀 삼미의 가장 큰 실수는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었다. 고교야구나 아마야구에 있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팀이 프로야구라는-실로 냉엄하고, 강자만이 살아남고,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하며, 물론 정식 명칭은 '프로페셔널'인 세계에 무턱대고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 인간이 평범한 인생을 산다면, 그것이 비록 더할 나위 없이 평범한 인생이라 해도 프로의 세계에서는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삶이 될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큰일이었다. 세상은 이미 프로였고, 프로의 꼴찌는 확실히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126쪽

인생은 결국, 결코 잘 하리라는 보장도 없이-거듭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다가 몇가지의 간단한 항목으로 요약되고 정리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도 버티고 있는, 그래서 아무 일 없이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삶은-실은 그래서 기적이다.-199쪽

헤어진다는 것은-서로 다른 노선의 전철에 각자의 몸을 싣는 것이다. 스칠 수는 있어도, 만날 수는 없다.-205쪽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긴다는 것은-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265쪽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 숙제가 어떤 것이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남아 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278~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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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04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민규의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토트님, 정말 황금같은 날에 황금연휴네요. 별다른 계획 없이 식구들이랑 지낼 것 같아요. 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래요.

토트 2006-10-04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배혜경님, 좋은 추석 보내세요.^^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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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에도 순서가 있듯, 삶도 그럴 것이다. 완벽한 메이크업을 마치고 난 얼굴, 그것을 진짜 내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화장으로 한 겹 가리고 나면 내 얼굴에 대하여 스스로 고개 돌리지 안을 수 있을까. 인생이 점점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 내 모습을 멀뚱멀뚱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나는 손바닥으로 황망히 얼굴을 가렸다.-42쪽

때론 갈팡질팡하는 내 삶에 내비게이션이라도 달렸으면 싶다. "백미터 앞 급커브 구간입니다. 주의운행하세요." 인공위성으로 자동차 위치를 내려다보며 도로 사정을 일러주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처럼, 내가 가야 할 길이 좌회전인지 우회전인지 누군가 대신 정해서 딱딱 가르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53쪽

나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터득하게 된 진리는, 겉으로 근사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도 실제론 구질구질한 일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아마 그 홈드라마 속에 사는 가족들도 카메라가 멈추었을 땐, 환멸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흘겨볼 게 분명했다.-94쪽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불편하다며 늘 투덜거리곤 한다. 타인과 가까이 있어 더 외로운 느낌을 아느냐고 강변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언제나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어줄 나만의 사람, 여기 내가 있음을 알아봐주고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을 갈구한다. 사랑은 종종 그렇게 시작된다. 그가 내 곁에 온 순간 새로운 고독이 시작되는 그 지독한 아이러니도 모르고서 말이다.-180쪽

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정성껏 치장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예의를 다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화사하고 은성한 결혼식장의 빛 속에서 나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함이다. 아직은 충분히 괜찮다고. 나는 보잘것없지 않다고 주문을 외우기 위함이다.-196~197쪽

나는 왠만해선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뒤돌아서는 순간 번번이 후회하면서도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아무에게도 원망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220쪽

스무 살엔, 서른 살이 넘으면 모든 게 명확하고 분명해질 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 반대다. 오히려 '인생이란 이런 거지'라고 확고하게 단정해왔던 부분들이 맥없이 흔들리는 느낌에 곤혹스레 맞닥뜨리곤 한다. 내부의 흔들림을 필사적으로 감추기 위하여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 수록 일부러 더 고집 센 척하고 더 큰 목소리로 우겨대는지도 모를 일이다.-227쪽

우리는 왜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충고하면서, 자기 인새의 문제 앞에서는 갈피를 못 잡고 에매기만 하는 걸까. 객관적인 거리 조정이 불가능한 건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차마 두렵기 때문인가.-227쪽

등은 연기하지 않는다. 타인의 등을 본다는 행위는 눈을 마주 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건 어쩌면 그 사람의 내면의 더욱 깊은 곳을 훔쳐보는 순간이다. 이 순간, 나는 이 남자의 무엇을 훔쳐볼 수 있을까?-263쪽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4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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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8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토트 2006-09-19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아, 재밌어요. 쉽게 빠르게 읽히는 책이에요. 그리고 서른 살 즈음의 여자들에게는 더욱 재밌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