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눈물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 2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6월
절판


(...) 그가 감옥에서 걸어 나왔을 때 그는 복수나 징벌 같은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과거를 불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했으며, 그것은 자신을 그렇게 심하게 대했던 사람들에게 수백 가지 친절한 행동을 하겠다는 뜻이었음을 곧 증명해 보였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아프리카의 방식이며, 아프리카의 마음에 가장 가까운 전통이었다.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의 자손이며, 그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더 훌륭하거나 더 중요하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는 세상에 인간이란 어떤 것인지 가르쳐 줄 수 있었다.-77쪽

영혼은 결코 떠나지 않는다. 이것은 백인들이 결코 이해 못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미신이라 부르며 그런 것을 믿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했다. 하지만 무지한 것은 그들이었다. 그들이 인간 자신이 주위에 펼쳐진 자연 세계의 일부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눈을 감은 자들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었다.-131쪽

외국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은, 아프리카 사람들도 자신들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237쪽

그녀는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손실은 없었으므로 만족했다. 흑자수지 타산서보다는 그것이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실은, 연례 계산서에는 지출과 수입 같은 항목 외에 '행복'이라는 항목 들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계산서에서 그 숫자는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259쪽

그것은 무늬를 짜 넣은 전통적인 보츠와나의 바구니었다.
"이 조그만 무늬는 눈물이랍니다."
라모츠웨가 말했다.
"기린이 여자들에게 눈물을 주면 여자들이 그걸 바구니에 짜 넣어요."
(...)
"참 고마우시네요, 음마. 그런데 기린은 왜 눈물을 주는 걸까요?"
(...)
"아마 우린 누구나 뭘 줄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기린은 달리 줄게 없잖아요. 눈물밖에."-26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장바구니담기


성당의 종소리가 7시를 알렸을 때, 장밋빛 하늘에는 아주 밝은 별 하나만이 떠 있었다. 배는 처량한 작별의 고동을 울렸다. 그러자 나는 내 사랑이 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모든 사랑들로 목이 메었다.-73쪽

왜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야 나를 알게 되었어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나이란 숫자가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81쪽

그 작품들을 통해서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은 행복한 사랑이 아니라 버림받은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89쪽

나는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시적 방종에 불과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날 오후, 그녀도 고양이도 없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늙고 외로운 나 자신이 사랑 때문에 죽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와 정반대의 것도 사실임을 깨달았다. 즉, 내 고통의 달콤함을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이다.-112쪽

늙어가는 것 같아, 라고 나는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우리는 이미 늙어 있어요. 라고 말했다. 우리 마음으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바깥에서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보는걸요.-130쪽

진심으로 말하는데,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경이를 맛보지 않고 죽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132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씩씩하니 2007-01-2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어쩌면 이렇게 밑줄 그은 부분들이 다 가슴에 와닿는지....땡겨라~~

토트 2007-01-26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는 중독될까봐 안 읽고 있었는데 이제 읽어야겠어요.ㅎㅎ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구판절판


사실 이름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개는 이름을 가지고 다른 개를 인식하는 것도아니고, 다른 개들의 의름을 외우고 다니는 것도 아니잖아, 개는 냄새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또 상대방이 누군지도 확인하지, 여기 있는 우리도 색다른 종자의 개들과 같아,-85쪽

아가씨가 부모님을 만났을 때는 둘 다 눈도 멀고 감정도 멀었을 거야, 우리가 전에 지니고 살았던 감정, 과거에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규정하는 감정은 우리가 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눈이 없으면 감정도 다른 것이 되어버려, 어떻게 그렇게 될지는 모르고 다른 무엇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가씨는 우리가 눈이 멀었기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말했는데, 바로 그게 그 얘기야.-354쪽

불안한 밤이었다. 처음에는 모호했고, 또 부정확했지만, 꿈들은 분명히 잠자는 사람들 사이를 옮겨다녔다. 여기에 머물렀다가 다시 저기에 머물렀다. 꿈들은 그들에게 새로운 기억, 새로운 비밀, 새로운 욕망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잠자는 사람들은 한숨을 쉬며 투덜거렸다. 이 꿈은 내 것이 아니야. 그러나 꿈은 대답했다. 너는 네 꿈이 뭔지 아직 몰라.-391쪽

말이란 것이 그렇다. 말이란 속이는 것이니까, 과장하는 것이니까. 사실 말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갑자기 튀어나온 두 마니나 세 마디나 네 마디말, 그 자체로는 단순한 말, 인칭대명사 하나, 부사 하나, 동사 하나, 형용사 하나 때문에 흐분한다. 그 말이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살갖을 ŠW고, 눈을 뚫고 겉으로 튀어나와 우리 감정의 평정을 흩트려놓는 것을 보며 흥분한다. -395쪽

이 세상의 책이란, 그것을 다 합쳤을 때는, 사람들이 우주를 두고 하는 말처럼, 무한한 것이다.-429쪽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미리 알 수 없는 거에요, 기다려봐야 해요, 시간을 줘봐야 해요,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시간이에요, 시간은 도박판에서 우리 맞은편에 앉아 있는 상대에요, 그런데 혼자 손에 모든 카드를 쥐고 있어요, 우리는 삼에서 이길 수 있는 카드들이 어떤 것인지 추측할 수밖에 없죠, 그게 인생이에요.-449쪽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건가. 볼수 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461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씩씩하니 2007-01-2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 없이 읽다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인데...
다들 눈이 먼채 세상을 살아가나봐요,,볼 수 있지만 보지않는....
참 슬펐는데...그리고 살짝 무섭구...

토트 2007-01-2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보는 동안 무서웠어요. 생각도 많이 하구요. ^^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구판절판


나는 인간 말종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실제로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더 이상은 아니었다. 오래전에 내 분노를 공원 벤치에 내려놓듯 내려놓았다.. 그런데도. 너무 오래전의 일이어서 다른 식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32쪽

밖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나를 안방으로 불러 안아주고 사방에 뽀뽀를 하고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너무 사랑해." 내가 재채기하면 엄마는 말한다. "괜찮니?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내가 일어나서 티슈를 가지러 가면 또 말한다. "널 이렇게 사랑하니까 내가 갖다줄께." 숙제를 하려고 펜을 찾으면 엄마가 말한다. "내걸 써라. 널 위해서라면 뭐든 줄게." 다리가 근질거리면 엄마가 말한다. "여기니? 안아줄께." 내 방에 올라갈라치면 엄마가 부른다. "뭘해줄까? 널 이렇게 사랑하는데." 그러면 늘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덜 사랑해 주세요라고.-63~64쪽

이 세계가 나를 위해 준비된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사실은 내가 이 세계를 위해 준비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내 인생에서 나는 늘 너무 늦었다.-120쪽

결국 남는 건 물건뿐이다. 그래서 나도 어떤 것도 버리지 못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내가 이 세계를 축적하는지도 모른다. 죽고 나면 나의 물건들을 전부 합한 것이 내가 살았던 삶보다 더 큰 삶을 암시하리라는 희망 때문에.-233쪽

내가 무얼 하더라도, 또 누굴 찾더라도 나나 그 사람, 또 우리 중 그 누구도 아빠에 대한 엄마의 기억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했다. 그 기억들은 엄마를 슬프게 하면서도 엄마에게 위안을 준다. 엄마는 거기에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고, 달ㄴ 사람은 몰라도 엄마는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다.-254쪽

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한다. 때로 내 일생에 대해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삶을 살았다. 어떤 종류의 삶이었을까? 하나의 삶을, 살았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참을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31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절판


누군가를 알려고 하는 이런 무모한 과정은 이제 막 펼친 소설책을 보면서 등장인물의 사상을 읽어내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훌륭한 독자라면 겉핥기로 읽어서 대강의 윤곽을 빨리 파악하려 하기보다는 저자의 의도가 파악될 ‹š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것이다.-55쪽

따라서 친밀해지는 것은 유혹과는 정반대의 과정을 거친다. 친밀함을 보인다는 것은 상대방으로부터 비호의적인 판단-사랑할 가치가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이 초래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혹이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 또는 가장 매혹적인 정장차림을 보여주는 것 속에서 발견된다면, 친밀함은 가장 상처받기 쉬운 모습 또는 가장 덜 멋진 발톱 속에서 발견된다.-157쪽

우리가 평소 다른 사람들에 대해 오해를 한다고 해서 실제보다 훨씬 지나친 감정을 갖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 이런 잘못을 범하기가 쉽다. 사랑할 때 갖게 되는 감정 상태는 무엇인가 잘못 돼가고 있음을, 즉 훌륭한 전기를 쓰고 있지 못함을 의미하는 오만한 상징이다.-176쪽

죽음은 잠재적 대안들의 적이다. 죽음은, 외부적으로 보면 의미심장한 것들도 내부에서 목격하면 보잘것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 또는 실제로 벌어진 사전의 수보다 더 많은 플롯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한다.-214쪽

어른이 된 현재의 자신이 십대였던 과거의 자신에게 취하는 그 야만적인 태도는 한 개인이라는 존재가 결국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여러 명이 모습을 바꿔가며 연속적으로 이어져 만들어진 총체적 결과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217쪽

누구나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아버리면 더 이상 자기를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욕구 뒤에는 누군가가 우리에 관한 모든 사실을 다 알아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놓여 있다. 그것이 비밀 누설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는 주범이다.-239쪽

"나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을 것은 없지만, 최소한 나는 그들과는 다르다."-30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