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장바구니담기


이해하고 싶다는 것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고자 하는 시도다.-55쪽

눈을 읽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눈에서 읽은 내용을 묘사하는 것은 음악을 글로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64쪽

나는 완벽하지 않다. 나는 눈이나 얼음을 사랑보다 더 중하게 여긴다. 동족 인류에게 애정을 갖기보다는 수학에 흥미를 가지는 편이 내게는 더 쉽다. -67쪽

불행하게도 나는 그만큼의 자신감은 없었다.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받았고 많은 것을 원했다. 그리고 진정으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한 채로 끝냈다.-186쪽

썰매 여행에서 딱 하나 금지된 것이 있다면 징징대는 것이다. 징징대는 것은 바이러스로,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높아 쉽게 감염되는 질병이다. 나는 징징대는 소리를 들어주는 것을 거부한다. 감정적 치졸함의 향연에 같이 엮이는 것을 거부한다.-251쪽

나는 공포를 거부했다. 겁을 먹는 것이 싫었다. 공포를 없애는 길은 단 하나다 수수께끼 같은 공포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315쪽

인생이 복잡해지는 것은 우리가 선택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떠밀리는 사람은 단순하게 산다.-509쪽

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냉담해질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긴장할 수는 있겠지만 냉담해질 수 는 없다. 삶의 본질은 온기다. 심지어 증오조차도 자연적 목표물 위로 풀려났을 때는 따뜻해진다. -53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장바구니담기


사랑을 사랑하는 연인은 단순히 X가 멋지다고 여기지 않고, 'X처럼 멋진 사람을 찾아냈다니 대단하지 않아?' 하는 생각을 먼저 한다. -74쪽

감정적인 벌거벗음은 남에게 자신의 약함과 모자란 부분을 드러내는 데서 시작된다. 거기에 의존하면, 우리는 존재라는 엄연한 사실 외의 다른 방법으로 어떤 인상을 심어줄 능력을 빼앗기게 된다. 더는 거짓말하거나 허세 부리지 못하고, 뽐내거나 미사여구 뒤로 숨지 못한다 -136쪽

그러면 감정의 옷 입기란 무엇인가? 그것은 무른 속, 상징적인 생식기의 약함, '당신이 필요하다'는 엄청난 비밀을 남에게 들키지 않도록 만든 옷장 전체로 이루어진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내가 조종할 수 없는 사람, 곧 전화를 받지 않거나 다른 사람과 시시덕거림으로써 우리를 미치게 하거나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137쪽

타인을 상대할 때, 대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반응을 예상하고 행동한다. 상대방의 특성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이것을 이용해서 어떤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한다. '내가 x라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이 사람은 y라는 반응을 보이겠지'라는 전제하에 움직이는 행동의 틀이다. 이 틀이 웬만큼 복잡한 상황까지 아우를 수 있을 만큼 풍성해지면, 우리는 누군가를 안다고 다소 가설적인 주장을 할 수 있게 된다.-146쪽

이 사랑의 영속성이란 무엇인가? 상대가 당장 관심의 징표나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사랑이 지속되리라는 믿음, 상대가 밀라노나 빈에서 주말을 보내더라도 다른 정인과 카푸치노를 마시거나 초콜릿 케이크를 먹지 않으리라는 믿음, 침묵은 단순한 침묵일 뿐 사랑의 종말을 암시하는 게 아니라는 믿음.-164쪽

사랑의 권력은 아무것도 주지 않을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상대가 당신과 같이 있으면 정말 편안하다고 말해도, 대꾸도 없이 TV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바꿀 수 있는 쪽에 힘이 있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다. 사랑의 목표는 소통과 이해이기 때문에, 화제를 바꿔서 대화를 막거나 두 시간 후에나 전화를 걸어주는 사람이, 힘없고 더 의존적이고 바라는게 많은 사람에게 힘 들이지 않고 권력을 행사한다.-176쪽

물론 행복한 감상주의야 바람직하지만, 유쾌증을 태평하게 행복감과 같은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 행복한 영혼이 웃는 것은 그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일몰이 아름답거나 애인이 방금 전화를 걸었거나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쾌증에 사로잡힌 이들이 행복한 것은, 단지 그들이 불행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유연하게 통합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253쪽

진정calm dawn이란 개념에는 느긋해지라relax는 제안에는 없는 책임감이라는 요소가 뒤따랐다. 진정하는 사람에게는 사실 마땅히 흥분할 만한 이유가 있다. 느긋해지라는 말을 듣는 사람은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은 상황에 과민 반응하는 것일 뿐이다.-264쪽

누구와 사귈 때, 사람만 달랑 올 수가 없다-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문화가 따라오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관습이 따라온다. 특정한 지역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함께 온다.-298쪽

행복은 배타적이지만 불행은 끌어안는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행복한 표정이 아니라 불행한 표정을 짓고, 명랑함에 수반되는 독립심, 고통에 대한 무감각을 피할 일이다. 불행을 추구하는 일은, 만족한 표정에 함유된 경쟁심을 피하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336쪽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란 공유된 의사소통 체계하고 정의되므로 사회를 벗어난 곳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며, 혼자만의 언어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362쪽

그이도 다를 바 없는 인간이구나.-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한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점을 과장하는 흥미로운 과정'이라는 유명한 경구의 진부한 메아리였다.-37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4월
구판절판


세상 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 상대방과 그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게 되면, 나는 새삼스럽게 말이라는 것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머리가 번잡스러워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위해 낭비되는 팽대한 말들이 내게는 너무도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때문이다. 내 가슴속에 감춰진 이 체념은, 이해시키고자 하는 정을 쾌불쾌의 정에 간단히 연결시키고 만다. 일상적인 단 한줌의 쾌를 위해 많은 말을 사용하는 것을, 나는 치졸하게 여기는 것이다.-60~61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새삼 유스타스의 쇠약에 흥미를 가진 것은, 그거시 너무도 우리에게 익숙한 것인 듯이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쇠약은, 단지 한 성직자가 신앙에 무지몽매한 민중의 생활로 추락해버렸다는 의미만을 가지는 것일까. 아무래도그렇게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보다 극심한 타락에서 진부한 타락으로' 쇠약해지고 만 것처럼 보였다. 보다 더 정확히 묘사하자면, '본질적인 타락에서 주변적인 타락으로' 쇠약해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게는, 극히 최근에 유스타스 개인에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아주 이전부터 우리 모든 인간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만, 꼭 그렇게만 여겨졌던 것이다.-100쪽

그건 두려움이었다. 단지 미지의 어둠에 대한 불안 때문만이 아니라, 그곳에 예비되어 있을 것만 같은 무언가 부드럽게 나를 유혹하는 듯한 힘, 어떤 그윽한 아름다움 같은 것을 향한 호기심이 몰고 오는 까닭 모를 두려움이었다. 거기에서 달아나려 할수록 한층 더 그 안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이 내 안에서 무서운 기세로 차올라오고 있었다.-114쪽

이 안드로규노스는, 젊음이라는 것이 가지는 어떤 명쾌함을 분명하게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젊음 자체는 아마도 몇백 년 몇천 년이라는 광물적인, 느릿하기 짝이 없는 성장을 통해, 말하자면 '늙음'으로써 얻어진 것이리라. 그것에 드러난 명확함에는 벌써 이면으로부터 노회한 회닉이 다가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123쪽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는, 인간이 행하는 바 어떤 결과가 오직 한 가지의 원인에 반드시 귀착된다고 하는 단순한 낙관주의를 점점 더 믿을 수 없게 되었다. 하나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미묘한 카오스(혼돈)에 의한 것이며,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찾아낸 원인이라는 것은, 유기적인 카오스로부터 조금 떼어온 한 조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리라.-17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마의 시 -상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5월
구판절판


새로움은 어떻게 이 세상에 나타나는가? 어떻게 태어나는가?
어떤 융합, 변환, 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새로움이란 극단적이고 위험한 것인데 그 후 어떻게 살아남는가? 철거 인부들과 파괴의 천사와 단두대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충, 어떤 타협이 필요하고 또 자신의 어떤 은밀한 본성을 스스로 배반해야 하는 것인가?
탄생이란 항상 추락일까?
천사들에게 날개가 있을까? 인간도 날 수 있을까?-23쪽

질문: 믿음의 반대말은 무엇이냐?
불신은 아니다. 너무 확정적이고 분명하고 페쇄적이다. 그 자체가 일종의 믿음이다.
의심.
인간의 천성. -139쪽

"그건 악마였어. 지난번의 그것, 악마였어."
바로 그것이 그가 '듣기'에서 '들은' 말이다. 그가 속았다는 것, 악마가 대천사로 가정하여 나타났다는 것, 그러므로 그가 암기했던 그 시는, 시 천막에서 암송했던 그 시는 진짜가 아니라 그 정반대인 사악한 말이었다는 것, 신의 말씀이 아니라 악마의 말이었다는 것. -184쪽

아예사보다 더 지독한 적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역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피로 빚은 술, 더 이상 마셔서는 안 되는 술이다. 역사란 곧 마취제이며, 악마의, 저 못된 샤이탄의 창조물이자 소유물이며, 모든 거짓말 - 진보, 과학, 인권 - 가운데 으뜸가는 거짓말인 바, 이맘은 단호히 그것을 규탄한다. 역사는 '정도'에서 벗어남이며 지식은 미망에 지나지 않음이니, 알라께서 마훈드에게 마지막 계시를 내리시던 그 날, 이미 모든 지식이 완성되었기 떄문이다.-306쪽

난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걸 알게 됐지. 다음번에 또 율법책을 고쳐썼다가는 그가 모든 것을 눈치챌 게 뻔했어.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어. 난 그때 나의 운명과 그의 운명을 두 손에 움켜쥐고 있었던 거야. 나 자신이 몰락하는 것을 무릅쓴다면 그 역시 몰락하게 만들 수 있었지. 그 끔찍했던 밤, 난 선택을 해야 했어 : 복수를 하고 죽느냐, 아무것도 없이 사느냐. 보다시피 난 삶을 선택했어. 동트기 전에 낙타를 타고 야트리브를 떠나 자힐리아로 돌아왔으니까. 그 사이에 수많은 고난을 겪었지만 그 얘긴 생략하지. 그런데 이제 마훈드가 금의 환향하고 있다는 거야. 난 결국 목숨을 잃고 말겠지. 그리고 그의 힘이 너무 커져서 이젠 나도 꺾을 수가 없게 돼버렸어."
마알이 물었다.
"어째서 그가 자네를 죽일 거라고 확신하지?"
페르시아인 살만이 대답했다.
"그의 '말씀'이 옳으냐, 내 말이 옳으냐 하는 상황이니까." -117쪽

아내가 몇 명이라고? 열둘, 그리고 오래 전에 죽어비린 늙은 마누라 하나. '장막'에는 창녀가 몇 명? 역시 열둘, 그리고 검은 천막을 친 권좌에 몸을 감추고 여전히 죽음을 비웃고 있는 늙어빠진 여주인 하나. 믿음이 없는 곳에는 불경죄도 없는 법이다. -135쪽

용서할 수 없는 일이란 어떤 것인가?
자기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 '전부를 들키는 것', 그 살떨리는 벌거벗음의 상태, 그것이 아니면 또 무엇이겠는가?-202쪽

승리했을 때 어찌하겠는가?
적들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을 때: 그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타협은 약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유혹이다. 그러나 이것은 강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시험이다.-26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스테르담
이안 맥완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암스테르담.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가장 빨리 합법화한 나라이다. 매춘, 동성간의 결혼, 안락사, 대마초가 합법적인 이 나라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절망에 끝에 서 있는 어떤 사람들은 결론을 얻기 위해 그곳으로 향하려 한다.

여기 네 남자가 있다. 조지, 클라이브, 버넌 그리고 가머니.   이 네 남자의 여인이었던 여자의 화장장에 이들이 모인다. 그녀의 죽음을 계기로 그들은 묻어두었던 감정을 꺼낸다.   질투, 경멸, 야망, 자존심, 경쟁심, 우정, 절망, 위선.  이 감정들을 서로에게 들이 밀면서 그들은 서서히 파국으로 치닫게되고  결국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어느 정도의 사회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남자들의 속물근성이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추악할 수 있다. 그 위치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사적인 감정이 결합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이다. 심리 스릴러를 표방한 이 책은 남자들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들의 행동과 그 행동을 이끄는 심리 상태가 아주 생생하게 표현 되어 있고, 그 덕분에 아주 재밌고 흥미롭게 읽히는 소설이다. 부커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 소설은 그 이름 값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노력이 파멸로 끝난 사람들을 암스테르담으로 향하고, 가장 치졸한 한 사람만이 최후에 웃게 된다. 그가 누구인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1 | 12 | 13 | 14 | 15 | 16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