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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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자신이 괴상한 책이라고 한 이 책은 먹거리와 경제학을 연관시켜 서술한 책이다. 좀 산만하고 정보의 양이 과하지만 살펴보면 필요한 키워드를 가져와 한 챕터씩 이야기하고 있다. 때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 음식 이야기를 굳이 왜 할까 싶은데 아무래도 경제학이 먹고사는 일에 가장 직결된 학문이라 그런 듯하다. 책에서 보면 식민지나 노예노동, 기술발전 같은 경제역사의 시발점에 먹거리가 있기도 했다. 또한 저자 자신이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어렵게만 느끼는 경제학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도 담긴 것 같다.

이 책의 핵심을 정리해보면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하나는 완전한 경제학 이론은 없다는 것. 지금의 경제체제는 1980년대부터 주류가 되어온 ‘신고전학파(신자유주의)’의 연장이지 고정불변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영국과 미국이 자유무역, 자유시장 정책들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역사 서술이 경제학적 신화라고 했다. 제조업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서비스업이 커진다는 ‘탈산업화’ 담론도 믿을 게 못 된다고 했다. 탈산업이라는 믿음으로 제조업을 방치하고 금융 부문 주도의 경제체제로 변화해 온 영국과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로 붕괴했다. 또한 금융자본주의의 핵심인 주식회사 제도(유한책임제도)가 주주 이익 우선으로 인해 이제는 경제성장에 방해가 되는 실정이란다. 그러니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명을 다했다는 소리.

두 번째 핵심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낳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그 문제는 불평등, 돌봄 노동의 저평가, 기후위기 등이다. 여려 챕터에 걸쳐 언급되는데 복지국가 담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저자의 표현대로 ‘더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하자는 것이다. 저자가 ‘더’라는 부사를 쓴 것은 자본주의가 인간적이라는 전제를 한 것이다. 지난 150여 년에 걸쳐 ‘자본주의가 좀 더 인간적이 된 것’은 자본가(저자는 ‘자본가’가 아니라 ‘자본소유자’라고 썼다.)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수많은 법과 제도를 마련했기 때문이란다. 예를 들어 민주헌법, 인권법, 평화로운 시위 보호, 노동자의 권리 보호, 복지국가 설립 등.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가면 될 일이겠다. 시장을 규제하고 상황에 알맞은 경제정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즉, 자본주의 경제에 사회주의 경제 요소를 도입하자는 말로 들린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지난 150여 년에 걸쳐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만들어왔건만 왜 불평등은 심화 되고 있는가? 법과 제도가 있어도 자본가의 자유를 규제하고 공적인 부분을 담당해야 할 국가가 제 기능을 하지 않아서 아닌가? 그래서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핑크타이드’라 불리는 좌파정권 수립이 가능했다. 국가권력의 성격이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사회주의 경제요소는커녕 복지국가를 만들기도 힘들다. 저자도 말했듯 중남미의 예를 보면 신자유주의가 성공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런데 왜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는 좌파정권이 불가능할까? 저자는 그 이유를 아시아나 아프리카가 중남미에 비해 ‘신자유주의적 위싱턴 컨센서스(미국식 신자유주의의 확산전략)’를 덜 도입했기 때문이라 했다. 이 부분이 납득되지 않는다. 틀렸다기보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 싶어서이다. 남의 나라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왜? 한국이야말로 IMF 체제부터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을 따른 나라 아닌가? 내게 공부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책에서 보면 과거 어느 때에는 복지정책이 사회주의 혁명을 방해한다고 했다는데 지금은 그것만이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을 약화시키는 유력한 방법 같아 보인다. 그런데 각 나라의 정권이 선하지 않고서야 세계화된 자본주의 문제를 어찌 해결할까? 인류가 자멸하길 원치 않는다면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까? ‘인간적인 자본주의’라는 말은 어폐가 있어 보이지만 그것이 복지국가라면 복지국가라도 이루어지는 걸 보고 싶다. 그러려면 저자의 생각대로 제대로 된 경제학이 우선일까? “경제학은 인간으로서 갖는 온갖 감정과 윤리적 입장과 상상력이 모두 포함된 인간 행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한 저자의 정의대로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음식이 생존의 필수인 것처럼 경제학도 생존의 필수인 학문이다. 전문가만이 아니라 모두가 경제학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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