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하얀사과의 종이 이야기 (하얀사과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Wed, 07 Oct 2026 09:42:05 +0900</lastBuildDate><image><title>하얀사과</title><url>https://image.aladin.co.kr/img/blog2/manage/profileimg.jpg</url><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하얀사과</description></image><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사는 게 왜 이런지, 정말 부처님께 물어보고 싶었던 날들. - [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 인생의 굴레마다 찾아온 뜻밖의 해답]</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3686</link><pubDate>Sun, 04 Oct 2026 12: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368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1173&TPaperId=175536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2/95/coveroff/k52213117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1173&TPaperId=1755368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 인생의 굴레마다 찾아온 뜻밖의 해답</a><br/>우인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컬처블룸을 통해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br/>_<br/><br/>“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br/><br/>살면서 이 질문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br/>특별히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편하지 않고, 분명 하루를 열심히 살아냈는데 왜 이렇게 지치는지 모르겠는 날이 있다. <br/>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를 오래 곱씹고, 남들과 나를 비교하다가 괜히 초라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하루가 끝나면 녹초가 되어버린다.<br/><br/>그럴 때 환경을 바꾸려고 한다. 직장을 바꾸면 괜찮아질 것 같고, 인간관계를 정리하면 편해질 것 같고, 돈을 조금 더 벌면 마음이 안정될 것 같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면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br/><br/>그런데 막상 하나를 바꾸고 나면 또 다른 걱정이 찾아온다.<br/><br/>이 책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바깥에서 답을 찾으려 했던 나에게, <br/>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부터 살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묻는다.<br/><br/>그리고 그 질문을 아주 오래된 불교의 개념들과 연결한다.<br/><br/>도거, 오온, 공, 아집, 방편, 중도, 갈애, 정견, 전도몽상, 제행무상….<br/><br/>처음 보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불교의 개념들이지만 책에서 그것들은 아주 구체적인 일상의 모습으로 내려온다.<br/>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을 걱정하는 마음, 단톡방에서 답장이 오지 않았을 때 혼자 의미를 만들어내는 마음, 남들이 무엇을 사는지 보며 나도 가져야 할 것 같아지는 마음,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되돌리며 후회하는 마음처럼.<br/><br/>수천 년 전의 질문과 지금 매일 하는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마음의 문제를 곧바로 의지의 문제로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br/><br/>🔖“지금 느끼는 감정은 마음속에서 잠시 상영되는 한 편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br/><br/>감정이 영화라면 나는 영화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일 수 있다.<br/>분노가 올라왔다고 해서 내가 분노 그 자체가 되는 것은 아니고, 불안하다고 해서 내가 불안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br/><br/>감정은 계속 움직인다.<br/>어제의 나는 화가 났지만 오늘은 괜찮을 수 있고, 지금은 불안하지만 몇 시간 뒤에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다.<br/><br/>그렇다면 잠시 지나가는 감정을 붙잡고 ‘이게 나야’라고 규정할 필요가 있을까.<br/><br/>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감정을 억지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과 나 사이에 아주 작은 거리를 만들어주는 것.<br/><br/>그 작은 거리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br/><br/><br/>사람 때문에 힘든 순간에는 더 현실적인 울림이 있었다.<br/><br/>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계속 이유를 찾는다.<br/><br/>‘왜 저 사람은 저렇게 말했을까?’<br/>‘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걸까?’<br/>‘내가 뭘 잘못했나?’<br/>‘그 사람의 진짜 의도가 뭐였을까?’<br/><br/>그러다 보면 사건은 이미 지나갔는데도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 재판이 열린다.<br/><br/>🔖“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지 않고 두는 것.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입니다.” <br/><br/>이 문장은 관계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꿔놓는다.<br/>모든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때로는 나를 지치게 한다.<br/>상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끝까지 알아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만, <br/>사실 세상에는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고 설명되지 않는 행동도 있다.<br/><br/>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무관심이나 포기는 아닐 것이다.<br/><br/>‘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구나.’<br/><br/>여기까지만 알고 멈출 수도 있다.<br/><br/>특히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서 납득할 만한 답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 결정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br/><br/><br/>책에서 ‘방편’을 관계의 경계와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br/><br/>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참는다.<br/>싫다는 말을 못 하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br/>내가 힘든데도 괜찮은 척한다.<br/><br/>그러면서 그것을 '배려'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br/><br/>하지만 책은 이렇게 말한다.<br/>🔖“방편은 싸우지 않고도 나를 지키는 지혜입니다.” <br/><br/>이 문장이 좋았던 이유는 ‘나를 지키는 것’과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분리해주기 때문이다.<br/><br/>거절한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br/>선을 긋는다고 해서 관계를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br/>오히려 건강한 관계에는 서로의 경계가 필요하다.<br/><br/>상대에게 무조건 맞춰주는 것이 자비라면, 그 자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br/>어느 순간 지치고, 서운해지고, 억울해지고,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상대는 알아주지 않느냐는 마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진짜 친절은 상대에게만 좋은 행동이 아니라 나 자신도 함께 보호하는 행동이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br/><br/><br/>책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은 부분은 ‘화살의 비유’와 연결된 이야기였다.<br/>상처를 입었는데 상처를 치료하는 것보다 <br/>누가 왜 나에게 그런 화살을 쏘았는지부터 알아내려고 할 때가 있다.<br/><br/>🔖“세상의 모든 원인을 다 밝혀내겠다는 강박은, 나를 살릴 유일한 골든 타임을 내 손으로 낭비하는 일과 다름없습니다.” <br/><br/>이 문장을 읽고 관계에서의 상처를 떠올렸다.<br/>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br/>하지만 그 이유를 알아낸다고 해서 반드시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br/><br/>이유를 찾느라 계속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되짚어보다 보면, <br/>이미 지나간 사람이 내 현재까지 점령하게 된다.<br/><br/>때로는 이유보다 회복이 먼저일 수 있다.<br/>‘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br/>‘나는 이제 어떻게 나를 돌볼 것인가’를 선택할 수는 있다.<br/><br/>그것이 책이 말하는 마음의 주도권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br/><br/><br/>직장과 번아웃에 관한 부분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br/>일을 하면서 행복과 의미까지 동시에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br/>좋아하는 일을 하고, 성장하고, 인정받고, 돈도 벌고, 인간관계도 좋아야 한다.<br/><br/>그 모든 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br/><br/>하지만 책의 이 문장이 그 기대를 조금 내려놓게 한다.<br/>🔖“인생은 원래 고통이 기본값인데, 우리는 '직장은 즐겁고 보람차야 한다'는 현대 사회의 속삭임에 속아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고 있는 것입니다.” <br/><br/>물론 직장에서의 부당함이나 심각한 스트레스를 무조건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br/><br/>다만 ‘직장이 힘들다 = 내가 약하다’라는 공식은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br/>일이라는 것은 원래 책임과 긴장, 갈등을 포함할 수밖에 없고, 모든 날이 보람찰 수도 없다. 그렇다면 힘든 날마다 나 자신에게 ‘왜 이것밖에 못 버티지?’라고 묻는 대신, ‘지금 내가 감당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고 질문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지 않을까.<br/><br/><br/>🔖“삶은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한 포스팅이 아니고, 타인의 '좋아요'는 내 실존을 살찌우지 못합니다.” <br/><br/>보는 것은 다른 사람의 완성된 한 장면이고, 비교하는 대상은 나의 전체 삶이다.<br/>타인의 ‘하이라이트’와 나의 ‘비하인드’를 비교하는 것은 애초에 공평한 게임이 아니다.<br/><br/>내 삶에서 아무도 보지 못했던 순간들,<br/>아무도 칭찬하지 않았지만 묵묵히 견뎌낸 시간들,<br/>힘들어도 다시 일어난 날들이 나에게는 훨씬 실제적인 삶일 것이다.<br/><br/>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살아낸 삶.<br/>그것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비교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br/><br/><br/>사람인 이상 마음은 계속 흔들린다.<br/>흔들린 나를 다시 나무라기보다 잠시 바라보는 것.<br/><br/>‘나는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아, 지금 내 마음이 이런 상태구나.’로 바꾸는 것.<br/><br/>둘은 아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br/><br/>첫 번째 질문에는 자책이 들어 있고, 두 번째 질문에는 관찰이 들어 있다.<br/><br/><br/>🔖“‘도망친 곳에 낙원이 없다’” <br/><br/>이 말을 ‘어디를 가든 힘든 일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br/>하지만 책을 읽은 뒤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br/><br/>환경을 바꾸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br/>때로는 회사를 떠나야 하고, 관계를 정리해야 하고,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br/>다만 장소만 바뀌고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그대로라면 비슷한 문제가 다른 모습으로 반복될 수도 있다.<br/><br/>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해 힘들었던 사람이 다른 회사에 가서도 인정에 매달릴 수 있고, 관계에서 상처받은 사람이 새로운 관계에서도 상대의 반응을 끊임없이 확인할 수 있으며, 비교 때문에 힘든 사람이 환경을 바꾸고도 또 다른 비교 대상을 찾아낼 수 있다.<br/><br/>그래서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보다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든지.<br/>그리고 그중에서 환경의 문제와 내 마음의 문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br/><br/>이 책의 내용을 더불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br/><br/>삶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br/>월요일은 여전히 오고, 직장에서는 여전히 누군가 나를 불편하게 할 것이고,<br/>통장 잔고가 걱정을 만들기도 할 것이며, 때로는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날도 있을 것이다.<br/><br/>하지만 그때마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을 사실이라고 믿기 전에 한 번 멈춰볼 수 있다면 어떨까.<br/><br/>‘이것은 지금 내 마음에서 상영되고 있는 장면일 뿐일지도 몰라.’<br/><br/>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작은 틈 하나.<br/>이 책이 그 틈을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느꼈다.<br/><br/>완벽하게 잘 살고 있지는 않더라도,<br/>적어도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는 한 번씩 바라보면서 살아가면 된다고.<br/><br/>그것만으로도 오늘의 삶은 어제와 조금 달라질 수 있으니까.<br/><br/><br/>_<br/><br/>#사는게왜이런지부처님께물었습니다 <br/>#우인 #서울문화사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br/>#서평 #서평단 #불교 #자기계발 #심리 #필사책 <br/>#인생도서 #신간 #책소개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2/95/cover150/k5221311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29503</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정의를 외치는 순간, 우리는 괴물이 되지 않는가. - [단두대와 욕조]</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3666</link><pubDate>Sun, 04 Oct 2026 12: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366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5879&TPaperId=175536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7/85/coveroff/893292587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5879&TPaperId=1755366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단두대와 욕조</a><br/>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컬처블룸을 통해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br/><br/>_<br/> 혁명은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br/>자유와 평등,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 <br/>역사에서 혁명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도 대개 그런 단어들이다.<br/><br/>그런데 《단두대와 욕조》는 그 찬란한 단어들 뒤에 숨어 있던 질문을 끄집어낸다.<br/><br/>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분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br/>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이 사람을 죽이는 순간에도 여전히 정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br/><br/>조나탕 베르베르는 프랑스 혁명기의 낭트를 배경으로 한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미스터리를 엮어 이 질문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주인공 시몽에게 출발점은 거창한 혁명도, 정치적 이념도 아니다. 전쟁에서 돌아온 그가 마주한 것은 사라진 가족과 처형당한 아버지, 그리고 이유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죽음이다.<br/><br/>그래서 시몽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개인적인 복수극처럼 보인다.<br/>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을 파고들수록 그 뒤에는 한 시대가 감추고 있던 훨씬 더한 폭력이 모습을 드러낸다. <br/><br/><br/>시몽은 아버지를 죽인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어 한다.<br/>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br/>가족을 잃은 사람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부당한 죽음에 대한 분노, 가해자가 그 대가를 치르기를 바라는 마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br/><br/>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복수와 정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br/>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정의라면, 그 처벌의 방식이 또 다른 폭력이라면 어떨까.<br/>악인을 제거하기 위해 내가 악인이 되어도 되는 것일까.<br/><br/>🔖“처형을 지켜보려고 달려오고, 한 사람의 목이-비록 그가 철천지원수, 고문 기술자, 살인자라 할지라도-떨어진 걸 축하하는 일은, 스스로 또한 괴물로 만드는 게 아닐까?” <br/><br/>누군가가 악인이기 때문에 그가 죽는 것을 기뻐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디까지 그 폭력을 허용하게 될까.<br/><br/>특히 무서운 것은 인간이 폭력을 저지르면서 스스로를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br/>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을 때 폭력은 더욱 잔혹해질 수 있다.<br/><br/><br/><br/>개인적으로 가장 섬뜩했던 문장 중 하나는 시몽과 아버지의 대화였다.<br/>🔖“넌 어떤 게 선한 행동인지 생각을 너무 많이 해.” (…) “우린 전쟁 중이야. 도덕이 낄 자리는 없어. 언제나 이긴 쪽이 옳은 법이지.” <br/><br/>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도덕적 판단보다 생존과 승리가 우선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 말이 무서운 이유는 전쟁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br/><br/>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평소에는 하지 않았을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한다.<br/><br/>‘우리 편을 위해서’, ‘더 큰 목적을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br/><br/>이런 말들은 때로 인간의 양심을 잠재우는 가장 강력한 명분이 될 수 있다.<br/>그래서 《단두대와 욕조》에서 무서운 것믄 폭력을 옳은 행동이라고 믿게 만드는 논리다.<br/><br/>사람을 죽이는 행위 자체보다도, 그 죽음에 ‘정당한 이유’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이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br/><br/><br/>프랑스 혁명은 인류 역사에서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상징하는 사건이다.<br/>그러나 그 혁명의 과정에는 공포 정치와 처형, 정치적 숙청과 민간인 희생이라는 어두운 역사도 존재한다.<br/><br/>이 소설은 바로 그 틈을 파고든다.<br/><br/>작품 속 문장처럼,<br/>🔖“혁명이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자네는 이해하나? 혁명은 유죄를 선고하고, 처벌하고, 탈취하기 위한 거야.” <br/><br/>이 문장은 혁명이라는 이름이 언제든 권력과 폭력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과, 새로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br/><br/>그런데 역사 속에서는 그 경계가 놀랄 만큼 쉽게 무너진다.<br/>처음에는 억압받던 사람이었지만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정의를 외치던 사람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제거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br/><br/>‘나는 옳다’고 확신하는 인간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가.<br/>바로 그것이 더 깊은 공포로 남는다.<br/><br/><br/>작품에서 인상적인 또 하나의 대목은 혁명이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까지 바꾸어 놓는다는 부분이다.<br/>🔖“혁명의 힘은 그런 것이었다. 그것은 전제 군주를 몰아냈지만, 그 와중에 평범한 시민들을 짐승의 상태로 내몰았다.” <br/><br/>이 문장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br/>흔히 잔혹한 사람과 선량한 사람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싶어 한다.<br/><br/>‘저런 일을 하는 사람은 원래부터 악한 사람이었을 거야.’<br/><br/>하지만 역사를 보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br/>공포가 일상이 되고, 폭력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집단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생존과 연결되면 평범한 사람도 이전과 전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br/><br/>그렇다면 인간에게 악한 본성이 있는가 없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br/>'어떤 상황이 인간 안에 있는 잔혹함을 끌어내는가'일지도 모른다.<br/><br/><br/>작품에서 또 하나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이 있다.<br/>🔖“감정이 격해진 그는 새로운 체제가 옛 체제의 잿더미 위에서 갓 태어나는 그 광기의 시대에, 이성이 과연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스스로 묻고 있었다.” <br/><br/>혁명은 감정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br/>분노가 있어야 변화가 시작되기도 하고, 부당함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 세상을 움직이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br/><br/>분노가 정의가 되고, 복수가 심판이 되고, 집단의 신념이 진실이 된다.<br/>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상대방을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br/>‘우리 편’과 ‘적’으로 나누고, 적에게는 인간에게 적용하던 기준을 적용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폭력은 훨씬 쉬워진다.<br/><br/><br/>🔖“자연이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자연은 인간사를 개의치 않고, 그들의 결점이나 거짓, 잔인함이나 희망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의 흐름을 따라가며 상황에 따라 그들의 목을 축여 줄 수도 있고, 혹은 집어삼켜 죽일 수도 있었다.” <br/><br/>인간은 역사에 의미를 부여한다.<br/>누가 옳았는지, 누가 악인이었는지, 누가 희생자였는지 기록하고 기억한다.<br/>하지만 자연은 그런 인간의 판단에 관심이 없다.<br/><br/>강물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br/>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주는 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장소가 될 수 있다. <br/><br/>단두대는 인간이 만든 처형의 도구이고, <br/>욕조 역시 인간이 죽음의 장소로 바꾸어 버린 강을 떠올리게 한다.<br/><br/>이처럼 자연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무엇이든 폭력의 도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끔찍한 것이다.<br/><br/><br/>이 작품을 읽으며 프랑스 혁명기의 이야기가 먼 과거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도 흥미로웠다.<br/><br/>역사를 공부할 때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br/>혁명이 일어났고, 왕정이 무너졌고, 새로운 정치 질서가 등장했다.<br/>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게 역사는 ‘결과가 정해진 과거’가 아니었을 것이다.<br/><br/>매일 어떤 사람이 체포되고, 누군가가 사라지고, 옆집 사람이 적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살아야 했다면 오늘의 선택 하나하나가 생존과 직결됐을 것이다.<br/><br/>그래서 역사소설의 힘은 과거의 사건을 다시 설명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람이 되어 그 공포를 잠시 경험하게 만드는 것.<br/><br/>《단두대와 욕조》는 시몽의 개인적인 복수와 낭트에서 벌어지는 집단적인 비극을 연결하면서 역사를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낸 시간’으로 바라보게 한다.<br/><br/>'누가 악인인가.'<br/>정의를 집행하는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폭력이 또 다른 악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br/><br/>🔖“나는 늘 정의만을 원해 왔고, 원하고 있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오.” <br/><br/>정의를 원한다는 말은 아름답다.<br/>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말이 될 수도 있다.<br/>자신이 정의의 편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자신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br/><br/><br/>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괴물’이라는 단어였다<br/><br/>책의 첫 문장부터 마지막까지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br/><br/>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는 폭력에 동조할 수 있고, 집단의 명령을 따를 수 있으며, 누군가의 죽음을 ‘정당한 처벌’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br/><br/>그래서 처음의 질문이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는다.<br/><br/>사람의 목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환호하는 순간, <br/>어디까지 인간이고 어디서부터 괴물이 되는 것일까.<br/><br/>더 무서운 것은 괴물이 되는 순간에도 자신이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br/><br/><br/>《단두대와 욕조》는 잔혹한 사건을 보여주기 위해 역사적 비극을 끌어온 것이 아니라, 그 비극을 통해 인간이 정의·혁명·애국·복수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폭력을 어떻게 정당화하는지를 보여준다.<br/><br/>누군가를 처벌했다고 해서 정의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br/>악인을 제거했다고 해서 세상이 선해지는 것도 아니다.<br/><br/>역사는 흘러가고, 강물은 계속 흐른다.<br/><br/>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결국 되돌아오는 질문이 있다.<br/><br/>'나는 정의를 말하면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을 수 있는가.'<br/><br/>#단두대와욕조 #조나탕베르베르 #열린책들 <br/>#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 #서평단 <br/>#소설 #소설추천 #프랑스소설 #미스터리소설 #추리소설 <br/>#신간 #책소개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7/85/cover150/893292587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678560</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몸이 막히면 삶도 막힌다. - [오십에 읽는 동의보감 - 몸, 마음, 인생을 다스리는 최고의 건강 고전]</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924</link><pubDate>Sat, 03 Oct 2026 09: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92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1974&TPaperId=1755192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2/84/coveroff/k0321319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1974&TPaperId=1755192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십에 읽는 동의보감 - 몸, 마음, 인생을 다스리는 최고의 건강 고전</a><br/>김형찬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오십이라는 나이는 참 묘한 것 같다.<br/>아직 마음은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몸은 더 이상 예전처럼 따라와 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며칠 잠을 설쳐도 금방 회복했고, 조금 무리해도 다음 날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일을 해도 피로가 오래 남고,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먹던 음식이 속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br/><br/>《오십에 읽는 동의보감》은 바로 그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 하지 말고, 지금의 내 몸을 제대로 읽어보라”고 말하는 책처럼 느껴졌다.<br/><br/>특히 마음에 오래 남았던 것은 몸을 하나의 독립된 부품처럼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었다. 아프면 아픈 부위만 고치려고 하고, 피곤하면 좋은 음식을 먹거나 영양제를 찾고, 불안하면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몸과 마음, 음식과 수면, 움직임과 호흡, 감정과 생활습관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br/><br/>그 연결을 가장 간결하게 보여주는 문장이 있다.<br/>🔖“통하면 아프지 않고, 막히면 통증이 발생한다.”<br/><br/>이 문장을 읽고 나니 ‘막힌다’는 말이 혈액이나 기의 흐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그렇지만 감정도, 관계도, 삶도 너무 오래 막아두면 다른 형태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br/><br/><br/>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반가웠던 부분은 걷기, 호흡, 몰입을 통해 자신을 다루는 방법이었다.<br/><br/>사실 나 역시 불안이 올라올 때 걷거나 호흡에 집중하고, 무언가에 깊이 몰입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자주 사용해왔다. 그래서 책에서 이 세 가지를 만났을 때 건강관리법이라기보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br/><br/>불안은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소한 놀람이나 긴장, 걱정이 반복되고 그것을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하면 몸은 점점 긴장 상태에 익숙해질 수 있다.<br/><br/>그래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흐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가왔다.<br/><br/>몸을 움직이고, 호흡을 고르고, 마음속에 쌓인 감정을 적절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고 애쓰기보다는 불안이 머물러 굳어버리지 않도록 흘려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게 생각하게 된 부분은 ‘체기’에 대한 이야기였다.<br/><br/>평소에 자주 체하는 편이다. 심할 때는 소화가 조금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너무 아파서 한의원에 가 침을 맞거나 약을 먹어야 할 정도다.<br/><br/>그럴 때마다 음식이 문제였다고만 생각하기 쉬웠다.<br/>그런데 돌이켜보면 이상하게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마음속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던 시기에 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혹시 음식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왔다.<br/><br/>《오십에 읽는 동의보감》이 말하는 기의 흐름과 막힘이라는 관점에서 이 부분을 다시 바라보니 내 몸의 신호를 조금 다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br/><br/>물론 실제 체증이나 소화기 증상의 원인을 모두 ‘기가 막혀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상황에서 자주 체하는지, 그때 내 몸과 마음은 어떤 상태였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감정을 계속 눌러두고, 스트레스를 참고, 마음속에서만 반복해서 생각하다 보면 그것 역시 나에게는 하나의 ‘막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앞으로는 체했을 때 “무엇을 잘못 먹었지?”만 생각하지 않고, “최근에 내가 무엇을 참고 있었지?” “내가 너무 긴장하고 있었나?” 하고 내 마음의 상태도 함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이 책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를 더 채우는 것보다 먼저 내 생활을 돌아보라는 태도였다.<br/><br/>몸이 힘들면 쉽게 무언가를 추가하려 한다. 영양제를 먹고, 보약을 찾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긴다. 나 역시 건강이 걱정될수록 ‘무엇을 더 먹어야 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br/><br/>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먼저 밥상과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br/><br/>잘 먹는다는 것은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비싼 것을 먹는 것도 아니다. <br/>내 몸에 필요한 것을 적당히 먹고, 제철 음식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과하게 채우지 않는 것.<br/><br/>책 속의 📌“입이 좋아하는 맛 말고 몸이 좋아하는 맛을 먹어라”라는 목차의 문장도 이런 의미로 다가왔다.<br/><br/>건강은 특별한 무언가를 하나 추가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아주 평범한 선택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br/><br/>그래서 ‘약보다 먼저 밥상’이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br/><br/><br/>또 하나 마음에 걸렸던 것은 휴식이었다.<br/><br/>번아웃을 경험한 사람에게 “쉬어”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br/>정작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br/><br/>몸이 지쳤다고 하루 종일 누워 있는 것이 반드시 좋은 휴식은 아닐 수도 있다. 반대로 계속 움직이는 것 역시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br/><br/>책은 움직임과 멈춤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한다.<br/>🔖“오십부터는 많이보다 고르게 움직여라.”<br/><br/>건강을 위해 무조건 많이 걷고, 많이 운동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나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읽혔다.<br/><br/>오십 이후의 건강은 얼마나 나에게 맞는 속도로 살아가느냐의 문제가 아닐까.<br/><br/><br/>오십 전후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숫자가 하나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쉽게 잠들었는데 잠이 깨고, 몸이 갑자기 더워졌다가 추워지고,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br/><br/>이런 변화가 생기면 자꾸 예전의 나를 기준으로 지금의 나를 판단한다.<br/><br/>“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br/><br/>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것은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몸에 맞는 삶을 새롭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지난 오십 년 동안 바깥세상을 읽으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안을 읽을 때다.” <br/><br/>사람들은 오랫동안 타인의 기준과 사회의 속도에 맞춰 살아왔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책임을 다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다 오십쯤 되어 몸이 예전과 다르게 반응하기 시작하면 그제야 질문하게 된다.<br/><br/>“나는 지금 정말 나에게 맞게 살고 있는 걸까?”<br/><br/><br/>몸은 먹는 것, 자는 것, 움직이는 것, 숨 쉬는 것, 감정을 느끼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세계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흐름’이라는 개념이 마음에 남는다.<br/><br/>🔖“오십 이후의 건강은 더 많이 알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삶의 주인으로 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br/><br/>건강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어떤 영양제가 좋은지 매일 새로운 정보가 쏟아진다.<br/><br/>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관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br/>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 생각난 문장이 있다.<br/>🔖“이제 속도를 줄이고, 스스로를 돌보며, 세상의 속도가 아닌 자신의 리듬을 찾아야 할 때” <br/><br/>오십 이후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것을 해내는 능력이 아닐지도 모른다.<br/>조금 늦게 걷고, 제대로 숨 쉬고, 잘 먹고, 충분히 쉬고, 마음속에 쌓인 것을 흘려보내는 것.<br/><br/>그리고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은 조금씩 내려놓는 것.<br/><br/>지난 오십 년 동안 세상을 읽으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을 읽어볼 시간.<br/><br/>내 몸의 리듬을 다시 찾는다면, 삶도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을까.<br/><br/>_<br/><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오십에읽는동의보감 #유노북스 #김형찬 <br/>#인문 #동양철학 #건강 #건강도서 #신간 <br/>#도서리뷰 #책리뷰 #서평단 #책추천 #도서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2/84/cover150/k0321319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828427</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기술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면, 무엇을 잃게 될까. - [신세계의 아이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895</link><pubDate>Sat, 03 Oct 2026 08: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8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0634&TPaperId=175518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3/99/coveroff/k35213063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0634&TPaperId=175518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신세계의 아이들</a><br/>알렉산더 와인스타인 지음, 임현정 옮김 / 에이유앤씨 / 2026년 08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영화사 #찬란 (@challanfilm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SF를 읽다 보면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지 상상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고, 기억을 저장하거나 이식하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세계. 우리는 이미 그 미래의 일부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SF 속 이야기가 그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br/><br/>알렉산더 와인스타인의 《신세계의 아이들》에는 영화 애프터양의 원작 포함 13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AI 휴머노이드, 가상현실, 기억, 기후 위기, 새로운 형태의 가족과 사회 등 미래를 연상시키는 소재가 등장하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받아들인 인간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br/><br/>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은 더 편리하고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세계에서 인간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지우는 것이 행복일까. 사랑하는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면 그 사랑은 덜 진실한 것일까. 가상세계에서 느끼는 감정은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과 무엇이 다를까.<br/><br/><br/>특히 [양과의 작별]은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처럼 느껴졌다.<br/><br/>양은 완벽하게 프로그래밍된 AI 휴머노이드다. 가족에게 필요한 지식도 갖추고 있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함께 생활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양은 기계나 편리한 도구로만 보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br/><br/>책 속에서 양을 설명하는 장면 중 이런 문장이 나온다.<br/>🔖“그럼에도 양은 우리 삶에 중요한 존재였다.” <br/><br/><br/>‘중요한 존재’라는 말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인간이라는 조건을 갖춘 존재일까. <br/>함께 시간을 보내고, 기억을 공유하고, 누군가의 삶에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 존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닐까.<br/><br/>양이 인간처럼 완벽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이미 양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는 점이다. 즉, 상실은 대상이 인간인지 기계인지와 상관없이 찾아온다.<br/><br/>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며 ‘인간다움’이 생물학적인 조건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다움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기억하고, 그 존재의 부재를 슬퍼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br/>기억을 사고팔 수 있는 세계에서 기억은 여전히 나의 것일까.<br/>그래서 [지도 제작자] 역시 인상적이었다.<br/><br/>이 작품에서 기억은 더 이상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br/>기억을 사고팔고,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갖지 못했던 과거까지 경험할 수 있다.<br/><br/>책 속 인물들은 기억을 지도처럼 그린다.<br/>🔖“여기에는 우리가 결코 갖지 못한 유년 시절의 기억과 우리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부모의 기억이 있었다.” <br/><br/>기억이 현재의 나를 만들어가는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다.<br/>만약 내가 갖지 못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기억으로 가질 수 있다면 지금의 나 역시 달라질까.<br/><br/>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br/>다른 사람의 기억을 내 기억처럼 받아들이는 순간,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br/><br/>사진과 영상, SNS를 통해 과거를 저장한다. 인공지능은 이미 사진을 복원하고, 목소리를 재현하고, 과거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언젠가는 기억이라는 것 역시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한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br/><br/>그렇다면 기억이 조작될 수 있는 시대에 ‘나’라는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br/><br/><br/>표제작 [신세계의 아이들]에서는 가상세계가 현실보다 더 만족스러운 삶을 제공한다.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고, 현실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행복과 욕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br/><br/>처음에는 놀라울 만큼 매력적인 세계처럼 보인다.<br/>하지만 그 세계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br/>🔖“아이들도 삭제해야 합니다.” <br/><br/>그리고 이어지는<br/><br/>🔖“내 아이들을 지울 순 없어요!” <br/><br/>라는 외침은 이 책에서 기술과 인간의 관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br/><br/>가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면 삭제해도 되는 것일까.<br/>그 존재와 함께한 시간이 실제였고, 그 존재를 사랑했던 감정이 실제였다면 그 관계 역시 실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br/><br/>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가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은 인간이 이미 가지고 있던 사랑과 욕망, 소유욕과 두려움을 훨씬 더 강력하게 드러낸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무서운 것은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욕망이다.<br/><br/><br/>흔히 상상하는 디스토피아에는 거대한 정부나 전쟁, 폭동, 통제 사회 같은 극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신세계의 아이들》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와인스타인의 이야기 속 미래는 훨씬 일상적이라는 점이다.<br/><br/>사람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가족을 걱정하고, 아이를 키우고, 학교에 가고, 누군가를 그리워한다.<br/><br/>다만 그 일상을 둘러싼 환경이 조금씩 달라져 있다.<br/><br/>[이주]에서 아이가 과거의 쇼핑 공간을 바라보며 묻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br/><br/>🔖“정말요? 재미있었어요?” <br/><br/>예전에는 당연했던 공간과 생활방식이 미래의 아이에게는 낯선 것이 되어버린다.<br/><br/>이 짧은 문장이 묘하게 서늘했다.<br/>너무 익숙해서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 학교, 직업, 소비 방식, 인간관계, 심지어 사랑의 방식까지도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낯선 풍경이 될 수 있다.<br/><br/>그렇다면 미래를 상상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상상하는 것 뿐 아니라, 지금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이 사라진 뒤에도 무엇이 남아 있을지를 생각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br/><br/><br/>책을 읽고 난 뒤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묘한 연민이었다.<br/>와인스타인이 그려낸 인물들은 변화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 상실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br/><br/>기술이 인간의 결핍을 없애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핍이 완전히 사라진 인간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과 같지 않을지도 모른다.<br/><br/>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사랑하고,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소중히 여기며,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과거를 기억한다.<br/><br/>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간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남겨 주었다.<br/><br/><br/>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저장할 수 있고, 죽은 사람의 모습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고, 현실보다 편안한 가상세계를 만들 수 있고,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AI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대.<br/><br/>그때 인간은 지금보다 행복할까.<br/><br/>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br/>행복의 조건이 부족함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br/><br/><br/>'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무엇만큼은 대체할 수 없어야 할까?'<br/><br/>《신세계의 아이들》의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의 모습을 조금 확대해서 비춰보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이다.<br/><br/>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인간은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억하고, 잃는 존재라는 것.<br/><br/>그 사실이야말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마지막 모습인지도 모르겠다.<br/><br/>_<br/><br/>#신세계의아이들 #에이유앤씨 #알렉산더와인스타인 <br/>#애프터양 #애프터양원작단편소설수록 #영화원작도서 <br/>#도서리뷰 #책리뷰 #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sf소설 #sf <br/>#신간 #신간도서 #책소개 #도서추천 #서평단 #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3/99/cover150/k35213063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339958</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내 안의 어린아이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 -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 - 오래된 상처를 알아차리고 다정하게 회복하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755</link><pubDate>Sat, 03 Oct 2026 02: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7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1283&TPaperId=175517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58/57/coveroff/k47213128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1283&TPaperId=175517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 - 오래된 상처를 알아차리고 다정하게 회복하기</a><br/>멜라니 피그니터 지음, 김희상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단맘 (@gbb_mom ) 님의 #르온서평단 을 통해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사람은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 위해 현재의 경험을 돌아본다. <br/>그런데 가끔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감정과 행동이 있다. <br/>별것 아닌 말에 지나치게 상처받거나, 거절당할까 봐 하고 싶은 말을 삼키거나, 인정받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애쓰기도 한다.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의 표정 하나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br/><br/>그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br/><br/>‘나는 왜 이렇게까지 반응할까?’<br/><br/>멜라니 피그니터의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하는 책처럼 느껴졌다.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어린 나를 만나보는 것. 그리고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된 내가 그때의 나에게 필요한 보호와 위로를 건네는 것.<br/><br/>내면 아이를 다룬 책이라고 해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찾아내고 부모나 환경을 탓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다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과거를 다시 바꾸는 일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그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에 가깝다.<br/><br/>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린 시절의 행동을 ‘문제 행동’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었다.<br/><br/>어린아이는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이 많지 않다. 사랑받고 싶고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눈치를 보거나, 지나치게 착한 아이가 되거나, 모든 일을 잘하려고 애쓰거나, 반대로 먼저 공격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br/><br/>어린 시절에는 그것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br/>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뒤에도 그 방법을 계속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고, 스스로 선택하고 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겼는데도 과거에 익숙했던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고 상황에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내면 아이’는 현재의 나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감정과 관계의 패턴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언어처럼 다가왔다.<br/><br/><br/>책에서는 내면 아이의 상처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br/><br/>매달리는 행동, 도망가기, 공격하기, 지나친 완벽주의, 통제하려는 마음,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행동, 감정을 억누르는 것,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것까지.<br/><br/>목록을 읽다 보면 어느 한 가지쯤은 자신과 닮은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br/><br/>특히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지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이야기는 꽤 깊게 다가올 것 같다.<br/><br/>성과를 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자신의 가치가 있다고 느끼며, 실수 하나에도 ‘역시 나는 부족해’라고 결론 내리는 사람이라면 현재의 나만 바라봐서는 그 이유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br/><br/>그런데 어린 시절의 나를 바라보면 조금 다른 해석이 가능해진다.<br/><br/>‘나는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배웠던 것은 아닐까?’<br/><br/>‘착한 아이여야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br/><br/>‘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br/><br/>이 질문들은 현재의 나를 조금 덜 미워하기 위한 질문처럼 느껴졌다.<br/><br/><br/>책 속에서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br/>🔖“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어. 하리만 우리를 괴롭히는 고정관념은 바꿀 수 있지” <br/><br/>과거는 수정할 수 없다.<br/>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다시 할 수도 없고, 이미 지나간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없다.<br/><br/>하지만 과거의 사건을 바라보는 현재의 나는 달라질 수 있다.<br/>그때는 내가 부족해서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일을, 지금의 나는 ‘그것이 반드시 내 잘못은 아니었다’고 다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때는 견디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어린 나에게 이제는 어른인 내가 다른 선택지를 알려줄 수도 있다.<br/><br/>그래서 내면 아이를 돌본다는 말이 과거의 상처를 반복해서 떠올리는 것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과거의 나를 현재의 내가 다시 보호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나는 소중한 존재야.누구도 나에게 상처줄 수 없어.” <br/><br/>너무 흔하게 들어온 말처럼 보이지만, 막상 자신에게 적용하려고 하면 쉽지 않은 문장이다.<br/><br/>어린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너는 괜찮다’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문장은 어린 시절의 나뿐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도 건넬 수 있는 말처럼 느껴졌다.<br/><br/><br/>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부모 탓으로 단순하게 결론짓지 않는 태도였다.<br/><br/>🔖“내면 아이 돌보기는 잘잘못을 따지는 재판이 아니다.” <br/><br/>이 문장이 중요한 이유는 상처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과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br/><br/>어린 시절 내가 받았던 영향을 인정하는 것과 부모의 모든 행동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은 같은 의미도 아니다.<br/><br/>어떤 경험이 상처가 되었다면 그것을 상처라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부모 역시 완벽한 인간이 아니었으며 그들 또한 자신이 가진 한계와 상처 속에서 살아왔을 가능성을 바라볼 수도 있다.<br/><br/>그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이해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면 아이를 만나는 과정이 과거의 누군가를 심판하는 여행이 아니라, 지금까지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나 자신을 이해하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br/><br/><br/>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과거의 나에게 너무 가혹했다는 사실이다.<br/>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만큼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br/>어른들의 행동을 해석할 능력도 부족했고, 관계에서 무엇이 건강한 것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웠다. 사랑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혼나지 않기 위해 눈치를 봤으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겼을 수도 있다.<br/><br/>그런 나를 지금의 내가 바라보면서<br/>‘그때 너는 정말 최선을 다했구나.'라고 말해준다면 어떨까.<br/><br/>책에서 소개하는 명상과 대화, 신체 활동 등의 도구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상처를 발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가진 나에게 실제로 말을 걸고 돌보는 과정을 제안하기 때문이다.<br/><br/>물론 이런 접근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감정이 지나치게 격해진다면 혼자 무리해서 과거를 파고들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br/><br/>그 점까지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이 책의 실천적인 부분은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br/><br/><br/>책을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생각은 이것이었다.<br/>내면 아이를 만나는 목적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다.<br/>현재의 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br/><br/>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지금까지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생존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라면,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방식은 내려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br/><br/><br/>이 책을 덮고 나면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br/><br/>잘못한 일이 없어도 혼났던 날,<br/>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했던 순간,<br/>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썼던 기억,<br/>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삼켰던 감정들.<br/><br/>그때의 나는 이런 감정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남길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br/>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알고 있다.<br/><br/>그때의 나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때의 나를 바라보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을.<br/><br/><br/>이미 수없이 많은 시간을 살아내고 견뎌왔다.<br/>그러니 이제는 무언가를 더 증명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오래전부터 마음 한구석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작은 나에게 한 번쯤 이렇게 말해주어도 좋겠다.<br/><br/>“그때의 너는 잘못한 게 아니야.<br/>이제는 내가 너의 편이 되어줄게.”<br/><br/>《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은 과거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나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br/><br/>치유의 시작은 상처를 가진 나 자신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br/><br/>_<br/><br/>#내안의어린아이가울고있다면 #서교책방 #멜라니피그니터 <br/>#심리 #심리학 #신간 #책소개 #책추천 #도서추천 #서평단 <br/>#도서리뷰 #책리뷰 #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58/57/cover150/k47213128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585731</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진짜 지옥은 고통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스티븐 L. 펙의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를 읽기 전에는 ‘지옥’이라는 단어에서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251</link><pubDate>Fri, 02 Oct 2026 21: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25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476805&TPaperId=1755125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9/58/coveroff/895447680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476805&TPaperId=1755125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옥에서의 짧은 체류</a><br/>스티븐 L. 펙 지음, 김항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책읽는쥬리님의 서평단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진짜 지옥은 고통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br/><br/>스티븐 L. 펙의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를 읽기 전에는 ‘지옥’이라는 단어에서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뜨거운 불길, 끔찍한 형벌, 악마, 고통, 그리고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는 절망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보여주는 지옥은 오히려 너무 편안하다.<br/><br/>먹고 싶은 음식은 주문하면 눈앞에 나타나고, 잠을 잘 곳도 있으며, 죽더라도 다음 날 다시 살아난다. 무엇보다 탈출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br/><br/>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이 소설의 공포가 시작된다.<br/><br/>만약 탈출할 방법이 아예 없다면 인간은 언젠가 포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딘가에 반드시 내가 살아온 기록이 담긴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찾을 가능성이 단 0.000001%라도 있다면 계속 찾게 된다.<br/><br/>그리고 그것이 가장 잔인한 형벌일 것이다.<br/><br/><br/>이 작품을 읽으며 먼저 떠오른 질문은 ‘지옥이 실제로 존재하는가’가 아니었다.<br/><br/>‘내가 지금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세계가 정말 현실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br/><br/>사람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다른 사람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것을 현실이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꿈속에서도 그것을 현실이라고 믿는다. 가끔 너무 생생한 꿈을 꾸고 깨어난 뒤에야 ‘아, 그건 꿈이었구나’라고 깨닫는 것처럼 말이다.<br/><br/>그렇다면 내가 지금 깨어 있다고 믿는 이 순간조차 누군가에게는 만들어진 세계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br/><br/>작품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등장한다.<br/>🔖“자꾸 생각나요. 우리의 정신은 어딘가의 유리병 속에 담겨 있고 이 모든 현실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투영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요.” <br/><br/>철학에서도 오래전부터 현실과 인식의 문제는 중요한 질문이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부터 데카르트의 회의, 현대의 시뮬레이션 가설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내가 경험하는 세계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를 고민해왔다.<br/><br/>그래서 이 소설의 지옥은 인간의 인식 자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거대한 실험실처럼 느껴졌다.<br/><br/>지옥에서조차 인간은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낸다<br/>흥미로운 것은 이곳에 도착한 인간들이 처음부터 절망에만 빠져 있지는 않는다는 점이다.<br/><br/>사람들은 책을 찾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부하고, 대학을 만들고, 문화를 만들어낸다. 시간이 지나면 사회가 형성되고 종교와 권력, 갈등까지 생겨난다.<br/><br/>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질긴지를 생각하게 됐다.<br/><br/>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속 인간들은 죽음이 사라진 공간에서도 무언가를 만들고 관계를 맺는다.<br/><br/>그렇다면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죽음이 있기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br/><br/>살아 있는 동안 계속 의미를 만들고 싶어 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br/>하지만 동시에 그 세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무서운 모습을 드러낸다.<br/><br/>끝없이 반복되는 일상.<br/>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는 세계.<br/>무한히 이어지는 시간.<br/><br/>그리고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는 감각.<br/><br/>그 순간 ‘영원히 산다는 것이 정말 축복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br/><br/>누구나 죽지 않는 삶을 꿈꾸지만, 끝이 있다는 사실이 현재의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br/><br/>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기 때문에 오늘의 사랑이 소중하고, <br/>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이 중요해지는 것처럼.<br/><br/>가장 무서운 것은 고통보다 상실이었다.<br/>특히 다음 문장은 한동안 생각을 멈추게 했다.<br/><br/>🔖“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했다면,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을 겪게 할 수 있을까?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br/><br/>그리고 이어지는 질문.<br/><br/>🔖“사랑을 기억하면서도 다시는 그것을 가질 수 없다는 걸 아는 일보다?” <br/><br/>이 문장을 읽으며 사랑의 반대편에 있는 감정이 반드시 증오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랑의 반대편에는 상실이 있을지도 모른다.<br/><br/>사랑했던 사람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사라진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았다면 잃을 것도 없겠지만, 사랑했기 때문에 상실의 고통이 생긴다.<br/><br/>그래서 사랑은 행복인 동시에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고통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감정인지도 모른다.<br/><br/>그렇기에 이 작품에서 사랑은 무한한 시간 속에서 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 함께했던 시간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에 가깝다.<br/><br/>영원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했던 순간일 수 있다는 것.<br/><br/>그 사실이 이상하게 따뜻하면서도 슬펐다.<br/><br/>‘희망’은 정말 좋은 것일까.<br/><br/>책을 읽고 오래 곱씹게 된 단어는 ‘희망’이었다.<br/>보통 희망을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br/>희망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고 믿는다. 그런데 작품에서는 희망이 사람을 계속 살아 있게 만드는 동시에 계속해서 고통받게 한다.<br/><br/>탈출구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포기할 수 없다.<br/>하지만 탈출구가 너무 희박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좌절한다.<br/>그렇다면 희망은 언제나 인간을 구원하는 것일까.<br/><br/>작품 속 문장이 이 역설을 정확하게 표현한다.<br/>🔖“기대는 선물과도 같다. 어쩌면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지도 모른다.”<br/>“그러나 그 희망을 잃을 때 찾아오는 것은 가장 깊은 절망이다.” <br/><br/>희망이 클수록 실망도 커질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이 이곳에서는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현실의 희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br/><br/>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조금의 가능성’을 붙잡는다.<br/><br/>언젠가는 좋아질 거라는 생각.<br/>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기대.<br/>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br/><br/>그런데 그 작은 가능성이 사람을 버티게 만드는 동시에 우리를 계속 기다리게 한다. 인간은 확실한 행복보다 불확실한 가능성 때문에 더 오래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br/><br/><br/>🔖“당신이 믿어왔던 것을 지탱하던 모든 구조가 허구였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 그 믿음은 어디로 가는 걸까?” <br/><br/>이 질문은 지옥에 떨어진 주인공만의 질문이 아니다.<br/>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비슷한 경험을 한다.<br/><br/>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br/>믿었던 사람이 나를 배신했을 때.<br/>열심히 하면 반드시 보상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을 때.<br/>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지만 현실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때.<br/><br/>그때 하나의 사실을 잃는 것이 아니라, <br/>그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놓았던 세계관 전체가 흔들린다.<br/>그래서 이 책에서 지옥은 육체적인 형벌보다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보여주는 공간처럼 느껴졌다.<br/><br/>결국 남는 것은 무엇일까.<br/><br/>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영원’이라는 개념은 점점 무섭게 변한다.<br/><br/>유한한 인간에게 수백 년도 상상하기 어려운데, 수천 년, 수백만 년, 수십억 년의 시간이 이어진다면 그 시간은 과연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br/><br/>작품 속 문장이 그 감각을 정확하게 짚는다.<br/><br/>🔖“유한이라 해도 그것이 무한과 아무런 현실적 차이를 느낄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br/><br/>이 문장을 읽으며 문득 삶을 생각했다.<br/><br/>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실 너무 짧다.<br/>그래서 돈을 벌고, 관계를 맺고, 여행을 하고, 책을 읽고, 사랑하고, 무언가를 남기려고 한다.<br/><br/>하지만 만약 시간이 무한하다면?<br/>‘언젠가 하면 되지’라는 말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다.<br/>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오늘이라는 시간의 가치가 사라진다.<br/><br/>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만들어주는 경계선인지도 모른다.<br/><br/><br/>《지옥에서의 짧은 체류》는 분량만 놓고 보면 부담스럽지 않은 소설이다. <br/>하지만 책을 덮은 뒤에도 이야기가 끝났다는 느낌이 쉽게 들지 않는다.<br/><br/>내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은 정말 현실일까.<br/>죽음이 없다면 삶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br/>영원히 살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원할까.<br/>희망은 축복일까, 형벌일까.<br/>사랑은 왜 우리를 행복하게 하면서 동시에 가장 깊은 상실을 가능하게 할까.<br/><br/>그리고 무엇보다,<br/>내가 지금 살아가는 이 유한한 시간이 정말 그렇게 당연한 것일까.<br/><br/>이 생각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br/>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문득문득 다시 떠오른다.<br/><br/>그리고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주인공이 찾는 것이<br/>자신의 삶이 기록된 단 한 권의 책이라는 점이다.<br/><br/>그 책을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누구였는지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br/><br/>무한한 세계 속에서 인간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으려 한다.<br/><br/><br/>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 이런 생각도 들었다.<br/>'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지금, 나는 무엇을 내 삶의 의미로 남기고 있는가.'<br/><br/>이처럼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는 짧은 이야기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br/><br/>몇 시간 만에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책을 덮은 뒤에도 현실과 삶, 사랑과 죽음, 희망과 절망에 대한 생각이 오래 남는다.<br/><br/>그리고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가장 무서운 지옥인지도 모르겠다.<br/><br/>끝난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것.<br/><br/>📖책의 분량은 짧았지만, 여운은 이상할 만큼 길었다.<br/><br/><br/>_<br/><br/>#지옥에서의짧은체류 #자음과모음 #스티븐L펙 <br/>#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도서리뷰 #책리뷰 <br/>#신간 #책소개 #책추천 #서평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9/58/cover150/895447680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695875</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가볍게 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에 더 집중하는 시대. - [코트라 월드 트렌드 2027 - 132개 도시에서 발견한 글로벌 비즈니스 35]</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42642</link><pubDate>Tue, 29 Sep 2026 02: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4264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131477&TPaperId=1754264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18/35/coveroff/k4921314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131477&TPaperId=1754264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코트라 월드 트렌드 2027 - 132개 도시에서 발견한 글로벌 비즈니스 35</a><br/>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코트라 월드 트렌드 2027》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세계 곳곳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변화들을 살펴보면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기술은 그 삶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었다.<br/><br/>특히 책에서 제시하는 ‘라이트싱크(Light-Sync)’라는 개념이 인상적이었다. 삶의 불필요한 무게는 덜어내면서도 기술과 새로운 변화에는 빠르게 연결되는 방식이다.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상당히 닮아 있다.<br/><br/>예전에는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하는 것이 성장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저성장과 고물가, 과도한 정보와 선택의 피로가 일상이 된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품게 된다.<br/><br/>‘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보다 ‘무엇을 굳이 가지지 않아도 되는가?’<br/><br/>그리고 ‘얼마나 편리해질 것인가?’를 넘어<br/>‘기술을 이용해 무엇을 더 중요하게 만들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br/><br/>책 속에서 저부담 라이프를 설명하며 등장하는 문장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br/><br/>🔖“내가 지금 지고 있는 이 짐이 진짜 나의 선택인가, 아니면 사회가 당연하다고 가르쳐준 무게인가?” <br/><br/>어느 순간부터 남들이 하는 만큼 해야 하고, 남들이 갖는 것을 가져야 하며, 끊임없이 더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br/><br/>하지만 모든 부담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br/><br/>잃어도 괜찮은 것을 내려놓고, 정말 중요한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 앞으로의 소비와 라이프스타일을 움직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다.<br/><br/><br/>흥미로웠던 또 하나의 부분은 AI와 관련된 변화였다.<br/>AI는 이제 질문에 답해주는 도구를 넘어 소비, 의료, 결제, 안전, 여행, 농업, 반려동물 케어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br/><br/>특히 ‘사람들이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흥미로웠다. 책에서는 사람들이 검색창에 직접 정보를 입력하는 대신 AI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추천받은 상품을 바로 구매하는 변화를 이야기한다.<br/><br/>🔖“대화는 더 이상 정보 탐색의 도구가 아니라 곧바로 소비로 이어지는 경로가 되었다.” <br/><br/>앞으로의 검색과 소비 방식이 지금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인터넷에서 무언가를 구매하려면 검색하고, 여러 상품을 비교하고, 리뷰를 읽고, 다시 검색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하지만 AI가 나의 취향과 상황을 알고 있다면 과정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br/><br/>‘무엇이 좋아?’라고 묻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br/>‘내가 지금 필요한 건 이거야.’ 라고 말했을 때 AI가 상황에 맞는 선택지를 좁혀주는 것이다.<br/><br/>정보가 넘치는 시대에는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골라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 중 하나는 AI 동반자와 관련된 내용이었다.<br/>책에서는 일본의 게이트박스3를 통해 AI가 ‘관계’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br/><br/>특히 장기 기억에 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br/>🔖“사용자와 나눈 대화가 차곡차곡 쌓이고, 지난 번에 건넨 이야기가 다음 대화 안에 자연스럽게 살아 돌아온다.” <br/><br/>AI가 이전 대화를 기억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기능의 발전일 수 있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br/><br/>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함께 보낸 시간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어제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고, 예전에 했던 고민을 알고 있으며, 그 사람의 취향과 변화를 조금씩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관계가 만들어진다.<br/><br/>그런데 AI가 이런 ‘시간의 축적’을 갖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br/><br/>AI가 사람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넘어, <br/>인간이 AI와 맺는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br/>편리함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꽤 깊은 문제다.<br/><br/><br/>농업과 로봇에 관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br/>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는 이미 여러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이고, 자율주행 트랙터나 농업 드론, 스마트 축산 같은 기술은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될 수 있다.<br/><br/>책에는 이런 변화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br/>🔖“앞으로의 농업은 더 이상 ‘힘든 일’이 아니라 ‘설계하는 일’에 가까워질 것이다.” <br/><br/>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흔히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기술은 사람이 직접 해야 했던 반복적이고 육체적인 일을 줄이고, 사람이 판단하고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로 이동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br/><br/>물론 모든 산업에서 같은 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술 도입에 따른 비용과 안전 문제, 새로운 직무를 위한 교육, 기존 노동자의 전환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br/><br/>그래서 미래의 노동을 이야기할 때는 인간의 역할 자체가 어떻게 재정의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br/><br/><br/>지금까지 소비 시장은 기본적으로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자원과 환경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이제는 오래 사용하는 것, 다시 사용하는 것, 버려지는 것을 줄이는 것이 새로운 시장의 기준이 되고 있다.<br/><br/>특히 ‘사지 않는 것’까지 하나의 브랜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br/>소비를 줄이려는 행동이 새로운 비즈니스와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br/><br/>미래의 소비자는 ‘무엇을 소비해야 하는가’, 더 나아가 ‘무엇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가장 특별한 점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시장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br/><br/>충칭,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저우, 방콕, 알마티, 나고야, 함부르크, 칭다오, 오사카, 산티아고, 난징, 취리히, 멜버른, 호치민, 코펜하겐, 첸나이, 후쿠오카 등 다양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하나의 책 안에서 연결된다.<br/><br/>각각의 사례만 보면 서로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따라가다 보면 공통된 방향이 보인다.<br/><br/>기술의 발전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기술을 통해 인간이 원하는 삶의 형태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br/><br/><br/>책을 읽고 나서 생각하게 된 것은 ‘나는 어떤 변화까지 받아들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었다. AI가 나의 취향을 기억하고, 필요한 상품을 추천하고,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반려동물의 행동을 분석하고, 위험을 미리 알려주고, 일상적인 결제까지 대신하는 시대.<br/><br/>분명 편리할 것이다.<br/>하지만 편리함이 늘 좋은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br/><br/>기술이 나를 대신해주는 일이 많아질수록 나는 무엇을 직접 선택하고 판단해야 할까.<br/><br/>개인화가 정교해질수록 나도 모르게 알고리즘이 만들어준 취향 안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br/><br/>AI가 나를 오래 기억할수록 그 관계는 편안해질까, 아니면 오히려 낯설어질까.<br/><br/>《코트라 월드 트렌드 2027》은 이런 질문에 대하여 세계 곳곳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 변화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미래가 이미 현재의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느낌이 들었다.<br/><br/>특히 ‘라이트싱크’라는 개념은 유행어로만 남지 않을 것 같다.<br/><br/>덜어내되 단절하지 않고, 가볍게 살되 연결은 더 촘촘하게 하는 것.<br/>더 많이 소유하는 대신 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선택하고, 기술에 의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이용해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남기는 것.<br/><br/>앞으로의 경쟁력은 얼마나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가에서 나올지도 모르겠다.<br/><br/>세계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일은 그 사람들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포기하고 싶어 하며,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는지를 읽는 일에 가깝다.<br/><br/>그런 의미에서 《코트라 월드 트렌드 2027》은 지금 우리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세계 여러 도시의 사례를 통해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었다.<br/><br/><br/>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br/>이미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시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br/><br/>그리고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은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변화를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일 것이다.<br/><br/><br/><br/>_<br/><br/>#코트라월드트렌드2027 #kore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br/>#페이지2북스 #포레스트북스 #경제경영 #트렌드 #마케팅 <br/>#서평 #서평단 #신간 #도서 #책리뷰 #도서리뷰 <br/>#추천도서 #베스트셀러 #도서협찬]]></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18/35/cover150/k4921314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183598</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공간은 우리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우리를 조금씩 바꾸는 환경이다. - [인간을 위한 공간 -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조율하는 공간의 원칙]</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42630</link><pubDate>Tue, 29 Sep 2026 01: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4263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131476&TPaperId=175426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17/99/coveroff/k21213147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131476&TPaperId=1754263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간을 위한 공간 -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조율하는 공간의 원칙</a><br/>다비데 루촌 지음, 김경일 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공간을 지나친다.<br/>눈을 뜨는 집에서 시작해 현관을 나서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길을 걷고, 카페나 사무실에 머물고, 병원이나 학교를 방문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br/><br/>그런데 그 공간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다.<br/><br/>어떤 방에 들어서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반대로 특별히 불편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데도 빨리 빠져나오고 싶은 장소가 있다. 같은 크기의 공간이라도 천장의 높이, 창으로 들어오는 빛,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걸어가는 방향과 속도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br/><br/>《인간을 위한 공간》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이 익숙한 경험을 건축의 언어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었다.<br/><br/>건축은 형태와 구조, 아름다운 외관, 효율적인 동선과 같은 시각적인 요소로 이야기된다. 하지만 이 책은 한 걸음 더 들어간다.<br/><br/>“그 공간 안에서 인간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움직이며, 무엇을 경험하는가?”<br/><br/>건축의 중심에 놓여야 할 것은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질문이다.<br/><br/><br/>특히 인상적이었던 개념은 ‘행위지원성(affordance)’이었다.<br/><br/>의자를 보면 자연스럽게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단을 보면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읽고, 넓게 열린 길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이동한다.<br/><br/>공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행동을 제안한다.<br/>더 흥미로운 것은 그 행동이 움직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br/><br/>어떤 공간에서 걷고, 멈추고, 앉고, 몸을 돌리고, 사람과 마주치는 과정에는 몸의 긴장과 이완, 시야의 변화, 빛의 변화, 심리적인 반응이 함께 따라온다.<br/><br/>그래서 공간에 대한 기억은 그곳에서 내가 어떻게 움직였고 어떤 상태였는가가 함께 기억된다.<br/><br/>생각해보면 기억에 오래 남는 장소들도 그렇다.<br/>어린 시절 살던 집의 좁은 복도, 햇빛이 잘 들어오던 창가, 학교 계단의 냄새, 여행지에서 천천히 걸었던 골목처럼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공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도 한다.<br/><br/>공간은 기억을 저장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기억을 만들어내는 조건이기도 한 것이다.<br/><br/><br/>이 책을 읽으며 건축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br/>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 쉽게 좋은 건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진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공간과 실제로 사람이 살아가기 좋은 공간은 반드시 같지는 않다.<br/><br/>멋진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걷기 불편한 건물, 넓고 세련됐지만 이상하게 오래 머물기 힘든 공간, 화려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공간도 있을 수 있다.<br/><br/>반대로 아주 평범해 보이는 공간인데도 이상하게 편안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도 있다.<br/><br/>좋은 공간의 기준은 ‘무엇처럼 보이는가’만으로 정할 수 없는 것이다.<br/><br/>책에서 말하는 ‘조율’이라는 개념이 그래서 중요하게 다가왔다.<br/>빛, 형태, 비례, 재료, 동선, 거리, 소리와 같은 각각의 요소가 따로 뛰어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사람이 경험해야 할 행동과 감정에 맞게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br/><br/>병원이라면 진료와 치료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환자에게 필요한 안정과 회복의 경험도 공간 안에 함께 담겨야 한다.<br/><br/>학교 역시 책상과 교실을 배치하는 것만으로 ‘배움’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도 책상을 많이 놓는다고 해서 집중과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br/><br/>공간의 기능과 인간의 경험이 얼마나 잘 맞물리는가.<br/>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공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느꼈다.<br/><br/><br/>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방부터 나누지 말라’는 관점이었다.<br/>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공간을 설계한다는 것은 먼저 방의 개수를 정하고 각각의 용도를 배치하는 일처럼 느껴진다.<br/><br/>하지만 이 책은 그 순서를 뒤집어 생각하게 한다.<br/>먼저 ‘어떤 경험이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그 경험을 만들어내는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br/><br/>이 관점에서 루이스 칸의 사례를 바라보면 더욱 흥미롭다. 창고나 화장실, 설비 같은 기능적인 요소를 벽의 두께 안으로 밀어 넣고 남겨진 공간을 방의 집합이 아닌, 경험의 단위로 바라본다는 설명은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시킨다.<br/><br/>공간은 결국 벽으로 나누어진 면적의 합이 아니라 사람이 그 안에서 무엇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br/><br/><br/>🔖“단면 하나로 감정을 설계해요”<br/><br/>건축에서 평면도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단면은 사람이 공간을 실제로 이동하면서 경험하는 높이와 깊이, 빛과 시선의 변화를 보여준다.<br/><br/>알바르 알토가 오르막에서 사람이 경험하는 신체적 변화를 여러 공간으로 나누어 단면에 담았다는 사례는 건축이 정적인 형태가 아니라 움직이는 인간을 위한 경험의 시퀀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br/><br/>걷는 사람의 속도와 호흡, 시야의 변화까지 공간 설계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br/><br/>이 부분을 읽으면서 건축은 음악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음악이 한순간의 음만으로 완성되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경험되는 것처럼, 공간 역시 한 장의 사진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 안을 움직이는 시간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br/><br/><br/>건축물의 내부뿐 아니라 도시의 외부 공간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br/>건물의 외벽이 지나치게 단조롭고 사람과의 접점이 없는 거리에서는 걷는 사람도 주변과 관계를 맺기 어려울 수 있다.<br/><br/>반대로 상점의 입구, 창문, 작은 휴식 공간, 사람의 움직임이 보이는 열린 공간 등이 이어지는 거리는 걷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된다.<br/><br/>도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공간적 장치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br/><br/>그래서 책에서 제시한 도시의 네 가지 요소, 즉 스케일·외관·빈 공간·지상 공간을 통해 도시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br/><br/>평소에는 도시를 교통이나 부동산, 개발과 같은 관점에서 보는 경우가 많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 걷고 머물고 만나는 사람의 경험 역시 도시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인간을 위한 공간은 ‘인간을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된다.<br/>🔖“어떤 알고리즘도 건축가의 문화적 소양과 윤리적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br/><br/>AI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 읽어서인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br/>건축 역시 앞으로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사람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더욱 정교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br/><br/>하지만 데이터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사람의 행동에 대한 수많은 정보일 뿐, 그 공간에서 무엇이 인간에게 바람직한 경험인지까지 자동으로 결정해주는 것은 아니다.<br/><br/>어떤 공간을 만들 것인가에는 사람이 어떤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누구를 배려해야 하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br/><br/>그래서 이 문장은 건축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말이 아니라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판단이 왜 더 중요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br/><br/><br/><br/>이 책을 읽고 나면 집에 있는 방 하나도 이전과 똑같이 보이지 않게 된다.<br/>왜 이곳에서는 자꾸 앉게 되는지, 왜 저곳에서는 오래 머물지 않는지, 어느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지, 가구의 배치가 나의 움직임을 어떻게 바꾸는지 한 번쯤 관찰하게 된다.<br/><br/>더 나아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거리와 건물도 새롭게 보인다.<br/><br/>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고, 어떤 거리는 목적지까지 빨리 지나가고 싶은지.<br/>왜 어떤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대화를 나누는데, 어떤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서로를 피해 지나가는지.<br/><br/>공간은 삶을 담는 그릇이면서 동시에 행동과 습관을 만들어내는 환경이다.<br/><br/>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완성된 공간은 다시 사람을 만든다.<br/><br/>그래서 《인간을 위한 공간》은 내가 어떤 공간에서 편안한지, 어떤 공간에서 긴장하는지, 내가 살아가는 환경이 나의 행동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br/><br/>특히 건축을 공부하거나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공간의 형태와 기능을 넘어 인간의 몸과 감정, 행동과 기억까지 고려하는 시선을 얻는 데 도움이 될 책이라고 느꼈다.<br/><br/>그리고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의미가 있다.<br/>모두 매일 공간을 사용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br/>집도, 거리도, 회사도, 병원도, 학교도 결국 누군가의 삶이 펼쳐지는 장소다.<br/><br/>그러니 좋은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좋은 건물을 만드는 것의 의미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경험을 더 나은 방향으로 설계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br/><br/><br/>한동안 주변을 둘러보았다.<br/>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공간은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br/>나는 이 공간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br/>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공간은 과연 나를 위한 공간인지.<br/><br/>건축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살아가는 집과 거리와 도시를 ‘사람의 몸과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br/><br/>_<br/><br/>#인간을위한공간 #다비데루촌 #김경일 #포레스트북스 <br/>#공간 #건축공학 #건축 #신경건축학 #건축설계 <br/>#신간 #도서소개 #도서리뷰 #책리뷰 #서평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17/99/cover150/k21213147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179979</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를 잃지 않고 사랑하는 법, 우리가 오래 '우리'일 수 있는 법! - [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42619</link><pubDate>Tue, 29 Sep 2026 01: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4261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1982&TPaperId=1754261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7/23/coveroff/k1921319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1982&TPaperId=1754261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a><br/>권지은 지음 / 부크럼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요조앤 ( @yozo_anne ) 님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부크럼 ( @bookrum.official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br/><br/>_<br/><br/>사람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는다. 가족, 친구, 연인, 동료처럼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있지만, 그보다 먼저 만나고 가장 오래 함께해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할 때가 많다. <br/><br/>잘하지 못한 일은 오래 기억하면서 잘해낸 일은 쉽게 지나치고, <br/>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는 마음을 쓰면서 정작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한다.<br/><br/>권지은 작가의 《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 말들은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말이었음을 깨닫게 한다.<br/><br/>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아주 사소하고 현실적인 마음의 태도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잘 버티고 있는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것, 남의 기준과 비교하지 않는 것, 때로는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실패가 아니라 용기로 받아들이는 것. 행복 역시 멀리 있는 내가 만들어 놓은 일상의 안락함을 제대로 누리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br/><br/>그중에서도 🔖“사실 이토록 줄곧 향하던 길에서 다른 노선을 생각한다는 건, 여태 펼쳐 온 꿈이 나와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건 포기가 아니라 용기다.”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br/><br/>한 번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만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이유로 마음이 떠난 일도 붙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의 시간까지 내어줄 필요는 없다. 방향을 바꾸는 것은 지나온 시간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될 수도 있다.<br/><br/>그래서 ‘포기’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br/>때로는 내려놓는 것이 나를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일 수 있으니까.<br/><br/>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많이 애썼다고. 여러 일 사이에서 잘 버텨 줘서 고맙다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응원한다고.”라는 문장이다. <br/><br/>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참 따뜻할 것 같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br/><br/>누군가가 힘들어하면 쉽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br/>하지만 정작 내가 힘들 때는 왜 그렇게 쉽게 나를 몰아붙이는 걸까.<br/><br/>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적어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br/><br/>책에서 🔖“내가 만든 안락함을 내가 만끽하는 것.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매일이 모여 깊은 안정이 채워지는 것.”이라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br/><br/>행복을 생각하면 자꾸 큰 사건을 떠올린다. 원하는 것을 이루거나,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누군가에게 사랑받거나, 인생에서 특별한 순간을 맞이하는 것처럼 말이다.<br/><br/>하지만 실제 삶의 대부분은 아주 평범한 날들로 이루어진다. 잘 먹고 잘 자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편안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 행복은 평범한 날을 대하는 자신의 마음속에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br/><br/>그리고 책은 자연스럽게 ‘나’에서 ‘사랑’으로, 다시 ‘우리’라는 관계로 시선을 넓힌다.<br/><br/>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나를 희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소중히 여긴다는 이유로 나를 잃어버려서도 안 된다. 건강한 사랑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각자의 존재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br/><br/>특히 🔖“사랑을 발음하지 않고도 사랑을 담을 수 있는 언어들이 있다.”라는 문장도 참 좋았다. <br/><br/>사랑은 반드시 ‘사랑해’라는 말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br/>늦은 밤 잘 들어갔는지 묻는 말,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주는 것, 힘든 날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 상대가 선택한 길을 믿어주는 것처럼 아주 작은 행동에도 사랑은 담길 수 있다.<br/><br/>그래서 사랑의 크기를 말의 크기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br/>오래 이어지는 관계에서는 작은 다정함이 더 깊은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br/><br/>특히 눈길이 머문 부분은 관계에 대한 시선이었다.<br/>🔖“남에게 어떠한 사람이길 바라지 말고, 나부터 내가 그리는 사람이 되자.” <br/><br/>관계 속에서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배려해주기를 바라고, 진심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정작 나는 상대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주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에는 인색할 때가 있다.<br/><br/>물론 모든 관계에서 내가 먼저 완벽하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보자는 의미에 가깝게 다가왔다. <br/><br/>내가 존중받고 싶다면 나 역시 상대를 존중하고 있는지, <br/>다정한 관계를 원한다면 나 역시 다정함을 건네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br/><br/>관계는 내가 어떤 태도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데서부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br/><br/><br/>🔖“당신이 당신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만큼, 당신을 온 마음 다해 소중히 여기는 이가 지금도 변함없이 곁에 있음을 잊지 말고 살아갈 것.” <br/><br/>힘든 순간에는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br/>관계가 틀어졌거나 기대했던 일이 어긋났을 때는 지금까지 나를 아껴준 사람들의 마음까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br/><br/>그래서 이 문장은 힘든 순간일수록 시야를 조금 넓혀보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 <br/>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관계보다 먼저 나 자신을 소중한 존재로 대하는 것.<br/><br/><br/>‘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br/>책을 읽고 나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br/><br/>“괜찮아.”<br/>“많이 애썼어.”<br/>“조금 늦어도 괜찮아.”<br/><br/>듣고 싶었던 말은 그저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한마디, 계속 잘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는 허락이었을지도 모른다.<br/><br/><br/>삶은 앞으로도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변할 수 있고, 열심히 해온 일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오래 붙잡고 있던 것을 놓아야 할 수도 있고,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br/><br/>그럴 때 필요한 것은 흔들리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놓지 않는 힘인지도 모른다.<br/>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나를 사랑하는 일’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기에 다른 사람도 함부로 대하지 않을 수 있고, 내가 나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기에 상대의 마음에도 조금 더 귀 기울일 수 있다.<br/><br/>결국 ‘나’가 건강하게 서야 ‘사랑’도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고, <br/>그런 두 사람이 만나야 비로소 ‘우리’가 될 수 있다는 것.<br/><br/>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가장 큰 흐름처럼 느껴졌다.<br/><br/>《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라는 제목처럼,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었어야 했던 말인지도 모르겠다.<br/><br/>_<br/><br/>💐나만큼 소중한 것은 있어도<br/>나보다 귀중한 것은 없기를.<br/><br/>_<br/><br/>#이런말을듣고싶었나보다 #권지은 #부크럼 <br/>#요조앤서평단 #도서협찬 #필사 #도서리뷰 #책리뷰 <br/>#힐링에세이 #에세이 #에세이추천 #서평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7/23/cover150/k1921319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472331</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사랑은 계획대로 오지 않는다. - [캠퍼스 드라이버 1 - 슈퍼매드]</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9967</link><pubDate>Sun, 27 Sep 2026 20: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996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68195&TPaperId=1753996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5/10/coveroff/892556819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68195&TPaperId=1753996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캠퍼스 드라이버 1 - 슈퍼매드</a><br/>C. S. 퀼 지음, 차은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로맨스 소설에서 가장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설레는 설정이 있다. 바로 ‘처음에는 서로에게 관심이 없던 두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상대를 의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캠퍼스 드라이버 1》은 그 익숙한 공식을 캠퍼스와 빈티지 카, 그리고 뜻밖의 동거라는 장치와 결합해 경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br/><br/>특히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부터 사랑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이스에게는 오랜 시간 자신의 삶이라고 믿었던 사랑이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사건이 먼저 찾아온다. 반면 레인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인물이다. 한 사람은 사랑 때문에 상처를 받고, 다른 한 사람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과 거리를 둔다.<br/><br/>그런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니, 조용하게 시작될 리가 없다.<br/><br/>처음에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부딪히고, 서로의 행동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이상하게 상대의 존재가 신경 쓰인다. 그런데 로맨스에서는 이 지점이 진짜 재미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br/><br/>‘좋아한다’고 인정하기 전, 더 많은 감정이 오가는 시간!<br/><br/>책 속 레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가 특히 인상적이었다.<br/>🔖“모르는 사람인데도 저런 상태로 두고 가려니 마음이 쓰였다. 망할 놈의 성격!” <br/><br/>겉으로는 귀찮아하고 투덜거리면서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 <br/>이 짧은 장면만으로도 레인이 차갑고 무심한 남자는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br/>말보다 행동에서 마음이 먼저 드러나는 인물이라서, 이후 로이스와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만든다.<br/><br/><br/>로이스의 감정선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갑작스러운 이별 자체보다, 그 이별을 통해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사랑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이다.<br/><br/>오랫동안 한 사람에게 맞춰 살아온 사람에게 관계의 끝은 함께했던 시간이 사라지는 것뿐 아니라, 그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br/><br/>🔖“실연당하려면 뭔가 잘못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내 삶은 오로지 커크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br/><br/>사랑이 끝났을 때에 사람은 이유를 찾는다. <br/>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은 아닐까 하고.<br/><br/>하지만 모든 이별에 명확한 잘못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한 사람이 떠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관계의 끝이 되기도 한다. 로이스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은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보다 조금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br/><br/>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전 사랑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나를 다시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하니까.<br/><br/>이 작품의 재미는 무엇보다 레인과 로이스 사이의 대화와 분위기에 있다.<br/>둘은 쉽게 가까워지지 않는다. 서로를 자극하고, 무시하고, 도발하면서 관계를 이어간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반복될수록 두 사람 사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친밀감이 쌓인다.<br/><br/>🔖“내가 도발하면 로이스는 늘 그렇듯 맞받아쳤고, 나는 끊임없이 그녀를 무시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 사이에 묘한 공감대가 생겼다.” <br/><br/>이 문장이 두 사람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처럼 느껴졌다.<br/>사랑은 어느 순간 갑자기 ‘0에서 100’으로 바뀌는 감정보다, 별것 아닌 일들을 함께 겪으며 어느새 상대가 내 일상 안에 들어와 있는 상태에 더 가까울 때가 있다.<br/><br/>처음에는 귀찮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궁금해지고, 신경 쓰지 않으려 할수록 더 신경 쓰이고,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던 행동 하나에 괜히 마음이 흔들린다.<br/><br/>그렇게 보면 레인과 로이스의 관계는 ‘앙숙에서 연인으로’라는 한 줄보다, 타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으로 읽는 편이 더 재미있었다.<br/><br/><br/>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람 사이의 긴장감은 확실히 달라진다.<br/>특히 레인의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장면들은 초반의 까칠한 모습과 대비되어 더 크게 다가온다.<br/><br/>🔖“그녀의 작은 머리가 내 가슴에 닿는 순간, 나는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내 두 팔은 갈 곳을 잃은 채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br/><br/>초반의 레인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br/>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던 사람이 오히려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이 장면에서 재미있는 것은 순간의 ‘멈춤’이다.<br/><br/>사랑에 빠진 사람은 평소처럼 행동하지 못한다.<br/>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할수록 더 어색해지고, 감정을 숨기려 할수록 몸짓과 시선에서 먼저 드러난다. 그래서 이들의 로맨스는 감정이 쌓여가는 과정에서 더 큰 설렘을 만들어낸다.<br/><br/>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로이스 역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는 순간을 맞는다.<br/>🔖“일 초, 이 초가 흘렀고, 내가 눈을 살짝 뜨려는 찰나 그의 입술이 느껴졌다.”<br/><br/>두 사람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긴장감이 한순간에 응축된 듯했다.<br/>서로에게 끌리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인정하지 못했던 두 사람이 결국 한 걸음 가까워지는 순간.<br/><br/>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독자가 기다리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언제 서로의 마음을 인정할까?’ 하는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그 장면의 설렘도 커지기 때문이다.<br/><br/><br/>《캠퍼스 드라이버》 1권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껴진 부분은 로이스의 변화였다.<br/><br/>처음의 로이스는 이별 때문에 자신의 삶 전체가 흔들린 상태다. <br/>하지만 레인과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이전과 다른 자신을 발견한다.<br/>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살아왔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감정과 선택을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br/><br/>그래서 이 작품의 로맨스는 누군가와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삶이 있어야 하고, 사랑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느껴졌다.<br/><br/>레인 역시 마찬가지다.<br/>그는 사랑을 거부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마음이 흔들리면서 자신이 세워놓은 벽에도 균열이 생긴다.<br/><br/>두 사람 모두 서로를 만나면서 상대방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까지도 변한다.<br/><br/><br/>특히 ‘캠퍼스 드라이버’라는 설정도 이야기에 활력을 더한다.<br/>빈티지 자동차와 대학생이라는 조합 자체가 작품에 젊고 영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네 명의 친구가 함께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설정 덕분에 레인과 로이스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궁금하게 만든다.<br/><br/>무엇보다 시리즈물임에도 한 커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권의 이야기가 완결되는 구조라는 점이 부담 없이 읽기 좋았다.<br/><br/><br/>책을 읽고 나면 ‘사랑에 빠지는 순간’보다 사랑 때문에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이 더 오래 남는다. 특히 로이스에게 이별은 끝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레인에게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자신이 오랫동안 지켜온 선을 넘어서는 일이었을 것이다.<br/><br/>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며 사랑이란 상대방을 만나는 일인 동시에, 그 사람을 통해 지금까지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br/><br/>처음에는 서로에게 불편한 존재였던 두 사람이 어느 순간 서로의 일상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사람이 되고,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게 되는 과정.<br/><br/>그 변화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br/><br/>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것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보다 그 직전의 시간이다.<br/>상대가 신경 쓰이지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고, 가까워지고 싶지만 자존심 때문에 먼저 다가갈 수도 없는 그 애매한 거리.<br/><br/>바로 그 거리를 이 작품은 꽤 즐겁고 유쾌하게 보여준다.<br/><br/>_<br/><br/>사랑은 언제 시작되는 걸까.<br/><br/>첫눈에 반하는 순간일까, 아니면 어느새 그 사람의 표정과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 순간일까.<br/><br/>사랑은 ‘좋아한다’고 깨닫기 훨씬 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br/><br/>레인과 로이스처럼 말이다.<br/><br/>_<br/><br/>#캠퍼스드라이버 #캠퍼스드라이버1 <br/>#알에이치코리아 #rhk <br/>#드라마원작소설 #로맨스 #로맨스소설 #소설 #소설추천 <br/>#신간 #신간도서 #도서리뷰 #책리뷰 #책추천 #책소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5/10/cover150/892556819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251092</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몸을 들여다보는 순간, 한 사람의 인생이 보였다. - [인생의 해부학 - 완전한 질서 너머 삶의 의미를 찾아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8347</link><pubDate>Sat, 26 Sep 2026 22: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834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1574&TPaperId=1753834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1/81/coveroff/k3621315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1574&TPaperId=1753834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생의 해부학 - 완전한 질서 너머 삶의 의미를 찾아서</a><br/>가브리엘 웨스턴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오퀘스트라 4기]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몸을 해부한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들여다보는 일일까.<br/>뼈와 근육, 장기와 혈관, 피부와 신경을 하나씩 살펴보는 일일까.<br/>아니면 그 몸을 가지고 살아온 한 사람의 시간과 기억, 사랑과 상처까지 들여다보는 일일까.<br/><br/>평소 나 자신의 몸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다. 심장이 뛰고, 폐가 숨을 쉬고, 콩팥이 혈액을 걸러내고, 간이 묵묵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몸을 바라보았고, 평소에는 ‘나’와 ‘몸’을 거의 하나처럼 생각하지만, 질병이 찾아오는 순간 몸은 낯선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br/><br/>이 책은 바로 그 낯선 몸속으로 들어가며, 그곳에서 장기 하나하나를 해부하는 대신, 그 안에 살아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br/><br/>책의 시작부터 인상적이었다. 죽은 몸을 바라보면서 저자는 그 몸을 해부학적 대상이 아니라 한때 분명한 삶을 살아냈던 사람으로 상상한다. 손가락 하나를 보면서 그 손이 어떤 일을 했을지, 누구를 사랑했을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를 떠올린다.<br/><br/>그 장면을 읽으며 해부학이라는 학문이 생각보다 훨씬 인간적인 학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몸을 분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통해 한 인간을 다시 조립하는 것.<br/><br/>그래서 책 속의 🔖“죽은 해부학은 거짓 해부학이다.”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br/><br/>몸은 죽은 순간에도 그 사람이 살아온 흔적을 품고 있지만, 그 흔적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장기의 위치와 기능만 알아서는 충분하지 않다. 몸을 살아 있는 삶과 연결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로 읽혔다.<br/><br/>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질병을 몸의 ‘고장’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br/><br/>현대 의학은 몸의 이상을 발견하고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데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환자에게 질병은 검사 결과에 적힌 수치 하나가 아니다. 투석을 받는 사람에게 질병은 일주일에 몇 번 병원에 가야 하는 일정이 되고, 그 사람의 여행과 직업과 인간관계와 미래의 계획까지 바꾸어놓는다.<br/><br/>그래서 콩팥에 관한 장에서 등장하는 이 문장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br/><br/>🔖“시간의 자유는 자신의 일정을 마음대로 짤 수 있다는 것 이상의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 안에서 움직이면서 그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자유다.” <br/><br/>질병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지는 순간이었다.<br/>아픈 사람에게 빼앗기는 것은 건강만이 아닐지도 모른다.<br/>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즉 내 인생의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시간까지 조금씩 빼앗길 수 있다.<br/><br/>그래서 만성질환을 이해한다는 것은 질병의 증상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을 이해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br/><br/>또 하나 깊이 생각하게 만든 것은 피부에 대한 이야기였다.<br/><br/>🔖“피부는 내가 끝나고 세상이 시작되는 경계다. 피부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나이고, 피부 밖에 있는 모든 것은 내가 아니다.” <br/><br/>피부는 몸을 감싸고 있는 조직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피부는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동시에 외부와 접촉하게 만드는 기관이기도 하다. 완전히 닫힌 경계라면 세상과 접촉할 수 없고, 아무런 경계가 없다면 나라는 존재를 지킬 수도 없다.<br/><br/>저자가 피부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인간관계와 삶의 방식까지 확장된다.<br/>인간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닫기도 하지만, 완전히 닫아버리면 사랑이나 위로 같은 것도 들어올 수 없다. 나를 보호하면서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br/><br/>몸의 구조를 설명하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삶의 태도에 대한 질문으로 바뀌는 지점들이 흥미로웠다.<br/><br/>🔖“허파는 인생의 책갈피다. 갓 태어난 아기가 울음을 터트리면 우리는 그 아기를 세상에 맞이한다. 사랑하는 이가 마지막 숨을 내쉬면 우리는 그가 영원히 떠났음을 안다.”<br/><br/>탄생과 죽음을 연결하는 가장 단순한 행위가 ‘숨’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br/><br/>살아 있는 동안 너무 당연하게 숨을 쉬고 있지만, 그 사실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숨이 어려워지는 순간, 비로소 평범했던 호흡이 얼마나 큰 생명의 행위였는지를 깨닫는다. <br/><br/>건강하다는 것은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프지 않고, 숨이 잘 쉬어지고, 걸을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잠들 수 있는 평범한 하루. 그 평범함이 사실은 몸이 매 순간 만들어내고 있는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해부학에 사회적·역사적 관점까지 끌어들인다는 점이었다.<br/><br/>성기와 유방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몸을 배우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객관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질문을 던진다. 오랫동안 의학의 언어와 시선이 특정한 몸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왔다면, 그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거나 왜곡되어 이해된 몸도 있었을 것이다.<br/><br/>저자는 여성을 설명하는 기존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성이 지금까지 가짜를 강매당했다”고 강하게 표현한다. <br/><br/>이 부분은 해부학적 지식의 수정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아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무엇을 중심에 놓고 설명하느냐에 따라 같은 몸도 전혀 다른 이야기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br/><br/>그런 의미에서 심장 이야기도 흥미롭다.<br/>저자는 과거의 해부학적 설명이 새로운 관찰과 발견에 의해 바뀌어온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의학에서도 ‘언어’와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br/><br/>🔖“신체에 관한 진실은 해부학의 문제인 것만큼이나 스토리텔링의 문제이기도 하다.” <br/><br/>몸을 설명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한다. <br/>그런데 그 언어가 달라지면 몸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진다.<br/>질병을 ‘고장’이라고 부르면 환자는 고장 난 사람이 되기 쉽고, 질병을 한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일부로 바라보면 그 사람의 경험과 감정까지 함께 보게 된다.<br/><br/>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몸을 더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 것 같다. 몸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 몸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br/><br/><br/>무엇보다 저자가 자신의 몸과 가족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이 책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br/><br/>외과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자신의 몸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다른 사람의 몸을 치료하던 의사도 어느 순간 환자가 될 수 있고, 수술을 집도하던 사람도 수술대 위에 누울 수 있다. 그 사실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거리를 아주 인간적인 방식으로 좁힌다.<br/><br/>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의사가 언젠가는 아픈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br/>건강한 몸을 가진 사람이 언젠가는 늙고 병들 수 있다는 사실.<br/>그리고 누구도 자신의 몸을 영원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br/><br/>평소 몸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일정한 시간 동안 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죽음과 장기기증을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과 연결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br/><br/>죽은 사람의 심장이나 간, 콩팥이 다른 사람의 몸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죽음과 삶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br/><br/>한 사람에게 끝이 되는 순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br/>그것은 의학적인 사실을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br/><br/><br/>책을 읽고 나는 내 몸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br/>매일 거울을 보면서도 피부밖에 보지 못했고, 몸무게가 늘거나 줄면 숫자를 확인했고, 어디가 아프면 그 부분만 신경 썼다.<br/><br/>하지만 그 몸 안에서는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수많은 장기들이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심장은 하루 종일 뛰고, 폐는 계속 숨을 쉬고, 콩팥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간은 손상된 상황에서도 회복을 시도한다.<br/><br/>나는 몸을 ‘내가 가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몸은 내가 살아가기 위해 잠시 함께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동반자에 가깝다.<br/><br/>그리고 그 몸은 완벽하지 않다.<br/>늙고, 상처받고, 병들고, 때로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한다.<br/><br/>하지만 이 책은 그 불완전함을 실패라고만 말하지 않는다.<br/>상처와 질병, 노화와 죽음까지도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 안에 포함시킨다.<br/><br/>그래서 《인생의 해부학》은 해부학 책이면서 동시에 삶에 관한 책이다.<br/><br/>몸을 이해하는 일이 곧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br/><br/>그리고 아마 이 책을 읽고 나면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숨 한 번’이나 ‘심장 한 번의 박동’조차 조금이나마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br/><br/>몸 안에 살면서도 몸을 잊고 살아간다.<br/>그러다 몸이 아픈 순간에야 비로소 얼마나 몸에 의존해 살아왔는지를 깨닫는다.<br/><br/>몸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삶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br/><br/>언젠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지금의 몸과 삶이 더욱 소중해지는 것.<br/><br/>언젠가 마지막 숨을 내쉬게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지금의 숨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br/><br/><br/>몸을 해부한다는 것은 사람을 해부하는 일이 아니라,<br/>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읽어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br/><br/>그리고 책을 읽고 생각하게 되었다.<br/><br/>아프지 않은 오늘, 숨 쉬는 오늘, 걸을 수 있는 오늘.<br/><br/>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하루가 사실은 몸이 온 힘을 다해 나에게 건네고 있는 하나의 삶이라는 것을.<br/><br/>_<br/><br/>#인생의해부학 #가브리엘웨스턴 #더퀘스트 <br/>#인문서 #교양도서 #책소개 #책추천 #새로나온책 <br/>#신간 #신간도서 #도서리뷰 #책리뷰 #서평단 #서포터즈]]></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1/81/cover150/k3621315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218178</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유전자의 생존 기계로 태어났지만, 우리는 어디까지 자유로운가. - [이기적 유전자 (50주년 기념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8289</link><pubDate>Sat, 26 Sep 2026 22: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828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500&TPaperId=175382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9/13/coveroff/893247650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500&TPaperId=1753828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기적 유전자 (50주년 기념판)</a><br/>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인간은 결국 유전자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인가?’<br/>제목만 보면 인간의 행동과 선택, 사랑과 이타심마저 유전자의 생존 전략에 불과하다는 냉정한 이야기를 하는 책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br/><br/>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br/><br/>1976년에 처음 출간된 《이기적 유전자》가 5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넘어, 인간이 ‘나’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흔들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생명체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되는 이 부분이 강렬하게 다가왔다.<br/><br/>🔖“그들은 우리를,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들의 보존이야말로 우리 존재의 궁극적인 근본 이유다. […] 지금은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며, 우리는 그들의 생존 기계다.” <br/><br/>나는 나 자신을 하나의 독립적인 인간으로 생각하지만, 유전자라는 훨씬 오래된 관점에서 바라보면 나 역시 생명의 역사 속에서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 하나의 ‘생존 기계’일 수 있다는 것이다.<br/><br/>조금 섬뜩하면서도 놀랍다.<br/><br/>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인간을 유전자의 꼭두각시로 결론 내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작동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한다고 해서 인간의 모든 행동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br/><br/>오래 기억에 남은 문장이 있다.<br/>🔖“우리는 타고난 이기적 유전자와 필요하다면 주입받은 이기적 밈에도 맞설 힘을 지닌다.” <br/><br/>그리고 이어지는 인간에 대한 선언은 더욱 인상적이다.<br/>🔖“우리, 지구에서 우리만이 이기적 복제자의 독재에 반역할 수 있다.” <br/><br/>이 부분에서 유전자의 힘을 이해한 인간이 그 힘을 어떻게 바라보고 선택할 것인가에 관한 책으로 읽혔다.<br/><br/>인간은 본능을 가지고 태어나고, 환경의 영향을 받고, 문화와 사회가 만들어낸 가치관 속에서 살아간다. 때로는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택조차 사실은 오랜 진화와 사회적 학습의 영향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br/><br/>그렇다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br/><br/>아마 완전히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가 자유인 것은 아닐 것이다. <br/>내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인식하고, 그 영향에 그대로 끌려갈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지를 고민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인간이 가진 특별한 능력인지도 모르겠다.<br/><br/><br/>《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인간의 성격이나 도덕적 판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br/><br/>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표현은 유전자가 욕심을 부리거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유전자의 복제와 보존을 중심에 놓고 생명의 현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설명 방식이다.<br/><br/>오히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타적인 행동도 새롭게 보인다.<br/><br/>왜 부모는 자신의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가.<br/>왜 혈연관계가 가까울수록 서로를 돕는 행동이 나타나는가.<br/>왜 서로 다른 개체들이 협력하는 경우가 존재하는가.<br/><br/>‘모든 생명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인다’고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유전자와 자연선택이라는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br/><br/>그래서 책을 읽을수록 ‘이기적’이라는 제목보다 생명은 어떻게 협력과 이타성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가라는 생각이 더 크게 다가왔다.<br/><br/>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생명의 출발점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그 결과로 나타난 인간의 행동은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br/><br/>인간에게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br/>그래서 이 부분에서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br/>🔖“아마 의식은 뇌의 세계 시뮬레이션이 자기 자신의 모델까지 포함할 만치 너무나 완벽해질 때 생겨나는 듯하다.” <br/><br/>‘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br/>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할 뿐 아니라,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할 수 있다.<br/><br/>화를 내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났지?’라고 물을 수 있고, <br/>어떤 욕망이 생겼을 때도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라고 되물을 수 있다.<br/><br/>그 순간 인간은 자신의 본능이나 욕망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게 된다.<br/>이것이 《이기적 유전자》가 말하는 인간의 특별함과도 연결되는 것이 아닐까.<br/><br/>유전자의 영향을 받지만 그 영향을 관찰할 수 있고, 본능에 따라 행동하면서도 그 행동을 반성할 수 있으며, 현재의 욕망을 넘어 미래의 결과를 상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위대함은 유전자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움직이는 힘을 인식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br/>이번 50주년 기념판에서 특히 흥미롭게 와닿은 부분은 AI와 진화에 관한 이야기다.<br/><br/>1976년의 독자라면 ‘유전자 중심으로 생명을 바라본다’는 발상 자체가 상당히 급진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50년이 지난 지금 도킨스의 시선은 생물학적 진화에서 문화와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으로까지 확장된다.<br/><br/>특히 인간이 언어와 문화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은 중요하게 느껴졌다.<br/><br/>유전자는 DNA라는 물질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지만 인간은 언어와 지식, 문화와 기술을 통해 정보를 훨씬 빠르게 퍼뜨린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생물학적 유전자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전 세대가 축적한 지식과 가치관과 기술을 다음 세대가 이어받는다.<br/><br/>그리고 이제는 그 과정에 인공지능까지 들어왔다.<br/>AI는 인간이 축적한 방대한 정보를 학습하고, 다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과 AI 사이에서 정보와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복제되고 변형될까.<br/><br/>50주년 기념판에서 이 질문을 만나는 순간 50년 전 던져진 질문이 오늘날 AI라는 새로운 환경을 만나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처럼 느껴졌다.<br/><br/>그리고 이 지점에서 조금 서늘한 상상도 하게 된다.<br/>만약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를 복제하고 변형하며 발전한다면, 미래의 ‘복제자’는 반드시 DNA여야 할까?<br/><br/>도킨스가 던지는 미래에 대한 상상은 이런 질문을 가능하게 한다.<br/><br/><br/>책을 읽은 뒤 떠오른 생각은<br/>'인간은 어디까지 자신의 본능과 환경을 넘어설 수 있는가'이었다.<br/><br/>앞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br/>책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간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지금의 행동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다. 바로 그 능력이 인간에게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br/>《이기적 유전자》가 50년 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하나의 답을 제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생명과 인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계속 뒤집어놓기 때문일 것이다.<br/><br/>마지막으로 이 문장이 특히 인상적이었다.<br/><br/>🔖“『이기적 유전자』, 또는 적어도 세세한 내용을 뺀 그 주요 내용은 생명이 있는 우주의 어느 행성에서든 출판될 수 있었을 것이다.” <br/><br/>이 문장은 곱씹을수록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얼마나 넓은지를 생각하게 됐다. <br/><br/>생명이 존재하고, 복제가 일어나고, 선택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진화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질문은 DNA에만 머물지 않는다. 문화가 되고, 언어가 되고, 기술이 되고, 인공지능이 된다.<br/><br/>1976년에 시작된 하나의 질문이 50년 뒤 AI 시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다.<br/><br/><br/>🤔우리가 유전자의 생존 기계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br/><br/><br/>_<br/><br/>#이기적유전자 #리처드도킨스 #50주년기념판 #을유문화사 <br/>#과학 #생명과학 #유전자 #진화 #베스트셀러 #100만부 <br/>#벽돌책 #필독서 #책소개 #책추천 #도서리뷰 #책리뷰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9/13/cover150/893247650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29134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두뇌를 다루는 치열한 심리전! -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6639</link><pubDate>Fri, 25 Sep 2026 20: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663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0458&TPaperId=1753663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4/48/coveroff/k70213045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0458&TPaperId=1753663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a><br/>김유진 지음 / 북다 / 2026년 08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컬처블룸 리뷰단을 통해 북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 진실을 아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가?<br/><br/><br/>기억을 되살리는 의사와 기억을 지우는 의사.<br/>서로 정반대의 의술을 가진 두 사람이 한 사람의 과거를 사이에 두고 맞붙는다는 설정부터 흥미로웠다. 특히 기억은 과거를 저장하는 기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관계, 죄책감과 복수심까지 좌우하는 하나의 힘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br/><br/>만약 내가 간직하고 있는 기억이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잘려 나가고, 덧붙여지고, 조작된 것이라면 어떨까.<br/><br/>내가 믿어온 과거가 무너지는 순간 과연 지금의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br/><br/><br/>주인공 김수오는 브레인 임상연구센터의 레지던트 4년 차로, 교수들 몰래 엄마 김소희에게 기억 회복술을 시행한다. 그런데 수술을 통해 엄마의 기억을 되돌리는 일이 오히려 새로운 고통을 불러온다. 잊고 있던 남편의 존재가 되살아나면서 엄마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br/><br/>여기서부터 기억이라는 것이 언제나 되찾아야 할 대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br/><br/>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기억을 잃는 것을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br/>소중한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 사랑했던 순간, 지나온 삶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잊고 싶은 것도 있다.<br/><br/>그렇다면 기억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 정말 선한 일일까.<br/>반대로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워주는 것이 정말 누군가를 위한 구원이 될 수 있을까.<br/><br/>작품은 어느 한쪽에 쉽게 답을 내리지 않는다. 기억 회복과 기억 제거 모두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이 소설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기술 그 자체보다 <br/>그 기술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판단을 선의라고 믿는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br/><br/>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 것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었다.<br/><br/>누군가의 죄를 덮어주는 것이 정말 자비일까.<br/><br/>자비라는 이름으로 죄를 감싸줄 수 있지만, 그 자비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돈과 권력,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br/><br/>누군가에게는 용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은폐가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순수한 자비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br/><br/>선의를 내세운다고 해서 그 행동까지 반드시 선해지는 것은 아니다.<br/>자신에게 타인의 기억과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이용한다면, 선의조차 권력이 될 수 있다.<br/><br/>이 지점에서 주경재라는 인물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자신의 능력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타인의 삶을 통제하려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수오 역시 복수와 욕망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인물은 아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대립은 서로 다른 욕망과 가치관이 충돌하는 두뇌 싸움처럼 느껴졌다.<br/><br/>특히 김수오가 주경재의 의술을 동경하면서도 그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는 감정의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상대를 증오하면서도 동시에 인정하고, 닮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의 능력에 끌리는 감정은 인간관계에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이기도 하다.<br/><br/>피가 섞인 관계라고 해서 반드시 같은 가치관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br/><br/>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니까,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까 그 사람의 마음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세계까지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br/><br/>겉으로 보이는 행동 하나만 가지고 그 사람의 마음을 단정할 수도 없고, 내가 알고 있는 기억만으로 그 사람의 과거 전체를 판단할 수도 없다.<br/><br/>사람을 안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br/><br/>그리고 이 작품에서 기억은 바로 그 '사람을 안다는 것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br/><br/>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기억을 품고 있을 수도 있고, 내가 믿었던 관계가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br/><br/>즉, 타인의 기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을 완전히 알 수 없다.<br/><br/>그렇다면 나 자신은 어떨까.<br/>내가 기억하는 나의 과거 역시 정말 온전한 것일까.<br/>소설을 읽고 난 뒤에는 이런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br/><br/>기억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내는 재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특정 장면 하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까지 바꿀 수 있는 일이 된다.<br/><br/>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기억 조작이라는 설정은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br/><br/>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라가는 과정이었다.<br/><br/>처음에는 제목 자체가 하나의 수수께끼처럼 느껴졌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의미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실이 뒤집히고, 하나의 단서가 또 다른 의문을 만들어내면서 제목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작품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br/><br/>특히 김수오가 어머니의 잃어버린 기억을 추적하면서 점점 자신이 알고 있던 가족의 모습과 실제 과거 사이에 커다란 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br/><br/>문득 영화 [인셉션]이 떠오르기도 했다.<br/>두 작품은 소재는 다르지만, ‘내가 믿고 있는 기억과 생각이 나를 만든다면 그것이 조작되었을 때 여전히 나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br/><br/>[인셉션]이 꿈을 통해 인간의 인식과 현실의 경계를 흔들었다면, 이 작품은 기억을 되살리고 지우는 기술을 통해 과거와 정체성의 경계를 흔든다. <br/><br/>두 작품 모두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이라고 믿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한 토대 위에 놓여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br/><br/><br/>처음에는 엄마에게 기억을 되찾아주고 싶었던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복수와 욕망, 능력에 대한 집착까지 뒤섞인다.<br/><br/>그래서 김수오 그 역시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복수는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br/><br/>특히 프롤로그에서 마음에 남았던 또 하나의 문장은 이것이다.<br/><br/>🔖“산 자들은 기억이라는 형벌을 안고 눈을 뜬다.”<br/><br/>기억은 행복했던 순간을 붙잡아주는 축복이기도 하지만, <br/>때로는 지울 수 없는 고통을 계속해서 되풀이하게 만드는 형벌이기도 하다.<br/><br/>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기억과 기억하고 싶어도 사라져버린 기억.<br/><br/>그 사이에서 인간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br/><br/>책을 읽으면서 기억이란 진실 그 자체라기보다 내가 누구인지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억을 되찾는 일이 언제나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진실을 아는 것이 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br/>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마주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br/><br/>이 작품은 이 생각이 머무는 지점에서 복수극과 SF라는 장르를 넘어선다.<br/><br/>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혈연'에 대한 생각이었다.<br/>피가 섞였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는 것도 아니다. 같은 혈연 안에서도 서로 다른 욕망과 상처, 가치관이 존재한다.<br/><br/>가족이라는 관계를 결정하는 것은 그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무엇을 했고, 무엇을 기억하고 있으며, 무엇을 선택했는지가 아닐까.<br/><br/><br/>《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는 기억을 되살리고 지우는 미래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읽고 난 뒤 남는 생각은 의외로 아주 인간적인 것이었다.<br/><br/>내가 가진 기억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br/>그리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정말 얼마나 알고 있을까.<br/><br/>뇌를 다루는 두 의사의 치열한 두뇌싸움과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을 따라가는 재미도 분명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아무리 가까워도 완전히 건너갈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이었다.<br/><br/>기억을 지울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인간은 더 행복해질까.<br/>아니면 고통스러운 기억까지도 나를 나답게 만드는 일부이기 때문에, <br/>그것을 잃는 순간 지금의 나 역시 조금씩 사라지는 것일까.<br/><br/><br/>기억은 때로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어쩌면 그 아픔까지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br/><br/>사람을 안다는 것, 기억한다는 것, 용서한다는 것.<br/><br/>미래의 기술을 빌려 이 세 가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br/><br/><br/>_<br/><br/>#스핑크스의왼쪽눈동자 #북다 #김유진<br/>#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 #서평단 <br/>#소설 #sf소설 #소설추천 #도서리뷰 #책리뷰 <br/>#베스트셀러 #신간 #책소개 #책추천 #추천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4/48/cover150/k7021304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044823</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죽은 자는 침묵하는데, 우리는 왜 역사를 말하고 싶어 하는 걸까. - [인골 전시관]</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6583</link><pubDate>Fri, 25 Sep 2026 20: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658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131171&TPaperId=175365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1/76/coveroff/k21213117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131171&TPaperId=1753658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골 전시관</a><br/>마타요시 에이키 지음, 조정민 옮김 / 모요사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_<br/><br/>백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한 구의 인골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br/>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다음부터 시작된다.<br/><br/>인골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 류큐의 신녀였다고 말하는 사람, 일본 본토에서 건너온 외지인이라고 보는 사람, 전쟁의 기억과 연결하는 사람까지 저마다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를 인골 위에 덧씌운다.<br/><br/>마타요시 에이키의 《인골 전시관》은 그렇게 한 사람의 죽음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그 죽음에 부여하는 의미를 바라보는 소설처럼 느껴졌다.<br/><br/>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을 짚어낸 문장이었다.<br/>🔖“조상을 알고 싶고, 조상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고 메이테쓰는 생각했다.” <br/><br/>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과거를 알고 싶어 한다.<br/>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고, 내가 속한 가족과 공동체의 뿌리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과거가 자랑스러운 것이기를 바란다.<br/><br/>그래서 어쩌면 역사를 기억하는 일에는 언제나 약간의 욕망이 섞이는지도 모르겠다. 객관적인 과거를 알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내가 믿고 싶은 과거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br/><br/>《인골 전시관》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이런 부분들을 무겁게 설교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진지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만,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 그 모습이 어딘가 우습기도 하다. 사랑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고, 자신의 혈통과 자존심에 집착하고, 돈과 명예 앞에서 흔들린다.<br/><br/>그런 인간적인 모습들이 이 작품을 오히려 생생하게 만드는 느낌이 들었다.<br/><br/><br/>책을 읽으며 계속 머릿속에 남았던 질문은 ‘인골은 누구의 것인가?’였다.<br/><br/>고고학자에게 인골은 연구해야 할 자료일 수 있다.<br/>신앙을 가진 사람에게는 조상이나 신성한 존재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오키나와의 역사를 상징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관광과 전시를 위한 대상이 될 수도 있다.<br/><br/>그렇다면 그중 무엇이 진짜일까.<br/><br/>🔖“보통 사람에겐 전혀 보통이 아니죠. 인골은 기도의 대상이 아니라 연구의 대상이에요.”<br/>“연구라 해도 상대는 인간이니까 어느 정도는.”<br/>“뼈는 뼈일 뿐이죠, 물리적으로 보면.” <br/><br/>과학과 신앙, 역사와 기억 사이의 간극이 느껴지는 대화였다.<br/><br/>물리적으로 보면 뼈는 뼈일 뿐이다.<br/>하지만 인간에게는 그렇지 않다.<br/><br/>누군가에게 소중했던 사람이었고, 누군가의 조상이었으며, 누군가가 살아온 시대의 흔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은 사람의 유해 앞에서 물질 이상의 것을 보게 된다. 동시에 그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부터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br/><br/>우리는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것일까, <br/>아니면 죽은 사람을 이용해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br/><br/><br/>책 속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부분은 ‘층’에 관한 이야기였다.<br/>🔖“‘층’이라는 건 다양한 삶의 흔적이 쌓인 ‘시대의 카펫’ 같은 거니까 그 변화를 판별하는 건 매우 중요하거든요.” <br/><br/>역사를 하나의 층층이 쌓인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이 소설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인다. 한 시대 위에 또 다른 시대가 놓이고, 그 위에 새로운 기억이 쌓인다. 류큐 왕국의 역사, 일본의 통합 과정, 전쟁의 기억, 미군기지 문제, 민속과 신앙, 오늘날의 오키나와가 모두 하나의 장소 안에 포개져 있다.<br/><br/>그래서 오래된 인골 하나를 파내는 일은 유골 하나를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br/>그 아래에 무엇이 더 있었는지를 묻게 만든다.<br/><br/><br/>작가가 자신의 원풍경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오키나와의 깊은 시간을 소설 속에 끌어들였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개인의 기억과 지역의 역사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br/><br/>내가 기억한다고 생각했던 풍경에도 나보다 훨씬 오래된 시간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어릴 때 아무 의미 없이 바라보았던 돌담이나 바다, 오래된 건물, 낡은 골목에도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겹겹이 남아 있을 수 있다.<br/><br/><br/>이 작품에서 가장 씁쓸하면서도 재미있었던 부분은 인골 하나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드러낸다는 점이다.<br/><br/>누군가는 조상을 찾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혈통을 증명하고 싶어 하며, 누군가는 신앙을 이야기한다. 또 누군가는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누군가는 전시와 돈을 생각한다. 처음에는 모두 그럴듯한 명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인간적인 욕망이 들어 있다.<br/><br/>사랑도 그렇다.<br/>🔖“사랑이군요. 사람을 그렇게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게 사랑이니까.” <br/><br/>사랑은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장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메이테쓰가 인골과 전시관에 마음을 쏟는 과정 역시 역사적 관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과 자신의 과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마음이 뒤섞이면서 전시관은 점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br/><br/>즉,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그 대상 자체만 보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br/>그 안에 자기 자신의 욕망과 기억을 함께 비춰보고 있는 것이다.<br/><br/><br/>🔖“하지만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오히려 그 마음이 더 깊어지는 법이라던데요.”<br/>“사랑은, 죽은 사람보다 살아 있는 사람이 언제나 이겨요.” <br/><br/>처음에는 조금 냉정하게 들리는 말이다.<br/>하지만 곱씹을수록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br/><br/>죽은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바꿀 수도, 기억을 수정할 수도, 새로운 선택을 할 수도 없다.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일은 살아 있는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에 의해 계속 달라질 수 있다.<br/><br/>이것이 이 소설에서 인골이 갖는 의미와도 연결되는 것 같았다.<br/><br/>인골은 변하지 않는다.<br/>그런데 인골을 바라보는 사람은 계속 변한다.<br/>그 사람이 변할 때마다 인골의 의미도 달라진다.<br/><br/><br/>소설의 후반부로 갈수록 중요한 질문은 ‘그 여인이 누구인가’에서 ‘나는 왜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는가’로 바뀌는 것처럼 느껴졌다.<br/><br/>🔖“결국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나 자신을 알기 위해 인골 속에서 오키나와인의 깊은 내면 풍경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br/><br/>인골을 들여다본다고 생각했지만, 그 안에서 발견하려 했던 것은 자기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br/><br/>역사를 공부하는 일도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과거를 알고 싶어서 역사를 바라보지만, 과거를 통해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br/><br/>‘우리 조상은 누구였을까?’라는 질문은 <br/>‘나는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질문이 되고,<br/><br/>‘이 땅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은<br/>‘나는 이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br/><br/>그래서 《인골 전시관》의 인골은 기억과 정체성, 역사와 인간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다.<br/><br/><br/>이 책을 읽고 오래 남은 생각은 사람은 왜 자신의 믿음에 맞는 과거를 만들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br/><br/>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과거에 대한 해석은 현재에도 계속 만들어진다. <br/>같은 유골을 두고도 누군가는 조상을 보고, 누군가는 연구 자료를 보고, 누군가는 역사적 상징을 보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확인한다.<br/><br/>그렇다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 역시 완전히 하나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br/><br/>특히 이 책에서 인골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느껴졌다.<br/><br/>인골은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다.<br/>그저 그 자리에 있다.<br/><br/>말하는 것은 언제나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br/><br/>가족의 역사도, 한 사람의 기억도, 한 사회의 역사도 어쩌면 비슷할 것이다.<br/>시간이 흐르면 사실 위에 기억이 쌓이고, 기억 위에 해석이 쌓인다. <br/>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역사’라고 부른다.<br/><br/>그러니 마지막에 남는 것은 인골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과거를 바라볼 때 얼마나 많은 ‘나’를 그 위에 겹쳐 놓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br/><br/>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는 정말 그 사람의 역사인가, <br/>아니면 당신이 믿고 싶은 역사인가.<br/><br/><br/>_<br/><br/>#인골전시관 #마타요시에이키 #모요사 <br/>#소설 #소설추천 #신간 #신간도서 #도서 <br/>#책리뷰 #도서리뷰 #책추천 #책소개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1/76/cover150/k21213117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17667</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결국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였을까. - [이미, 퀘렌시아]</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3848</link><pubDate>Wed, 23 Sep 2026 22: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384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32130251&TPaperId=1753384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4/25/coveroff/k43213025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32130251&TPaperId=1753384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미, 퀘렌시아</a><br/>온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br/><br/>사람은 살면서 수없이 많은 곳으로 도망치고 싶어진다.<br/><br/>누군가에게는 집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일 수도 있으며,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하는 낯선 곳일 수도 있다. 너무 지쳐버린 날에는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br/><br/>《이미, 퀘렌시아》를 읽으며 계속 마음에 남았던 단어가 바로 ‘퀘렌시아’였다.<br/><br/>투우장에서 지친 소가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자신만의 안전한 장소. 아무리 거칠게 싸우고 상처를 입었어도 그곳에 들어가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자리.<br/><br/><br/>연우에게는 딸의 죽음이 있고, 아내의 병이 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원망과 죄책감이 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과거의 어느 한 장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사건은 끝났지만 기억은 끝나지 않고, 사람은 떠났지만 그 사람과 관련된 감정은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연우가 청연재로 향하는 것은 자신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삶으로부터 잠시라도 거리를 두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br/><br/>그런데 청연재에서 연우가 만나는 것은 극적인 구원이나 단번에 모든 상처를 없애주는 해답이 아니다.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누군가의 춤을 바라보고,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기억을 다시 들여다보는 아주 느린 시간이다.<br/><br/>이 부분이 좋았다.<br/><br/>상처가 깊은 사람에게 “이제 잊어”, “용서해”, “긍정적으로 생각해”라고 말하는 것은 때때로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수 있다. 상처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실패처럼 느끼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br/><br/>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 보여주는 변화는 꽤 현실적이었다.<br/><br/>고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바라보는 나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br/><br/>그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책을 읽으면서 오래 시선이 머물렀던 문장이 있다.<br/><br/>🔖“타인은 있는 그대로 보이지 않는다.<br/>내 마음만큼만 보일 뿐이다.<br/>나는 단 한 번도 남과 싸운 적이 없다.<br/>……늘 나를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br/><br/>우리는 타인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가진 기억과 경험, 기대와 두려움을 통해 상대를 해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같은 말을 들어도 어떤 날에는 아무렇지 않은데 어떤 날에는 상처가 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br/>상대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br/><br/>특히 📌“늘 나를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는 문장은 생각은 오래하게 만든다.<br/><br/>사람과의 갈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내 안의 기준과 싸우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br/><br/>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왜 싫을까.<br/>저 말이 왜 이렇게 마음에 걸릴까.<br/>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왜 자유롭지 못할까.<br/><br/>질문의 끝에는 ‘타인’보다 ‘나’가 남는다.<br/>그래서 이 소설의 철학적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br/><br/>이 질문은 너무 오래 들어서 익숙한 질문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진지하게 바라보면 상당히 낯설다.<br/><br/><br/>《이미, 퀘렌시아》는 불교의 무아와 연기, 인드라망과 현존이라는 사유를 통해 이 질문을 계속 밀어붙인다.<br/><br/>특히 ‘무아’를 “나는 없다”라는 뜻으로만 받아들이면 굉장히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작품에서의 사유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br/><br/>고정된 ‘나’라는 틀에 모든 것을 가두지 않을 때 오히려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br/><br/>내가 나를 하나의 단단한 실체로 붙잡고 있을수록 상처도, 분노도, 자존심도 단단해진다. 반대로 그것들이 계속 변하고 흘러가는 것임을 바라볼 수 있다면 마음에도 틈이 생긴다. 그 틈이 어쩌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인지도 모르겠다.<br/><br/><br/>🔖“보석은 제빛을 품고 있어도 마주한 빛이 있어야 드러나잖아요. 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 서로를 비추기 위해서 아닐까요.” <br/><br/>사람은 혼자 완성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쉽다.<br/>하지만 이 문장을 읽고 있으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관계 속에서 얼마나 많이 드러나는지 생각하게 된다.<br/><br/>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도 내 안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었을 수 있고, <br/>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준 사람을 통해서야 비로소 내가 가진 좋은 면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br/><br/>누군가와의 만남이 끝났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 삶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함께했던 시간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일부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드라망’이라는 개념도 인상적이었다.<br/><br/>세상의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br/><br/>나는 혼자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 내가 먹는 음식부터 내가 사용하는 물건, 내가 나누는 말과 관계까지 수많은 존재의 영향을 받고 있다.<br/><br/>한 사람의 삶 역시 완전히 독립적인 하나의 섬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br/><br/>연우의 상처 역시 혼자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그의 변화 또한 혼자 이루어지지 않는다. 청연재에서 만난 사람들, 함께한 시간, 사소한 음식과 풍경, 대화와 침묵이 조금씩 연우를 변화시킨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치유’는 누군가가 나를 고쳐주는 행위라기보다 내가 다시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br/><br/>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치유’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br/><br/>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 것이라고 말하지만 모든 상처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경험은 더욱 그렇다.<br/>그 사람을 잊는 것이 치유라면, 잊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치유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br/><br/>하지만 애도는 망각과 다르다.<br/><br/>떠난 사람을 기억하면서도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상태.<br/>슬픔이 존재하지만 슬픔만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닌 상태.<br/><br/>이 책이 말하는 회복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br/>책 속에서 연우가 마주하는 것은 과거를 삭제하는 방법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법이다.<br/><br/>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다.<br/>그러나 그 사건이 오늘의 나를 영원히 규정하도록 내버려둘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사람은 아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br/><br/><br/>퀘렌시아에 대한 설명도 인상 깊었다.<br/>🔖“힘들고 지쳤을 때 쉬어 가는 곳. 칼이 등에 박혀 피가 흘러도 그곳에서는 안심하는 거죠. 거기 있으면 소는 두려워하거나 공격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br/><br/>이 문장을 읽고 나니 ‘안식처’라는 말의 의미가 달라 보였다.<br/><br/>안식처는 반드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곳이어야 할까.<br/>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더라도 잠시 공격하지 않아도 되는 곳, 무언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 무너진 채로 있어도 괜찮은 곳이 진짜 안식처일지도 모른다.<br/><br/>그리고 소설은 마지막에 아주 중요한 방향 전환을 한다.<br/>퀘렌시아를 바깥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자리로 바라보는 것이다.<br/><br/>이 지점에서 제목의 ‘이미’가 특별하게 다가온다.<br/><br/>아직 도착하지 못한 곳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곳.<br/>찾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생각과 기억과 두려움 때문에 보지 못하고 있었던 곳.<br/><br/><br/>🔖“사랑하는 사람들은 떠났지만 이 고요는 떠난 적이 없었다. 아무리 잃고 무너져도 이 자리는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br/><br/>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세상이 함께 무너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br/>내가 알고 있던 세계의 한 부분이 사라졌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br/>그런데 이 문장은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어떤 자리를 이야기한다.<br/><br/>사람은 떠나고, 관계는 변하고, 몸은 늙고, 감정은 생겼다가 사라지고,<br/>기억마저 언젠가는 흐려진다. 그런데 그 모든 변화를 경험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자리는 남아 있다.<br/><br/>그것을 불교에서는 여러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고, <br/>이 소설에서는 ‘현존’과 ‘무아’라는 사유를 통해 접근한다.<br/><br/>그것을 반드시 어떤 초월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기보다, <br/>아주 현실적인 의미로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지금 여기의 나’에게 잠시 돌아오는 것.<br/><br/>과거의 한 장면에 붙잡혀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 <br/>지금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br/><br/>그것만으로도 사람은 아주 잠깐 삶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br/><br/><br/>《이미, 퀘렌시아》는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상처를 가진 채 살아가는 인간을 오래 바라보는 소설에 가까웠다.<br/><br/>그래서 읽고 난 뒤에도 ‘무엇을 깨달았다’는 느낌보다 몇 개의 질문이 남는다.<br/><br/>지금 무엇으로 나를 규정하고 있을까.<br/>내가 놓지 못하고 있는 과거는 무엇일까.<br/>그리고 내가 힘들 때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의 퀘렌시아는 어디일까.<br/><br/><br/>삶이 무너졌을 때 다시 살게 하는 것은 때때로 거대한 깨달음이 아니라 오늘 한 끼를 먹고, 한 번 숨을 쉬고, 누군가의 말을 듣고, 다시 잠드는 아주 평범한 행동일지도 모르겠다.<br/><br/>그리고 어쩌면 ‘괜찮아지는 것’도 그런 모습일 것이다.<br/><br/><br/>그래서 《이미, 퀘렌시아》의 마지막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보다 ‘어디에 이미 있었는가’를 묻는 것처럼 느껴진다.<br/><br/>평화를 찾아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너무 오래 바깥만 바라보느라 이미 내 안에 있었던 고요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른다.<br/><br/>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안전한 곳이 어쩌면 아주 멀리 있는 어떤 장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이미 열려 있는 자리일 수도 있다는 것.<br/><br/>퀘렌시아는 도착해야 할 곳이 아니라,<br/>뒤늦게 알아보게 되는 곳인지도 모르겠다.<br/><br/>이미.<br/><br/>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br/><br/>-<br/><br/>#이미퀘렌시아 #온 #책과나무 <br/>#소설 #장편소설 #한국소설 #소설추천 <br/>#신간 #신간소개 #도서 #서평 #서평단 <br/>#도서리뷰 #책리뷰 #책소개 #책추천 #도서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4/25/cover150/k43213025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42541</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잘 쓰는 사람보다, 읽히는 글을 고민하는 사람이 오래간다. - [퇴근 후 1시간, 블로그로 월 2천만원 벌기 - 워킹맘은 어떻게 단 6개월에 성공과 수익을 실현했을까?]</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3806</link><pubDate>Wed, 23 Sep 2026 22: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338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130557&TPaperId=175338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12/18/coveroff/k07213055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130557&TPaperId=175338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퇴근 후 1시간, 블로그로 월 2천만원 벌기 - 워킹맘은 어떻게 단 6개월에 성공과 수익을 실현했을까?</a><br/>이서이 지음 / 밥북 / 2026년 08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br/><br/>블로그를 시작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br/><br/>누군가는 하루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쓰고, 누군가는 좋아하는 책이나 맛집, 여행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를 연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br/><br/>‘내 글을 읽는 사람이 조금만 더 많았으면 좋겠다.’<br/><br/>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데 방문자는 늘지 않고, 조회수가 오르지 않으면 어느 순간 글쓰기가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 역시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내가 정성 들여 쓴 글과 사람들이 실제로 찾아 읽는 글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br/><br/>《퇴근 후 1시간, 블로그로 월 2천만원 벌기》는 자신의 글쓰기 방식과 블로그 운영 방식을 끊임없이 뜯어보고 바꾸면서 수익화를 시도한 과정을 보여준다. <br/>특히 인상적인 것은 ‘누가 왜 이 글을 읽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다.<br/><br/>블로그를 하다 보면 내가 경험한 일, 내가 알고 있는 정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글을 쓰기 쉽다. 물론 그런 글에도 의미는 있다. 하지만 수익화를 목표로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br/><br/>사람들이 검색하고 싶어 하는 것, 궁금해하는 것, 클릭하고 싶어 하는 것, 끝까지 읽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br/><br/>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키워드만 좇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br/><br/>이 책에서 말하는 AI 활용법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AI에게 글 전체를 대신 써달라고 맡기는 것이 아니라 주제와 구조를 잡고, 필요한 자료를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한 뒤 결국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더하는 방식이다.<br/><br/>끝에 남아야 하는 것은 ‘AI가 쓴 글’이 아니라 ‘나의 관점이 들어간 글’이라는 이야기다.<br/><br/>이 부분은 지금의 블로그 환경에서 특히 중요하게 느껴졌다.<br/>생성형 AI가 글을 만들어주는 시대에는 누구나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문장을 얼마나 매끄럽게 만드는가보다 무엇을 보고,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경험을 덧붙일 수 있는가가 아닐까.<br/><br/>정보 자체는 AI도 찾아주지만, 그 정보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까지 대신 만들어주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br/><br/>책에서 소개하는 제목 작성법이나 인트로, 본문 구조, 해시태그, AI 프롬프트 같은 실전적인 내용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기술 이상의 의미가 있다.<br/><br/>글의 제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클릭이 달라지고, 첫 문장에서 독자가 머물지 떠날지가 달라지고, 본문의 구조에 따라 끝까지 읽는 경험이 달라진다.<br/><br/>블로그 글쓰기 역시 ‘잘 쓰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닌, 읽는 사람의 경험까지 설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특히 저자가 경험한 ‘일일 방문자 70만 명’ 이후의 하락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높은 조회수와 수익을 경험했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히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은 변하고, 사람들의 관심도 변하고, 플랫폼의 정책과 환경도 변한다. 저자 역시 의료 관련 표현이나 이미지 저작권 문제, 이슈성 콘텐츠 의존 등으로 블로그가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고 소개한다.<br/><br/>이 대목에서 블로그 수익화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br/>한 번 잘된 글을 만드는 것과 오래 살아남는 블로그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br/><br/>조회수라는 숫자는 굉장히 매력적이다.<br/>방문자 수가 올라가고, 조회수가 폭발하고, 수익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 ‘이제 성공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플랫폼 위에서 만들어지는 숫자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br/><br/>그래서 중요한 것은 왜 어떤 글이 잘됐고 왜 어떤 글은 외면받았는지를 계속 관찰하는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br/><br/>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에 들어 있는 ‘월 2천만원’이라는 숫자보다 내게 더 오래 남는 것은 그 숫자에 도달하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글을 분석하고 수정했다는 과정이다.<br/><br/>이 책이 강조하는 핵심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직접 데이터를 보고 독자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데 있다고 느껴졌다.<br/>그래서 이 책은 ‘6개월 만에 월 2천만원을 만드는 비법’이라는 자극적인 숫자만 보고 읽기보다는 블로그를 하나의 작은 미디어처럼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책으로 읽는 편이 훨씬 흥미로울 것이다.<br/><br/><br/>나는 블로그를 하면서 글의 내용만큼이나 ‘누가 이 글을 읽을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br/><br/>특히 서평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br/>책의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다른 서평과 차별화하기 어렵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비슷한 줄거리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br/><br/>독자가 궁금한 것은 책의 줄거리만이 아니라 ‘그래서 당신은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는가?’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나서 내가 경험했던 일과 연결하고, 내가 가진 생각과 책의 메시지를 부딪쳐보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을 글로 풀어낼 때 비로소 한 사람의 서평이 만들어진다.<br/><br/>그런 점에서 이 책이 이야기하는 ‘나만의 관점’은 블로그 수익화를 넘어 모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필요한 태도처럼 느껴졌다.<br/><br/>AI가 수많은 문장을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사람이 가진 경험과 생각의 가치가 커지는 역설도 생각하게 된다. <br/><br/>누구나 비슷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br/>그렇다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같은 정보를 가지고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 무엇을 발견하느냐,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일 것이다.<br/><br/><br/>이 책을 읽고 나서 내게 남은 것은 ‘월 2천만원’이라는 숫자가 아니었다.<br/>오히려 월 3,000원에서 시작했다는 출발점이었다.<br/><br/>처음부터 잘되는 사람은 많지 않다. <br/>조회수가 나오지 않는 글을 쓰고, 사람들이 읽지 않는 제목을 붙이고, 열심히 작성했지만 기대만큼 반응이 없어서 허탈해지는 시간을 누구나 거칠 수 있다.<br/><br/>하지만 그 시간을 실패로 끝내지 않고, ‘왜 안 읽혔을까?’<br/>‘사람들은 무엇을 원했을까?’ ‘다음 글에서는 무엇을 바꿔볼까?’<br/>라고 자신에게 되묻기 시작하면 실패의 의미가 달라진다.<br/><br/>블로그는 글을 쓰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사람을 관찰하고 나 자신을 수정하는 공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에는<br/>🤔‘나는 지금 내가 쓰는 글을 누가 읽어주길 바라고 있는가?’<br/>라는 질문이 더 오래 남았다.<br/><br/>그리고 그 질문에 답을 찾는다면 블로그의 방향도 조금씩 달라질 것 같다.<br/><br/>좋은 글을 쓰는 것.<br/>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쓰는 것.<br/><br/>그리고 그 두 가지를 어떻게 만날 수 있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br/><br/>블로그 수익화의 출발점은 읽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와, <br/>자신의 글을 계속 돌아보는 습관인지도 모르겠다.<br/><br/>즉, 블로그를 오래 운영한다는 것은 <br/>‘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와 ‘사람들은 무엇을 알고 싶어 하는가’ 사이에서 <br/>나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br/><br/>-<br/><br/>#퇴근후1시간블로그로월2천만원벌기 #밥북 #이서이 <br/>#블로그 #글쓰기 #경제경영도서 #재테크 #신간 #신간도서<br/>#책추천 #책소개 #책리뷰 #도서리뷰 #서평 #서평단 #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12/18/cover150/k07213055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12185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악을 쫓는 두 사람,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사람’이었다. - [천국에서 온 탐정 2 : 천 개의 목숨]</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8395</link><pubDate>Mon, 21 Sep 2026 01: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83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0440&TPaperId=175283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5/coveroff/k89213044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0440&TPaperId=175283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천국에서 온 탐정 2 : 천 개의 목숨</a><br/>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08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책세상맘수다 를 통해 #라곰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br/><br/>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범인을 찾은 뒤에도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 있다. 이동원의 《천국에서 온 탐정 2: 천 개의 목숨》은 후자에 가까웠다.<br/><br/>방화, 마약 밀매, 장기 밀매, 아동 성범죄, 불법 체류자와 밀입국, 인신매매 등 작품이 다루는 소재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더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욕망이었다. <br/><br/>돈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삶까지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br/><br/>그래서 《천국에서 온 탐정 2》의 범죄는 사건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뒤에 얽힌 사람들의 사정과 욕망, 두려움과 선택이 함께 드러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작품의 긴장감이 만들어진다고 느꼈다.<br/><br/>신학대를 중퇴한 형사 성요한과 법의관을 그만두고 목사가 된 유진신이라는 독특한 두 인물의 관계가 눈에 들어왔다.<br/><br/>처음부터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콤비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두 사람이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조금씩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관계다. 형사는 범죄의 흔적을 따라가고, 목사는 인간의 마음과 죄를 바라본다. 하지만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같다.<br/><br/>‘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것.’<br/><br/><br/>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br/><br/>📌“형사와 목사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br/><br/>형사는 범죄자를 쫓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목사는 죄와 인간의 내면을 마주한다. 서로 전혀 다른 직업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인간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br/><br/>특히 두 사람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각자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상대방의 방식과 판단을 받아들이면서 사건을 함께 풀어나간다.<br/><br/>그 과정에서 성요한이라는 인물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br/>그는 신을 믿지 못해 신학대를 떠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의 선까지 포기한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죄인을 마주하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한다.<br/><br/>그래서 성이원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br/><br/>🔖“요한이는 늘 죄인을 상대하면서도 믿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항상 좁은 길을 택했습니다. 진짜로 강한 사람만이 그럴 수 있습니다.” <br/><br/>여기서 말하는 ‘믿음’은 반드시 종교적인 믿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br/><br/>사람이 사람을 믿는 것,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끝까지 놓지 않는 것, 주변에서 모두 다른 길을 선택하더라도 자신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 길을 선택하는 것.<br/><br/>이 작품이 말하는 ‘선’은 그런 것이 아닐까.<br/><br/><br/>제목인 ‘천 개의 목숨’도 읽고 나면 사건의 장치처럼만 느껴지지 않는다.<br/>작품 속에서 삶은 쉽게 거래되고, 빼앗기고,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 이용된다. 특히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와 장기 밀매, 인신매매 같은 소재가 등장하면서 인간의 몸과 생명까지도 돈으로 환산되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br/><br/>그렇기에 다음 문장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br/><br/>🔖“고통이 널 죽이지 않는다. 잘못된 판단이 널 죽인다. 공포와 분노에 휩싸이지 마라. 그럼 넌 죽는다.” <br/><br/>긴박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언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넓게 생각하면 이 문장은 작품 전체의 긴장감을 압축하고 있는 듯했다. 위기의 순간 인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고통 그 자체일 수도 있지만, 그 고통에 휩쓸린 채 내리는 선택일 수도 있다.<br/><br/>공포와 분노는 너무 강한 감정이라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br/>그리고 범죄를 둘러싼 인물들은 바로 그 감정의 틈에서 움직인다.<br/><br/>그래서 이 문장은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작품 속 모든 인물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졌다.<br/><br/>🤔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br/><br/><br/>개인적으로 가장 무겁게 다가온 부분은 악의 규모였다.<br/><br/>처음에는 하나의 사건처럼 보였던 일들이 다른 사건과 연결되고, 개인의 범죄처럼 보였던 문제가 더 큰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br/>그렇게 사건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악인 한 명을 잡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현실에서도 범죄는 한 사람의 일탈로만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경제적 이익, 권력관계, 사회적 취약성, 침묵과 방관 등이 서로 얽히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범인 찾기에 머무르지 않고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까지 바라보려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br/><br/>특히 <br/><br/>🔖“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진실한 호소가 아니라 비극적인 사건이란 걸요.” <br/><br/>그리고 이어지는,<br/><br/>🔖“선한 마음이 모이면 기적을 일으키지요.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모이게 된다면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br/><br/>라는 문장.<br/><br/>사람들은 평범한 상황에서는 타인의 고통에 쉽게 무관심해질 수 있지만,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한꺼번에 관심을 쏟기도 한다. 그러나 그 관심이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br/><br/>분노가 모이면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또 다른 폭력과 혐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br/><br/>이 대목에서 작품이 말하는 ‘선’은 <br/>선한 마음조차 어떤 방향으로 모이고 사용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br/><br/>그것이 이 문장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생각이었다.<br/><br/><br/>🔖“지옥은 자기 발로 가는 겁니다.” <br/><br/>누군가가 억지로 끌고 가는 지옥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들어가는 지옥.<br/><br/>물론 현실의 범죄와 악을 모두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br/>사람은 환경과 관계, 사회적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라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작품 속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중요한 순간마다 선택의 문제가 등장한다.<br/><br/>살기 위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br/>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br/>돈과 권력 앞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br/>그리고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가.<br/><br/>그래서 이 짧은 문장이 작품 전체의 질문처럼 느껴졌다.<br/><br/><br/>《천국에서 온 탐정 2》에는 잔혹한 사건이 많다. <br/>그래서 읽는 동안 마냥 따뜻하거나 편안한 소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br/><br/>오히려 불편한 소재를 정면으로 들여다본다.<br/>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을 읽고 난 뒤 남는 것은 빛에 대한 문장이었다.<br/><br/>🔖“마음이 어두워질 때마다 바닷속에서 만났던 빛을 기억하세요. 우리 마음에는 이 손전등보다 더 밝은 빛이 있어요. 결코 어둠 속에 머물지 마세요. 빛을 따라가세요.” <br/><br/>이 문장을 읽으며 이 작품이 왜 계속해서 ‘선’과 ‘희망’을 이야기하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악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났다면 이 작품은 그저 무겁고 잔혹한 범죄소설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어둠을 충분히 보여준 뒤 그 안에서도 빛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등장시킨다.<br/><br/>그래서 ‘희망’이라는 말이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br/>세상이 아름답기 때문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어둡기 때문에 끝까지 빛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br/><br/>🔖“가망이 없어 보이는 세상이지만 불의에 무릎 꿇지 않는 사람이 남아 있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 <br/><br/>세상을 한순간에 바꾸는 영웅이 아니라, 불의 앞에서 무릎 꿇지 않는 단 한 사람.<br/><br/>《천국에서 온 탐정》이 말하는 희망은 그런 사람들의 존재인지도 모르겠다.<br/><br/><br/>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면이 상당히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점이었다.<br/>드론을 이용한 공격, 경찰의 보호를 받던 인물이 사라지는 상황,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와 추격전까지 사건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장면이 이어졌다.<br/><br/>특히 렌이라는 인물은 이야기의 중심을 움직이는 중요한 축처럼 느껴졌다. <br/>렌을 둘러싼 진실에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사건의 의미도 달라지고, 앞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br/><br/>이런 구성 덕분에 한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긴장감이 완전히 풀리지 않는다.<br/>하나의 사건이 다음 사건을 위한 단서가 되고, 인물의 관계가 또 다른 진실로 이어진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이 사건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계속 남았다.<br/><br/>영상화된다면 빠른 전개와 사건의 스케일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재미도 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 작품의 영상화 가능성을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화려한 범죄 장면, 그 장면 뒤에 있는 인물들의 선택을 얼마나 섬세하게 보여주느냐일 것 같다.<br/><br/>이 작품에서 사건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br/>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욕망과 두려움, 사랑과 죄책감이기 때문이다.<br/><br/><br/>읽고 나면 ‘권선징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br/>하지만 악인은 벌을 받고 선인은 승리한다는 구조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인물들이 조금 더 복잡하다.<br/><br/>누군가는 가족을 지키려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어떤 인물은 처음부터 악한 사람이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상황 속에서 조금씩 선을 넘는다.<br/><br/>그래서 평범한 사람이 어느 순간 넘어갈 수도 있는 경계에 악이 놓여 있다는 것이 더 무섭다. 그렇기에 성요한과 유진신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진다.<br/><br/>두 사람은 완벽한 정의의 상징이라기보다, 수없이 많은 인간의 어둠을 직접 마주하면서도 그 어둠에 자신까지 잠식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처럼 보인다.<br/><br/>그들이 계속해서 사건을 쫓는 이유도 ‘세상이 완벽하게 선해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기보다, 적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br/>불의 앞에서 나는 어디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br/>타인의 고통을 마주했을 때 나는 외면하지 않을 수 있을까.<br/>그리고 내가 믿는 선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br/><br/>강하다는 것은 누군가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쉬운 길을 알면서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인 ‘천국’은 종교적인 의미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br/><br/>🤔 천국과 지옥은 죽은 뒤에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br/>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금 이곳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br/><br/>악이 너무 거대해서 한 사람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좁은 길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불의에 무릎 꿇지 않는다.<br/><br/>그리고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결국에 빛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br/><br/>《천국에서 온 탐정 2: 천 개의 목숨》은 무거운 범죄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다루면서도 마지막에는 인간이 가진 작은 선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 소설이었다.<br/><br/>읽는 동안에는 사건의 긴장감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고, <br/>책을 덮고 나서는 ‘나는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 때문에 <br/>한동안 책을 쉽게 놓지 못하게 만든다.<br/><br/>어둠을 보여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br/>정말 어려운 것은 그 어둠 속에서 끝까지 빛을 이야기하는 일일 것이다.<br/><br/>우리에게 필요한 것은...<br/>각자의 자리에서 불의에 무릎 꿇지 않는 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br/><br/>-<br/><br/>#천국에서온탐정 #천국에서온탐정2 #이동원 #라곰 <br/>#책세상맘수다카페 #서평 #서평단<br/>#소설 #소설추천 #도서리뷰 #책리뷰 #책추천 <br/>#도서추천 #책소개 #신간 #신간도서 #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5/cover150/k89213044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10596</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악을 쫓는 두 사람,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사람’이었다. - [천국에서 온 탐정 2 : 천 개의 목숨]</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8394</link><pubDate>Mon, 21 Sep 2026 01: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839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0440&TPaperId=1752839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5/coveroff/k89213044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0440&TPaperId=1752839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천국에서 온 탐정 2 : 천 개의 목숨</a><br/>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08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책세상맘수다 를 통해 #라곰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br/><br/>추리소설을 읽다 보면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범인을 찾은 뒤에도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 있다. 이동원의 《천국에서 온 탐정 2: 천 개의 목숨》은 후자에 가까웠다.<br/><br/>방화, 마약 밀매, 장기 밀매, 아동 성범죄, 불법 체류자와 밀입국, 인신매매 등 작품이 다루는 소재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더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욕망이었다. <br/><br/>돈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삶까지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br/><br/>그래서 《천국에서 온 탐정 2》의 범죄는 사건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뒤에 얽힌 사람들의 사정과 욕망, 두려움과 선택이 함께 드러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작품의 긴장감이 만들어진다고 느꼈다.<br/><br/>신학대를 중퇴한 형사 성요한과 법의관을 그만두고 목사가 된 유진신이라는 독특한 두 인물의 관계가 눈에 들어왔다.<br/><br/>처음부터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콤비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두 사람이 사건을 함께 겪으면서 조금씩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관계다. 형사는 범죄의 흔적을 따라가고, 목사는 인간의 마음과 죄를 바라본다. 하지만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같다.<br/><br/>‘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것.’<br/><br/><br/>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br/><br/>📌“형사와 목사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br/><br/>형사는 범죄자를 쫓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목사는 죄와 인간의 내면을 마주한다. 서로 전혀 다른 직업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인간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br/><br/>특히 두 사람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각자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상대방의 방식과 판단을 받아들이면서 사건을 함께 풀어나간다.<br/><br/>그 과정에서 성요한이라는 인물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br/>그는 신을 믿지 못해 신학대를 떠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의 선까지 포기한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죄인을 마주하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한다.<br/><br/>그래서 성이원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br/><br/>🔖“요한이는 늘 죄인을 상대하면서도 믿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항상 좁은 길을 택했습니다. 진짜로 강한 사람만이 그럴 수 있습니다.” <br/><br/>여기서 말하는 ‘믿음’은 반드시 종교적인 믿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br/><br/>사람이 사람을 믿는 것,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끝까지 놓지 않는 것, 주변에서 모두 다른 길을 선택하더라도 자신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 길을 선택하는 것.<br/><br/>이 작품이 말하는 ‘선’은 그런 것이 아닐까.<br/><br/><br/>제목인 ‘천 개의 목숨’도 읽고 나면 사건의 장치처럼만 느껴지지 않는다.<br/>작품 속에서 삶은 쉽게 거래되고, 빼앗기고,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 이용된다. 특히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와 장기 밀매, 인신매매 같은 소재가 등장하면서 인간의 몸과 생명까지도 돈으로 환산되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br/><br/>그렇기에 다음 문장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br/><br/>🔖“고통이 널 죽이지 않는다. 잘못된 판단이 널 죽인다. 공포와 분노에 휩싸이지 마라. 그럼 넌 죽는다.” <br/><br/>긴박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언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넓게 생각하면 이 문장은 작품 전체의 긴장감을 압축하고 있는 듯했다. 위기의 순간 인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고통 그 자체일 수도 있지만, 그 고통에 휩쓸린 채 내리는 선택일 수도 있다.<br/><br/>공포와 분노는 너무 강한 감정이라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br/>그리고 범죄를 둘러싼 인물들은 바로 그 감정의 틈에서 움직인다.<br/><br/>그래서 이 문장은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작품 속 모든 인물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느껴졌다.<br/><br/>🤔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br/><br/><br/>개인적으로 가장 무겁게 다가온 부분은 악의 규모였다.<br/><br/>처음에는 하나의 사건처럼 보였던 일들이 다른 사건과 연결되고, 개인의 범죄처럼 보였던 문제가 더 큰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br/>그렇게 사건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악인 한 명을 잡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현실에서도 범죄는 한 사람의 일탈로만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경제적 이익, 권력관계, 사회적 취약성, 침묵과 방관 등이 서로 얽히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범인 찾기에 머무르지 않고 ‘왜 이런 일이 가능했는가’까지 바라보려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br/><br/>특히 <br/><br/>🔖“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진실한 호소가 아니라 비극적인 사건이란 걸요.” <br/><br/>그리고 이어지는,<br/><br/>🔖“선한 마음이 모이면 기적을 일으키지요.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모이게 된다면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br/><br/>라는 문장.<br/><br/>사람들은 평범한 상황에서는 타인의 고통에 쉽게 무관심해질 수 있지만, 극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한꺼번에 관심을 쏟기도 한다. 그러나 그 관심이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br/><br/>분노가 모이면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또 다른 폭력과 혐오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br/><br/>이 대목에서 작품이 말하는 ‘선’은 <br/>선한 마음조차 어떤 방향으로 모이고 사용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br/><br/>그것이 이 문장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생각이었다.<br/><br/><br/>🔖“지옥은 자기 발로 가는 겁니다.” <br/><br/>누군가가 억지로 끌고 가는 지옥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들어가는 지옥.<br/><br/>물론 현실의 범죄와 악을 모두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br/>사람은 환경과 관계, 사회적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이라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작품 속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중요한 순간마다 선택의 문제가 등장한다.<br/><br/>살기 위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br/>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br/>돈과 권력 앞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br/>그리고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가.<br/><br/>그래서 이 짧은 문장이 작품 전체의 질문처럼 느껴졌다.<br/><br/><br/>《천국에서 온 탐정 2》에는 잔혹한 사건이 많다. <br/>그래서 읽는 동안 마냥 따뜻하거나 편안한 소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br/><br/>오히려 불편한 소재를 정면으로 들여다본다.<br/>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을 읽고 난 뒤 남는 것은 빛에 대한 문장이었다.<br/><br/>🔖“마음이 어두워질 때마다 바닷속에서 만났던 빛을 기억하세요. 우리 마음에는 이 손전등보다 더 밝은 빛이 있어요. 결코 어둠 속에 머물지 마세요. 빛을 따라가세요.” <br/><br/>이 문장을 읽으며 이 작품이 왜 계속해서 ‘선’과 ‘희망’을 이야기하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악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났다면 이 작품은 그저 무겁고 잔혹한 범죄소설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어둠을 충분히 보여준 뒤 그 안에서도 빛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등장시킨다.<br/><br/>그래서 ‘희망’이라는 말이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br/>세상이 아름답기 때문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어둡기 때문에 끝까지 빛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br/><br/>🔖“가망이 없어 보이는 세상이지만 불의에 무릎 꿇지 않는 사람이 남아 있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 <br/><br/>세상을 한순간에 바꾸는 영웅이 아니라, 불의 앞에서 무릎 꿇지 않는 단 한 사람.<br/><br/>《천국에서 온 탐정》이 말하는 희망은 그런 사람들의 존재인지도 모르겠다.<br/><br/><br/>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면이 상당히 선명하게 떠오른다는 점이었다.<br/>드론을 이용한 공격, 경찰의 보호를 받던 인물이 사라지는 상황,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와 추격전까지 사건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장면이 이어졌다.<br/><br/>특히 렌이라는 인물은 이야기의 중심을 움직이는 중요한 축처럼 느껴졌다. <br/>렌을 둘러싼 진실에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사건의 의미도 달라지고, 앞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br/><br/>이런 구성 덕분에 한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긴장감이 완전히 풀리지 않는다.<br/>하나의 사건이 다음 사건을 위한 단서가 되고, 인물의 관계가 또 다른 진실로 이어진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이 사건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계속 남았다.<br/><br/>영상화된다면 빠른 전개와 사건의 스케일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재미도 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 작품의 영상화 가능성을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화려한 범죄 장면, 그 장면 뒤에 있는 인물들의 선택을 얼마나 섬세하게 보여주느냐일 것 같다.<br/><br/>이 작품에서 사건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br/>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욕망과 두려움, 사랑과 죄책감이기 때문이다.<br/><br/><br/>읽고 나면 ‘권선징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br/>하지만 악인은 벌을 받고 선인은 승리한다는 구조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인물들이 조금 더 복잡하다.<br/><br/>누군가는 가족을 지키려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다. 어떤 인물은 처음부터 악한 사람이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상황 속에서 조금씩 선을 넘는다.<br/><br/>그래서 평범한 사람이 어느 순간 넘어갈 수도 있는 경계에 악이 놓여 있다는 것이 더 무섭다. 그렇기에 성요한과 유진신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진다.<br/><br/>두 사람은 완벽한 정의의 상징이라기보다, 수없이 많은 인간의 어둠을 직접 마주하면서도 그 어둠에 자신까지 잠식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처럼 보인다.<br/><br/>그들이 계속해서 사건을 쫓는 이유도 ‘세상이 완벽하게 선해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기보다, 적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br/>불의 앞에서 나는 어디까지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br/>타인의 고통을 마주했을 때 나는 외면하지 않을 수 있을까.<br/>그리고 내가 믿는 선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br/><br/>강하다는 것은 누군가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쉬운 길을 알면서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인 ‘천국’은 종교적인 의미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br/><br/>🤔 천국과 지옥은 죽은 뒤에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br/>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금 이곳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br/><br/>악이 너무 거대해서 한 사람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좁은 길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불의에 무릎 꿇지 않는다.<br/><br/>그리고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결국에 빛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br/><br/>《천국에서 온 탐정 2: 천 개의 목숨》은 무거운 범죄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다루면서도 마지막에는 인간이 가진 작은 선의 가능성을 놓지 않는 소설이었다.<br/><br/>읽는 동안에는 사건의 긴장감 때문에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고, <br/>책을 덮고 나서는 ‘나는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 때문에 <br/>한동안 책을 쉽게 놓지 못하게 만든다.<br/><br/>어둠을 보여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br/>정말 어려운 것은 그 어둠 속에서 끝까지 빛을 이야기하는 일일 것이다.<br/><br/>우리에게 필요한 것은...<br/>각자의 자리에서 불의에 무릎 꿇지 않는 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br/><br/>-<br/><br/>#천국에서온탐정 #천국에서온탐정2 #이동원 #라곰 <br/>#책세상맘수다카페 #서평 #서평단<br/>#소설 #소설추천 #도서리뷰 #책리뷰 #책추천 <br/>#도서추천 #책소개 #신간 #신간도서 #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5/cover150/k89213044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10596</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정말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을까. - [불교는 인생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 인생이라는 게임을 바꾸기 위한 붓다의 가르침]</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6596</link><pubDate>Sun, 20 Sep 2026 04: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659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0340&TPaperId=1752659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85/94/coveroff/k82213034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0340&TPaperId=1752659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불교는 인생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 인생이라는 게임을 바꾸기 위한 붓다의 가르침</a><br/>뇔케 무호 지음, 심지애 옮김 / 페이지2(page2)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컬처블룸을 통해 포레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br/>“왜 살아야 할까.”<br/><br/>누군가에게는 너무 무겁고 어두운 질문일지 모르지만, 이 질문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붙잡아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도움이 될 것 같다. <br/><br/>뇔케 무호의 《불교는 인생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는 불교를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너무 익숙해져서 잊고 있던 질문을 다시 꺼내놓는 책에 가깝다.<br/><br/>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많은 ‘게임의 규칙’을 배운다.<br/><br/>공부를 잘해야 하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취업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하고, 집을 마련해야 하고,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br/>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보다 ‘남들이 원하는 삶의 기준을 얼마나 잘 따라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살아가게 된다.<br/><br/>그런데 가끔 멈춰 서서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br/><br/>이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br/><br/>저자는 인생을 ‘게임’이라는 낯선 언어로 바라본다. 게임이라면 당연히 규칙이 있고, 목표가 있고, 이기고 지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인생의 규칙 역시 정말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것일까.<br/><br/>이 질문이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드는 출발점이었다.<br/><br/><br/>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표현은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나간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과격하게 들린다. 특히 책의 제4장이 [왜 자살하면 안 될까?]라는 목차를 달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br/><br/>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게임에서 나가기’는 삶을 끝내는 의미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내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삶의 규칙에서 한 발 물러나는 것에 가깝다.<br/><br/>저자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뒤 삶의 의미를 고민했고, 아버지에게 “어차피 죽는데 왜 살아야 해요?”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 대한 아버지의 답을 듣고도 삶이 ‘즐거운 파티’라는 설명이 쉽게 와닿지 않았다는 대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br/><br/>🔖“이렇게 매일매일 따분한데 어디가 즐거운 파티란 말인가!” <br/><br/>삶에 대한 질문이 얼마나 개인적인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br/>누군가에게 행복한 삶이라고 해서 나에게도 반드시 행복한 삶인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이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br/>그래서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떤 규칙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일이 아닐까.<br/><br/>이 책에서 말하는 불교의 실용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br/><br/>불교를 종교적 믿음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br/>저자는 불교를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도구로 가져온다.<br/><br/>특히 ‘지금 여기’라는 관점은 현대인의 삶과 상당히 잘 맞닿아 있다.<br/><br/>사람은 늘 현재보다 미래를 걱정한다.<br/><br/>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지나간 일을 계속 되돌아보며, 다른 사람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한다. 그러다 보면 실제로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는 생각보다 아주 짧아진다. 불교에서 말하는 집착과 괴로움의 문제 역시 이런 지점과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br/><br/>무언가를 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원하는 결과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순간 괴로움이 커지는 것은 아닐까.<br/><br/>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들이 하나의 ‘규칙’이 되어버리면, 그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순간 스스로를 실패한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쉽다.<br/><br/>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게임에서 나간다’는 것은 게임의 규칙을 절대적인 진리로 믿지 않는 연습인지도 모르겠다.<br/><br/><br/>제4장 [왜 자살하면 안 될까?]는 이 책에서 가장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부분이다.<br/><br/>🔖“여러분 중에는 ‘인생이라는 게임은 망겜 그 자체’라고 느끼는 분도 계실 테고, ‘갓겜까지는 아니지만 플레이할 가치는 있다’는 분도 계실 겁니다.” <br/><br/>게임이라는 표현이 자칫 삶을 가볍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문장에서는 삶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하게 된다.<br/><br/>누군가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할 수 있고, 누군가는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벅찰 수 있다. 따라서 ‘삶은 아름답다’거나 ‘열심히 살면 된다’는 식의 위로만으로는 모든 사람의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br/><br/><br/>저자는 삶의 고통을 쉽게 지워버리지 않는다. 대신 삶을 바라보는 틀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br/><br/>삶에 반드시 하나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난다면 어떨까.<br/>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난다면 어떨까.<br/>지금 느끼는 고통을 ‘인생 전체의 결론’으로 단정하지 않는다면 어떨까.<br/><br/>죽음이라는 질문을 통해 지금 살아 있는 순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br/><br/><br/>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탈출’ 자체보다 그다음 이야기였다.<br/><br/>🔖“인생이라는 게임에서 나갔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 타임 쉬고 나서 새로운 게임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 불교라고 생각합니다.” <br/><br/>삶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 기존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임에서 잠시 내려오면, 비로소 게임의 규칙이 보인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br/><br/>이 부분에서 불교의 수행이나 명상도 새롭게 보였다.<br/>명상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기술이라기보다, 얼마나 많은 생각에 끌려다니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시간이 될 수 있다.<br/><br/>'왜'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잠깐의 거리가 생기는 것.<br/>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게임에서 나가기’와 닿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br/><br/>도겐과 좌선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br/>🔖“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생각이 저절로 나는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은 바로 비사량. 생각으로는 붙잡을 수 없다.” <br/><br/>생각을 통제하려고 애쓴다.<br/>걱정하지 말아야지. 이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br/>그런데 이상하게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생각은 더 선명해진다.<br/><br/>좌선에 대한 이 문장을 읽으며 생각을 없애는 것과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중요한 것은 그 생각 하나하나를 붙잡고 끌려갈 필요는 없다는 것.<br/><br/>이것은 꼭 불교 수행을 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생각해 볼 만한 태도라고 느꼈다.<br/><br/>불안한 생각이 떠올랐다고 해서 그 생각이 반드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br/>후회가 떠올랐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br/>미래에 대한 걱정이 생겼다고 해서 지금 당장 미래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br/><br/>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바라보는 것.<br/>그 작은 전환만으로도 삶을 대하는 자세는 달라질 수 있다.<br/><br/><br/>🔖“어디를 가도 ‘그곳’이 ‘이곳’이 되고 만다는 이 진실을…” <br/><br/>장소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면서도 마음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br/>지금의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곳으로 가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br/><br/>물론 환경을 바꾸는 것이 실제로 삶을 변화시키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br/>하지만 내가 가진 불안과 집착, 비교하는 습관까지 그대로 가지고 이동한다면 새로운 장소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만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을 바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이곳에 있는 나’를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br/><br/>어디에 있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머무느냐.<br/>그것이 이 문장을 읽고 난 뒤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이다.<br/><br/><br/>이 책을 읽고 나서 불교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br/><br/>불교를 종교 체계나 철학으로만 바라보면 수많은 개념과 교리가 먼저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을 삶의 언어로 끌어온다.<br/><br/>괴로움이 있다면 괴로움이 있다는 사실을 먼저 본다.<br/>생각이 많다면 생각이 많다는 사실을 본다.<br/>집착하고 있다면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 바라본다.<br/><br/>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돌아온다.<br/>중요한 것은 ‘인생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br/>정답이 있다고 믿는 순간 정답에서 벗어난 자신을 실패자로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br/><br/>오히려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br/>남들과 다른 속도로 살아도 된다는 것.<br/>때로는 멈춰도 된다는 것.<br/><br/>이런 생각만으로도 삶의 무게가 조금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지금의 삶이 힘든 이유는 삶 자체 때문일까, <br/>아니면 삶을 반드시 이런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일까.<br/><br/>그리고 무엇보다, 이 순간을 얼마나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br/><br/>같은 삶이라도 어떤 규칙을 믿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이 될 수 있다.<br/><br/>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살아가는 삶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위해 살아가는 삶은 겉으로 비슷해 보여도 그 안의 감각은 다를 것이다.<br/><br/>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인생에서 나가기’는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믿었던 인생의 방식에서 잠시 빠져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이전과는 조금 다른 눈으로 나의 삶을 바라보는 것.<br/><br/>그때 비로소 내가 남의 게임을 대신 플레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알게 될지도 모른다.<br/><br/>삶은 여전히 어렵고, 답을 찾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br/>하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누가 만든 규칙을 따르고 있는지, 그리고 정말 그 규칙을 계속 따라야 하는지를 스스로 물어볼 수 있다면, 삶의 주도권을 조금 되찾는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br/><br/>_<br/><br/>#불교는인생에확실히도움이된다 <br/>#페이지2북스 #포레스트북스 #뇔케무호 #자기계발 <br/>#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 #서평단 <br/>#불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도서리뷰 #책리뷰 <br/>#베스트셀러 #신간 #독서 #책추천 #추천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85/94/cover150/k82213034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859412</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어둠은 쉽게 걷히지 않았다. - [밤의 이야기꾼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6575</link><pubDate>Sun, 20 Sep 2026 02: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657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157400817&TPaperId=1752657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482/18/coveroff/115740081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157400817&TPaperId=1752657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밤의 이야기꾼들</a><br/>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08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자음과모음 (@jamobook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br/><br/>폭우가 쏟아지던 밤, 한 소년이 부모를 잃는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후 기묘한 출판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담 모임으로 이어진다. 매년 한 번, 서로의 이름도 얼굴도 묻지 않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는다.<br/><br/>그런데 이 모임에는 이상한 규칙이 있다.<br/><br/>'이야기는 반드시 자신의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br/><br/>처음에는 그저 괴담을 나누는 독특한 모임처럼 보이지만,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질수록 묘한 불안이 생긴다.<br/><br/>‘이 사람들이 정말 겪은 일일까?’<br/>‘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일까?’<br/><br/>그리고 괴담이라고 부르는 것과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 사이에 정말 명확한 경계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br/><br/>책에서 실화와 소설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br/><br/>🔖“틀렸어. 더 비현실적인 쪽은 실화야.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게 이 세상이지. 그래서 소설은 결코 실화를 따라잡을 수 없어.” <br/><br/>소설은 허구이고 현실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때때로 상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이 일어나고, 사람이 사람이기 때문에 만들어내는 잔혹함은 귀신이나 괴물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br/>그래서 이 문장이 이 책 전체 메시지를 대변하는 하나의 열쇠처럼 느껴졌다.<br/><br/><br/>《밤의 이야기꾼들》에서 흥미로운 것은 각각의 괴담이 ‘무서운 사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br/><br/>[과부들]에서는 폭력과 불륜,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 감춰진 욕망이 기괴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br/><br/>[도플갱어]에서는 ‘나와 똑같은 존재’라는 오래된 공포를 성형과 자아의 문제에 연결한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자신의 얼굴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정말 온전한 것인가 하는 질문까지 따라온다.<br/><br/>[홈, 스위트 홈]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내 집’이라는 공간이 공포의 장소로 뒤집힌다. 공간에 부여하는 믿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br/><br/>[웃는 여자]는 섬뜩하면서도 씁쓸하게 다가온다. 소문과 따돌림, 폭력 속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세상으로부터 밀려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br/>괴이한 존재보다도 한 사람을 오랫동안 외면하고 상처 입히는 주변의 시선이 더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온다.<br/><br/>그리고 [눈의 여왕]에서는 저주와 폐쇄적인 공동체, 사랑이라는 감정이 얽히면서 공포가 슬픔으로 변한다.<br/><br/>이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괴담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통점이 있다.<br/><br/>사람의 욕망, 상처, 외로움, 집착, 두려움이 괴이한 형태를 빌려 나타난다는 것.<br/><br/>그래서 이 책의 괴물들은 누군가에게는 복수이고,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이며, 누군가에게는 상실이고, 누군가에게는 끝까지 놓지 못한 욕망이다.<br/><br/>공포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br/><br/><br/>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껴진 부분은 괴담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br/>어두운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한 사람씩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설정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의 형태를 떠올리게 한다.<br/><br/>누군가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br/>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면 또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br/>그 과정에서 독자는 이야기를 읽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딘가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는 듯한 위치에 놓이는 듯 했다.<br/><br/>그래서 다음 문장이 이 모임의 성격을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br/>🔖"이야기를 하되 자신과 관련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br/><br/>이 문장 역시 책 전체를 읽고 나면 처음보다 훨씬 다르게 다가온다.<br/>이야기는 사실을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기억이고 경험이며 때로는 상처를 보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br/><br/>특히 이 모임에서는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br/><br/>그렇다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아닐까.<br/>얼굴도 이름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놓는 사람들.<br/><br/>아이러니하게도 얼굴을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더 강력한 자기 고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도플갱어]를 비롯해 작품 곳곳에서 ‘얼굴’과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반복되는 것도 흥미롭다.<br/><br/>거울을 보면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br/>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과 타인이 바라보는 내 모습이 완전히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때 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br/><br/>이런 질문은 도플갱어라는 초자연적인 소재에서 시작하지만 현실적인 불안으로 이어진다.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바꾸려고 하는 것.<br/><br/>그래서 〈도플갱어〉의 공포는 내가 나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되는 순간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br/><br/><br/>《밤의 이야기꾼들》을 읽으며 계속해서 느꼈던 감정은 의외로 ‘무서움’ 하나만은 아니었다. 공포소설인데 이상하게 슬프게 다가왔다.<br/><br/>기괴하고 잔혹한 장면을 지나고 나면 그 뒤에 남는 것은 이상하게도 쓸쓸함이었다. 누군가는 사랑받지 못했고, 누군가는 이해받지 못했으며, 누군가는 자신의 상처를 다른 방식으로 드러냈다.<br/><br/>그래서 괴담 속 인물들을 무서운 존재로만 바라보기 어려웠다.<br/>특히 [웃는 여자]처럼 한 사람이 사회에서 밀려나는 과정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괴물이 생겨나는 이유’를 생각하게 만든다.<br/><br/>처음부터 괴물이었던 사람이 아니라, 상처와 고립과 폭력이 쌓인 끝에 괴이한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때 독자는 그 인물을 무서워해야 할까, 아니면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까.<br/><br/>이 작품이 공포와 슬픔을 함께 품고 있다는 점이 바로 이런 지점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br/><br/><br/>🔖“우리는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의 이야기는 살아 있다. 우리가 곧 이야기다.”<br/><br/>이 문장은 책 속 괴담 모임의 선서이지만, 책을 덮고 나면 조금 다른 의미로 읽힌다.<br/><br/>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간다.<br/>기억하고 싶은 이야기와 잊고 싶은 이야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형태가 바뀐 이야기.<br/>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이 된다.<br/><br/>그래서 ‘우리가 곧 이야기’라는 말이 오히려 공포보다 더 오래 남았다.<br/>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일부를 들여다보는 일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한다는 것은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는 일이기 때문이다.<br/><br/><br/><br/>《밤의 이야기꾼들》은 읽고 나면 현실을 바라볼 때 조금 이상한 기분을 남긴다.<br/><br/>지금 내가 지나치는 골목에도 누군가만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을지 모른다.<br/>평범하게 보이는 집에도 그곳에 살았던 사람만 알고 있는 사연이 있을지 모른다.<br/>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가 하나쯤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인다.<br/><br/>평범했던 장소가 이야기를 품은 장소가 되고, 평범했던 사람이 이야기를 숨긴 사람이 된다.<br/><br/>‘괴담은 책 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br/><br/>책 속에서 대말한 것처럼 이야기는 현실을 완전히 따라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br/>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귀신보다 사람이, 괴물보다 기억이, 저주보다 상처가 더 오래 생각났다.<br/><br/>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br/>🤔 지금까지 내가 들어온 이야기 중에서 정말로 허구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br/><br/>《밤의 이야기꾼들》은 독자가 자신의 기억과 주변의 이야기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각각의 괴담이 만들어내는 서늘함을 즐길 수 있고, 미스터리나 인간 심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야기 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욕망과 상처를 따라가며 읽을 수 있다.<br/><br/>그리고 마지막에는 독자 자신에게도 하나의 이야기가 남는다.<br/><br/>‘이것은 이야기일 뿐이다.’<br/><br/>그렇게 생각하며 책을 덮었는데도,<br/>이상하게도 불을 끄고 나면 조금 전까지 아무렇지 않았던 어둠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것.<br/><br/>아마 《밤의 이야기꾼들》이 남기는 공포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br/><br/>이야기는 끝났는데, <br/>이야기를 들은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br/><br/>_<br/><br/>#밤의이야기꾼들 #전건우 #네오픽션 <br/>#소설 #소설추천 #도서리뷰 #책리뷰 #책추천 <br/>#책소개 #도서추천 #독서 #옴니버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482/18/cover150/115740081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4821898</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자유를 빼앗긴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한 시대였다. - [갇힌 소녀]</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6565</link><pubDate>Sun, 20 Sep 2026 02: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656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130847&TPaperId=1752656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6/82/coveroff/k05213084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130847&TPaperId=1752656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갇힌 소녀</a><br/>브렌다 데이비스 지음, 유영일 옮김 / 올리브나무 / 2026년 08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처음에는 한 소녀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br/><br/>열일곱 살 노라.<br/>가족에게 숨기고 있던 임신, 두려움, 죄책감,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부모.<br/><br/>하지만 《갇힌 소녀》를 따라가다 보면 이 이야기가 한 여성의 불행만을 다룬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노라가 갇힌 것은 정신병원이라는 건물 안이었지만, 그보다 더 오래 그녀를 가둔 것은 당시 사회가 만들어낸 편견과 낙인,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했던 제도였다.<br/><br/>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무서웠던 것은 사람을 한 사람의 이름으로 바라보지 않고, 특정한 분류와 진단명, 사회적 낙인으로만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br/><br/>노라는 어느 순간부터 '노라'가 아니라 '도덕적 결함자'가 된다.<br/>그 순간 한 인간의 감정과 선택과 목소리는 사라지고, 사회가 붙인 이름이 그 사람의 인생을 대신하기 시작한다.<br/><br/><br/>노라의 임신은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었을 것이다.<br/>하지만 그 시대는 그것을 한 소녀의 삶에서 벌어진 위기로 바라보지 않았다. <br/>혼전 임신이라는 사실 하나가 그녀의 도덕성과 인격 전체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어버린다.<br/><br/>책에서 노라가 병원으로 보내지게 되는 과정은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br/><br/>오늘날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특정한 사람들을 사회로부터 분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가능했다. 특히 영국의 1913년 정신결함법(Mental Deficiency Act)은 당시의 우생학적 사고와 사회적 통제의 영향을 받은 법률이었다.<br/><br/>이 지점에서 이 소설은 과거의 정신의학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으며,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br/><br/>'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인간을 위한 것일까?'<br/><br/>과학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잘못된 전제와 편견이 과학의 이름을 얻는 순간 사람을 분류하고 배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br/><br/>우생학의 역사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그런 위험이다.<br/>특정한 사람들을 '더 우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고, 유전이라는 개념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인간의 가치를 판단했던 사고는 여러 사회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낳았다.<br/><br/>《갇힌 소녀》가 무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br/>노라를 가둔 사람들은 자신들이 괴물이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br/>오히려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더 무섭다.<br/><br/><br/>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남은 표현 중 하나는 노라가 자신의 생존 방식을 설명하는 장면이었다.<br/><br/>🔖"다들 제가 길들여진 토끼처럼 굴기를 원했어요." <br/><br/>이 문장이 아프게 다가온 것은 '토끼'라는 표현 때문만은 아니었다.<br/>사람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자신의 의지를 포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br/><br/>노라는 말을 잘 듣는 환자가 되면 '착한 사람'이 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면 '문제 있는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br/><br/>자신을 숨기는 것. 말하지 않는 것. 저항하지 않는 것.<br/>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잊어버리는 것.<br/><br/>이 부분에서 '순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br/>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조용하다고 괜찮은 것도 아니고, 반항하지 않는다고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 침묵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마지막 방어 수단일 수도 있다.<br/><br/><br/>가장 잔인한 것은 '치료'라는 이름이었다.<br/>특히 마음 아프게 읽히는 부분은 노라의 신체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취급되는 장면들이다. 강제적인 검사와 의료적 처치, 통제된 생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결정들. 그런 장면들을 읽고 있으면 '정신병원'이라는 공간이 사람의 의지를 빼앗는 장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br/><br/>물론 과거의 정신의학과 오늘날의 정신의학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수는 없다.<br/>정신질환에 대한 이해와 치료 방법, 환자의 권리, 의료윤리 모두 크게 변화했다.<br/>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br/><br/>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가운데 미래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은 무엇일까?<br/><br/>오늘의 상식도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br/>오늘의 치료도 언젠가 새로운 지식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br/>그래서 의학과 과학에서 지식의 발전만큼 중요한 것이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치료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순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br/><br/><br/>🔖"미치지 않으려면 바보 흉내를 내야 한다는 게?" <br/><br/>책에서 가장 가슴을 치는 문장은 아마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br/>이 한 문장 안에 노라가 오랜 세월 겪어온 모순이 압축되어 있다.<br/>정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순간 '문제 있는 환자'로 취급된다. <br/><br/>그러니 살아남으려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br/>말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br/>자신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정신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하는 역설에 빠진다.<br/><br/>이 대목에서 '정상'이라는 단어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br/><br/>누가 정상과 비정상을 결정하는가.<br/>그리고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에게 얼마나 쉽게 이름을 붙이고 판단하는가.<br/><br/>노라에게 필요했던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것이 아니었을까.<br/><br/><br/>그렇다고 《갇힌 소녀》가 절망으로만 끝나는 이야기는 아니다.<br/>내가 이 책을 읽고 오래 기억하게 된 부분은 노라가 얼마나 심하게 망가졌는지가 아니라, 그럼에도 사람이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게 되는 과정이었다.<br/><br/>수십 년 동안 갇혀 있던 사람에게 갑자기 "이제 자유롭게 살아도 됩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자유가 곧바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선택할 기회를 빼앗겼던 사람에게 선택은 두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br/><br/>그래서 노라의 회복은 병원 문을 나서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br/>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누군가를 믿고, 선택하고, 자신의 과거를 바라보고, 마침내 자신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br/><br/>이 부분에서는 치유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br/>치유는 상처가 없었던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있는 채로도 다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br/><br/><br/>🔖"나였을 수도 있었어..." <br/><br/>짧은 문장이지만 이 말이 이 소설 전체를 표현한다고 느꼈다.<br/><br/>노라는 특별히 다른 인간이 아니었다.<br/>그저 한 시대의 규칙과 편견 속에서 불행한 상황을 맞닥뜨린 한 소녀였다.<br/>그리고 누군가의 인생을 망가뜨린 제도가 언제든 다른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야기는 '노라의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br/><br/>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br/><br/>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br/>내가 다른 가족, 다른 환경, 다른 조건에서 살았다면?<br/>내가 사회가 정한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났다면?<br/><br/>이 질문을 떠올려 본다면 타인의 불행을 구경하듯 바라볼 수 없게 된다.<br/><br/><br/>정신의학의 역사에서 과거의 치료 방식과 시설 환경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상당한 문제를 드러낸다. 특히 환자의 자율성과 동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충분히 존중되지 않았던 사례들은 지금도 의료윤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다. <br/><br/>그렇다고 과거를 현재의 기준으로만 재단하는 것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br/><br/>어떤 시대의 과학적 지식은 무엇이었는지, 사회가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법은 무엇을 허용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봐야 한다.<br/><br/>그래야 같은 일이 다른 이름으로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br/><br/><br/>마지막에 남은 것은 '구원'보다 '연대'였다.<br/>사람은 혼자서만 살아남는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br/><br/>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br/>과거의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는 사람.<br/>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사람.<br/>"당신이 틀린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br/><br/>그런 사람이 한 명이라도 존재할 때, 완전히 닫혀 있던 삶에 아주 작은 틈이 생길 수 있다.<br/><br/>🤔 노라에게 필요한 것도 그런 틈이 아니었을까.<br/><br/>누군가 자신을 환자나 문제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대신, <br/>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봐 주는 것.<br/>그리고 자신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믿게 해주는 것.<br/><br/>💕 때로 사랑은 상대를 대신해서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br/>그 사람이 다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기다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br/><br/><br/>《갇힌 소녀》는 읽는 동안 수많은 감정을 같이 느끼며 마음이 무거웠다.<br/><br/>분노가 치밀기도 하고, 인간이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기도 했다.<br/><br/>하지만 책을 덮은 뒤 가장 오래 남는 감정은 의외로 절망이 아니었다.<br/><br/>'그래도 살아냈구나.'<br/><br/>오랜 시간을 빼앗긴 한 사람의 삶을 생각하면 그 말조차 너무 작은 표현일지 모른다. 하지만 노라가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도 완전히 없앨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br/><br/>바로 다시 살아보려는 마음이다.<br/><br/>상처는 사람을 바꾼다.<br/>때로는 너무 깊은 상처가 사람을 침묵하게 만들고, 세상과 자신을 단절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손길과 신뢰,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연대가 닿는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삶을 향해 걸어갈 가능성은 남아 있을 수 있다.<br/><br/>그래서 《갇힌 소녀》는 한 사람의 존엄을 빼앗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그리고 그것을 다시 돌려주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랑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br/><br/>가슴 아픈 장면이 많았다.<br/>눈물이 나는 순간도 있었다.<br/><br/>이 서평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드는 생각은 슬픔보다 노라의 '살아 있음'이었다.<br/><br/>빼앗겼던 시간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도, 사라져버린 관계도 모두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자신의 삶을 향해 걸어 나가는 사람이 있었다.<br/>그것이 이 책이 건네는 강한 희망인지도 모르겠다.<br/><br/>누군가의 인생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br/>한 사람의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br/>그리고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순간에도 손을 내미는 것.<br/><br/>이 세 가지를 이 책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다.<br/><br/>올해 읽은 소설 가운데 손에 꼽을 만큼 강한 여운을 남긴 작품이다.<br/><br/>읽는 동안에는 아팠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이상하게 다시 살아갈 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br/><br/>《갇힌 소녀》는 그렇게 마음에 남았다.<br/><br/>_<br/><br/>#갇힌소녀 #올리브나무 #브렌다데이비스 <br/>#영미소설 #소설 #소설추천 #신간 #신간도서 <br/>#독서 #도서리뷰 #책리뷰 #책추천 #도서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6/82/cover150/k05213084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568251</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살아남는다는 말의 무게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 - [이것은 소설인가 - 교유서가 소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4077</link><pubDate>Fri, 18 Sep 2026 17: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2407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0441&TPaperId=1752407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14/coveroff/k2721304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0441&TPaperId=1752407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것은 소설인가 - 교유서가 소설</a><br/>고은규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고은규 작가님의 《이것은 소설인가》의 제목에서 ‘이것은 소설인가’라는 질문은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묻는 말처럼 보이지만, 책에 담긴 일곱 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질문은 훨씬 더 불편하고 현실적인 곳을 향한다.<br/><br/>소설이라고 부르는 이야기 속에 혹시 지금 살아가는 현실이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br/><br/>누군가는 빚을 내서 집을 사고, 누군가는 타인의 집에서 잠을 대신 지키며 돈을 벌고, 누군가는 불법으로 증축된 공간에서 살아간다. 누군가는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누군가는 버림받기 전에 먼저 관계를 끊어버린다.<br/><br/>그들의 삶을 읽다 보면 ‘저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보다 어느 순간 ‘나도 저런 순간을 지나온 적이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에 가까워진다.<br/><br/>그래서 이 책의 인물들은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타인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동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다. 어쩌면 지금 내 옆집에, 같은 지하철 안에, 같은 회사에, 혹은 내가 매일 마주치는 평범한 일상 속에 존재할지도 모른다.<br/><br/><br/>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되는 것은 ‘상처 입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문제였다.<br/><br/>사람은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쉽게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br/>왜 저렇게 됐을까. 누가 잘못했을까. 저 사람에게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br/>하지만 누군가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보다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를 들여다봐야 할 때가 있다.<br/><br/>[이별을 그딴 식으로 하는 사람]의 동희가 관계를 쉽게 믿지 못하는 이유도 그렇고, [긁지 마, 제인]의 제인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갉아먹는 상황에 놓이는 과정도 그렇다.<br/><br/>사람의 상처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br/>가족에게 받은 작은 거절이 쌓이고,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이 남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반복되고, 사회 안에서 계속해서 밀려나고, 타인의 시선에 상처받는 경험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은 한 사람의 성격과 행동, 관계를 대하는 방식까지 바꾸어놓는다.<br/><br/>그래서 누군가의 행동만 떼어놓고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의 뒤편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br/><br/>이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다.<br/>🔖“아무리 노력해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되돌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하나라도 생각해보아야 했다.”<br/><br/>이미 지나가 버린 일을 전부 되돌릴 수는 없다. 상처받지 않았던 사람이 될 수도 없고, 과거의 선택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의 모든 것까지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br/><br/>되돌릴 수 없는 것과 아직 되돌릴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일.<br/><br/>회복은 거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br/><br/><br/>《이것은 소설인가》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다.<br/>보통 집이라고 하면 안전과 휴식, 가족과 안정을 먼저 떠올린다. <br/>하루를 버티고 돌아와 몸을 눕힐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br/>그런데 이 책에서는 집이 오히려 인물들의 불안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소가 된다.<br/><br/>[너의 집이 좋아]에서 주인공은 어렵게 집을 마련하지만 그 주변은 입주하지 않은 빌라들로 가득하다.<br/><br/>🔖“검은 마을이라 불리면 딱 좋은 곳.”<br/><br/>집을 샀다는 사실만으로 삶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br/>대출을 갚아야 하고, 주변에 사람이 없고, 밤이 되면 오히려 두려움이 커진다. <br/>‘내 집 마련’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안정과 성공의 상징처럼 사용되어왔지만, 이 작품을 통해 바라보면 집은 동시에 빚과 불안, 고립을 함께 품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br/><br/>[어느 로프공] 역시 마찬가지다.<br/>불법 증축된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열악한 곳에 사는 것이 아니다. 그 공간을 통해 사회 안에서 자신들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게 된다.<br/><br/>집이 사람을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식이 되는 순간, 주거 문제는 인간의 존엄에 관한 문제가 된다.<br/><br/>이 대목에서 책은 지금 사회의 현실과 맞닿는다.<br/>같은 도시에서 살아도 누구에게는 집이 휴식처이고, 누구에게는 투자 자산이며, 또 누구에게는 평생 벗어나기 힘든 부채가 된다. 누구에게는 당연한 안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얻고 싶은 권리가 된다.<br/><br/>그 차이를 소설은 사회적 비판의 언어가 아닌 인물들의 생활을 통해 보여준다.<br/>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br/><br/><br/>[묻는 남자]에서 특히 섬뜩했던 것은 아주 평범한 질문 하나였다.<br/><br/>🔖“미림여고 나오지 않으셨나요?”<br/><br/>질문만 놓고 보면 이상할 것 없는 말이다.<br/>하지만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는 과거의 공포를 다시 끌어올리는 방아쇠가 된다.<br/>여기서 나는 ‘말에는 의도가 없어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br/><br/>대개 상대방의 의도를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판단한다.<br/><br/>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 그렇게까지 받아들일 줄 몰랐는데.<br/>그냥 물어본 건데.<br/><br/>하지만 상처받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자신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로 더 중요할 수도 있다.<br/><br/>더구나 트라우마는 현재의 사건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순간에 겹쳐지면서 지금 여기에서 다시 고통을 만들어낸다.<br/><br/>그래서 [묻는 남자]를 읽으며 ‘사람의 기억은 끝난 사건을 끝난 상태로만 보관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일상의 사소한 순간을 통해 다시 살아난다.<br/><br/><br/>책 전체를 의미하는 가장 큰 정서는 ‘생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br/>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생존은 오늘 하루를 버티는 것.<br/>월급을 받기 위해 출근하는 것. 불안한 집으로 돌아가는 것. <br/>다시 사람을 믿어보는 것. 끊어버리고 싶었던 관계를 돌아보는 것.<br/>과거에 묶여 있으면서도 앞으로 한 발 내딛는 것.<br/><br/>그 모든 것이 살아남기 위한 행동일 수 있다.<br/><br/>[누가 잠을 자고 누가 깨어 있는가]에서 생계를 위해 자신의 수면을 타인에게 내어주는 장면은 특히 자본과 노동의 관계를 생각하게 했다.<br/><br/>🔖“엘렌 최 부부에게 수면을 팔았기 때문에 나는 아이 옆에서 눈을 뜨고 있는 게 맞았다.”<br/><br/>‘수면을 판다’는 표현.<br/>잠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가장 원초적인 휴식인데, <br/>누군가는 자신의 휴식마저 노동으로 바꾸어야 한다.<br/><br/>그 장면을 읽으며 돈이 물건을 사고파는 수단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살 수 있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은 자신의 시간과 체력, 심지어 잠까지 내어놓아야 할 수도 있다.<br/><br/>그 차이가 아주 조용하게 드러난다.<br/>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면서도 인물들을 절망 속에 그대로 방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느꼈다.<br/><br/>상처가 있다고 해서 사람이 영원히 상처 입은 상태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br/>무너진 뒤 다시 일어날 수도 있고,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지 이해하면서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다.<br/><br/>[이별을 그딴 식으로 하는 사람]에서 동희가 자신의 관계 방식을 돌아보는 부분은 그래서 중요하게 다가왔다.<br/><br/>🔖“버려지기 전에 내가 먼저 그를 떠나자고……”<br/><br/>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충돌할 때 사람은 때때로 이상한 선택을 한다. 상대가 나를 떠날까 봐 두려워서 내가 먼저 떠난다.<br/>상처받을까 봐 먼저 마음을 닫는다. 거절당할까 봐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다.<br/><br/>그런 행동은 겉으로 보면 냉정하거나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쪽에는 오랫동안 쌓인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br/><br/>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며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br/><br/>사람이 관계에서 반복하는 행동에는 그 사람만의 과거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br/><br/><br/>표제작 [이것은 소설인가]에서는 특히 ‘책임’이라는 문제가 눈에 들어온다.<br/>🔖“빌려갔으면 제때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닌가. 잘못했으면 제대로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br/><br/>아주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br/>그런데 의외로 이 당연한 것을 자주 잊고 살아간다.<br/><br/>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변명하고, 사과하는 대신 상황을 설명하고, 내가 받은 상처는 오래 기억하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준 상처는 작게 생각한다.<br/><br/>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br/>상처받은 사람과 상처를 준 사람이 완전히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br/><br/>오늘 내가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br/>다른 순간에는 누군가의 무심한 말에 상처받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br/>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윤리는 아주 작은 생활의 태도에 가까워 보인다.<br/><br/>사소한 책임들이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관계인지도 모르겠다.<br/><br/><br/>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것은 특정 사건의 반전이나 자극적인 장면보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br/><br/>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각자의 삶 안에는 남들에게 쉽게 보여주지 못하는 균열이 하나쯤 있을 수 있다.<br/><br/>그래서 ‘평범한 사람’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br/>평범하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br/><br/>오히려 수많은 문제와 결핍을 안고 있으면서도 <br/>다음 날 다시 일어나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br/><br/>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이 책이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br/><br/><br/>누군가의 이상한 행동 뒤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br/>누군가의 무표정 뒤에는 오랫동안 견뎌온 삶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br/><br/>물론 모든 행동이 이해된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br/>오히려 이 책은 이해와 책임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br/><br/>《이것은 소설인가》가 내게 남긴 질문은 ‘이 이야기가 실제냐 허구냐’에 머물지 않는다.<br/><br/>🤔 나는 지금 주변의 사람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br/><br/>오늘도 어디선가 조용히 살아남고 있는 사람들.<br/>아무에게도 자신의 하루를 설명하지 못한 채, <br/>자신만의 상처를 안고, 그래도 다시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br/><br/>소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발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읽고 나서 내게 남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다.<br/>그리고 그 사람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 나 자신이다.<br/><br/>_<br/><br/>#이것은소설인가 #교유서가 #고은규 <br/>#소설 #한국소설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br/>#책소개 #책리뷰 #도서리뷰 #책추천 #신간 #신간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14/cover150/k2721304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11407</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경매는 싸게 사는 기술이 아니라, 위험을 피하는 기술이었다. - [경매 초보 탈출 - 이론부터 실전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경매 입문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9538</link><pubDate>Wed, 16 Sep 2026 11: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953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1562&TPaperId=1751953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47/24/coveroff/k4721315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1562&TPaperId=1751953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경매 초보 탈출 - 이론부터 실전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경매 입문서</a><br/>안진희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컬처블룸을 통해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br/><br/>_<br/><br/>부동산 경매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시 ‘싸게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낙찰받아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하지만 막상 경매를 공부하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br/><br/>말소기준권리부터 대항력, 우선변제권, 배당, 명도까지 생소한 용어가 쏟아지고, 낙찰 이후에는 수리비와 세금, 대출이자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까지 등장한다. 그래서 경매는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잘못하면 돈을 잃을 수 있는 방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br/><br/>《경매 초보 탈출》을 읽으면서 경매의 핵심은 싸게 낙찰받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고 계산하느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책의 제목처럼 초보자가 가장 먼저 탈출해야 할 것은 경매에 대한 무지가 아니라, ‘싸게 사면 수익이 생긴다’는 기대인지도 모르겠다.<br/><br/><br/>경매를 처음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권리분석이다.<br/><br/>등기사항증명서를 펼쳐놓으면 여러 권리가 복잡하게 적혀 있고, 임차인의 보증금이 얼마인지, 대항력이 있는지,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권리가 있는지 등을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유치권이나 법정지상권처럼 초보자에게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권리까지 등장하면 ‘이걸 내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br/><br/><br/>🔖“권리분석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위험 요소나 불분명한 점이 발견된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br/><br/>이처럼 권리분석을 단순하게 지식을 많이 외워야 하는 영역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별했다. 투자를 하다 보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좋은 물건을 발견하면 빨리 결정해야 할 것 같고, 다른 사람이 먼저 낙찰받기 전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생긴다. 하지만 경매에서는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br/><br/>모르는 것이 있다면 멈추는 것. 확신이 없다면 입찰하지 않는 것.<br/><br/>이것 역시 투자자의 중요한 능력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br/><br/>특히 🔖“초보자에게 가장 큰 수익은 잃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라는 문장은 경매를 바라보는 관점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했다. 투자에서 수익률만 생각하다 보면 ‘얼마를 벌 수 있는가’를 먼저 계산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얼마까지 잃을 수 있는가’를 먼저 계산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br/><br/>경매는 바로 그 사실을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는 투자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br/>경매물건을 보는 눈은 권리 → 가격 → 현장 → 입찰이라는 ‘순서’에서 시작된다.<br/><br/>경매를 처음 접하면 감정가와 최저매각가격부터 보게 된다. ‘얼마나 떨어졌지?’ ‘시세보다 얼마나 저렴하지?’ 같은 숫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br/><br/>하지만 가격만 보고 접근하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br/>먼저 권리를 확인하고, 그다음 실제 가치와 시세를 조사하고, 현장에서 점유관계와 물건의 상태를 확인한 뒤, 모든 비용을 반영해 입찰가격을 결정해야 한다.<br/><br/>경매는 하나의 숫자로만 판단하는 투자가 아니라 여러 정보를 연결해서 판단하는 투자인 것이다. 등기사항증명서만 보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매각물건명세서만 믿어서도 안 된다. 현황조사서와 실제 현장을 함께 확인하고, 각각의 자료에서 얻은 정보를 서로 비교해야 한다.<br/><br/>이런 과정은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번거로움이 투자자를 보호해주는 장치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br/><br/><br/>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던 부분 중 하나는 입찰 당일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최대 입찰가격을 미리 정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br/><br/>🔖“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루틴은 최대 입찰가격을 미리 확정하는 것입니다.” <br/><br/>경매 법정이라는 공간에서는 경쟁심이나 아쉬움 때문에 판단이 흔들릴 수도 있다.<br/><br/>‘조금만 더 쓰면 낙찰받을 수 있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아깝지 않을까?’<br/>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처음에 세웠던 투자 기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생긴다.<br/>그래서 사전에 계산한 최대 입찰가격을 일종의 투자자의 안전선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예상 매도가격에서 취득과 관련된 비용, 수리비, 명도비, 세금, 대출이자 등을 고려하고 내가 원하는 최소 수익까지 반영한 뒤 ‘여기까지가 내가 쓸 수 있는 금액’이라고 정해두는 것이다. 그 선을 넘는 순간 물건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포기한다.<br/><br/>경매에서 가장 어려운 행동은 좋은 물건을 눈앞에 두고도 기준을 넘으면 포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br/>그리고 책을 읽으며 패찰은 정말 실패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br/>경매에서는 낙찰받아야 성공이고, 떨어지면 실패라고 생각하기 쉽다.<br/>하지만 내가 정한 안전가격을 넘어섰다면 패찰은 실패가 아니라 투자 원칙을 지킨 결과일 수 있다.<br/><br/>주식 투자에서도 매수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선택인 것처럼, <br/>경매에서도 입찰하지 않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br/><br/>투자는 기회를 잡는 능력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놓아주는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경매처럼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 큰 금액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br/><br/><br/>경매에 대해 잘 모를 때는 낙찰받는 순간 모든 일이 끝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때부터 해야 할 일이 시작된다.<br/>잔금을 마련하고, 소유권 이전을 진행하고, 점유자를 정리하고, 공과금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청소와 수리를 해야 한다. 이후 임대를 할지 매도할지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br/><br/>그래서 이 문장이 특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br/>🔖“명도·수리비와 별도로 예비비를 확보해두어야 합니다.” <br/>그리고 이어지는 ‘잔금 이후 변수까지 감당할 여유’라는 관점 역시 중요하게 다가왔다. <br/><br/>투자를 계산할 때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숫자를 넣고 싶어지는 경향이 있다. 예상 매도가격은 높게, 수리비는 낮게, 명도 기간은 짧게 생각하기 쉽다.<br/>하지만 안전한 투자를 하려면 반대로 계산해야 한다.<br/><br/>예상보다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 예상보다 매도가 늦어질 가능성, 대출 조건이 달라질 가능성까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수익을 계산하는 것만큼 버틸 수 있는 여력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br/><br/><br/>경매에서 자금계획은 특히 현실적인 문제다.<br/>낙찰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해서 필요한 자금까지 자동으로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대출 가능 금액은 개인의 상황과 금융환경, 규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br/><br/>책에서도 이런 위험을 강조한다.<br/>🔖“보수적 계산은 단순한 비관론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잔금을 납부할 수 있게 만드는 ‘최후의 안전장치’입니다.” <br/><br/>이 문장은 투자 전반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칙처럼 느껴졌다.<br/>투자계획에서 가장 위험한 문장은 ‘아마 될 것이다’일지도 모른다.<br/><br/>‘대출이 이 정도는 나오겠지.’<br/>‘수리는 이 정도면 되겠지.’<br/>‘시세대로 팔 수 있겠지.’<br/><br/>등등 이런 추정이 하나둘 쌓이면 수익계산서는 그럴듯해지지만 현실과 멀어질 수 있다. 그래서 경매에서는 예상보다 나쁜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br/> <br/><br/>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경매 공부의 방향이었다.<br/>🔖“경매 실력은 ‘공부한 시간’이 아니라 ‘끝까지 분석한 횟수’만큼 늘어납니다.” <br/><br/>경매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 상당히 공감되는 말이었다.<br/>용어를 외우고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실제 상황에서 판단하는 힘이 생기기 어렵다.<br/><br/>실제 물건 하나를 선택해 모든 예상 비용을 계산한 다음 ‘이 물건에 얼마까지 입찰할 것인가’를 직접 정해봐야 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물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해보는 경험이 반복될 때 비로소 지식이 연결된다.<br/>그래서 책에서 제시한 30일 학습 로드맵도 하나의 물건을 직접 분석하는 습관을 만들라는 제안으로 읽혔다.<br/><br/><br/>《경매 초보 탈출》을 읽으며 경매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가 조금 달라졌다.<br/>처음에는 경매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저렴한 가격 자체는 투자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br/><br/>싸게 낙찰받았더라도 인수해야 하는 권리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br/>명도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고, 수리비가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으며, 대출이 생각보다 적게 나올 수도 있다.<br/><br/>세금과 각종 부대비용까지 더하면 처음 보았던 ‘할인율’은 실제 수익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경매에서 정말 중요한 숫자는 모든 비용과 위험을 반영하고도 수익이 남는가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br/><br/><br/>이 책은 초보자가 실제 투자 과정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생각하게 만드는 책으로 다가왔다. 경매를 공부한다는 것은 권리를 확인하고, 가격을 분석하고, 현장을 살피고, 비용을 계산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입찰하는 것. 그리고 기준을 넘어선다면 과감하게 돌아서는 것.<br/><br/>낙찰은 결과일 뿐이고, 진짜 목표는 그 이후에 있다.<br/>얼마나 싸게 샀느냐보다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했는지, <br/>얼마나 많이 벌었느냐보다 얼마나 위험을 통제했는지가 중요하다.<br/><br/>그래서 앞으로 경매물건을 마주하게 된다면 감정가와 최저가부터 바라보기보다 먼저 서류를 펼쳐보고 싶다. <br/><br/>무엇보다 경매에서 가장 값진 낙찰은 내 돈을 지킬 수 있는 판단력을 얻는 것이 아닐까.<br/><br/>_<br/><br/>#경매초보탈출 #두드림미디어 <br/>#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 #서평단 <br/>#경매 #재테크 #부동산 #신간 #신간소개 <br/>#책소개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47/24/cover150/k4721315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472466</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엑셀을 ‘할 줄 안다’는 것과 ‘업무에 쓸 줄 안다’는 것은 다르다. - [된다! 7일 실무 엑셀 - AI 시대에도 여전히 엑셀이 어려운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올바른 입문서, 전면 개정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6518</link><pubDate>Mon, 14 Sep 2026 21: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651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130033&TPaperId=1751651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99/82/coveroff/k652130033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130033&TPaperId=1751651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된다! 7일 실무 엑셀 - AI 시대에도 여전히 엑셀이 어려운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올바른 입문서, 전면 개정판</a><br/>한정희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엑셀은 참 이상한 프로그램이다.<br/>분명 한 번쯤은 사용해 봤고, 표를 만들고 숫자를 입력하는 정도는 할 수 있는데 막상 업무에서 조금 복잡한 상황을 만나면 갑자기 자신감이 사라진다. <br/><br/>어떤 함수를 써야 하는지, 왜 계산 결과가 이상한지, 데이터가 많아졌을 때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몰라 검색창을 열고 하나씩 찾아보게 된다.<br/><br/>특히 요즘처럼 AI에게 “엑셀 수식 만들어 줘”라고 물어볼 수 있는 시대에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굳이 엑셀을 처음부터 공부해야 할까?<br/><br/>하지만 AI가 만들어 준 수식이나 VBA 코드가 정말 내 업무에 맞는 것인지 판단하려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br/><br/>나는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br/>AI는 엑셀을 대신해 줄 수 있지만, 엑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판단까지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다.<br/><br/>예를 들어 AI에게 “이 자료에서 부서별 매출 합계를 구하는 엑셀 수식을 만들어 줘”라고 요청할 수는 있다. 하지만 데이터의 구조가 잘못되어 있다면? 숫자가 텍스트로 저장되어 있다면? 날짜 형식이 뒤섞여 있다면? 필터가 적용된 데이터만 계산해야 한다면? 만들어진 수식의 결과가 이상할 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낼 수 없다면?<br/><br/>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결국에는 엑셀의 기본 원리를 알아야 한다.<br/>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방향은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엑셀을 알아야 하는 시대’로 관점을 바꿔 놓았다는 점이다.<br/><br/><br/>엑셀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의외로 함수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디를 클릭해야 하는지, 무엇을 먼저 선택해야 하는지, 왜 이 메뉴를 눌러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더 큰 장벽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처음부터 독자가 엑셀 화면 앞에서 헤매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br/><br/>셀 주소를 읽는 방법부터 시작해 숫자와 날짜 입력, 자동 채우기, 셀 서식, 테두리와 배경, 행과 열 관리, 선택하여 붙여넣기까지 차근차근 올라간다. 그리고 기능을 설명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견적서 양식 만들기 같은 실제 상황으로 연결한다.<br/><br/>☆이런 구성은 꽤 중요하다.<br/>엑셀은 기능을 하나씩 외우는 것보다 “이 상황에서 이 기능을 왜 사용하는가”를 이해해야 오래 남기 때문이다.<br/><br/>예를 들어 "VLOOKUP", "XLOOKUP", "SUMIFS", "COUNTIF", "FILTER", "SUBTOTAL" 같은 함수 이름을 아무리 많이 외워도 실제 업무에서 언제 어떤 함수를 써야 하는지 모르면 소용이 없다.<br/><br/>반대로 거래처 데이터를 정리하다가 “조건에 맞는 값만 찾아오려면 어떤 기능이 필요하지?”라는 질문이 생겼을 때 적절한 함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이 책의 실습 중심 구성은 초보자를 위한 친절함을 넘어서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학습법에 가깝게 느껴진다.<br/><br/><br/>목차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특히 눈에 들어온 부분은 2장과 3장이었다.<br/>많은 엑셀 입문서라면 함수부터 빠르게 들어갈 것 같지만, 이 책은 그전에 데이터를 제대로 입력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룬다.<br/><br/>병합된 셀을 해제하고 빈 셀을 정리하거나, 수식을 값으로 붙여넣고 불필요한 행을 삭제하는 방법, 정렬과 필터, 표 만들기, 데이터 형식 오류를 해결하는 방법 등이 이어진다. 이 부분을 보면서 엑셀에서 정말 중요한 능력은 ‘수식을 많이 아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좋은 데이터가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br/>숫자가 숫자로 저장되어 있지 않고, 날짜가 날짜로 인식되지 않고, 셀 안에 불필요한 공백이나 유령 문자가 숨어 있다면 아무리 정확한 수식을 입력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br/><br/>책에서 다루는 ‘계산 오류를 만드는 데이터 유형과 해결 방법’이라는 내용은 그래서 초보자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br/><br/>엑셀을 사용하면서 “분명 숫자인데 왜 계산이 안 되지?”, “같은 날짜처럼 보이는데 왜 정렬이 이상하지?”라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이 문제의 중요성을 바로 이해할 것이다.<br/><br/>엑셀 실력은 함수를 외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읽어내는 능력까지 포함한다.<br/><br/>책 제목은 《된다! 7일 실무 엑셀》이다.<br/>처음에는 ‘7일 만에 엑셀을 정복한다’는 의미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목차를 살펴보면 책에서 말하는 7일은 모든 엑셀 기능을 완벽하게 마스터한다는 의미보다는 짧은 기간 동안 핵심 기능을 집중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학습의 방향을 잡아주는 장치에 가깝다.<br/><br/>특히 책에서 ‘7일/16일 맞춤형 계획표’를 제공한다는 점은 공부를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br/><br/>엑셀 책을 사놓고 처음 몇 장을 읽다가 덮어버린 경험이 있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몰라서 포기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br/><br/>그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두꺼운 설명서가 아니라 “오늘은 여기까지 하면 된다”라고 알려주는 구체적인 기준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7일’이라는 숫자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시작을 쉽게 만들어 준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br/><br/><br/>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은 확실히 실무 쪽으로 깊어진다.<br/>수식과 함수에서는 상대 참조, 절대 참조, 혼합 참조부터 시작해 IF, AND, OR, IFS, IFERROR, SUMIF, SUMIFS, COUNTIF, VLOOKUP, XLOOKUP, SUBTOTAL, 텍스트 함수, 날짜 함수, FILTER까지 이어진다.<br/><br/>그리고 6장에서는 피벗 테이블과 조건부 서식, 피벗 차트, 슬라이서와 시간 표시 막대를 활용해 보고서를 만드는 방법을 다룬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7장에서는 파워 쿼리와 VBA, 그리고 AI를 활용한 VBA 코드 생성까지 연결한다.<br/><br/>이 흐름이 흥미롭다.<br/><br/>기초 → 데이터 관리 → 함수 → 분석 → 시각화 → 자동화 → AI 활용<br/><br/>실제 업무가 발전해 가는 순서와 상당히 닮아 있기 때문이다.<br/><br/>처음에는 데이터를 입력하고 표를 만들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정리가 필요하고, 정리된 데이터에서 원하는 값을 계산해야 하며, 이후에는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 업무량이 많아지면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싶어지고, 여기에서 파워 쿼리나 VBA 같은 기능이 필요해진다.<br/><br/>그리고 이제는 그 자동화 과정에 AI까지 들어온다.<br/>그래서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입문서처럼 보이지만, 실제 목차를 보면 기초부터 실무 자동화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br/><br/>특히 AI와 VBA의 만남이 흥미롭다.<br/>VBA는 엑셀을 조금 사용해 본 사람에게도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이다. 코드가 등장하는 순간 갑자기 엑셀이 프로그래밍 언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br/><br/>그런데 AI에게 VBA 코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그 코드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면서 접근한다면 예전보다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br/><br/>책에는 “AI로 VBA 코드 만들기”라는 장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고, 열 너비 자동 맞춤이나 확인란을 활용한 체크리스트 등을 예제로 제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에게 원하는 결과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능력을 익히게 한다는 점이다.<br/><br/>AI 시대에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정확히 정의하고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증하고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엑셀과 AI를 연결한 이 책의 방향은 지금의 업무 환경과 잘 맞는다.<br/><br/>읽고 난 뒤 마음에 남는 것은 ‘엑셀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었다.<br/>“내가 도구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나?”라는 생각이었다.<br/><br/>엑셀을 조금 깊게 들여다보면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반복 작업을 줄이고, 조건에 따라 정보를 추출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요약하고, 보고서로 시각화하고, 나아가 작업 자체를 자동화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br/><br/>AI가 등장하면서 이런 도구의 가치는 더 선명해진 것 같다.<br/>AI가 수식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 수식이 맞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AI가 VBA 코드를 작성해 준다면 그 코드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br/><br/><br/>《된다! 7일 실무 엑셀》은 “엑셀을 몰라서 업무 앞에서 당황했던 사람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책”이라는 인상이 강했다.<br/><br/>엑셀 화면만 켜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왕초보에게는 클릭 순서와 실습 중심의 설명이 도움이 될 것이고, 자격증은 있지만 실제 업무에서 활용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데이터 관리와 실무 함수, 피벗 테이블, 파워 쿼리 등의 내용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br/><br/>무엇보다 AI에게 수식을 물어보면서도 그 답이 맞는지 몰라 불안했던 사람에게는 AI에게 의존하는 법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면서도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이 의미 있다.<br/><br/>엑셀은 어쩌면 같은 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업무 언어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매번 같은 자료를 복사하고 붙여넣느라 시간을 보내고, 숫자 하나를 수정하기 위해 여러 셀을 다시 확인하고, 보고서 하나를 만들기 위해 몇 시간을 소비했다면 이제는 조금 다른 방법을 배워볼 필요가 있다.<br/><br/>그리고 그 첫걸음은 셀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br/>엑셀의 ‘ㅇ’도 모르던 사람이 어느 순간 수식을 직접 만들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피벗 테이블로 보고서를 만들고, AI에게 VBA 코드까지 요청할 수 있게 되는 과정.<br/><br/>그 변화가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실무 엑셀’의 의미가 아닐까.<br/><br/>_<br/><br/>#된다7일실무엑셀 #이지스퍼블리싱 #한정희 <br/>#엑셀 #엑셀활용법 #실무엑셀 #직장인엑셀 #엑셀공부 <br/>#엑셀팁 #직장인추천도서 #직장인공부 #추천도서 #책추천 <br/>#도서리뷰 #책리뷰 #책소개 #서평단 #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99/82/cover150/k652130033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99821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세우는 74개의 문장. - [다산의 필사책 - 흔들리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줄 다산의 문장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6409</link><pubDate>Mon, 14 Sep 2026 21: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640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1560&TPaperId=1751640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46/86/coveroff/k89213156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92131560&TPaperId=1751640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다산의 필사책 - 흔들리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줄 다산의 문장들</a><br/>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 / 유노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책을 읽다 보면 유난히 오래 눈길이 머무는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br/>그 문장이 이상하게도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건드릴 때가 있다. 《다산의 필사책》은 그런 문장을 읽고 지나가는 대신, 직접 손으로 옮겨 적으며 마음에 새겨 보도록 만든 책이다.<br/><br/>다산 정약용 하면 흔히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 수많은 저술을 남긴 학자, 오랜 유배 생활을 견뎌 낸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만나는 다산은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던 사람이었다.<br/><br/>18년에 이르는 유배 생활은 평범한 시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br/>정치적으로 좌절하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다산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고,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br/><br/>그래서 다산의 문장을 읽으면 ‘좋은 말’ 이상의 무게가 느껴진다.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놓지 않았던 사람이 건네는 말이기 때문이다.<br/><br/><br/>책의 첫 번째 주제는 ‘마음’이다.<br/><br/>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환경을 탓하고, 누군가 때문에 힘들면 상대방의 잘못부터 생각한다. 하지만 다산의 문장은 자꾸 시선을 나 자신에게로 돌려놓는다.<br/><br/>특히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이것이었다.<br/><br/>🔖“마음속에서 일어나고<br/>뜻 속에서 자라나지만<br/>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그만둔다.<br/>비록 꼭 필요하더라도<br/>남이 알지 못하게 하고 싶은 것이라면<br/>그 역시 그만둔다.” <br/><br/>이 문장을 읽으며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과 욕망을 행동으로 옮길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br/><br/>사람의 마음에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간다. 욕심도 생기고, 화도 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일 것이다.<br/><br/>다산에게 자기 수양은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감정과 욕망을 스스로 살피고 절제하는 일이 아니었을까.<br/><br/>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부끄러움에 관한 문장이었다.<br/><br/>🔖“사대부의 마음가짐이란<br/>마땅히 맑은 바람과 환한 달 같아서<br/>털끝만큼도 가린 곳이 없어야 한다.<br/>무릇 하늘이나 사람에게<br/>부끄러운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면<br/>자연히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안정되어<br/>호연지기가 저절로 우러나온다.” <br/><br/>오늘날의 표현으로 바꾸면 <br/>‘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br/><br/>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가.<br/><br/>삶의 평온함은 스스로에게 떳떳한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br/>책에서 분노에 관한 문장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br/><br/>🔖“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 가운데<br/>겉으로 드러내기는 쉬워도 제어하기는 어려운 것이 분노다.<br/>답답하고 우울한 사람은 마음이 화평하지 못하고,<br/>분노와 원한이 있는 사람은 마음이 풀리지 않는 법이다.” <br/><br/>화를 내는 것은 순간적으로 쉽다.<br/>하지만 화가 난 상태에서 한 말을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br/>특히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감정이 격해졌을 때 던진 한마디가 오래 남기도 하고, 순간의 분노가 관계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br/><br/>그래서 이 문장은 내 마음이 왜 화가 났는지, 무엇 때문에 풀리지 않는지를 먼저 들여다보라는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분노는 상대에게 향하는 감정처럼 보이지만 가장 오래 품고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일 수도 있다.<br/><br/><br/>다산의 사상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반성’을 후회에서 끝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책에는 다산이 반성을 일회성 감정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지는 실천으로 바라보았다는 설명이 나온다. 회갑 때의 다짐이 이후 15년 동안 실제로 글을 고치고 삶을 바로잡는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상당히 의미 있게 느껴졌다. <br/><br/>반성이라는 말을 입으로 하는 것과 실제로 자신을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br/>잘못을 깨닫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다산에게 반성은 자신의 부족함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자신을 고쳐 가는 과정이었다.<br/><br/>그래서 다산의 문장은 자기계발서에서 보편적으로 만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식의 말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br/><br/>잘못했다면 인정하고, 부족했다면 고치고,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라는 것.<br/><br/>이것이 가장 오래된 동시에 가장 본질적인 자기 수양의 방법인지도 모르겠다.<br/><br/><br/>‘태도’라는 장에서 만나는 다산의 생각 역시 오늘날의 삶과 맞닿아 있다.<br/><br/>🔖“언어는 마땅히 과묵해야 하니,<br/>말이 길다면 곧바로 그쳐야 한다.<br/><br/>동작은 마땅히 중후해야 하니,<br/>움직임이 가볍다면 천천히 가다듬어야 한다.” <br/><br/>이 문장을 읽으면서 말과 행동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사람들은 너무 빨리 말하고, 빨리 판단하고, 반응한다. <br/>특히 온라인에서는 생각할 틈도 없이 감정을 표현하기 쉽다.<br/>하지만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지혜가 되고, <br/>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자신과 타인을 지키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br/><br/>이어지는 습관에 관한 문장은 더욱 직접적이었다.<br/>🔖“사람의 겉모습은 매일의 습관으로 변하고,<br/>그 사람이 이루는 삶의 결은<br/>그 모습에서 비롯된다.<br/><br/>그러므로 땅의 기운이 어떠니,<br/>올해 운수가 어떠니 하며<br/>삶이 정해져 있다고 하는<br/>사람의 이야기는 거짓이다.” <br/><br/>오늘의 작은 행동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뜻으로 읽혀졌다.<br/>독서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 하루 한 번의 행동은 작아 보이지만 그것이 쌓이면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 된다.<br/>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필사’라는 형식 자체가 다산의 생각과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br/><br/>좋은 문장을 읽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직접 손으로 쓰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그 문장을 삶 속에 남기는 것. 읽기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넘어가는 과정인 셈이다.<br/><br/>‘배움’에 관한 장에서는 다산이 왜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 기록했는지를 조금 더 생각하게 된다.<br/><br/>많이 아는 것이 곧 많이 배운 것은 아니다.<br/>정보가 넘쳐나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하루에도 수많은 글과 영상과 지식을 접하지만, 정작 그것이 내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다산에게 공부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이었다.<br/><br/>🔖“세상 모든 사물에는 법칙이 있는데,<br/>사람이 배움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br/>인간으로서 따라야 할 마땅한 법칙을 저버리는 것과 같다.” <br/><br/>그리고 이 문장을 읽으며 배움에는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br/>알게 되었다면 행동해야 하고, 이해했다면 삶에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다산의 공부는 책상 위에서 끝나는 학문이 아니라 현실로 돌아와야 완성되는 공부였을 것이다.<br/><br/><br/>🔖“가문이 몰락한 상황에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br/>오직 책을 읽는 것밖에 없다.<br/>독서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이기 때문이다.” <br/><br/>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책은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것이었다. 현실에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다면 생각을 멈추지 않는 것, 기록을 멈추지 않는 것,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었을 것이다.<br/><br/>그래서 책은 때때로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br/>힘든 시기에 책 한 권을 펼치는 일이 당장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막아 주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br/><br/>다산의 삶을 보면 그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된다.<br/><br/><br/>다산은 자신을 수양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br/>배운 것을 세상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여겼다..<br/><br/>다산의 사상이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br/>그의 글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공동체 속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묻는다는 것이다.<br/><br/>공부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지식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br/>위치와 역할이 있다면 그만큼 책임도 따라야 한다.<br/><br/>🔖“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오니,<br/>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다.<br/>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오니,<br/>즐거움은 괴로움의 씨앗이다.” <br/><br/>삶에서 괴로움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br/>좋은 일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것처럼 힘든 일 역시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기쁨과 슬픔, 얻음과 잃음, 만남과 헤어짐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이어져 있다.<br/><br/>그래서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다산의 문장은 꽤 단단하다.<br/><br/>괜찮다고 쉽게 위로하지 않으며,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고 약속하지도 않는다.<br/>대신 지금의 상황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말한다.<br/>그리고 그 시작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 배우는 것,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br/><br/><br/>《다산의 필사책》에서 유용하게 느껴진 부분은 바로 ‘필사’라는 형식이다.<br/>손으로 쓰는 순간, 문장은 조금 다른 의미가 된다.<br/>요즘은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저장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사진으로 찍어 두거나 메모장에 저장해 놓고 나중에 다시 읽겠다고 생각한다.<br/><br/>하지만 실제로 다시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br/>반면 한 문장을 직접 손으로 옮겨 적으면 한 글자씩 따라가야 하고, 문장의 호흡을 느껴야 한다. 자연스럽게 한 번 더 읽게 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br/><br/><br/>다산이 중요하게 여겼던 초서의 공부법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br/>필요한 문장을 골라 적고, 그 의미를 자신의 공부와 삶 속에서 다시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공부였기 때문이다.<br/><br/>오늘은 ‘마음’을 쓰고, 내일은 ‘태도’를 쓰고, 어느 날에는 ‘관계’에 관한 문장을 써보는 식으로 곁에 두고 읽어도 좋을 것 같다.<br/><br/><br/>다산의 삶을 생각하면 이 문장들이 그저 교훈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br/>유배라는 극심한 삶의 굴곡 속에서도 책을 읽고, 제자와 자식들에게 글을 보내고, 자신의 생각을 기록했던 사람이 남긴 말이기 때문이다.<br/><br/>그렇기에 그의 문장은 ‘나는 이렇게 살아내려고 했다’는 한 사람의 오랜 실천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br/><br/>삶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br/>중요한 것은 흔들릴 때 다시 돌아갈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br/><br/><br/>다산이 남긴 수많은 글 가운데 엄선된 74개의 문장.<br/>그 74개의 문장을 모두 기억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br/><br/>단 한 문장이라도 마음에 남아 삶의 어느 순간 다시 떠오른다면, <br/>그 문장은 이미 충분히 제 역할을 한 것이니까.<br/><br/><br/>다산의 문장을 따라 천천히 붓을 움직이는 시간은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에게 어떤 사람이 되어 줄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수행일지도 모르겠다.<br/><br/>빠르게 읽고 지나가는 시대에, 천천히 읽고 직접 써보는 것.<br/><br/>그 느린 시간이 오히려 지금의 현대인에게 필요한 공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br/><br/>_<br/><br/>#다산의필사책 #유노북스 #정약용 #박석무 <br/>#인문서 #필사 #필사책 #필사책추천 #필사도서 #추천도서 <br/>#책추천 #도서소개 #신간 #신간도서 #책소개 <br/>#책리뷰 #도서리뷰 #서평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46/86/cover150/k89213156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468656</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누군가의 마지막이 나의 오늘이 되었을 때. - [내 심장을 줄게 - 심장을 이식받은 기상캐스터의 햇살 찬란 투병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6238</link><pubDate>Mon, 14 Sep 2026 19: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623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130036&TPaperId=1751623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01/92/coveroff/k8021300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130036&TPaperId=1751623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 심장을 줄게 - 심장을 이식받은 기상캐스터의 햇살 찬란 투병기</a><br/>오수진 지음 / 소소사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매일 심장이 뛰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br/><br/>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웃고, 걷고, 때로는 아무 의미 없이 하루를 흘려보낸다. 심장은 그 모든 순간에 묵묵히 뛰고 있지만, 그것을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br/><br/>살아 있다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br/>너무 당연해서 기적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있는 것.<br/><br/>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br/>‘살아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br/><br/>KBS 기상캐스터로 많은 사람에게 날씨를 전하던 저자는 서른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암을 마주하고, 이후 심장병까지 겪게 된다. 그리고 심부전이 급격히 악화된 끝에 중환자실에서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상황에 놓인다.<br/><br/>그 순간부터 ‘내일’이라는 단어는 이전과 전혀 다른 의미가 되었을 것이다.<br/><br/>평소에는 너무 쉽게 말하던 내일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되고, 평범하게 누리던 한 끼의 식사와 가족의 목소리, 따뜻한 햇빛과 걸음을 옮기는 일조차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소중한 순간이 된다.<br/><br/>특히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저자가 중환자실에서 희망을 놓았을 때 자신의 몸까지 함께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는 대목이다.<br/><br/>🔖“희망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걸.”<br/><br/>죽음이 바로 눈앞에 다가온 사람에게 희망은 낙관적인 생각이나 예쁜 말이 아니라, 오늘을 버티게 하는 실제적인 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마음이 먼저 포기하면 몸도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br/>반대로 아주 작은 가능성 하나라도 붙잡고 있다면 그것이 다시 살아갈 힘이 될 수 있다는 것.<br/><br/>그래서 희망은 생존과 연결된 어떤 힘인지도 모르겠다.<br/><br/><br/>그리고 마침내 저자에게 심장이 온다.<br/>이 대목을 읽으면서 장기이식이라는 것이 ‘병든 장기를 새로운 장기로 교체하는 의료행위’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br/><br/>한 사람에게는 삶의 끝이었던 순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삶의 시작이 된다.<br/>누군가의 심장이 멈추었고, 그 심장이 저자의 가슴 안에서 다시 뛰기 시작한다.<br/><br/>그 사실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마음을 무겁게 한다.<br/>‘나는 살아났다’는 기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br/><br/>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가 있었고 그 사람의 삶이 끝난 뒤 남겨진 생명의 일부가 자신의 삶을 이어주고 있다는 사실.<br/><br/>그래서 심장이식은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동시에 삶과 죽음이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주는 사건처럼 느껴진다.<br/><br/>특히 수술 후 아버지가 찾아와 손을 잡아주는 장면은 책의 여러 장면 가운데서도 오래 남을 것 같다.<br/><br/>🔖“아버지는 내 손이 따듯하다며 활짝 웃었다.”<br/><br/>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것.<br/>따뜻한 손을 확인하는 것.<br/>아버지가 딸의 손을 잡는 것.<br/><br/>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을 일이지만,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사람에게는 그것이 다시 살아났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가 된다.<br/><br/>그래서 이 장면을 읽으며 ‘삶의 기적은 거대한 사건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살아 있는 사람의 손이 따뜻하다는 것.<br/>그 손을 잡아줄 가족이 있다는 것.<br/>그리고 다시 눈을 뜰 수 있다는 것.<br/><br/>그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던 기적이었다.<br/><br/><br/>장기기증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br/><br/>하지만 이 책을 통해 바라보면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은 의미가 생긴다.<br/><br/>기증받는 사람은 기증자를 알지 못한다.<br/>기증자 역시 자신의 심장이 누구에게 가게 될지 알지 못한다.<br/>그럼에도 한 사람의 생명이 다른 한 사람의 삶으로 이어진다.<br/>그 연결에는 이름도 얼굴도 없는 사랑이 존재한다.<br/><br/>저자가 ‘내 심장은 어디에서 왔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도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br/><br/>나에게 생명을 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평생 마음 한구석에 남는 질문일 것이다.<br/><br/>그러나 동시에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 큰 감사가 남는지도 모르겠다.<br/><br/>내가 받은 생명이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하루를 대하는 태도 역시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br/><br/>알 수 없기에 더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는 삶이란 생각이 들었다.<br/><br/><br/>기적적으로 심장을 이식받았다고 해서 이후의 삶이 완벽하게 평온해지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절망이 찾아온다.<br/><br/>삶은 계속해서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던진다.<br/>‘왜 또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br/><br/>질문 앞에서 저자는 다시 삶을 선택해 나간다.<br/>그래서 이 책은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끈질긴 과정인지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게 느껴진다.<br/><br/>한 번 살아났다고 해서 다시는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br/>두려움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br/>그럼에도 다시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웃고, 하루를 살아간다.<br/><br/>삶이란 이처럼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두려워하면서도 한 걸음 내딛고, 오늘을 견디면서 또 내일을 맞이하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br/><br/>책 속에서 특히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것이다.<br/>🔖“아주 작은 행동이 삼삼오오 모여 삶의 방향을 정하기도 한다. 예쁜 옷 한 벌, 뜨거운 호떡 하나, 웃으며 만나는 사람 한 명. 그 정도면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에 충분하다.”<br/><br/>하루하루 살아가게 하는 것은 훨씬 사소한 것일 때가 많다.<br/>따뜻한 음식 한 끼. 마음에 드는 옷을 입는 일.<br/>좋아하는 사람과 웃으며 대화하는 시간. 산책하며 바라본 하늘.<br/><br/>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사실은 삶을 붙잡아주는 작은 손잡이일지도 모른다.<br/><br/>특히 심장이식을 경험한 사람이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호떡 하나’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br/><br/>오늘 먹을 수 있는 것, 만날 수 있는 사람, 오늘만 느낄 수 있는 온기.<br/>그런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br/><br/><br/>책을 읽고 나면 평범한 하루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br/><br/>오늘 아침 눈을 뜬 것.<br/>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은 것.<br/>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은 것.<br/>걸어서 어딘가에 도착한 것.<br/><br/>이 모든 일이 사실은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br/><br/>저자는 이렇게 말한다.<br/>🔖“죽음을 생각하게 된 이후로 나는 삶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br/><br/>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더 선명해진다는 말이 있다.<br/>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라질 가능성을 생각하는 순간, 그것들이 얼마나 귀한지 보이기 시작한다.<br/><br/>그래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오히려 삶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역설이 <br/>이 책 안에 존재한다.<br/><br/>죽음은 삶의 반대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거울처럼 느껴진다.<br/><br/><br/>책을 읽고 난 뒤 마음에 남는 것은 한 사람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가능하게 만드는 수많은 사람과 순간들이었다.<br/><br/>저자를 살린 것은 기증자의 심장만이 아니었을 것이다.<br/>중환자실에서 치료한 의료진, 곁을 지킨 가족, 다시 걸음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 사람들, 그리고 힘든 순간마다 삶을 선택했던 저자 자신까지.<br/><br/>삶은 혼자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사람의 마음과 손길이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br/>그리고 그 연결의 가장 극적인 형태가 장기기증일 것이다.<br/><br/>한 사람의 마지막이 다른 사람의 내일이 되는 일.<br/>그 사실을 생각하면 ‘나의 삶은 온전히 나만의 것인가’라는 사유까지 이어진다.<br/><br/>저자가 두 번째 삶을 받아 살아가면서 느꼈을 감사와 책임감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br/><br/>오늘을 살아내는 것.<br/>그리고 오늘의 작은 행복을 알아보는 것.<br/><br/>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평범했던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죽도록 바라던 내일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하루가 사실은 수많은 기적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br/><br/>책을 읽고 나면 내 심장도 괜히 의식하게 된다.<br/>가슴에 손을 얹어본다.<br/><br/>두근, 두근.<br/><br/>평소에는 들리지도 않던 심장 소리가 선명하게 느껴진다.<br/>그리고 생각한다.<br/>나도 지금 살아 있구나.<br/><br/>_<br/><br/><br/>#내심장을줄게 #오수진 #소소사 #서평 #서평단 <br/>#에세이 #에세이추천 #신간에세이 #신간 #신간도서 <br/>#도서리뷰 #책리뷰 #책소개 #추천도서 #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01/92/cover150/k8021300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01920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사랑일까. - [온고쿠 - 망자의 터]</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0837</link><pubDate>Sat, 12 Sep 2026 03: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08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0458&TPaperId=175108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4/26/coveroff/k36213045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0458&TPaperId=175108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온고쿠 - 망자의 터</a><br/>기타자와 도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6년 08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오팬하우스 (@ofanhouse.official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_<br/><br/>공포소설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br/><br/>눈앞에 나타나는 괴물일까.<br/>피로 물든 시체일까.<br/>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일까.<br/><br/>《온고쿠 : 망자의 터》를 읽고 나면 조금 다른 답을 생각하게 된다.<br/>가장 무서운 것은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인지도 모른다고.<br/><br/>《온고쿠》는 1923년 간토 대지진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그리움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후루세 소이치로에게 아내 시즈코의 죽음은 이미 지나간 사건이 아니다. 그녀를 잃은 순간부터 그의 시간은 멈춰버린 것처럼 보인다.<br/><br/>그래서 그는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무녀에게 강령 의식을 부탁한다.<br/><br/>여기까지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의 절절한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온고쿠》는 그리움을 위로의 감정으로만 다루지 않으며 죽은 이를 붙잡으려는 마음이 죽은 자와 산 자 모두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끈질기게 파고든다.<br/><br/>그리고 그 순간부터 집 안의 공기가 달라진다.<br/>익숙했던 향기가 불길한 징조가 되고, 사랑했던 사람의 목소리가 공포의 신호가 된다. 가장 그리운 사람이 가장 두려운 존재로 변해간다.<br/><br/>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포가 ‘무서운 존재가 나타난다’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br/><br/>‘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해칠 수도 있다.’<br/>이 한 가지 설정만으로도 감정에 상당히 잔인한 균열이 생긴다.<br/><br/>보통 귀신이 나타나면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귀신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서워하면서도 쉽게 외면할 수 없고, 도망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붙잡고 싶어진다.<br/><br/>바로 그 모순이 이 작품의 공포를 더욱 서늘하게 만든다.<br/><br/><br/>🔖“뒤뒤뒤, 뒤에, 뒤, 뒤, 뒤, 뒤에-”<br/><br/>묘하게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br/>공포는 때때로 무언가를 직접 상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훨씬 강해진다.<br/>‘뒤에 있다’는 말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뒤를 의식하게 만든다. <br/>지금 누군가 서 있는 것은 아닌지, 방금 지나친 공간에 무언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읽는 순간조차 주변을 확인하고 싶게 만든다.<br/><br/>《온고쿠》의 공포가 흥미로운 이유도 <br/>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br/>그리고 인간의 상상력은 어떤 괴물보다 훨씬 잔인하다.<br/><br/>무녀가 말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br/>🔖“부러워서 그러지. 불러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도 말할래, 나도 말하고 싶어, 하고 술렁술렁 성가시게 떠들어 대면서 샘내고 조르는 게야.” <br/><br/>이 문장을 읽으며 처음에는 기이하고 섬뜩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 말에는 작품의 핵심적인 정서가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br/><br/>불리지 못한 망자들. 떠나지 못한 존재들. 기억되고 싶어 하는 죽은 자들.<br/><br/>죽음 이후에도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욕망이 존재한다면, <br/>죽음과 삶의 경계는 생각보다 훨씬 모호해질 것이다.<br/><br/>그래서 《온고쿠》의 귀신은 살아 있을 때의 욕망과 미련을 품은 채 경계에 남겨진 존재들이다. 이 작품에서 귀신을 만들어내는 것은 죽음 뒤에도 사라지지 않은 감정인지도 모르겠다.<br/><br/><br/>후루세에게 시즈코는 잊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br/>정반대다.<br/>잊을 수 없어서 문제다.<br/><br/>아내를 잃은 슬픔과 죄책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은 이를 다시 불러내는 선택까지 한다.<br/><br/>그런데 죽은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이 과연 행복일까.<br/><br/>이 작품은 그 질문에 아주 잔혹한 방식으로 답한다.<br/><br/>🔖“열면… 열면 안 돼요.” <br/><br/>여기에서 가장 무서운 말은 다음 문장일지도 모른다.<br/>🔖“저건 아씨가 아니에요.”<br/><br/>죽은 사람이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존재가 내가 사랑했던 사람과 완전히 같은 존재가 아니라면?<br/><br/>목소리도 같고 향기도 같고 모습도 익숙한데, 어딘가에서 분명히 다른 존재라면?<br/><br/>그것은 귀신보다 훨씬 끔찍할 것이다.<br/>왜냐하면 인간은 익숙한 것에서 안전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br/><br/>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랑했던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br/>그 순간 기억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다.<br/><br/><br/>이 작품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존재가 바로 에리마키다.<br/>망령을 먹는 얼굴 없는 괴이.<br/><br/>처음에는 그저 기괴하고 잔혹한 괴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악한 존재’라고 규정하기에는 묘한 구석이 있다.<br/><br/>🔖“나는 네 아내를 먹고 싶다.” <br/><br/>사랑하는 아내를 되찾고 싶은 사람 앞에서 그 아내를 먹겠다고 말하는 존재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하다.<br/><br/>그런데 망령을 먹는 행위가 살육이나 포식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승을 떠돌던 존재를 마침내 다른 곳으로 보내는 행위라면 어떨까.<br/><br/>그렇다면 에리마키는 괴물인 동시에 일종의 인도자처럼 보인다.<br/>무섭고 잔혹하지만, 누구보다 죽은 자의 고통을 끝내주는 존재일 수도 있다.<br/><br/>괴물은 정말 괴물인가?<br/>죽은 자를 붙잡고 있는 인간이 오히려 더 잔인한 것은 아닐까?<br/><br/><br/>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부채와 ‘사북’이라는 설정도 인상적이다.<br/><br/>작품 속에서 사북을 떼지 않은 부채는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경계를 뒤틀어버리는 매개가 된다. 이것을 생각하면 부채라는 소재 자체가 상징적으로 느껴진다.<br/><br/>죽음과 삶, 기억과 망각, 사랑과 집착.<br/><br/>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맞물려 돌아간다. 그리고 그 축이 어긋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br/><br/>그래서 이 작품의 ‘저주’는 오랜 세월 이어져온 욕망과 집착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낸 결과처럼 느껴졌다.<br/><br/>사람은 죽어도 욕망은 쉽게 죽지 않는다.<br/>그리고 어떤 욕망은 세대를 넘어 살아남는다.<br/><br/><br/>책장을 넘길수록 내게 더 오래 남은 것은 공포보다 미련이었다.<br/><br/>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에도 계속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br/>그 사람이 한 번만이라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br/>그때는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br/>그런 마음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br/><br/>그렇기에 후루세의 선택을 어리석다고 말하기 어렵다.<br/>죽음을 받아들이라는 말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쉬울 수 있지만,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br/><br/>그렇다면 정말 사랑한다는 것은 붙잡는 것일까. 아니면 놓아주는 것일까.<br/>가장 어려운 종류의 구원을 생각하게 만든다.<br/><br/>사랑하기 때문에 놓아주는 것.<br/>그것이 남겨진 사람에게는 가장 잔인한 선택일 수도 있다.<br/><br/><br/>책 속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은 부분은 망자를 먹는 존재가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 설명하는 장면이다.<br/><br/>🔖“내가 먹는 건 죽었는데도 여전히 자기가 살아 있다고 믿는 놈들이다.” <br/><br/>죽었는데도 자신이 살아 있다고 믿는 존재.<br/>그것은 과연 망령만을 뜻하는 것일까.<br/>살아 있는 사람 역시 과거에 붙잡힌 채 현재를 살아가지 못할 수 있다.<br/>죽은 사람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도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존재가 된다.<br/><br/>그래서 《온고쿠》의 진짜 공포는 <br/>죽은 자를 보내지 못한 산 자 역시 삶과 죽음의 경계에 갇힐 수 있다는 것.<br/><br/><br/>《온고쿠》는 고딕 호러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재미가 분명한 작품이다.<br/>강령 의식, 망령, 괴이, 가문의 비밀, 오래된 인습, 연이어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이 촘촘하게 이어지면서 독자를 불안한 세계로 끌고 간다.<br/>하지만 그 안쪽에는 아주 오래되고 익숙한 인간의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br/><br/><br/>‘온고쿠(遠國)’가 직역하면 ‘먼 나라’라는 뜻이라는 점도 이 작품을 읽고 난 뒤에는 묘하게 다가온다.<br/><br/>먼 나라.<br/>살아 있는 우리가 갈 수 없는 곳.<br/>그러나 언젠가는 누구나 향하게 될 곳.<br/><br/>그곳으로 먼저 떠난 사람을 억지로 되돌려 세우는 대신, <br/>그 사람이 편히 갈 수 있도록 보내주는 것.<br/><br/>그것이 진정한 사랑일지도 모른다.<br/><br/><br/>《온고쿠》는 공포로 시작해 미련을 지나, ‘떠나보냄’이라는 감정에 도착하는 작품이었다.<br/><br/>무서움과 슬픔이 공존했다.<br/>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슬픔마저 편안하게 느껴진다.<br/><br/>아주 먼 곳에서 누군가가 이제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br/><br/>_<br/><br/>#온고쿠망자의터 #온고쿠 #반타 #기타자와도 <br/>#호러소설 #공포소설 #장르소설 #일본소설 #소설 #소설추천 <br/>#도서리뷰 #신간 #책소개 #도서추천 #책추천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4/26/cover150/k36213045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042638</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버려진 것들의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주워 올리는가. - [우리가 주워진 세계]</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0829</link><pubDate>Sat, 12 Sep 2026 02: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08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1161&TPaperId=175108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5/18/coveroff/k32213116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1161&TPaperId=175108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가 주워진 세계</a><br/>아사쿠라 히로카게 지음, 이구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버려진 것들의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주워 올리는가."<br/>― 상처 입은 마음들이 서로를 발견하는 순간.<br/><br/>살아가면서 참 많은 것을 버린다.<br/>더 이상 입지 않는 옷, 오래된 물건, 필요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관계, 지나간 기억, 실패했던 경험, 그리고 때로는 다시 꺼내 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까지.<br/><br/>무언가를 버리는 일은 삶을 가볍게 만드는 방법처럼 보인다. <br/>필요 없는 것을 정리하고, 쓸모없는 것을 덜어내고, 과거와 거리를 두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br/><br/>그런데 정말 그럴까.<br/><br/>모든 것을 깨끗하게 비워내려는 사람과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는 사람이 만난다. 한 사람에게는 버림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간직하는 일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다.<br/><br/>놀랍게도 두 사람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br/><br/>상처받지 않고 살아남는 것.<br/><br/>이 소설에서 ‘쓰레기’는 버려진 물건만을 뜻하지 않는다. <br/>사람들에게 쓸모없다고 판단된 것, 사회의 기준에서 밀려난 것,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진 것, 그리고 스스로도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 존재까지 아우르는 상징처럼 다가온다.<br/><br/>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쓰레기’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린다.<br/><br/>정말 쓰레기인 것은 무엇일까.<br/>물건의 쓸모를 결정하는 것은 누구이며,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또 누구일까.<br/><br/><br/>아사히와 도모에는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br/>아사히는 깨끗하게 비우고 정리한다. <br/>도모에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 간다.<br/><br/>한쪽은 비움이고 한쪽은 축적이다.<br/>하지만 두 행동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둘 다 결핍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br/><br/>아사히에게 ‘버리는 것’은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자신의 공간을 통제함으로써 불안과 상처를 차단하려는 행동에 가깝다. <br/><br/>반대로 도모에가 물건을 모으는 행동 역시 욕심이나 게으름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자신에게서 떠나간 것들을 붙잡고, 사라지는 것들을 곁에 남겨두려는 마음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br/><br/>그러니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보면 두 사람 모두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 이상함은 사면으로 바뀐다.<br/><br/>이 지점이 이 소설의 따뜻한 부분이라고 느꼈다.<br/><br/>누군가의 행동을 사람들은 너무 쉽게 판단한다.<br/>하지만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내리는 판단은 얼마나 쉽게 폭력이 될 수 있는가.<br/><br/>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물건 하나가 <br/>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삶을 붙잡아주는 마지막 끈일 수도 있다.<br/><br/>누군가에게는 버리는 일이 아무렇지 않지만, <br/>다른 누군가에게는 버림받는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br/><br/><br/>책 속에서 특히 오래 머물렀던 문장이 있다.<br/>🔖“우리 모녀는 쓰레기처럼 버려졌어. 남자랑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였던 거지.” <br/><br/>이 문장은 ‘쓰레기’라는 단어가 사람에게 적용될 때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준다.<br/><br/>사람이 정말 쓸모가 있어서 살아가는 것일까.<br/>경제적 가치가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며, 사회가 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만 존재할 가치가 생기는 것일까.<br/><br/>그렇다면 나이가 들고,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병이 들고, 관계가 끊어지고, 사회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br/><br/><br/>특히 인상적인 것은 버려진 사람을 밝은 말로 애써 위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br/><br/>“힘내면 돼.”<br/>“다시 시작하면 돼.”<br/>“포기하지 마.”<br/><br/>이런 말들은 분명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오히려 자신의 고통을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br/><br/>그 점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문장이 있다.<br/>🔖“몇 번이고 재활용되는 자원처럼 사람도 실패하고 버려졌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은 조금씩 닳고 깎여 나간다.” <br/><br/>사람에게도 회복력이 있다는 말은 맞지만, 사람은 무한히 재활용되는 존재가 아니다. 상처를 입고 다시 일어날 때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실패할 때마다 조금씩 닳고, 이별할 때마다 마음 한쪽이 비고, 버림받을 때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수 있다.<br/><br/>그러므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응원이 아니라 때로는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래 버텨왔는지를 알아주는 일인지도 모른다.<br/><br/><br/>이 작품에서 쓰레기는 재미있는 역설을 품고 있다.<br/>쓰레기는 이미 가치가 없어진 것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의미가 있는 것이다.<br/><br/>도모에가 모아둔 물건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물건 속에 자신의 시간을 저장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br/><br/>오래된 컵 하나.<br/>고장 난 전기포트 하나.<br/>언젠가 쓰려고 사두었던 물건.<br/>누군가에게 받은 물건.<br/><br/>이처럼 이미 기능을 잃었지만 차마 버리지 못하는 물건.<br/><br/>객관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지만, 그 안에는 특정한 순간과 사람이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물건을 버리는 일은 때때로 그 물건과 연결된 기억을 떠나보내는 일이 된다.<br/><br/>그렇다면 도모에는 물건을 모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모아온 것은 아닐까.<br/>그녀가 쌓아 올린 것은 쓰레기 더미인 동시에 자신이 살아왔다는 증거였을지도 모른다.<br/><br/><br/>또 하나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것이다.<br/>🔖“난 그냥……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br/><br/>이 문장은 존재의 가치를 성과에서 떼어낸다.<br/>그저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br/><br/>물론 현실에서 이 말 하나만으로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br/>그래서 오히려 이 문장이 좋았다.<br/><br/>쉽게 희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포기하지 않도록 조용히 곁에 서주는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br/><br/><br/>도모에의 어머니가 만든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이 아프면서도 인상적이다.<br/>🔖“우리랑 마찬가지로 버려진 쓸모없는 쓰레기를 모아 그걸 성벽 삼아 우리만의 왕국을 만들었어.” <br/><br/>이 문장을 읽고 나면 ‘쓰레기 저택’은 비정상적인 공간으로 보이지 않는다.<br/>그곳은 한 사람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성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br/><br/>세상에서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것보다 세상과 단절하는 것이 더 안전할 때가 있다.<br/><br/>누군가를 믿었다가 상처받았다면 혼자 있는 것이 편해진다.<br/>무언가를 잃어본 사람은 새로운 것을 얻는 것보다 가진 것을 놓치지 않는 데 집착할 수 있다.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시 버려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주변을 무언가로 가득 채울 수도 있다.<br/><br/>그렇게 보면 ‘왕국’이라는 표현이 묘하게 슬프다.<br/>성벽은 자신을 보호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가둔다.<br/>안전한 공간이면서 외로운 공간이다.<br/><br/>이 소설은 그 모순을 아주 섬세하게 바라보고 있다.<br/><br/><br/>우리가 정말 주워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br/><br/>처음에는 ‘주워진'이라는 표현이 조금 낯설었다.<br/>그런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제목의 의미가 점점 깊어진다.<br/><br/>사람은 모두 혼자 힘으로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br/>어떤 순간에는 누군가가 내미는 손에 의해 다시 일어선다.<br/>누군가의 말 한마디 때문에 포기하지 않기도 하고, <br/>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준 경험 하나 때문에 다시 사람을 믿기도 한다.<br/><br/>사람을 구하는 것은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이 아닐까.<br/><br/>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상대가 가진 이상함의 이유를 조금 궁금해해주는 것.<br/>그리고 그 사람이 스스로 다시 세상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br/><br/>이런 작은 행동들이 한 사람을 ‘주워 올리는’ 일이 될 수 있다.<br/><br/>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바라보게 되면서 자신이 갇혀 있던 세계의 크기를 깨닫게 되는 과정일 것이다.<br/><br/>그래서 이들의 동행은 사랑이나 우정이라는 단어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br/>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에 잠시 들어가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br/><br/>이 문장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br/>🔖“모두 태워져 유골만 남겠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꼭 주워줄 거예요. 언젠가 나도 그렇게 누군가 주워줄 거고.” <br/><br/>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고받는 과정인지도 모른다.<br/>누군가의 기억 속에 내가 남고, 내가 누군가를 기억하고, 누군가가 남긴 것을 또 다른 누군가가 이어받는다. 그래서 ‘주워준다’는 말이 이 소설에서는 돌봄과 기억, 애도의 의미까지 품게 된다.<br/><br/>버려진 것들을 하나씩 주워 담는다는 것은 ‘당신은 버려진 존재가 아니었다’고 말해주는 행위인지도 모르겠다.<br/><br/>세상이 가치 없다고 판단한 것에 다시 손을 내미는 일.<br/>사람들이 외면한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일.<br/>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가치 없다고 생각해버린 자기 자신을 다시 주워 올리는 일.<br/><br/>그래서 제목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br/><br/>버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반드시 모두에게 사랑받았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br/>마지막 순간까지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 <br/>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흔적을 소중하게 다루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br/><br/><br/>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나면 <br/>그 행동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br/><br/>외면했던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닫혀 있던 세계에 다른 사람을 들여놓는 것.<br/>다시 일어날 힘이 생길 때까지 곁에 누군가 있어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아사히와 도모에가 그랬던 것처럼.<br/><br/>서로의 상처를 없애주지는 못하더라도, 그 상처가 있는 채로 함께 걸어갈 수는 있을테니.<br/><br/>버려진 것들 사이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서툰 동행은 무엇을 끝까지 소중하게 주워 올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br/><br/><br/>나는 지금 무엇을 버리며 살아가고 있고, <br/>무엇을 끝까지 주워 담으며 살아가고 있을까.<br/><br/>그리고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의 마음속에서<br/>‘버려진 사람’이 아니라 다시 발견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br/><br/>_<br/><br/>#우리가주워진세계 #해피북스투유 #아사쿠라히로카게 <br/>#소설 #일본소설 #소설추천 #신간 #신간도서 #장편소설 <br/>#책소개 #도서추천 #책추천 #서평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5/18/cover150/k32213116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51819</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죽은 것들의 목소리를 상상하는 동안, 살아 있는 마음을 돌아보다. - [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의 대화]</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0505</link><pubDate>Fri, 11 Sep 2026 22: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050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22130490&TPaperId=175105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1/66/coveroff/k722130490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22130490&TPaperId=1751050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의 대화</a><br/>모습 지음 / 엣눈북스(atnoonbooks) / 2026년 06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작은서점973 (@littlebookshop973 )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까.<br/><br/>누군가는 천국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영혼을 이야기한다. <br/>또 누군가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br/>하지만 사실 어느 쪽도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br/><br/>죽음이라는 것은 인간이 끝내 완전히 알아낼 수 없는 가장 오래된 미지의 영역인지도 모른다.<br/><br/><br/>이 책은 제주 숲속 집이라는 조용한 공간에 한 여자가 찾아오고, 그녀가 바닷가에서 주워 온 거북복과 물떼새의 머리뼈에게 말을 건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br/><br/>🔖“제가 뼈와 대화하는 걸 보여 드릴까요?”<br/><br/>처음에는 황당하고 엉뚱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따라가고 싶어진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존재의 목소리를 대신 전해준다는 설정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묘하게 흐려놓기 때문이다.<br/><br/>특히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죽음을 지나치게 무겁게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죽음을 생각할 때 흔히 슬픔과 상실을 먼저 떠올린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으면 그 빈자리를 받아들이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책 속 뼈들은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br/><br/>죽은 존재에게도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부여하는 순간, 죽음은 완전히 닫힌 세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세계와 이어진 어떤 장소처럼 느껴진다.<br/><br/>그리고 그곳에서 들려오는 말은 더욱 의외다.<br/>🔖“슬퍼지는 걸 조심해야 해! 신나게 놀아야 여기 남을 수 있지.”<br/><br/>죽음 이후의 세계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죽은 존재를 추모하는 방식이 슬픔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br/><br/>떠난 존재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슬픔만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 속의 웃음과 장난과 온기까지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사랑했던 존재에게 정말 바라는 것도 그것일 것이다.<br/><br/>‘그곳에서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br/>‘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br/>‘잘 지냈으면 좋겠다.’<br/><br/>확인할 수 없는 세계이기에 오히려 상상하게 된다. <br/>그리고 그 상상이 때로는 남겨진 사람에게 살아갈 힘이 된다.<br/><br/>그래서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남겨진 사람에 관한 이야기처럼 읽혔다.<br/><br/>떠난 존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존재가 남긴 기억은 분명히 우리 안에 남아 있다. 죽음으로 한 존재의 시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다른 형태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br/><br/>책을 읽으며 특히 오래 생각하게 된 문장은 이것이었다.<br/><br/>🔖“모른다는 것에 이렇게 안도하기는 처음이다. 조금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이 세계가 처음으로 마음에 들었다.”<br/><br/>평소라면 ‘모른다’는 것은 불안한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다. <br/>사람은 알고 싶어 하고, 설명하고 싶어 하고, 확실한 답을 얻고 싶어 한다. 죽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죽은 존재는 어디에 있는지, 다시 만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br/><br/>그런데 이 책은 모르는 상태에서 오히려 위로를 발견한다.<br/><br/>모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고, 모르기 때문에 희망할 수도 있다.<br/><br/>죽은 고양이가 어딘가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br/>먼저 떠난 사람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여전히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는 것. 그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상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br/><br/>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사람에게는 그런 상상 자체가 애도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책 속 ‘뼈’가 특별하게 느껴졌다.<br/><br/>뼈는 한때 살아 있던 존재가 남긴 흔적이다. 생명이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물질이며, 한때 존재했던 시간을 증명하는 작은 증거이기도 하다. <br/>바닷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뼈 하나가 낯선 물체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를 품은 존재가 되는 순간, 평범한 풍경 역시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br/><br/>물론 실제로 뼈와 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책의 매력은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굳이 하나로 결정하지 않는 데 있다고 느꼈다.<br/><br/>‘정말 그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질문보다 <br/>‘만약 그렇다면 어떨까?’라고 상상하게 만든다.<br/><br/>그리고 그 상상은 결국 읽는 이의 마음을 향한다.<br/><br/>죽은 존재에게 말을 걸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br/>그 존재를 그리워하는 자신의 마음과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br/><br/>특히 반려동물이나 가족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존재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br/>떠난 뒤에도 습관처럼 이름을 부르고, 익숙한 자리를 바라보고, 함께 걷던 길을 지나며 잠시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다.<br/><br/>그때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상대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br/>기억 속에 살아 있는 그 존재와 대화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br/><br/>그렇다면 기억은 죽음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또 하나의 생명인지도 모르겠다.<br/><br/>작가 후기에서 “먼저 말을 건넨 건 그녀지만 어느 순간 깨닫고 보니 우리는 술에 취하듯 재잘거리고 있었다.”라는 대목도 이 책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흥미롭게 다가왔다.<br/><br/>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작은 행동일 수 있지만, <br/>다른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br/>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누군가 먼저 말을 거는 데서 시작된다.<br/>서로 다른 존재 사이에 말이 오가는 동안, 고립되어 있던 존재들이 연결된다.<br/><br/>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외로움’과도 이어지는 것 같다.<br/><br/>🔖“살았든 죽었든 외로움이 문제예요.”<br/><br/>이 문장은 죽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말처럼 느껴졌다.<br/><br/>사람은 살아 있으면서도 외로울 수 있다. <br/>많은 사람 속에 있어도 아무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건넬 수 없다면 외롭다. 반대로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건넨 말을 받아준다면 아주 짧은 만남이라도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대화’는 존재와 존재를 연결하는 방법처럼 느껴진다.<br/><br/>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뼈에게 말을 걸고,<br/>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목소리를 상상하고,<br/>끝났다고 생각했던 관계를 기억 속에서 다시 이어보는 것.<br/><br/>그 과정에서 죽음을 조금 덜 무서운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br/>그리고 이상하게도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었는데, 지금 살아 있는 시간을 더 생각하게 된다.<br/><br/>아홉 달의 외출, 밤의 도로, 춤이라는 목차 역시 평범한 이야기와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의 ‘춤’이라는 단어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br/><br/>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춤으로 끝난다는 것은 묘하면서도 아름답다.<br/>죽음을 정지와 끝으로만 바라본다면 춤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 것이다. <br/>하지만 삶과 죽음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진 것이라면, 춤은 그 사이를 오가는 움직임처럼 느껴진다.<br/><br/>멈춰 있는 뼈에서 움직임을 상상하게 하고,<br/>사라진 존재를 통해 생생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br/><br/>그것이 《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의 대화》가 가진 독특한 힘이라고 생각한다.<br/><br/>'지금 살아 있는 존재들과 얼마나 잘 대화하고 있는가.'<br/><br/>모습의 글과 그림이 만나는 지점도 그래서 궁금해진다. <br/>글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면, 그림은 그 빈 공간에 또 다른 장면을 만들어낼 것이다. <br/><br/>작가 후기에서 말하듯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이상한 아이들’을 찾아보는 재미 역시 글로만 읽었을 때보다 실제 책을 펼쳤을 때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br/><br/>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남은 것은 그리움에 대한 조금 이상하고도 따뜻한 감각이다. 사랑했던 존재는 떠났지만, 그 존재와 함께했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br/><br/>바닷가에서 발견한 작은 뼈 하나가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 <br/>사람이 지나온 수많은 기억들 역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일 것이다.<br/><br/>그래서 이 책을 '떠나간 존재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책'으로 기억하고 싶다.<br/><br/>사람은 끝내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br/>그것이 때로는 무섭지만,<br/>다행이고, 다정한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것.<br/><br/>한동안 바닷가에 남겨진 작은 뼈 하나 머릿속에 되새겨보게 될 것 같다.<br/><br/>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는 여기 살아 있는 나 자신의 목소리가 아닐까.<br/><br/>《거북복과 물떼새 머리뼈의 대화》는 그렇게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 슬픔과 유머 사이를 조용히 걸어간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풍경 속에서도 문득 무언가 말을 걸어오는 듯한 순간을 만나게 된다.<br/><br/>모른다고 해서 반드시 불안할 필요는 없다는 것.<br/>알 수 없는 세계가 있기에 상상할 수 있다는 것.<br/>그리고 사랑했던 존재는 사라져도 그 존재를 향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br/><br/><br/>_<br/><br/>#거북복과물떼새머리뼈의대화 #엣눈북스 #모습 <br/>#소설 #테마소설 #어른을위한동화 #그래픽노블 #소설추천 <br/>#동화 #동화추천 #신간 #신간도서 #책소개 <br/>#서평 #이벤트 #도서추천 #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1/66/cover150/k722130490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16660</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이 나이 먹도록, 왜 내 몸을 몰랐을까. - [이 나이 먹도록 내 몸을 몰랐다니! - 평생 쓰는 몸을 위한 호흡·걸음·균형]</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0440</link><pubDate>Fri, 11 Sep 2026 22: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1044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0148&TPaperId=1751044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8/46/coveroff/k50213014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0148&TPaperId=1751044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 나이 먹도록 내 몸을 몰랐다니! - 평생 쓰는 몸을 위한 호흡·걸음·균형</a><br/>오지영 지음 / 다른상상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_<br/><br/>어느 순간부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br/>조금만 무리해도 쉽게 피곤하고,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뻐근하고, 어깨는 이유 없이 굳어 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움직임이 어느 날부터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br/><br/>그럴 때 너무 쉽게 ‘나이’라는 결과부터 꺼내 든다.<br/><br/>“이제 나이가 있으니까.”<br/>“예전 같지 않은 게 당연하지.”<br/>“나이 들면 다 그래.”<br/><br/>그렇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노화라는 한 단어로 정리해버리면 편하다. <br/>더 이상 이유를 찾지 않아도 되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br/><br/><br/>그런데 정말 나이 때문일까?<br/>아니면 그동안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br/><br/><br/>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은 ‘몸을 관리한다’는 말의 의미였다. 건강을 이야기할 때 운동, 식단, 체중, 근력 같은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더 강한 몸, 더 유연한 몸, 더 날씬한 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br/><br/>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했다.<br/><br/>몸을 더 강하게 만들기 전에 몸이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br/>그것이 출발점이다.<br/><br/>책에서 🔖“다리가 아플 때 ‘왜 이렇게 약해졌지?’가 아니라 ‘아, 다리에 무게가 몰려 있구나’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br/><br/>같은 통증을 두고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br/>‘내 몸이 약해졌다’고 판단하면 몸은 부족한 것이 된다.<br/>하지만 ‘무게가 한쪽으로 몰리고 있구나’라고 바라보면 몸은 나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존재가 된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br/><br/>통증을 없애야 할 적으로만 바라보는 것과, 통증을 통해 내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은 다른 접근이기 때문이다.<br/><br/>몸은 내가 살아온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br/>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몸을 물리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br/><br/>자세 하나에도 살아온 시간이 담길 수 있고, 걸음걸이에도 삶의 습관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호흡과 움직임에도 감정과 관계의 흔적이 스며들 수 있다는 관점이다.<br/><br/>생각해보면 마음과 몸을 지나치게 따로 생각하며 살아왔다.<br/>마음이 힘들면 ‘스트레스’라고 하고, 몸이 아프면 ‘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렇게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는다.<br/><br/>걱정이 많을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면 호흡이 얕아지고, 불안할 때 몸을 웅크리게 된다. 오랫동안 반복된 자세와 움직임은 어느새 습관이 되고, 습관은 다시 몸의 형태와 움직임에 영향을 준다.<br/><br/>그래서 책에서 몸을 읽는다는 것은 어깨가 올라갔는지, 골반이 틀어졌는지를 확인하는 일만이 아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를 몸을 통해 다시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br/><br/>특히 🔖“몸은 감정을 말한다”는 장에서 말하는 몸과 감정의 관계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긴다. 책은 억눌린 감정이 근육의 경직이나 얕은 호흡, 피로감과 무기력, 통증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br/><br/>몸과 마음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고, 내가 경험하는 신체적 감각에도 관심을 가져보자는 제안이다.<br/><br/>몸이 아프다고 해서 나를 탓하지 않고, <br/>예전 같지 않다고 해서 실패한 몸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br/><br/>지금의 몸을 한번 들여다보자!<br/><br/><br/>🔖“진짜 건강은 힘을 빼도 무너지지 않는 상태다. 힘을 주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상태다.” <br/><br/>건강을 생각할 때 ‘얼마나 강한가’를 떠올리지만, 이 문장은 건강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바라본다. 이 관점이 참 좋았다.<br/><br/>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br/>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강한 것이 아니라, 흔들린 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단단한 사람일 수 있다.<br/><br/>몸도 마찬가지다. 항상 긴장하고 힘을 주고 버티는 것이 건강이라면 평생 몸에 힘을 주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몸은 그렇게 살아갈 수 없다.<br/><br/>쉬어야 하고, 움직여야 하고, 때로는 흔들려야 하고, 다시 균형을 찾아야 한다.<br/>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굳세다’는 의미가 단단하게 굳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회복할 수 있는 상태라는 설명이 마음에 남았다.  <br/><br/><br/>책을 읽으며 재미있었던 또 하나의 지점은 ‘힘’에 대한 생각이었다.<br/>무언가를 잘하려면 더 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고, 일도 악착같이 해야 하고, 삶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한다고 배웠다.<br/><br/>그런데 몸의 움직임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순간이 있다.<br/>책은 공을 멀리 보내는 움직임을 설명하면서 무게를 아래로 내려놓고 축을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br/><br/>🔖“힘의 역설."<br/><br/>무조건 힘을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br/>때로는 내려놓아야 하고, 기대야 하고, 흐름을 허락해야 한다. <br/>모든 것을 내 힘으로 통제하려는 순간 오히려 움직임이 작아질 수도 있다.<br/><br/>특히 🔖“힘은 풀어낼수록 강해진다”는 문장으로 이어지는 설명은 몸을 통해 삶을 생각하게 한다.<br/><br/>살면서 힘을 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br/>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 몸까지 함께 굳어진다.<br/><br/>그러니 몸의 긴장을 바라보는 일은 삶에서 무엇을 지나치게 붙들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겠다.<br/><br/><br/>책의 여러 장 가운데 마음에 들어온 부분은 외향과 내향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br/><br/>외향적인 사람, 내향적인 사람.<br/>적극적인 사람, 소극적인 사람.<br/><br/>하지만 책은 외향과 내향을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존재가 향하는 방향과 움직임으로 바라본다.<br/><br/>🔖“존재는 성격이 아닌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br/><br/>이 문장을 읽으며 ‘나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br/>어떤 사람인가를 하나의 성격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틀 안에 나를 가두게 된다. 하지만 사람은 상황에 따라 움직이고 변한다. <br/>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도 있고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다. <br/>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날도 있고 나에게 돌아오고 싶은 날도 있다.<br/><br/>그것이 모순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리듬일 수 있다는 것이다.<br/><br/>그래서 ‘나다운 몸’ 역시 완성된 어떤 이상형이 아닐 것이다.<br/>남들이 좋다고 하는 자세, 남들이 예쁘다고 하는 몸, 남들이 건강하다고 말하는 기준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내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고 그 감각에 맞게 살아가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br/><br/><br/>🔖“우리가 해야 할 것은 작은 팔의 근육을 쥐어짜는 일이 아니라 그 팔을 품어 줄 몸통의 큰 감각을 깨우는 일이다.” <br/><br/>작은 몸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큰 감각이 필요하다.<br/><br/>팔이 불편하면 팔만 보고, 허리가 아프면 허리만 보고, 마음이 힘들면 그 감정 하나만 떼어내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몸은 연결되어 있다.<br/><br/>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보다 더 넓은 맥락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작은 부분을 지탱해주는 큰 구조를 살피는 것. 책에서 말하는 ‘큰 감각’은 그런 의미로도 다가왔다.<br/><br/><br/>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읽고 끝나는 책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br/>각 꼭지마다 ‘오늘의 몸 연습’을 제시하고 하루 15분 정도 직접 몸을 관찰하고 움직여보도록 구성했다. 이 부분 역시 책의 주제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br/>몸은 책으로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br/><br/>‘내 몸이 이렇구나’라고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움직여보면서 ‘아, 여기에는 이런 힘이 들어가 있었구나’라고 느끼는 것은 다르다. 저자가 책 곳곳에서 강조하는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br/><br/>몸은 설명만 듣는다고 알아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해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한 꼭지를 읽고 잠시 멈추는 방식으로 읽으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br/><br/>내 발은 바닥을 어떻게 딛고 있는지,<br/>숨은 어디까지 들어오는지,<br/>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br/>그렇게 하루에 잠깐이라도 몸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br/><br/>어쩌면 ‘나를 돌본다’는 말은 이런 작은 감각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br/><br/>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의 ‘내 몸을 몰랐다’는 말이 몸의 구조나 자세를 몰랐다는 뜻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것은 훨씬 넓은 의미가 된다.<br/><br/>내가 살아온 시간이 내 몸에 어떤 습관을 남겼는지.<br/>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나를 알아가는 진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br/><br/>🔖“몸의 회복은 시간의 속도가 아니라 몸의 속도로 이루어진다”<br/><br/>이 문장을 읽으며 회복을 ‘빨리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회복은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몸을 이해하면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매일 함께 살아가면서도 가장 낯선 존재가 내 몸일지도 모른다.<br/><br/>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몸의 변화를 체념하기 전에,<br/>혹은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작정 애쓰기 전에,<br/><br/>먼저 물어보는 습관을 가져야 겠다.<br/><br/>“내 몸은 지금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br/><br/>_<br/><br/>#이나이먹도록내몸을몰랐다니 #다른상상 #오지영 <br/>#건강 #건강정보 #건강도서 #건강에세이 <br/>#신간 #신간도서 #새로나온책 #도서리뷰 #서평 #서평단 <br/>#책소개 #책추천 #추천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8/46/cover150/k50213014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684695</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