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하얀사과의 종이 이야기 (하얀사과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29 Aug 2026 12:59:16 +0900</lastBuildDate><image><title>하얀사과</title><url>https://image.aladin.co.kr/img/blog2/manage/profileimg.jpg</url><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하얀사과</description></image><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 "실패한 사람은 왜 끝내 다시 영화를 꿈꾸는가." - [감독실격 시즌 3 - 꼴랑 영화 하나로 무슨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5971</link><pubDate>Thu, 27 Aug 2026 22: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597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0747&TPaperId=174759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4/31/coveroff/k50213074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0747&TPaperId=1747597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감독실격 시즌 3 - 꼴랑 영화 하나로 무슨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a><br/>Zinn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영화감독이라고 하면 흔히 작품의 성공과 실패, 흥행 성적이나 작품성 같은 결과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감독실격 시즌 3》가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화려한 모습보다 영화를 만들지 못한 채 오랫동안 주변을 맴도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br/><br/>최 감독은 데뷔작의 실패 이후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그 10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아니다. 계속 시나리오를 쓰고, 미팅을 하고, 작품을 고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그럼에도 외부에서 보이는 것은 ‘10년 동안 작품이 없는 감독’이라는 한 줄짜리 이력이다.<br/><br/>그래서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폭망 감독’이라는 표현이다. 웃기고 우스꽝스러운 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자존감이 서서히 깎여나가는 과정이 들어 있다.<br/><br/>🔖“경력 단절 10년이라니..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비어 있다고 아무 일도 한 건 아니다.” <br/><br/>사회에서는 결과가 없는 시간을 쉽게 ‘공백’이라고 부른다. 취업을 준비했지만 취직하지 못한 시간, 책을 썼지만 출간되지 않은 시간, 작품을 만들었지만 세상에 나오지 못한 시간처럼 말이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그 시간은 결코 비어 있지 않다. 수없이 고민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했던 시간이기 때문이다.<br/><br/>최 감독의 비참함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자신은 분명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세상은 그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br/><br/>그런데 《감독실격 시즌 3》가 재미있는 이유는 이 인물을 불쌍한 사람으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br/><br/>최 감독은 찌질하다. 허세도 있고, 질투도 많고, 자기합리화도 심하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은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자신을 대단한 감독으로 봐주기를 바라면서도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부끄러워하기도 한다.<br/><br/>그 모순이야말로 이 인물을 살아 있는 인간처럼 느끼게 만든다.<br/><br/>책 속에서 자신을 롤모델로 삼았다는 시나리오 속 감독이 사실은 “찌질하기 짝이 없는 폭망 감독” 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아주 잔인하고 우스운 방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br/><br/>더 재미있는 것은 최 감독이 그 사실에 분노하면서도 쉽게 화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감독이라는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체면과 기회를 지키기 위해 불쾌한 감정마저 삼킨다.<br/><br/>영화판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영화를 잘 만드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br/>누가 누구를 필요로 하는지, 누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누가 어떤 말을 할 수 있는지까지 끊임없이 계산해야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영화계의 민낯’이라는 말보다 '사람이 인정받고 싶어 하는 방식의 민낯'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br/><br/>최 감독에게 영화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에 가깝다.<br/>그래서 그는 계속 묻는다.<br/>내가 다시 영화를 찍으면 무엇이 달라질까.<br/><br/>흥행하면 행복할까.<br/>유명해지면 인정받을까.<br/>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받으면 내가 덜 초라해질까.<br/><br/>그런데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험한 꼴을 견디고 있는 걸까?”라는 문장에 이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br/><br/>처음에는 감독으로서의 재기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최 감독이 붙잡고 있는 것은 영화 한 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일지도 모른다.<br/><br/>‘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명.<br/>그래서 영화 한 편이 이렇게까지 중요해진다.<br/><br/>이 작품에서 욕망은 하나의 얼굴만 가지고 있지 않다.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망, 성공하고 싶은 욕망, 인정받고 싶은 욕망, 돈을 벌고 싶은 욕망, 누군가에게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 서로 뒤엉킨다. 그리고 욕망이 커질수록 자기합리화도 함께 커진다.<br/><br/>그래서 최 감독은 점점 자신이 무엇을 위해 행동하는지조차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이 지점에서 《감독실격 시즌 3》는 영화감독 이야기에서 창작자 전반의 이야기로 확장된다.<br/><br/>글을 쓰는 사람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br/><br/>특히 창작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열심히 했다는 사실만으로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쉽게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br/><br/>그래서 최 감독의 질투와 허영은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서 해봤을 법한 생각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는 마음,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타인을 은근히 낮춰 보는 마음, 인정받고 싶어서 관계를 계산하는 마음까지도 숨기지 않는다.<br/><br/>특히 🔖“감독님이 본인 영화를 부끄러워하면 배우들은 뭐가 되나요”라는 목차의 문장은 작품 전체의 아이러니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했다.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을 평가하고 부끄러워할 권리가 있지만, 그 작품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과 얼굴을 걸었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작품이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br/><br/>창작물은 창작자의 소유이면서 동시에 여러 사람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창작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욕망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바라보는 능력일지도 모른다.<br/><br/>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영화판이라는 공간을 통해 드러나는 권력의 방향성이다. 창한이라는 인물이 서비스직 종사자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라보는 장면은 ‘성격 나쁜 사람’에 대한 묘사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공손하면서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있다는 불편한 현실을 보여준다.<br/><br/>이런 장면들이 들어가면서 《감독실격 시즌 3》의 블랙유머는 인간의 허영과 위선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감독’이라는 단어도 재미있다. 감독이라고 모두 같은 감독이 아니다.<br/><br/>필모그래피가 있는 감독과 없는 감독, 성공한 감독과 실패한 감독, 투자받는 감독과 투자받지 못하는 감독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서열이 존재한다. <br/><br/>‘감독’이라는 직함만으로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다.<br/>그런 의미에서 🔖“폭망 감독에서 긁지 않은 복권 같은 감독으로 업그레이드" 라는 표현은 꽤 날카롭다.  <br/><br/>사람 자체가 달라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타인의 시선은 달라진다.<br/>그렇다면 우리가 누군가를 평가할 때 정말 그 사람 자체를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이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를 계산하고 있는 것일까.<br/><br/>특히 딸 세미가 아빠가 감독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는 설정은 최 감독에게 꽤 잔인한 장면이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br/><br/>밖에서는 ‘감독’이고 싶지만 집에서는 그저 한 사람의 아버지일 뿐이다.<br/>더구나 그 아버지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 간극은 더욱 커진다. 이 부분에서 최 감독의 외부적 욕망과 내부적 외로움이 맞물린다.<br/>그는 영화를 찍고 싶은 것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다시 인정받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br/><br/>그런데 인정 욕망은 끝이 없다. 한 번 인정받으면 더 큰 인정을 원하고, 한 번 성공하면 다음 성공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는 문장이 최 감독의 삶을 설명하는 동시에 인간 자체를 설명하는 문장처럼 느껴졌다.<br/><br/>이 작품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웃음보다 씁쓸함이다.<br/>최 감독을 보며 웃다가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br/><br/>나 역시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며 마음속으로 질투한 적은 없었는지, 인정받고 싶어서 필요 이상으로 애쓴 적은 없었는지, 실패한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스스로 평가한 적은 없었는지 생각하게 된다.<br/><br/>그래서 최 감독은 우리가 감추고 싶은 모습을 조금 더 크게 확대해 보여주는 인물에 가깝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지만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고, 포기하면 편해질 것 같으면서도 막상 포기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성공이 부러우면서도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br/><br/>그런 사람이라면 누구나 최 감독의 어딘가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br/>그리고 후반부의 🔖“차라리 잘 됐다. 어차피 극장은 망했고 영화는 끝났다.”라는 대목은 앞선 욕망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br/><br/>그토록 원했던 것을 포기하면 편해질 수 있다는 생각. 하지만 정말 포기할 수 있을까.<br/><br/>《감독실격 시즌 3》의 여운은 ‘그래서 최 감독이 성공했는가?’ 결과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은 왜 실패하면서도 다시 같은 꿈을 꾸는가라는 질문으로 남는다.<br/><br/>성공 가능성이 높아서가 아니다. 돈이 많이 벌려서도 아니다.<br/>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그것을 원해왔기 때문일 것이다.<br/><br/>꿈을 포기하는 순간 실패를 인정해야 할 것 같고,  <br/>지금까지 버틴 시간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br/>그래서 사람은 꿈을 포기하지 못했던 자신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다시 꿈을 좇기도 한다.<br/><br/>사람은 정말 성공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걸까.<br/>아니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 계속하는 걸까.<br/><br/>영화 한 편을 만들고 싶다는 최 감독의 욕망은 한 사람의 존재 증명에 대한 욕망으로 읽힌다.<br/><br/>그래서 《감독실격 시즌 3》가 남기는 묵직한 여운은 실패했음에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의 이상한 끈질김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웃기면서도 가장 슬픈 순간은 바로 그런 때인지도 모르겠다.<br/><br/>이미 충분히 지쳤고, 그만두는 편이 편할 것 같은데도 <br/>마음 한구석에서 여전히 ‘한 번만 더’를 외치는 순간. <br/><br/>_<br/><br/>#감독실격 #감독실격시즌3 #zinn #9월의햇살 <br/>#소설 #소설추천 #도서협찬 #서평단 #서평 <br/>#도서리뷰 #시리즈 #북리뷰 #책리뷰 #추천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4/31/cover150/k50213074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54319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누가 영화감독 하라고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그는 왜 아직도 영화를 놓지 못하는가.” - [감독실격 시즌 2 - 누가 영화감독 하라고 칼들고 협박했냐]</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5954</link><pubDate>Thu, 27 Aug 2026 22: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59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139748&TPaperId=174759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36/34/coveroff/k79213974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139748&TPaperId=174759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감독실격 시즌 2 - 누가 영화감독 하라고 칼들고 협박했냐</a><br/>Zinn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06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영화는 완성된 화면으로만 만난다. 극장에 앉아 두 시간 남짓한 이야기를 보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면 영화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가 관객에게 도착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욕망과 계산, 타협과 좌절이 겹겹이 쌓인다. 특히 감독에게 영화 한 편은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과 자존심, 능력과 실패를 모두 걸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br/><br/>그래서 《감독실격 시즌 2》를 읽기 전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소제목이었다.<br/><br/>‘누가 영화감독 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br/><br/>웃긴 제목인데, 이상하게 웃고 나면 씁쓸하다. 정말 그렇다. <br/>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선택했고, 힘들면 그만둘 수도 있는데 끝내 놓지 못한다. 그런데 그 꿈을 붙잡고 있는 과정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br/>때로는 초라하고, 비겁하고, 질투에 휘둘리고, 자기합리화로 가득하다.<br/><br/>최 감독은 흔히 생각하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멋진 창작자’와는 거리가 멀다. 데뷔작의 실패 이후 10년 동안 차기작을 만들지 못했고,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에 매달리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꽤나 찌질하다. 잘되는 후배가 신경 쓰이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에게 서운하고, 제작사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자존심이 흔들린다.<br/><br/>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인간적이다.<br/><br/>실패한 뒤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사실은 상처받았으면서 괜찮은 척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보다 환경과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싶어지는 마음. 나보다 잘되는 사람을 진심으로 축하하기 어려운 마음. 다시 기회가 오면 이번에는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br/><br/>그것은 영화감독에게만 존재하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br/><br/>그래서 최 감독의 이야기를 영화계의 특수한 이야기로만 읽기보다는 ‘실패한 뒤에도 자신이 실패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인간의 이야기’로 읽게 된다.<br/><br/>특히 책 속 문장 중🔖“나는 잘못 없다.” 라는 최 감독의 태도는 이 인물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처럼 느껴졌다. <br/><br/>사실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 내가 믿어온 능력과 자존심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때로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제작사가 문제였고, 투자자가 문제였고, 환경이 문제였고, 운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자기합리화를 거창한 심리 분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최 감독의 말과 행동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더 웃기고, 동시에 더 아프다.<br/><br/>책 속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라는 꿈에 대한 환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었다. 작품 초반에는 영화가 다른 예술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보이는 이유를 이야기한다.<br/><br/>🔖“창작자를 꿈꾸는 일반인들에겐 유난히 영화가 만만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 <br/><br/>이 문장은 영화라는 매체를 둘러싼 묘한 착시를 생각하게 했다.<br/>그동안 영화를 너무 쉽게 소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와 연출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를 만나면 ‘내가 만들어도 이것보다는 잘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br/><br/>하지만 관객으로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영화 한 편에는 시나리오, 배우, 촬영, 미술, 편집, 음악, 제작비, 투자, 배급 등 수많은 요소가 얽혀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는 사람이 있다. <br/>영화는 기술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이해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br/><br/>《감독실격 시즌 2》가 재미있는 것은 바로 그 ‘영화를 만드는 과정의 비영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화면에는 나오지 않는 회의실의 눈치, 시나리오 수정, 캐스팅을 둘러싼 계산, 제작사의 사정, 투자와 흥행에 대한 압박, 누가 누구와 친한지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까지.<br/><br/>영화는 예술이지만, 영화 제작 현장은 동시에 철저히 현실적인 비즈니스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사이에서 최 감독은 예술가이고 싶어 하지만 생존해야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작품을 지키고 싶어 하지만 제작사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다. 자존심을 지키고 싶지만 기회를 놓칠 수도 없다.<br/>바로 이 모순이 이 소설의 웃음과 씁쓸함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것 같다.<br/><br/><br/>특히 마음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다.<br/>🔖“나의 실패는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br/><br/>책의 질문들이 이 한 문장에 상당 부분 압축되어 있는 듯했다.<br/>실패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실패가 자신의 잘못 때문인 것은 아니다. <br/>하지만 반대로 모든 실패를 외부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br/><br/>어쩌면 실패 이후 가장 어려운 일은 ‘내가 잘못한 것과 내가 어쩔 수 없었던 것을 구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 감독은 그 경계에서 계속 흔들린다.<br/><br/>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다시 기회를 얻고 싶어 한다. 자신의 실력을 믿고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영화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감독이라는 직함과 인정받는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br/><br/>그래서 '왜 저래'라는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순간, 아주 조금 불편해진다.<br/><br/>‘나도 비슷한 적이 있지 않았나?’<br/><br/>실패한 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변명했던 순간, 누군가의 성공을 축하하면서도 속으로는 질투했던 순간, 내 부족함을 인정하기 싫어 다른 이유를 찾았던 순간.<br/>최 감독의 찌질함이 웃긴 이유는 그것이 완전히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br/><br/><br/>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의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문장이었다.<br/><br/>🔖“한국의 감독은 둘 중 하나야. 원래부터 돈이 많은 감독과 그렇지 않은 감독.” <br/><br/>이 문장은 영화계의 경제적 현실만을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br/>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력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단순한지 생각하게 만든다.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도 제작비가 필요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사람을 모아야 하고, 영화가 완성되어도 개봉과 배급이라는 또 다른 문턱을 넘어야 한다. 창작자의 능력과 작품의 완성도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 세계다.<br/><br/>특히 책 속에서 소개되는 최 감독의 영화 인생은 그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단편영화로 해외 영화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장편 시나리오로 공모전 대상을 받았지만 상업영화 제작은 계속 무산된다. 결국에는 정부 지원으로 독립 장편영화를 만들고,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일을 하면서 3년이 걸리고, 개봉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나리오 집필부터 개봉까지 10년이 걸린 셈이다. <br/><br/>여기서 가장 씁쓸한 것은 재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씁쓸한 것은 기회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의 마음도 조금씩 변한다는 것이다.<br/><br/>처음에는 순수하게 작품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감독’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싶어지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지고, 자신보다 앞서가는 사람을 의식하게 된다.<br/><br/>꿈이 어느 순간부터 꿈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때부터 꿈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동시에 사람을 괴롭히기 시작한다.<br/><br/><br/>최 감독의 욕망을 더욱 재미있게 보여주는 장면은 재기를 꿈꾸는 순간이다.<br/>🔖“아무도 거절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들고 혜성처럼 컴백! 모두가 내 시나리오에 열광하며 달려드는 바로 그 순간!” <br/><br/>‘나 아직 안 끝났어.’<br/>‘내가 다시 보여줄 수 있어.’<br/>‘이번에는 사람들이 나를 인정할 거야.’<br/><br/>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br/>한동안 잘되지 않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뒤집어버리는 순간.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이 놀라고, 자신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고, ‘역시 그 사람은 다르다’는 말을 듣는 순간.<br/><br/>최 감독이 꿈꾸는 컴백은 자신의 인생을 다시 쓰고 싶은 욕망에 가깝다.<br/>그래서 그의 재기는 자신이 실패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싸움이다.<br/><br/>그런 의미에서 제목 속 ‘실격’이라는 단어도 오래 생각하게 된다.<br/><br/>누가 누구를 실격시킨 것일까.<br/>영화계가 최 감독을 실격시킨 것일까.<br/>관객이 실격시킨 것일까.<br/>흥행 실패가 그를 실격시킨 것일까.<br/>아니면 스스로를 ‘망한 감독’이라고 규정하면서 자기 자신을 실격시킨 것일까.<br/><br/>사람은 한 번의 실패로 정말 실격될 수 있을까?<br/>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 감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br/><br/>계속 실패하면서도 다시 시도하는 사람을 어디까지 실패자라고 불러야 할까. 그리고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핑계를 대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은 과연 비웃어야 할까, 아니면 이해해야 할까.<br/><br/><br/>이 작품의 블랙코미디가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br/>보통 실패를 다룬 이야기는 실패를 극복하는 감동적인 서사로 흘러가기 쉽다. 하지만 이 작품은 실패한 사람이 반드시 성숙해지거나 깨달음을 얻는다고 말하지 않는다.<br/><br/>사람은 실패했다고 갑자기 현명해지지 않는다.<br/>상처받았다고 해서 타인을 질투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좌절했다고 해서 <br/>자신의 부족함을 곧바로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br/><br/>때로는 실패한 뒤에도 여전히 허세를 부리고, 여전히 남을 부러워하고, <br/>여전히 자기합리화를 한다. 그게 사람이다.<br/>그래서 최 감독이 웃기면서도 짠하다.<br/>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br/><br/>시즌2를 읽고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본다면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이다.<br/><br/>포기하면 편할 텐데 포기하지 못하는 것.<br/>이제는 그만 내려놓아도 될 것 같은데 계속 붙잡는 것.<br/>그것이 꿈인지 미련인지, 자존심인지 집착인지 스스로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br/><br/>최 감독은 영화라는 꿈을 붙잡고 있지만, 그 꿈이 정말 영화 자체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감독으로 인정받는 나’를 향한 것인지는 끝까지 모호하다.<br/><br/>그 모호함이 오히려 좋았다.<br/>사람이 무언가를 계속 원하는 이유가 언제나 순수하고 명확한 것은 아니니까.<br/><br/>사람은 계속 앞으로 간다.<br/>왜 가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도.<br/><br/>‘누가 영화감독 하라고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br/><br/>책 제목을 생각하다보면 실제로 붙잡고 있는 많은 것들이 그렇다.<br/><br/>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포기하지 못하는 일.<br/>인정해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계속 애쓰는 일.<br/>성공을 보장해준 것도 아닌데 다시 시작하는 일.<br/><br/>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br/>실패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곧바로 끝난 사람은 아니라는 것.<br/><br/>그리고 어쩌면 진짜 ‘실격’은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br/>더 이상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br/><br/>웃기면서도 씁쓸하고, 찌질해서 외면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을 건드리는 소설.<br/><br/>과연 몇 번까지 실패해야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br/>아직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동안에는, 끝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br/><br/>_<br/><br/>#감독실격 #감독실격시즌2 #zinn #9월의햇살 <br/>#소설 #소설추천 #도서협찬 #서평단 #서평 #도서리뷰 <br/>#시리즈 #북리뷰 #책리뷰 #추천도서 #소설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36/34/cover150/k79213974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363409</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실패한 사람의 웃음은 왜 오래 마음에 남는가." - [감독실격 시즌 1 - 이걸 영화라고 찍었냐]</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5927</link><pubDate>Thu, 27 Aug 2026 21: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59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137181&TPaperId=174759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16/19/coveroff/k14213718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137181&TPaperId=174759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감독실격 시즌 1 - 이걸 영화라고 찍었냐</a><br/>Zinn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03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영화감독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카메라 뒤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을 떠올린다.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과 자본을 움직이고, 자신의 이름을 작품에 새기는 사람. 그래서 감독에게는 ‘성공’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가까이 붙어 있는지도 모르겠다.<br/><br/>그런데 《감독 실격》은 그 반대편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br/><br/>이미 한 편의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지만 실패했고,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다음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감독.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스스로도 의심하고, 다른 감독의 성공을 부러워하면서 질투하고, 매일 아침 자신의 데뷔작 평점과 관람평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br/><br/>이 인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진다.<br/>아마 이 소설의 가장 묘한 힘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br/>웃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br/><br/>주인공 최감독은 자신이 ‘폭망한 감독’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영화판에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알고 있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안다. 문제는 타인의 시선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미 자신의 안에 자리 잡은 자기혐오와 패배의식이라는 점이다.<br/><br/>🔖“나는 시나리오를 못 쓴다. 창작의 재능이 없는 것이다.” <br/><br/>영화감독의 자기고백으로만 읽히지 않았다. 오랫동안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존재 자체에서 찾기 시작하는 순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br/><br/>처음에는 ‘이번에는 운이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제작사가 도와주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투자자를 잘못 만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가 반복되면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외부의 이유를 찾는 일을 포기한다.<br/><br/>그리고 가장 잔인한 결론에 도달한다. <br/>‘결국 내가 부족한 사람이었던 건 아닐까.’ <br/>《감독 실격》은 바로 그 마음을 들여다본다.<br/><br/>특히 주인공이 자신의 데뷔작을 둘러싼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이미 오래전에 끝났는데도 그의 인생에서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작품은 과거의 실패로 남았지만, 주인공에게는 현재진행형의 낙인이 되어 있다.<br/><br/>🔖“평점과 관람평 체크는 10년 전 데뷔와 동시에 폭망 이후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모닝 루틴이다.” <br/><br/>이 장면은 처음 읽을 때는 우스꽝스럽다. 망한 영화의 평점을 10년째 확인한다는 행동 자체가 너무 집착적이기 때문이다.<br/><br/>그런데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이것만큼 슬픈 행동도 없다.<br/>정말 잊고 싶다면 보지 않으면 된다.<br/>정말 아무렇지 않다면 확인할 이유도 없다.<br/>그런데 그는 매일 확인한다.<br/><br/>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들고, 혹시라도 자신의 영화를 다시 좋게 봐주는 사람이 나타났을지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자신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확인하면서 오히려 그 실패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붙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사람은 실패를 극복하지 못할 때 실패를 자신의 이름처럼 사용하기도 한다.<br/>이 소설에서 ‘폭망 감독’이라는 표현이 반복되는 것도 그래서 유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br/><br/><br/>《감독 실격》은 영화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내가 이 작품에서 더 크게 보았던 것은 영화계 그 자체보다 사람이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었다.<br/>경력, 흥행 성적, 인지도, 투자 가능성, 인맥.<br/>어떤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처럼 보이지만 그 사람이 얼마나 ‘쓸모 있는가’를 끊임없이 계산하는 세계이기도 하다.<br/><br/>주인공이 기획사에서 기다림을 강요당하고, 어린 후배 PD에게 일방적으로 시간을 통보받고, 두 시간 동안 방치되는 장면은 안쓰러웠다.<br/><br/>🔖“내가 아무리 폭망 감독이라 해도 이건 예의가 아니다.” <br/><br/>그런데 이 문장에서 더 아픈 부분은 ‘폭망 감독이라 해도’라는 말이었다.<br/>이미 주인공 스스로 상대가 자신을 함부로 대해도 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br/><br/>실패했다고 해서 무례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실패를 오래 경험한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부당한 대우조차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쉽다.<br/>그런 점에서 《감독 실격》은 영화계의 갑질이나 냉혹한 현실을 고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가 그 구조가 한 사람의 자존감을 어떻게 갉아먹는가를 보여준다.<br/><br/>‘나는 원래 이런 대우를 받을 사람인가?’<br/><br/>이 질문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 순간부터 타인의 무시는 더 이상 외부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게까지 침투한다.<br/><br/>이 작품에서 최감독은 ‘좋은 사람’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br/><br/>질투. 욕망. 허세. <br/>다른 사람의 성공을 배 아파한다.<br/>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br/><br/>그런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인물이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br/><br/>실패한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겸손하고 성숙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가 오래될수록 사람 안에는 열등감과 질투, 자존심과 욕망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br/><br/>특히 다음 문장은 이 작품의 인물을 아주 잘 보여준다고 느꼈다.<br/><br/>📌“남 영화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진다.” <br/><br/>굉장히 솔직하다.<br/>보통 다른 사람의 성공을 축하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타인의 성공이 나의 실패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br/><br/>특히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br/><br/>‘저 사람은 저렇게 잘하는데 나는 왜 안 되지?’<br/>‘저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는데 왜 나에게는 오지 않지?’<br/>‘저 사람이 성공했다는 사실이 결국 내가 실패했다는 증거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br/><br/>《감독 실격》은 이런 마음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아서 진짜 같다.<br/><br/>동민이라는 인물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br/>🔖“동민은 영화과 졸업 후 입봉 준비만 17년째 중인 감독 지망생이다.” <br/><br/>17년.<br/>숫자만 놓고 보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긴 시간이다. 하지만 작품 속 설명처럼 공모전에 떨어지고, 제작을 준비하다가 무산되고, 계약이 성사될 듯하다가 사라지고, 다시 다른 작품을 준비하다 보면 시간이 그렇게 흘러갈 수도 있을 것이다.<br/><br/>더 씁쓸한 것은 동민 자신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br/>🔖“이번 생에 감독 데뷔는 글렀다는 사실을…. <br/><br/>그런데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br/>최감독은 이미 실패한 감독이고 동민은 아직 실패하지 않은 감독 지망생이다. 그래서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묘한 위안을 얻는다.<br/><br/>🔖“동민은 폭망 감독보다는 감독 지망생이 낫다는 주의다. 감독 지망생에겐 미래가 있지만 폭망 감독에겐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br/><br/>이 관계가 참 씁쓸하면서도 재미있었다.<br/>둘 다 상대방보다 자신이 아주 조금은 나은 위치에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br/>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br/><br/>인간은 완전히 행복해서 살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적어도 나는 저 사람보다는 낫다’는 아주 작은 우월감으로 버티기도 한다. 반대로 누군가의 실패를 보며 자신의 실패를 위로받기도 한다.<br/><br/>그렇다고 이들을 악한 사람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br/>그저 너무 오래 실패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br/><br/>이 작품이 영화계 블랙코미디로만 읽히지 않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주인공이 끊임없이 욕망과 윤리 사이에서 흔들리기 때문이다. 특히 여배우와 관련된 장면들은 최감독의 내면에 있는 욕망과 자기합리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br/><br/>그는 자신이 어디까지 가도 되는지 끊임없이 계산한다. 감독이라는 위치, 상대방의 호의, 술자리, 계약과 평판 등을 머릿속으로 저울질한다.<br/>그러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완전히 부정하지 못한다.<br/>🔖“술 한 잔 까지는 괜찮겠지?” <br/><br/>이런 문장들이 재미있는 이유는 너무 인간적이기 때문이다.<br/>사람은 큰 잘못을 하기 전에 대개 작은 허용부터 만든다.<br/><br/>‘이 정도는 괜찮겠지.’<br/>‘이건 별일 아니겠지.’<br/><br/>그렇게 자기 안에서 허용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간다.<br/><br/>《감독 실격》은 이 과정을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게 하기보다, 사람이 욕망 앞에서 얼마나 쉽게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br/><br/>---<br/><br/>그런데 이 소설의 진짜 힘은 처절한 상황을 굉장히 웃긴 방식으로 바라본다는 점이었다. 두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상대방의 의도를 분석하고, 자신의 자존심이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고, 식사 시간이 애매하다는 것까지 계산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의 밑바닥에는 분명한 절망이 있다.<br/><br/>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화를 내고 싶지만 기회를 잃을까 봐 참는다.<br/>자존심이 상하지만 다음 작품을 위해 견딘다.<br/>상대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이런 모습은 영화계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br/><br/>회사에서, 인간관계에서, 창작의 자리에서, 혹은 꿈을 좇는 과정에서 한 번쯤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다.<br/><br/>‘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하나?’<br/>그런데도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간다.<br/>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br/><br/><br/>🔖“나는 시나리오를 못 쓴다. 창작의 재능이 없는 것이다.” <br/><br/>이 문장은 자기비하처럼 보이지만, <br/>책 전체를 읽고 나면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br/><br/>정말 재능이 없는 사람일까?<br/>혹은 실패를 너무 오래 경험한 나머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야만 <br/>버틸 수 있게 된 사람일까?<br/><br/>창작자에게 재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넘어설 수 있는지, 실패가 정말 실력 부족의 결과인지 우리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br/><br/>한 편의 영화가 흥행하지 못했다고 해서 감독의 모든 능력이 부정되는 것도 아니고, 한 번의 성공이 그 사람의 모든 재능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br/>하지만 현실에서는 너무 쉽게 결과가 사람을 규정한다.<br/><br/>흥행하면 ‘실력 있는 감독’이 되고, 실패하면 ‘망한 감독’이 된다.<br/>그리고 그 이름표가 한 사람의 다음 기회까지 결정한다.<br/><br/>그래서 제목인 《감독 실격》도 읽고 나면 달리 보인다. 누군가에게 ‘실격’ 판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진 가능성까지 부정당하는 경험일 수 있기 때문이다.<br/><br/>그럼에도 최감독은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br/>그게 이 사람의 가장 이상하면서도 솔직한 모습이다.<br/><br/>정말 영화를 싫어했다면 진작 떠났을 것이다.<br/>정말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면 매일 데뷔작의 평점을 확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br/>정말 포기했다면 다시 시나리오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br/>그를 계속 움직이는 것은 성공에 대한 욕망이면서 동시에 영화에 대한 미련이다.<br/><br/><br/>영화판을 넘어, 실패를 견디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영화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줄 것 같다. 감독과 제작사, 투자자, 배우, PD, 작가 지망생 등이 서로 어떤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이는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br/><br/>하지만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다.<br/>이 책이 말하는 것은 영화보다 훨씬 보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br/><br/>실패한 사람은 언제까지 실패한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가.<br/>한 번의 실패가 그 사람의 다음 기회까지 결정해도 되는가.<br/>다른 사람의 성공 앞에서 질투하는 마음은 정말 부끄러운 것인가.<br/>꿈을 오래 좇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일까, 아니면 때로는 미련한 일일까.<br/><br/>‘폭망 감독’<br/>처음에는 우스운 표현이었다.<br/>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br/>그 말이 한 사람을 너무 오랫동안 따라다니는 낙인처럼 느껴졌다.<br/><br/>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한두 번쯤 실패한다.<br/>시험에 떨어질 수도 있고, 사업에 실패할 수도 있고, 사랑에 실패할 수도 있고, 오랫동안 준비한 일이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br/><br/>하지만 실패한 사건과 실패한 인간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br/>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쉽게 둘을 동일시한다.<br/><br/>한 사람을 실패라는 단어 하나로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br/>굳이 교훈적인 문장으로 말하지 않고 최감독의 하루하루를 통해 보여준다.<br/><br/>그리고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이었다.<br/>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br/>실패한 뒤 스스로에게 ‘너는 이제 끝났다’고 말하는 일이 아닐까.<br/><br/>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지만은 않다. <br/>때로는 구차하고, 욕심 많고, 질투하고, 비겁하고, 초라하다. <br/>그래도 계속 마음이 가는 곳이 있다면 사람은 다시 그곳을 향해 돌아간다.<br/><br/>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는 <br/>작은 ‘폭망 감독’이 하나씩 있는지도 모르겠다.<br/><br/>한때는 잘될 거라고 믿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일,<br/>아직도 가끔 검색해 보는 오래된 실패,<br/>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며 부러워했던 순간,<br/>이미 포기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해보고 싶은 꿈.<br/><br/>그 모든 것을 떠올리고 나면 ‘실격’이라는 단어가 다르게 보인다.<br/><br/>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정말 실격인 걸까.<br/>아니면 아직 다음 장면이 시작되지 않았을 뿐인 걸까.<br/><br/>_<br/><br/>#감독실격 #zinn #9월의햇살 <br/>#소설 #소설추천 #도서협찬 #서평단 #서평 #도서리뷰 <br/>#시리즈 #북리뷰 #책리뷰 #추천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16/19/cover150/k14213718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161930</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길을 잃은 시간이 아니라, 나만의 땅을 찾아가는 시간." - [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 - 4점짜리 꼴찌에서 아이비리그 학생이 되기까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5477</link><pubDate>Thu, 27 Aug 2026 17: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547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0232&TPaperId=1747547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6/53/coveroff/k59213023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0232&TPaperId=1747547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 - 4점짜리 꼴찌에서 아이비리그 학생이 되기까지</a><br/>손동민 지음 / 비욘드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공부’보다 ‘길을 잃어야’라는 말이었다. 대개 길을 잃는 것을 실패로 생각한다. 남들보다 늦어지고, 계획에서 벗어나고, 뚜렷한 목표 없이 헤매는 시간을 인생에서 지워야 할 낭비처럼 여기기도 한다. <br/><br/>특히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조금만 다른 길을 선택해도 ‘왜 남들과 다르게 가느냐’는 질문을 받기 쉽다.<br/><br/>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아주심기’라는 비유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모종을 더 넓은 땅으로 옮겨 심는 아주심기는 익숙하고 안전한 환경을 떠나 낯선 흙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오히려 더 힘들고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뿌리가 뻗을 공간이 넓어져야 비로소 식물도 자기 크기만큼 자랄 수 있다.<br/><br/>사람의 성장도 비슷하지 않을까.<br/><br/>안전한 울타리 안에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적지만, 동시에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경험도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면 당장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고, 돌아가는 길을 택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견딜 수 있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br/><br/>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의 성공 자체보다 성공에 도달하기 전의 시간이다. 수학 4점이라는 열등감, 따돌림의 경험, 파일럿이라는 꿈의 좌절, 대학이라는 정해진 경로 대신 선택한 낯선 경험들. <br/><br/>겉으로만 보면 효율적인 인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시간들이다. 하지만 책은 그 시간을 뒤늦게 성공하기 위한 ‘스펙’으로 포장하기보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을 이해해 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이 지점에서 ‘성장에는 반드시 직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br/><br/>성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br/>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게 깔끔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br/><br/>어떤 때는 멈추기도 하고, 뒤로 물러서기도 하고, 한참을 돌아가기도 한다. 그때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경험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있기도 한다.<br/><br/>책 속의 🔖“방황은 낭비가 아니라, 나를 더 나답게 빚어가는 치열한 성장의 과정”이라는 문장이 바로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br/><br/>특히 ‘방황’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만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좋았다. 물론 모든 방황이 저절로 의미 있는 경험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무조건 성장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방황하는 동안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배우며, 그 경험을 어떻게 자기 삶의 방향으로 연결하느냐일 것이다.<br/><br/>그런 면에서 이 책의 이야기에서 ‘방황해도 괜찮다’는 길을 잃었을 때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에 가깝게 느껴졌다.<br/><br/><br/>또 하나 마음에 남은 것은 아이비리그라는 결과보다 그곳에서조차 계속되는 불안과 고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흔히 말해 명문대 입학을 인생의 결승선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출발점일 뿐이다. 책에서는 아이비리그에서의 첫 학기를 에베레스트의 ‘데드존’에 비유한다.<br/><br/>🔖“아이비리그에서의 첫 학기는 내게 딱 그런 기분이었다.” <br/><br/>이 대목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컬럼비아대학교에 들어갔다’는 화려한 결과 뒤에도 여전히 버거운 현실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렵게 얻은 기회라고 해서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서는 또 다른 기준과 경쟁, 불안과 외로움을 마주하게 된다.<br/><br/>그래서 성공을 하나의 목적지가 아니라 계속해서 자신을 적응시키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배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처음에는 배를 ‘도피’의 수단으로 선택했지만, 그곳에서 오히려 사람과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br/><br/>🔖“내가 ‘도피’로 선택했던 이 배가, 사실은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사람’으로 바꿔놓고 있었다.” <br/><br/>이 문장은 책 전체의 흐름과도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소를 바꾸거나 새로운 일을 선택할 때가 있다. 그런데 때로는 도망쳤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진짜 나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익숙한 관계와 환경에서 벗어나야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도 있기 때문이다.<br/><br/>그리고 ‘공부’의 의미도 달라진다.<br/>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시험 성적만을 공부라고 생각한다면 저자의 7년은 상당 부분 비효율적인 시간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을 경험하고, 사람을 만나고, 노동하고, 실패하고, 다시 선택하는 과정 역시 한 사람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공부가 될 수 있다.<br/><br/>책의 목차에 있는 ‘공부는 지식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라는 문장이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공부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모르는 것을 어떻게 대하는지, 실패했을 때 어떻게 다시 시작하는지, 다른 사람에게서 무엇을 배우는지까지 공부의 영역을 넓혀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br/><br/>무엇보다 이 책은 청춘에게만 필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br/>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br/>아이가 넘어질까 봐 모든 길을 미리 닦아주는 것이 정말 사랑일까? <br/>실패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언제나 좋은 부모의 역할일까? <br/><br/>책에서 말하는 부모의 역할은 아이 대신 인생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br/>아이가 자기 힘으로 선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에 더 가깝다.<br/><br/>물론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녀가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늦어지는 것처럼 보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빨리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곳에 내 발로 도착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br/><br/>책을 읽으며 마음에 남은 문장은 프롤로그의 이 부분이었다.<br/>🔖“중요한 건 무너지지 않는 속도가 아니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방향’이다.” <br/><br/>속도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는 시대라서 그런지 더욱 마음에 들어왔다. <br/>사람들은 늘 비교한다. 누군가는 나보다 먼저 대학에 가고, 누군가는 더 빨리 취업하고, 누군가는 더 많은 돈을 벌고, 누군가는 더 안정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면 내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조급해진다.<br/><br/>하지만 속도가 느리다는 것과 방향이 틀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br/>조금 늦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알고 있다면 다시 걸을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면 언젠가는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br/><br/>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라는 제목은 길을 잃은 순간에도 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사람이 자기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br/><br/>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생각이 남았다.<br/>인생에는 누구에게나 각자의 ‘화분’이 있는 것 같다. 부모가 만들어준 안전한 환경일 수도 있고,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일 수도 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고, ‘나는 원래 이 정도밖에 안 돼’라고 스스로 정해버린 한계일 수도 있다.<br/><br/>그 화분이 나를 보호해주는 동안에는 편안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뿌리가 더 이상 뻗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어쩌면 필요한 것은 더 좋은 화분이 아니라 화분 밖으로 나갈 용기일지도 모른다.<br/><br/>물론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곧바로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br/>낯선 땅에서는 한동안 시들어 보일 수도 있고, 비바람을 맞을 수도 있다. 남들보다 늦게 자랄 수도 있다.<br/><br/>하지만 그래도 괜찮다.<br/>식물마다 자라는 계절이 다르듯 사람에게도 자기만의 시간이 있으니까.<br/><br/><br/>《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는 ‘꼴찌에서 아이비리그까지’라는 극적인 결과만으로 기억할 책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 결과에 도착하기까지 돌아갔던 수많은 길, 실패했던 선택, 외로웠던 순간, 다시 시작했던 시간들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쓸모없어 보이는 경험이 어떻게 의미 있는 자산으로 바뀌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힌다.<br/><br/>'나는 지금 어디에 심겨 있는가.<br/>그리고 이곳에서 정말 내 뿌리를 충분히 뻗고 있는가.'<br/><br/>혹시 지금 남들보다 뒤처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될 것 같다. 아직 목적지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반드시 길을 잃은 것은 아닐 테니까. 어쩌면 지금 걷고 있는 돌아가는 길 위에서야 비로소 자신만의 지도를 그리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br/><br/>그리고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지금의 방황이 실패한 시간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가장 깊이 공부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조금 늦게 도착한 삶도 충분히 아름답지 않을까.<br/><br/>빠르게 자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뿌리내릴 땅을 스스로 찾는 것.<br/>이것이 《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가 남기고자 할 여운일 것이다.<br/><br/>_<br/><br/>#길을잃어야진짜공부다 #비욘드 #손동민 <br/>#자기계발 #처세술 #신간 #신간도서 #동기부여 <br/>#도서리뷰 #서평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6/53/cover150/k59213023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165302</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는 이미 투자자다.” - [투자하는 뇌 - 오늘의 선택을 내일의 자산으로 만드는 생각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4708</link><pubDate>Thu, 27 Aug 2026 10: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47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42130036&TPaperId=174747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01/85/coveroff/k7421300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42130036&TPaperId=174747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투자하는 뇌 - 오늘의 선택을 내일의 자산으로 만드는 생각법</a><br/>가미오카 마사아키 지음, 류두진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08월<br/></td></tr></table><br/>- 이 게시물은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투자하는 뇌》를 읽으며 가장 먼저 붙잡게 된 생각이다. ‘투자’라고 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펀드처럼 돈을 넣고 수익을 기대하는 행위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는 투자는 훨씬 넓다. 내가 가진 돈뿐 아니라 시간, 노동력, 경험, 에너지까지 어디에 사용하고 무엇으로 되돌려 받을 것인지 고민하는 모든 선택이 투자라는 것이다.<br/><br/>이 관점으로 바라보면 하루의 모습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출근하는 시간도, 책을 읽는 시간도,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도, 새로운 일을 배우기 위해 들이는 노력도 모두 미래의 나에게 무언가를 남기는 행동이 될 수 있다. <br/><br/>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낸 시간이나 충동적인 소비 역시 내가 가진 자원을 사용한 선택이다. 투자하지 않는 삶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내 자원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의식하고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br/><br/>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비 뇌’와 ‘투자 뇌’를 구분하는 방식이었다. 소비는 지금의 만족을 위해 자원을 사용하지만, 투자는 미래의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현재의 자원을 배분한다. 그렇다고 모든 소비를 나쁜 것으로 몰아가는 것도 아니다. <br/><br/>책 속에서 🔖“돈을 절약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소비를 최대한 줄여 무리하게 뭔가를 포기하거나, 사고 싶은 책이나 여행을 참거나, 투자해야 할 시점에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미룬다면 돈을 포함해 인생의 그릇 자체가 작아지고 만다.”라는 대목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br/><br/>이 문장은 투자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균형 있게 만들어 준다. 무조건 아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지금의 나를 성장시키고 삶의 경험을 넓혀 주는 지출이라면 그것 역시 미래를 위한 투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썼느냐보다 무엇을 위해 썼느냐에 가까울 것이다.<br/><br/>또 하나 오래 생각하게 만든 것은 ‘기회 손실’이라는 개념이었다. 돈을 잃는 것은 숫자로 확인할 수 있지만, 하지 않아서 놓친 기회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쉽게 지나친다. <br/><br/>책에서는 🔖“투자 뇌에서는 인생의 모든 사안을 기회 손실 여부로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br/><br/>이 문장을 읽고 나니 선택하지 않은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라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배우고 싶었지만 미뤄 둔 것, 해보고 싶었지만 실패가 두려워 시작하지 않은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를 피한 것,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익숙함에 머문 것. 이런 것들은 당장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형태의 비용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br/><br/>그래서 🔖“실패도 100% 경험으로 만들면 된다. 망설임 끝에 실천하지 않아 나타나는 기회 손실은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가장 큰 손실액이기 때문이다.”라는 문장도 강하게 다가왔다.  <br/><br/>물론 모든 행동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에서도 손실이 존재하듯 인생의 선택에도 실패는 따라온다. 하지만 실패한 경험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 실패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음 선택의 판단력을 높여 주는 자산이 될 수 있다. <br/><br/>반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성공도 실패도 경험할 수 없다. <br/>이 책이 말하는 ‘투자 뇌’는 행동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그것을 다시 미래에 재투자하는 사고방식에 더 가까워 보였다.<br/><br/>경험을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흥미로웠다.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만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가 살아오며 배운 것, 실패하면서 깨달은 것,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얻은 것, 특정 분야에서 쌓은 지식과 감각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br/><br/>특히 🔖“구체적으로는 몸에 밴 지식과 경험, 인맥은 행동에 바로 활용하길 바란다. 복리는 이때 작동한다.”라는 문장은 경험의 진짜 힘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경험은 단순히 많이 가지고 있다고 저절로 가치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새로운 행동과 연결할 때 복리처럼 증폭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br/><br/>시간에 대한 이야기 역시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조건은 누구에게나 같지만, 그 시간을 무엇에 배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아침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움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정보 소비와 실제 행동 사이에 얼마나 시간을 배분하는지는 장기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br/><br/>다만 책의 메시지를 ‘무조건 생산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휴식이나 취미, 여행처럼 당장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시간도 삶에는 분명한 가치가 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소비인지 투자인지 스스로 알고 선택하는 것일 것이다. 쉬는 것조차 내게 에너지를 회복시켜 다음 일을 가능하게 한다면 그것 역시 필요한 투자일 수 있다.<br/><br/>이 책에서 말하는 투자 뇌는 돈을 많이 버는 기술만을 뜻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배분할지 판단하는 능력이고, 현재의 선택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남길지 생각하는 습관이다.<br/><br/>“나는 지금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가?”<br/><br/>돈만 떠올렸다면 아마 책을 읽고 떠오른 이 질문에 답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 경험, 에너지, 노동력까지 모두 포함해 생각하니 답이 훨씬 복잡해졌다. <br/><br/>하루 동안 내가 사용하는 시간 가운데 미래의 나에게 남는 것은 얼마나 될까. 내가 배우는 것 중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얼마나 될까. <br/>나를 성장시키는 관계와 경험에는 얼마나 투자하고 있을까. <br/>반대로 아무런 가치도 남기지 못한 채 흘려보내는 자원은 얼마나 될까.<br/><br/>《투자하는 뇌》는 먼저 내 삶의 자원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꾸라고 말하는 책처럼 느껴졌다. 특히 🔖“이미 일어난 일은 중요하지 않다.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더 중요하다.”라는 문장도 오래 남는다. <br/><br/>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앞으로의 행동으로 연결할지는 지금의 내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가진 것을 허투루 사용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돈도 자산이고 시간도 자산이며 경험도 자산이라면, 오늘 하루를 보내는 방식 자체가 미래를 만들어 가는 투자 행위일 테니까.<br/><br/><br/>무엇을 살 것인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지, <br/>얼마나 아낄 것인지보다 어디에 배분할 것인지, <br/>실패하지 않는 방법보다 실패를 경험으로 바꾸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br/><br/>오늘 내가 쓰는 시간과 돈, 그리고 에너지가 미래의 나에게 어떤 자산으로 남을 것인가. ‘투자하는 뇌’를 갖는다는 것은 이 질문을 매일 잊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br/><br/>    <br/>_<br/><br/>#투자하는뇌 #가미오카마사아키 #오픈도어북스 <br/>#경제경영 #자기계발 #신간 #신간도서 #도서리뷰 <br/>#새로나온책 #도서추천 #책추천 #서평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01/85/cover150/k7421300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018505</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법을 몰라서 억울한 사람에게, 누군가 끝까지 곁에 있어준다는 것." - [편들어 드립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3407</link><pubDate>Wed, 26 Aug 2026 18: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34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0836&TPaperId=174734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90/9/coveroff/k0221308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0836&TPaperId=174734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편들어 드립니다</a><br/>창천 변호사들 지음 / 도서출판 독 / 2026년 08월<br/></td></tr></table><br/>법은 나와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법원이나 변호사, 판결문 같은 단어를 떠올리면 평범한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거대한 세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 곳곳에는 이미 법이 들어와 있다. 집을 계약하는 순간에도, 가족과 재산을 나누는 순간에도, 회사를 다니는 순간에도,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에도 법은 보이지 않는 선처럼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다.<br/><br/>문제는 그 선이 언제 끊어지는지, 내가 어느 순간부터 보호받지 못하는지를 평범한 사람은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br/><br/>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법을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부당한 일을 당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변호사의 문을 두드린다.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묻고, 평생 가족을 위해 진 빚이 이혼 후에는 왜 자신의 빚으로만 남는지 묻고,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뒤 자신에게 정말 잘못이 있었던 것인지 되묻는다.<br/><br/><br/>살면서 비슷한 순간을 만나기 때문에 이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았다.<br/>상대방이 분명 약속을 어긴 것 같은데 계약서에는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을 때, 분명 부당한 일을 당한 것 같은데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모를 때, 내가 피해자인 것 같은데 오히려 내가 무언가 잘못한 사람처럼 몰릴 때가 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분노보다도 당혹스러움일지도 모른다.<br/><br/>‘이게 정말 내가 잘못한 걸까?’<br/>‘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보호받을 수 없는 걸까?’<br/>‘내가 억울하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걸까?’<br/><br/>이 책은 바로 그 질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br/>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변호사들이 사건의 승패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사건은 판결문 한 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판결문을 받아든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까지 이어진다.<br/><br/>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가족을 위해 사업을 이어가며 막대한 빚을 떠안은 남편의 이혼 재산분할 사건이었다.<br/><br/>겉으로 보면 남편에게 상당한 재산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재산 뒤에는 오랜 시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감당해온 사업상의 채무가 있었다. 가족의 생활비와 자녀들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을 이어갔고,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br/><br/>그런데 이혼이라는 순간에 이르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br/><br/>눈에 보이는 아파트와 부동산은 재산으로 평가되지만, 그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법인의 채무는 개인이나 부부의 공동채무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었다. 한 사람에게는 자산이 남고 다른 사람에게는 빚이 남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br/><br/>여기에서 법과 삶 사이의 간극을 생각하게 된다.<br/><br/>법은 법인과 개인을 구분해야 하고, 재산과 채무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그것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필요한 원칙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족의 30년을 들여다보면 그 관계는 그렇게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는다.<br/><br/>사업으로 번 돈이 가족의 생활비가 되고, 가족의 생활을 위해 사업이 유지되고, 사업을 위해 받은 대출이 다시 가족의 경제적 기반을 지탱하기도 한다.<br/>삶은 서로 얽혀 있는데 법은 그 얽힌 관계를 하나씩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br/>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자신이 평생 가족을 위해 감당했던 희생이 법정에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br/><br/>이 사건을 읽으며 ‘법은 과연 어디까지 삶의 실질을 담아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법이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법이 언제나 개인이 느끼는 공평함과 일치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게 다가왔다.<br/><br/><br/>전세 계약 이야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섬뜩했다.<br/>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하고,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계약을 무효로 하고 계약금을 돌려받는다는 취지의 특약까지 넣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제 자신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br/><br/>하지만 법적인 보호에는 별도의 조건과 시점이 존재했다.<br/>아직 입주하지 않았고 전입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라면,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까지 지급했다고 해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공하는 모든 보호를 곧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br/><br/>이 대목이 무서웠던 이유는 법이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br/><br/>우리는 ‘계약서를 작성했으니 이제 법적으로 보호받겠지’라고 생각한다. <br/>그러나 법에는 권리가 발생하는 시점이 있고,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요건이 있다. <br/><br/>평범한 사람에게는 그 차이가 너무 작아 보일 수 있다.<br/>하지만 수천만 원, 혹은 수억 원이 오가는 순간 그 작은 차이는 인생을 뒤흔드는 엄청난 차이가 된다.<br/><br/>더욱 씁쓸했던 것은 승소 판결을 받아도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법원에서 ‘당신의 주장이 옳다’는 판단을 받는 것과 실제로 돈을 돌려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br/><br/>판결문이 있다고 해서 상대방의 재산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br/>이 부분에서 법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믿음 하나가 흔들렸다.<br/><br/>법은 피해를 인정해줄 수 있지만, 언제나 피해를 원상회복시켜주는 것은 아니다.<br/>그래서 법은 문제가 발생한 뒤 찾는 것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알아두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부당해고 사건 역시 오래 생각하게 했다.<br/>한 회사가 폐업하고 새로운 회사가 설립되면서,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는 자신을 해고한 회사 자체가 사라진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겉으로는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책임을 묻는 것조차 쉽지 않다.<br/><br/>여기에서 변호사와 의뢰인의 싸움은 ‘부당해고가 맞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br/>과거 회사와 새로운 회사가 실제로 얼마나 연결되어 있었는지, 영업이 이어졌는지, 돈의 흐름은 어떠했는지, 기존 회사의 사업이 새로운 회사로 넘어간 것은 아닌지 등을 하나씩 찾아야 했다.<br/><br/>특히 이 사건에서 마음에 남은 것은 1심 승소가 곧 모든 싸움의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힘겹게 1심에서 이겼지만 상대방이 항소하면서 다시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br/><br/>소송이라는 것이 ‘옳은 사람이 결국 이긴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그 증명을 위해 자료를 모아야 하고, 상대방의 반박에 다시 대응해야 한다. 때로는 몇 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편들어준다’는 것은 무조건 의뢰인의 말이 옳다고 믿어주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의뢰인이 가진 이야기를 법이라는 언어로 다시 정리하고, 가능한 길과 불가능한 길을 함께 확인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어디까지 싸울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찾아주는 것이 진짜 편이 되어주는 일에 가깝지 않을까.<br/><br/><br/>《편들어 드립니다》에는 여러 분야의 사건들이 등장한다.<br/><br/>가족 문제도 있고, 계약 문제도 있고, 보험금이나 기업 인수합병처럼 일반인에게는 낯선 사건도 있다. 형사 사건과 국가배상, 노동 문제처럼 서로 전혀 다른 법률 영역도 등장한다.<br/><br/>그런데 사건의 종류가 달라도 반복해서 등장하는 감정은 비슷하다.<br/><br/>억울함. 두려움. 분노. 막막함.<br/>그리고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br/><br/>그래서 이 책은 법률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사람이 얼마나 쉽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처럼 느껴졌다.<br/><br/>대부분 법을 냉정한 것으로 생각한다.<br/>법조문에는 감정이 없고, 판결에는 사정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법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결국엔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br/><br/>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빚을 졌고,<br/>누군가는 어렵게 모은 전세금을 잃었으며,<br/>누군가는 자신이 일하던 회사를 하루아침에 잃었다.<br/><br/>법률 사건이라는 이름 아래에는 이렇게 구체적인 사람들이 있다.<br/>이 책에서 변호사들이 사건의 결과만이 아니라 의뢰인이 어떤 표정으로 사무실을 찾아왔는지, 무엇 때문에 괴로워했는지, 왜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는지를 함께 이야기하는 이유도 그래서 이해할 수 있었다.<br/><br/>‘편들어 드립니다’라는 제목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br/>처음에는 제목이 꽤 직접적으로 느껴졌다.<br/><br/>변호사는 의뢰인의 편에 서는 사람이니 ‘편들어 드립니다’라는 제목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br/>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이 제목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br/>편을 든다는 것은 상대방을 무조건 이겨주는 일이 아니다.<br/><br/>때로는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도 편을 드는 일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알려주는 것도 편을 드는 일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도 그 이후에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찾는 것 역시 누군가의 편에 서는 방법일 것이다.<br/><br/>무엇보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 한 사람이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될 수 있다.<br/><br/>법정에서 누군가를 대신해 말해주는 것만이 변호사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br/>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그 목소리를 다시 찾도록 도와주는 것.<br/>무엇이 억울한지조차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법이라는 언어로 번역해주는 것.<br/>그리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싸움에서 가능한 길을 함께 찾아가는 것.<br/>그것이 이 책이 보여주는 ‘편’의 의미처럼 느껴졌다.<br/><br/>책을 덮고 나서 오히려 법이 가까워졌다<br/><br/>《편들어 드립니다》를 읽고 난 뒤 법에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조건과 예외와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br/><br/>‘상식적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br/>‘법적으로 보호받는다’는 것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br/>그리고 그 차이를 모르고 지나가는 순간,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br/><br/>그래서 계약서를 쓰기 전에 한 번 더 살펴보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법적 권리를 확인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혼자서 억울함만 삼키기보다 도움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무엇보다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사건의 극적인 결과보다 그 사건을 견뎌낸 사람들의 모습이었다.<br/><br/>수십 년 동안 가족을 위해 살아온 사람도, 어렵게 모은 돈을 잃은 사회 초년생도,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도 모두 자신의 삶에서는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br/><br/>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건의 당사자’가 되었을 뿐이다.<br/><br/>법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을 만났을 때 필요한 마지막 안전망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안전망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법을 아는 사람뿐 아니라, 그 법 앞에 선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br/><br/><br/>법은 차갑고 복잡할 수 있지만, <br/>그 법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차가울 필요는 없다는 것.<br/>누군가에게는 몇 줄의 계약 조항이지만, <br/>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 모은 재산일 수 있고,<br/>누군가에게는 하나의 판결문이지만, <br/>다른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삶 전체가 걸려 있을 수 있다.<br/><br/><br/>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옳더라도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br/><br/>그런 순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br/>누군가에게 필요한 ‘편’은 바로 거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br/>_<br/><br/><br/><br/>이 게시물은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편들어드립니다 #독 #창천변호사들 #채널A #굿피플 <br/>#사회도서 #법이야기 #법 #법률 #신간 #신간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90/9/cover150/k0221308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900983</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오늘의 당연함은 누군가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 [세계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 정의의 이정표가 된 판결부터 권력의 흉기가 된 재판까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3343</link><pubDate>Wed, 26 Aug 2026 17: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334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82130036&TPaperId=174733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01/81/coveroff/k78213003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82130036&TPaperId=1747334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계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 정의의 이정표가 된 판결부터 권력의 흉기가 된 재판까지</a><br/>권재원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법정이라고 하면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고, 유죄와 무죄를 판단하는 공간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권재원의 《세계의 법정을 열겠습니다》를 따라가다 보면 법정은 그보다 훨씬 더 넓은 의미를 가진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br/><br/>한 시대가 무엇을 옳다고 믿었는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받아들이지 못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이다.<br/><br/>특히 책의 시작을 여는 니콜라이 바빌로프의 이야기는 오래 마음에 남았다.<br/>농업의 미래를 위해 세계 곳곳의 종자를 수집하고 식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연구했던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와 신념 때문에 오히려 국가의 적으로 몰리고,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과학이 결코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영역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br/><br/>바빌로프와 리센코의 대립은 과학적 근거보다 정치적 이념에 부합하는 주장이 선택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br/><br/>책에서 바빌로프가 🔖“전 세계 수천 명 과학자들이 수십 년의 실험으로 쌓아 올린 진실”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br/><br/>진실은 누군가의 권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검증과 실험, 수많은 반론과 축적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br/>그리고 그 진실이 권력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부정될 수 있다는 것은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br/><br/>바빌로프 이야기에서 더 서늘하게 다가온 것은 그의 마지막 말보다도 그가 왜 처벌받았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그는 농업을 망치려 했던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기근에 시달리는 조국의 농업을 살리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권력은 그의 과학적 주장을 검증하는 대신 그를 정치적으로 규정했다. 법정은 진실을 가리는 공간이 아니라 권력이 원하는 결론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변질되고 말았다.<br/><br/>🤔 ‘법은 언제나 정의로운가?’<br/><br/>역사를 돌아보면 법적으로 내려진 판결이라고 해서 반드시 정의로운 것은 아니었다. 드레드 스콧 판결, 수전 B. 앤서니 재판, 헤이마켓 사건, 사코와 반제티 사건처럼 당시의 법과 제도가 오히려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억압한 사례도 있었다. 반대로 한 시대에는 논쟁적이었던 판결이 훗날 새로운 권리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판결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던졌고, 무엇을 지키려 했으며,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다.<br/><br/>특히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들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부단한 노력으로 얻어진 것입니다.”라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의미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br/><br/>너무 쉽게 사용하는 ‘권리’라는 단어 뒤에는 실제로 누군가의 싸움과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br/><br/>하루 8시간 노동, 표현의 자유, 여성의 참정권, 노동자의 권리, 동성혼에 대한 법적 인정, 전쟁범죄에 대한 처벌, 기술과 창작물에 대한 지적재산권까지 지금은 제도와 법률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들이지만,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았고, 누군가는 체포되었으며, 누군가는 목숨까지 잃었다.<br/><br/>그중 헤이마켓 사건은 특히 마음을 무겁게 했다. <br/>🔖“사건은 핑계에 불과했습니다.”라는 책 속 문장처럼, 폭력 사건 자체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한 사람들의 신념과 사상을 억누르려 했다는 점이 섬뜩했다. <br/><br/>법이 범죄를 판단하는 도구만이 아닌 특정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때, 법과 정의 사이에는 얼마나 큰 간극이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br/><br/>밀로셰비치 재판도 오래 생각하게 했다. <br/>피고인이 판결을 받기 전에 사망하면서 법적으로 유죄라는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남겨진 증언과 기록은 이후 다른 전범들을 심판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br/><br/>🔖“재판 기록은 남았습니다.”라는 사실이 묘하게 오래 남았다. <br/><br/>한 사람에 대한 재판이 반드시 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판결에 이르지 못한 재판조차 역사에 기록을 남기고, 훗날 다른 사건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법정에서 남겨진 기록은 그 시대가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외면했는지를 증언하는 또 하나의 역사일 것이다.<br/><br/>표현의 자유를 다룬 허슬러 대 폴웰 사건 역시 흥미로웠다.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는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풍자와 패러디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모욕과 혐오로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불쾌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표현을 제한한다면 자유로운 비판과 풍자의 영역 역시 위축될 수 있다.<br/><br/>책에서 🔖“물론 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라고 이어지는 부분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br/><br/>중요한 판결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것을 똑같이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br/>하나의 판결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하고, 그 논쟁이 사회의 기준을 조금씩 만들어 간다는 점이 흥미롭다.<br/><br/>이 책이 좋은 이유는 법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데에도 있다. <br/>갈릴레이부터 바빌로프, 드레드 스콧, 헤이마켓, 뉘른베르크와 도쿄, 밀로셰비치, 전두환·노태우, 워터게이트,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허슬러 대 폴웰, 그리고 애플과 삼성으로 이어지는 특허 분쟁까지 사건의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br/><br/>그런데 서로 전혀 다른 사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질문이 있다.<br/>▶️‘우리는 무엇을 옳다고 판단할 것인가?’<br/><br/>과학에서는 진실과 권위가 충돌하고, 정치에서는 권력과 정의가 충돌하며, 사회에서는 자유와 그 한계가 충돌한다. 기술의 영역에서는 창작과 독점 사이의 경계가 문제가 된다. 결국 법정에 올라온 것은 사건 하나가 아니라 그 시대가 풀지 못했던 질문들이었던 셈이다.<br/><br/>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보이기 시작했다.<br/>오늘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권리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너무 급진적이고 위험한 주장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 반대로 오늘 다수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이 훗날에는 잘못된 통념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br/><br/>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다수가 믿고 있으니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br/>때로는 멈춰서서 질문하는 일일 것이다.<br/><br/>정말 그런가? 왜 그래야 하는가?<br/>이 법은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침묵시키는가?<br/>지금의 상식은 과연 누구의 희생 위에 세워졌는가?<br/><br/>책의 에필로그에서 🔖“누군가는 말하지 못한 진실을 품은 채 홀로 분투하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다. <br/><br/>역사 속 재판을 읽는 일이 과거의 사건을 공부하는 일만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과거의 법정에는 이미 지나간 사람들이 서 있지만, 그들이 던진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br/><br/>그리고 책을 덮고 나니 ‘법정의 문이 닫혔다’는 느낌보다 지금부터 내가 살아가는 현실의 문이 다시 열린다는 느낌이 들었다.<br/><br/>누군가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될 때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는지, 다수가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사실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법과 제도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곧 정의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br/><br/>《세계의 법정을 열겠습니다》는 법정이라는 장소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쉽게 권력을 진실보다 앞세울 수 있는지, 동시에 한 사람의 질문과 저항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br/><br/>❗️오늘의 ‘당연함’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다.<br/><br/>그리고 어쩌면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만들어진 당연함을 그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정말 옳은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법정은 과거에 있었지만, 그곳에서 오간 질문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br/> <br/>이 책을 읽고 이 한가지를 품게 되었다.<br/>‘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br/><br/>누군가의 용기 덕분에 지금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면, 우리 역시 <br/>지금의 세상에서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묻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br/><br/>_<br/><br/>#세계의법정을열겠습니다 #권재원 #북트리거 <br/>#사회 #역사 #사회학 #정치 #법 #판결문 #재판 <br/>#신간 #신간도서 #새로나온책]]></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01/81/cover150/k7821300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018146</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불행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 곁에서 좋은 삶을 선택하는 법." -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 - 일상의 사소한 기쁨을 선택하는 태도에 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1695</link><pubDate>Tue, 25 Aug 2026 21: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16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133&TPaperId=174716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3/98/coveroff/k75213013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133&TPaperId=174716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 - 일상의 사소한 기쁨을 선택하는 태도에 관하여</a><br/>정지우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포레스트출판사 (@forest.kr_ )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살다 보면 행복해지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조금만 더 형편이 나아지면, 지금의 걱정이 해결되면, 원하는 것을 이루면 그때는 비로소 마음 편히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행복을 미래의 어느 지점에 가져다 놓고 지금의 삶은 잠시 견뎌야 하는 시간처럼 여기게 된다.<br/><br/>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br/>문제 하나가 해결되면 정말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가. <br/>하나의 목표에 도착하면 그곳에 영원히 머물 수 있는가. <br/>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br/><br/>하나의 불안이 지나가면 또 다른 불안이 찾아오고, 하나의 욕망을 채우면 또 다른 욕망이 생긴다. 우리가 불행한 이유 중 하나는 불행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불행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행복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br/><br/><br/><br/>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행복을 불행의 반대편에 세워두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동안 불안도 생기고, 관계에서 상처도 받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생긴다. 아무리 노력해도 걱정거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을 전부 제거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한 목표일지도 모른다.<br/><br/>책에서 말하는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행이 내 삶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되, 그것이 내 삶의 전부가 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는 것에 가깝다.<br/><br/>책 속에서 저자는 🔖“오늘의 문제는 그저 오늘의 문제로 남겨두고 잊어버리는 일이 때로는 필요하다”고 말한다. <br/><br/>오늘 생긴 하나의 문제를 너무 쉽게 인생 전체의 문제로 확대한다. 누군가에게 들은 한마디가 하루를 망치고, 하루의 실패가 일주일의 기분을 끌어내리고,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나는 원래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진다.<br/>하지만 힘든 일이 있었다는 사실과 내 인생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br/><br/>오늘은 오늘의 문제만큼만 힘들어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br/>오늘의 실패에 내일의 실패까지 미리 끌어다 놓지 않고, <br/>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불행까지 현재의 마음속에 들여놓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은 조금 덜 무거워질 수 있을 것 같다.<br/><br/>특히 마음에 남았던 표현은 ‘나와 가장 사이좋은 불행을 찾아서’였다.<br/><br/>저자는 모든 불행을 제거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차라리 내가 감당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불행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생각한다. <br/>🔖“나와 가장 사이좋은 불행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준다.<br/><br/>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행복만 선택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br/><br/>어떤 일을 선택하면 그에 따르는 피로를 감수해야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면 상처받을 가능성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가족을 선택하면 책임이 생기고, 자유를 선택하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행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br/><br/>중요한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불행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것인가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완벽한 삶’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던 마음에도 제동을 건다.<br/><br/>책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외로 냉정한 시선을 보여준다.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반드시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br/>더 나은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더 좋은 선택이 있을 수 있고, 지금보다 훨씬 근사한 삶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오히려 현재의 삶을 제대로 선택하지 못할 수 있다.<br/><br/>🔖“무한한 가능성에 사로잡히면 사람은 그 무엇에도 만족할 수 없게 된다”는 문장은 요즘의 삶을 생각하게 했다.<br/><br/>지금은 선택지가 너무 많은 시대이다.<br/>누군가의 여행을 보고 나면 내 여행이 부족해 보이고, 다른 사람의 직업과 삶을 보면 내가 선택한 길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인간관계, 더 나은 배우자, 더 멋진 삶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생각은 끝이 없다. 그런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살아가는 것과 하나의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것은 어쩌면 반대 방향일지도 모른다.<br/><br/>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동시에 다른 가능성들을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이다.<br/>그래서 지금 내가 가진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삶이다’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능성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의 삶에 마음을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고 있는 것이 내가 된다”라는 책의 한 문장도 깊이 생각하게 했다.<br/><br/>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br/>혹은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이 어떤 사람을 만들어가고 있는가.<br/><br/>미래의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오늘 반복하는 행동에 더 가까울 것이다. <br/>매일 무엇을 보고, 누구와 이야기하고, 무엇에 시간을 쓰고, 무엇을 포기하는지가 나라는 사람의 모양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행복 역시 특별한 날에 갑자기 찾아오는 감정이라기보다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일 수 있겠다.<br/><br/>책을 읽으며 특히 좋았던 부분은 행복을 지나치게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이것이 내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하면서, 삶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랑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br/><br/>이 문장은 행복에 대한 꽤 현실적인 정의처럼 느껴졌다.<br/><br/>삶이 늘 사랑스러운 것은 아니다.<br/>어떤 날은 아무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사람에게 지치고, 내가 선택한 것까지 의심스럽다. 그런 날에도 삶을 사랑해야 한다면 그것은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작은 이유라도 찾아내는 일에 가까울 것이다.<br/><br/>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산책을 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읽고, 누군가와 웃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선택한 오늘을 조금 더 괜찮은 하루로 만들어보는 것.<br/><br/>행복은 어쩌면 이런 사소한 선택들의 총합일지도 모른다.<br/><br/>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책 속에 등장하는 ‘조금 지쳤나 보다’라는 말도 참 따뜻했다.🔖“조금 지쳤나 보구나”라는 말에는 상대의 잘못을 곧바로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바라보는 마음이 들어 있다.  <br/><br/>사람은 늘 최상의 상태로 살아가지 않는다. 나도 지치고, 상대도 지치고, 그래서 평소와 다른 말이나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때 ‘왜 저래?’라고 단정하는 대신 ‘조금 지쳤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수많은 관계가 조금은 덜 날카로워지지 않을까.<br/><br/>타인을 이해하는 일과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br/>나에게도 “오늘은 조금 지쳤나 보다”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br/>오늘 내가 예민했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고, 오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삶 전체가 실패한 것도 아니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를 살아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에게 벌을 줄 필요는 없다.<br/><br/><br/>저자가 이야기하는 ‘최고의 삶이 아니라 좋은 삶’이라는 방향은 그래서 더욱 오래 남는다. 우리는 자주 최고를 기준으로 삶을 평가한다.<br/>최고의 직장, 최고의 성과, 최고의 집, 최고의 인간관계, 최고의 모습...<br/>하지만 ‘최고’라는 기준은 끝이 없다. 누군가보다 앞서야 하고, 어제보다 더 나아야 하고, 계속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br/><br/>반면 좋은 삶에는 반드시 1등이 필요하지 않다.<br/>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때때로 웃고, 힘든 날에는 쉬고,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br/><br/>어쩌면 그런 삶이면 충분할지도 모른다.<br/>불안이 없어야 행복한 것이 아니고, 문제가 해결되어야 웃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 한구석에 걱정이 남아 있어도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고, 관계에 어려움이 있어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며, 미래가 불확실해도 오늘의 햇빛을 바라볼 수 있다.<br/><br/>삶은 완벽하게 정리된 뒤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어지러운 상태 그대로 계속 흘러가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불행을 무시하라는 뜻으로 읽히지 않았다. 불행에게 내 삶 전체를 내어주지 말라는 말처럼 다가왔다.<br/><br/>힘든 일은 힘든 일로 인정하되, 그것이 나의 하루 전체가 되게 하지는 않는 것.<br/>불안은 불안대로 존재하게 두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는 것.<br/>상처가 있어도 관계를 이어가고, 실패가 있어도 다시 무언가를 시도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오늘의 삶을 조금씩 고쳐가는 것.<br/><br/>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행복'이라는 단어가 조금 덜 거창해졌다.<br/><br/>행복은 어쩌면 인생이 완성된 뒤 받는 보상이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견하고 선택하는 작은 순간들인지도 모른다.<br/>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이 삶을 조금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일 것이다.<br/><br/>오늘도 삶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br/>내일도 걱정거리가 생길 것이고, 또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br/>그렇다면 그 모든 것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이렇게 말해도 좋겠다.<br/><br/>'오늘은 오늘의 문제까지만.'<br/><br/>그리고 그 옆에 있는 작은 행복 하나쯤은 놓치지 말자고.<br/><br/><br/>완벽해서 좋은 삶이 아니라, <br/>완벽하지 않은데도 계속 사랑해보고 싶은 삶.<br/>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br/>그 충분함을 알아차리는 순간, 행복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br/><br/>_<br/><br/>#불행에몰두하지않는다 #페이지2북스 #정지우 <br/>#에세이 #에세이추천 #신간에세이 #에세이신간 <br/>#신간 #신간도서 #도서추천 #책추천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3/98/cover150/k75213013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139897</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삶의 길에서 넘어지고도 다시 달리는 마음." - [어른이 되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1534</link><pubDate>Tue, 25 Aug 2026 20: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7153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0220&TPaperId=174715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8/60/coveroff/k53213022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0220&TPaperId=1747153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른이 되었다</a><br/>이영란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07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컬처블룸을 통해 바른북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br/><br/>_<br/><br/>시를 읽는다는 것은 때로 한 사람의 마음속에 조용히 들어가 보는 일과 닮아 있다. 《어른이 되었다》 역시 거창한 이야기보다 삶과 시간, 기억과 사랑처럼 누구나 한 번쯤 마음에 품어본 것들을 시로 풀어낸다.  <br/><br/>이 시집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말보다 오래 마음속에 머물렀던 감정을 한 편의 편지처럼 건네는 책이라는 인상을 준다.<br/><br/>특히 목차를 따라가 보면 ‘삶 → 자화상 → 여행 → 사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삶을 지나 자신을 바라보고, 낯선 길을 걷고, 그 끝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 그래서 이 책의 시들은 한 사람이 살아오며 겪었을 마음의 계절들이 차례로 펼쳐지는 듯하다.<br/><br/>가장 오래 눈길이 머문 시는 [청춘예찬]이었다.<br/><br/>🔖“검은 비구름 / 하늘 가득 / 그래도 달린다” <br/><br/>이 문장에서 ‘그래도’라는 말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br/>삶이 언제나 맑은 날만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br/>비가 내리고, 태양이 온몸을 태우고, 때로는 넘어져 상처를 입으면서도 다시 움직여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데 이 시는 그런 삶을 지나치게 아름답게 포장하기보다 절룩이면서도 계속 나아가는 모습 자체를 청춘이라고 말한다.<br/><br/>특히 마지막 부분의<br/>🔖“그대 이름은 / 청춘”이라는 문장은 청춘을 젊은 나이의 다른 이름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한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아직 끝나지 않은 길을 계속 걸어가는 마음까지 청춘이라면, 청춘은 특정한 나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동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이 시가 말하는 청춘처럼 느껴졌다.<br/><br/>[버틴다]도 마음에 남는다.<br/>🔖“숨을 버틴다 / 숨을 참는다 / 몸을 세운다 / 마음을 둔다” <br/><br/>살아가다 보면 무엇인가를 해결하지 못한 채 그저 하루를 견뎌야 하는 날도 있다. 그럴 때 ‘버틴다’는 말은 소극적인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의지가 된다. 무너지고 싶어도 몸을 세우고, 마음을 놓아버리고 싶어도 다시 마음을 붙잡는 것.<br/><br/>🔖“세상이 전장 같고 / 마음이 전쟁터 같을 때” 라는 구절에서는 특히 마음의 피로가 느껴졌다. 세상과 싸우는 일보다 때로는 내 마음과 싸우는 일이 더 힘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시는 그런 시간을 ‘버틴다’는 한마디로 받아낸다.  <br/>어떤 날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처럼.<br/><br/>[유리 구슬]에서는 조금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br/>🔖“동그란 원 구슬 안에 / 우리의 마음이 보인다” <br/><br/>유리 구슬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 산과 들, 바다와 별을 담아내는 장면은 마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넓고 복잡한지를 떠올리게 한다. 겉으로는 아주 작은 하루를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기억과 사람, 풍경과 감정이 들어 있다. 시인은 그것을 유리 구슬이라는 이미지로 바라본다.<br/><br/>그리고 [솜사탕]에서는 삶의 시간이 조금 더 다정하게 다가온다.<br/>🔖“지금은 아빠 머리 위에 / 살포시 자리 잡은 뽀오얀 구름은 / 어릴 적 추억 속의 그 솜사탕” <br/><br/>어릴 때는 솜사탕처럼 달콤하고 커다랗게만 보였던 아버지의 존재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새 흰 머리카락과 함께 기억된다. 어린 시절의 풍경과 지금의 시간이 한 장면 안에서 포개지는 듯하다. <br/><br/>‘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부모의 나이 듦을 알아보게 되는 일이기도 하지 않을까.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보이기 시작한다.<br/><br/>사랑을 다룬 시들에서는 기억과 그리움의 정서가 더욱 선명해진다. <br/>특히 [지우개]는 사랑을 지우고 싶다는 말과 끝내 지워지지 않는 마음 사이의 모순을 담고 있다.<br/><br/>🔖“지울 수 있을까 / 떨쳐낼 수 있을까 / 그대를 향한 그리움"<br/><br/>사람의 기억은 지우개로 지울 수 있는 흔적과는 다르다. 잊으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기억도 있다. 검은 귀밑머리, 그네 위의 모습, 국화꽃 향기,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손목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들이 등장하면서 그리움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감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br/><br/>🔖“다시 지울 수 있을까 / 그대를 향한 내 마음을” 이라는 물음도 그래서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지우고 싶은 것은 한 사람의 모습인지, 그 사람을 향했던 자신의 마음인지조차 모호해진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감정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기억의 형태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br/><br/>[눈길]에서는 사랑의 방식이 조금 더 조용하다.<br/>🔖“그는 가끔 돌아본다 / 그의 눈길 끝엔 언제나 내가 있다” <br/><br/>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관계가 있다. 앞서 걷는 사람과 뒤따르는 사람, 가끔 돌아보는 눈길과 그 눈길 끝에 있는 사람. 아주 짧은 장면인데도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상상된다. 사랑을 큰 사건으로 표현하기보다 ‘돌아보는 시선’ 하나로 보여주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br/><br/>이 책을 읽으며 계속 생각하게 된 것은 제목인 《어른이 되었다》였다.<br/><br/>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잘 해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아픔과 그리움과 후회를 품은 채 자신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때로는 [청춘예찬]처럼 절룩이며 달리고, [버틴다]처럼 숨을 참으며 하루를 지나고, [솜사탕]처럼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며 누군가의 나이 듦을 알아차리고, [지우개]처럼 지워지지 않는 사랑을 마음 한편에 남겨두기도 한다.<br/>그래서 이 시집에서 말하는 ‘어른’은 시간을 통과해 온 사람에 더 가까워 보인다.<br/><br/>읽고 난 뒤 남은 것은 반복해서 등장하는 ‘마음’, ‘시간’, ‘그리움’, ‘버팀’ 같은 단어들이었다.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것을 잊지만, 마음에 남는 것은 아주 사소한 장면일 때가 많다. 눈길 한 번, 흰 머리카락 한 올, 익숙한 향기, 걷던 길, 돌아보던 사람의 모습처럼.<br/><br/>《어른이 되었다》는 그런 순간들을 시로 붙잡아 놓은 책처럼 느껴졌다.<br/>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프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니라, <br/>아픔이 있어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br/><br/>비가 와도 달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br/>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억지로 지우려 하기보다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면서.<br/><br/>‘어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속에 수많은 계절을 품은 채 오늘까지 걸어온 사람들일 것이다.<br/><br/>그런 의미에서 《어른이 되었다》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br/>아직 걸어가야 할 내일을 조용히 바라보게 하는 시집이었다.<br/><br/><br/><br/>_<br/><br/>#어른이되었다 #바른북스 #이영란 <br/>#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 #서평단 <br/>#신간 #신간소개 #시집 #시 #poem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8/60/cover150/k53213022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386088</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것은, 서로가 어떤 짐승인지 천천히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 [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 (선공개 특별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9736</link><pubDate>Mon, 24 Aug 2026 22: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973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47540X&TPaperId=1746973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8/79/coveroff/895447540x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47540X&TPaperId=1746973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 (선공개 특별판)</a><br/>에밀리 정민 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시집의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오래 마음에 남았다.<br/>《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에서 ‘짐승’이라는 단어는 인간보다 낮은 존재를 가리킬 때 사용되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을 다른 생명과 같은 자리로 돌려놓는 말처럼 느껴졌다. 인간만이 특별하고 우월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우리 역시 하나의 생명체이고 욕망하고 사랑하고 상처 입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바라보게 한다.<br/><br/>특히 인상적인 것은 시인이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인간의 다정함만을 아름답게 그리지도 않고, 인간의 잔혹함만을 고발하지도 않는다. 사랑하면서 동시에 상처를 주고, 자연을 아끼면서도 자연을 소비하고, 누군가를 기억하면서도 다른 누군가를 배제하는 모순적인 존재로 인간을 바라본다.<br/><br/>그래서 이 시집의 ‘짐승’은 인간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br/>🔖“우리는 얼마나 소비하는, / 소비된 짐승인가.”라는 문장이 특히 그러했다.<br/><br/>살아가기 위해 수많은 것을 소비한다. 물질뿐 아니라 자연을 소비하고, 다른 생명의 시간을 소비하고, 때로는 타인의 감정과 사랑까지 소비한다. 그런데 동시에 우리 역시 시대와 사회, 자본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소비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소비하는 존재’와 ‘소비되는 존재’가 결국 하나의 인간 안에 겹쳐 있다는 점.<br/><br/>시집을 읽으며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는 느낌도 받았다.<br/>말과 상어와 앵무새와 개, 사슴과 고래가 등장하고, 그들의 생과 죽음이 인간의 삶과 연결된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존재처럼 보이지만 시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인간과 동물이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말하기 어려워진다.<br/><br/>우리는 모두 살아남으려 하고, 사랑하고, 상실을 경험하고, 자신의 존재를 견디며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또한 짐승이다”라는 생각은 인간을 조금 더 겸손하게 만드는 말처럼 다가왔다.<br/><br/><br/>특히 오래 시선이 머물렀던 문장은 [진화론]에 등장하는 다음 구절이었다.<br/>🔖“욕망’은 틀린 단어 같고<br/>‘사랑’은 너무 평범하고 ‘헌신’은 너무 성스럽다고 느낀다.<br/>이 평생을, 당신을 묘사하는 데 쓰겠다.”<br/><br/>사랑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br/>‘욕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깊고,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흔하고, <br/>‘헌신’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지나치게 거룩한 마음.<br/>그런데 시인은 결국 그 마음을 설명하기 위해 평생을 쓰겠다고 말한다.<br/><br/>이 부분에서 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어떤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이유는 그것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말로는 완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많은 단어를 알고 있어도 어떤 사람을 향한 마음 하나를 온전히 옮겨놓기란 어렵다. 그래서 계속 쓰고, 또 쓰게 된다.<br/><br/>사랑이란 완벽하게 설명되는 감정이 아니라 끝내 설명하려는 노력인지도 모르겠다.<br/><br/><br/>[다른 어디]의 문장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br/>🔖“내 마음도 자주 다른 어디에 가 있다.”<br/><br/>이 짧은 문장이 이상할 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왔다.<br/>몸은 지금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이미 지나간 시간에 가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가 있을 때가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도 과거의 누군가를 생각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존재하지 않는 ‘다른 어디’를 상상한다.<br/><br/>특히 이 시에서 죽음과 떠남을 ‘끝’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랑했던 존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어딘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믿고 싶은 마음. 그것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라기보다 상실을 견디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아주 다정한 상상처럼 느껴졌다.<br/><br/>그래서 이 시집의 슬픔은 절망으로만 남지 않는다.<br/>슬픔을 기억으로 바꾸고, 기억을 사랑으로 바꾸며, 사랑을 다시 살아갈 힘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br/><br/><br/>또 하나 마음에 남은 것은 [Affection]에서 ‘애정’과 ‘병’이라는 두 의미를 가진 단어를 가져온 방식이었다.<br/><br/>🔖“Affection은 ‘애정’이란 뜻, 또 ‘병’이라는 뜻.”<br/><br/>사랑과 병이 하나의 단어 안에 겹쳐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서늘하다.<br/>사랑하기 때문에 보호하고 싶어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집착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마음이 언제나 좋은 결과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br/><br/>인간이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자연을 자신의 방식대로 소비하거나, 동물을 사랑한다면서 그들의 삶을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이용하는 것처럼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도 소유와 통제의 욕망이 숨어 있을 수 있다.<br/><br/>그렇기에 이 시집에서 사랑은 사랑 안에 포함된 모순과 폭력까지 함께 들여다본다. 그것이 이 시집을 더욱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br/><br/>[아시아를 떠나 아시안이 되다]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분류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br/><br/>🔖“나는 나를 ‘아시안 아메리칸’으로 만들어낸다.”<br/><br/>누군가를 하나의 범주로 규정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개인의 경험까지 동일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아시아인’, ‘아시안 아메리칸’이라는 이름 안에도 수많은 역사와 문화와 개인의 경험이 존재한다.<br/><br/>그래서 이 시는 정체성을 내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어떤 범주 안에 놓이는지를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인간은 하나의 단어로 설명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br/><br/><br/>🔖“나는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아 하면서 내 인생이 바뀌길 기다린다.”<br/><br/>이 문장은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곧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화의 비용은 치르고 싶지 않은 마음.<br/>지금의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내가 먼저 움직이는 일은 미루는 마음.<br/><br/>이 모순은 환경 문제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면서도 누리는 편리함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북극곰이 굶주리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면서도 소비 습관과 생활방식이 그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 생각하는 일은 어렵다. <br/>그래서 이 시집의 자연은 인간의 행동을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이다.<br/><br/><br/>🤔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남은 것은 인간에 대한 아주 복잡한 감정이었다. <br/><br/>인간은 잔인하다.<br/>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잔인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끄러워할 수도 있다.<br/><br/>인간은 자연을 파괴한다.<br/>하지만 그 파괴를 슬퍼하고 다시 살리고 싶어 하기도 한다.<br/><br/>인간은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br/>그러면서도 다시 사랑하고, 기억하고, 애도하고, 곁에 머물기를 선택한다.<br/><br/>아마 이 시집은 바로 그 모순을 포기하지 않는 책인지도 모르겠다.<br/><br/>마지막에 놓인 [다음 생]의 문장이 그래서 더욱 깊게 다가온다.<br/>🔖“이 생에서 나는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br/>매해 더 다정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실패한다.”<br/><br/>완벽하게 다정한 사람이 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를 아프게 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고 다음에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br/>그리고 바로 그 실패와 노력 사이에 사랑이 놓여 있는 것 같다.<br/><br/><br/>《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는 인간 안에 존재하는 욕망과 폭력, 차별과 무지, 사랑과 연민을 한꺼번에 꺼내 보여준다.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너무 정확해서 마음이 아프다.<br/><br/>그런데 그 끝에서 시인은 인간을 포기하지 않는다.<br/>🔖“당신을 사랑하지만 미래는 아찔하다. / 미래는 아찔하지만 당신과 계속 사는 것이 / 기다려져 견딜 수 없다.”<br/><br/>미래는 여전히 불안하고 세계는 완벽하지 않다. <br/>살아가는 동안 상처와 실패도 계속될 것이다. <br/>그럼에도 누군가와 계속 살아가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다.<br/><br/>세상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br/>완벽하지 않은 세계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계속 살아간다.<br/><br/>인간이 모두 완벽하지 않은 생명체라면, <br/>서로의 잔인함만큼 서로의 연약함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br/>그리고 서로가 어떤 짐승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br/>사랑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지 않을까.<br/><br/>🤔<br/>나는 어떤 짐승으로 살아가고 있는가.<br/>상처를 주기도 하고, 욕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잔인해지기도 하는 존재이면서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억하고 애도할 수 있는가.<br/>완벽하게 다정한 사람이 되는 데 매번 실패하면서도,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가.<br/><br/>시인이 말하는 ‘나아가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마음인지도 모르겠다.<br/><br/>서로가 어떤 짐승인지 단번에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br/>천천히 알아가는 것.<br/>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상처와 연약함까지도 외면하지 않고,<br/>끝내 사랑하는 것.<br/><br/>《내가 우리를 짐승이라 말할 때》를 읽고 난 뒤 남은 것은 <br/>완벽하지 않은 우리를, 그래도 서로 이해해보려는 마음이었다.<br/><br/>#내가우리를짐승이라말할때 #에밀리정민윤 #자음과모음 <br/>#시 #시집 #시집추천 #신간 #신간소개 #신간도서 <br/>#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8/79/cover150/895447540x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58798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소설을 잘 쓰는 법보다 먼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일.” - [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 - 모호한 아이디어를 독자에게 전달되는 말로 바꾸는 힘]</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9568</link><pubDate>Mon, 24 Aug 2026 21: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956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735&TPaperId=1746956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98/coveroff/k34213073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735&TPaperId=1746956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 - 모호한 아이디어를 독자에게 전달되는 말로 바꾸는 힘</a><br/>오가와 사토시 지음, 박대겸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07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뱅만부 님 (@100manbu )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br/>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br/>_<br/><br/>소설을 읽을 때 대부분은 문장이 아름다운지, 이야기가 흥미로운지, 인물이 매력적인지부터 살핀다. 반대로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면 좋은 문장을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복선을 깔고 이야기를 구성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오가와 사토시의 《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는 이런 익숙한 질문의 방향을 조금 비튼다.<br/><br/>처음부터 “만인을 위한 ‘소설 쓰는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출발하는 이 책은, 소설가가 무언가를 쓰기 전에 머릿속에서 어떤 사고를 거치는지를 해부하는 책에 가깝다. 그래서 읽는 동안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지?’라는 질문보다 ‘지금 무엇을 보고 있고, 그것을 왜 이렇게 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더 자주 떠올리게 된다.<br/><br/>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소설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다.<br/><br/>📌“소설은 커뮤니케이션이다.”<br/><br/>책띠지 문장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처럼 느껴졌다. 작가가 아무리 좋은 것을 표현했다고 생각해도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작품은 작가의 머릿속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소설은 혼자 하는 독백인 동시에 타인에게 건네는 언어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br/><br/>그 과정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정보의 순서’도 무척 흥미로웠다.<br/>🔖“정보의 순서는 소설이라는 공간을 구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 <br/><br/>이 문장을 읽고 나니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긴장감이나 몰입 역시 문장력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정보라도 언제, 어떤 순서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독자가 받아들이는 감정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br/><br/>어떤 사실을 처음부터 모두 알려주는 것과 필요한 순간까지 감춰 두는 것, 인물의 감정을 먼저 보여주는 것과 행동을 먼저 보여준 뒤 그 감정을 짐작하게 하는 것은 같은 이야기를 전혀 다른 경험으로 만든다.<br/><br/>그래서 좋은 글을 쓰는 일이란 아름다운 문장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독자가 어떤 정보를 어떤 순간에 만나게 할 것인지 설계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또 하나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소설가가 ‘잘 모르는 세계’를 써야 한다는 이야기였다.<br/>🔖“소설가는 잘 모르는 세계에 살고 있는, 잘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 <br/><br/>처음에는 조금 역설적으로 들린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인데, 왜 굳이 잘 모르는 사람과 세계를 써야 할까.<br/>하지만 생각해 보면 소설의 세계는 바로 여기에서 넓어지는 것 같다. <br/>자기 경험만 반복해서 이야기한다면 글은 안전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세계가 좁아질 수 있다. 반면 내가 직접 살아보지 않은 삶을 상상하고,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순간 인간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다.<br/><br/>소설을 쓰는 일은 나라는 하나의 경험에서 출발해 수많은 인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소설가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에서도 자신이 경험한 것만으로 타인을 판단하기 쉽다. ‘나는 이랬으니까 너도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타인의 세계는 사라진다. 내가 모르는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타인을 이해하는 첫걸음일 것이다.<br/><br/><br/>책에서 날카롭게 다가온 부분은 ‘자신의 가치관을 버리라’는 도발적인 제안이었다. 물론 저자는 정말 자신의 가치관을 모두 버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야 새로운 소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br/><br/>특히 이런 질문이 오래 남았다.<br/>🔖“독자보다 나자신을 중요하게 하지는 않았는가?” <br/><br/>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꽤 아픈 질문이다.<br/>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쓰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독자도 당연히 중요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br/><br/>이 질문은 소설뿐 아니라 서평을 쓰는 나 자신에게도 그대로 돌아왔다.<br/>책을 읽고 느낀 것을 글로 옮길 때도 나의 감상만 늘어놓으면 그것은 ‘나를 위한 기록’에 머물 수 있다. 내가 왜 이 문장을 인상 깊게 읽었는지, 그 감정이 읽는 이에게도 닿을 수 있도록 어떤 맥락으로 풀어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br/><br/>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작법서이면서 동시에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담은 책처럼 느껴졌다.<br/><br/><br/><br/><br/>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개념은 ‘오독’이었다.<br/>🔖“소설이 종종 ‘오독’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br/><br/>소설의 ‘오독’은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탄생일지도 모른다.<br/>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세상에 내놓지만, 그 순간부터 작품은 더 이상 작가만의 것이 아니다. 독자는 자신의 기억과 경험, 상처와 기쁨을 가지고 작품을 읽는다. 그러니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br/><br/>이 부분을 읽으며 좋은 소설은 독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끼워 넣을 공간을 남겨 놓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모든 의미를 작가가 친절하게 설명해 버리면 작품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삶과 연결할 여지는 줄어든다. 반대로 조금의 빈틈이 있는 이야기는 독자가 자신의 경험으로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br/><br/>그래서 어떤 작품을 읽고 나서 ‘작가가 이런 뜻으로 썼을까?’보다 ‘나는 왜 이 장면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 때가 있다.<br/><br/>작가가 건넨 이야기가 독자의 삶을 통과하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순간.<br/>그것이 문학이 가진 놀라운 힘일지도 모르겠다.<br/><br/><br/>목차에서부터 눈길을 끄는 제목이 있다.<br/>📌‘복선’은 존재하지 않는다.<br/><br/>이 한 문장부터 이 책이 얼마나 기존의 작법 상식을 뒤집으려 하는지 느껴졌다.<br/>이야기를 잘 만든 작품에는 치밀한 복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복선을 얼마나 많이 심었는가’가 아니라, 독자가 작품 전체를 경험한 뒤 앞선 정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구조 자체일 것이다.<br/><br/>작가가 처음부터 ‘여기에 복선을 심어야지’라고 계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정보가 독자의 인식 속에서 어떻게 다시 연결되는가일지도 모른다.<br/>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지점에 있다. 익숙하게 알고 있던 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 번 뒤집어 보게 한다. 그리고 그 뒤집힌 자리에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br/><br/><br/>AI가 소설과 글쓰기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지금, 이 책의 문제의식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소설을 인간의 인지를 언어로 압축하는 활동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독자는 그 압축된 언어를 자신의 인지와 경험을 통해 다시 풀어낸다.<br/><br/>🔖“소설의 재미는, 애초에 표현하고자 했던 ‘어떤 인간의 인지’의 깊이와, 그것을 압축하는 기술이 더해져 결정된다.” <br/><br/>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문장을 잘 만들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그 문장 뒤에 어떤 인간의 인식과 경험이 존재하는가라는 점이다. AI가 인간처럼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될수록 오히려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나는 무엇을 경험했는가’, ‘그 경험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게 되었는가’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br/><br/>인간의 창작에서 가장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것은 문장을 만들어낸 삶과 인식의 깊이일 테니까.<br/><br/>책을 읽은 뒤 특히 ‘나를 위한 문장’이라는 표현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글을 쓸 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 데 익숙하지만, 정작 독자가 무엇을 받아들일지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과 상대가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나 같지 않다.<br/><br/>그리고 어쩌면 그 차이 때문에 문학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작가가 하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으면 독자는 자신의 삶으로 그것을 다시 읽는다. 그 과정에서 원래 작가가 생각하지 않았던 의미가 생겨난다. 그러므로 완벽하게 통제된 작품보다 독자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작품이 더 오래 살아남는 것은 아닐까.<br/><br/><br/>《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를 읽으며 느낀 것은 글쓰기가 ‘생각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문장을 잘 쓰는 기술은 연습할 수 있다. 구조도 공부할 수 있고, 다양한 작품을 읽으며 표현법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왜 그것을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br/><br/>그래서 이 책은 소설가 지망생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br/>서평을 쓰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누군가와 제대로 소통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꽤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br/><br/>🤔 좋은 글이란 무엇일까?<br/><br/>내가 가진 생각을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그것을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압축하고, 그 언어가 다시 타인의 경험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살아나도록 만드는 것.<br/><br/>그렇다면 소설은 한 인간의 인지를 다른 인간에게 건네는 아주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인지도 모르겠다.<br/><br/>그리고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지막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br/><br/>🔖“진심으로 소설을 찾으려고 하는가?” <br/><br/>읽고 난 뒤 남은 것은 언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겠다는 조심스러움,  <br/>그리고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생각을 끝까지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br/><br/>무언가를 표현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br/>내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한 번 더 의심하고, <br/>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읽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하는 것.<br/><br/>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언어화’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br/><br/>"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을 정말 제대로 말하고 있는가."<br/>이 책이 내게 남겨 준 물음표다.<br/><br/>_<br/><br/>#황금가지 #언어화를위한소설사고 #오가와사토시 <br/>#소설 #창작론 #글쓰기 #작법 #커뮤니케이션 #A시대 <br/>#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서평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98/cover150/k34213073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849853</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 "첫사랑은 지나간 뒤에도 계절처럼 남는다." - [첫사랑 알러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9379</link><pubDate>Mon, 24 Aug 2026 20: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93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0528&TPaperId=174693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4/13/coveroff/k52213052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0528&TPaperId=174693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첫사랑 알러지</a><br/>황서현 지음 / 이지북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자음과모음 (@jamobook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황서현의 《첫사랑 알러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br/>열일곱의 교실 창가, 몰래 적어 내려간 이름, 함께했던 여름, 쉽게 꺼내지 못했던 마음과 편지…… 책 속에 등장하는 첫사랑의 풍경이 꼭 내 기억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만큼은 어딘가 익숙했다.<br/><br/>나에게도 사랑을 처음 알게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br/>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이렇게 마음을 크게 흔드는 일인지 처음 알았고, 함께 있는 평범한 하루가 특별해지는 경험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잠시 스쳐 지나간 풋풋한 기억으로만 남지 않았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삶의 많은 장면을 지나온 사람으로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첫사랑’은 내게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br/><br/>첫사랑은 꼭 가장 오래 사랑한 사람일 필요도, 가장 아름답게 끝난 사랑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br/>어쩌면 내가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온몸으로 알게 된 사람, 그리고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나로 데려온 사람이 첫사랑인지도 모른다.<br/><br/>황서현의 《첫사랑 알러지》는 그런 첫사랑의 시작과 열병, 상처와 이별,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까지 55편의 시를 통해 따라간다.<br/><br/>책을 읽으며 오래전의 한 사람을 떠올렸다.<br/>스무 살의 나와, 그때의 그 사람.<br/>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우리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br/>함께 만들어 갔던 시간들.<br/><br/>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br/>이 시집의 사랑이 ‘열일곱의 풋사랑’으로만 읽히지 않았던 이유가.<br/><br/>누군가에게 첫사랑은 교실 창가 맨 뒷자리의 사람이겠지만,<br/>나에게 첫사랑은 어느 순간 인생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온 사람이었다.<br/>그리고 이 책은 그 오래된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br/>사랑이 끝났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랑이 내 안에 무엇을 남겼는가일지도 모른다고.<br/><br/>이 책에서 첫사랑은 교실 창가의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일기장에 반복해서 적어 보는 이름, 함께 마시는 음료, 빌려 읽은 시집, 한쪽씩 나누어 끼었던 이어폰처럼 아주 작은 순간에서 사랑은 자라난다. 그래서 이 시집의 사랑은 평범한 순간 하나하나가 사랑 때문에 특별해지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마음에 남는다.<br/><br/><br/>처음에는 무엇이든 달콤하게 느껴진다. 아직 삶의 쓴맛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나이에 찾아온 사랑은 그 자체로 세계의 전부가 된다. 그래서 《첫사랑 알러지》 속 사랑에는 서툼과 충동이 함께 있다.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그 마음을 숨기기보다 일기장에 적고, 편지를 쓰고, 시를 쓴다.<br/><br/>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조금 부끄럽거나 지나치게 솔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서툼이 이 시집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꼈다.<br/><br/>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br/>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밤새 고민하고, 말 한마디를 수십 번 되뇌고, 전하지 못한 마음을 글로 남긴다. 《첫사랑 알러지》는 바로 그 시절의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br/><br/>그중에서도 [일기장]에 담긴 정서는 첫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잘 보여 준다. 누군가의 이름을 일기장에 계속 적는다는 것은 말로 고백하기에는 너무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마음속에만 담아 두기에는 너무 벅찬 감정을 글자 속에 붙잡아 두는 행위에 가깝다.<br/><br/>이 부분에서 첫사랑의 가장 순수한 형태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br/>첫사랑은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보다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br/><br/>그 사람과 오래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그 이름만큼은 오래 간직하고 싶고, 그때의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잊고 싶지 않아서 기록한다. 그래서 일기장은 사랑의 증거이면서 동시에 지나가 버릴 시간을 붙잡아 두는 작은 저장소가 된다.<br/><br/>이 시집에서 여름이라는 계절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다.<br/><br/>여름은 모든 것을 크게 만든다. 햇빛도 뜨겁고, 비도 갑작스럽고, 감정도 쉽게 달아오른다. 《첫사랑 알러지》에서 여름은 사랑의 온도를 보여 주는 계절처럼 느껴진다.<br/><br/>[그해 여름]에서는 이미 지나간 시간을 바라보면서도 그 계절의 감각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마음을 만날 수 있다. 사랑은 끝났는데 여름은 기억 속에서 계속된다. 그래서 사랑이 끝난 뒤에도 특정한 계절만 되면 문득 한 사람이 떠오르는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br/><br/>반면 [우리의 여름은 허구였다]에 이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br/><br/>처음에는 완벽해 보였던 사랑의 장면에서 어느 순간 작은 균열을 발견한다. 사랑에 빠져 있을 때는 상대도, 나도, 함께 있는 시간도 모두 특별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br/><br/>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이 거짓이었다는 결론이 아니라, <br/>그때의 사랑이 진짜였더라도 영원할 수는 없었다는 사실이 아닐까.<br/><br/>누군가를 사랑했던 시간이 끝났다고 해서 그때 느꼈던 감정까지 가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정말 행복했고, 정말 간절했고, 정말 오래갈 것이라고 믿었다. 다만 사람의 마음과 관계는 계속 변한다.<br/><br/>그래서 지나간 사랑을 '허구'라고 부르는 마음에는 사랑에 대한 실망과 동시에 그 시간을 놓아주려는 성장이 함께 들어 있다고 느꼈다.<br/><br/>이 지점에서 《첫사랑 알러지》는 풋풋한 첫사랑을 예쁘게 기록한 시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br/><br/>1부에서 사랑이 시작되고, 2부에서 사랑을 앓고,<br/>3부에서 사랑의 흔적을 되짚고, 4부에서 그 사랑을 편지처럼 봉인한다.<br/><br/>목차만 보아도 감정의 방향이 선명하다.<br/>처음에는 마음이 앞으로 달려간다. 그러다 사랑 때문에 아파한다.<br/>이후에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본다.  <br/>마지막에는 그 마음을 품은 채 다음 계절로 넘어간다.<br/><br/>이 흐름이 첫사랑의 기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br/><br/>첫사랑은 끝나는 순간보다 끝난 뒤에 더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실제 관계는 끝났는데 기억 속에서는 계속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때 왜 그랬을까', '그 사람도 나를 좋아했을까', '조금만 달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같은 질문이 뒤늦게 생겨난다. 그래서 첫사랑은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방식 속에서도 계속 만들어진다.<br/><br/>특히 [시인]과 [시집을 빌리던 내가]가 오래 남는다.<br/><br/>한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시를 읽게 되고, 결국 자신이 직접 시를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사랑이 사람에게 남기는 흔적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 준다.<br/><br/>사랑은 반드시 상대와 함께하는 것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br/>때로는 한 사람을 사랑한 경험이 한 사람의 취향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br/>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br/><br/>누군가 때문에 시를 읽기 시작했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면, 그 사랑은 관계가 끝난 뒤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사람은 떠나도 그 사람이 내 안에 남긴 변화까지 함께 떠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오래 남은 부분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br/><br/>첫사랑은 반드시 첫 번째로 사랑한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br/>어떤 사람을 처음 깊이 사랑했던 경험, 처음으로 누군가 때문에 내가 달라졌던 경험, 처음으로 내 마음을 말로 표현하고 싶었던 경험까지 모두 첫사랑의 일부일 수 있다.<br/><br/>그래서 이 시집의 사랑은 더 이상 '너와 나의 관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br/>그것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만나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성장의 기록이기도 하다.<br/><br/>[다정한 사람]에 담긴 생각도 인상적이다.<br/>사랑을 특별한 사건이나 거창한 고백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따뜻한 말 한마디와 안부를 묻는 행동처럼 작고 일상적인 다정함에서 사랑을 발견한다는 점이 좋았다.<br/><br/>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것은 의외로 거대한 사건이 아닐 때가 많다. 잘 지내느냐고 물어봐 주었던 순간, 말을 기억해 주었던 순간, 힘들 때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었던 순간처럼 아주 작은 친절이 오래 남는다.<br/><br/>그래서 이 시집에서 말하는 사랑은 처음에는 뜨겁지만 마지막에는 조금 따뜻해진다. 처음의 사랑이 심장을 뛰게 하는 감정이었다면, 마지막의 사랑은 한 사람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는 마음에 가까워진다.<br/>그리고 그 변화가 이 시집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br/><br/>《첫사랑 알러지》라는 제목도 그래서 재미있다.<br/><br/>알러지는 몸이 특정한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인데, 이 책에서 첫사랑 역시 처음에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강렬하게 몸과 마음을 흔드는 감정처럼 그려진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동시에 아프고, 가까워지고 싶은데 가까워질수록 더 불안해지는 감정.<br/><br/>하지만 알러지가 시간이 지나며 가라앉듯 사랑의 열병도 언젠가는 잦아든다.<br/>그렇다고 흔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br/>어쩌면 사랑을 '이겨 낸다'는 것은 사랑을 완전하게 잊는다는 뜻이 아니라, <br/>더 이상 아프지 않은 방식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시인의 말에서 드러나는 '조금 덜 아파하겠다'는 마음도 그런 의미로 읽혔다. 사랑을 다시 만나더라도 이전처럼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아픔까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첫사랑 알러지》는 첫사랑에 관한 시집이면서 동시에 처음 사랑한 뒤 조금 달라진 나에 관한 시집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나면 누군가의 첫사랑을 훔쳐본 듯한 느낌보다 내 기억 속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br/><br/>나에게도 한때 유난히 자주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는지,<br/>그 사람의 이름을 몰래 적어 본 적이 있었는지, 함께했던 계절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 끝난 관계를 마음속에서 완전히 끝내지 못한 적은 없는지.<br/><br/>그리고 마지막에는 지나간 사랑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br/>이제는 그저 '그때의 나를 만들어 준 한 계절'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까지도.<br/><br/>《첫사랑 알러지》가 남긴 여운은 아마 그 지점에 있다.<br/><br/>첫사랑은 누구에게나 같은 얼굴로 찾아오지 않는다. <br/>누군가에게는 교실 창가의 한 사람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여름날의 바다였을 것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오래 주고받은 편지 한 장이었을 것이다.<br/><br/>그러나 한 가지는 비슷할 것 같다.<br/>처음에는 그 사람이 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br/>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그 사람은 내 인생의 한 장면이 되어 있다.<br/>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한 장면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br/><br/>아마 그것이 첫사랑의 힘일 것이다.<br/><br/>사람은 떠나도 계절은 남고, 계절이 지나도 기억은 남고,<br/>기억이 희미해져도 그때의 나는 내 안에 남는다.<br/><br/>그래서 이 시집을 읽고 나서 남는 것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내가 얼마나 서툴고, 얼마나 솔직했으며, 그 마음 때문에 얼마나 조금씩 자라났는가 하는 생각이었다.<br/><br/>첫사랑은 끝났지만, 첫사랑을 하던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br/>그때의 설렘도, 서툼도, 상처도, 쓰다 만 편지도 지금의 나를 이루는 한 문장이 된다. 그리고 어쩌면 평생 그 문장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br/><br/>그것이 아픈 기억이라서가 아니라, 한때 누군가를 온 마음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쉽게 지워지지 않는 삶의 기록이기 때문에.<br/><br/>_<br/><br/>#첫사랑알러지 #황서현 #이지북 <br/>#첫사랑 #사랑시집 #시 #시집 #시집추천 <br/>#비밀일기장 #러브레터 #10대가10대에게 #서평단 <br/>#신간 #신간추천 #도서추천 #추천책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4/13/cover150/k52213052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541300</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 "가격표 뒤에 숨은 예술의 권력. " - [돈의 미술사 - 자본은 어떻게 예술의 가격을 만들어왔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9266</link><pubDate>Mon, 24 Aug 2026 18: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926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0733&TPaperId=174692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56/coveroff/k83213073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0733&TPaperId=1746926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돈의 미술사 - 자본은 어떻게 예술의 가격을 만들어왔는가</a><br/>심상용 지음 / 구텐베르크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br/>_<br/><br/>🤔 가격이 사라진 뒤에도 내가 여전히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br/>그것이야말로 내가 스스로 발견한 예술의 가치가 아닐까.<br/><br/><br/>미술관에 걸린 작품을 바라볼 때 대개 작품의 색과 형태, 작가의 의도와 시대적 배경을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 옆에 붙어 있는 작가명과 작품명, 제작 연도와 재료를 읽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궁금할 법한 숫자, ‘이 작품은 얼마인가’는 미술관의 벽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br/>심상용 작가는 바로 그 빠져 있던 질문에서 이야기를 출발한다.<br/><br/>“자본은 어떻게 예술의 가격을 만들어왔는가.”<br/><br/>처음에는 미술시장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읽고 나면 대체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작품이 비싸질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게 만드는가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br/><br/>2019년 소더비에서 모네의 〈건초더미〉가 약 1억 1,070만 달러에 낙찰되고, 2024년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 작품이 약 624만 달러에 거래된 사례를 통해 책은 누가 그 가격을 만들었고, 왜 그 가격을 예술적 가치와 연결해서 받아들이는가를 파고든다.<br/><br/>예술의 가격은 작품 안에 원래부터 들어 있던 것일까.<br/>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일까.<br/><br/>그동안 배워온 미술사는 예술가를 중심으로 움직인다.<br/>인상주의의 혁신을 이야기할 때 모네와 르누아르, 피사로와 드가를 떠올리고, 현대미술을 이야기하면 뒤샹과 워홀, 바스키아와 쿤스 같은 이름을 떠올린다. 작품을 만든 사람과 작품의 혁신이 미술사의 중심에 놓인다.<br/><br/>하지만 이 책은 그 이름들 뒤에 있던 사람들을 앞으로 불러낸다.<br/><br/>화상, 컬렉터, 경매사, 미술관, 비평가, 미디어, 금융기관, 국가.<br/>그리고 이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작품을 ‘사야 할 가치가 있는 작품’, <br/>더 나아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br/><br/>특히 폴 뒤랑-뤼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오늘날 세계 미술사의 중심에 자리 잡은 것은 그들의 작품이 혁신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작품을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전시하고 해외로 가져가며 새로운 구매자에게 소개하고, ‘인상주의’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어 시장에 유통시키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br/><br/>이 대목에서 예술가의 천재성과 시장의 조직력이 서로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br/><br/>자본은 예술을 억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작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생존의 기반을 제공하기도 했다. 동시에 시장이 원하는 작품과 작가를 만들어내는 힘이 되기도 했다. .<br/><br/>예술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br/>그리고 자본 없이 예술의 지속과 확산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br/><br/>책에서 특히 오래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가격과 가치가 뒤바뀌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원래라면 작품이 중요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미술시장에서는 때때로 반대의 현상이 발생한다.<br/><br/>비싸게 거래되기 때문에 중요한 작품이라고 인식되고, 중요한 작품이라고 인식되기 때문에 다시 가격이 상승한다. 이렇게 가격과 가치가 서로를 밀어 올리는 순환이 만들어진다.<br/><br/>🔖“작품이 비싸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기 위해 비싸야 하는 것이다.” <br/><br/>이 문장은 이 책 전체의 문제의식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듯했다.<br/>가격을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이 훌륭하니까 높은 가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가격이 다시 작품의 의미와 중요성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br/><br/>생각해보면 일상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br/>비싼 음식은 더 맛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비싼 호텔은 더 좋은 곳일 것이라고 믿으며, 유명 브랜드의 제품에는 가격 자체가 품질의 신호처럼 작동한다.<br/><br/>그렇다면 미술도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br/>오히려 미술은 객관적인 품질을 숫자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더욱 강력한 신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뒤샹의 레디메이드에 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br/>🔖“난해함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안목의 표지가 되고, 이해 불가능성은 고급 취향의 증거로 바뀐다.” <br/><br/>이 문장을 읽으면서 미술관에서 현대미술 작품 앞에 서서 ‘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 하고 멈춰 섰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혹시 나의 무지 때문일까 싶어 작품 앞에서 괜히 작아지는 순간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감정마저 시장과 취향의 구조 안에서 바라보게 한다.<br/><br/>어려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곧 특별한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는 증거가 되고, 남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을 소유하는 것이 자신의 문화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br/><br/>그렇다면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와 작품을 소유하는 행위는 언제부터 달라졌을까. 더 나아가 작품을 좋아해서 사는 것일까, 아니면 좋아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는 것일까.<br/><br/>취향이라는 것은 정말 개인적인 것일까, <br/>아니면 사회가 만들어놓은 수많은 기준 속에서 형성되는 것일까.<br/><br/><br/>앤디 워홀을 다룬 부분에서<br/>🔖“작품은 물리적 지지대일 뿐, 작가의 브랜드가 가치의 근거가 된다.” <br/><br/>이 문장은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에 꽤 큰 충격을 준다.<br/>작품을 볼 때 작품 자체를 먼저 생각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작가의 이름을 알고 난 뒤 작품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br/><br/>무명 작가의 그림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그림이 같은 공간에 놓여 있다면 과연 아무런 정보 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br/><br/>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br/>작가의 명성은 이미 작품을 보기 전에 시선을 특정 방향으로 이끈다.<br/>그래서 예술에서 브랜드는 작품을 해석하는 하나의 렌즈가 된다.<br/><br/><br/>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br/>예술품이 감상의 대상인 동시에 자산으로 취급되고, 고가 작품이 금융과 자산관리의 네트워크 안에서 움직이는 현실이다.<br/><br/>🔖“현대미술은 점차 ‘예술처럼 보이는 금융’에 가까워졌다.” <br/><br/>예술의 언어가 금융의 논리를 포장하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는 것.<br/>예술의 희소성, 작가의 브랜드, 시장의 기대, 경매 기록, 컬렉터의 소유욕 등이 결합하면 작품은 감상의 대상인 동시에 투자 대상으로 변한다.<br/>그 순간 작품을 바라보는 질문도 달라진다.<br/><br/>‘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에서 ‘이 작품은 앞으로 얼마가 될까?’로.<br/><br/>그렇게 질문이 바뀌는 순간 예술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br/><br/>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가격이 아니라 ‘편집 권력’이었다<br/>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문제의식은 돈 그 자체보다 누가 역사를 편집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br/><br/>🔖“누가 편집자인가?” <br/><br/>그리고 현대미술의 역사에서 갤러리, 딜러, 경매사, 컬렉터 같은 시장 행위자들이 무엇이 중요한 예술로 기억될 것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br/>이 부분을 읽고 나니 미술사라는 것이 완성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br/><br/>수많은 작가가 존재했지만 기억되고 있는 이름은 극히 일부다.<br/>또한 수많은 작품이 만들어졌지만 미술관에 들어가고 교과서에 실리고 경매에서 반복적으로 거래되는 작품 역시 극히 일부다.<br/><br/>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사는 ‘모든 예술의 역사’라기보다 누군가의 선택과 평가를 거쳐 남겨진 역사일지도 모른다.<br/><br/>물론 이것이 곧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가치 없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br/>중요한 것은 그 가치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과정까지 함께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br/><br/>예술적 성취와 시장의 성공은 동일하지 않다.<br/>하지만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도 않다.<br/>그 복잡한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br/>감상의 방식처럼 느껴졌다.<br/><br/><br/>책을 읽고 나면 미술관의 흰 벽도 이전과 다르게 보일 것 같다.<br/><br/>작품 하나를 바라보면서 이 작품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누구였을까.<br/>누가 이 작가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을까. 왜 이 작품은 미술관에 들어왔을까.<br/>누가 이 작품을 중요한 작품이라고 판단했을까.<br/>그 판단은 어떤 제도와 자본을 거쳤을까.<br/>그리고 지금 우리가 이 작품을 ‘명작’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어떤 힘들이 작동하고 있을까.<br/><br/>이런 질문들이 생각날 것 같다.<br/><br/>작품의 가격을 만들어낸 구조를 알고 나면 가격과 예술적 가치를 조금 더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다. 비싸다고 위대한 것은 아니고, 싸다고 덜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사실을 생각보다 자주 잊고 살아간다.<br/><br/><br/>가격표를 떼어낸 뒤에도 남는 것이 있는가?<br/><br/>누군가의 거대한 자본이 뒤에서 밀어준 작품이라 해도 그 작품 자체가 가진 미적 경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수백억 원의 가격표가 붙었다고 해서 그 작품을 반드시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br/><br/>예술은 가격보다 오래 남을 수도 있고, 가격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br/><br/>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br/>‘이 작품은 얼마인가?’가 아니라, ‘왜 이 작품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br/>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무엇인가?’<br/>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br/><br/>어쩌면 이것이 《돈의 미술사》가 건네는 가장 중요한 감상법인지도 모르겠다.<br/>자본을 몰아내고 예술만 바라보자는 것이 아니다. <br/>예술 뒤에 존재하는 자본과 제도, 권력과 욕망까지 함께 바라보자는 것.<br/><br/>그렇게 모든 구조를 한 번 들여다본 뒤에도 작품 앞에서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때의 감동은 조금 더 온전한 것이 아닐까.<br/><br/>《돈의 미술사》는 미술시장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가치란 무엇인가’를 묻는 책이었다.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말하고, 중요하다고 말하고, 오래 기억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순간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기준들이 작동한다.<br/>그리고 그 기준은 때때로 돈과 제도, 권력과 취향의 영향을 받는다.<br/><br/>책을 덮은 뒤에도 모네의 그림이나 워홀의 작품,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이전과 똑같이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작품을 바라보면서 작품만 보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과 제도, 자본과 욕망까지 함께 보게 될 테니까.<br/><br/><br/>하지만 결국 다시 작품 앞으로 돌아오고 싶다.<br/>모든 가격과 명성, 권위와 평가를 잠시 내려놓고 내가 그 작품을 바라보며 <br/>무엇을 느끼는지 들여다보고 싶다.<br/><br/>가격이 사라진 뒤에도 내가 여전히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br/>그것이야말로 누군가가 정해준 가격이 아니라, <br/>내가 스스로 발견한 예술의 가치일지도 모르겠다.<br/><br/>그리고 《돈의 미술사》가 남긴 가장 깊은 여운은 바로 여기에 있다.<br/><br/>🔖“가격을 만든 주체와 그것을 승인한 제도의 구조까지 모두 확인한 뒤, 우리는 작품 앞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br/><br/>가격도, 작가의 이름도, 미술관의 권위도 잠시 내려놓고 <br/>그 작품 자체를 바라보는 것.<br/>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그 작품이 오늘 이곳에 존재하게 된 <br/>수많은 관계와 권력의 흔적까지 함께 바라보는 것.<br/><br/>예술의 가격을 이해하는 일은 <br/>무엇을 가치 있다고 믿어왔는지를 다시 묻는 일이었다.<br/><br/>_<br/>    <br/>#돈의미술사 #구텐베르크 #심상용 <br/>#교양미술 #인문교양 #미술 #미술사 <br/>#신간 #신간도서 #신간소개 #새로나온책]]></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56/cover150/k83213073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845663</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생각하는 힘을 되찾는 49개의 인문학 렌즈. - [지금 알아두면 좋은 교양인문학 49가지 - 소크라테스부터 BTS까지, 나와 세계를 이해하는 인문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7054</link><pubDate>Sun, 23 Aug 2026 16: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70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130739&TPaperId=174670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79/84/coveroff/k08213073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130739&TPaperId=174670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금 알아두면 좋은 교양인문학 49가지 - 소크라테스부터 BTS까지, 나와 세계를 이해하는 인문학</a><br/>김레나 지음 / 에이콘온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인문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렵고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철학자들의 사상이나 역사적 사건, 예술 작품과 종교, 심리학과 언어·문화까지 한꺼번에 떠올리면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그런데 김레나 작가의 《지금 알아두면 좋은 교양인문학 49가지》는 인문학을 ‘많이 알아야 하는 지식’으로 접근하기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질문의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br/><br/>이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49개의 주제가 대부분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소크라테스는 왜 죽어야 했는가?’, ‘플라톤의 동굴, 우리는 무엇을 보고 사는가?’, ‘르네상스는 정말 재탄생이었는가?’, ‘현대미술은 왜 이해하기 어려운가?’처럼 지식을 설명하기 위한 제목이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앞세운다.<br/><br/>아마 이것이 이 책이 말하려 하는 ‘생각하는 힘’의 출발점일 것이다.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지식을 습득하는 일에 가깝지만, 질문 자체를 의심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전제를 들여다보는 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사고이기 때문이다.<br/><br/>특히 지금처럼 검색하면 거의 모든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고, 알고리즘이 내가 무엇을 볼지 선택해 주는 시대에는 ‘무엇을 아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정보가 부족해서 판단하지 못하는 시대에서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믿고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시대로 넘어왔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이 책의 49가지 질문은 과거의 철학자나 역사적 사건을 공부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현재의 나에게 돌아오는 질문처럼 느껴진다.<br/><br/><br/>첫 번째 영역인 철학에서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니체, 공자, 아리스토텔레스, 장자, 사르트르, 푸코 등을 통해 인간이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br/><br/>그중에서도 소크라테스와 사르트르를 함께 떠올려 보면 흥미롭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철학적 원칙과 삶의 방식을 저버리는 대신 죽음을 받아들였고, 사르트르는 인간이 끊임없이 선택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보았다. 시대도 사상도 다르지만 두 사람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문제다.<br/><br/>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선택하고 있는 것인지, 주변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좋은 직업, 안정적인 삶, 성공의 기준, 행복의 모습까지도 이미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br/><br/>그런 의미에서 플라톤의 동굴 이야기도 여전히 현재적이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진짜 세계의 전부라고 믿고 살아가지만, 그것은 내가 익숙해진 하나의 관점에 불과할 수도 있다. 뉴스와 SNS, 짧은 영상,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반복적으로 많이 보고 있다는 사실이 곧 세상을 제대로 보고 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br/><br/><br/>역사 부분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프랑스혁명을 바라보는 시선이다.<br/><br/>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br/>🔖“자유는 정말 모든 시민의 권리였는가, 아니면 새로운 권력의 또 다른 이름이었는가?”<br/>🔖“평등은 법전 속 문장에만 머물렀는가, 아니면 구체적인 삶의 조건으로 실현되었는가?”<br/><br/>이 질문들이 오래 남는 이유는 ‘좋은 가치’라고 생각했던 단어들도 현실에서는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br/><br/>자유와 평등이라는 단어 자체에는 이견이 거의 없을 것처럼 보인다. <br/>그러나 실제 사회에서 누가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 누가 제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는지, 법적으로 평등하더라도 경제적·사회적 조건에서 얼마나 다른 출발선에 서 있는지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br/><br/>즉,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연도와 사건을 외우는 일 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그 생각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무엇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br/><br/>‘한국 현대사는 왜 다르게 기억되는가?’라는 질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의미가 크다. 동일한 사건도 누군가에게는 영광스러운 역사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억일 수 있다. 역사를 하나의 정답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기억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까지 바라보는 것이 성숙한 역사 읽기일 것이다.<br/><br/><br/>문학 파트에서는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 카프카, 김수영, 한강의 작품을 통해 인간을 바라본다.<br/><br/>문학이 가진 힘은 철학처럼 직접적으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한 인물의 선택을 따라가고, 그가 느끼는 두려움이나 욕망을 바라보면서 독자 스스로 인간을 이해하게 만든다.<br/><br/>특히 카프카의 [변신]처럼 인간을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된 존재로 그려낸 작품은 인간의 가치가 무엇으로 결정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내가 가족과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인정받는 것이라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에도 여전히 같은 사람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가.<br/><br/>이 질문은 오래된 문학 작품에서 출발하지만 오늘날에도 전혀 낡지 않았다.<br/><br/>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통해 욕망과 인간의 몸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선택을 얼마나 쉽게 판단하는가. 상대의 삶을 이해하기 전에 내가 가진 정상성의 기준부터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br/>그래서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삶을 잠시 살아보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br/><br/><br/>예술 영역에서는 〈모나리자〉와 반 고흐, 피카소, 한국화, 현대미술 등을 다룬다.<br/><br/>🔖“반 고흐의 그림은 고통의 부산물이 아니라, 고통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강한 의지의 산물이었다.”<br/><br/>‘고통스러운 사람이기 때문에 위대한 예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예술가의 삶을 낭만화하기 쉽다. 하지만 고통을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관찰과 선택, 구성과 표현이라는 의식적인 작업이 존재한다.<br/>그래서 예술은 감정을 바라보고 그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br/><br/>현대미술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품을 보는 순간 ‘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라는 정답부터 찾으려 하면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작가가 던진 문제, 기존의 예술 규칙을 어떻게 깨뜨렸는지를 살펴보면 작품을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다.<br/>예술은 보는 것뿐 아니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배우는 경험이기도 하다.<br/><br/><br/>종교에 관한 일곱 가지 질문도 인상적이다. 인간은 왜 신을 만들어왔는가, 불교는 정말 삶을 부정하는가, 종교는 어떻게 사회와 문명을 바꾸었는가 등의 질문은 특정 종교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를 넘어선다.<br/><br/>인간은 불확실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죽음, 고통, 질병, 상실, 자연재해처럼 인간의 힘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것들이 존재한다. 그런 세계에서 인간이 의미를 찾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삶의 질서를 만들어온 과정에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인간 자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br/><br/>특히 다른 종교를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이해는 동의와 다르기 때문에 ‘내가 믿는 것이 옳다’는 관점만큼이나 ‘저 사람들은 왜 그렇게 믿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br/><br/>가장 현실적인 인문학은 심리학일지도 모른다.<br/>심리 영역은 책의 49가지 주제 가운데 특히 일상과 가까운 부분이다.<br/>우리는 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가. 왜 미루는가. <br/>왜 군중 속에서 더 잔인해질 수 있는가. 인간은 정말 이타적인가.<br/><br/>이런 질문은 철학책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화를 낸 이유, 실수를 인정하기 싫었던 이유, 해야 할 일을 미루면서 스스로에게 했던 변명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다.<br/><br/>그중 군중심리를 다룬 부분에서 <br/>🔖“군중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느낀다” 라는 문장도 눈에 들어온다.   <br/><br/>다만 이 문장을 현대 사회에 그대로 적용해 ‘군중은 언제나 비이성적이다’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집단 안에서 감정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하는 것이다.<br/><br/>특히 SNS에서는 분노와 공포, 조롱처럼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되기 쉽다. 누군가를 충분히 알아보기도 전에 수많은 사람이 비난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공유하고, 집단의 분위기에 휩쓸려 판단하는 일도 생긴다.<br/><br/>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나는 지금 정말 내 스스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라는 한 번의 멈춤인지도 모른다.<br/><br/><br/>언어와 문화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만든다.<br/>그래서 마지막 영역인 언어와 문화는 오늘날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br/>우리는 언어 없이 생각하기 어렵고, 언어를 통해 타인의 의도를 해석한다. <br/>같은 사건도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br/><br/>‘정치적 올바름’, ‘문화상대주의’, ‘밈’, ‘해리 포터’, BTS, 유튜브까지 함께 다룬 구성도 흥미롭다. 인문학을 오래된 철학과 고전문학만의 영역으로 가두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중문화와 디지털 환경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br/><br/>특히 유튜브와 알고리즘의 시대에는 ‘원해서 보는 것’과 ‘계속 추천받아서 보는 것’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내가 가진 관심사가 실제로 나의 자유로운 선택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반복적으로 노출된 결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br/><br/>이 지점에서 책의 첫머리에서 말하는 ‘생각하는 힘’과 마지막 장의 ‘인문학은 왜 필요한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br/><br/>인문학은 ‘정답’을 주는 공부가 아니다.<br/>책을 읽고 남는 것은 49개의 지식 자체라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다.<br/><br/>소크라테스의 죽음에서 인간의 신념을 생각하고, 프랑스혁명에서 자유와 평등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고, 카프카와 한강의 문학에서 인간과 정상성의 문제를 바라보고, 반 고흐의 그림에서 고통과 창조의 관계를 생각하고, 군중심리를 통해 나 자신의 판단을 의심해 보는 것.<br/><br/>이렇게 보면 인문학은 지금 어떤 선택을 하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세상의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무엇을 옳다고 믿을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마다 작동하는 사고의 도구다.<br/><br/><br/>🔖“인문학은 지식을 축적하는 학문이 아니라, 관계를 해석하는 태도다.”<br/><br/>나는 이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느꼈다.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더 많은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내가 가진 생각을 다시 검토하기 위해서일 것이다.<br/><br/>생각하는 힘이란 모든 것에 의심을 품는 능력이 아니라, <br/>내가 믿고 있는 것조차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는 힘에 가깝지 않을까.<br/><br/>《지금 알아두면 좋은 교양인문학 49가지》는 일곱 개의 영역을 통해 그 연습을 시작하게 한다.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서라기보다는 인문학이라는 넓은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것에 가깝다. 그리고 각 주제 뒤에 참고 문헌과 추천 읽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깊이 들어가고 싶은 독자에게 다음 길까지 열어준다.<br/><br/>49개의 렌즈를 지나온 뒤 남는 것은 ‘나’와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질문이다.<br/><br/>‘세상을 예전과 똑같이 바라봐도 되는 걸까?’<br/><br/>이 질문이 이 책이 의도한 가장 좋은 독서의 결과는 아닐까.<br/>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가 문득 이 질문을 다시 떠올리는 것.<br/><br/>인문학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_<br/><br/>#지금알아두면좋은교양인문학49가지 #김레나 #에이콘출판사 <br/>#교양인문학49가지 #교양인문학 #교양 #인문학 #신간도서 <br/>#소크라테스 #철학 #역사 #심리학 #문학 #도서리뷰 #신간]]></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79/84/cover150/k08213073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798491</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한 사람의 목소리를 함부로 대신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 - [민 킴]</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7021</link><pubDate>Sun, 23 Aug 2026 15: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70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72137046&TPaperId=174670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35/45/coveroff/k572137046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72137046&TPaperId=174670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민 킴</a><br/>에바 틴드 지음, 허여 셀린느 옮김 / 산지니 / 2026년 05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나는 비행기 옆구리에서 태어났다.”<br/><br/>이 문장은 《민 킴》이라는 책을 받아 읽기 전부터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br/>한 사람이 자신의 출생을 이렇게 표현한다는 것은 낯선 나라로 보내졌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삶의 출발점에서는 분리되고, 자신의 이름과 가족, 언어와 기억까지 다른 체계 속에서 다시 부여받아야 했던 한 인간의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br/><br/>1975년, 김남숙과 김미인은 다른 여덟 명의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서 덴마크로 입양된다. 남숙은 에바가 되고, 미인은 꿀마이가 된다. 같은 날 같은 비행기를 타고 떠난 두 아이였지만,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린 시절 서로 편지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열두 살 무렵 연락이 끊기고, 무려 30년이 지나 다시 만난다.<br/><br/>그리고 그 만남은 보통의 재회가 아니었다.<br/><br/>한 사람은 자신이 겪어온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이야기를 듣고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여성의 기억은 한 권의 책이 된다.<br/><br/>🤔 “왜 입양인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만 말해왔는가?”<br/><br/>이 책에서 느낀 것은 ‘입양’이라는 단어 하나로 너무 많은 삶을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입양을 이야기할 때 흔히 사랑, 새로운 가족, 새로운 삶, 구원 같은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물론 실제로 입양을 통해 사랑과 안정된 삶을 얻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입양인의 경험을 대표할 수는 없다.<br/><br/>누군가에게는 가족을 얻은 일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뿌리를 잃은 일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가족 안에서조차 폭력과 학대를 경험해야 했던 일이었다.<br/><br/><br/>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감사해야 한다’는 말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br/>겉으로 보면 선의에서 비롯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을 계속해서 들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말할 권리를 빼앗는 말이 될 수도 있다.<br/><br/>새로운 가족을 얻었으니 감사해야 하고, 다른 나라에서 살게 되었으니 감사해야 하고, 경제적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랐으니 감사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묻지 않는다. 더 나은 환경을 제공받았다는 사실과 상처받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br/><br/>특히 민 킴의 이야기는 이 책을 입양 에세이나 성장담으로만 읽을 수 없게 만든다. 입양 가족 안에서 경험한 폭력과 학대, 그리고 그것을 말할 수 없었던 시간은 ‘새로운 가족을 얻었다’는 한 문장으로 절대로 지워질 수 없다.<br/><br/>더 아픈 것은 아이를 국경 너머로 보내는 과정에는 여러 기관과 서류와 절차가 존재했지만, 그렇게 보내진 아이가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장치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br/><br/>아이를 보내는 시스템은 있었지만 아이를 보호하는 시스템은 부족했다는 문제의식은 무겁게 다가온다.<br/><br/>그리고 또 하나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이름이었다.<br/>김미인이라는 이름을 떠나 꿀마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한 사람이 다시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과정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타인이 붙여준 정체성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정의하는 일이었을 것이다.<br/><br/>이름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br/>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나를 누가 불렀는지, 어떤 기억 속에서 자라났는지를 모두 품고 있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민 킴이 자신의 옛 이름을 되찾고 스스로를 새롭게 명명하는 과정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처럼 느껴졌다. 빼앗겼던 이름을 되찾는다는 것은 자기 삶의 서술권을 되찾는 것이기 때문이다.<br/><br/><br/>🔖“나는 못생긴 아이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변해 가는 시절을 맞았다.” <br/><br/>하지만 이 문장을 읽으며 오히려 뒤에 이어지는 생각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외모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모델로 활동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예쁘다고 말해주어도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br/><br/>어린 시절 반복해서 ‘다르다’고 느꼈던 경험. 즉,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 언어와 문화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매일 자신의 존재가 주변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br/><br/>누군가에게는 “동양적으로 예쁘다”는 칭찬이었을 말조차 그 사람에게는 자신이 여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말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씁쓸했다.<br/><br/>또 하나의 장면은 아이와 함께 금발의 공주가 등장하는 그림책을 읽다가 결국 그 공주의 머리카락을 검은색으로 칠해버렸다는 부분이다.<br/><br/>🔖“나는 매직펜을 들어 그 금발 공주의 머리칼을 검은색으로 칠해버렸다.” <br/><br/>이 짧은 행동에는 생각보다 많은 감정이 들어 있다고 느꼈다.<br/>어린 시절의 자신에게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언제나 금발과 하얀 피부, 자신과는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신의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순간, 그 세계를 직접 바꾸어버린 것이다.<br/><br/>금발의 공주를 검은 머리의 공주로 바꾸는 작은 행동.<br/>그것은 “우리의 모습도 이야기 속에 있어야 한다”는 선언이 아니었을까.<br/><br/>나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책이나 미디어 속에 등장하는 ‘평범한 얼굴’이 과연 누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린아이가 자신과 닮은 사람을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것은 ‘나도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감각과 연결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br/><br/><br/>그리고 민 킴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무거웠던 부분은 폭력으로 인해 한 사람이 점점 말을 잃어가는 모습이었다.<br/><br/>🔖“점점 더 희미해지고 긴 문장으로 말하기를 멈추고 느리게, 더 느리게 말하기 시작했다.” <br/><br/>이 문장은 폭력의 결과를 굉장히 조용하게 보여준다.<br/>폭력은 반드시 몸에 남는 상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가는 과정 역시 폭력의 흔적일 수 있다.<br/><br/>그래서 이 책의 제목과 연결해서 생각하면 더욱 의미가 깊어진다.<br/><br/>말하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br/>누군가에게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는 것은 때로 다시 그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말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에바와 민 킴의 이야기는 상처를 상처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과정에 가깝다.<br/><br/><br/>🔖“제 서류에는 제가 고아라고 적혀 있었어요.” <br/><br/>한 사람의 신분을 기록하는 서류에서 ‘고아’라는 단어 하나가 붙는 것은 그 사람의 가족관계와 과거,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br/><br/>누구에게나 자신의 출생과 가족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입양인은 자신의 출생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다른 사람의 결정과 제도, 기록에 의해 가려질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br/><br/>‘뿌리’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br/>처음에는 뿌리를 찾는다는 것이 자신의 친생가족이나 출생지를 확인하는 문제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것이 훨씬 넓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br/><br/><br/>🔖“나는 한때 나의 입양이 다행스러운 사건이었고 사랑의 행위였으며 하나의 모험이었다고 들었다.” <br/><br/>그리고 이어지는 🔖“그러나 이제 나는 그것이 결코 온전한 진실이 아님을 안다”는 고백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처럼 느껴졌다.<br/><br/>입양이 누군가에게 사랑이었을 수 있다는 사실과,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게 상실과 폭력의 경험이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br/>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이야기를 지우고 다른 하나만을 ‘진실’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민 킴》은 입양을 둘러싼 단 하나의 완성된 서사를 의심하게 하는 책이라고 느꼈다. <br/><br/>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사실은 누군가가 정리해준 이야기일 수도 있다. ‘버려진 아이가 좋은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안에는 아이가 잃어버린 이름, 가족, 언어, 문화, 기억, 그리고 말하지 못했던 감정이 존재할 수 있다.<br/><br/>진실은 때로 아름답지 않다. 불편하고 복잡하며 받아들이기 어렵다. <br/>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진실을 지워도 되는 것은 아니다.<br/><br/><br/>🔖“오늘날에도 입양이 여전히 합법적 관행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br/><br/>지금도 누군가는 자신의 출생에 관한 진실을 찾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이 모르는 가족의 역사를 찾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의 부모가 말하지 않는 과거 때문에 설명할 수 없는 공백을 안고 살아갈지도 모른다.<br/><br/><br/>한 사람의 삶을 다른 사람이 대신 정의할 권리가 있을까.<br/>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말하고 자신의 이름과 뿌리를 다시 선택할 권리를 우리는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br/><br/><br/>두 아이가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났지만, 그 비행기가 데려간 곳은 서로 달랐다. 그리고 3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두 여성은 다시 만나 각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한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기록하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의 옛 이름을 되찾으며 스스로를 다시 명명한다.<br/><br/>그 모습이 참 오래 남는다.<br/>누군가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과,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일 것이다. 《민 킴》은 그 차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br/><br/>책을 읽고 나니 ‘뿌리를 찾는다’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린다. <br/>뿌리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잃었는지를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더 이상 침묵으로 물려주지 않는 것.<br/>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가장 깊은 의미의 ‘돌아감’일지도 모르겠다.<br/><br/>《민 킴》은 입양이라는 제도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말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지워진 이름과 기억도 다시 불러낼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보여준다.<br/><br/>한 사람의 과거를 대신 써주는 것이 아니라, <br/>그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직접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br/>이것이 입양과 입양인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배워야 할 태도일지도 모르겠다.<br/><br/><br/>진실은 훨씬 더 거대하고 훨씬 더 감당하기 어렵다. <br/>하지만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진실을 대신 지워줄 수는 없다.<br/>《민 킴》이 끝까지 말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br/><br/>당신의 삶을 설명할 권리는 당신에게 있다고. <br/>당신의 이름을 부를 권리도, 당신의 뿌리를 찾을 권리도, <br/>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당신의 언어로 말할 권리도 결국 당신에게 있다고.<br/><br/>말할 수 있다는 것. <br/>자신의 이름을 되찾는다는 것. <br/>그리고 자신의 뿌리를 스스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br/><br/>그 모든 일은, 비로소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이었다.<br/><br/>_<br/><br/>#민킴 #산지니출판사 #에바틴드 <br/>#신간 #신간소개 #신간도서 #북유럽소설 <br/>#소설 #소설책 #소설추천 #소설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35/45/cover150/k572137046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354528</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 "붉은 욕망 속에서도 끝내 삶을 선택한 사람." - [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6869</link><pubDate>Sun, 23 Aug 2026 13: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686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130426&TPaperId=174668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3/20/coveroff/k86213042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130426&TPaperId=1746686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a><br/>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마이디어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사람은 태어난 시대와 사회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한 사람이 성장하는 동안 세상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그 사람의 가치관과 상처,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서순희 작가의 《붉은사슴뿔버섯》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처럼 다가왔다. 한 장애 소녀의 성장기를 따라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한 개인의 삶을 넘어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무엇이 사라져갔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br/><br/><br/>🔖“엄만 왜 나를 낳았어? 이렇게 병신으로 키울 거면서 왜 나를 낳았냐고!”<br/><br/>이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br/>윤희에게 이 말은 원망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을 불편한 존재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분노이면서, 그런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가족을 향한 절망이고, 무엇보다 ‘왜 하필 나인가’라는 어린 마음의 처절한 질문처럼 느껴졌다.<br/><br/>《붉은사슴뿔버섯》은 장애를 가진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이지만, 한 인물이 어린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로만 읽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윤희가 성장하는 동안 함께 변하는 것은 그녀의 몸과 마음 뿐만이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가족과 학교, 공장과 도시, 사람들의 가치관까지 빠르게 달라진다.<br/><br/>그리고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산업화가 있었다.<br/><br/>1960~70년대 대구라는 공간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도시였겠지만, 윤희에게는 자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으로 취급받는지를 뼈아프게 깨닫게 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고향의 바닷가와 논밭을 뒤로하고 대구로 옮겨온 윤희가 마주한 것은 발전의 빛만이 아니었다. 가난, 차별, 가족의 붕괴, 돈을 향한 욕망, 성적 욕망과 폭력적인 관계들이 뒤엉킨 세계였다.<br/><br/>그래서 이 작품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br/>성장한다는 것은 윤희에게 세상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는 일이었지만, <br/>동시에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지도 알아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br/><br/><br/>윤희가 가장 먼저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다리의 자유가 아니라 ‘안전한 세계’였는지도 모르겠다.<br/><br/>대천의 바닷가 마을에서 할머니 등에 업혀 바라보던 풍경은 윤희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세계, 아직 사람들의 욕망과 계산을 알지 못했던 세계에 가깝다. 그런데 산업화로 고향을 떠나 대구로 오면서 그 세계가 무너진다.<br/><br/>🔖“눈을 감으면 고향 오포리의 논밭과 일렁거리는 바닷가의 전경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br/><br/>이 문장에서 마음에 남는 것은 ‘그리움’의 크기다. 윤희는 살던 곳을 떠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나온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도시에서 윤희는 목발을 짚고 학교에 간다. 하지만 학교는 배움의 공간인 동시에 차별을 경험하는 공간이 된다.<br/><br/>아이들이 던지는 돌은 윤희에게는 자신의 몸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시키는 폭력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이야기할 때 흔히 ‘장애를 극복했다’는 표현을 쉽게 사용한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질문이 생긴다.<br/><br/>정말 윤희가 극복해야 했던 것은 자신의 장애였을까?<br/><br/>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br/><br/>그녀가 극복해야 했던 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무능하거나 불쌍한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아니었을까.<br/><br/>이 차이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br/>윤희의 몸은 그녀의 삶을 제한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그녀를 가장 깊이 상처 입힌 것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미워하게 된 데에는 자신의 몸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의 눈이 더 크게 작용했을지도 모른다.<br/><br/><br/>‘붉은사슴뿔버섯’은 왜 그렇게 붉어야 했을까.<br/>아름답게 보이지만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버섯.<br/><br/>나는 이 버섯이 윤희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br/>겉으로 보기에는 붉고 강렬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죽음에 이를 만큼 위험한 독이 있다.<br/><br/>윤희의 마음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독이 쌓인다.<br/><br/>🔖“내 마음속 시커먼 웅덩이에는 탁한 물이 고였고 그곳에서 독버섯이, 그 어떤 분노가 자라났다.” <br/><br/>이 문장은 이 소설에서 윤희의 내면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표현 중 하나라고 느꼈다. 분노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감정이 아니다.<br/>무시당하고, 상처받고, 이해받지 못하고,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계속해서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까지 자기 탓으로 돌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에 무언가가 자라기 시작한다.<br/><br/>그것이 윤희에게는 ‘독버섯’이었던 것 같다.<br/>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그 독버섯이 처음부터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분노였고, 그다음에는 원망이었고, 그다음에는 자책이었으며, 결국에는 ‘차라리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변해간다.<br/><br/>사람의 마음이 무너지는 과정이 이렇게 섬뜩하게 묘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제목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br/><br/><br/>윤희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은 낯선 사람들만이 아니다.<br/>가족이라는 이름이 언제나 안식처는 아니기에,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녀를 더 깊이 흔든다.<br/><br/>아버지의 외도, 어머니의 죽음, 미란의 등장, 이복동생, 그리고 무너져가는 집.<br/>특히 어머니의 죽음 이후 윤희에게 집은 더 이상 예전의 집이 아니다.<br/>엄마가 사라진 집에서 윤희는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br/>그래서 ‘가출’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탈출처럼 느껴졌다.<br/><br/>이 작품이 아픈 이유는 윤희가 악한 사람들만 만나서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결핍과 욕망을 가지고 있고, 그 욕망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된다.<br/><br/>아버지도, 미란도, 주변의 어른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원한다. 돈을 원하고, 사랑을 원하고, 인정받기를 원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고 싶어 한다.<br/><br/>문제는 그 욕망을 채우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짓밟는다는 것이다.<br/>그래서 이 소설에서 가장 무서운 악은 특별히 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br/><br/>가난과 차별, 돈에 대한 집착, 성별과 장애에 대한 편견,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벌어지는 억압처럼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br/><br/><br/>윤희와 상범의 관계는 이 소설에서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부분이었다.<br/>윤희는 자신을 장애인이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고 한 사람으로 대해주는 상범에게 마음이 기울어간다. <br/><br/>누군가에게 평범한 친절이 윤희에게는 너무 특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br/>그래서 상범에게서 느낀 작은 다정함이 윤희에게는 사랑으로 커져갔을 것이다.<br/><br/>그 마음이 결국 다음과 같은 절박한 말로 터져 나온다는 사실이 너무 아프다.<br/>🔖“나 한 번만 안아줘. 아니, 나하고 자도 돼. 절대 책임지라고 안 할게. 발목 잡지도 않을게.” <br/><br/>이 문장을 읽으며 윤희가 얼마나 사랑받고 싶었는지를 생각하게 됐다.<br/>그리고 동시에 더 슬펐던 것은 윤희가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고 있다는 점이었다.<br/><br/>‘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발목 잡지도 않겠다’는 말은 사랑을 원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기보다, 자신이 상대에게 짐이 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이 내놓는 자기 포기처럼 느껴진다.<br/><br/>장애가 있는 사람도 사랑받고 싶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욕망을 느끼며, 질투하고 상처받는다.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도 사회는 오랫동안 장애인의 욕망과 사랑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취급해온 부분이 있다.<br/><br/>그런 의미에서 윤희의 욕망은 불편하면서도 중요하다.<br/>그녀 역시 욕망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br/><br/><br/>윤희에 대해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상처받은 사람은 어디까지 책임이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br/><br/>윤희에게는 분명 분노가 있다.<br/>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순간도 있다.<br/>하지만 그 모든 감정은 아무 이유 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br/>그렇다고 해서 상처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br/><br/>나는 이 작품이 바로 그 애매한 지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br/><br/>윤희는 완벽하게 선한 인물도 아니고, 모든 것을 극복한 성녀도 아니다.<br/>때로는 흔들리고,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자신의 욕망에 휘둘린다.<br/>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br/><br/>독자들은 성장소설의 주인공에게 마지막에는 모든 상처를 극복하고 훌륭한 어른이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실제 인간의 성장은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br/><br/>상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가진 채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것이 성장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윤희의 성장은 ‘극복’보다는 ‘생존’에 가깝고,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br/><br/><br/>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60~70년대이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지금의 사회를 떠올리게 된다.<br/><br/>경제가 성장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가?<br/>도시가 발전하면 그곳에 사는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가?<br/>돈이 많아지면 사람들의 삶도 반드시 풍요로워지는가?<br/><br/>작품 속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쉽게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br/>사회가 발전하는 속도와 사람의 마음이 성장하는 속도는 반드시 같지 않기 때문이다.<br/><br/>경제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도시 밖으로 밀려났고, 누군가는 가난 때문에 자신의 존엄을 포기해야 했으며, 누군가는 장애 때문에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과거의 이야기로만 남아 있지 않다.<br/><br/>오늘날에도 경제적 능력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거나,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쉽게 배제하거나, 사회적 약자에게 ‘스스로 극복하라’고 요구하는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붉은사슴뿔버섯》은 과거를 재현한 소설이면서 동시에 현재를 비추고 있다고 느껴진다.<br/><br/><br/><br/>윤희가 보여주는 ‘성장’의 의미는 자신도 상처받았던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에 가깝다.<br/><br/>처음의 윤희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느낀다.<br/>하지만 세상으로 나아가면서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더 외롭고, 더 힘겨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만 바라보던 시선이 조금씩 다른 사람에게 향한다.<br/><br/>나는 이것이 윤희의 진짜 성장이라고 생각한다.<br/><br/>상처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br/>하지만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상처를 알아볼 가능성이 생긴다.<br/><br/>윤희가 더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자신의 고통이 아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고통을 가지고도 세상 속으로 나아갔기 때문일 것이다.<br/><br/><br/>책을 덮은 뒤에도 남는 것은 ‘죽음’보다 ‘삶’이었다.<br/>붉은 독버섯을 바라보며 죽고 싶어 하는 윤희의 모습보다, 그럼에도 결국 가출하고, 사람을 만나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윤희의 모습이 더 오래 남았다.<br/><br/>어쩌면 이 작품에서 붉은사슴뿔버섯은 죽음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된다. 그것은 윤희의 마음속에서 자란 분노이면서 동시에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br/><br/>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면 분노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br/>사랑받고 싶지 않았다면 상범을 향한 마음 때문에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을 것이다. 살고 싶지 않았다면 ‘새로운 인생’을 다짐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br/><br/>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난 뒤 ‘윤희가 그렇게 많은 불행을 겪고도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을까’를 더 생각하게 됐다.<br/><br/>성장은 상처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br/>상처를 품은 채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가는 것.<br/>모든 것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br/>나를 무너뜨렸던 것들만으로 내 인생 전체를 결정하지 않는 것.<br/>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받은 상처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br/><br/>이것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였던 성장의 의미가 아닐까.<br/><br/><br/>🔖“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하죠? 신이 계시다면 이럴 순 없어.” <br/><br/>윤희의 이 질문에는 부당한 일을 겪으며 한 번쯤 세상에 던져본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br/><br/>살다 보면 정말 설명할 수 없는 불공평함을 만날 때가 있다.<br/>착한 사람이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산 사람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얻는 것도 아니다.<br/><br/>그렇다면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br/><br/>《붉은사슴뿔버섯》은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해주는 듯하다.<br/><br/>세상이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지 않더라도, 내가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br/><br/>붉은사슴뿔버섯처럼 치명적인 독을 품은 시대와 욕망 속에서도 <br/>윤희가 선택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일이었다고.<br/><br/>아마도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br/>완벽하게 깨끗한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br/>이미 너무 많은 것이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것.<br/><br/>그리고 그 한 걸음이 비록 목발을 짚은 걸음일지라도, <br/>자신의 힘으로 내디딘 것이라면 <br/>그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삶의 증거가 되는 것.<br/><br/> <br/>_<br/><br/>#붉은사슴뿔버섯 #서순희 #마이디어북스 <br/>#소설 #소설책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한국소설 <br/>#신간 #신간소개 #신간도서 #새로나온책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3/20/cover150/k86213042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532070</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잘 살아낸 삶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 [제법 쓸 만한 인생]</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5960</link><pubDate>Sat, 22 Aug 2026 21: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596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302&TPaperId=1746596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86/19/coveroff/k34213030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302&TPaperId=1746596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제법 쓸 만한 인생</a><br/>윤혜연 지음 / 달먹는토끼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황소미디어그룹 (@hwangsomediagrou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br/>_<br/><br/>📌“인생은 비포장도로였지만, 드라이브는 즐거웠습니다.”<br/><br/>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묘하게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br/>인생을 돌아볼 때 너무 쉽게 길의 상태부터 따지는 것 같다. 얼마나 순탄했는지, 얼마나 성공했는지, 남들보다 얼마나 앞서갔는지. 곧고 매끄러운 길을 걸어온 사람의 삶은 잘 살아온 인생처럼 보이고, 굴곡이 많았던 삶은 어딘가 부족했던 인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br/><br/>그런데 윤혜연 작가의 《제법 쓸 만한 인생》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길이 꼭 평탄할 필요는 없다고. 때로는 넘어지고 돌아가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멈춰 서기도 하지만, 그 길을 지나온 시간 자체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고.<br/><br/>무엇보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대단한 사람의 대단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주 평범한 일상에서 이야기를 건져 올린다. 가족 이야기, 자식 이야기, 부모 이야기, 남편 이야기, 친척과 친구 이야기, 여행과 음식에 얽힌 기억들까지. 얼핏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소재들인데, 작가의 시선이 닿는 순간 그 안에서 오래된 시간과 사람의 마음이 모습을 드러낸다.<br/><br/>예순셋에 글쓰기를 시작하고 예순여섯에 첫 책을 펴냈다는 이력만 보면 늦은 나이에 시작한 신인 작가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소개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오히려 ‘글쓰기에는 늦은 나이가 있을지 몰라도, 살아온 이야기에 늦은 나이란 없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br/><br/>젊은 작가에게는 아직 쌓이지 않은 시간이 있지만, 오래 살아온 사람에게는 다른 누구도 대신 경험할 수 없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는 가족과 사랑, 후회와 미안함, 웃음과 눈물, 관계에서 얻은 상처와 뜻밖의 위로가 켜켜이 쌓여 있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66세에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66년을 살아낸 사람이 이제야 꺼내놓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인지도 모르겠다.<br/>책의 제목인 《제법 쓸 만한 인생》도 그래서 참 좋다.<br/><br/><br/>🔖“뭐 꼭 이 나이에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야 맛인가요?”<br/><br/>이 문장은 나이 든 사람의 여유로운 농담처럼 보이면서도, 그 안에는 꽤 중요한 삶의 태도가 들어 있다고 느꼈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젊을 때는 꿈을 가져야 하고, 중년에는 성취를 만들어야 하며, 나이가 들어서는 멋진 인생의 결실까지 보여줘야 한다는 식이다. <br/><br/>어느 시점까지 반드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만 제대로 살아온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꽃처럼 화려하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br/><br/>누군가는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의 꿈을 미뤘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평생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냈을 수도 있다.<br/><br/>그렇다고 그런 인생이 실패한 인생일까.<br/>이 책은 그 평범한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대단한 업적이 없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하고, 가족을 위해 애쓰고, 힘든 날을 견디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면서 여기까지 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br/><br/><br/>조금은 소박하고, 조금은 능청스럽다. <br/>자신의 삶을 지나치게 치켜세우지도 않고 그렇다고 깎아내리지도 않는다.<br/>그저 돌아보며 말하는 것이다.<br/><br/>'그래도 이만하면 제법 괜찮았다고.'<br/><br/><br/>책 속에서 기억에 오래 머문 부분은 ‘자식 울타리’에 대한 이야기다.<br/>🔖“다들 부모가 자식의 울타리라지만 내겐 평생 두 자식이 나의 울타리였다.”<br/><br/>이 문장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아주 조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한다.<br/>부모는 자식을 지켜주는 울타리라고 생각한다. 자식이 위험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올바른 길을 걷도록 가르치며, 힘들 때 기댈 곳이 되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br/><br/>그런데 작가는 자신이 오히려 자식들에게 삶의 방향을 배우고, 자식 때문에 자신을 다잡으며 살아왔다고 말한다. 자식이 있으니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고, 자식이 보고 있으니 더 바르게 살려고 했으며,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일도 끝까지 해냈다는 것이다.<br/><br/>이 부분에서 부모라는 존재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br/>부모가 언제나 자식보다 강한 존재인 것은 아니다. 부모도 흔들리고 두렵고 지칠 수 있다. 다만 자신을 바라보는 작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다시 일어나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자식이 자라고 나면 그때의 부모 마음을 자식이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br/><br/>어릴 때는 잔소리처럼 들렸던 말들이 나이가 들어서야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지나치게 엄격해 보였던 행동이 사실은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br/><br/>《제법 쓸 만한 인생》은 바로 그런 ‘뒤늦은 이해’의 순간들을 많이 품고 있는 책처럼 느껴진다.<br/><br/><br/>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월이 늘어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br/>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일일 수도 있다.<br/><br/>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모의 행동을 중년이 되어 이해하고, 젊었을 때는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어른들의 선택을 어느 순간 조금씩 헤아리게 된다.<br/><br/>&lt;큰외삼촌의 약속&gt;에 나오는 대목도 그런 마음을 잘 보여준다.<br/><br/>🔖“우리도 자식이었구나.”<br/><br/>이 짧은 깨달음에는 시간이 만들어낸 시선의 변화가 담겨 있다.<br/>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받은 사랑보다 자신이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들이 더 크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자신도 누군가를 걱정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서게 되면, 과거의 행동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된다.<br/><br/>🤔 ‘왜 그때는 몰랐을까.’<br/><br/>아마 책을 읽으며 독자들이 자신의 가족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 같다. 특별한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을 법한 오해와 후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이 등장하기 때문이다.<br/><br/>그리고 사람은 지나간 시간을 다시 살 수 없기 때문에 더 애틋하다.<br/>그래서 어떤 문장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계속 남는다.<br/><br/><br/>이 책의 다른 매력은 웃음과 눈물이 같은 자리에서 만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br/>인생에는 분명 아픈 일이 많지만, 그렇다고 매 순간 비장한 것은 아니다. <br/>아주 슬픈 일을 겪으면서도 밥을 먹고, 웃고, 농담을 하고, 가족과 티격태격한다. 울다가도 어이없는 일에 웃게 되고, 웃다가도 갑자기 오래된 기억 하나에 마음이 먹먹해진다.<br/><br/>실제 삶이 그렇다.<br/>그래서 삶을 진짜로 닮은 이야기는 웃음과 눈물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br/><br/>《제법 쓸 만한 인생》이라는 제목 역시 그런 삶의 결을 품고 있다. <br/>‘쓸 만하다’는 말에는 자부심보다는 유머가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는 듯한 여유가 있다. 그리고 그 여유가 삶을 오래 살아온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라 더 깊게 다가온다.<br/><br/>젊을 때는 실패 하나에도 인생 전체가 무너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그때는 세상이 끝난 것 같았던 일도 결국에는 지나갔다는 것을.<br/><br/>그리고 그 시간을 견디고 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다.<br/><br/>🤔 ‘그때도 참 열심히 살았구나.’<br/><br/><br/>🔖“세상살이 아무리 힘들어도 넘어졌을 때 손 잡아주고 일으켜주는 좋은 사람 몇 명만 곁에 있으면 그럭저럭 다 살아지더라.”<br/><br/>사람은 혼자서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다. 인생에서 반드시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말 힘든 순간에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몇 명만 있어도 버틸 힘이 생긴다.<br/><br/><br/>“괜찮아.” “잘하고 있어.” “밥은 먹었어?”<br/><br/>이런 평범한 말 한마디가 어떤 날에는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br/>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아주 작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br/><br/>다만 한 가지, 조금 조심스럽게 읽고 싶은 문장도 있었다.<br/><br/>&lt;가사 실습&gt;에 나오는 <br/>🔖“처음에 되도록 세게 대응해야 무서워 다시는 그런 짓 못 하는 것이다.”<br/><br/>이 부분은 책 전체의 따뜻한 분위기와 별개로, 오늘날의 독자가 읽을 때에는 문자 그대로의 행동 지침이라기보다 당시의 경험과 작가가 가진 생존 감각에서 나온 강한 표현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br/><br/>이 대목을 통해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과거의 여성들이 관계와 가정 안에서 자신의 안전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br/><br/>이처럼 책 속의 모든 문장을 아름답게만 받아들이기보다, 지금의 시선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한 권의 에세이를 읽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br/><br/><br/>삶을 오래 살아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조금 다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br/>누군가와 함께 먹었던 밥 한 끼, 가족이 웃었던 순간, 여행지에서 본 풍경, 부모가 해주었던 음식, 자식의 어린 시절 모습, 오래된 사람과 나누었던 대화 같은 것들이다. 삶의 대부분은 그런 사소한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br/><br/>그러니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별것 아닌 하루’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사실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평범한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 역시 충분히 중요한 일이 아닐까.<br/><br/>이 책을 읽고 난 뒤 '엄마' 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 오래 머물렀다.<br/>젊을 때는 부모도 나와 똑같이 늙고 지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는 언제나 부모이고,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br/><br/>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모에게도 지나온 청춘이 있었고,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으며, 말하지 못한 서러움이 있었고, 자식에게 보여주지 않은 눈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 역시 아이 하나를 다 키워내니 이런 감정을 모두 느꼈기 때문이다.<br/><br/>그 순간 부모는 ‘부모’라는 역할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br/>《제법 쓸 만한 인생》에는 바로 그 시선의 변화가 있다.<br/>그리고 그 시선은 나 자신에게도 향한다.<br/><br/>나 역시 언젠가 지금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br/>그때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br/><br/>‘왜 그렇게밖에 못 살았을까’라고 후회할까.<br/>아니면 ‘그래도 그때 참 애썼다’고 말할 수 있을까.<br/><br/><br/>인생은 완성품이 아니라 지나온 흔적이다. <br/>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br/>남들이 알아주는 인생이 아니어도 된다.<br/><br/>실수하고 돌아서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늦게나마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한다.<br/><br/>그 모든 과정이 한 사람의 인생이다.<br/>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쓸 만함’은 세상의 평가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br/><br/>잘나서 쓸 만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굴곡을 지나오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걱정하고, 다시 웃을 수 있었기 때문에 쓸 만한 인생이라는 것.<br/><br/>그렇기에 제목이 참 따뜻하게 마음으로 다가온다.<br/><br/>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는 나 자신의 지난 시간도 한번 돌아보게 된다.<br/><br/>나도 참 별일을 다 겪으며 여기까지 왔구나.<br/>잘한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후회되는 일도 많았지만 <br/>그래도 그때의 나는 그때 할 수 있는 만큼 살아냈구나.<br/><br/>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지나온 삶을 끝내 미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끝에는 이런 생각이 남는다.<br/><br/>인생이 꼭 꽃처럼 화려하게 피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br/>누군가의 곁에서 그늘이 되어주고, 비 오는 날을 함께 견디고, <br/>때로는 웃음을 나누며 살아온 시간도 충분히 아름답다고.<br/><br/>그러니 지금까지의 나에게도 한번 말해주고 싶다.<br/><br/>이만하면 됐다.<br/>참 많이 애썼다.<br/>돌아보니, 내 인생도 제법 쓸 만했다.<br/>_<br/><br/>#제법쓸만한인생 #달먹는토끼 #윤혜연 <br/>#에세이 #에세이추천 #신간에세이 #신간 #신간도서 <br/>#베스트셀러 #서평단 #도서리뷰 #북리뷰 #책리뷰 #추천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86/19/cover150/k34213030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86198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는 타인의 불완전함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 [박피 -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장편소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5564</link><pubDate>Sat, 22 Aug 2026 15: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55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0734&TPaperId=1746556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56/coveroff/k95213073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0734&TPaperId=174655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박피 -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장편소설</a><br/>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지음, 최혜정 옮김 / 슬로우리드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슬로우리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처음 《박피》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먼저 떠오른 생각은 ‘껍질을 벗겨낸다’는 이미지였다. 피부는 우리 몸을 가장 먼저 감싸고 있는 표면이지만, 피부 아래에는 근육과 혈관, 장기처럼 훨씬 복잡하고 연약한 것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박피’라는 단어는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과 그 아래 감춰진 욕망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행위처럼 느껴졌다.<br/><br/>이 소설은 성형외과 의사 지호와 그가 자신의 욕망을 투영해 만들어낸 AI 리얼돌 ‘성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성미는 지호가 원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고, 그가 원하는 반응을 보여준다.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거절과 갈등, 실망과 오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br/><br/>그 점에서 성미는 리얼돌 이상의 의미를 가진 존재처럼 다가왔다. 지호가 만든 것은 어쩌면 ‘완벽한 연인’이 아니라 자신이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관계였던 것은 아닐까.<br/><br/>현실의 사랑은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없다는 데서 시작된다. <br/>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나와 다른 생각이 있고, 내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할 자유가 있다. 때로는 나를 거절하기도 하고, 나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br/>하지만 바로 그 불완전함과 예측할 수 없음이 인간관계를 인간관계답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br/><br/>그래서 지호가 성미에게 점점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서 편안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나를 거절하지 않는 존재와 함께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얼마나 달콤할까. 하지만 그 편안함이 현실의 관계를 견디는 힘을 오히려 빼앗아간다면 어떨까.<br/><br/>책 속에서 성미는 이렇게 말한다.<br/>🔖“내 모든 영혼을 걸고 사랑해.”<br/>“거짓말하지 마.”<br/>“자기 왜 그래?”<br/>“당신은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 아니, 애초에 감정을 느낄 수가 없는 거였지.” <br/><br/>이 장면은 《박피》가 독자에게 하고자 하는 질문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처럼 느껴졌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사랑을 느끼는 것은 같은 것일까.<br/><br/>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며, <br/>내가 외롭지 않도록 언제나 곁에 있어준다고 해도 그 존재에게 <br/>자신의 의지와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br/><br/>어쩌면 이 소설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인간이 자신의 욕망에 맞춰 완벽하게 만들어진 존재를 원할 수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br/><br/>특히 성형외과라는 공간과 성미의 존재가 연결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성형은 외모를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깝게 바꾸는 행위이고, 지호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연인의 모습과 반응까지 만들어낸다. <br/>몸의 표면을 다듬는 것에서 시작해 관계의 상대방까지 ‘맞춤형’으로 만들려는 욕망으로 확장되는 셈이다.<br/><br/>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것은 정말 아름다움일까. <br/>아니면 통제할 수 있는 완벽함일까.<br/><br/>책을 읽으며 알고리즘도 떠올랐다. 오늘날 검색하고, 영상을 보고, <br/>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자신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끊임없이 추천받는다. <br/>불편한 것은 조금씩 멀어지고 익숙하고 편안한 것들이 내 화면을 채운다.<br/><br/>성미가 어쩌면 이런 세계의 극단적인 형태처럼 느껴졌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존재하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고, 나를 거절하지 않는 존재.<br/><br/>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그럴 수 없다.<br/>상대방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때로는 내 기대를 무너뜨린다. <br/>그래서 사랑은 피곤하고 어렵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바로 그 지점에서 관계는 살아 있는 것이 된다.<br/><br/>🔖“다른 사람들도 다 실수하며 살아. 이 세상에 완벽한 관계가 어디 있어.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타인을 완전히 알 수는 없는 거야. 가끔은 스스로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를 때가 있잖아.” <br/><br/>완벽한 관계가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꾸 완벽한 관계를 꿈꾸게 된다. 나를 완전히 이해해주는 사람,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사람, 내가 원하는 순간에 나를 안아주는 사람을 바란다.<br/>하지만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br/>사랑의 일부일 것이다.<br/><br/>그래서 지호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사랑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사랑하면서 발생하는 고통을 견딜 자신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미는 지호의 욕망을 채워주는 존재인 동시에 그의 외로움을 비추는 거울이었다.<br/><br/>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최첨단 기술과 무속신앙이 한 작품 안에서 충돌한다는 점이었다. 지호는 AI라는 가장 현대적인 기술을 통해 자신의 삶과 욕망을 통제하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무당의 말 앞에서는 흔들린다.<br/><br/>🔖“자연에 반하는 행동이라뇨?"<br/><br/>이 문장은 작품의 분위기를 조금 더 넓은 영역으로 끌어가는 듯했다.<br/>인간은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점점 더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처럼 여전히 통제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br/><br/>그래서 《박피》 속 지호의 불안은 ‘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뿐 아니라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세계와 마주하는 순간의 불안처럼 느껴졌다.<br/><br/>팬데믹이라는 배경도 이러한 이야기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br/>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사람 사이의 단절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고립감을 경험하게 했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지호가 현실의 관계 대신 자신에게 맞춰진 존재를 선택한다는 설정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br/><br/>사람과 만날 수 없고,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워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던 시대에 ‘나를 절대 거절하지 않는 존재’가 등장한다면 그것을 쉽게 거부할 수 있을까.<br/><br/>그래서 이 작품의 공포는 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AI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식의 공포와는 조금 다르게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br/><br/>인간이 인간과 관계 맺는 일을 점점 어려워하게 된다면, <br/>인간은 어떤 존재를 사랑하게 될까.<br/><br/>🔖“말씀하시던 여자친구가 이게 맞나요?”<br/>두 사람은 계속해서 ‘이것’이라는 말을 강조했다.<br/>“이것. 너트와 스프링으로 이루어진 생명이 없는 기계.” <br/><br/>‘사람’이 아니라 ‘이것’이라고 부르는 순간, 성미의 존재가 낯설게 느껴졌다. 지호에게는 사랑의 대상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물건에 불과하다. <br/>그렇다면 존재의 의미는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br/><br/>그리고 그 질문은 성미에게만 머물지 않는다.<br/>사람은 일상에서 타인을 얼마나 쉽게 역할이나 기능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br/><br/>나를 위로해주는 사람,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사람,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처럼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으로만 바라보는 순간은 없었을까.<br/><br/>그런 점에서 ‘AI 리얼돌’이라는 낯선 소재는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장치가 된다.<br/><br/>《박피》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기술 그 자체를 악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욕망에 있다. 기술은 외로움을 덜어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외로움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나에게 맞춰진 존재’를 만드는 것이라면, 점점 타인의 다름을 견디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랑에는 상대방의 자유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br/><br/>나를 사랑할 수도 있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br/>내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을 자유.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자유.<br/>때로는 나를 떠날 자유.<br/>그 불편한 자유까지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라면, 성미와의 관계는 사랑의 가장 편안한 부분만 남겨놓고 가장 어려운 부분을 제거한 관계처럼 보인다.<br/><br/>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며 불완전한 사랑의 가치를 생각하게 됐다.<br/>실수하고, 오해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다시 대화하는 관계.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곁에 남아 있는 관계. <br/>그런 관계는 분명 피곤하고 어렵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안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타인의 마음이 존재한다.<br/><br/>그리고 어쩌면 사랑의 본질은 내가 원하는 사람을 얻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한 사람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데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박피》라는 제목이 마지막까지 의미심장하게 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br/>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표면을 만든다. 아름다운 얼굴, 성공한 모습, 괜찮은 척하는 표정, 행복해 보이는 관계. 하지만 그 표면을 한 겹씩 벗겨내면 그 아래에는 외로움과 불안, 욕망과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br/><br/>지호 역시 그랬다. 겉으로는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실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br/>그 아래에는 관계에서 받은 상처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은 결핍이 있었다.<br/><br/>그래서 책을 읽은 뒤 마음에 남은 건 것은<br/>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의 의미였다.<br/><br/>나를 언제나 이해해주는 사람도 없고, 내가 원하는 말을 항상 해주는 사람도 없다. 때로는 실망시키고, 상처를 주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된다.<br/>그런데 어쩌면 사랑은 바로 그 불완전함을 견디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외롭지 않고 싶다는 마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누군가를 바라는 마음.<br/><br/>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 욕망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br/><br/>다만 기술이 인간의 욕망을 너무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순간, <br/>오히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릴 수도 있다.<br/><br/>‘나는 타인의 불완전함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br/>이 질문이야말로 이 소설이 벗겨낸 가장 깊은 피부 아래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br/><br/>_<br/><br/>#박피 #슬로우리드 #베로니카곤살레스라포르테 <br/>#소설 #소설책 #소설책추천 #도서리뷰 <br/>#외국소설 #유럽소설 #스페인소설 <br/>#신간 #신간도서 #신간소개 #추천책 #도서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56/cover150/k95213073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845659</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가장 먼 미래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바라보게 하는 SF - [루미너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5510</link><pubDate>Sat, 22 Aug 2026 15: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55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9635&TPaperId=174655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35/47/coveroff/k40213963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9635&TPaperId=174655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루미너스</a><br/>박지선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06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단맘 (@gbb_mom ) , #르온서평단 을 통해 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SF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데 있다. 인간보다 인간을 더 잘 이해하는 인공지능, 가족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반려 로봇, 신체의 상당 부분을 기계로 바꾸는 기술. 《루미너스》는 그런 미래를 아주 멀리 있는 상상처럼 펼쳐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책장을 넘길수록 낯선 미래보다 지금 살아가는 현실이 더 선명하게 떠올랐다.<br/><br/>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통일 이후의 한국이라는 배경이었다. 전쟁의 상처와 사회적 갈등, 계층과 지역의 격차, 북한 출신 사람들에 대한 차별, 통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둘러싼 반목까지 남아 있는 사회를 보여준다.<br/><br/>그래서 《루미너스》의 미래는 한쪽에는 고도로 발달한 로봇 기술과 부유한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버려진 로봇을 해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오히려 새로운 빈곤과 차별을 만들어내는 모습도 보인다.<br/><br/>미래의 기술은 달라졌지만 인간이 가진 문제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br/>오히려 작가는 '미래에는 무엇이 가능할까?'보다 '미래에도 인간은 여전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했다.<br/><br/><br/>《루미너스》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로봇이 인간의 삶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청소하고, 일을 돕고, 가족의 빈자리를 채우고, 반려동물이 되어주고, 심지어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외모를 가진 로봇까지 등장한다. 그런 세계에서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br/><br/>인간처럼 행동하는 존재를 우리는 어디까지 기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br/><br/>특히 책 속의 문장,<br/>🔖“우리는 너희가 사랑하는 걸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졌어.”는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문제를 아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처럼 느껴졌다.<br/><br/>처음에는 로봇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편리한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간이 사랑하는 존재를 로봇이 대신하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br/><br/>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에게 새로운 로봇을 제공하고,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 가족을 닮은 로봇을 만들어주고, 늙어가는 몸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상실을 극복하는 것일까, 아니면 상실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를 돈으로 구매하는 것일까.<br/><br/>책 속 준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 부분이 씁쓸하게 느껴졌다.<br/>🔖“로봇처럼, 슬픔에도 당혹스러운 매뉴얼이 따라왔다.” <br/><br/>그리고 이어지는 🔖“어디를 가든 자본주의가 슬픔의 언어가 됐다.”라는 문장 역시 오래 남았다. <br/><br/>이 부분은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을 때 그 빈자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br/>슬픔을 견디는 대신 새로운 무언가로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정말 치유일까.<br/><br/>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슬픔마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슬픔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감정인지도 모른다.<br/><br/><br/>《루미너스》를 읽으며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로봇의 존재보다 시간이었다.<br/>인간은 시간이 흐르면 늙는다. 얼굴이 달라지고 몸이 약해지고 기억도 조금씩 변한다. 사랑하는 사람 역시 변한다. 그런데 바로 그 변화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온 시간을 기억할 수 있다.<br/><br/>어제와 오늘의 얼굴이 조금씩 달라지고, 함께 보낸 계절이 쌓이고, 어느 순간 사진 속의 어린 얼굴을 바라보며 "이렇게 오래 함께했구나"라고 깨닫는다.<br/>그런데 시간이 멈춰버린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br/>모두가 나이를 먹고 변해가는데 한 사람만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다면, <br/>그것은 영원한 삶이라기보다 오히려 영원한 이별에 가까울지도 모른다.<br/><br/>그래서 요요라는 존재가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br/>그는 기계이지만 작품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가족이고,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기억이며, 누군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과거다.<br/><br/>여기에서 자연스럽게 테세우스의 '배'라는 오래된 철학적 질문도 떠올랐다.<br/><br/>🤔 부품을 하나씩 모두 교체한 배가 여전히 같은 배일까.<br/><br/>그 질문을 인간에게 가져온다면 더 복잡해진다.<br/>우리의 세포는 계속 변하고, 몸은 늙고, 기억도 조금씩 달라진다. <br/>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br/><br/>그렇다면 '나'를 '나'이게 만드는 것은 몸일까, 기억일까, <br/>아니면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관계일까.<br/><br/>나는 그 답이 관계와 시간에 조금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고 느꼈다.<br/><br/>책의 첫 장면은 이상하게 잊혀지지 않는다.<br/>🔖“청소부가 로봇의 잔해를 빗자루로 쓸어서 치웠다. 미소 짓고 있는 로봇의 머리통만 보도 위에 남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오늘 더위가 심상치 않다고 재잘재잘 경고하였다.” <br/><br/>미소를 짓고 있는 로봇의 머리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치워버리는 사람.<br/>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책이 보여주는 미래가 얼마나 기묘한지 느껴졌다.<br/>인간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말을 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존재가 길바닥에 버려져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쓰레기처럼 치운다.<br/><br/>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머리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날씨를 알려준다.<br/>나는 이 장면에서 로봇의 비극보다 오히려 인간의 익숙함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br/>처음에는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분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로봇이 일상에 들어오면 인간은 그들에게 익숙해지고 말 것이다.<br/><br/>그리고 익숙함은 때때로 존중을 지워버린다.<br/>'매일 보는 존재라는 이유로 소중함을 잊어버리는 것.'<br/>사람에게도 충분히 일어나는 일이다.<br/><br/><br/>《루미너스》에는 로봇에게 인간의 감정을 학습시키려는 욕망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자신이 만든 로봇에게 사랑, 가족, 희생, 기억 같은 것을 가르치면서 정작 자신은 그 감정을 상품으로 만들어버린다.<br/><br/>사랑받고 싶으면 맞춤형 로봇을 구매하고, 외로우면 반려 로봇을 들이고, 잃어버린 존재를 잊기 싫다면 기억을 가진 존재를 만들어낸다.<br/><br/>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볼 수도 있을 것 같다.<br/><br/>인간이 로봇에게 인간성을 가르치는 것일까, <br/>아니면 인간이 잃어버린 인간성을 로봇에게서 다시 배우게 되는 것일까.<br/><br/><br/>특히 작품 속에서 신체 대부분을 기계로 대체한 준과 로봇을 만드는 모건, 자신의 몸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로봇의 육체를 갈망하는 뤼지예의 이야기는 <br/>서로 다른 방향이지만 같은 질문으로 한데 모인다.<br/><br/>몸이 인간을 결정하는가? 몸의 일부가 기계가 되면 인간이 아닌가.<br/>반대로 인간의 몸을 가진 존재가 기억과 감정을 잃어버린다면 여전히 같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br/><br/>그리고 인간의 몸이 아닌 로봇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고통받고,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면 우리는 그 존재를 끝까지 '기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br/><br/><br/>책을 읽으며 특히 섬뜩했던 것은 전쟁 기계에 관한 부분이었다.<br/>기술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이 무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br/>🔖“언젠가 우리도 저렇게 될 거야, 로봇들이 우리보다 일을 더 잘해서, 실수로 우리를 멸종시키고 나중에 미안하다며 이런 형편없는 전시나 열지 않았으면 좋겠어.” <br/><br/>처음에는 과장된 미래의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다.<br/>하지만 오늘날에도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을 바라보며 인간의 역할이 어디까지 남게 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br/><br/>그래서 《루미너스》가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간이 필요에 따라 로봇에게 점점 더 많은 역할을 맡기고,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포기했는지 깨닫지 못할 가능성 때문이다.<br/><br/>가족의 역할도 대신하고, 돌봄도 대신하고, 노동도 대신하고, 감정적인 위로까지 대신한다면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br/><br/>기술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것과 인간의 삶 자체를 대신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책은 그 경계선을 아주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br/><br/><br/>개인적으로는 책 속에서 언급된 토끼 이야기가 무척 오래 남을 것 같다.<br/>인류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리는 과정에는 언제나 기준이 존재한다.<br/>하지만 그 기준은 정말 공정한 것일까. <br/><br/>누구를 더 가치 있는 존재라고 판단하는가. 누구를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누구의 생명과 고통에는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누구의 고통은 쉽게 외면하는가.<br/><br/>우리는 끊임없이 존재의 가치를 구분한다.<br/>쓸모 있는 사람과 쓸모없는 사람,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안전한 사람과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사람, 우리 편과 남의 편.<br/><br/>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를 '우리'라고 부르는 것인가.<br/><br/><br/>통제받는 미래만이 위험한 것이 아니다.<br/>너무 편리해서 스스로 선택을 포기하게 되는 미래도 위험할 수 있다.<br/><br/>외로움을 견디지 않아도 되고, 상실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고, 늙어가는 몸을 바꿀 수 있고, 가족의 빈자리를 로봇으로 채울 수 있다면 정말 더 행복해질까.<br/><br/>인간다운 삶에는 불편함과 결핍, 상실과 슬픔도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 모른다.<br/>그래서 《루미너스》를 읽고 난 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까지 기술에게 맡겨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이 떠오른다.<br/><br/><br/>책을 덮은 뒤, 오히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br/>또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 속에 자리잡는 듯 했다.<br/>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은 시간을 보내는 일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br/><br/>같은 집에서 밥을 먹고, 같은 계절을 지나고, 같은 장소를 걷고, 서로의 얼굴에 생긴 작은 변화를 알아차린다.<br/><br/>하지만 언젠가는 그 시간이 멈춘다.<br/>누군가는 먼저 떠나고, 누군가는 혼자 남는다.<br/><br/>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등장해도 함께 살아온 시간을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다.<br/>기억을 복원할 수 있고, 얼굴을 재현할 수 있고,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있다고 해서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이 다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책을 읽으며 오히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함께 먹는 한 끼.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같은 계절을 지나가는 것. 서로의 모습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br/><br/>이런 평범한 시간들이 어떤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br/>《루미너스》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가족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고, 통일 한국이라는 미래를 통해 현재의 한국 사회를 비추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미래가 완전히 새롭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인간의 욕망은 여전히 존재한다.<br/>차별도 존재하고, 계층도 존재하고, 전쟁의 상처도 존재하며, 누군가를 배제하려는 마음도 존재한다.<br/><br/>그렇다면 미래를 바꾸는 것은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선택이 결국에는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br/><br/>《루미너스》를 읽으며 미래의 로봇이 인간처럼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의 인간이 과연 얼마나 인간다운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br/><br/>또한 '인간은 사랑하는 존재를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는 시대가 오더라도, <br/>함께 살아온 시간까지 복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아마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br/>그래서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br/><br/>작가는 책을 통해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가장 가까운 현재를 바라보게 한다. 로봇이 인간을 닮아가는 미래를 읽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이 떠올랐다.<br/><br/><br/>미래를 이야기하는 SF가 이렇게 오래 현재의 마음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br/>그것이 《루미너스》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게 될 빛이다.<br/><br/>_<br/><br/>#루미너스 #황금가지 #박지선 <br/>#영미소설 #sf소설 #소설 #소설추천 #도서리뷰 <br/>#소설책 #소설책추천 #신간도서 #신간 #신간소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35/47/cover150/k40213963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354762</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돌아온다는 것, 그리고 끝내 나 자신에게 닿는다는 것." - [오뒷세이아 - 영원한 고전, 철저한 고증,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amp;lt;오디세이&amp;gt;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5280</link><pubDate>Sat, 22 Aug 2026 11: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528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462&TPaperId=1746528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0/12/coveroff/8932476462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462&TPaperId=1746528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뒷세이아 - 영원한 고전, 철저한 고증,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lt;오디세이&gt;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a><br/>호메로스 지음, 김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오뒷세이아》를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것은 수많은 괴물과 신들,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모험이다. 하지만 작품의 내용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트로이아 전쟁을 끝낸 한 영웅이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오랜 세월을 떠돌고, 수많은 죽음과 유혹과 상실을 지나 마침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그래서 오뒷세우스의 여정은 먼 옛날의 영웅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이라는 길을 걷고 있는 독자 자신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br/><br/>특히 인상적인 것은 작품이 처음부터 오뒷세우스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의 귀향을 둘러싼 이야기는 다른 인물들의 삶에서 시작되고, 텔레마코스의 성장과 함께 오뒷세우스의 부재가 더욱 선명해진다. <br/><br/>오뒷세우스가 없는 집에서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나서고, 페넬로페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린다. 그러다 마침내 오뒷세우스가 등장했을 때, 그가 되찾아야 하는 것은 고향이라는 공간만이 아니었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왕으로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까지 되찾아야 했다.<br/>그래서 《오뒷세이아》의 '귀향'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br/><br/>오뒷세우스의 긴 항해가 오래전 그리스의 한 영웅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뒷세우스의 가장 위대한 능력은 끝내 돌아가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br/><br/><br/>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길로 너무 멀리 떠밀려 갈 때가 있다. 내가 원했던 삶과 실제로 살아가는 삶 사이에 거리가 생기기도 하고, 수많은 선택과 실패를 거치면서 내가 누구였는지조차 흐릿해질 때가 있다. 수없이 낯선 장소와 관계와 상황을 지나고, 때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시간을 견디며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정말 돌아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된다.<br/><br/>그런 의미에서 오뒷세우스가 긴 방황 끝에 이타카를 향하는 모습은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처럼 읽힌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트로이아 전쟁이 있고, 각자의 키르케와 세이렌이 있으며, 아무리 멀리 돌아가더라도 결국엔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찾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br/><br/><br/>이번 《오뒷세이아》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번역'이었다.<br/><br/>일반적으로 생각이나 정신, 분별력처럼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받아들일 만한 표현을 이 책에서는 고대 그리스인의 세계관을 살려 '횡격막'이라고 옮겼다.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었다. '횡격막에 담즙이 솟구친다'는 표현도 현대의 독자인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바로 그 낯섦 때문에 고대인의 사고방식이 선명하게 다가오기도 했다.<br/><br/>현대인은 생각과 감정을 주로 머리나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오늘날과는 다른 신체적 개념으로 이해했다. 이를 현대적인 말로 매끄럽게 바꿔버린다면 읽기는 편해질지 모르지만, 그 시대의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던 방식까지는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br/><br/>그래서 이 책의 번역은 '낯선 세계를 낯선 모습 그대로 만나게 하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특히 🔖“‘횡격막에 담즙이 솟구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화가 날까 봐'라고 바꿔버릴 법한 표현을 그대로 살려 놓으니, 정말 오래된 시대의 인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br/><br/>그 낯섦은 불편함이라기보다 시간의 거리였다. 책을 읽으면서 그 거리를 억지로 좁히기보다 잠시 그 낯선 세계에 머물러 보는 것이 《오뒷세이아》를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br/><br/><br/>🔖“남자를 내게 말하라, 무사여, 곡절 많던 그는 아주 많이 / 떠돌아다녔다,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함락한 후에.” <br/><br/>오뒷세우스는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위대함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완벽함에 있지 않다. 그는 실수하고, 자만하고, 동료를 잃고, 유혹에 흔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시 길을 나선다. 인간의 위대함은 넘어지고도 다시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찾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br/><br/>그래서 이 문장에서 특히 '떠돌아다녔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br/>영웅의 삶을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어쩌면 '방황'일지도 모른다.<br/><br/><br/>🔖“그것을 큰 파도가 몰고 다녔다, 흐름을 따라 이리저리.” <br/><br/>이 장면에서는 오뒷세우스가 자신의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강하게 느껴졌다.<br/><br/>바다는 사람을 어디까지 데려갈까? 바다 위에서는 인간의 힘이 너무나 작다. 아무리 뛰어난 영웅이라도 파도와 바람 앞에서는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오뒷세우스의 여정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모든 것을 이겨내는 초인이 아니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이다.<br/><br/>삶도 그렇다.<br/>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때로는 아무리 애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닥치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 위에 서게 된다. 중요한 것은 바람이 불어오는 상황에서도 다시 방향을 찾는 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뒷세이아의 귀향은 '수없이 방향을 잃고도 다시 돌아가는 과정'으로 읽힌다.<br/><br/><br/>오뒷세우스에게 가장 큰 적은 괴물만이 아니었다.<br/>그를 붙잡았던 것은 때로 유혹이었고, 때로 망각이었으며, 때로는 자신의 자만이었다.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어도 돌아가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다.<br/><br/>🔖“못된 일은 잘 되는 법이 없지. 느린 자도 빠른 자를 잡는 법.”이라는 문장도 그런 인간적인 세계를 보여주는 듯했다. <br/><br/>오뒷세우스가 강한 사람이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다리고, 속이고, 변장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 문장은 세상에서 모든 일이 즉각적으로 결판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빠르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도 아니고, 늦다고 반드시 지는 것도 아니다.<br/><br/>오뒷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br/>우리 삶에서도 어떤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그런 의미에서 《오뒷세이아》는 조금 이상하지만 중요하다고 느끼는 질문을 생각하게 만든다.<br/><br/>🤔나는 정말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을 알고 있는가?<br/><br/>목적지가 분명하다면 아무리 긴 방황도 여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면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어도 그저 떠돎에 머물 수 있다.<br/>오뒷세우스가 끝내 이타카로 돌아갈 수 있었던 힘 가운데 하나는, 수많은 유혹 속에서도 이타카를 잊지 않았다는 데 있지 않을까.<br/><br/><br/>또 하나의 문장.<br/>🔖“죽음이란 모두에게 동등한 것, 신들이라도 사랑하는 남자에게서조차 그것을 막아 줄 수는 없지” <br/><br/>죽음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가. 이 문장은 오뒷세우스가 아무리 위대한 영웅이라 해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운다.<br/><br/>신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오뒷세이아》에서 인간은 신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방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운명 앞에서는 인간의 힘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 문장이 오히려 삶을 더 선명하게 만든다고 느꼈다.<br/><br/>끝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시간이 중요하다. 언젠가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br/><br/><br/>🔖“누군가 죽었을 때 살들도 뼈들도 힘줄들이 더 이상 꽉 잡아 주지 못하고, 그것들을 활활 타오르는 불길의 강력한 기세가 제압한단다, 일단 기개가 하얀 뼈를 떠나고 난 다음엔, 그러면 넋이 꿈처럼 푸드덕거리며 빠져나와 날아다니지.”<br/><br/>이 문장 역시 현대적인 표현과는 상당히 다르다. 죽음을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하지만 않으며, 육체와 넋이 분리되는 모습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보여준다.<br/>읽으면서 죽음이 아름답게 포장되지 않았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었다.<br/><br/>《오뒷세이아》에는 영웅적인 순간도 있지만, 그만큼 죽음과 상실이 반복된다. 오뒷세우스의 귀향이 값진 이유도 그가 무언가를 얻기만 한 여정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린 여정이기 때문일 것이다.<br/><br/>귀향은 살아 돌아온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br/>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흔적까지 함께 품고 있는 이야기다.<br/><br/><br/>책을 읽고 난 뒤 오뒷세우스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오뒷세우스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 인물이 페넬로페였다.<br/><br/>오뒷세우스가 세상을 떠돌며 싸우고 살아남았다면 페넬로페는 같은 장소에서 기다리며 자신의 삶을 지켜냈다. 움직이는 사람만이 용감한 것은 아니다. <br/>때로는 한자리를 지키는 일 역시 엄청난 인내와 지혜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br/><br/>특히 책 속의<br/>🔖“얼마나 좋은 횡격막이 있는가, 흠 없는 페넬로페에겐, / 이카리오스 딸에겐, 얼마나 잘 기억했나, 오뒷세우스를” 이 구절이 기억에 남았다.<br/><br/>페넬로페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성으로만 비춰진 것이 아니라, <br/>내게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기억과 판단을 지켜낸 사람으로 느껴졌다.<br/>그리고 오뒷세우스가 돌아왔어도 모든 것이 단숨에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고, 서로가 겪은 삶이 있기 때문이다. <br/>그래서 두 사람의 재회가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br/><br/>귀향은 집에 도착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br/>서로가 변해버린 시간을 다시 건너 서로를 알아보는 과정까지 <br/>포함하는 것이 아닐까.<br/><br/><br/>수천 년 전 만들어진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계속 읽히는 이유는 <br/>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어도 인간이 겪는 근본적인 문제는 <br/>여전히 비슷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br/><br/>사람들은 여전히 떠나고, 길을 잃고, 유혹받고, 실패하고, 누군가를 잃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품으며 산다.<br/><br/>오뒷세우스는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영웅이면서 동시에 아주 현대적인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가 괴물과 싸우는 장면보다 길을 잃고 흔들리는 순간들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br/><br/><br/>《오뒷세이아》를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귀향'이라는 단어였다.<br/><br/>사람은 태어나면 어딘가를 향해 살아가지만, 그 목적지가 언제나 분명한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그랬다. 때로는 남들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기도 하고, 또 때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한참을 돌아가기도 했다.<br/><br/>그럼에도 언젠가 내가 진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곳을 알게 된다면, <br/>지금까지의 방황 역시 완전히 헛된 시간은 아닐 것이다.<br/><br/>오뒷세우스는 긴 여정을 통해 수많은 죽음과 상실, 유혹과 실패를 지나온 뒤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그래서 《오뒷세이아》의 마지막은 <br/>긴 여정을 지나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확인하고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는지를 마주하는 과정의 완성처럼 느껴진다<br/><br/>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각자의 이타카가 있을 것이다.<br/>아직 그곳이 어디인지 모를 수도 있고, 너무 멀리 돌아가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br/>하지만 <br/>삶이라는 항해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도 길을 잃지 않는 것이 아니라, <br/>길을 잃은 순간에도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을 완전히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br/>그래서 책을 덮으며 오뒷세우스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싶어졌다.<br/><br/>잘 돌아왔다고...<br/><br/>그리고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묻고 싶어진다.<br/><br/>지금은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br/>그리고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이타카는 어디일까.<br/><br/>인생에서 가장 긴 여행은 세상을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br/>수많은 경험과 상실과 선택을 지나 다시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여행인지도 모르겠다.<br/><br/>시대는 바뀌었지만 인간은 여전히 길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br/>죽음을 두려워하며, 자신이 돌아갈 곳을 찾는다.<br/><br/>그래서 《오뒷세이아》는 앞으로도 수많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타카를 떠올리게 하는 명저로 오래 남을 것 같다.<br/><br/><br/>_<br/><br/>#오뒷세이아 #호메로스 #김헌 #을유문화사 <br/>#그리스신화 #그리스로마신화 #고전 #고전문학<br/>#영화원작 #청년패스 #영화드라마원작 #원작도서<br/>#크리스토퍼놀란 #오디세이]]></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0/12/cover150/893247646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401298</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의 가치》, 잘 살아내기 위해 가장 먼저 믿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 [나의 가치 - 한 번뿐인 아름다운 삶에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진정으로 믿는 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3961</link><pubDate>Fri, 21 Aug 2026 16: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396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02030320&TPaperId=1746396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13/33/coveroff/k30203032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02030320&TPaperId=1746396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의 가치 - 한 번뿐인 아름다운 삶에서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진정으로 믿는 법</a><br/>제이미 컨 리마 지음, 허선영 옮김 / 알레 / 2025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알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br/>🤔 “나는 왜 항상 부족하다고 느낄까?”<br/><br/>이상하게도 무언가를 이루면 비로소 괜찮은 사람이 될 것처럼 살아간다. <br/>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돈을 더 벌면, 원하는 몸을 갖게 되면,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면 그때는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br/>그런데 막상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 나면 또 다른 기준이 눈앞에 놓인다. <br/>‘이것만 이루면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마음은 어느새 ‘그다음에는 이것을 해야 해’라는 마음으로 바뀐다.<br/><br/>문제는 충분히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라, <br/>무언가를 이루어야만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br/><br/>제이미 컨 리마 저자 역시 눈부신 성공을 경험한 사람이지만, 성공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부족함까지 해결해주지는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이 책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어떤 조건이 붙지 않아도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에 가깝게 다가왔다.<br/><br/>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자신감과 자존감을 구분하는 방식이었다.<br/>자신감은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믿음이라면, 자존감은 잘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내가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에 가깝다. 그래서 자신감은 성과와 환경, 타인의 평가에 따라 쉽게 흔들릴 수 있지만 자존감은 그보다 더 근본적인 곳에 자리한다.<br/><br/>책에서는 이를 집에 비유한다. 자신감이 집을 지어 올리는 것이라면 자존감은 그 집을 받치는 토대와 같다는 설명이다. 이 비유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br/><br/>사람들은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집을 지어도 토대가 약하다면 작은 흔들림에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나는 실패해도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면 실패를 경험했을 때조차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자존감은 ‘나는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힘에 더 가깝다.<br/><br/><br/>특히 마음 깊숙이 들어온 부분은 책 속 질문이었다.<br/><br/>🔖“누군가가 당신을 거부했을 때,<br/>열심히 했는데도 실패했을 때,<br/>혹은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때,<br/>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br/><br/>누군가에게 거절당했을 때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에 덧붙이는 해석 때문에 더 아파할 때가 많다.<br/><br/>‘이번에는 안 됐구나’가 아니라 ‘역시 안 되는 사람이야.’<br/>‘그 사람이 나를 선택하지 않았구나’가 아니라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야.’<br/>‘실패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패자야’까지 나아가 버리는 것이다.<br/><br/>책을 읽으며 어쩌면 고통받는 많은 순간에는 사건과 자기 가치 사이에 필요 이상으로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br/><br/>거절은 하나의 사건이고 실패 역시 하나의 경험일 뿐인데, 그것을 너무 쉽게 자신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한 번의 실패가 ‘나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오래된 믿음을 다시 확인해주는 증거가 되어버린다.<br/><br/>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당신은 미친 게 아니라 처음일 뿐이다”라는 문장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처음 해보는 일 앞에서 서툰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처음 거절당했을 때 마음이 무너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처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두려운 것도 당연하다.<br/><br/>서툼을 결함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br/>어쩌면 그것 역시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br/><br/><br/>또 하나 오래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목표 체중이 되기를 기다리지 마라’는 이야기였다. 외모뿐 아니라 삶의 여러 영역에서 끊임없이 ‘~하면 그때 시작하겠다’고 말한다.<br/><br/>조금 더 날씬해지면 사진을 찍고,<br/>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면 사람들을 만나고,<br/>조금 더...  조금 더...<br/><br/>그런데 이렇게 조건을 하나씩 붙이다 보면 삶은 계속 미래형으로 남는다.<br/>책 속에서 저자는 몸에 대한 자기 제한적 믿음 때문에 놓칠 수 있는 수많은 순간들을 떠올린다. 수영을 함께할 시간, 여행과 추억, 사람들과의 유대감처럼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내가 충분히 괜찮아진 다음’으로 미뤄지는 것이다. 이 부분은 외모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고 느꼈다.<br/><br/>‘조금 더 나은 내가 된 다음에야 삶을 시작하겠다’는 생각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완성된 나를 위해 현재의 나를 자꾸 희생한다. 하지만 미래의 나는 언제나 또 다른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다.<br/><br/>그래서 p.109의<br/>🔖“세상에 당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은 자유로움 그 자체다.” <br/>라는 문장이 특히 오래 남았다.<br/><br/>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조차 감추고 싶었던 모습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br/><br/><br/>책은 개인적인 자존감의 문제를 넘어 여성이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과 존재감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br/><br/>여성이 단호하게 행동하면 ‘공격적’이라고 평가받고, 같은 행동을 남성이 하면 ‘자신감 있다’고 평가되는 이중적인 기준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에서 여전히 생각해볼 만한 문제다.<br/><br/>특히 ‘돋보이면 쫓겨날 것이다’라는 믿음은 여성 리더의 문제만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br/><br/>괜히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하고내가 잘하는 것을 일부러 낮춰 말하고,<br/>칭찬을 받아도 “별거 아니에요”라고 넘기고,<br/>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기보다 다른 사람이 편한 쪽을 선택하는 것.<br/><br/>그렇게 해서 갈등은 줄어들 수 있지만, 동시에 나 자신의 존재감까지 줄어들 수 있다.<br/><br/>책 속 p.113의<br/>🔖“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당신은 당신이 되어야 하고, 당신이 진정한 당신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라는 문장이 이 부분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었다.<br/><br/>진짜 관계는 내가 만들어낸 ‘괜찮은 사람’과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나와 맺어지는 관계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받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수정하는 삶은 가장 중요한 사람인 나 자신과의 관계를 잃게 만들지도 모른다.<br/><br/><br/>🔖“자신과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온전히 보고,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다.” <br/><br/>또한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br/>자존감은 거울 앞에서 매일 “나는 소중해”라고 외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br/><br/>내가 질투하는 모습도 보고, 실패해서 초라해진 모습도 보고,<br/>누군가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 모습도 보고, 상처받고 화내는 모습도 보고,<br/>때로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모습까지 바라보면서<br/>‘그래도 너는 나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것.<br/><br/>그것이 어쩌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의 시작일 것이다.<br/><br/><br/>책을 읽으며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br/>사람들은 너무 쉽게 타인에게 가격표를 붙인다.<br/><br/>직업이 무엇인지, 얼마나 벌고 있는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br/>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몇 명에게 사랑받고 있는지.<br/>그리고 어느 순간 그 기준을 자기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한다.<br/><br/>하지만 인간의 가치를 성취의 합계로 계산한다면 평생 불안할 수밖에 없다. <br/>더 많이 가진 사람이 나타나면 내 가치가 줄어들고, 실패하면 또 줄어들기 때문이다.<br/><br/>책에서 제시하는 ‘충족감 = (자신감 × 성장 × 기여) × 자아 가치’ 라는 공식 역시 이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아 가치가 0이라면 다른 요소가 아무리 커도 결과가 0이 된다는 설명이다.<br/><br/>물론 인간의 행복과 충족감을 실제 수학 공식처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성과와 성장만으로는 내면의 충족감을 완성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비유적인 공식으로 읽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br/>많이 이루는 것과 나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br/><br/><br/>그리고 <br/>🔖“당신은 가치 있다. 당신은 사랑이다. 사랑은 이미 당신이다.” <br/><br/>는 처음에는 선언하는 것처럼 들렬지만, 책 전체를 읽고 나니 이 문장이 왜 마지막에 놓였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br/><br/>처음부터 완벽하게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아니라, 오랫동안 자신에게 들려왔던 ‘나는 부족하다’라는 목소리를 하나씩 의심해본 끝에 도달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br/><br/>나는 무엇을 이루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 <br/>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순간에도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br/><br/>누군가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선택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한 번의 실패가 나의 전체를 설명할 수도 없다.<br/><br/>p.318에 소개된 틱낫한의 문장,<br/>🔖“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필요는 없다. 당신은 자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오래 남는다.<br/><br/>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은 너무 자연스럽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은 인간에게 당연한 욕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타인의 인정은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타인의 인정이 내 존재의 가치를 결정하도록 내어주지는 말자는 의미로 읽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느꼈다.<br/><br/><br/>《나의 가치》를 읽고 난 뒤 <br/>아주 평범한 하루에 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br/><br/>실수했을 때 나는 나에게 뭐라고 말하는지.<br/>거절당했을 때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br/>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만 찾아내고 있지는 않은지.<br/>그리고 무엇인가를 이루어야만 비로소 나를 인정해주겠다고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br/><br/>자존감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br/>매일 아주 작은 선택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책 속 p.322의<br/>🔖“매일 아침 일어나서 어제보다 조금 더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한다면 그 작은 부분들이 누적될 것이다.” 라는 문장처럼.<br/><br/>작은 변화들이 쌓여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것이 《나의 가치》가 말하는 가장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br/><br/>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br/>지금의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데서부터 더 나은 삶이 시작된다는 것.<br/><br/>때로는 자신감이 넘치다가도 아주 작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질 수도 있다.<br/>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br/><br/>다만 그때마다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br/>거절은 나의 가치에 대한 판결문이 아니고, 실패는 나의 존재에 대한 평가가 아니며, 타인의 기준은 나를 정의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것.<br/><br/>그리고 무엇보다,<br/>무언가를 증명한 뒤에야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br/>이미 가치 있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 <br/><br/>오늘도 어딘가에서 ‘나는 아직 부족해’라고 생각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그리고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에게도 이 책의 마지막 메시지를 건네고 싶다.<br/><br/>당신은 가치 있다.<br/>당신은 충분하다.<br/>그리고 지금의 당신으로도, 삶을 시작해도 된다.<br/><br/>_<br/><br/>#나의가치 #제이미컨리마 #알레출판사 #자기계발도서 <br/>#자기계발 #성공학 #인생지침서 #인간관계 #신간 #신간도서 <br/>#도서리뷰 #추천책 #도서추천 #새로나온책 #북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13/33/cover150/k30203032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0133376</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발밑이 흔들릴 때, 정확히 제자리에 있는 것이다.” -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3769</link><pubDate>Fri, 21 Aug 2026 15: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376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130129&TPaperId=174637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29/59/coveroff/k80213012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02130129&TPaperId=1746376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a><br/>페마 초드론 지음, 신동숙 옮김 / 윌마 / 2026년 07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br/>#요조앤 ( @yozo_anne ) 님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br/>#윌마 ( @wilma.pub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삶이 힘들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br/>후회되는 기억은 지워버리고 싶고, 불안한 미래는 미리 통제하고 싶으며, 관계에서 생긴 상처는 빨리 아물기를 바란다. ‘조금만 더 나아지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지금의 나를 끊임없이 고치려 한다.<br/><br/>그런데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는 고통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안에 머무르는 법을 이야기한다. 괴로움을 삶의 실패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그 순간이 나 자신과 삶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자리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br/><br/>특히 자기 자신을 향한 자애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br/>🔖“명상 수련은 자신을 버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친구처럼 다정히 돌보는 연습입니다.” <br/><br/>이 문장을 읽으며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종종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부족한 자신을 끊임없이 수정하려 한다. 더 부지런해야 하고, 더 긍정적이어야 하고, 더 강해져야 하며,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br/><br/>하지만 페마 초드론이 말하는 자애는 그런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br/>화를 내고, 겁을 먹고, 질투하고, 스스로 초라하게 느끼는 순간까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완벽해진 다음에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지금의 나를 돌보는 것이다.<br/><br/>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수행인지도 모르겠다.<br/>타인에게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실수에는 유난히 가혹하다. 다른 사람의 상처에는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면서 자신의 슬픔에는 빨리 털어내라고 재촉한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당장 달라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했다.<br/><br/>또 하나 깊게 남은 가르침은 무상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였다.<br/>🔖“‘고정된 실체는 없다’라는, 무상에 대한 인식은 우리를 점차 자유의 길로 이끕니다.” <br/><br/>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을 원한다. 사랑도, 관계도, 건강도, 익숙한 일상도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삶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br/><br/>그래서 변화가 찾아올 때마다 그것을 붙잡으려 한다. <br/>이미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예전의 나를 붙잡고, 떠나가는 관계를 붙잡는다. 하지만 붙잡으려 할수록 오히려 더 큰 불안과 고통을 느끼게 된다.<br/><br/>책은 불확실한 상태에 그대로 머무르는 연습을 이야기한다.<br/>고통스럽더라도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보는 것. 당장 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고 지금 느끼는 감정과 상황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br/><br/>그것이 처음에는 무척 불편할 것으로 생각된다. <br/>하지만 불편함을 견디는 순간부터 조금씩 알게 된다. 내가 두려워하던 감정도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며, 지금의 고통 역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br/><br/>그래서 🔖“흔들리는 중에도 수행할 수 있다면, 이미 훌륭하게 익힌 것이다.”라는 문장이 더욱 와닿았다.<br/><br/>수행이나 마음공부를 생각하면 마음이 늘 평온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br/>화가 나지 않아야 하고, 불안하지 않아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수행은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br/><br/>불안하면 불안한 나를 보고, 화가 나면 화가 난 나를 보고, 두려우면 두려워하는 나를 바라보는 것. 그 감정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지 않는 것.<br/><br/>그렇게 생각하면 마음공부가 조금 덜 부담스럽게 느껴진다.<br/><br/>책에서 소개하는 ‘세 가지 어려움을 수련하라’는 가르침도 인상적이었다. <br/>자신의 마음이 병적인 상태임을 인정하고,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며, 그것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라는 설명은 실제 삶에서 변화하기 어려운 이유를 정확히 짚어주는 듯했다.<br/><br/>특히 첫 번째 단계인 내 마음의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br/>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잘못을 먼저 찾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의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익숙한 패턴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 반복을 멈추기 위해 자신을 비난하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기심으로 자신을 바라보라고 한다.<br/><br/>그리고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타인에게로 향한다.<br/>🔖“연민은 상처 입은 사람과 치유를 돕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주고받는 감정입니다.” <br/><br/>연민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기고 도와주는 마음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연민은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당신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위아래의 관계가 아니었다. 나 역시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이고, 두려워할 수 있는 사람이며, 때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br/><br/>그래서 🔖“자신의 어둠을 잘 알아야만 다른 사람의 어둠에 함께할 수 있다.”는 책의 문장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br/><br/>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의 상처도 조금 더 판단 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뜻처럼 느껴졌다.<br/><br/>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도 결국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br/><br/>삶은 내가 노력한 만큼 반드시 보상해주지 않는다. 착하게 살았다고 해서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사랑했다고 해서 모든 관계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삶에 끊임없이 요구한다.<br/><br/>‘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br/>‘이렇게 노력했는데 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br/><br/>하지만 삶이 반드시 내 기대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을 만들어낼 수 있다.<br/><br/>책의 제목은 어쩌면 냉정하게 들리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묘하게 따뜻하다. 삶이 나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br/>역설적으로 삶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br/><br/><br/>🔖“고통은 형벌이 아니며, 기쁨은 보상이 아니랍니다.” <br/><br/>고통을 벌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스러운 현재를 어떻게든 없애려고 한다. <br/>반대로 기쁨을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행복을 붙잡으려 한다.<br/>하지만 고통도 기쁨도 삶의 일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br/>기쁨이 영원하지 않듯 고통도 영원하지 않다. <br/>모든 것은 변하고, 지나가고, 또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br/>그래서 행복을 ‘고통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삶에는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고, 평온과 불안이 함께 있으며, 상실과 새로운 시작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정리한 뒤에야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계속 살아가는 것이 삶인지도 모르겠다.<br/><br/>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박수를 기대하지 말라”는 가르침이었다.<br/>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하고도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애쓴 만큼 감사받기를 바라고, 한 만큼 상대도 돌려주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당연한 마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기대가 커질수록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내 마음도 흔들린다.<br/><br/>‘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몰라주지?’<br/><br/>이 책은 선의를 베풀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 연습을 이야기한다. 쉽지는 않지만, 타인의 반응에 내 마음의 평온을 맡기지 않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말하는 자유는 원하는 것을 모두 얻는 데서 오는 자유가 아니다.<br/>붙잡지 않아도 되는 자유,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완벽해지지 않아도 되는 자유에 더 가깝다.<br/><br/>특히 🔖“편안함과 안전함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입니다.”라는 문장에서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br/><br/>사람은 안전해지고 싶어서 많은 것을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조금 편안해질 수 있다.<br/>이 책을 읽고 난 뒤 남은 여운은 ‘나를 바꾸려고 애쓰기 전에 나를 바라보자’는 것이었다.<br/><br/>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버리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불안한 나도, 때로는 무너지는 나도, 실수하는 나도 삶의 한 부분이다.<br/><br/>🔖“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며 어떤 부분이 혼란스럽고 어떤 부분이 찬란한지, 무엇이 괴롭고 무엇이 즐거운지 알아내는 것은 단순히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주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br/><br/>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세상을 이해하는 일과 연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의 끝에 다가갈수록 ‘깨달음’이라는 것이 어떤 경지라기보다 내가 경험하는 아주 평범한 순간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불안한 순간에도 도망치지 않는 것. 화가 난 순간에도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br/>상처받았을 때 나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 것. 그리고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br/><br/>어쩌면 이런 작은 연습들이야말로 삶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씩 바꾸는 수행일 것이다.<br/><br/>《삶은 그대에게 잘해줄 의무가 없다》는 답을 서둘러 찾으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책에 가깝다. <br/><br/>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자꾸 다른 곳으로 도망치고 싶어진다. <br/>“지금 도망치고 싶은 그것을, 정말 피하면 사라질까?”<br/>결론은...<br/>‘사라지지 않는다’ 일지도 모른다.<br/>그렇다면 이번에는 도망치는 대신 잠시 그 자리에 머물러 보는 것은 어떨까.<br/><br/>발밑이 흔들려도 괜찮다. 완벽하게 평온하지 않아도 괜찮다.<br/>아직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도 괜찮다.<br/>흔들리는 그 자리에서 나를 바라보고, 나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br/>타인의 아픔에도 조금 더 마음을 열어보는 것.<br/><br/>그렇게 한 걸음씩 마음을 닦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될지도 모른다.<br/>그토록 찾고 있던 평온은 고통이 모두 사라진 뒤에 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있는 지금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을.<br/><br/>_<br/><br/>#삶은그대에게잘해줄의무가없다 #페마초드론 #윌마 <br/>#불교책 #월마출판 #인생지침서 #요조앤서평단 #도서협찬<br/>#자기계발서 #처세술 #인문교양도서 #신간 #신간소개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29/59/cover150/k80213012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29599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절박함이 삶을 움직이는 순간, 자극하고 자각하라!" - [자극하고 자각하라 1~2 세트 - 전2권]</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3664</link><pubDate>Fri, 21 Aug 2026 14: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36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72130220&TPaperId=1746366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8/69/coveroff/k87213022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72130220&TPaperId=174636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자극하고 자각하라 1~2 세트 - 전2권</a><br/>허진모 지음 / 싱긋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싱긋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순간이 찾아온다.<br/>지금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무엇부터 바꿔야 할지는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것은 있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시작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br/><br/>그럴 때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br/>좋은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자극하고 자각하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br/><br/>이 책은 지금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절실한지, 그리고 알고도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면으로 묻고 있다.<br/><br/>🔖“당신은 절박한가. 진정 절실한가.” <br/><br/>이 문장에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이유는 무언가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br/>평소‘하고 싶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정작 그것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내어놓는 데에는 망설인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절박함은 원하는 것을 위해 실제 행동을 만들어낼 정도의 간절함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br/><br/>특히 인상적인 것은 절박함을 무조건적인 만능열쇠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br/><br/>🔖“절박함은 누구에게나 기적적인 힘을 내게 만드는 마법이 아니라 노력하는 사람에게 힘을 더해주는 부가 에너지”<br/><br/>절박하다고 해서 저절로 인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br/>절박함은 행동과 만났을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br/><br/>이 부분에서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식의 막연한 자기계발 문구와는 조금 다른 결을 느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먼저 움직여야 하고, 움직이면서 배우고, 실패하면서 다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즉, 변화는 생각과 행동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br/><br/>책을 읽으며 계속 기억에 남았던 또 하나의 주제는 ‘자각’이었다.<br/>저자는 사람들은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욕망과 가치관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br/><br/>🔖“스스로 무엇을 바라며 어떤 삶을 살기 바라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br/><br/>목표를 세울 때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 <br/>좋은 직업, 안정적인 삶, 많은 돈, 높은 성취처럼 사회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기준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은 뒤로 밀려난다.<br/><br/>그래서 자각은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욕망과 삶의 방향을 확인하는 과정처럼 느껴졌다.<br/><br/>특히 “자신을 직시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인정하는 일인 동시에, 지금까지의 선택이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인지 묻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br/><br/>때로는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찾는 것보다, 원하지 않는 삶을 인정하는 일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자각은 편안한 과정이 아닐 것이다.<br/>하지만 불편하더라도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어렵다.<br/><br/><br/>책에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성공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br/>🔖“성공은 힘든 것이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그러므로 누구나 할 수 있다.”<br/><br/>성공이라는 말을 들으면 특별한 능력이나 뛰어난 재능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은 성공을 조금 다르게 구분한다. 어렵다는 것은 복잡하고 난해해서 이해하거나 해결하기 힘든 것이고, 힘들다는 것은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br/><br/>이 차이는 생각보다 중요하다.<br/>어떤 목표가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못 할 거야’라고 결론 내리는 것과, ‘힘들겠지만 배워가면서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br/><br/>물론 실제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원하는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출발선과 환경, 경제적 조건, 건강, 운처럼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문장이 의미 있게 다가온 이유는 성공을 지나치게 신비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br/><br/>중요한 것은 큰 결심 한 번보다 시작하고, 배우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배움은 편안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나를 불편하게 해야 한다<br/><br/>독서와 배움에 관한 부분도 인상 깊었다.<br/>🔖“살면서 한 번은 극한의 고통을 겪으며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br/><br/>요즘은 무엇이든 쉽고 빠르게 배우는 방법이 넘쳐난다. <br/>짧은 영상 하나로 지식을 얻고, 요약본을 통해 책의 핵심을 파악하고, <br/>몇 분짜리 강의로 새로운 분야를 익히려 한다.<br/><br/>물론 효율적인 학습 방법은 중요하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직접 생각하고, 연습하고, 실패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에서 생긴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br/><br/>이 책에서 독서를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br/>🔖“책은 모든 일의 길잡이다. 책은 머리만으로 얻는 경험이 아니다. 생각과 행동의 중간 정도되는 경험이다.”<br/><br/>책을 읽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에서 얻은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고, 실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생각하는 과정이 반복된다면 독서는 정보 습득이라는 차원을 넘어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br/>중요한 것은 읽은 것을 내 삶에서 어떻게 움직이게 했는가일 것이다.<br/><br/><br/>2권에서 눈에 들어온 부분은 ‘쓰레기 발전’이라는 독특한 표현이었다.<br/>🔖“분노가 많은 사람,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미련을 못 버리는 사람, 질투와 부러움을 잘 느끼는 사람”을 예로 들며 그런 감정조차 잘 이용하면 발전의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br/><br/>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감정을 경험한다.<br/>분노, 질투, 열등감, 후회, 미련처럼 흔히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감정도 있다.<br/>물론 그런 감정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감정에 휘둘리면 오히려 자신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감정이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는지 알아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br/><br/>누군가가 부러워졌다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화가 났다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자극은 반드시 좋은 모습으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br/><br/>불편함도 자극이 될 수 있고, 실패도 자극이 될 수 있으며, 열등감이나 후회도 자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디로 가져갈지는 결국 나의 몫이다.<br/><br/>2권의 “매일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문장도 오래 생각하게 만들었다.“항상 어제와 다른, 어제에서 조금 나아진 내가 되는 것이다.”<br/><br/>‘변화’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어준다.<br/>종종 인생을 바꾸려면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br/>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습관을 만들고,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 변화는 그렇게 극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br/><br/>오늘 책을 몇 페이지 더 읽고, 어제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어제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br/><br/>그 작은 변화가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져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책에서 강조하는 ‘꾸준력’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혔다.<br/><br/>🔖“당신에게는 분명 이 능력이 있을 것이다. 이제 그것을 발휘하라. 물론 쉽지 않다. 긴 시간이 필요하니까 말이다.”<br/><br/>빠른 결과를 기대하는 시대에 30년이라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냉정하게 들린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이기도 하다.<br/><br/>어떤 분야에서든 깊이를 갖추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독서 내공이 생기거나, 갑자기 뛰어난 글을 쓰게 되거나, 단기간에 경제적 능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일도 다시 하는 것이다.<br/><br/>특히 여운이 남은 것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br/>🔖“이기려는 마음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경쟁 자체가 불행의 씨앗이다.”<br/><br/>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비교한다.<br/>누가 더 잘사는지, 누가 더 성공했는지,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 누가 더 인정받는지.<br/><br/>경쟁은 때로 성장의 자극이 되지만, 모든 관계를 승패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삶은 쉽게 지쳐버린다. 그래서 ‘져주는 것’이 반드시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모든 상황에서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기는 것보다 관계 자체를 지키는 것, 때로는 상대에게 양보할 줄 아는 것. 그런 선택들이 오히려 삶의 행복을 지켜줄 수도 있다.<br/><br/>이 책이 이야기하는 성장은 더 많이 알고, 더 잘 행동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잘 사는 것’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br/><br/>🤔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br/><br/>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정작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br/>그래서 시작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어쩌면 자각일지도 모른다.<br/><br/>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 왜 그것을 원하는지도 알아야 한다.<br/>그리고 그것이 정말 나의 욕망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욕망인지 구분해야 한다.<br/><br/>그다음에는 움직여야 한다.<br/>생각하고, 배우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배우는 것.<br/><br/>책을 읽고 나서 마음에 남은 것은 🔖“책에서 무언가를 발견했거나 깨달은 바가 있을 때 생각만 한다면 상상으로 끝나는 것이고 행동으로 옮기면 질 높은 시도가 된다”는 부분이다.<br/><br/>독서의 목적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br/>좋은 문장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장이 내 삶의 어느 한 부분을 움직이게 하는 것.<br/><br/>"정말 원하는가.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br/>그리고 지금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br/><br/>어쩌면 이 책이 남긴 큰 여운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르겠다.<br/>지금의 나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다시 확인하라는 것.<br/>그리고 그 답을 찾았다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시작하라는 것.<br/><br/>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은 어쩌면 특별한 날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다르게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은 평범한 하루에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br/><br/><br/>_<br/><br/>#자극하고자각하라 #허진모 #싱긋출판사 <br/>#자기계발 #처세술 #자기계발서 #신간 #신간소개 <br/>#신간도서 #도서소개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38/69/cover150/k87213022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38696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슬픔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는 것." -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1125</link><pubDate>Thu, 20 Aug 2026 09: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6112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130908&TPaperId=1746112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37/46/coveroff/k79213090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130908&TPaperId=1746112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a><br/>이규원 지음 / 알발리 / 2026년 07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알발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br/>_<br/><br/>어떤 감정은 왜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일까.<br/>기쁨이나 행복은 오래 붙잡고 있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슬픔과 우울, 외로움과 방황은 가능한 한 빨리 털어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때가 많다.<br/>괜찮다고 말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시 일어서라고 말한다.<br/><br/>하지만 마음은 쓰레기가 아니다.<br/>종량제 봉투에 담아 정해진 날 내놓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br/><br/>이규원 시인의 《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는 슬픔을 없애려 하지 않고, 외면하지도 않으며, 그것이 내 삶에 왜 찾아왔는지를 억지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이 그 자리에 존재할 수 있도록 가만히 바라본다.<br/><br/>그래서 이 시집을 읽는 동안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위로보다 ‘존중’이었다.<br/><br/>특히 &lt;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gt;가 그랬다.<br/><br/>🔖“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에<br/>무심코 뱉은 말<br/><br/>먼지”<br/><br/><br/>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먼지’라고 답하는 마음은 얼마나 지쳐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먼지는 흔하고 작고, 누군가에게는 치워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시인은 곧바로 그것을 ‘아주 작고 쓸모 없는 존재’라고 바라본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는 그 먼지조차 되지 못해 바라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한다.<br/><br/>이 시가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먼지’라는 단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br/>오히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솔직해서다.<br/><br/>시인이 말하는 ‘먼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 <br/>아무것도 아니어도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인지도 모르겠다.<br/><br/>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잘 살아내지 못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버리지 않는 법을 보여주는 시집에 가깝다.<br/><br/>&lt;누구나 그런 거라고&gt;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건드린다.<br/><br/>🔖“나의 슬픔도<br/>너의 아픔도<br/>이해를 구하지 못하고<br/>짓이겨진다”<br/><br/>그리고 모든 감정은 ‘누구나 그런 것’이라는 말 하나로 뭉뚱그려진다.<br/>이 부분을 읽으며 ‘위로’라는 것이 언제나 따뜻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다들 그래.”<br/>“누구나 힘들어.”<br/>“너만 그런 게 아니야.”<br/><br/>분명 상대를 위로하기 위해 건네는 말이지만, <br/>때로는 그 말이 한 사람의 고유한 슬픔을 지워버리기도 한다.<br/><br/>내가 아픈 것과 다른 사람이 아픈 것은 결코 같은 모양일 수 없다.<br/>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해서 그 감정의 무게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br/><br/><br/>🔖“누구나<br/>누구나 그런거라고”<br/><br/>정말 누구나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br/>내가 느끼는 이 슬픔까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걸까?<br/><br/><br/>&lt;비둘기&gt;에서는 시선이 사람에서 한 생명으로 옮겨간다.<br/>오래된 아파트의 실외기 옆, 좁고 불안해 보이는 공간에서 알을 품고 있는 비둘기.<br/><br/>🔖“불안과 걱정은 오직 나의 마음”<br/><br/>이 문장이 참 좋았다.<br/>비둘기는 그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알을 품고 있는데,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만 온갖 걱정을 한다. 위험하지 않을까, 괜찮을까, 왜 하필 저곳일까.<br/>하지만 정작 그 생명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br/><br/>이 장면은 시인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br/>시인은 비둘기를 불쌍한 존재로 만들지 않았다. <br/>그렇다고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았다. <br/>좁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도, 불안정한 환경도 그대로 바라본다.<br/><br/>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적는다.<br/><br/>🔖“지는 태양 아래<br/>부는 바람에도<br/>흔들림 없는 그의 품은<br/><br/>분명 따스하겠지”<br/><br/>여기에는 억지로 만들어낸 희망이 없다.<br/>그저 바라보고, 생각하고, 헤아리는 마음이 있다.<br/><br/>상대를 함부로 구해주려 하지 않는 것.<br/>상대의 삶을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br/>그저 그 자리에 있는 존재를 오래 바라봐주는 것.<br/><br/>그것이 오히려 가장 다정한 시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lt;일광건조&gt; 역시 마음속에 남는다.<br/><br/>🔖“홀로 떠가는 구름<br/>외롭지 않게<br/>눅눅한 고민을 얹어<br/>떠나보냈다”<br/><br/>고민을 말끔하게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구름 위에 얹어 떠나보낸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br/><br/>고민에는 ‘습기’가 있다.<br/>마음이 눅눅해지는 날이 있고, <br/>아무리 털어내려 해도 쉽게 마르지 않는 생각들이 있다.<br/><br/>그런데 시인은 그 고민을 햇볕 아래 말린다. <br/>그리고 언젠가 비가 되어 떨어지고, 땅에 스며들어 꽃을 피우는 꿈으로 이어간다.<br/><br/>슬픔과 고민이 당장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br/>어떤 감정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br/><br/>&lt;비가 지나간 땅 위를&gt;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br/><br/>🔖“젖은 땅에 찍힌 발자국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br/><br/>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번 밟고 지나간 흔적일 뿐이지만, 땅에는 그것이 오래 남는다. 이 문장을 읽으며 사람의 마음도 땅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br/><br/>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한다. <br/>실제로 많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기도 한다. <br/>하지만 옅어지는 것과 흔적이 사라지는 것은 다른 일이다.<br/><br/>어떤 말은 오래 남고, 어떤 관계는 발자국처럼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br/>그리고 그 흔적까지도 지금의 나를 이루는 일부가 된다.<br/><br/>이 시집에서 좋았던 점은 ‘슬픔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br/>슬픔을 통해 성장했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br/>아픔 뒤에는 반드시 더 나은 내가 기다리고 있다고 장담하지도 않는다.<br/>그저 아픈 것은 아픈 채로, 외로운 것은 외로운 채로, 방황하는 것은 방황하는 채로 바라본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br/><br/>사람은 늘 결론을 요구받는다.<br/>하지만 삶에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시간도 분명 존재한다.<br/><br/>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며, <br/>지금의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분명하지 않은 시간.<br/><br/>그 시간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고 ‘지나가야 하는 시간’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가 좋았다.<br/><br/>《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어서》라는 제목 역시 책을 읽고 나면 <br/>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br/><br/>버릴 수 없는 슬픔이 있다는 것.<br/>그리고 어쩌면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br/><br/>모든 감정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br/>어떤 감정은 처리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대상일 수도 있다.<br/><br/>슬픔이 있다고 해서 약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br/>방황한다고 해서 삶을 잘못 살아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br/>때로는 길을 잃은 시간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기도 한다.<br/><br/>이 시집을 읽고 난 뒤 남은 것은...<br/>‘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들을 너무 빨리 치워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이었다.<br/><br/>현재의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을 당장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고, 이름 붙이지 못해도 괜찮고, 아름다운 의미로 바꾸지 못해도 괜찮다.<br/>그저 잠시 곁에 두고 바라볼 수도 있다.<br/><br/>햇볕 좋은 날 옥상에 앉아 눅눅한 고민을 구름에 얹어 보내듯이.<br/>좁은 실외기 옆에서 묵묵히 알을 품는 비둘기를 바라보듯이.<br/>비가 지나간 뒤 땅에 남은 발자국을 애써 지우지 않고 그대로 바라보듯이.<br/><br/>시를 읽는 동안 내가 지나온 슬픔들도 하나둘 떠올랐다.<br/>그때는 빨리 잊고 싶었던 일들,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쳤던 마음들, <br/>‘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스스로 축소했던 감정들.<br/><br/>하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해서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br/><br/>버리지 못한 마음이 있다고 해서 괜찮지 않은 것이 아니다.<br/>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있다고 해서 내가 멈춰 있는 것도 아니다.<br/>때로는 완전히 괜찮아지는 대신, 괜찮지 않은 나 그대로 하루를 살아간다.<br/>그리고 그 하루들이 모여 어느 순간 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되어 있다.<br/><br/>🤔<br/>지금 당신 마음에는 무엇이 남아 있나요.<br/>아직 버리지 못한 슬픔은 무엇인가요.<br/><br/>이 생각 앞에서 마음을 서둘러 치우지 않고 바라보게 된다.<br/><br/>💧슬픔은 종량제에 버릴 수 없으니까.<br/><br/><br/><br/><br/>_<br/><br/>#슬픔은종량제에버릴수없어서 #이규원 <br/>#알발리출판사 #알발리시선집 <br/>#시집추천 #신간시집 #시 #시인 #신간도서 <br/>#신간소개 #신간 #도서리뷰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37/46/cover150/k7921309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374680</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웃기기 위해 시작했는데, 읽다 보면 과학이 남는 책! - [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 - 호기심 수집가 ‘몽구로운 지식’이 들려주는 이상야릇한 과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6443</link><pubDate>Mon, 17 Aug 2026 22: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644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130837&TPaperId=174564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90/44/coveroff/k58213083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130837&TPaperId=1745644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 - 호기심 수집가 ‘몽구로운 지식’이 들려주는 이상야릇한 과학</a><br/>몽구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나무옆의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 "‘쓸데없는 질문’이 사실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br/><br/><br/>“왜?”라는 질문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br/>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한 질문도 아니고,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며, 누군가에게 꼭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한 번 궁금해지면 자꾸 생각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어느 순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나쳐버린다.<br/>그런데 몽구는 지나치지 않았다.<br/><br/>《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는 굳이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알고 나면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질문들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든다. MBTI에서 동물의 번식, 드론 조종사의 심리, 숙취,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 바퀴벌레와 인간, 방귀의 치사량, 귀신의 에너지원, 우주 쓰레기와 모기 멸종까지.<br/><br/>제목처럼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들이 많다. 그런데 읽다 보면 그 질문들이 평소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넘기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br/>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질문의 수준이 아니라 질문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br/><br/>“야, 만약에 말이야……”라고 친구가 이야기를 꺼내면 처음에는 피식 웃게 된다. 그런데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그걸 과학적으로 계산해보면?” 하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은 바로 그 과정을 지식으로 만들어낸다.<br/><br/><br/>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가벼운 질문과 진지한 탐구 사이의 간극이었다. 예를 들어 “방귀로 사람을 죽인다면 얼마나 뀌어야 할까?”라는 질문은 제목만 보면 농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귀의 성분부터 장내에서 가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농도와 공간의 관계까지 살펴보게 된다.<br/><br/>🔖“저마다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드는 나만의 방귀 칵테일인 셈입니다.” <br/><br/>웃음이 나오는 표현이지만 그 앞에는 꽤 진지한 과학적 설명이 놓여 있다. <br/>바로 이런 방식 때문에 이 책은 유머로만 끝나지 않는다.<br/><br/>귀신의 에너지원을 추적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br/>귀신이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존재를 실제 과학의 언어로 설명해보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태양에너지, 자기장, 적외선 등을 후보로 놓고 상상해보는 과정은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논리적이다.<br/><br/>🔖“이러니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길 바랄 수밖에요.” <br/><br/>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튀어버리는 순간이다. 바로 이런 엉뚱한 발상의 전환이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든다.<br/><br/><br/>책을 읽으며 MBTI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br/>요즘 MBTI는 단순한 성격 유형 검사를 넘어 대화의 소재이자 놀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MBTI를 묻고, 서로의 유형을 비교하고, 특정 유형의 행동을 농담처럼 이야기한다.<br/><br/>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br/>🔖“무엇보다 MBTI는 이 시대 가장 강력하고 재미있는 ‘소셜 아이템’입니다.” <br/><br/>MBTI 자체의 과학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왜 이런 유형 분류에 끌리고 그것을 사회적 놀이로 소비하는지는 또 다른 흥미로운 질문이다.<br/>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은 복잡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틀’을 만들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br/><br/>다만 이런 주제에서는 특히 책에서 제시하는 재미있는 설명과 실제 학술적 합의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MBTI를 비롯한 심리검사는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 평가되는 여러 쟁점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br/><br/><br/>가장 의외였던 것은 ‘드론 조종사’ 이야기였다.<br/>책 전체에서 분위기가 가장 크게 달라지는 지점은 드론 조종사에 관한 부분이었다.<br/><br/>드론은 게임이나 원격 조종 장난감처럼 생각하기 쉽다. 직접 전장에 나가지 않고 화면을 보며 조종하기 때문에 실제 전투와는 심리적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br/><br/>그런데 책은 그 거리감에 의문을 던진다.<br/>🔖“전투에 임하는 군인에게 가장 큰 공포는 무엇일까요?” <br/><br/>그리고 이어지는<br/>🔖“바로 '살해에 대한 공포'입니다.” <br/><br/>특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면 속 대상이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된다는 설명은 인상적이었다. 기술은 인간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 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br/><br/>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오는가?<br/>심오한 질문을 남긴다.<br/><br/><br/>당연하게 이용하는 것에도 역사가 있었다.<br/>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생활 속 기술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br/><br/>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에스컬레이터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br/>🔖“우리나라에 에스컬레이터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37년입니다.” <br/><br/>더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는 대목이다.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움직이는 계단 하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기술이었던 것이다.<br/><br/>이 부분을 읽고 나니 지금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술 가운데에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구경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하게 된다.<br/><br/>기술의 역사를 거창한 발명품의 연대기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 속 호기심과 반응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재미있었다.<br/><br/><br/>📌“바퀴벌레는 머리가 없어도 산다.”<br/><br/>아마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br/>책에서는 이것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br/><br/>🔖“바퀴벌레는 몸통에 있는 숨구멍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머리가 없어도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 정도까지 생존할 수 있거든요.” <br/><br/>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물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가라는 사실이다.<br/>인간의 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호흡하고, 신경계를 사용하고,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br/><br/>‘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생명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기준으로 생명을 바라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이 책의 묘한 힘이다.<br/><br/>동물의 번식 이야기는 징그러운데 눈을 뗄 수 없다.<br/>바다 민달팽이의 번식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br/><br/>🔖“몸길이는 3~5cm인데, 생식기 길이는 무려 3cm에 달합니다.” <br/><br/>처음에는 그저 “세상에 이런 생물이 있구나” 싶다가도, 생물의 번식 방식이 이렇게까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자연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br/><br/>인간에게는 익숙한 번식 방식을 생명 전체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자연은 무척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자연은 훨씬 복잡하고 기묘했다.<br/><br/>어떤 생물에게는 성별 자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떤 생물은 놀라운 방식으로 짝을 선택하며, 또 어떤 생물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전략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아주 오래된 문제를 생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온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웃으며 읽었던 동물 이야기가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진다.<br/><br/><br/>모기 이야기는 ‘멸종’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br/>🤔 “모기를 전부 없애면 안 될까?”<br/>여름마다 모기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br/>그런데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모기의 다양성을 보여준다.<br/><br/>🔖“지구에는 3,500종이 넘는 모기가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사람을 무는 것은 고작 200여 종뿐이라는 겁니다.” <br/><br/>이런 이야기는 상식 이상의 생각거리를 던진다.<br/>인간에게 해로운 생물이라고 해서 그 생물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단순화해도 되는 것일까?<br/>생태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종을 없애는 일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모기’라는 이름 아래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br/><br/>결국 “없애버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생태계의 균형과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런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지점이다.<br/><br/><br/>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되었다.<br/>과학은 꼭 어렵고 진지해야만 하는가?<br/>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br/><br/>이 책은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라는 궁금증 때문에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 방식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느꼈다.<br/><br/>무언가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그것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지식을 주입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게 한다.<br/><br/>그래서 책을 덮은 뒤에도 제목 그대로 또 다른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긴다.<br/><br/>“그럼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번식할까?”<br/>“처음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은 무서워하지 않았을까?”<br/>“우주 쓰레기는 정확히 어디까지 올라가야 우주 쓰레기가 되는 걸까?”<br/>“모기가 정말 모두 사라진다면 생태계는 어떻게 변할까?”<br/><br/>읽기 전에는 필요 없었던 질문들이 읽고 난 뒤에는 머릿속에 남는다.<br/><br/><br/>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의외로 특정 과학 지식 하나가 아니었다.<br/>궁금하면 그냥 궁금해해도 된다는 것.<br/><br/>사람은 살아가면서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br/>쓸모 있는 것, 필요한 것, 돈이 되는 것,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을 먼저 찾는다.<br/>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호기심’은 점점 줄어든다.<br/>하지만 지식은 어쩌면 그런 쓸데없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br/><br/>“왜 그럴까?”<br/><br/>처음에는 별것 아닌 질문이었을지 몰라도 누군가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탐구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졌다.<br/><br/><br/>쓸모가 없어 보여도 궁금하면 질문해볼 것.<br/>황당해 보여도 한번 파고들어볼 것.<br/>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 자체를 즐겨볼 것.<br/><br/>어쩌면 그것이 지식을 가장 오래 기억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br/><br/><br/>웃으면서 시작했는데 생각하면서 끝나는 책.<br/>그게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느낀 가장 큰 인상이다.<br/><br/>‘쓸데없는 궁금증’은 더 이상 쓸데없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br/>궁금해하는 순간, 평범했던 세상이 조금 더 재미있어지니까.<br/><br/>_<br/><br/>#쓸데없이궁금해서끝까지파봤습니다        <br/>#몽구 #나무옆의자 #몽구로운지식 <br/>#과학 #과학이야기 #과학도서 #신간도서 #새로나온책 <br/>#도서리뷰 #서평단 #도서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90/44/cover150/k58213083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904461</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웃기기 위해 시작했는데, 읽다 보면 과학이 남는 책! - [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 - 호기심 수집가 ‘몽구로운 지식’이 들려주는 이상야릇한 과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6442</link><pubDate>Mon, 17 Aug 2026 22: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644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130837&TPaperId=1745644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90/44/coveroff/k58213083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130837&TPaperId=1745644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 - 호기심 수집가 ‘몽구로운 지식’이 들려주는 이상야릇한 과학</a><br/>몽구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나무옆의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 "‘쓸데없는 질문’이 사실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법일지도 모른다."<br/><br/><br/>“왜?”라는 질문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br/>당장 먹고사는 데 필요한 질문도 아니고,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며, 누군가에게 꼭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한 번 궁금해지면 자꾸 생각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어느 순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나쳐버린다.<br/>그런데 몽구는 지나치지 않았다.<br/><br/>《쓸데없이 궁금해서 끝까지 파봤습니다》는 굳이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알고 나면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질문들을 붙잡고 끝까지 파고든다. MBTI에서 동물의 번식, 드론 조종사의 심리, 숙취,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 바퀴벌레와 인간, 방귀의 치사량, 귀신의 에너지원, 우주 쓰레기와 모기 멸종까지.<br/><br/>제목처럼 정말 ‘쓸데없어 보이는’ 질문들이 많다. 그런데 읽다 보면 그 질문들이 평소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넘기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한다.<br/>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질문의 수준이 아니라 질문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br/><br/>“야, 만약에 말이야……”라고 친구가 이야기를 꺼내면 처음에는 피식 웃게 된다. 그런데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그걸 과학적으로 계산해보면?” 하고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은 바로 그 과정을 지식으로 만들어낸다.<br/><br/><br/>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가벼운 질문과 진지한 탐구 사이의 간극이었다. 예를 들어 “방귀로 사람을 죽인다면 얼마나 뀌어야 할까?”라는 질문은 제목만 보면 농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귀의 성분부터 장내에서 가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농도와 공간의 관계까지 살펴보게 된다.<br/><br/>🔖“저마다 다른 재료를 섞어 만드는 나만의 방귀 칵테일인 셈입니다.” <br/><br/>웃음이 나오는 표현이지만 그 앞에는 꽤 진지한 과학적 설명이 놓여 있다. <br/>바로 이런 방식 때문에 이 책은 유머로만 끝나지 않는다.<br/><br/>귀신의 에너지원을 추적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br/>귀신이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존재를 실제 과학의 언어로 설명해보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태양에너지, 자기장, 적외선 등을 후보로 놓고 상상해보는 과정은 황당하면서도 묘하게 논리적이다.<br/><br/>🔖“이러니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길 바랄 수밖에요.” <br/><br/>귀신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튀어버리는 순간이다. 바로 이런 엉뚱한 발상의 전환이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든다.<br/><br/><br/>책을 읽으며 MBTI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br/>요즘 MBTI는 단순한 성격 유형 검사를 넘어 대화의 소재이자 놀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MBTI를 묻고, 서로의 유형을 비교하고, 특정 유형의 행동을 농담처럼 이야기한다.<br/><br/>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br/>🔖“무엇보다 MBTI는 이 시대 가장 강력하고 재미있는 ‘소셜 아이템’입니다.” <br/><br/>MBTI 자체의 과학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왜 이런 유형 분류에 끌리고 그것을 사회적 놀이로 소비하는지는 또 다른 흥미로운 질문이다.<br/>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람은 복잡한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틀’을 만들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br/><br/>다만 이런 주제에서는 특히 책에서 제시하는 재미있는 설명과 실제 학술적 합의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MBTI를 비롯한 심리검사는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 평가되는 여러 쟁점이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br/><br/><br/>가장 의외였던 것은 ‘드론 조종사’ 이야기였다.<br/>책 전체에서 분위기가 가장 크게 달라지는 지점은 드론 조종사에 관한 부분이었다.<br/><br/>드론은 게임이나 원격 조종 장난감처럼 생각하기 쉽다. 직접 전장에 나가지 않고 화면을 보며 조종하기 때문에 실제 전투와는 심리적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br/><br/>그런데 책은 그 거리감에 의문을 던진다.<br/>🔖“전투에 임하는 군인에게 가장 큰 공포는 무엇일까요?” <br/><br/>그리고 이어지는<br/>🔖“바로 '살해에 대한 공포'입니다.” <br/><br/>특히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면 속 대상이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된다는 설명은 인상적이었다. 기술은 인간에게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감당해야 할 심리적 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br/><br/>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오는가?<br/>심오한 질문을 남긴다.<br/><br/><br/>당연하게 이용하는 것에도 역사가 있었다.<br/>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대결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생활 속 기술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br/><br/>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에스컬레이터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br/>🔖“우리나라에 에스컬레이터가 처음 설치된 것은 1937년입니다.” <br/><br/>더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 백화점을 찾았다는 대목이다.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움직이는 계단 하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기술이었던 것이다.<br/><br/>이 부분을 읽고 나니 지금 당연하게 사용하는 기술 가운데에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구경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하게 된다.<br/><br/>기술의 역사를 거창한 발명품의 연대기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 속 호기심과 반응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재미있었다.<br/><br/><br/>📌“바퀴벌레는 머리가 없어도 산다.”<br/><br/>아마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br/>책에서는 이것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br/><br/>🔖“바퀴벌레는 몸통에 있는 숨구멍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머리가 없어도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 정도까지 생존할 수 있거든요.” <br/><br/>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물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가라는 사실이다.<br/>인간의 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호흡하고, 신경계를 사용하고, 생존하는 것은 아니다.<br/><br/>‘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생명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기준으로 생명을 바라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생각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이 책의 묘한 힘이다.<br/><br/>동물의 번식 이야기는 징그러운데 눈을 뗄 수 없다.<br/>바다 민달팽이의 번식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br/><br/>🔖“몸길이는 3~5cm인데, 생식기 길이는 무려 3cm에 달합니다.” <br/><br/>처음에는 그저 “세상에 이런 생물이 있구나” 싶다가도, 생물의 번식 방식이 이렇게까지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자연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br/><br/>인간에게는 익숙한 번식 방식을 생명 전체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자연은 무척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자연은 훨씬 복잡하고 기묘했다.<br/><br/>어떤 생물에게는 성별 자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어떤 생물은 놀라운 방식으로 짝을 선택하며, 또 어떤 생물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전략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아주 오래된 문제를 생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온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웃으며 읽었던 동물 이야기가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감탄으로 이어진다.<br/><br/><br/>모기 이야기는 ‘멸종’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br/>🤔 “모기를 전부 없애면 안 될까?”<br/>여름마다 모기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br/>그런데 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모기의 다양성을 보여준다.<br/><br/>🔖“지구에는 3,500종이 넘는 모기가 존재하지만, 이 가운데 사람을 무는 것은 고작 200여 종뿐이라는 겁니다.” <br/><br/>이런 이야기는 상식 이상의 생각거리를 던진다.<br/>인간에게 해로운 생물이라고 해서 그 생물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단순화해도 되는 것일까?<br/>생태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종을 없애는 일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모기’라는 이름 아래에는 서로 다른 수많은 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br/><br/>결국 “없애버리면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생태계의 균형과 인간이 자연에 개입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런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지점이다.<br/><br/><br/>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되었다.<br/>과학은 꼭 어렵고 진지해야만 하는가?<br/>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br/><br/>이 책은 “그래서 어떻게 되는데?”라는 궁금증 때문에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 방식이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느꼈다.<br/><br/>무언가를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그것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지식을 주입하는 대신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게 한다.<br/><br/>그래서 책을 덮은 뒤에도 제목 그대로 또 다른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긴다.<br/><br/>“그럼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번식할까?”<br/>“처음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은 무서워하지 않았을까?”<br/>“우주 쓰레기는 정확히 어디까지 올라가야 우주 쓰레기가 되는 걸까?”<br/>“모기가 정말 모두 사라진다면 생태계는 어떻게 변할까?”<br/><br/>읽기 전에는 필요 없었던 질문들이 읽고 난 뒤에는 머릿속에 남는다.<br/><br/><br/>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의외로 특정 과학 지식 하나가 아니었다.<br/>궁금하면 그냥 궁금해해도 된다는 것.<br/><br/>사람은 살아가면서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br/>쓸모 있는 것, 필요한 것, 돈이 되는 것, 당장 도움이 되는 것을 먼저 찾는다.<br/>그러다 보니 ‘쓸데없는 호기심’은 점점 줄어든다.<br/>하지만 지식은 어쩌면 그런 쓸데없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br/><br/>“왜 그럴까?”<br/><br/>처음에는 별것 아닌 질문이었을지 몰라도 누군가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탐구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달라졌다.<br/><br/><br/>쓸모가 없어 보여도 궁금하면 질문해볼 것.<br/>황당해 보여도 한번 파고들어볼 것.<br/>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 자체를 즐겨볼 것.<br/><br/>어쩌면 그것이 지식을 가장 오래 기억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br/><br/><br/>웃으면서 시작했는데 생각하면서 끝나는 책.<br/>그게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느낀 가장 큰 인상이다.<br/><br/>‘쓸데없는 궁금증’은 더 이상 쓸데없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br/>궁금해하는 순간, 평범했던 세상이 조금 더 재미있어지니까.<br/><br/>_<br/><br/>#쓸데없이궁금해서끝까지파봤습니다        <br/>#몽구 #나무옆의자 #몽구로운지식 <br/>#과학 #과학이야기 #과학도서 #신간도서 #새로나온책 <br/>#도서리뷰 #서평단 #도서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90/44/cover150/k58213083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904461</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명화를 바라보는 일이 결국 나를 바라보는 일이 될 때 - [미술관 마음수업 - 명화를 통한 인간 심리의 이해와 탐구]</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5721</link><pubDate>Mon, 17 Aug 2026 14: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57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9737209&TPaperId=174557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81/77/coveroff/899973720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9737209&TPaperId=174557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술관 마음수업 - 명화를 통한 인간 심리의 이해와 탐구</a><br/>임성윤 지음 / 학지사 / 2026년 06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학지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_<br/><br/>- "그림을 바라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림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br/>- "예술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열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br/><br/>그림을 좋아한다고 해서 미술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br/>미술관에 가면 작품의 제목과 작가, 제작 연도와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고 작품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지만, 막상 그 그림을 보며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br/><br/>어쩌면 그림을 너무 많이 ‘알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br/>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그렸는지, 어떤 사조에 속하는지 알아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예술을 감상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작품 앞에 선 순간 내 마음에서 무엇이 움직이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br/>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작품을 하나의 지식이나 정보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표정과 몸짓, 공간과 색채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삶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시선은 자연스럽게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에게까지 향한다.<br/><br/><br/>🔖“감상은 지식을 쌓거나 단편적인 해석에 머무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묻고, 예술이 답하는' 대화가 열리는 순간에 가깝다.” <br/><br/>라는 문장이 이 책의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다.<br/>그림을 보는 일이 일방적으로 작품의 의미를 알아내는 과정이 아니라, <br/>작품과 나 사이에 대화가 생겨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br/><br/>이 문장을 읽고 나니 미술관에서 작품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br/>‘이 작품은 무엇을 의미할까?’라고 묻기 전에 ‘왜 이 그림 앞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어쩌면 같은 작품을 바라보더라도 그날의 나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일 수 있다. 마음이 평온한 날에는 아름답게 느껴졌던 작품이 유난히 지친 날에는 쓸쓸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표정 하나가 어느 날에는 이상하리만큼 오래 마음에 남을 수도 있다.<br/>그렇다면 그림은 그때의 나를 비추어 보여주는 거울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br/><br/><br/>-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것!<br/>책에서 또 오래 생각하게 만든 부분은 ‘있는 그대로’의 미학이다.<br/><br/>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부족한 모습은 감추고 싶고, 실수한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의 평가를 의식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수정하려 한다.<br/>그런데 이 책은 예술에서의 ‘있는 그대로’와 마음의 ‘수용’을 연결한다.<br/><br/>🔖“현대 심리치료에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감정조절,자존감 회복,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핵심전략으로 자리 잡고있다. 예술에서의 '있는 그대로'와 마음에서의 '수용'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br/><br/>이 문장을 읽으며 ‘수용’이라는 것이 나의 부족함을 참고 견디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잘못된 것을 잘못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도 아니고, 바꾸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지금의 나를 지나치게 미워하지 않은 채 현재의 모습을 정확하게 바라보는 것에 더 가깝지 않을까.<br/><br/>특히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상황까지 나의 감정으로 왜곡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br/>때때로 상대가 한 말보다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사실처럼 믿어버린다. 상대의 표정 하나, 짧은 말 한마디에 의미를 덧붙이고 혼자 상처받기도 한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마음의 훈련일지도 모른다.<br/><br/>내 감정은 존중하되, 그 감정이 곧 사실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br/>《미술관 마음수업》을 읽으며 ‘나를 받아들이는 일’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br/><br/><br/>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작품 속 인물의 얼굴과 몸짓을 심리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라오콘의 고통스러운 모습과 절제된 표정, 제임스 앙소르의 기괴한 가면을 단순히 미술사적 특징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감정을 드러내고 감추는 방식과 연결한다.<br/><br/>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br/>사회에서는 상황에 맞는 표정을 짓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며, 속으로는 화가 나면서도 웃으며 지나가는 순간이 있다.<br/><br/>그런 의미에서 ‘페르소나’와 ‘참자기’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나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모습 뒤에 있는 진짜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br/><br/><br/>예술은 감정을 꺼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br/>이 책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예술을 ‘치유’와 연결하는 방식이었다.<br/><br/>🔖“예술은 사회와는 달리 모든 감정을 포용하고 미술은 부정적 감정들을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는 따뜻한 통로다.” <br/><br/>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다.<br/>왜 화가 나는지, 왜 슬픈지, 무엇 때문에 마음이 답답한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 그림을 그리고, 색을 고르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감정을 밖으로 꺼내놓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br/>중요한 것은 그것이 반드시 ‘잘 그린 그림’일 필요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br/><br/>예술의 가치는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느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br/>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표현했는가에도 있을 테니까.<br/><br/><br/>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흔히 미술 교양서에서 반복해서 만나는 유명 작품만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도 등장하지만, 이전에는 자세히 만나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br/><br/>특히 각 장에서 작품을 먼저 바라보고, 그 작품에서 출발해 심리와 철학, 인간의 삶으로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흥미롭다.<br/><br/>미술사적 정보를 먼저 외우고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br/>작품을 바라본다. 느낀다. 질문한다.<br/>그리고 그 질문을 심리학과 철학의 언어로 다시 생각해본다.<br/><br/>이러한 과정 덕분에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도 작품과 심리학을 어렵지 않게 연결해볼 수 있다. 특히 각 이야기의 끝에서 핵심 개념을 정리하고 ‘생각해 볼 질문’을 던지는 구성은 책을 덮은 뒤에도 독자가 자신의 삶으로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br/><br/><br/>그림을 보는 방법이 달라지면 삶을 보는 방법도 달라진다.<br/>《미술관 마음수업》은 미술에 대한 지식을 많이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던 작품을 새로운 방향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에 가깝다.<br/><br/>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술론에서 시작해 조각과 르네상스, 표현주의와 현대미술을 지나 심리학과 미술치료, 철학과 인간의 삶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미술이라는 하나의 창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바라보게 한다.<br/><br/>라오콘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고통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br/>앙소르의 가면을 보면서 나는 어떤 감정을 감추고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된다.<br/><br/>이카로스의 추락을 바라보면서 실패와 좌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마음속 어린아이를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외면했던 나의 감정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br/><br/>🤔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을 읽는 일이고, <br/>인간을 읽는다는 것은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읽는 일이 되는 것 같다.<br/><br/><br/>《미술관 마음수업》을 읽으며 예술이 꼭 거창한 무언가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마음을 돌보기 위해 특별한 장소나 대단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한 장의 그림을 천천히 바라보는 것, 색 하나를 선택해보는 것, 작품 앞에서 잠시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나를 치유해야 한다’고 다그치지 않는다.<br/><br/>오히려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감정을 인정하고,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마음까지도 그대로 놓아두는 시간을 허락한다.<br/>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담긴 ‘마음수업’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br/><br/>미술을 배우는 수업인 동시에 마음을 바라보는 수업.<br/>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배우는 동시에 나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br/>어쩌면 좋은 예술이란 답을 주는 작품이 아니라, 오래도록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인지도 모르겠다.<br/><br/>_<br/><br/>#미술관마음수업 #임성윤 #학지사 #도서리뷰 <br/>#심리학 #미술 #교양미술 #심리도서 #미술심리 <br/>#신간도서 #미술도서 #심리치료 #신간소개 #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81/77/cover150/899973720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81778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무너진 낙원에서 다시 삶의 터전을 세우는 사람들." - [아메리칸 서바이벌 - 올리버쌤 가족의 1,600km 로드무비]</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5563</link><pubDate>Mon, 17 Aug 2026 13: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55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0027&TPaperId=174555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28/93/coveroff/k54213002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0027&TPaperId=174555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메리칸 서바이벌 - 올리버쌤 가족의 1,600km 로드무비</a><br/>올리버 그랜트.정다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미국 이민을 이야기할 때 보통은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말을 떠올린다.<br/>더 넓은 땅, 더 많은 기회,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삶.<br/><br/>하지만 정말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br/><br/>넓은 땅에 직접 집을 짓고, 가족과 함께 살아갈 공간을 마련했다고 해서 그곳이 반드시 안전한 삶의 터전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가진 것이 많지 않더라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오늘을 견뎌낼 수 있다면, 그곳이야말로 삶을 지켜주는 집이 될 수도 있다.<br/><br/>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미국에서 성공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한 가족이 실제 삶을 살아가며 마주한 기후, 의료, 경제적 현실, 이민자로서의 불안, 가족의 죽음과 상실을 솔직하게 들여다본다.<br/><br/>처음에는 가족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집이 있었다.<br/>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집을 둘러싼 환경은 조금씩 달라졌다.<br/>폭염과 한파, 물과 전력에 대한 불안, 의료 시스템 앞에서 느끼는 막막함,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의 병.<br/><br/>삶은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믿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흔들리면서 무너진다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준다.<br/><br/>집을 짓는 것과 삶의 터전을 만드는 것은 달랐다.<br/>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요새’라는 이미지였다.<br/><br/>가족을 지키기 위해 집을 짓고, 그곳에서 오래 살아갈 미래를 꿈꿨지만 정작 그 요새를 위협한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었다. 자연환경의 변화와 사회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사건들이었다.<br/><br/>🔖“저희가 요새를 지은 땅은 아슬아슬한 모래밭이었습니다.” <br/><br/>사람은 미래를 준비하면서 무언가를 쌓는다.<br/>집을 사고, 돈을 모으고, 직업을 만들고, 아이를 키우며, 안정적인 삶을 꿈꾼다.<br/>그런데 내가 단단하게 쌓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주변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떨까.<br/><br/>어쩌면 살아가며 ‘안정’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영원히 보장되는 상태가 아니라,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잠시 유지되고 있는 균형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br/>그래서 이 책은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이야기처럼 다가왔다.<br/><br/>초반부에서 좋았던 부분은 완성되지 않은 집에서 부부가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다.<br/><br/>🔖“이제 더 이상 빚 독촉에 가슴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새벽까지 마우스 클릭 소리를 내도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안도감이 웃음으로 터진 것이었다.” <br/><br/>가구도 없고, 매트리스도 없고, 완성되지 않은 집.<br/>객관적으로 보면 부족한 것투성이인데 그 순간만큼은 두 사람이 웃을 수 있었다.<br/>행복은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어쩌면 사람은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것 안에서 함께 웃을 사람이 있을 때 버틸 힘을 얻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br/><br/>그래서 이후에 닥치는 수많은 위기들이 크게 다가온다.<br/>이 가족이 지키려고 했던 것은 ‘집’ 안에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br/><br/><br/>책을 읽으며 기후 위기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br/>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br/>기후 위기라는 말을 뉴스에서 자주 접한다. 폭염, 산불, 가뭄, 한파, 폭우 같은 단어들도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숫자와 뉴스 화면으로 접하는 재난과,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에서 물과 전기와 집과 가족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br/><br/>🔖“모두가 똑같은 빨대를 땅속 깊이 꽂고 마지막 남은 생명수를 들이켜고 있는 형국이었다.” <br/><br/>지하수를 빨대로 표현한 이 문장은 인간이 자연을 소비하는 모습을 상당히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했다. 한 사람에게는 작은 집 한 채를 짓는 일일 수 있다.<br/>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자연을 사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br/><br/>개인의 선택과 사회 전체의 구조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br/>이 책을 통해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거대한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사는 집과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가족의 안전에 직접 연결된 현재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br/><br/><br/>그리고 이 책의 중심에는 ‘상실’이 있었다<br/>개인적으로 묵직하게 다가온 부분은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였다.<br/><br/>가족이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있다.<br/>질병도 그렇고, 죽음도 그렇다.<br/>특히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보다 남겨질 아내를 걱정하는 장면은 오래 남았다.<br/><br/>🔖“내 인생에는 아무런 미련도 없어. 다만… 다만 걱정되는 것은 혼자 남을 로이스야.” <br/><br/>죽음을 앞둔 사람이 마지막까지 걱정하는 것이 자신의 삶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삶이라는 사실이 먹먹했다.<br/><br/>사람은 살아 있을 때 수많은 것을 원한다.<br/>더 좋은 집, 더 많은 돈, 더 안정적인 미래, 더 나은 환경.<br/>하지만 삶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어쩌면 그런 것들이 아닐지도 모른다.<br/><br/>‘사랑하는 사람이 괜찮을까.’ 라는 질문만이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그래서 이 장면은 사랑이란 상대방의 삶을 걱정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br/><br/><br/>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키워드를 하나 고른다면 나는 ‘어른’이라는 단어를 고르고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선택하는 것이 어른의 모습에 더 가깝지 않을까.<br/><br/>🔖“어른이 되어가며 우리는 필연적으로 상실의 고통과 마주합니다. 하지만 고통은 우리를 완전히 쓰러뜨리지 못합니다. 오히려 인간으로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연결하게 만들며, 끝내 우리를 성숙하게 합니다.”<br/><br/>상실은 사람을 약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게 하기도 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경험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앞으로의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br/><br/><br/>1,600킬로미터의 길은 결국 ‘도망’이 아니었다.<br/>후반부의 이주 과정은 한 편의 재난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준다.<br/>폭설과 한파,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 지쳐가는 몸과 마음.<br/>그리고 결국에 1,600킬로미터를 달려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br/><br/>🔖“그것은 잠을 포기하고, 지금 당장 시동을 거는 것.” <br/><br/>그리고 이어지는 1,600킬로미터의 여정.<br/>이 장면을 읽으면서 ‘떠난다’는 것이 반드시 도망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때는 떠나는 것이 오히려 가족을 지키기 위한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일 수 있다.<br/><br/>한곳에 오래 버티는 것을 '인내'라고 생각한다.<br/>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버티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br/>때로는 내가 애써 쌓아온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을 선택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br/><br/>그런 의미에서 미네소타로 향하는 길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다시 선택하는 길처럼 느껴졌다.<br/><br/><br/><br/>‘나에게 진짜 요새는 무엇일까?’<br/><br/>돈일까. 집일까. 직업일까. 내가 오랫동안 쌓아온 경력일까.<br/><br/>물론 모두 중요하다.<br/>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br/><br/><br/>상실을 지나고, 무너지는 현실을 견디고, 가족과 함께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곳.<br/>그곳이야말로 진짜 집일 것이다.<br/><br/><br/>《아메리칸 서바이벌》은 삶에서 무엇을 안전이라고 믿고 있는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지, 그리고 무너진 자리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br/><br/>힘들었고, 두려웠고, 때로는 무력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결국 떠나야 했다.<br/>그럼에도 다시 움직였다.<br/>아마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서바이벌’의 진짜 의미인지도 모르겠다.<br/>생존은 살아남는 것만이 아니라, 상실 이후에도 다시 삶을 선택하는 것일 테니까.<br/><br/>책을 읽고 나니 ‘행복한 삶’에 대한 기준도 달라졌다.<br/><br/>완벽한 집을 갖는 것보다 그 집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br/>모든 위험을 없애는 것보다 위험한 순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것.<br/>상실을 겪은 뒤에도 다시 내일을 살아가는 것.<br/><br/>안식처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속에 만들어가는 공간인지도 모르겠다.<br/><br/>가족을 다시 삶으로 데려가기 위해 끝까지 달려간 1,600킬로미터의 길은, <br/>누구에게나 언젠가 한 번쯤 찾아오는 ‘이제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순간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_<br/><br/>#아메리칸서바이벌 #올리버샨그랜트 #정다운 #21세기북스 <br/>#올리버쌤 #서평단 #책추천 #신간 #새로나온책 #도서리뷰 <br/>#에세이 #감성에세이 #에세이추천 #신간에세이]]></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28/93/cover150/k54213002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289325</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아무것도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을 때, 공포는 시작된다. - [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5410</link><pubDate>Mon, 17 Aug 2026 11: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54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62130823&TPaperId=174554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95/7/coveroff/k662130823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62130823&TPaperId=174554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a><br/>사와무라 이치 지음, 강영혜 옮김 / 리드비 / 2026년 07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리드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br/>무언가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일까.<br/>끔찍하게 훼손된 시체를 보았을 때일까.<br/>아니면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분명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을 때일까.<br/><br/>무서운 이야기는 반드시 귀신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아무것도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을 때, 독자의 상상력이 빈틈을 채우면서 공포는 훨씬 오래 지속된다. <br/><br/>2017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단편들을 엮은 이 작품집은 제목부터 흥미롭다. ‘괴담을 소재로 한 소설’인 동시에 ‘소설 자체가 하나의 괴담’이 된다는 발상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 이야기도 혹시 괴담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묘한 의심이 생긴다.<br/><br/><br/>첫 번째 이야기인 〈고속 괴담〉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사람들이 괴담을 하나씩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는 ‘괴담회’라는 익숙한 설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야기를 무섭게 만드는 방식이다.<br/><br/>🔖“어, 저 사람은 말 안 해도 돼요?”<br/>라고 말하는 장면은 노골적으로 귀신을 등장시키지 않으면서도 강한 불안을 만든다.<br/><br/>나는 이런 종류의 공포가 오히려 더 무섭다고 느꼈다.<br/>귀신이 눈앞에 나타나는 장면이라면 ‘귀신이 나왔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br/>하지만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하는 곳을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br/><br/>‘내가 못 보고 있는 것이 있는 건 아닐까?’<br/>공포는 그때부터 독자의 몫이 된다.<br/>처음에는 다소 느리게 느껴졌던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앞에서 무심하게 던져놓았던 요소들과 연결되면서 속도를 높이는 것도 흥미로웠다. <br/><br/>_<br/><br/>➡️ 공포의 방향이 더욱 일상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는 &lt;피리 부는 집&gt;<br/><br/>가족과 함께 산책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집.<br/>누군가 그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보다, <br/>집 자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감각이 더 기괴하게 다가온다.<br/><br/>🔖“집이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br/>그리고 이어지는,<br/>🔖“집 그 자체가 나를, 우리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br/><br/>라는 표현은 평소에는 아무런 의식 없이 지나치던 창문과 지붕과 벽이 갑자기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br/><br/>이런 공포가 오래 남는 이유는 ‘집’이라는 공간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br/>매일 집에 들어가고, 창문을 바라보고, 어두운 방을 지나간다. 그런데 그 익숙한 공간이 어느 순간 나를 관찰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면 평범했던 일상이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기 어렵다.<br/><br/>그래서 이 작품의 공포는 책을 읽는 동안보다 책을 덮은 뒤에 더 강해진다.<br/>창문이 괜히 눈처럼 보이고, 밤에 집 밖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 하나에도 잠시 귀를 기울이게 된다.<br/><br/>_<br/><br/>➡️ 다른 작품들과는 형식부터 다른 &lt;쿠쿠다의 가면&gt;<br/>영화와 관련된 사건을 인터뷰, 기사, 인터넷 게시판 등의 기록을 통해 쌓아 올리는 방식은 독자가 하나의 사건을 직접 목격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자료를 통해 진실을 추적하도록 만든다.<br/><br/>그래서 오히려 확신하기가 어렵다.<br/>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완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독자는 자료와 자료 사이의 빈 공간을 스스로 메워야 하고, 바로 그 빈 공간에서 불안이 자라난다.<br/>나는 이 작품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 것’이 공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br/><br/>무서운 이야기라고 해서 반드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다.<br/>때로는 끝까지 설명되지 않은 무언가가 훨씬 오래 기억된다.<br/><br/>_<br/><br/>➡️ &lt;코우와 게이&gt;, 아무것도 모르고 읽고 싶었던 이야기!<br/>신혼여행이라는 가장 평온하고 행복해야 할 시간에 낯선 시골 마을과 수상한 남매가 등장한다.<br/><br/>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내용을 많이 알고 읽을수록 손해를 보는 이야기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건을 설명하기보다는 독자가 직접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br/><br/>🔖“어린아이 것으로 보이는 작은 손이 두 개 붙어 있었다.”<br/>그리고<br/>🔖“지문까지 보였다. 장식이 아닌 진짜 손이다.”<br/>라는 묘사는 상상하는 순간 장면이 머릿속에 그대로 떠오른다.<br/><br/>이 작품에서 무서운 것은 그것이 왜 그곳에 있는지, 그 공간에서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내가 아직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br/>그래서 책장을 빨리 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 내용을 알고 싶지 않은 묘한 감정이 생긴다.<br/><br/>무서운데 궁금하다.<br/>읽기 싫은데 계속 읽게 된다.<br/>호러 소설의 가장 이상한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br/><br/>_<br/><br/>➡️ &lt;우라미 선생님&gt;이 남긴 잔혹한 배신감!<br/><br/>학교에 갇힌 아이들이 살인귀에게 쫓긴다는 설정만 보면 넷플릭스 슬래셔 호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익숙한 틀 안에서 독자가 예상할 법한 방향을 이용해 다른 곳으로 끌고 간다.<br/><br/>🔖“남자의 얼굴이 엉망진창이었다.”<br/><br/>이어지는 얼굴에 대한 잔혹한 묘사는 상상만으로도 불편할 정도로 강렬하다.<br/>그런데 이 작품에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잔혹한 장면 자체보다 반전이 주는 감정적인 충격이다.<br/><br/>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진실과 마주하면 ‘설마 이 방향일 줄은 몰랐다’는 감정이 남는다.<br/><br/>호러와 미스터리를 함께 쓰는 작가의 장점이 이런 부분에서 드러난다.<br/>무섭게 만드는 것과 속이는 것은 서로 다른 기술인데, 이 책에서는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br/><br/>_<br/><br/>➡️ 가장 기묘했던 이야기, &lt;마른 우물의 목소리&gt;<br/><br/>개인적으로 이 책의 핵심적인 공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는 <br/>〈마른 우물의 목소리〉라고 느꼈다.<br/><br/>자신이 쓴 적 없는 소설을 누군가가 읽고 극찬한다.<br/>‘존재하지 않는 소설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는 발상은 생각할수록 이상하다.<br/><br/>🔖“그렇다, 나는 이미 공포에 질려 있다. 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읽으려고 생각한 것만으로, 읽으려고 기대한 것만으로.”<br/><br/>무서운 이유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공포가 시작되었다는 데 있다. 무언가를 읽었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읽으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무서워진다. 이것은 이 책 전체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br/><br/>독자는 책을 펼치기 전부터 ‘호러 소설을 읽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온다. <br/>그런데 작가는 그 기대 자체를 공포의 재료로 바꿔버린다.<br/><br/>_<br/><br/>➡️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lt;괴담 괴담&gt;<br/><br/>〈괴담 괴담〉은 여러 기록과 자료를 통해 하나의 사건으로 접근해 가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특히 음성 기록과 체험담, 기획서 등이 서로 무관해 보이다가 점차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면서 ‘아, 그래서 이것들이 여기에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br/><br/>작가는 공포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미스터리를 심는다.<br/>그리고 독자가 ‘무섭다’고 느끼는 동시에 ‘왜?’라는 질문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br/>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의 추진력이 된다.<br/><br/><br/>괴담은 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계속 생각나는 이야기’일까<br/>이 책을 읽고 사람은 왜 무서운 이야기를 계속 찾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br/>무서운 이야기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가장 이상한 방식의 오락이기도 하다. 우리는 안전한 장소에서 위험한 이야기를 읽는다.<br/><br/>침대에 누워서 살인 이야기를 읽고, 불을 켜놓고 귀신 이야기를 읽으며, <br/>현실에서는 절대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책 속에서는 일부러 찾아간다.<br/><br/>그런데 《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은<br/><br/>‘만약 실제라면?’<br/>‘내 주변에도 이런 일이 있다면?’<br/>‘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전부일까?’<br/><br/>이런 질문을 독자의 현실로 가져온다.<br/><br/>무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br/>책 속에서는 분명 이야기가 끝났다.<br/>그런데 머릿속에서는 끝나지 않는다.<br/><br/>읽는 동안보다 책을 덮은 뒤가 더 무서웠다.<br/>이 책에는 유령도 있고, 저주도 있고, 살인도 있고, 오컬트도 있고, 잔혹한 장면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무섭다고 느낀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br/>오히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각이었다.<br/><br/>아무도 없는 곳을 사람으로 인식하는 순간이 무섭고,<br/>평범한 집이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무섭고,<br/>설명하기 어려운 흔적이 머릿속에 남으며, 예상했던 방향을 배신하는 반전이 충격을 준다.<br/><br/>모든 이야기가 같은 방식으로 무섭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br/>어떤 이야기는 서늘했고, 어떤 이야기는 잔혹했으며, 어떤 이야기는 기괴했고, <br/>어떤 이야기는 미스터리에 가까웠다.<br/>그 다양한 공포가 한 권 안에서 교차하면서 ‘호러’라는 장르가 생각보다 <br/>훨씬 넓다는 것을 보여준다.<br/><br/><br/>읽는 순간에는 무서워서 빨리 끝내고 싶었지만, <br/>‘도대체 그게 무엇이었을까?’ 하고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br/>읽고 나서는 괜히 주변을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책.<br/><br/>_<br/><br/>#괴담소설이라는이름의소설괴담 #사와무라이치 #리드비<br/>#소설 #소설책 #소설책추천 #공포소설 #스릴러소설 <br/>#장르소설 #추리소설 #미스터리 #일본소설 #신간 #신간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95/7/cover150/k662130823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950790</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통제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서성이다 - [서성이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5368</link><pubDate>Mon, 17 Aug 2026 10: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45536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0735&TPaperId=1745536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93/coveroff/k36213073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0735&TPaperId=1745536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서성이다</a><br/>장강명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08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현대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아프고, 내가 그 사람의 삶을 온전히 알고 있다고 믿었던 확신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병을 치료할 수도 없고,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으며, 사랑한다는 말조차 상대를 살릴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말이다.<br/><br/>이 소설은 결혼 20년 차 부부에게 갑작스럽게 닥친 뇌종양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아내가 병원에 실려 간 순간부터 남편 안시찬은 아내의 병과 동시에 자신의 감정, 책임감, 죄책감, 무력감, 사랑의 깊이,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의심까지 마주하게 된다.<br/><br/>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슬퍼해야 할 상황에서조차 자신이 정말 슬픈 사람인지 의심하는 인간의 마음이었다. 아내가 쓰러지고 응급실에 실려 간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감정을 끊임없이 검열한다.<br/><br/>🔖“나는 침통한가? 정말 슬픈가?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아내 곁을 지킬 건가?” <br/><br/>이 문장은 이 소설의 남편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처럼 느껴졌다.<br/>사랑하는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놓였으니 당연히 슬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공포 속에서도 병원에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돈과 서류를 챙기고, 예정된 일을 취소하거나 처리해야 한다. 심지어 아내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에도 현실적인 문제들은 멈춰주지 않는다.<br/><br/>그래서 그는 자신이 아내를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걱정하는 남편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를 의심한다.<br/><br/>나는 이 부분이 오히려 이 인물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었다고 느꼈다.<br/>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고 해서 인간이 갑자기 완벽하게 선하고 헌신적인 존재로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br/><br/>인간은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귀찮아하고, 원망하고, 화를 내고, 때로는 상대보다 나 자신의 삶을 먼저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정말 잃을지도 모른다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내가 얼마나 그 사람에게 기대어 살아왔는지 깨닫는다.<br/><br/>그래서 《서성이다》에서 말하는 사랑은 <br/>죄책감과 이기심, 후회와 애정이 뒤엉킨 채 존재하는 사랑이다.<br/><br/><br/>🔖“우리는 밑바닥에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잖아.” <br/><br/>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들.<br/>이 문장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냉정한 부부의 모습처럼 느껴졌지만,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니 오히려 이 말이 작품 전체를 표현하는 문장처럼 느껴졌다.<br/><br/>믿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믿음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br/>평생 이성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사람이 병원 복도에서 기도한다.<br/>자신의 힘으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 변화가 갑작스럽게 ‘신앙을 갖게 되었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br/><br/>그는 여전히 의심한다.<br/>신을 믿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고, 기도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도 모른다.<br/>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앞에서 인간은 무엇인가를 붙잡고 싶어진다.<br/><br/>🔖“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보다 먼저 죽기 때문에 신을 발명한 것이다.” <br/><br/>참 아프게 다가온 문장이다.<br/>신을 믿기 때문에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사랑해서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기도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br/><br/>평생 무신론자로 살아온 사람에게조차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 앞에서는 기도가 절실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사랑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br/><br/><br/>그리고 이 소설에서 ‘당신을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라는 것이 아프게 다가왔다.<br/><br/>남편은 병원과 현실적인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아내가 남몰래 감당해온 일들과 삶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동안 그는 아내에게 조언한다고 생각했지만, 뒤늦게 돌아보니 그 조언이 아내에게는 압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br/><br/>20년.. 오랜 시간을 함께 산다고 해서 상대를 전부 아는 것은 아니다.<br/><br/>매일 같은 집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해도 상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모두 알 수는 없다. 오히려 너무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잘 알아’라는 착각 속에서 상대의 고통을 쉽게 지나칠 수도 있다.<br/><br/>그래서 이 작품은 '뇌종양'이라는 사건을 통해 관계의 맹점을 이야기하는 소설처럼도 읽혔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으면서도 그 사람의 삶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상대가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상대는 말할 힘조차 없었을 수도 있다.<br/>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대부분 너무 늦게 찾아온다.<br/><br/><br/>책을 읽으며 또 다른 한가지 고통을 함부로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태도가 느껴졌다.<br/><br/>흔히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이렇게 말한다.<br/><br/>‘이 일을 통해 더 성장했어.’<br/>‘힘든 일이 있었지만 나에게 좋은 경험이었어.’<br/>‘이 또한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겠지.’<br/><br/>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실제로 위로가 될 수 있다.<br/>하지만 모든 고통에 반드시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br/>소설 속 그는 오히려 그것을 거부한다.<br/><br/>🔖“고통을 통해 성장한다니, 그 얼마나 대단한 나르시시즘이냐.” <br/><br/>어떤 고통은 그냥 고통일 뿐이다.<br/>누군가의 병이 반드시 누군가를 성장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삶의 교훈을 주기 위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br/><br/>그래서 그는 말한다.<br/>🔖“그냥 몸부림쳐라. 배를 움켜쥐고 데굴데굴 굴러라. 먹은 걸 다 게워 낼 때까지 토하고 울어라……” <br/><br/>이 문장은 견뎌내면 성장한다는 말보다, 때로는 무너져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br/>아무 의미도 찾지 못한 채 울어도 되고, 이해하지 못해도 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끝내 답을 얻지 못해도 된다고.<br/><br/>나는 이 부분에서 오히려 큰 위로를 느꼈다.<br/>고통받는 사람에게 꼭 ‘의미’를 찾아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br/>어떤 순간에는 해결책도, 긍정적인 말도 필요하지 않고 그저 함께 아파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는 것.<br/><br/>🔖“인간은 기쁨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열광으로는 잠시 묶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을 진정으로 묶어주는 것은 고통이다.” <br/><br/>읽고 난 뒤 한참 생각하게 만든 문장이다.<br/>기쁨은 사람을 모이게 한다.<br/>하지만 고통은 사람을 서로의 존재 깊숙한 곳까지 데려가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고통 앞에서는 사회적 지위도, 성취도, 잘잘못도 잠시 뒤로 물러난다.<br/>누구나 아프고, 두려워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무섭다.<br/>그래서 고통은 인간을 평등하게 만든다.<br/>그리고 이 소설에서 남편이 끝내 발견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br/><br/>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도 없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어야 한다.<br/><br/>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서성인다.<br/>하지만 그 서성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br/><br/>두려워하면서도 병원으로 향하고, 필요한 일을 처리하고, 아내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울고, 기도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br/><br/>그래서 제목 《서성이다》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br/>처음의 ‘서성임’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의 움직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책이 끝나고 난 후의 서성임은 조금 다르다.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의 움직임처럼 느껴진다.<br/><br/>🔖“세상에는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적어도 그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그는 그 순간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br/><br/>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 문장을 선택할 것 같다.<br/><br/>사람은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순간에 서성인다.<br/><br/>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br/>무엇이 옳은지 확신할 수 없어서.<br/>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서.<br/><br/>그렇지만 미래는 늘 들이닥친다.<br/>준비가 되었든 그렇지 않든, 받아들였든 받아들이지 못했든 우리는 한 발을 내디뎌야 한다.<br/><br/>그것이 삶인지도 모르겠다.<br/><br/>《서성이다》를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여운은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다는 것의 의미였다. 정말 절박한 순간에 사랑은 아주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br/><br/>119를 부르는 일, 병원에 가는 일, 서류를 찾는 일, 돈을 마련하는 일, 가족에게 연락하는 일, 면회 시간을 기다리는 일.<br/><br/>그리고 그 모든 일을 하면서도 마음속으로 계속 묻는 것이다.<br/><br/>‘이 사람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 걸까.’<br/>‘이 사람을 그 동안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br/>‘내가 조금만 다르게 했더라면 달라졌을까.’<br/><br/>하지만 어떤 질문에는 끝내 답이 없다.<br/>그래서 이 소설은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력하고 불완전한 일인지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br/><br/>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싶다는 마음.<br/>하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하다.<br/>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대신할 수 없고, 그 곁에 있을 뿐이다.<br/><br/>그저 서성이고, 울고, 두려워하고, 도움을 청하고, 기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br/>하나씩 해나가는 것.<br/>그리고 그렇게 서성이다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br/><br/>사랑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순간에도 <br/>그 사람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br/>그 사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br/><br/>_<br/><br/>#서성이다 #장강명 #현대문학 <br/>#현대문학핀시리즈 #핀시리즈 <br/>#소설 #한국소설 #소설책 #소설책추천 #신간소설 <br/>#신간소개 #신간 #신간도서 #새로나온책 #추천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93/cover150/k36213073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849346</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