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하얀사과의 종이 이야기 (하얀사과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ue, 27 Oct 2026 19:34:38 +0900</lastBuildDate><image><title>하얀사과</title><url>https://image.aladin.co.kr/img/blog2/manage/profileimg.jpg</url><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하얀사과</description></image><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AI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지능이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힘이다. - [AI 인물 열전 3 - AI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사람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4715</link><pubDate>Mon, 26 Oct 2026 22: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47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1792&TPaperId=1759471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25/71/coveroff/k5421317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1792&TPaperId=175947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AI 인물 열전 3 - AI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사람들</a><br/>김경달 지음 / 이은북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띵북 (@thing_book ) 님의 서평단 모집을 통해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_<br/><br/>AI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는 날이 올 것인가. 이제 이 질문은 더 이상 먼 미래를 상상하는 공상과학적 호기심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 AI에게 글을 쓰게 하고, 정보를 찾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맡기며 살아가고 있다. 기술은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었고, 그 편리함에 익숙해진 만큼 발전의 속도를 의심하거나 멈춰 세워야 할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일은 어려워졌다.<br/><br/>그런데 만약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의 이해와 통제 범위를 넘어선다면 어떻게 될까. 편리함을 얻기 위해 내어준 판단의 일부가 언젠가 우리의 선택권마저 대신하게 된다면? 《AI 인물 열전 3》은 그 능력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며 누가 그 한계를 정할 것인지 되묻는다.<br/><br/>《AI 인물 열전 3》은 AI의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열두 인물의 삶과 사상, 그리고 서로 다른 신념과 갈등을 따라가는 책이다. AI를 직접 개발하는 연구자부터 기술의 위험을 경고하는 사상가, 시장의 독점을 감시하는 규제 전문가와 정책 결정자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AI의 미래가 기술의 발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들여다본다.<br/><br/><br/>기술의 발전을 이야기할 때 대체로 성능과 속도, 효율과 가능성에 주목한다. <br/>얼마나 정확해졌는지, 얼마나 많은 일을 대신할 수 있는지, 인간이 할 수 없었던 일을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하지만 능력이 커진다는 사실이 곧 안전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능력이 강력해질수록 잘못된 판단이 가져올 결과와 책임의 범위도 함께 커질 수 있다.<br/><br/>책에 등장하는 AI 안전 연구자들의 이야기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AI 기술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이해하기 때문에 그 이면에 놓인 위험과 통제의 어려움을 고민한다.<br/><br/>특히 다리오 아모데이가 AI 개발이 심각한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을 25퍼센트로 언급하면서도 개발을 계속하는 모습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모순을 드러낸다.<br/><br/>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br/><br/>🔖“우리가 멈춰도 다른 누군가가 만든다. 다만 덜 신중하게,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가 앞서서 책임감 있게 만드는 것이 낫다.” <br/><br/>이 말에는 AI 개발을 둘러싼 현실적인 딜레마가 담겨 있다. 위험을 알고 있다고 해서 경쟁에서 물러나는 것이 반드시 더 안전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 개발을 멈추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고, 국가와 기업 사이의 경쟁이 이어지는 한 개인이나 한 기업의 결심만으로 전체적인 속도를 늦추기도 어렵다.<br/><br/>그러나 여기에서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br/>위험을 줄이기 위해 계속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가 언제까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안전을 위한 개발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개발은 어디에서 갈라지는 것일까. 책임감 있게 앞서간다는 말이 실제로 어떤 검증과 통제 절차를 의미하는지도 중요하다.<br/><br/>이 대목에서 AI 안전의 어려움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br/>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조차 경쟁의 논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만으로 좋은 결과가 보장되지 않으며, 위험을 인식하는 것과 실제로 위험을 줄이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간격이 존재한다.<br/><br/>중요한 것은 누가 더 선한 의도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그 의도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어떤 원칙과 검증 체계를 마련하느냐일 것이다.<br/><br/><br/>일리야 수츠케버가 안전한 초지능의 모델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제시했다는 부분도 흥미로웠다.<br/><br/>🔖“인류를 바라보는 초지능 AI의 시선이 부모가 자신의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깊은 사랑이나 책임감과 같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도달해야 할 가장 완벽하고 안전한 AI의 미래입니다.” <br/><br/>인간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존재라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명령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기계를 넘어 인간의 안전과 복지를 우선하는 지능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도 읽힌다.<br/><br/>하지만 이 문장을 곱씹을수록 사랑이라는 감정의 비유만으로 안전을 설명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더라도 자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보호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지나친 간섭이 될 수도 있고, 선의를 가진 판단이 언제나 올바른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br/><br/>AI에게 인간을 아끼는 것과 같은 행동을 기대한다면, <br/>그 아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br/><br/>인간의 자유와 선택을 존중하는 것인지,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인지, 다수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인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br/><br/>여기서 AI 안전은 서로 충돌하는 인간의 가치와 이해관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한다.<br/><br/>AI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쉽게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인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그렇기에 안전한 AI를 만드는 일은 기술의 문제인 동시에 인간 자신을 이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br/><br/><br/>스튜어트 러셀이 설명하는 목표 달성의 문제 역시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은 어떤 일을 시킬 때 상대방이 말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목표를 문자 그대로 수행하는 것과 그 목표를 설정한 사람의 진짜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br/><br/>책에서는 미다스 왕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설명한다. <br/>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고 싶다는 소원이 이루어졌지만, 그 능력은 결국 사랑하는 존재마저 황금으로 바꾸는 비극으로 이어진다.<br/><br/>🔖“지금까지 우리가 지능을 정의해온 방식, 즉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으로서 지능’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폐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고 말이다.” <br/><br/>이 문장은 AI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한다. 목표를 빠르고 정확하게 달성하는 능력만으로 지능을 평가한다면, 그 목표가 잘못 설정되었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br/><br/>예를 들어 효율성을 극대화하라는 지시가 인간의 휴식과 자율성을 희생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어떨까. 오류를 최소화하라는 목표가 새로운 시도 자체를 회피하게 만든다면 어떨까. 수치로 측정하기 쉬운 성과만 최적화하다 보면 정작 우리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br/><br/>물론 이러한 사례가 곧 모든 AI가 반드시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뜻은 아니다. <br/>다만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과 그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생각할 거리다.<br/><br/>AI가 인간보다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더라도 무엇을 문제로 정의할지, 어떤 결과를 좋은 결과로 볼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기술이 강력해질수록 그 질문을 생략해서는 안 될 것이다.<br/><br/>이 대목을 읽으며 우리가 AI에게 맡기는 일이 많아질수록 무엇을 맡겨서는 안 되는지 판단하는 능력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br/><br/><br/>AI 안전이라는 주제를 더욱 넓게 바라보게 만드는 부분은 팀닛 게브루의 문제의식이다.<br/><br/>🔖“도대체 누구의 안전을 이야기하는가?” <br/><br/>AI가 미래에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만큼이나 지금 이 순간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br/><br/>AI의 발전은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얻는 수단이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자리의 불안정, 개인정보 침해, 편향된 판단, 보이지 않는 노동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정리되는 과정에 누가 참여하는지, 기술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 피해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에 따라 기술의 사회적 의미는 달라진다.<br/><br/>이런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AI 안전을 먼 미래에 등장할 초지능의 통제 문제로만 한정하기 어렵다. 당장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 누구의 권리를 보호하고 누구에게 위험을 떠넘기는지 살펴보는 것 역시 안전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이다.<br/><br/>미래의 거대한 재앙을 막는 일과 현재의 불평등을 줄이는 일은 서로 경쟁하는 의제가 아니라 함께 다뤄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면 다른 쪽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놓칠 수 있다.<br/><br/><br/>리나 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헤나 비르쿠넨의 이야기는 AI 안전을 연구실 바깥의 현실로 끌어낸다.<br/><br/>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고 안전 원칙을 선언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시장과 사회에서 지켜지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술 기업의 자율적인 약속만으로 충분한지, 경쟁을 제한하는 독점적 구조를 어떻게 감시할 것인지, 안전을 위한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지 않으면서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br/><br/>안전을 위한 규제는 위험한 기술을 제한하는 일뿐 아니라, 누가 기술을 소유하고 통제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지를 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위험을 막으려는 규제인지, 실제로 위험을 줄이는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규칙을 위반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br/><br/>책이 연구자뿐 아니라 법과 정책을 다루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함께 배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느꼈다. AI의 미래는 개발자의 손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법을 만드는 사람,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 그 결과에 영향을 받는 시민의 선택도 미래를 형성한다.<br/><br/><br/>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AI 안전을 서로 다른 문제의식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초지능이 가져올 실존적 위험을 걱정하고, 누군가는 현재의 AI 시스템이 실제로 만들어내는 편향과 피해를 지적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기업의 독점과 권력 집중을 경계하며 법과 제도를 통한 통제를 강조한다. 같은 AI 안전을 이야기하면서도 각자가 바라보는 위험의 모습은 다르다.<br/><br/>이러한 차이는 AI 안전이라는 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험은 하나의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문제를 하나의 기준으로 해결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br/><br/>그런 점에서 책이 독자에게 특정 인물의 주장을 정답으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하기보다,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하며 자신의 판단 기준을 세우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br/><br/><br/>이 책을 읽고 AI의 발전을 무조건 멈춰야 한다거나, 반대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이익과 위험을 함께 살피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공정하게 다루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br/><br/>무엇보다 안전이라는 말이 기업의 홍보 문구나 정부의 선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제로 위험을 줄이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하며, 기술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반영되어야 한다. 안전을 주장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뿐 아니라 그 주장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br/><br/>AI가 인간을 위협할 가능성을 논하는 일은 미래를 두려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br/>아직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을 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기에 AI의 안전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경고는 발전을 방해하는 소음이라기보다, 발전의 방향을 다시 살피게 하는 신호일 수 있다.<br/><br/><br/>AI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를 묻는 일만큼이나, <br/>어디에서 멈추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를 묻는 일도 중요하다.<br/><br/>브레이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아니라, <br/>원하는 방향으로 안전하게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장치다.<br/><br/>AI의 미래는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다. 그 기술을 받아들이고, 감시하고, 규칙을 만들며,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선택하는 사회 전체의 몫이기도 하다.<br/><br/>AI의 발전을 지켜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br/>그 발전이 향해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br/><br/>_<br/><br/>#AI인물열전 #AI인물열전3 #이은북 #김경달 <br/>#경제 #경영 #경제학 #경제사 #경제전망 #트렌드<br/>#미래전망 #인공지능 #빅데이터 #신간 #책소개 #책추천 <br/>#서평단 #도서리뷰 #책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25/71/cover150/k5421317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257175</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 변화, 가족의 일상이 되다. - [독서로 새벽을 여는 사서 엄마]</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4564</link><pubDate>Mon, 26 Oct 2026 21: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45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130879&TPaperId=1759456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06/55/coveroff/k86213087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130879&TPaperId=175945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독서로 새벽을 여는 사서 엄마</a><br/>엄파 엄혜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07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_<br/><br/>책을 읽는다고 삶이 당장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났다고 현실의 고민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이유는 분명하다. 오늘 당장 달라지지 않더라도 내일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br/><br/>엄파 엄혜은 작가의 《독서로 새벽을 여는 사서 엄마》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새벽 기상과 독서가 자신을 성장시키고, 남편과 아이들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과정을 담았다. 독서를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변화의 씨앗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br/><br/><br/>변화를 결심할 때 큰 목표부터 세우기 일쑤다. 매일 일찍 일어나기, 한 달에 여러 권의 책 읽기, 꾸준히 기록하기처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의욕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그 결심을 지켜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이 반복되면 어느새 자신의 의지와 성실함부터 의심하게 된다.<br/><br/>책에서 눈길이 머무는 부분은 변화의 원인을 단순히 의지의 강약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고,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두고, 도서관이나 독서 모임처럼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br/><br/>꾸준함은 마음속 결심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어떤 자리를 마련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br/><br/>독서를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면 무조건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 책을 펼치기 쉬운 환경부터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br/><br/>처음부터 한 시간씩 읽지 않아도 좋다. 하루에 몇 쪽이라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 하나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시작은 충분하다.<br/><br/>중요한 것은 독서가 내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느냐일 것이다.<br/><br/><br/>처음에는 독서가 나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을 것이다. 조용한 새벽에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책을 가족에게 권하고, 인상 깊었던 구절을 나누고, 함께 도서관을 찾는 일이 쌓이다 보면 독서는 어느새 혼자만의 취미를 넘어 가족을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br/><br/>특히 가족에게 독서를 권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것과 내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다르다. 누군가에게 좋은 습관을 강요하기보다 내가 그 습관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줄 때, 상대방은 그것을 부담이 아닌 하나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br/><br/>남편이 캠핑에 책을 챙겨오고,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엄마에게 추천하는 장면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책이 가족을 변화시켰다는 말은 서로의 생각과 관심을 알아가는 시간이 생겼다는 의미에 더 가까울 것이다.<br/><br/>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기쁨. <br/>가족 독서가 선물하는 가장 큰 변화는 그 지점에 있는지도 모른다.<br/><br/><br/><br/>책 속 문장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문장은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이다.<br/><br/>물론 기록하지 않은 모든 경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br/>어떤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어떤 문장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문득 떠오른다. 하지만 읽었던 책의 내용과 그때의 생각을 기록해두면, 막연하게 지나쳤던 감정과 깨달음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록은 분명한 의미를 갖는다.<br/><br/>책을 읽을 당시에는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도 시간이 지나면 정확한 표현이나 그 문장에 감동했던 이유를 잊기 쉽다. 반대로 짧게라도 기록해두면 그때의 내가 어떤 고민을 했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 했는지 돌아볼 수 있다.<br/><br/>독서 기록은 책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일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 같은 책을 다시 읽어도 예전과 다른 문장에서 멈추게 되는 이유는 책이 변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읽는 내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br/><br/>그래서 독서 기록은 잘 쓰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마음에 남은 문장 하나, 공감한 이유 한 줄, 오늘의 삶에 적용해보고 싶은 생각 하나면 충분하다. 그렇게 쌓인 기록은 어느 순간 내가 걸어온 시간을 보여주는 작은 지도가 될 수 있다.<br/><br/><br/>책 속에 등장하는 🔖“내가 가꿔가는 정원에 꽃을 한 송이 피운 것 같다”라는 표현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br/><br/>정원은 씨앗을 심었다고 곧바로 아름다워지지 않는다. 물을 주고, 햇빛을 살피고, 때로는 불필요한 가지를 정리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같은 정원이라도 계절마다 모습이 달라지고, 정성을 들인다고 해서 모든 꽃이 원하는 때에 피어나는 것도 아니다.<br/><br/>삶도 그렇지 않을까.<br/><br/>독서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br/>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해도 흐트러지는 날이 있고, 가족에게 마음을 전하려 해도 기대한 반응을 얻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기보다 다시 책을 펼치고,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가능한 만큼 하루를 가꾸어가는 태도가 필요하다.<br/><br/>정원사가 매일 꽃을 피워내는 사람이 아니라 꽃이 자랄 수 있도록 돌보는 사람이라면, 우리 역시 매일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야만 잘 살아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br/><br/>오늘 읽은 몇 쪽, 가족과 나눈 짧은 대화, 우연히 발견한 좋은 문장 하나. <br/>그 순간들은 작아서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삶을 이루는 소중한 조각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br/><br/>독서는 내가 어떤 씨앗을 심고 싶은지 생각하게 하고, 무엇을 돌보며 살아가야 할지 돌아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내 삶의 정원에 물을 주는 일과 닮아 있다.<br/><br/><br/>또 하나 마음에 남는 문구는 🔖“Let them. Let me.”이다.<br/><br/>이 짧은 문장은 타인의 선택과 반응을 내 뜻대로 바꾸려 애쓰기보다, 상대방은 상대방의 몫으로 두고 나는 나의 삶에 집중하자는 의미로 읽힌다. <br/><br/>가족과 함께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도 모두가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내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다른 사람은 별다른 감흥 없이 넘길 수도 있고, 내가 좋다고 생각한 습관을 가족은 아직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br/><br/>그럴 때 상대방을 설득하고 변화시키는 데만 마음을 쏟는다면, 독서는 어느새 기쁨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먼저 읽고, 내 생각을 나누고, 상대방이 선택할 여지를 남겨둔다면 어떨까.<br/><br/>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되, 다른 사람의 변화까지 내 책임으로 짊어지지 않는 것. 그 균형이야말로 가족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일지 모른다.<br/> <br/><br/>이 책을 통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독서량보다 독서를 둘러싼 가족의 분위기다.<br/><br/>식탁에서 책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가 추천한 책을 부모가 읽어보고, 도서관에 들렀다가 각자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보는 일. 캠핑을 떠날 때 책 한 권을 챙기거나 잠들기 전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좋겠다.<br/><br/>그런 시간이 반복되면 책은 언제든 꺼내 이야기할 수 있는 친근한 소재가 될 수 있다. 책을 읽지 않는 날에도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서로 다른 감상을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의 생각을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br/><br/>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독서를 권할 때 책을 많이 읽는 것만을 목표로 삼지 않았으면 한다. 책을 통해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며,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독서가 줄 수 있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br/><br/>가족이 함께 성장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모습을 이해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가는 과정일 것이다.<br/><br/><br/>《독서로 새벽을 여는 사서 엄마》는 독서를 통해 작은 실천이 쌓일 때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br/><br/>중요한 것은 내 삶에 맞는 독서의 자리를 찾는 일이다.<br/>아침에 책을 읽을 수 없다면 점심시간에 몇 쪽을 읽어도 좋고, 종이책이 부담스럽다면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으로 시작해도 좋다. 책을 읽고 나서 긴 감상문을 쓰기 어렵다면 기억하고 싶은 문장 하나만 남겨도 된다.<br/><br/>내 인생이라는 정원을 가꾸는 일은 내가 해야 할 몫이다.<br/>나부터 한 권을 읽고, 마음에 남은 이야기를 나누고, 누군가의 추천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 그 정도의 작은 움직임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br/><br/>내가 먼저 시작한 작은 변화가 언젠가 가족에게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또 있을까.<br/><br/>책을 읽고 난 뒤, 마음에 남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나 자신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를 가족과 나눌 수 있다는 기쁨이다.<br/><br/>오늘 펼친 책 한 권이, <br/>훗날 가족의 일상을 돌아보게 할 소중한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br/><br/>_<br/><br/>#독서로새벽을여는사서엄마 #엄파엄혜은 #엄파 #미다스북스 <br/>#에세이 #에세이추천 #독서에세이 #책소개 #책추천 #도서소개 <br/>#추천도서 #도서리뷰 #책리뷰 #서평단 #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06/55/cover150/k86213087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06558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취향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해, 세상의 기준을 바꾸기까지... - [진격의 무신사 - 무진장 놀라운 무신사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2472</link><pubDate>Sun, 25 Oct 2026 21:1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247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131014&TPaperId=175924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76/48/coveroff/k07213101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131014&TPaperId=1759247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진격의 무신사 - 무진장 놀라운 무신사 이야기</a><br/>장주영.김효성 지음 / 스탠스 / 2026년 10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_<br/><br/>매일 이용하는 플랫폼에는 저마다의 성공 공식이 있다. 누군가는 가격으로 승부하고, 누군가는 품질로 소비자를 사로잡으며, 또 누군가는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취향을 먼저 알아본다. 그런데 무신사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성공한 플랫폼이란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선택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탐구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br/><br/>《진격의 무신사》는 고등학생이 만든 신발 마니아들의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책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기업의 규모나 매출, 기업공개를 향한 도전만이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향한 개인의 열정이 어떻게 사업의 씨앗이 되고, 소비자의 취향을 이해하는 능력이 어떻게 기업의 경쟁력으로 발전하는지, 그 과정에 숨어 있는 생각과 전략이다.<br/><br/>처음에는 누군가의 작은 관심이었을 것이다. 신발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 <br/>그 소박한 관심이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고, 커뮤니티가 시장과 연결되면서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열었다. 무신사의 출발을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기업의 탄생도 결국은 아주 사적인 취향과 관심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br/><br/>좋아하는 마음을 경쟁력으로 바꾸는 일. <br/>무신사의 중요한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br/><br/>책 속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창업자가 사이트 운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끼던 한정판 운동화를 팔았다는 이야기다. 매달 발생하는 서버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물건을 내놓았다는 사실은 창업이라는 말에 따라붙는 화려한 성공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br/><br/>지금의 무신사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놀라운 일화지만, 당시의 창업자에게는 좋아하는 세계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감수해야 했던 현실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br/><br/>성공한 뒤에 돌아보면 모든 과정이 하나의 계획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성장의 출발점에는 불확실함과 부족함, 그리고 계속해 나갈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인상적인 이유는 성공의 크기보다 그 성공이 시작되기까지의 마음을 상상하게 하기 때문이다.<br/><br/>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본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 지속하는 일과 그것으로 생계를 꾸리고 조직을 성장시키는 일은 다른 문제다. 취향은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사업이 되려면 소비자의 필요를 이해해야 하고, 제품을 만들어야 하며, 비용과 품질을 관리하고, 시장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무신사의 성장은 좋아하는 것을 그저 좋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발전시킨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br/><br/><br/>무신사의 성장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패션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취향을 드러내며, 때로는 소속감을 확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러한 취향이 모이고 확산되는 공간이 될 수 있다.<br/><br/>무신사는 신발과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출발해 더 넓은 소비자층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처음의 정체성을 버리는 대신, 그 정체성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도록 확장했다는 점이다.<br/><br/>마니아의 취향을 이해하는 것과 대중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것은 같지 않다. <br/>소수의 소비자가 열광하는 상품이 반드시 대중적인 상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무신사의 성장에는 특정 취향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그 취향을 더 넓은 시장으로 연결하려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취향을 아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취향이 상품과 소비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계한 셈이다.<br/><br/>이 지점에서 무신사는 판매 플랫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소비자는 수많은 상품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고, 브랜드는 자신의 상품을 알아봐 줄 소비자를 만난다. 플랫폼은 이 둘을 연결하면서 선택의 기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br/><br/>어떤 브랜드가 주목받고,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며, 어떤 상품이 기본 아이템으로 자리 잡는지에 플랫폼의 역할이 작지 않은 이유다.<br/><br/>다만 플랫폼이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 취향을 형성하기도 한다는 점은 생각해 볼 만하다.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상품은 더 많이 노출되고, 많이 쌓인 후기와 높은 순위는 또 다른 구매를 이끈다. 편리한 추천과 폭넓은 선택은 소비자의 탐색을 도와주지만, 비슷한 선택이 반복되면 취향의 다양성이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br/><br/>그래서 플랫폼의 진정한 경쟁력은 소비자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선택지를 보여주고, 새로운 브랜드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제공하는 능력까지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br/><br/><br/>무신사 스탠다드의 슬랙스 사례는 소비자의 필요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어떻게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책에 소개된 50가지에 이르는 핏과 다양한 허리 사이즈, 색상과 길이의 선택지는 얼핏 보면 단순한 상품 구성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는 소비자의 서로 다른 체형과 취향을 세밀하게 나누어 바라보는 전략이 담겨 있다.<br/><br/>누군가에게 잘 맞는 옷이 다른 사람에게도 잘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유행하는 디자인이라도 허벅지의 너비나 기장, 허리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손이 가지 않는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원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그 다양한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br/><br/>무신사 스탠다드의 접근은 이 차이를 상품 기획의 문제로 바라본다. 하나의 기본 아이템을 만들더라도 소비자의 몸과 취향을 세분화해 선택지를 마련하고, 이를 대량생산과 연결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려는 것이다.<br/><br/>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기본에 충실한 상품일수록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눈에 띄는 장식이나 독특한 로고가 없는 옷은 핏과 원단, 마감과 착용감이 더욱 중요해진다. 특별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기보다 매일 입어도 편안하고, 가격에 비해 만족스럽고, 자신에게 잘 맞는다는 경험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br/><br/>소비자가 상품을 다시 찾는 이유는 실제 사용 경험에 있을 수 있다. 상품을 고르는 과정이 편리하고, 기대한 품질을 얻으며, 자신의 필요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다면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 자연스럽게 쌓인다.<br/><br/>이 대목을 읽으며 좋은 상품이란 반드시 모두에게 같은 만족을 주는 상품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소비자의 필요를 얼마나 세심하게 이해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br/><br/>이를 통해 시장을 넓히는 방법은 무조건 더 많은 사람에게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발견하도록 만드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br/><br/><br/>오늘날 기업의 경쟁력을 이야기하면서 데이터를 빼놓기는 어렵다. 무신사는 상품 후기와 구매 이력, 검색과 판매 순위 등 플랫폼에서 축적되는 정보를 상품 기획과 추천에 활용하는 기업으로 소개된다. 소비자의 반응을 관찰하고 이를 다시 상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구조는 온라인 플랫폼이 가진 중요한 강점이다.<br/><br/>과거에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설문조사나 판매 실적, 현장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다양한 행동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어떤 상품이 많이 선택되는지, 어떤 사이즈에서 반응이 좋은지, 구매 이후 어떤 평가가 나오는지를 살펴보며 의사결정의 근거를 보완할 수 있다.<br/><br/>그러나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언제나 정확한 답을 얻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는 이미 발생한 행동을 보여주지만, 소비자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까지 완벽하게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잘 팔리는 상품이 반드시 가장 좋은 상품인 것도 아니며, 지금의 인기 상품이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으리라는 보장도 없다.<br/><br/>더구나 플랫폼에 데이터와 거래가 집중될수록 플랫폼과 입점 브랜드 사이의 관계도 복잡해진다. 플랫폼은 소비자의 반응을 폭넓게 파악할 수 있지만, 개별 브랜드는 자신이 확보한 고객과 판매 정보만으로는 전체 시장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br/><br/>데이터가 성장을 돕는 자산인 동시에, 누가 그 데이터를 활용하고 통제하는지에 따라 시장의 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br/><br/>따라서 기술의 발전을 무조건적인 혁신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그 기술이 누구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br/><br/>소비자에게는 더 나은 선택을, 브랜드에는 성장할 기회를, 플랫폼에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제공하는 구조라면 그 생태계는 더욱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br/><br/>무신사가 패션 플랫폼을 넘어 테크 기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술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경험과 상품의 경쟁력을 개선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br/><br/>무신사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입점 브랜드와의 관계 역시 중요하다. <br/>플랫폼의 성공은 자체 상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찾아올 이유가 있어야 하고, 새로운 상품이 지속적으로 등장해야 하며,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어야 한다.<br/><br/>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알려지기 위해서는 상품의 완성도만큼이나 노출과 홍보, 고객과의 접점이 중요하다. 좋은 상품을 만들더라도 소비자가 발견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기회를 얻기 어렵다. 플랫폼은 이 간극을 줄여줄 수 있다.<br/><br/>무신사가 큐레이션과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소개하고 소비자와 연결한다는 점은 플랫폼이 단순한 중개 공간을 넘어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브랜드는 더 넓은 시장에 진입하며, 플랫폼은 상품과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한다. 서로의 성장이 연결되는 구조다.<br/><br/>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질문도 따라온다. <br/>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입점 브랜드는 얼마나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br/><br/>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노출 정책이나 수수료, 판매 조건의 변화가 브랜드의 사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회가 커지는 만큼 그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도 함께 살펴야 한다. 상생은 많은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브랜드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성장하고, 플랫폼과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br/><br/><br/>무신사의 성수동 진출과 오프라인 매장 확대는 온라인 기업의 성장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탐색하고 구매하는 일이 익숙해졌지만, 패션은 여전히 직접 만지고 입어보며 경험하는 과정이 중요한 분야다. 매장은 소비자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br/><br/>특히 여러 브랜드와 팝업스토어가 모이는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경험을 만든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만 그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유행을 관찰하며, 자신이 관심을 두는 취향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할 수도 있다.<br/><br/>무신사가 성수동에 매장과 업무 공간을 확대하는 전략은 이러한 오프라인의 가치를 사업과 연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온라인에서 축적한 인지도와 고객 관계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실제 공간에서의 경험을 다시 브랜드의 매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br/><br/><br/>《진격의 무신사》는 작은 커뮤니티가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취향과 기술, 제품과 브랜드, 데이터와 공간이 어떻게 하나의 사업으로 연결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창업자의 열정만을 성공의 원인으로 내세우지 않고, 상품의 세분화와 데이터 활용, 브랜드 생태계, 오프라인 공간, 기업 가치와 글로벌 진출까지 폭넓게 살핀다는 점에서 기업의 성장 구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br/><br/>특히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좋아하는 일을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기업과 브랜드의 성장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소비자와 시장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패션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평소 이용하던 플랫폼이 어떤 전략과 시스템을 통해 운영되는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br/><br/><br/>무신사는 신발을 좋아하던 사람들의 작은 관심에서 출발했다. 그 관심은 커뮤니티가 되었고, 커뮤니티는 플랫폼이 되었으며, 플랫폼은 이제 패션을 넘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글로벌 시장을 향하고 있다.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기업의 성장이란 처음의 관심을 얼마나 오래 지켜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br/><br/>앞으로 무신사가 어떤 기업으로 성장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공개와 글로벌 진출이 기대한 결과로 이어질지, 지금의 경쟁력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도 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신사의 사례가 오늘날 기업의 성공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이다.<br/><br/>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관심을 다른 사람의 필요와 연결하고, 시장의 변화에 맞춰 발전시키며,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br/><br/>무신사의 진격을 가능하게 한 것은 취향을 이해하고 그것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연결하려는 집요한 시도였을 것이다.<br/><br/>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도 궁금해지는 것은 10조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br/>무신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 것인지와 함께, 그 성장 속에서도 처음의 출발점이었던 사람들의 취향과 열정을 얼마나 잘 지켜낼 수 있을지다.<br/><br/>무신사의 진격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며,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주의 깊게 지켜보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였다.<br/><br/>_<br/><br/>#진격의무신사 #무신사 #스탠스 #장주영 #김효성 <br/>#경제경영 # 경영학 #경영전략 #경영도서 #마케팅 <br/>#브랜드 #신간 #도서소개 #책소개 #책추천 #추천도서 <br/>#독서 #도서리뷰 #책리뷰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76/48/cover150/k07213101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764898</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명작의 탄생 뒤에 숨겨진 영감의 계보. - [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2208</link><pubDate>Sun, 25 Oct 2026 19: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22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1100&TPaperId=175922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23/22/coveroff/k8221311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1100&TPaperId=175922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a><br/>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정상희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10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컬처블룸을 통해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br/><br/>_<br/><br/>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은 오래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br/><br/>레오나르도 다빈치,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같은 예술가를 떠올릴 때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과 천재적인 상상력을 먼저 생각한다. 이전에는 없던 세계를 창조하고,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표현한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들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어떨까. 과연 위대한 예술가들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 것일까?<br/><br/>데브라 N. 맨커프의 《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예술가들의 작품을 따라가며, 우리가 독창성이라고 믿어 온 것들 속에 얼마나 많은 과거의 흔적과 다른 문화의 영향이 스며 있는지 보여준다. 책에 등장하는 130여 점의 작품은 저마다 하나의 완성된 명작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다.<br/><br/>이 책에서 흥미롭게 느껴지는 지점은 예술을 바라보는 관념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은 창작자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일까? 이미 존재하는 것을 참고했다면 그 작품의 가치는 줄어드는 것일까? <br/>책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이끈다. <br/>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져왔느냐만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변화시켰으며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했느냐에 있다는 것이다.<br/><br/><br/>🔖“어떤 예술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br/><br/>창작이라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넓혀 준다. <br/>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에게 독창적이라는 말을 붙이면서도 정작 그 독창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사람이 무언가를 배우고 표현하는 과정에는 언제나 이전에 경험한 것들이 함께한다. <br/><br/>어릴 적 보았던 풍경, 마음을 움직였던 책의 한 문장, 우연히 마주친 그림, 누군가의 말투와 생각까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수많은 경험은 우리 안에 쌓이고, 어느 순간 새로운 생각의 재료가 된다.<br/><br/>미술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예술가들은 앞선 시대의 작품을 관찰하고, 선배들의 표현 방식을 배우며,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의 문화와 경험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그렇게 이어진 영향은 반복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br/><br/>반 고흐와 밀레의 관계, 모네가 터너에게서 배운 표현 방식, 피카소와 세잔의 연결고리를 따라가다 보면 한 작품이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품과 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예술가의 시선은 다른 예술가의 눈을 거쳐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 결과물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의 출발점이 된다.<br/><br/>그렇다면 독창성이란 세상에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깊이 관찰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질문을 발견하며,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능력 역시 독창성의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br/><br/>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br/>받은 영향을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br/><br/>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이미 그 길을 걸어간 이들의 경험에서 배움을 얻는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시작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br/><br/>배움은 모방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배움의 끝이 모방일 필요는 없다. <br/>다른 사람의 것을 이해한 뒤 자신의 경험과 관점으로 다시 해석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br/><br/><br/>이 책은 이러한 주장을 라파엘로와 브라만테, 모네와 터너, 반 고흐와 밀레, 피카소와 세잔처럼 서로 다른 시대와 작품을 연결하며, 그 영향이 실제로 어떻게 나타났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br/><br/>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예술가가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보다, <br/>그 영감을 자신의 작품 안에 어떻게 녹여냈는지를 추적한다는 점이다.<br/><br/>같은 대상을 바라보더라도 사람마다 눈여겨보는 부분은 다르다. 누군가는 인물의 표정에 주목하고, 누군가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에 매료되며, 또 다른 누군가는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예술가들이 다른 작품을 참고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한 작품 전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특정한 자세나 구도, 색채, 공간감, 상징과 같은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활용한다.<br/><br/>책에서 다루는 카라바조의 빛 표현과 그 영향을 받은 화가들의 사례는 하나의 기법이 어떻게 여러 사람의 작업을 통해 확산되고 변형되는지 생각하게 한다. <br/><br/>예술가가 직접 제자를 양성하지 않더라도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 그 표현 방식을 배우고 자신의 작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작품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스승이 될 수 있는 셈이다.<br/><br/>마르셀 뒤샹의 [L.H.O.O.Q.]에 이르면 이러한 영향과 차용의 문제가 더욱 도발적으로 다가온다. 익숙한 [모나리자]의 이미지에 콧수염을 그려 넣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행위는, 작품을 만드는 일이 반드시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 내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미 존재하는 작품을 어떤 맥락에서 다시 제시하느냐에 따라 감상의 방향과 질문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br/><br/>이러한 사례들을 따라가다 보면 미술사는 작품과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를 발견하고, 한 시대의 생각이 다른 시대에 어떻게 이어졌는지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br/><br/>오래된 사건의 단서를 하나씩 모아 진실에 다가가는 추리극처럼, 작품 속에 감춰진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명작도 그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전혀 다른 작품처럼 느껴질 수 있다. 눈앞의 그림을 감상하는 일에서 출발해 그 그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과 사람들까지 상상하게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br/><br/><br/>책의 제목을 처음 마주하면 다소 당황스럽다. <br/>위대한 예술가가 무엇을 훔쳤다는 것일까. <br/>예술가의 창작을 설명하는 데 굳이 훔친다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br/><br/>책 속 문장은 이 표현을 이해하는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br/><br/>🔖“모방하다'는 일시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되돌려줄 의도를 전제로 무언가를 취하는 행위다. 반면 훔치는 것에는 그러한 전제가 붙지 않는다. 일단 취하면 자신의 것이 된다.” <br/><br/>이 문장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것을 가져오는 행위와 그것을 자기 안에서 소화하는 행위의 차이를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훔침'은 실제적인 도용을 무조건 옹호하는 말이라기보다, 예술가들이 과거의 유산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도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br/><br/>다른 사람의 작품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복제하는 데 그친다면 두 작품 사이에는 반복만 남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요소가 자신에게 영감을 주었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새로운 맥락에 놓으며, 자신만의 생각과 경험을 더한다면 결과물은 달라질 수 있다.<br/><br/>이 차이를 생각하면 창작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일인 동시에 이미 존재하는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br/><br/>때때로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작품을 참고하는 일조차 조심스러워한다. 특히 글쓰기나 예술처럼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분야에서는 남들과 비슷해질까 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참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독창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폭넓게 관찰하고 비교하며 무엇이 자신에게 와닿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자기만의 관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br/><br/>다만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변형할 것인지, 어디까지가 배움이고 어디서부터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지는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br/><br/>창작의 자유가 타인의 창작을 존중하는 태도와 함께할 때, 영향의 계보는 더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br/><br/><br/>책을 읽으며 또 하나 기대하게 되는 변화는 그림을 감상하는 방식이다.<br/><br/>미술 작품을 볼 때 그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정교한지,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에 관심을 둔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감상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작품을 향해 조금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싶어진다.<br/><br/>이 그림의 구도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br/>작가는 어떤 작품이나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을까? <br/>이전의 작품과 닮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br/>그리고 작가는 왜 그 요소를 자신의 작품에 가져왔을까?<br/><br/>이런 질문은 한 작품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역사와 문화, 다른 예술가와의 관계까지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br/><br/><br/>특히 책에 수록된 다양한 도판은 이러한 감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글로 설명을 읽는 것과 실제 작품을 눈으로 비교하는 것은 서로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을 나란히 바라보며 비슷한 형태나 구도를 발견하고, 그 차이를 직접 살펴보는 과정은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관찰의 기회가 될 수 있다.<br/><br/><br/>작품을 감상하는 데 반드시 많은 미술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 마음에 드는 색채나 인물의 표정, 낯설면서도 눈길을 끄는 구도 하나를 발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거기서 시작된 호기심이 작품의 배경을 알아보는 일로 이어지고, 다시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 관심으로 확장될 수 있다.<br/><br/>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도와주는 안내서처럼 느껴진다. 전문적인 미술사 지식을 전달하는 동시에, 독자가 스스로 관찰하고 질문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br/><br/><br/>이 책에서 마음에 남은 또 다른 문장은 다음과 같다.<br/><br/>🔖“예술가들이 타인의 작업을 빌리는 데에는 여러방법이 있다. 예술가는 형태를 반복하거나 오래된 기법을 계승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자리해온 전통을 수용하고 그것을 확장한다.”<br/><br/>이 문장은 예술의 역사를 하나의 긴 흐름으로 바라보게 한다. 과거의 작품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그 작품을 다시 바라보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오래된 표현은 새로운 시대의 언어로 이어질 수 있다.<br/><br/>지금 누리는 많은 문화적 경험도 이와 같은 연결의 결과일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는 새로운 소설의 밑바탕이 되고, 전통적인 형식은 현대적인 표현으로 바뀌며, 과거의 지식은 오늘의 질문을 해결하는 단서가 된다. 이전 세대가 남긴 것을 무조건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이 전통을 이어가는 방법은 아니다. 그 가치를 이해하고 오늘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하는 것 역시 전통을 살아 있게 만드는 방식일 것이다.<br/><br/><br/>예술가가 과거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자기만의 명작을 만들어 내듯, 우리 역시 타인의 경험과 지혜를 통해 배우면서도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 <br/><br/>중요한 것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들어온 수많은 영향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아가는 일일 것이다.<br/><br/><br/><br/>《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는 명작의 탄생 뒤에 감춰진 영향과 영감의 흐름을 추적하는 미술사 책이다. 그러나 책을 따라가며 얻게 되는 생각은 미술이라는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br/><br/>창의성은 언제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br/>이미 존재하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질문을 발견하며, 다른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br/><br/>다빈치와 모네, 반 고흐와 피카소의 작품을 연결하는 영감의 흔적은 예술이 고립된 천재의 산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관찰과 배움, 계승과 변형의 결과임을 생각하게 한다. 한 시대의 작품이 다음 시대의 예술가에게 말을 건네고, 그 예술가가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br/><br/>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명화를 바라볼 때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그림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안에 숨어 있는 흔적과 관계를 찾아보고 싶어진다. 지금 눈앞에 놓인 작품이 어떤 과거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연결 속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궁금해질 것 같다.<br/><br/><br/>미술을 깊이 공부한 사람에게는 작품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즐거움을, 미술에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그림을 한층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건네는 책. <br/><br/>《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는 창작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br/><br/>_<br/><br/>#예술가는무엇을훔쳤을까 #서교책방 #데브라N맨커프 <br/>#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신간 #서평단 <br/>#미술 #미술사 #미술도서 #예술 #도서소개 #책소개 <br/>#도서리뷰 #책리뷰 #책추천 #추천도서 #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23/22/cover150/k82213110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232283</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당연하다고 여긴 습관과 일상에도 이유가 있다. - [이토록 치밀한 미국 - 일상의 풍경 뒤에 숨은 미국의 역사와 시스템]</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2126</link><pubDate>Sun, 25 Oct 2026 18: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21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131693&TPaperId=175921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7/32/coveroff/k65213169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52131693&TPaperId=175921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토록 치밀한 미국 - 일상의 풍경 뒤에 숨은 미국의 역사와 시스템</a><br/>김상조 지음 / 파지트 / 2026년 10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할 때 낯선 풍경을 보며 신기해하거나,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쉽게 이해하려 한다. 미국은 특히 영화와 드라마, 뉴스와 책을 통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나라지만, 정작 그곳에서 사람들이 왜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깊이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팁을 선택하는 화면 앞에서 망설이는 순간부터 혼자 운전하면서도 커다란 픽업트럭을 선택하는 모습까지. 너무 익숙하게 소비해 온 미국의 장면들 속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br/><br/>김상조 작가의 《이토록 치밀한 미국》은 미국인의 행동을 국민성이나 문화적 특성으로 설명하는 대신, 그 행동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도록 만든 역사와 제도, 시장과 공간을 들여다본다. 미국학을 공부하고 가르친 저자가 10년 동안 미국 곳곳에서 경험한 장면들을 30가지 질문으로 엮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국가를 이해하기 위해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칠 법한 사소한 풍경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 이 책의 내용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br/><br/>책을 읽기 전에는 미국의 생활 방식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는 내용이 중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니 왜 그런 행동을 할까라는 궁금증은 누가 그런 환경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개인의 선택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조건과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br/><br/><br/>첫 번째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미국의 팁 문화와 처방약 광고다.<br/>미국 식당이나 카페에서 결제를 마치려 할 때 화면에 여러 팁 비율이 나타나는 모습을 본다면, 소비자는 잠깐 고민할 수밖에 없다. 팁은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얼마를 선택해야 적절한지 판단해야 하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서비스를 받은 사람이 추가 비용을 결정하는 구조에서는 친절에 대한 보상과 노동에 대한 책임이 한 화면 안에서 뒤섞인다.<br/><br/>이때 팁을 선택하는 사람의 망설임은 돈을 아끼고 싶은 마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얼마를 내야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지, 팁을 내지 않으면 상대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서비스 노동자의 보상에 내가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지까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br/><br/>처방약 광고 역시 마찬가지다. 광고를 통해 약의 효능과 위험을 접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치료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과정에는 개인의 결정뿐 아니라 의료제도와 제약시장의 영향도 작용한다.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과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같지 않다.<br/><br/>책 속 문장인 🔖“선택은 개인이 하지만, 선택지를 만드는 것은 제도와 시장이다.”는 이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br/><br/>이 문장을 보며 자유로운 선택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결정했다면 그 결과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물론 개인의 판단과 책임은 중요하다. 하지만 애초에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거나, 특정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환경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br/><br/>같은 가격이라도 누구에게는 부담이 적고 누구에게는 큰 지출이 될 수 있다. 같은 정보를 제공받더라도 각자가 가진 지식과 경제적 여건에 따라 판단의 결과는 달라진다. 선택의 자유를 이야기하려면 선택한 사람의 책임뿐 아니라 그 선택이 이루어지는 조건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br/><br/>이러한 시선은 미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 역시 키오스크의 결제 화면이나 각종 구독 서비스의 자동 결제,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일상에서 마주한다. 화면에 제시된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골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결정이 온전히 개인의 자유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br/><br/>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소비 습관에도 누군가 설계한 규칙이 작동하고 있는지 모른다.<br/><br/><br/>계란을 열두 개씩 판매하는 마트의 관행이나 계산원이 서서 일하는 모습처럼 사소해 보이는 장면도 흥미롭다. 지금의 기준으로만 보면 더 편리하거나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이미 자리 잡은 방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br/><br/>책 속 🔖“우리의 일상에는 가장 합리적이어서 선택된 것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사용했고, 그것을 중심으로 거대한 시스템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도 많다.”는 문장은 일상의 관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br/><br/>우리는 현재의 모습을 보고 그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 오래 유지된다는 사실이 반드시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거나 모두에게 편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사람들이 익숙해졌고, 기업과 유통망이 그 방식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다른 방식으로 바꾸는 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계속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br/><br/>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문화는 반복되는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기도 하다.<br/><br/>이민자 공동체를 다룬 부분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의 코리아타운은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어로 소통하며 익숙한 생활 방식을 이어 갈 수 있는 공간이다. 해외에서 살아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한국 음식점과 상점이 모여 있는 거리로 보일 수 있지만, 낯선 사회에서 생활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훨씬 복합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다.<br/><br/>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세대와 상업 활동을 만들어 내고, 그 공간의 의미도 변화한다. 누군가에게는 고향의 음식을 만나는 장소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관광지가 된다.<br/><br/>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전통에 대한 생각이다.<br/><br/>🔖“전통은 반드시 오래된 고향에서 물려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날 같은 행동이 세대를 넘어 반복될 때 새로운 땅에서도 전통은 만들어진다.”<br/><br/>전통이라고 하면 오랜 역사와 뿌리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문장은 전통이 과거에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br/>낯선 환경에서도 사람들이 함께 음식을 먹고 기념일을 보내며 생활 방식을 이어 간다면, 그 반복 속에서 새로운 전통이 탄생할 수 있다.<br/><br/>문화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br/>책의 두 번째 부분에서 다루는 인종과 정체성에 관한 질문은 일상의 풍경을 조금 더 무겁게 바라보게 한다.<br/><br/>흑인 미국인들의 성씨에 남은 역사, 힙합 문화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패션, 흑인의 머리카락을 둘러싼 차별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는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름이 호칭일 뿐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외모가 개인의 취향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가 특정한 이름과 외모에 의미를 부여하고 차별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취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br/><br/>특히 머리카락을 둘러싼 차별을 금지하려는 CROWN법에 관한 내용은 ‘정상적’이라는 기준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생각하게 한다.<br/><br/>사회생활을 하면서 단정한 외모와 적절한 복장, 예의 바른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나 무엇이 단정하고 적절한지에 대한 기준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정한 외모만을 전문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규정한다면,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은 능력과 무관하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br/><br/>즉, 공정함을 이야기하려면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물어야 한다. 그 기준 자체가 특정 집단의 경험과 관습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br/><br/>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사료되며, 자신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그 표현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라 생각된다.<br/><br/>책에 실린 🔖“자유는 선언하는 순간 완성되는 가치가 아니다.”라는 문장은 이런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br/><br/>자유와 평등은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이지만, 그것이 실제 생활에서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로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br/>법과 제도가 권리를 선언하더라도 일터와 학교, 일상적인 관계에서 차별이 지속된다면 그 권리는 여전히 충분히 실현되지 못한 상태일 수 있다.<br/><br/>이 부분을 읽으며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을 겉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왜 특정한 외모가 정체성의 표현이 되었는지, 왜 어떤 사람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되는지 살펴보는 일이다.<br/><br/><br/>세 번째 부분인 ‘땅의 실체’는 공간이 사람의 삶과 기회를 어떻게 나누는지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br/><br/>미국을 넓은 땅과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나라로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이 있다는 사실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도시의 주거 경계와 인종에 따른 공간 분리, 제조업 쇠퇴를 겪은 러스트벨트의 이야기는 사회적 조건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깊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준다.<br/><br/>영화 [굿 윌 헌팅]의 주인공 윌을 떠올려 보아도 그렇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서 그 기회를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 가는 과정까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인간관계와 생활환경,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형성된 감각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br/><br/>책 속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는 것과 그 문까지 이어지는 길이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라는 문장은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br/><br/>누군가에게는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 멀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다고 해도 교육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그 기회는 현실적으로 멀게 느껴질 것이다. 일자리가 존재하더라도 거주지와 교통수단, 돌봄의 부담 때문에 접근하기 어렵다면 기회는 모두에게 똑같이 열려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br/><br/>물론 개인의 선택과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노력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노력이 어떤 조건에서 이루어졌는지도 함께 보아야 한다.<br/><br/>이러한 관점은 미국의 도시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에도 질문을 던진다. 태어난 지역과 가정환경, 교육 기회와 경제적 여건은 한 사람의 미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결과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 그 차이를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을까.<br/><br/><br/>개인적으로는 미국의 오래된 철도역에서 화장실을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여행할 때 화장실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본적인 편의시설이다. 그래서 규모가 큰 나라의 주요 교통시설이라면 당연히 충분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br/><br/>그러나 실제 공간은 기대하는 모습과 다를 수 있다. 오래된 시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 관리의 어려움, 공간의 설계와 운영 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br/><br/>이런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불편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여행 중 화장실을 찾는 일은 사소해 보이지만, 그 불편을 통해 공공시설의 역할과 관리 책임, 예산의 우선순위를 생각해 볼 수 있다.<br/><br/>다만 특정 역의 시설 상황만으로 미국의 공공서비스 전반을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사례를 통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례가 어떤 제도적 조건에서 비롯되었는지 살펴보는 태도일 것이다.<br/><br/>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제안하는 읽기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br/>눈앞의 현상을 곧바로 평가하기보다 그 현상을 만들어 낸 조건을 질문하는 것. 불편하다는 감상에서 멈추지 않고 왜 그런 불편이 오랫동안 남아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br/><br/>그렇게 바라보면 일상은 사회를 이해하는 하나의 창이 된다.<br/><br/><br/>《이토록 치밀한 미국》의 흥미로운 지점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관한 지식을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br/><br/>미국의 팁 문화와 한국의 소비 문화를 비교하고, 이민자 공동체의 변화에서 우리 사회의 다문화 환경을 떠올리며, 도시의 공간적 경계에서 교육과 주거 기회의 차이를 생각하게 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는 과정이 사회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br/><br/>낯선 문화를 만났을 때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지 판단하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br/><br/>어떤 역사적 경험이 그 방식을 만들었는지, 누가 그 방식의 혜택을 얻는지, <br/>반대로 누가 불편과 비용을 감당하는지 살펴보는 일이다.<br/><br/>모든 제도에는 그것이 만들어진 배경이 있고, 그 제도가 유지되는 동안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방식은 다수에게 편리하지만 소수에게 불리할 수 있으며, 과거에는 합리적이었던 규칙이 오늘날에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br/><br/>그래서 사회를 이해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경험을 연결하며, 지금의 모습을 당연하게 만든 조건을 발견하는 일에 더 가깝다.<br/><br/>🔖“미국 민주주의는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고칠 것인지 다시 결정하는 과정에 가깝다.”라는 문장 역시 오래 생각해 볼 대목이다.<br/><br/>민주주의를 이미 완성된 제도로 바라본다면 현재의 문제는 예외적인 결함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조정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사회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일 자체가 민주주의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br/><br/>이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사회도 과거의 선택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고, 지금의 제도가 미래에도 언제나 적절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잘 작동하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계속 질문하는 태도일 것이다.<br/><br/>매일 이용하는 공간과 소비하는 물건, 사회가 정한 규칙과 자연스럽게 따르는 관습 속에도 누군가의 선택과 오랜 역사가 남아 있다.<br/><br/>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은 정말 당연한 것일까.<br/><br/>《이토록 치밀한 미국》은 낯선 나라를 이해하는 책이면서, 익숙했던 세계의 풍경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br/><br/>일상의 작은 의문이 사회의 역사와 제도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 <br/>그리고 자유와 기회, 문화와 공정함이라는 가치가 실제 삶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 <br/><br/>책을 통해 간직하게 될 생각은 바로 이 두 가지라 판단된다.<br/><br/><br/>_<br/><br/>#이토록치밀한미국 #파지트 #김상조 <br/>#경제학 #경제 #경제사 #경제전망 #경제도서 <br/>#추천도서 #신간 #책소개 #도서리뷰 #책추천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7/32/cover150/k65213169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773219</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막막함을 합격의 자신감으로 바꾸는 책. - [2027 한 권으로 끝내는 시나공 컴활 2급 필기 + 실기 - 컴퓨터활용능력 2급]</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1962</link><pubDate>Sun, 25 Oct 2026 16: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196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12131581&TPaperId=175919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87/72/coveroff/k81213158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12131581&TPaperId=1759196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2027 한 권으로 끝내는 시나공 컴활 2급 필기 + 실기 - 컴퓨터활용능력 2급</a><br/>길벗 R&D 외 지음 / 길벗 / 2026년 10월<br/></td></tr></table><br/>한 권으로 시작하는 자격증 공부, 막막함을 합격의 자신감으로 바꾸는 책.<br/><br/><br/>컴퓨터활용능력 2급은 취업을 준비하거나 사무 업무 역량을 키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자격증이다. 엑셀을 활용한 자료 정리와 계산, 데이터 분석은 다양한 업무에서 쓰이는 만큼 컴활 공부는 실무에 필요한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낯선 컴퓨터 용어와 방대한 이론, 익숙하지 않은 엑셀 함수 앞에서 의욕이 앞서다가도 부담을 느끼기 쉽다.<br/><br/>그런 점에서 《2027 한 권으로 끝내는 시나공 컴활 2급 필기+실기》는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기와 실기를 따로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고, 핵심 이론부터 기출문제와 실전 연습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 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br/><br/>📌공부의 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br/>무엇부터 익혀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br/><br/>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며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이 지점이다. 컴퓨터활용능력 시험을 준비할 때는 공부할 내용이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장애물이 되곤 한다. 모든 이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하면 정작 문제를 풀어 보는 데 필요한 시간은 부족해질 수 있다. 따라서 시험에서 자주 다루는 내용을 먼저 파악하고, 핵심 개념을 익힌 뒤, 문제 풀이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는 방식은 효율적인 학습 전략이 될 수 있다.<br/><br/>이 책은 컴퓨터 일반과 스프레드시트 일반의 핵심요약을 먼저 학습하고 최신 기출문제로 확인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컴퓨터 시스템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터넷 활용 등 필기시험에서 다루는 이론을 정리한 뒤 입력과 편집, 수식 활용, 차트 작성, 데이터 관리와 분석 등의 내용을 공부할 수 있다. 막연하게 느껴졌던 시험 범위를 구체적인 학습 단위로 나누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보 수험생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br/><br/>⭐️특히 핵심요약을 읽는 데서 공부를 끝내지 않고 기출문제를 통해 실제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 좋다. 눈으로 읽을 때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개념도 막상 문제로 만나면 헷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고 틀린 이유를 확인하는 과정은 오래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이 잘 아는 부분과 반복해서 공부해야 할 부분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도 기출문제 학습의 장점이다.<br/><br/>⭐️필기와 실기를 함께 준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필기시험에서는 컴퓨터에 관한 기본 지식과 스프레드시트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실기시험에서는 그 지식을 실제 작업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론을 이해하는 것과 제한된 시간 안에 엑셀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분명 다른 능력이기 때문이다.<br/><br/>⭐️실기 파트는 기본작업, 계산작업, 분석작업, 기타작업으로 나누어 엑셀 기능을 익히고, 실제 시험장을 옮겨 놓은 형태의 연습과 최신 기출문제를 통해 실전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순서는 엑셀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할 것 같다.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능숙하게 다루려고 하기보다 각각의 작업 방법을 익히고, 자주 출제되는 유형을 반복하면서 풀이 과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편이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br/><br/>엑셀 공부에서 많은 수험생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함수와 계산작업일 것이다. 함수는 이름과 형식을 외우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함수를 사용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주어진 조건에 맞게 수식을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비슷해 보이는 함수도 조건이나 참조 범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직접 입력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연습이 필요하다.<br/><br/>⭐️책에서 제공하는 컴활 함수 사전과 계산작업 문제 모음 PDF는 이런 어려움을 보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자료다. 함수를 공부하다가 필요한 내용을 찾아보거나, 특정 유형의 계산문제를 집중적으로 연습할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읽고 덮는 참고서가 아니라 공부하는 동안 반복해서 펼쳐 볼 수 있는 학습 자료가 있다는 것은 수험생에게 실질적인 장점이다.<br/><br/>⭐️또한 유튜브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저자 강의, 교재의 QR코드를 통한 동영상 강의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로 설명을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기능은 실제 화면과 작업 과정을 보면서 익히는 편이 수월할 수 있다. 특히 엑셀은 메뉴의 위치와 기능을 직접 확인하고 따라 해 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책을 읽다가 막히는 부분을 영상으로 다시 확인하고, 자신의 컴퓨터에서 직접 실습한다면 혼자 공부할 때 느끼는 답답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br/><br/><br/>개인적으로는 먼저 핵심요약으로 전체적인 시험 범위를 파악하고, 단원별 기출문제를 풀면서 자주 틀리는 개념을 표시해 두고 싶었다. 실기는 기본작업부터 차근차근 연습한 다음 계산작업과 분석작업을 집중적으로 반복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실제 시험처럼 시간을 정해 문제를 풀어 보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 틀린 문제를 왜 틀렸는지, 다음에는 어떤 순서로 풀어야 하는지까지 정리한다면 같은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br/><br/>자격증 공부가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시간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렵게만 보였던 용어를 이해하고, 혼자서는 풀기 힘들었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이전보다 능숙하게 프로그램을 다루게 되는 과정 자체에도 의미가 있다. 눈에 띄는 변화가 하루아침에 찾아오지는 않더라도 작은 학습이 쌓이면 분명 이전과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br/><br/>컴퓨터활용능력 2급을 처음 준비하는 사람,<br/>필기와 실기를 어떻게 연결해 공부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br/>엑셀 함수와 계산작업을 체계적으로 연습하고 싶은 사람에게<br/>이 책은 출발점을 잡아 주는 실용적인 교재가 될 수 있다.<br/><br/>핵심 이론과 기출문제, 실기 연습, 동영상 강의와 추가 자료를 자신의 학습 계획에 맞게 활용한다면 공부의 방향을 잃지 않고 준비를 이어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br/><br/>자격증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외웠느냐가 아니라, 필요한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한 권의 책이 합격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체계와 반복 연습의 기회를 제공할 수는 있다.<br/><br/>《2027 한 권으로 끝내는 시나공 컴활 2급 필기+실기》는 첫 페이지를 펼치는 용기와 끝까지 공부를 이어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책으로 다가온다.<br/><br/>_<br/><br/>**본 게시글은 업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사용 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br/>( https://www.sinagong.co.kr )<br/>_<br/><br/>#시나공 #시나공컴활 #컴활실기 #컴활2급실기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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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342/10/coveroff/k08283944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839442&TPaperId=1759174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두운 숲길을 단테와 함께 걸었다 - 나다운 삶을 위한 가장 지적이고 대담한 여정</a><br/>마사 벡 지음, 박여진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10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살다 보면 분명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문득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살아가는 것 같은데, 정작 내 마음은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느라 바쁘게 살아왔지만 어느 날 문득 지금의 삶이 정말 내가 원했던 모습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br/><br/>그동안 잘해왔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지는 순간. 그런 혼란이 반드시 무언가를 잘못했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뤄둔 채 살아왔기에,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내면의 신호가 찾아온 것인지도 모른다.<br/><br/>마사 벡의 《어두운 숲길을 단테와 함께 걸었다》는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어두운 숲과 지옥, 연옥, 천국의 여정을 따라가며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어떻게 다시 발견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고전 속 인물의 여정을 현대인의 심리와 삶에 연결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무엇보다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데도 왜 마음은 좀처럼 편안해지지 않는지 돌아보게 한다.<br/><br/>정말 행복을 향해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행복해 보이는 삶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걸까.<br/><br/><br/>책 속에서 단테가 발견한 ‘기쁨의 산’은 내게 인상적인 상징으로 다가왔다. <br/>어두운 숲에서 벗어나려는 단테에게 산은 분명 올바른 출구처럼 보인다. <br/>그러나 그가 산을 오르려 할수록 진정한 목적지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br/><br/>이 장면은 현실과도 닮아 있다.<br/><br/>누군가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리고,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며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찾아내고, 지금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야 비로소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정상에 도착하더라도 곧 더 높은 산이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br/><br/>책은 이러한 마음을 ‘기쁨의 산’이라는 은유로 보여준다. (50~53쪽)<br/>이 부분을 읽으며 행복을 미래의 어느 시점에 도착해야 얻을 수 있는 보상처럼 생각해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보다 나아져야만 괜찮아질 수 있고, 더 많이 이루어야만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현재의 나는 언제나 부족한 사람으로 남게 된다.<br/><br/>사람마다 원하는 삶의 모양은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큰 성취가 행복의 이유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일상과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이 더 큰 기쁨일 수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은 곳에 올라갔느냐가 아니라, 내가 오르고 있는 그 산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산인지 묻는 일일 것이다.<br/><br/><br/>책에서 특히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br/><br/>🔖“그 혼란과 절망감은 우리의 내적 체계가 완벽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br/><br/>일반적으로 불안하거나 혼란스러울 때 그런 감정을 빨리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흔들리면 내가 약해진 것 같고,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미 가진 것이 있는데도 허전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탓할 때도 있다.<br/><br/>그러나 책은 지금의 삶과 내면의 욕구 사이에 간격이 생겼음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br/><br/>이 관점은 감정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다.<br/>혼란을 느끼는 나를 고쳐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내 마음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들어볼 기회로 삼게 하기 때문이다.<br/><br/>삶의 전환점은 더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할 수도 있다.<br/><br/>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새로운 방향을 찾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br/><br/><br/>책의 지옥편에서 눈길이 머문 주제는 자기 배신이었다.<br/><br/>하기 싫은 일도 책임감 때문에 해야 하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삼키기도 한다. 현실을 살아가는 데는 타협과 인내가 필요하며, 모든 순간 자신의 감정만을 앞세울 수는 없다. 그러나 타협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진심을 부정하는 일이 습관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br/><br/>싫으면서도 좋다고 말하고, 힘들면서도 괜찮다고 대답하고,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면서도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설득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선명하게 알기 어려워진다.<br/><br/>책 속 문장은 이러한 문제를 날카롭게 짚는다.<br/><br/>🔖“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진실처럼 씩씩하게 말하는 것은 영혼을 죽이는 행위다.”<br/><br/>이 문장을 읽으며 긍정적인 태도와 자기기만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br/>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어려움 속에서도 가능성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br/>반면 자기기만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현실을 외면한 채 괜찮다는 말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일에 가깝다.<br/><br/>힘든 상황에서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언제나 잘못은 아니다. 때로는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벌어주기도 하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견디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면 긍정은 위로가 아니라 또 다른 억압이 될 수 있다.<br/><br/>진정한 자기 이해가 언제나 자신을 좋아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감정과 부끄러운 욕심,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두려움까지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br/><br/><br/>단테는 어두운 숲을 벗어나기 위해 곧바로 천국으로 향하지 않는다. <br/>스승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지옥으로 들어간다.<br/><br/>이 여정의 구조는 <br/>'왜 우리는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면서도 때로는 그 고통을 들여다봐야 할까?'<br/>묻고 있다.<br/><br/>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은 늘 편안하지만은 않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다 보면 오랫동안 외면했던 기억과 마주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줄 알았던 길이 사실은 타인의 기대에 맞춘 길이었음을 깨달을 수도 있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했다고 생각했던 행동 속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었음을 발견할 수도 있다.<br/><br/>그런 깨달음은 처음에는 불편하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기도 하고, 앞으로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막막하게 만들기도 한다.<br/><br/>그럼에도 자신을 이해하려면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함부로 지워버릴 수 없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억지로 잊으려 하거나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br/><br/><br/><br/>🔖“겁을 죽이려면 희망과 공포만이 존재하는, 오직 거기에만 골몰하게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현재에만 집중해야 한다.”<br/><br/>미래를 계획하는 일은 필요하다. 위험을 예상하고 준비하는 태도는 우리를 보호한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붙잡혀 사는 것은 다를 것이다.<br/><br/>좋은 결과를 상상하며 현재를 견디다가도 실패할 가능성에 불안해지고, <br/>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다 정작 지금 할 수 있는 일마저 놓칠 수 있다.<br/><br/>이럴 때 현재에 집중한다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 모든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시선을 돌리는 일에 가깝다.<br/><br/>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는 대신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내는 것.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고민하기보다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 모든 것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부터 시작하는 것.<br/><br/>그렇게 생각하면 현재는 미래를 위해 잠시 견뎌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br/>실제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된다.<br/><br/><br/>책의 후반부에서 만나는 문장은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br/><br/>🔖“진정으로 아는 것을 알고, 진정으로 느끼는 것을 느끼고, 진정으로 의도한 것을 말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라. 그것이 나로 온전해지는 길이다.”<br/><br/>이 문장이 좋았다. 나답게 살기 위해 반드시 대단한 결심을 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br/><br/>자신의 마음을 알고도 외면하지 않는 것,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원하는 삶을 향해 작더라도 실제적인 행동을 시작하는 것.<br/><br/>이런 작은 선택들이 쌓이면 마음과 행동 사이의 간격도 조금씩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br/><br/><br/>나다운 삶은 누군가가 대신 정해줄 수 없다. <br/>책이 길을 안내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어떤 길을 걸을지는 자신의 몫이다.<br/><br/><br/>책의 후반부 여정에서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사랑에 관한 시선이었다.<br/><br/>🔖“우리는 이 세상에 잠시 머물면서/사랑의 빛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거란다.”<br/><br/>그리고 책의 이 문장도 마음에 남는다.<br/><br/>🔖“태양과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 I'amor che move il sole e l'altre stelle'이라는 사실을.”<br/><br/>두 문장을 함께 떠올리면 사랑은 누군가를 향한 감정만을 뜻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일,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 삶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사랑의 범위 안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br/><br/>우리는 사랑을 원하면서도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바꾸려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고, 관계를 잃을까 봐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도 한다. 때로는 타인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한계를 무시하기도 한다.<br/><br/>하지만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부정하면서 누군가에게 온전히 마음을 내어주는 일은 쉽지 않다.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타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무조건 참거나 자신의 존재를 축소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나의 경계를 지킬 수 있고,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더라도 나 자신의 가치를 전부 부정하지 않을 수 있다.<br/><br/>이런 의미에서 온전함은 나 자신과 타인을 모두 인간다운 존재로 바라보는 태도에 가까울 것이다.<br/><br/><br/>책이 지옥과 연옥을 지나 천국에 이르는 여정을 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내면의 진실과 삶의 행동을 조화시키는 과정은 다른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방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br/><br/><br/>책을 덮고 나서도 어두운 숲이라는 이미지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br/>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숲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불안과 후회, 말하지 못한 마음과 오래된 두려움이 뒤엉켜 있는 숲 말이다.<br/><br/>그러나 그 숲에 들어섰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면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 남들이 먼저 도착한 곳을 따라가기보다 나에게 맞는 길을 찾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묻혀 있던 내면의 소리를 다시 들을 수도 있다.<br/><br/>그리고 그 여정의 마지막에 만나는 천국은 멀리 떨어진 특별한 장소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내가 하는 행동이 조금씩 일치하고,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진심을 더 믿을 수 있으며, 지금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게 되는 순간.<br/><br/>그곳이야말로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곳일 수 있다.<br/><br/>길을 잃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의 삶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기를. <br/>남들이 가는 길에서 잠시 벗어났더라도 <br/>그것이 나에게 맞는 길을 찾는 시작일 수 있음을 기억하기를.<br/><br/><br/>지금 나는 길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이제야 나의 길을 찾기 시작한 것일까.<br/><br/>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었다고 해서 앞으로의 모든 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br/><br/><br/>_<br/><br/>#어두운숲길을단테와함께걸었다 #더퀘스트 #마사벡 <br/>#인문학 #인문도서 #단테 #신곡 #심리학 #인생도서 <br/>#베스트셀러 #책소개 #추천도서 #책추천 #도서리뷰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342/10/cover150/k08283944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3421065</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도록, 평범한 하루의 기적을 배우다. -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도록 - 권오중의 삶의 긍정]</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1707</link><pubDate>Sun, 25 Oct 2026 14: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917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1000&TPaperId=175917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18/37/coveroff/k8221310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1000&TPaperId=175917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도록 - 권오중의 삶의 긍정</a><br/>권오중 지음 / 수오서재 / 2026년 10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_<br/><br/>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바라는 삶의 모습이 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별일 없이 밥을 먹고 웃는 것, 하루의 피곤함을 투덜거리면서도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것. 너무나 당연해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들이다. 그런데 그 당연함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온 소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자주 잊고 살아갔던 걸까.<br/><br/>배우 권오중의 첫 에세이 《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도록》은 언제나 유쾌하고 거침없는 모습으로 기억했던 배우의 얼굴 뒤에 아들을 향한 절박한 마음과 남편으로서의 미숙함, 아버지로서 감당해야 했던 두려움, 그리고 자기 자신을 마주하며 조금씩 변화해 온 시간이 담겨 있다.<br/><br/>이 책이 더욱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아픔을 극복한 사람의 성공담으로 삶을 단순하게 정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노력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희망도,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저절로 아문다는 위로도 쉽게 건네지 않는다. 어떤 문제는 아무리 애써도 답을 찾을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곁에 머무는 것뿐인 순간도 있다. 그 막막함을 외면하지 않은 채, 그럼에도 삶을 이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br/><br/><br/>살다 보면 노력과 결과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실패할 수 있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온 힘을 다해도 그 사람의 고통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질 때, 사람은 문제 자체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에 더 깊이 흔들리기도 한다.<br/><br/>권오중은 아들을 위해 수많은 병원과 치료 센터를 찾아다녔지만, 끝내 쉽게 답을 얻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한다. 부모라면 아이가 아플 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해줄 방법이 있다면 자신의 시간과 돈, 마음을 모두 쏟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간절함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지켜보는 이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된다.<br/><br/><br/>책을 읽으며 남은 것은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큰가에 대한 감탄만이 아니었다. 사랑이 깊다고 해서 언제나 상대를 구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그 무력함을 인정하는 일조차 누군가에게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라는 점이었다.<br/><br/>우리는 종종 누군가 힘들어하면 해결책부터 찾으려 한다. 어떻게 하면 상황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모든 아픔에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더라도 상대의 곁을 지키는 것, 섣부른 위로 대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조금씩 단단해질 수 있다.<br/><br/>책 속에서 오래 시선이 머물게 된 문장은 이것이다.<br/>🔖“아픔이 나를 파괴하러 온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가장 정직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br/><br/>이 문장을 읽으며 아픔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은 그 자체로 고통이다. 누군가에게 찾아온 불행에 반드시 의미가 있다고 말하거나, 아픔 덕분에 성장했으니 다행이라고 정리하는 것은 때로 당사자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위로가 될 수도 있다.<br/><br/>그럼에도 아픔을 겪은 뒤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는 있다.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게 되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소중히 여기게 되며,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br/><br/>아픔이 찾아온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하더라도, 그 아픔을 통과한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조금씩 선택할 수 있다. 내게 이 문장은 고통이 내 삶의 전부를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말라는 당부처럼 다가왔다.<br/><br/><br/>책에서 가장 묵직하게 다가온 주제는 평범한 하루에 관한 이야기였다.<br/><br/>하루를 살아내면서도 불평할 이유를 쉽게 찾아낸다. <br/>충분히 쉬지 못했다고 투덜거리고,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내일이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때로는 답답하게 받아들인다.<br/><br/>하지만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그 평범한 하루가 간절한 바람이 될 수 있다.<br/><br/>책 속에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의 부모가 바라는 일상이 담겨 있다. 아이가 직장 생활을 하며 힘들다고 투덜거리고, 직장 상사 때문에 속상해하고, 실패한 일 때문에 좌절하는 하루를 살아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br/><br/>🔖“그런 하루를 살아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br/><br/>이 대목은 평범함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평범하다고 부르는 삶은 사실 수많은 조건이 무사히 맞물려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하며,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오는 것. 때로는 귀찮고 지겨운 반복이지만, 그 반복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바람일 수 있다.<br/><br/>별다른 대화 없이 지나친 가족과의 저녁 식사, 아무렇지 않게 나눈 안부, <br/>집에 돌아와 편히 쉴 수 있는 시간.<br/><br/>이 책은 그런 순간들을 행복으로 포장하지 않으며, 너무 익숙해져서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br/><br/>평범한 하루를 기적이라고 부르는 일은 지금 내 삶에 이미 존재하는 소중함을 알아차릴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의미에 가깝다. 행복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순간을 다시 바라볼 때 발견되기도 하니까.<br/><br/>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권오중이 아들의 아픔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는 과정이다.<br/><br/>처음에는 아들의 병을 낫게 하는 것이 가장 절박한 목표였을 것이다. 부모에게 아이의 고통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며, 무엇이든 해보려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오랜 시간 답을 찾지 못하면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br/><br/>그 과정에서 아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br/><br/>책 속에서 혁준은 우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유를 묻자, 아프면 빨리 병원에 데려다주고 싶고 위급하면 구급차라도 불러주고 싶다고 대답한다. <br/><br/>이 장면이 마음에 남는 까닭은 아픔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단정적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통을 겪었다고 해서 누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픔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혁준은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아보고,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빨리 도움받기를 바란다.<br/><br/>누구보다 자신의 고통을 잘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지나치지 못하는 모습. <br/>그 안에는 억지로 배운 교훈보다 훨씬 깊은 이해가 담겨 있다.<br/><br/>이 장면을 통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나누고, 한쪽이 베풀고 다른 쪽은 그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위로받기도 하고, 내가 가르쳐 준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기도 한다.<br/><br/>권오중이 봉사를 통해 자신의 시선을 바꾸어가는 과정 역시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 안에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삶의 무게를 만나고, 자신이 가진 생각과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br/><br/>도움은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해는 누군가를 내 기준에 맞추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br/><br/><br/>가족이라는 관계는 참 묘하다.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장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상대의 마음을 쉽게 짐작해 버린다. 고맙다는 말을 나중으로 미루고, 미안하다는 말을 삼키며, 가족이니까 이해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br/><br/>책에는 남편으로서 미숙했던 자신의 모습과 아내에게 상처를 주었던 시간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좋은 남편이나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br/><br/>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 상대가 내게 해준 것을 뒤늦게라도 알아보는 일, 내가 옳다고 믿었던 태도를 다시 돌아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br/><br/>완벽한 배우자나 부모가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일 것이다. 잘못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잘못을 알아차렸을 때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사랑한다는 말에 머물지 않고 일상 속 행동으로 그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br/><br/>그리고 가족의 사랑은 함께 걷는 속도를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은 공간에서 편안하게 머무는 것. 상대가 자신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도 사랑의 중요한 방식일 것이다. <br/><br/><br/>또 다른 중요한 주제는 서로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태도다.<br/><br/>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다 보면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삶을 실패나 부족함으로 바라보기 쉽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걷는 것은 아니다.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 것처럼 보여도 각자가 짊어진 조건과 현실은 다르며,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br/><br/>권오중의 가족이 지나온 시간은 그런 기준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책 속에서 아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살아가고, 아버지는 그 속도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이전에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랐을지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중요한 것은 남들과 같은 모습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br/><br/><br/>특히 아들과 함께 걷는 장면에서 전해지는 마음이 인상적이다.<br/><br/>🔖“먼 훗날 혁준이가 자기 삶을 돌아볼 때, 이 아빠의 팔꿈치가 기억되기를.” <br/><br/>이 문장을 읽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br/>좋은 환경이나 많은 기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오래 남는 것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기억일지도 모른다.<br/><br/>힘들 때 손을 잡아준 사람, 자신의 속도를 재촉하지 않았던 사람, 부족한 모습을 보여도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 그런 존재가 있었다는 기억은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br/><br/><br/>책 속에는 자신의 질투와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도 담겨 있다.<br/><br/>🔖“성장이란 성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못난 괴물과 매일 민망하게 인사를 나누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br/><br/>이 문장은 인간적인 성장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조금 바꾸어 놓는다. 성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전보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모습을 떠올린다. 감정을 잘 다스리고, 타인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br/><br/>하지만 실제 삶에서 사람은 그렇게 깔끔하게 변하지 않는다. 어제는 이해했다고 생각한 일을 오늘 다시 질투할 수도 있고, 반성했던 행동을 또 반복할 수도 있다. 마음을 다잡았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작은 일에 흔들리며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한다.<br/><br/>그렇다면 성장은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모른 척하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br/>책을 읽으며 치유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br/><br/>대체로 치유를 아픔이 사라지는 상태로 이해한다. 병이 낫고, 상처가 아물고, 슬픔을 더 이상 느끼지 않으며, 마침내 이전의 평온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 그런 결말을 바라는 것은 자연스럽다.<br/><br/>그러나 어떤 아픔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해결되지 않은 질문이 남기도 하고, 여전히 걱정되는 현실이 있으며, 과거의 상처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br/><br/>그렇다면 아픔이 남아 있는 삶은 아직 치유되지 못한 삶일까.<br/><br/>책을 읽으며 떠올린 치유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아픔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더라도 그 아픔만 바라보며 살아가지는 않는 것.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현실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순간을 발견하는 것. 삶의 모든 문제가 풀린 다음에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br/><br/>권오중의 가족에게도 평범한 하루는 긴 시간의 고민과 기다림을 거쳐 조금씩 의미를 달리하게 된 순간일 것이다. 모든 문제가 사라져서가 아니라,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달라졌기 때문에 그 하루를 이전과는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아닐까.<br/><br/><br/>책을 통해 돌아보게 되는 것은 행복을 미래의 어느 지점에만 두고 살아가는 습관이다.<br/><br/>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일이 해결되면,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걱정거리가 사라지면 그때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다. 당장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있는데 무조건 현재에 만족하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한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다.<br/><br/>하지만 모든 조건이 완벽해지는 날만 기다리다 보면, 그날이 오기 전까지의 삶을 온통 준비 기간으로만 여기게 될지도 모른다.<br/><br/>지금의 어려움 속에서도 잠깐 웃을 수 있고, 걱정이 남아 있어도 누군가와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으며, 완벽하지 않은 하루에도 작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br/><br/>이 책이 말하는 기적은 그런 순간을 알아보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br/><br/><br/>한 가지를 마음에 남기고 싶다. <br/>모든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삶이 의미 있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br/>아픔이 남아 있어도 사랑할 수 있고, <br/>불안이 사라지지 않아도 누군가와 웃을 수 있으며, <br/>완벽하지 않은 하루에도 감사할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br/><br/>누군가에게는 평생을 기다려온 하루가, <br/>내게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하루일 수 있다.<br/><br/>이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달라질지 모른다. <br/><br/>《아픔이 아픔으로 끝나지 않도록》은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지금 조금 긴 어둠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도, 아무 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는 사람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느라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사람에게도 건네주고 싶은 이야기다.<br/><br/>오늘의 아픔이 내일의 기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br/>그렇지만 오늘의 아픔 때문에 내일의 가능성까지 미리 포기할 필요도 없다. <br/>아직 답을 찾지 못한 질문과 함께 살아가더라도, <br/>오늘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기를.<br/><br/>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br/>힘겨운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 <br/>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음을 알게 되기를.<br/><br/>_<br/><br/>#아픔이아픔으로끝나지않도록 #권오중 #수오서재 <br/>#권오중에세이 #에세이추천 #에세이 #신간 #책소개 <br/>#도서리뷰 #책추천 #독서기록 #책스타그램 #하얀사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18/37/cover150/k82213100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183780</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타인의 삶을 탐내는 순간, 욕망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 [마지막 패리시 부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88890</link><pubDate>Fri, 23 Oct 2026 18: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8889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131901&TPaperId=1758889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15/51/coveroff/k25213190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131901&TPaperId=1758889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마지막 패리시 부인</a><br/>리브 콘스탄틴 지음, 박지선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10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단맘 (@gbb_mom ) 님의 #르온서평단 을 통해 <br/>서교책방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_<br/><br/>완벽해 보이는 삶을 향한 질투, 그 우아한 얼굴 아래 숨겨진 위험한 욕망.<br/><br/>누군가의 삶이 유난히 눈부셔 보이는 순간이 있다. 좋은 집과 넉넉한 재산, 다정한 배우자, 사랑스러운 가족, 그리고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 <br/><br/>내가 갖지 못한 것을 누군가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부러움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 사람의 삶을 잠시 동경하는 것과 그 삶을 통째로 차지하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지만, 그 경계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무너지는 걸까?<br/><br/>《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어떻게 집착으로 변하고, 그 집착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뒤흔드는 위험한 계획으로 발전하는지 보여준다. <br/><br/>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악의가 반드시 거칠고 위협적인 얼굴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로 악의는 상냥한 미소와 세심한 배려, 상대를 이해하는 듯한 말투를 빌려 가장 자연스럽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br/><br/>🔖“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있었다. 내게는 허락된 적 없는 모든 것이”<br/><br/>주인공 앰버 패터슨에게 대프니 패리시는 아름다운 외모와 부유한 환경,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 풍요로운 가정까지. 앰버의 눈에 비친 대프니는 자신이 평생 가져보지 못한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존재다. 앰버는 그 세계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우연을 가장해 대프니에게 접근하고, 그녀의 마음을 얻으며, 마침내 그 삶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는다.<br/><br/>그녀의 목표가 무서운 이유는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한다는 데 있다.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보며 자신에게도 그런 삶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 행복을 누리는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마음 사이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존재한다. 앰버는 그 선을 조금씩 지워간다.<br/><br/><br/>책 속에서 앰버는 대프니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도 그녀가 착용한 귀걸이와 팔찌, 다이아몬드 반지의 가격을 계산한다. 대프니가 어린 시절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순간조차 앰버에게는 상대의 감정을 이해할 기회가 아니라, 자신과 상대의 처지를 비교할 기회일 뿐이다.<br/><br/>🔖“마른 55 사이즈 몸에 적어도 십만 달러를 걸치고 다니면서 어린 시절이 슬펐다고 징징거리기나 하다니.” <br/><br/>이 문장에서 섬뜩함을 느끼는 이유는 앰버의 질투가 얼마나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프니가 가진 물질적인 풍요를 보면서 그 이면에 있을지도 모르는 상처까지 무시한다. 부유한 사람에게도 슬픔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보다 많이 가진 사람은 고통마저 사치처럼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br/><br/>이 장면을 읽으며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이 얼마나 쉽게 왜곡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생각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면서 자신의 평범한 하루와 비교하곤 한다. 그러나 타인의 삶은 겉으로 드러난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 시간과 감정, 관계의 복잡함까지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때때로 눈앞에 보이는 몇 가지 조건만으로 상대의 삶 전체를 판단한다.<br/><br/>앰버의 문제는 대프니를 부러워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부러움을 자신의 결핍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대신, 상대를 향한 적대감으로 바꾸고 있다는 데 있다.<br/><br/>질투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보는 감정이지만, 집착은 상대가 가진 것마저 내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 순간 시작되는지도 모른다.<br/><br/>대프니의 삶을 향한 앰버의 욕망이 점점 커질수록 그녀의 행동은 더욱 정교해진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고, 관심을 끌 만한 선물을 준비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조절한다. 잭슨에게 고서인 [라스코 동굴벽화]를 선물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앰버는 상대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것을 관계를 발전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br/><br/>《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이처럼 평범한 인간관계에서 출발하는 신뢰가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보여준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과 누군가의 마음을 이용하는 일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은 전혀 다르다.<br/><br/>이 작품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대프니의 삶을 바라보는 앰버의 시선이다.<br/><br/>🔖“앰버는 아기 때부터 삶의 온갖 좋은 것들을 누리는 이런 세계에서 자라면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다.” <br/><br/>이 문장에는 앰버의 욕망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담겨 있다. 그녀가 부러워하는 것은 지금 눈앞에 놓인 저택이나 보석만이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과는 다른 기회를 누리고,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며, 세상으로부터 보호받는 삶 자체를 탐내고 있다.<br/><br/>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사실은 때로 깊은 박탈감을 낳고, 다른 사람에게는 당연한 것이 자신에게는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고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앰버의 질투에는 이러한 결핍의 감각이 자리하고 있다.<br/><br/>그렇다고 결핍이 타인을 해치는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이해하는 것과 용납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앰버가 왜 그런 욕망을 품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그녀의 행동을 변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어두운 면이 어떤 감정에서 출발해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다.<br/><br/>누군가의 불행을 바라는 마음은 처음부터 거대한 악의의 형태로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불공평하다는 생각, 억울함, 부러움, 자신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감각이 반복되면서 상대의 행복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대가 가진 것을 얻는 일이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처럼 느껴진다면, 욕망은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br/><br/>이런 점에서 앰버는 자신의 결핍을 타인의 삶을 통해 해결하려는 인물이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욕망을 정당화한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고, 자신이 그 자리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삶을 빼앗으려는 욕망은 타인을 한 사람의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연결된다.<br/><br/>반면 대프니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br/>'우리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삶은 정말 완벽할까?'<br/><br/>앰버가 바라보는 대프니는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삶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과 그 삶의 안쪽에서 살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풍요로움만으로는 그 사람의 감정이나 관계의 실체를 모두 알 수 없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밀과 수상한 단서들은 독자로 하여금 인물에 대한 판단을 끊임없이 다시 하게 만든다.<br/><br/><br/>특히 앰버가 대프니의 집에서 발견하는 진주 손잡이의 작은 권총과 총열에 새겨진 'YMB'라는 머리글자는 평온해 보이는 공간에 균열을 일으킨다. 아름답게 정돈된 방과 오래된 물건들 사이에 놓인 총은 그 자체로 여러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왜 그곳에 총이 있는지, 그 이니셜은 누구를 가리키는지, 지금까지 보아온 인물들의 모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진다.<br/><br/>이런 단서가 흥미로운 까닭은 사건의 정체를 알고 싶게 만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공간과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익숙했던 풍경에 작은 의문 하나가 놓이는 순간, 그 풍경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br/><br/>심리 스릴러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독자는 등장인물의 행동을 관찰하며 나름대로 이유를 추측하고, 몇몇 단서를 연결해 이야기를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가 등장하면 앞서 내렸던 판단을 수정해야 한다. 확신했던 해석이 흔들리고, 사소하다고 여겼던 장면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br/><br/>《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앰버와 대프니의 시점을 통해 인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누구의 이야기를 먼저 듣느냐에 따라 인물에 대한 인상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독자는 자신이 무엇을 근거로 인물을 믿고 판단했는지 돌아보게 된다.<br/><br/><br/>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 또 하나의 주제는 '완벽한 삶'에 대한 우리의 환상이다. 앰버는 대프니가 가진 것을 차례로 바라보며 자신에게 없는 것들을 확인한다. <br/>그러나 그녀가 원하는 삶을 손에 넣는다고 해서 자신의 결핍까지 사라질 수 있을까?<br/><br/>욕망은 대상을 얻는 순간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비교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비교 대상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br/> <br/>하나를 얻으면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더라도 그것을 잃을까 봐 불안해질 수 있다. 타인의 삶을 기준으로 자신의 행복을 측정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가진 것조차 온전히 바라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br/><br/>대프니의 삶이 앰버에게 그토록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정의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녀에게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기보다, 다른 사람이 이미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차지하는 일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앰버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동시에, 설령 성공한다 해도 그것이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br/><br/><br/>《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이러한 심리적 질문을 긴장감 있는 사건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인물들의 욕망과 비밀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고, 독자가 예상했던 결론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앞서 등장한 장면과 대사를 기억하며 읽을수록 인물의 행동을 다시 해석하게 되고, 누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진다.<br/><br/>무엇보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인물을 쉽게 믿거나 단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 관한 질문이 놓여 있다. <br/><br/>누군가가 가진 것을 부러워할 때 그 사람의 삶 전체를 보고 있는가, <br/>아니면 자신이 갖고 싶은 일부만을 보고 있는가?<br/><br/>책을 읽으며 마음에 남는 것은 완벽해 보이는 삶을 향한 동경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 집착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br/><br/>누군가의 삶이 눈부셔 보일 때, 그 삶을 부러워할 수 있다. 더 나은 조건을 원할 수도 있고, 지금보다 풍요로운 미래를 꿈꿀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이 반드시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타인의 행복이 나의 불행을 증명하는 것도 아니며, 다른 사람의 삶이 빛난다고 해서 나의 삶이 무가치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br/><br/>《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타인의 삶을 훔치려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행복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되묻게 하는 이야기다.<br/><br/>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삶은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br/>아니면 누군가가 이미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욱 빛나 보이는 삶일까?<br/><br/>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보며 자신의 결핍만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일보다 타인의 삶을 차지하는 일에 더 많은 마음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감각일 것이다.<br/><br/>완벽해 보이는 삶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 선망과 질투가 뒤엉킨 심리, 믿음과 의심 사이를 오가는 긴장감. 이 모든 요소가 맞물리는 《마지막 패리시 부인》.<br/><br/>화려한 저택과 아름다운 장신구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것을 반드시 가져야만 한다고 믿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마음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순간, 독자는 마지막 장에 도착할 때까지 이 이야기를 쉽게 놓지 못하게 된다.<br/><br/>_<br/><br/>#마지막패리시부인 #서교책방 #리브콘스탄틴 <br/>#소설 #추리소설 #영미소설 #소설추천 #신간 #책소개 <br/>#책추천 #도서리뷰 #책리뷰 #베스트셀러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15/51/cover150/k25213190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155136</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폐허가 된 세계에서 끝내 지켜야 할 것. - [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85392</link><pubDate>Wed, 21 Oct 2026 22: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8539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131276&TPaperId=175853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8/32/coveroff/k26213127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62131276&TPaperId=1758539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a><br/>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인류의 99퍼센트가 사라진 세계. 문명은 폐허가 되었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간다. 그 황량한 세상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소녀 서브와 그녀를 돌보는 남자 노먼은 자전거를 타고 먼 길을 떠난다.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인류 재건의 희망이 기다린다는 도시 지텍이다.<br/><br/>오수완 작가의 《에케 호모》는 재난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독자가 주목하게 되는 것은 살아남는 방법보다 무엇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을까. <br/>생존이 최우선인 세상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사치가 되는 것일까. <br/>그리고 세상을 다시 세운다는 명분 아래 가장 먼저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일까.<br/><br/>소설은 폐허를 가로지르는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며 이러한 질문들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낯선 세계의 비밀을 알아가는 SF의 재미와 두 인물이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이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인간의 본질까지 들여다보는 여정이 된다.<br/><br/><br/>재난이 일어나고 문명이 붕괴하면 사람들은 무엇부터 복구하려 할까. <br/>무너진 건물을 세우고, 먹을 것을 구하고, 안전한 거처를 마련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다. 당장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예술과 문학, 교육 같은 것들은 뒤로 밀려나기 쉽다. <br/><br/>하지만 생존에 필요한 것만 남긴 세상은 과연 인간이 살아갈 만한 세상일까.<br/><br/>책 속에서 노먼은 서브에게 책 읽는 법을 가르친다. 서브가 글자를 알아보고, 모르는 글자를 익히고, 마침내 혼자 책을 읽어 나가는 과정은 무척 인상적이다.<br/><br/>🔖“아무 책이나 집어 그림을 보고 글자들을 읽는다. 아는 글자도 모르는 글자도 있다. 읽을수록 아는 글자들이 많아진다. 나는 쌓아둔 책들을 차례로 읽는다.” <br/><br/>이 문장에서 배움이란 누군가가 정답을 알려주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글자가 조금씩 의미를 갖고,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한 겹씩 넓어진다. 서브에게 책은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고, 타인의 생각을 만나고, 언젠가 홀로 남겨지더라도 자기만의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다.<br/><br/>특히 모든 것이 사라진 세계에서 책을 가르친다는 것은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스스로 상상하도록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br/><br/><br/>노먼과 서브의 관계를 생각하다 보면 사랑과 책임이라는 단어 앞에 오래 머물게 된다.<br/><br/>노먼은 서브를 보호하고, 먹을 것을 구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그녀를 지켜 낸다. 그는 서브에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동시에 타인의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도 알려 주려 한다. 하지만 무너진 세상에서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고, 다른 사람을 돕는 선택이 때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br/><br/>🔖“너를 위해 이 기록을 남겨둔다. 네게 모든 것을 말하고 싶다. 나에 대해, 내가 한 일들에 대해. 선택과 이유에 대해.” <br/><br/>이 기록에는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과 언젠가 그 선택을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함께 담겨 있는 듯하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내린 결정은 당사자에게 언제나 옳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고, 불가피했다고 생각했던 선택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br/><br/>그래서 이 문장이 더욱 마음에 남는다.<br/><br/>🔖“어쩌면 나의 행동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너는 내가 어떻게 해야 했는지 알려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br/><br/>이 문장에서 노먼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꼈다. 누군가를 보호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언제나 정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믿더라도 자신의 판단이 옳았는지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 책임이란 자신의 선택이 남긴 결과를 끝까지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br/><br/>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무엇이 좋은지 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br/>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선택권을 대신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한 보호는 언젠가 스스로 판단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에 가까울 것이다.<br/><br/>노먼이 서브에게 책을 읽게 하고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는 서브가 지금 당장 안전하기를 바라는 동시에, 자신이 곁에 없을 미래에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마음은 사랑의 가장 따뜻한 모습이면서도 가장 아픈 모습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언젠가 자신 없이도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일이기도 하니까.<br/><br/><br/>작품 속 프라임을 둘러싼 믿음 역시 흥미로웠다. 어떤 이들은 강림을 파괴와 죽음의 재난으로 받아들이지만, 어떤 이들은 그것을 새로운 시대를 위한 시련이라고 해석한다. 같은 사건을 경험하고도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br/><br/>이 대목을 읽으며 믿음이 인간에게 어떤 힘을 주는지, 또 그 믿음이 어떻게 위험해질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믿음은 절망 속에서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믿는 것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확신하는 순간,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br/><br/>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만이 아니라, 그 믿음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만들어 내느냐는 점일 것이다. 누군가를 살리고 존엄을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믿음과 타인을 배제하고 희생시키는 믿음은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세계를 만들어 낸다.<br/><br/>그렇다면 인간다움은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말에서일까, 아니면 타인의 고통 앞에서 실제로 보여 주는 행동에서일까.<br/><br/>나는 《에케 호모》가 인간을 추상적인 관념으로 설명하기보다, 구체적인 선택의 순간에 세워 놓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인간은 자신을 선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선해지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선택했고, 그 선택으로 누가 살아남았으며, 누구의 고통을 외면했는지 돌아볼 때 비로소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br/><br/>엑스포를 선전하는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등장한다.<br/><br/>🔖“만들어가는 미래. 살아 있는 역사.” <br/><br/>미래를 만든다는 말은 희망적으로 들린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사회를 세울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그러나 미래를 만든다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있을까. 그 미래에 포함되는 사람과 배제되는 사람은 누구일까.<br/><br/><br/>재난 이후의 사회에서도 기존의 차별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되풀이된다. 노먼은 서브에게 책을 사 주려 하지만, 한 가게의 여자는 인류를 재건하는 데 책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한다.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하고, 개인의 배움보다 인류의 재생산을 앞세우는 사고방식이다.<br/><br/>세계가 무너졌다고 해서 오래된 편견까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는 기존의 권력관계가 더 강하게 되살아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불안할수록 익숙한 규칙에 의지하고, 누군가에게 정해진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복잡한 현실을 단순하게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br/><br/>이 장면은 문명을 복구한다는 말이 반드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우고 인구를 늘린다고 해서 사회가 저절로 진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전의 차별과 억압을 그대로 되살린다면, 새롭게 만들어진 세계는 이름만 다를 뿐 과거의 문제를 반복할 수 있다.<br/><br/>진정한 재건은 무엇을 복원할 것인지 선택하는 데서 시작된다. 과거의 모든 것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는 이어 가고 버려야 할 잘못은 반복하지 않는 것. 이것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유산일 것이다.<br/><br/>  <br/><br/>책 속에서 노먼은 강림 이전의 영화를 복원했다는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며 서브에게도 그 영화를 보여 주고 싶어 한다. 영화는 자신이 기억하는 세계를 서브와 나누고, 그녀에게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문화를 전해 주는 매개가 된다.<br/><br/>이 설정이 특히 좋았다. 인류의 대부분이 사라진 세계에서 영화 한 편을 함께 본다는 계획은 얼핏 사소해 보인다. 먹을 것과 안전이 먼저인 상황에서 영화는 반드시 필요한 물건도 아니고, 생존을 보장해 주는 기술도 아니다.<br/><br/>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지닌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서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고, 같은 장면을 보며 웃고,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 주고 싶어 한다. 그런 마음이야말로 삶을 생존 이상의 것으로 만들어 준다.<br/><br/><br/>특히 서브와 노먼에게 영화 관람은 두 사람만의 기억이 될 수 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함께 경험한 순간은 두 사람의 관계 안에 남는다. 문명의 역사가 사라지더라도 개인의 기억과 감정은 또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만들어 간다.<br/><br/>책을 읽으며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생각했다. 좋아하는 책을 권하고, 인상 깊은 문장을 보여 주고, 어떤 장면이 마음에 남았는지 이야기하는 일. 그런 평범한 행동들이 사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세계를 내어 주는 일이기도 하다.<br/><br/><br/>《에케 호모》라는 제목을 다시 떠올려 본다. 이 사람을 보라.<br/><br/>그 말은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며 평가하라는 뜻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한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라는 요청처럼 다가온다. 그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누구를 지키려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었는지 천천히 들여다보라는 뜻으로 말이다.<br/><br/>세상이 무너진 뒤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하지만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 삶의 의미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 관계를 맺고, 기억을 전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며,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계를 준비해야 한다.<br/><br/>그때 필요한 것은 과거의 문명을 똑같이 복원하는 능력만이 아닐 것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판단하는 지혜, 타인을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태도, 그리고 정답을 확신하기 어려운 순간에도 자신의 선택을 돌아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br/><br/>서브가 책을 읽으며 세계를 알아 가듯, 우리 역시 타인의 이야기와 경험을 통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세상을 배운다. 책 한 권이 당장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한 사람의 시야를 넓히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런 변화가 쌓인다면 새로운 세계는 훨씬 작은 곳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br/><br/>무너진 도시를 다시 세우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무너진 마음을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구한다는 말보다 어려운 것은 지금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인지도 모른다.<br/><br/>세상이 끝난 뒤에도 우리가 끝내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br/><br/>나는 그 답이 인간을 인간답게 대하려는 마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배우고, 기억하고,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며, 다른 사람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마음 말이다.<br/><br/>폐허가 된 세계를 달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되돌려 주는 질문은 그래서 더욱 묵직하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지금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br/><br/>언젠가 다시 이 책을 펼친다면, 그때의 나는 <br/>지금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이 사람을 보라'라는 제목을 읽게 되지 않을까.<br/><br/>_<br/>※본 게시물은 #책읽는쥬리 (@happiness_jury ) 님 서평단 모집을 통해 #다산북스 (@dasanbooks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br/>- <br/><br/>#에케호모 #오수완 #다산책방]]></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8/32/cover150/k26213127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83261</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세상과 다른 감정으로 살아간다는 것. - [이방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9449</link><pubDate>Sun, 18 Oct 2026 22: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944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12131795&TPaperId=17579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0/32/coveroff/k01213179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12131795&TPaperId=1757944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방인</a><br/>알베르 카뮈 지음, 이하영 옮김 / 씨리얼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요조앤님 ( @yozo_anne ) 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씨리얼 출판사 ( @seereal_7 ) 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br/><br/>_<br/><br/>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울지 않는 사람,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확신을 담아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 삶을 바꾸고 싶으냐는 물음에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br/><br/>뫼르소는 익숙하게 알고 있는 감정의 언어와 사회가 정해 놓은 삶의 방식에서 한 걸음 비켜서 있다. 그래서인지 《이방인》을 읽으면 '사람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만으로도 타인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br/><br/>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1942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첫 문장부터 낯선 분위기의 세계로 데려간다.<br/><br/>🔖“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br/><br/>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문장인데도 그 안에는 독자가 기대하는 슬픔이나 충격이 드러나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사건보다 전보에 적힌 날짜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태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에게는 무심하고 냉정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 첫 문장은 뫼르소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인 동시에, 독자 자신의 감정에 대한 기준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처럼 다가왔다.<br/><br/> <br/>가까운 사람을 잃으면 슬퍼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며,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야망을 가져야 한다고 배워 왔다. 물론 그러한 감정과 태도는 자연스럽고 소중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반드시 보여 주어야 하는 감정, 반드시 따라야 하는 규칙이 된다는 데 있다. 슬픔을 충분히 표현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면 냉정한 사람이 되며, 남들이 기대하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어딘가 잘못된 사람으로 취급받곤 한다.<br/><br/>뫼르소는 바로 그 규칙에 맞춰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 인물이다.<br/><br/>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장례 다음 날에는 마리와 수영을 하고 영화를 보며, 다시 평범한 일상을 이어 간다.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의 행동은 쉽게 비난의 대상이 된다. 어머니를 사랑했다면 슬퍼해야 하고, 슬펐다면 그 슬픔을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br/><br/>하지만 이 대목에서 한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br/>'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슬픔의 깊이까지 단정할 수 있을까?'<br/><br/>사람마다 상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울음을 터뜨리고, 어떤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일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자신을 지탱하고, 어떤 사람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비로소 슬픔을 실감하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는 없다.<br/><br/>물론 뫼르소의 태도를 모든 사람의 감정 표현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그는 타인의 기대에 맞춰 감정을 꾸며 내지 않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사회적 관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에게는 세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다른 사람만큼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는다.<br/><br/>마리가 사랑하느냐고 묻는 장면에서도 이러한 태도가 드러난다.<br/><br/>🔖“사랑한다는 말은 아무 의미도 없지만, 아마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마리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br/><br/>사랑이라는 말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가. <br/>누군가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이 약속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로이며,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일 수 있다. 그러나 뫼르소는 그 말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확실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br/><br/>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 장면을 읽으며 뫼르소의 솔직함을 무조건 자유롭고 올바른 태도라고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거짓으로 사랑을 고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솔직하지만, 그 솔직함이 상대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될지 깊이 고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br/><br/>그래서 《이방인》은 타인의 기준에 자신을 억지로 맞추지 않는 자유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책임 사이에는 분명한 간격이 있다. 뫼르소는 그 간격을 드러내는 인물이며, 독자는 그의 태도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솔직함과 배려의 경계를 다시 살펴보게 된다.<br/><br/><br/>직장 생활과 미래에 관한 대화에서도 뫼르소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사장이 삶을 바꾸고 싶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br/><br/>🔖“사람은 삶을 바꿀 수 없고, 어떤 삶이든 다 비슷하며, 지금 여기서 사는 것도 싫지 않다고 대답했다.” <br/><br/>이 문장은 처음에는 무기력한 체념처럼 읽힌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대신, 지금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이 대답에는 당연하게 여기던 성공의 공식에 대한 질문도 숨어 있다.<br/><br/>현재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하면 발전할 의지가 부족한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정말 모든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br/>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은 반드시 실패한 삶일까?<br/><br/>이 장면은 내가 원하는 삶과 사회가 나에게 요구하는 삶이 얼마나 가까운지, 혹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남들이 정해 놓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br/><br/>뫼르소는 자신의 삶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야망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미래의 계획을 늘어놓지도 않고, 남들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골라 말하지도 않는다. 그에게는 설명하지 않는 태도 자체가 일상의 일부다.<br/><br/>그런데 사회는 설명하지 않는 사람을 불편해한다. 사람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고, 선택에는 목적이 있어야 하며, 감정에는 이해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명을 거부하거나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쉽게 오해받는다.<br/><br/>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인 동시에, 그 사람이 반드시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기대를 내려놓는 일이 아닐까.<br/><br/>그러나 《이방인》을 읽으면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지점은 뫼르소가 저지른 행위이다.<br/><br/>작품은 이 사건을 둘러싼 강렬한 햇빛과 열기, 신체적인 불편함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뫼르소의 시선은 추상적인 도덕적 판단보다 눈앞의 빛과 열기, 몸이 느끼는 자극에 집중되어 있다.<br/><br/>🔖“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 냈다. 내가 한낮의 균형을, 행복했던 해변의 특별한 침묵을 깨뜨렸다는 것을 알았다.” <br/><br/>태양과 열기가 그에게 강렬한 감각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책임을 없애 주지는 않는다. 그의 감정이 사회의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무조건 비난할 수 없는 것처럼, 그가 사회의 기대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br/><br/>이 문장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뫼르소는 자신이 한 행동을 도덕적 언어로 길게 해석하거나, 자신의 내면을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 순간의 감각과 행동이 전면에 놓인다. 독자는 그 건조한 서술 때문에 사건의 무게를 더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br/><br/>이처럼 뫼르소가 감정을 꾸며 내지 않는 태도에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지만, 그의 행동 앞에서는 그 공감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br/><br/>이 작품이 던지고자 하는 사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 인간을 이해하려는 일과 그 인간의 행동을 판단하는 일은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을까. 누군가의 내면을 이해한다고 해서 그가 저지른 잘못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존재 전체를 하나의 낙인으로 규정할 수도 없다.<br/><br/>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그 사람을 무조건 용서하는 일도,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는 일도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선택으로 누가 상처받았는지, 무엇에 책임져야 하는지를 함께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br/><br/><br/>그리고 이 작품을 오늘의 시선으로 읽을 때는 또 하나의 질문을 놓칠 수 없다. <br/>피해자는 끝내 이름을 가진 한 사람으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고, 작품 속에서 주로 ‘아랍인’으로 불린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를 배경으로 한다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 이 인물이 충분한 목소리와 개별성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다가온다.<br/><br/>뫼르소의 감정과 재판에 독자의 관심이 집중되는 동안, 피해자의 삶은 얼마나 보이는가. 주인공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몰두하다 보면 정작 사건의 피해자를 이야기 바깥으로 밀어내게 되는 것은 아닐까.<br/><br/>이 질문은 《이방인》을 읽는 경험을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한 인간의 낯선 태도를 이해하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이해의 과정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중심에 놓이고 누구의 존재가 희미해지는지도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br/><br/><br/>뫼르소의 재판은 작품의 의미를 결정적으로 확장한다. 그의 잘못된 행동이 부른 결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점과 장례 다음 날 마리와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까지 문제 삼는다.<br/><br/>재판에서 피고인의 행동과 태도를 살펴보는 것 자체가 반드시 부당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는 뫼르소가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애도와 후회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의 인간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br/><br/>그가 무엇을 했는지만큼이나, 사람들이 그가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는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br/><br/>뫼르소는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확정할 수 있을까? 장례 다음 날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슬픔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br/><br/>재판은 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그를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인지 판단하는 자리가 된다. 뫼르소는 자신의 행동을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이야기로 바꾸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과장해 선보이지도 않는다. 그는 결국 사회가 기대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더욱 낯선 존재가 된다.<br/><br/>이 장면을 읽으며 사람은 때때로 자신이 저지른 행동뿐 아니라, 타인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슬퍼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유로도 비난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감정을 표현하는 태도는 관계에서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그 마음을 헤아리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만을 근거로 사람의 내면을 전부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해보다 판단을 먼저 하게 된다.<br/><br/><br/>《이방인》은 사회적 규범이 개인을 보호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보다, 그 규범이 사람의 내면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때 발생하는 문제를 드러낸다.<br/><br/>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슬퍼하고, 같은 말로 사랑을 표현하며, 같은 표정으로 후회해야만 인간다운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 사회에서 서로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은 어디에 설 수 있을까.<br/><br/><br/>작품에서 중요한 개념은 ‘부조리’다. 인간은 삶에 이유가 있기를 바라고, 세상에 질서가 있으며, 자신의 고통과 선택이 어떤 의미로든 설명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세계가 언제나 원하는 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br/><br/>까뮈가 탐구한 부조리는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욕구와 그 욕구에 확실한 답을 주지 않는 세계 사이의 충돌에 가깝다.<br/><br/><br/>뫼르소는 처음부터 이러한 간극을 특별히 고민하는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는 삶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거창한 이유를 붙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둘러싼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br/><br/>🔖“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를 악에서 씻어 내고 희망을 비워 버린 것처럼, 징조와 별로 가득한 이 밤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온화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다.” <br/><br/>‘세상의 온화한 무관심’이라는 표현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만하다. 무관심은 보통 차갑고 외로운 감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때로 내가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느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br/><br/>그런데 뫼르소는 세계의 무관심을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자신이 행복했으며 지금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br/><br/>이 역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세계가 나에게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어떻게 자유로 이어질 수 있을까.<br/><br/>그것은 세계가 자신에게 반드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기대를 내려놓는 데서 시작되는 자유일 것이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으면 설명할 수 없는 사건 앞에서 끊임없이 답을 요구하게 된다. 모든 삶에는 정해진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믿으면 그 목적을 찾지 못한 자신을 실패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br/><br/>그러나 세계가 언제나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삶을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br/><br/><br/>다만 뫼르소가 마지막에 느끼는 자유를 죽음이나 책임으로부터의 해방으로만 읽고 싶지는 않다. 그의 깨달음은 과거의 행동을 없애거나 피해자의 존재를 지우는 면죄부가 아니다.<br/><br/>그것은 죽음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마주한 한 인간의 내적 변화로 읽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설명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내려놓는 것과,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지는 일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br/><br/>진정한 자유는 바꿀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선택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br/><br/><br/>뫼르소. 그는 솔직한 사람인가, 무심한 사람인가. 사회의 위선에 저항하는 인물인가, 타인의 마음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인물인가. 아니면 그 모든 해석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인물인가.<br/><br/>이처럼 이 작품의 힘은 바로 이런 모호함에 있을 것이다. 뫼르소를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그의 행동 앞에서는 다시 멈춰 서게 되니까. <br/><br/>그래서 《이방인》은 어떤 사실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되묻는 작품에 가깝다.<br/><br/>나는 타인의 다름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으며, 그 다름과 잘못을 어떻게 구분하고 있는가. 뫼르소의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이다.<br/><br/>1942년에 발표된 《이방인》이 오늘날에도 읽히는 이유는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작품이 다루는 감정과 사회의 규범, 인간의 자유와 책임에 관한 질문이 지금 우리의 삶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br/><br/>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감정을 판단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자신을 맞추며, 삶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고민한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면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기대와 다른 반응을 보이면 오해를 풀어야 한다. 때로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일 만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일이 더 중요해지기도 한다.<br/><br/>그런 의미에서 뫼르소는 단순하게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는 낯선 인물이 아니다. <br/>그를 통해 우리는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감정의 규칙을 발견하고, 그 규칙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br/><br/><br/>씨리얼 판 《이방인》은 이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뫼르소의 낯선 태도와 사건의 전개를 따라가며 부조리라는 문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고, 이미 읽었던 독자라면 세월이 흐른 뒤 달라진 자신의 시선으로 작품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br/><br/>같은 문장도 읽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예전에는 무심함으로만 보였던 태도가 이제는 사회적 규범에 대한 질문으로 읽힐 수 있고, 자유로워 보였던 인물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충분히 바라보지 못하는 존재로 느껴질 수도 있다. 고전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내는 책인지도 모른다.<br/><br/><br/>세상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지만, <br/>내가 이해받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모든 행동이 옳아지는 것도 아니다.<br/><br/>타인의 감정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일, 이해와 판단을 구분하는 일, <br/>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선택과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일.<br/><br/>이방인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br/>세상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쉽게 누군가를 낯선 존재로 만들어 왔는지 깨닫기 위해서.<br/><br/>_<br/><br/>#이방인 #씨리얼 #알베르카뮈 <br/>#고전 #씨리얼세계문학 #세계문학 #고전문학 #소설 <br/>#프랑스소설 #소설추천 #신간 #노벨문학상 #책소개 <br/>#책추천 #도서리뷰 #베스트셀러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0/32/cover150/k01213179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30329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날에도, 내 마음만은 다정하게 지켜내는 법. - [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 - 인생의 길목에서 펼쳐보는 43가지 마음 사전]</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7839</link><pubDate>Sun, 18 Oct 2026 00: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783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32131495&TPaperId=1757783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50/84/coveroff/k43213149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32131495&TPaperId=1757783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 - 인생의 길목에서 펼쳐보는 43가지 마음 사전</a><br/>장성숙 지음 / 스틸당(STEALDANG) / 2026년 10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_<br/><br/>살다 보면 아무리 애써도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날이 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고, 진심을 다해 건넨 마음이 상처로 돌아오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던 아픔이 문득 되살아나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평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br/><br/>돌이켜보면 행복해지기 위해 참 많은 것을 애쓴다. 삶이 유난히 고달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생 자체가 힘들어서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내 뜻대로 움직이려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br/><br/><br/>70년의 삶과 40년의 심리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전하는 장성숙 작가의 《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마음을 다스리는 방식처럼 너무 익숙해서 잊고 지냈던 것들을 차분히 되짚어보게 한다.<br/><br/><br/>제목에서 소풍은 설렘과 즐거움이 있는 날이지만, 영원히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돌아와야 하고, 모든 순간이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날씨가 흐릴 수도 있고, 함께 가고 싶었던 사람이 곁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소풍을 떠올릴 때 목적지에 도착하는 일보다 그날의 풍경과 함께했던 사람, 사소한 순간에 느꼈던 즐거움을 기억하곤 한다.<br/><br/>하지만 인생을 소풍에 비유한다면 관점은 조금 달라진다. 모든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의미 있는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길로 접어들었다고 해서 그동안의 시간이 무효가 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길을 잃은 덕분에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서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 알게 되기도 한다.<br/><br/><br/>특히 눈길이 머문 것은 ‘그러려니 하는 태도’와 ‘지금, 여기에 열중하기’라는 주제였다. 짧은 표현이지만 그 안에는 어른으로 살아가면서 익혀야 할 중요한 지혜가 담겨 있다고 느꼈다.<br/><br/>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은 내 뜻대로 조절할 수 없다. 아무리 진심을 설명해도 상대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충분히 배려했다고 생각해도 서운함이 남을 수 있다. 모든 관계에서 오해를 없애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결국 나 자신을 소진시키기도 한다.<br/><br/>이럴 때 ‘그러려니’라는 태도는 무관심이나 체념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잘못된 일을 무조건 참으라는 의미도, 부당한 상황을 받아들이라는 뜻도 아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잡되,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까지 책임지려 하지 않는 마음에 가깝다.<br/><br/>상대의 모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모든 말에 반응하지 않으며, 때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을 이해되지 않는 채로 남겨두는 것. 그것이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br/><br/>그리고 ‘지금, 여기에 열중하기’라는 태도는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사이에서 흔들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기준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해도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br/><br/>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지금이다.<br/><br/>오늘 먹는 한 끼의 맛을 느끼고, 곁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 것. 평범해서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던 순간들이 사실은 삶을 이루는 대부분의 시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행복은 언젠가 모든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허락되는 보상이 아니라, 불완전한 하루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인지도 모르겠다.<br/><br/><br/>이 책에서 생각해보고 싶은 또 하나의 주제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br/><br/>가까운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 나를 잘 알아주기를 바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이해해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에게는 말을 함부로 하거나, 상대의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낯선 사람에게는 조심스럽게 건네는 말도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쉽게 내뱉는다.<br/><br/>그러나 관계가 가까울수록 상처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br/>소중한 사람에게 받은 말 한마디는 오래 마음에 남고, 별것 아닌 듯 지나간 행동 하나가 관계의 온도를 바꾸기도 한다.<br/><br/>책 속 문장 중<br/>🔖“인생을 살면서 잊지 않아야 할 한 가지는 사람을 소중히 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br/><br/>이 대목은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는 것이 친절한 사람이 되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상대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 내 감정이 앞서더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잠시 멈추는 것, 그리고 누군가의 부족함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비난하기 전에 그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보는 것까지 포함할 것이다.<br/><br/>사람을 소중히 여긴다는 이유로 언제나 양보하거나 모든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복해서 상처를 주는 관계에서는 거리를 두는 일도 필요하다. <br/>건강한 관계란 서로의 존재와 경계를 함께 존중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br/><br/>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어야 한다. <br/>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되 자신을 함부로 미워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불완전함을 바라보듯 나 자신에게도 조금은 너그러워지는 것. 그것 역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일 것이다.<br/><br/><br/><br/>🔖“내 삶에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조건 없이 사랑을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br/><br/>사랑은 지나간 뒤에도 삶에 남는다. 이 문장을 읽으며 사랑의 가치는 반드시 오래 지속되는 데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br/><br/>관계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까지나 곁에 머물기를 바라며, 지금 누리는 행복이 변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삶에서 영원히 붙잡아둘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사람은 변하고, 관계는 달라지며, 언젠가는 이별과 마주해야 한다.<br/><br/>그렇다면 언젠가 끝날 수 있다는 이유로 사랑을 아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br/>끝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지금 건넬 수 있는 마음을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br/><br/>진심으로 누군가를 아끼고, 그 사람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고, 힘든 순간에 곁을 내어주는 경험은 관계의 형태가 달라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함께했던 시간이 끝나더라도 그 시간을 통해 배운 다정함과 이해는 다른 관계를 대하는 태도 속에 남을 수 있다.<br/><br/>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죽음 앞에서 슬픔을 쉽게 내려놓을 수는 없다. 그리움이 깊다는 것은 그만큼 소중한 관계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슬픔을 느끼지 않는 것이 성숙함은 아닐 것이다.  <br/><br/>충분히 그리워하고, 아파할 만큼 아파하면서도 언젠가는 그 기억을 품은 채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것. 이것이 상실을 겪은 사람이 자기만의 속도로 배워가는 삶의 지혜일 것이다.<br/><br/>사랑은 함께할 수 있는 동안 진심을 다하는 태도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br/><br/>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을 알게 되는 일일까.<br/>책은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라는 계절의 흐름을 따라 삶과 관계, 감정과 성숙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 구성은 인생을 나이의 증가로 바라보기보다 경험을 통해 조금씩 달라지는 마음의 과정으로 생각하게 한다.<br/><br/>젊을 때는 무엇이든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옳고 그름을 가리고,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어야 하며, 좋은 사람이라면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세상은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운다.<br/><br/>성실한 사람이 언제나 인정받는 것은 아니고, 진심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갈등은 생기고, 누구에게나 나름의 사정과 상처가 있다. 같은 사건을 겪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br/><br/>이러한 현실을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br/>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살펴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일이 중요해진다.<br/><br/>어른스러움은 언제나 침착하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아닐 것이다. 화가 날 때 화가 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서운할 때 서운함을 느끼되 그 감정이 모든 판단을 지배하지 않도록 살피는 것. 실수했을 때 잘못을 돌아보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할 줄 아는 것.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 역시 성숙함의 일부라고 생각한다.<br/><br/>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상에 정답이 없는 문제도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기보다, 다른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br/><br/><br/>평온한 삶이라고 하면 흔히 걱정할 일이 없고, 관계가 원만하며,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는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모든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행복을 미룬다면 우리는 언제쯤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을까.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이 생기고, 원하는 것을 얻으면 새로운 목표가 눈앞에 나타난다.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변화 속에서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일은 쉽지 않다.<br/><br/>그래서 평온은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대하는 내 마음의 태도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걱정이 생겼다고 해서 하루 전체를 걱정에 내어주지 않는 것, 실수했다고 해서 자신을 실패한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는 것.<br/><br/>삶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드는 지혜는 이러한 작은 선택을 반복하는 데 있을 것이다. 오늘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더라도 잠시 내려놓고 잠들 수 있는 마음,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여유, 지나간 일을 후회하면서도 내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br/><br/><br/>《나는 이 세상에 소풍 온 심리학자입니다》라는 제목은 삶의 끝에서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은지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을 때,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는지만 기억하게 될까. 아니면 누구를 사랑했고, 어떤 순간에 마음껏 웃었으며, 힘든 시간을 지나면서도 무엇을 소중하게 지켜냈는지를 떠올리게 될까.<br/><br/>삶을 소풍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즐겁지 않은 날에도 그 하루를 함부로 버리지 않겠다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br/><br/>비가 오는 날에는 비가 오는 대로, 길이 막히는 날에는 잠시 돌아가는 대로, 계획이 어긋나는 날에는 그날의 사정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모든 일을 좋아할 수는 없어도 모든 일을 내 인생의 실패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br/><br/>언젠가 삶의 끝에 서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면, 완벽하게 살았다고 말하기보다는 부족한 대로 애썼고, 서툴렀지만 사랑했으며, 힘든 날에도 다시 일어나 살아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br/><br/>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는 삶. <br/>내게 주어진 시간을 조금 더 진실하고 다정하게 살아가는 삶.<br/><br/>어른의 지혜란 완벽하지 않은 인생을 받아들이면서도 삶을 향한 애정을 잃지 않는 마음일 것이다.<br/><br/><br/>오늘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싶다. <br/>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내일 다시 바라보더라도 괜찮으니, <br/>오늘만큼은 이미 지나간 일에 마음을 전부 내어주지 않기를. <br/>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br/><br/>언젠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듯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을 때, 적어도 사랑하고 살아가는 일을 너무 오래 미루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br/><br/>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날들의 연속일지라도, 그 모든 날이 실패는 아니다. <br/>때로는 애쓰고, 때로는 내려놓으며, 때로는 그저 살아가는 것. <br/>이것이 이 세상에 소풍 와서 배워가는 가장 소박하고도 깊은 지혜가 아닐까.<br/><br/>_<br/><br/>#나는이세상에소풍온심리학자입니다 #장성숙 #스틸당<br/>#심리학 #인생도서 #독서 #도서추천 #신간 #책소개 <br/>​#도서리뷰 #책리뷰 #서평단 #에세이 #인문에세이 #에세이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50/84/cover150/k43213149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508432</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무의 시간을 읽으며 천년의 문장가를 만나다. - [나무로 읽는 최치원 풍류길 - 고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생태 인문 기행]</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7799</link><pubDate>Sat, 17 Oct 2026 23: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779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1867&TPaperId=1757779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0/30/coveroff/k8221318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1867&TPaperId=1757779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무로 읽는 최치원 풍류길 - 고운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생태 인문 기행</a><br/>김재웅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는 일은 그저 자연을 감상하는 일일까. <br/>오래된 나무의 굽은 줄기와 깊게 뻗은 뿌리, 세월의 흔적이 남은 껍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시간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누군가의 발걸음을 지켜보았을 나무, 수많은 계절을 견디며 한 시대의 흥망을 묵묵히 통과해 온 나무라면 더욱 그렇다.<br/><br/>역사 속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연대기와 기록만 따라가야 할까. <br/>한 인물이 머물렀던 장소에 살아 있는 나무를 통해서도 그의 생각과 삶의 흔적을 읽어 낼 수 있지 않을까.<br/><br/>신라 말의 문장가이자 사상가였던 최치원. <br/>교과서에서 만났던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당나라 유학, 뛰어난 문장력, 신라 사회의 개혁을 향한 노력, 그리고 가야산에서의 은거가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을 몇 개의 역사적 사실로 정리하고 나면 더 많은 질문이 남는다. <br/><br/>그는 무엇을 꿈꾸었을까. <br/>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br/>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사람이 끝내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갔을 때, <br/>그 마음에는 무엇이 남아 있었을까.<br/><br/>그 질문들을 책에서는 '나무'라는 새로운 통로로 이어 준다.<br/><br/><br/>역사는 사람이 남긴 기록으로 기억된다. 문헌과 비문, 시와 문장, 왕조의 기록은 과거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다. 그러나 기록만으로는 충분히 담아내기 어려운 것도 있다. 한 사람이 걸었던 길의 공기와 풍경, 그가 바라보았을 산과 숲, 오래 머물렀던 장소에 흐르는 정적 같은 것들이다.<br/><br/>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최치원의 생애를 나무와 함께 바라보게 한다는 데 있다. 독서당의 향나무에서 학문의 시간을 떠올리고, 상서장의 조각자나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을 생각하며, 해인사의 전나무 앞에서는 한 인간이 남긴 정신의 흔적을 되짚는다. 역사적 장소에 뿌리내린 나무들이 최치원의 삶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단서가 되는 것이다.<br/><br/>특히 나무를 통해 과거를 상상한다는 접근이 인상적이었다. 오랜 장소와 나무, 문헌 속 이야기를 함께 읽는 일은 역사에 생동감을 더한다. 나무 자체의 생태적 특징과 그 나무에 얽힌 전승, 후대 사람들이 간직해 온 기억이 겹쳐지면서 한 인물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기 때문이다.<br/><br/>역사는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해석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무엇을 통해 과거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한 인물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다. 최치원을 문장가로만 기억하는 것과 그가 살아간 시대의 사회적 한계, 자연을 대하는 태도, 지역과 백성에게 남긴 흔적까지 함께 살피는 것은 분명 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br/><br/><br/>최치원의 삶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뛰어난 능력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br/>어린 나이에 당나라로 건너가 학문을 익히고 과거에 급제했으며, 문장으로 이름을 알렸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탁월한 역량을 지닌 인물이었는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한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가 속한 사회에서 뜻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br/><br/>최치원은 신라로 돌아온 뒤 개혁을 모색했지만, 당시의 사회적 질서와 정치적 한계 속에서 자신의 뜻을 온전히 실현하기 어려웠다. 이 대목에서 그의 삶은 오래전 한 지식인의 이야기만으로 머물지 않는다. 능력을 갖추고도 현실의 구조에 가로막히는 사람, 더 나은 세상을 꿈꾸지만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은 시대를 달리해도 되풀이되는 고민이기 때문이다.<br/><br/>그렇다고 최치원의 삶을 좌절한 천재의 이야기로만 읽고 싶지는 않다. 그가 남긴 문장과 사상, 여러 장소에 전해지는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한 인간의 삶을 성공과 실패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일이 얼마나 단순한 생각인지 알게 된다.<br/><br/>뜻을 이루었는가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을 고민했는가, 어떤 가치를 지키려 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남긴 생각이 후대에 어떤 질문을 건네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br/><br/>다음 문장은 최치원을 오늘날 다시 읽어야 할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br/>🔖“당나라의 수입학을 탐색하여 신라의 자국학을 섞어서 창조학으로 나아간 학자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br/><br/>이 문장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서로 다른 지식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현실에 맞게 새롭게 구성하려 했다는 점이다. 외부의 지식을 무조건 따르거나 기존의 전통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두 세계를 이해하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태도다.<br/><br/>이미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데서 벗어나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 필요한 방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을 때 지식은 비로소 살아 있는 힘이 된다. 그런 점에서 최치원의 삶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br/><br/>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보다,  <br/>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새롭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br/><br/><br/>책에서 특히 마음이 머무는 장소는 함양의 상림이다. 이 이야기가 인상적인 까닭은 숲의 의미가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는 일은 당장 눈앞의 성과를 얻기 어려운 일이다. 묘목은 자라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숲이 제 기능을 하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흐른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위해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지금의 편리함만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환경까지 생각한다는 의미를 품는다.<br/><br/>자신이 심은 나무가 자라 거대한 숲이 되었을 때, 그 숲을 거니는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은 일일까. 진정한 돌봄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데 있지 않고, 누군가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남기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br/><br/>나무와 숲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다르다. 오늘의 작은 행동이 내일 당장 결실을 맺지 않더라도, 그것이 다음 세대의 삶을 지탱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br/><br/>이처럼 상림의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만을 말하지 않는다. 미래를 향한 책임과 보살핌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모든 결과를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을 남기는 일, 그것이야말로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실천일 것이다.<br/><br/>나무를 심는 행위가 한 시대의 애민 정신과 연결되고, 그 나무들이 오늘날 숲이라는 공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인간의 선의가 반드시 인간의 기억 속에서만 살아남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때로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 훨씬 긴 시간 동안 그 흔적을 이어 갈 수도 있다.<br/><br/><br/>🔖“느티나무 한 줄기는 고사했지만, 건강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br/><br/>이 짧은 문장 안에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한 줄기가 죽었다고 해서 나무 전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일부를 잃었어도 다른 부분은 여전히 살아 있고, 나무는 자신의 방식으로 시간을 이어 간다.<br/><br/>사람은 상처를 입거나 무언가를 잃었을 때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야만 회복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잘못된 선택을 하기 전으로, 힘들었던 일을 겪기 전으로, 아무런 흠도 없었던 시절로 돌아가야 비로소 괜찮아졌다고 여기는 것이다.<br/><br/>하지만 삶은 언제나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br/>어떤 상처는 흔적을 남기고, 어떤 경험은 우리를 이전과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br/><br/>그렇다면 회복이란 상처를 지닌 채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는 과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br/><br/>나무의 생태와 인간의 삶을 그대로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줄기가 고사한 뒤에도 살아 있는 나무를 바라보며 인간의 회복을 생각하는 일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br/>살아 있다는 것은 완벽하게 손상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손실 속에서도 삶을 이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br/><br/>더욱 마음이 머무는 것은 느티나무 주변에 보호막을 설치한 사람들의 손길이다. <br/>저자는 그 배려를 사랑스럽고 고맙게 바라본다. 나무가 오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구체적인 행동으로 드러난다. 나무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고, 주변을 살피고, 필요한 보호를 마련하는 일이다.<br/><br/>나무의 상처를 바라보며 그저 안타까워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가 내민 손길까지 살펴보는 시선. 그 부분에서 자연을 사랑한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br/><br/><br/>해인사의 학사대 전나무에 관한 문장도 여운을 남긴다.<br/>🔖“비록 최치원의 육체는 예전에 사라졌지만, 그 기상은 학사대 전나무처럼 오랜 생명을 지속하면서 세상을 올곧게 살아가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br/><br/>한 사람의 육체는 유한하지만 그가 남긴 생각과 글, 삶의 태도는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다. 직접 만나 본 적 없는 옛사람에게서도 삶의 방향을 배우고, 수백 년 전의 문장에서 지금의 고민을 비춰 볼 만한 구절을 발견한다.<br/><br/>그런데 이 문장에서 인상적인 것은 최치원의 정신을 눈앞에 서 있는 전나무의 모습과 연결했다는 점이다. 웅장하게 자란 나무를 바라보며 한 사람의 기상을 떠올리고, 그 나무의 생명력을 통해 오래된 가르침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받아들이는 것이다.<br/><br/>사람은 누구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고, 살아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이름조차 잊히는 사람이 많고, 기록으로 남은 사람조차 후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br/><br/>그렇다면 오래 기억되는 것 자체가 삶의 목적일까. 아니면 내가 남긴 생각과 행동이 누군가의 삶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충분할까.<br/><br/>특히 ‘올곧게 살아가라’는 의미에 마음이 머물렀다. 올곧음은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태도와는 다를 것이다. 현실의 복잡함을 이해하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우지 않는 것, 타인과 자연을 대할 때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그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한 사람의 기상을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닐까.<br/><br/>나무가 큰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으면서도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키듯, 사람의 가치 역시 반드시 화려한 성취로만 증명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br/><br/><br/>최치원이라는 인물을 떠올릴 때 풍류라는 말도 빼놓기 어렵다. <br/>그러나 풍류를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고 시를 읊는 여유 정도로 이해한다면 그의 삶을 충분히 들여다보기 어려울 것이다.<br/><br/>🔖“나무가 오래도록 건강하길 기원하면서 최치원 발자취를 찾아가는 우리의 산책도 평안하길 빌어 본다.” <br/><br/>나무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사람의 산책이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 문장 안에 놓여 있다. 인간의 안녕과 자연의 안녕을 서로 분리하지 않는 태도다.<br/><br/>우리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연을 인간의 편의를 위한 자원으로만 바라볼 때가 있다. 숲은 휴식을 제공하는 장소가 되고, 나무는 경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가 되며, 생태적 가치는 인간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에 따라 평가되곤 한다.<br/><br/>그러나 나무는 인간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라고, 인간의 계획과 무관하게 계절을 지나며, 그 자체의 생명으로 존재한다.<br/><br/>자연을 존중한다는 것은 인간이 아닌 생명도 그 자체로 살아갈 자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일일 것이다.<br/><br/>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보여 주는 풍류는 자연과 관계 맺는 방식에 가까워 보인다. 천천히 바라보고, 함부로 훼손하지 않으며, 그 안에 쌓인 시간을 헤아리는 태도 말이다.<br/><br/><br/>책의 내용을 따라가며 느껴지는 것은 시간의 서로 다른 층위다. 최치원이 살았던 시대의 시간, 나무가 자라는 시간, 인간이 한 장소를 기억하는 시간, 그리고 오늘날 독자가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읽는 시간이 겹쳐진다.<br/><br/>사람은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얻으려 하지만 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 <br/>한 해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천천히 자라면서도 계절을 지나고, 햇빛과 비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생명을 이어 간다. 그 과정은 인간의 성취와는 다른 방식으로 지속된다.<br/><br/>나무 한 그루를 자세히 바라보는 일도 그렇다. 처음에는 그저 나무라고 생각했던 존재에서 수령과 생태, 주변 환경과의 관계, 그 장소에 얽힌 역사까지 발견할 수 있다.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풍경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br/><br/>책을 통해 최치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 역시 비슷할 것이다. 역사 속 인물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더라도 다른 시선으로 다시 읽으면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문장가의 삶을 따라가다 생태를 생각하고, 숲의 역사를 살피다 인간의 책임을 돌아보며, 오래된 나무 앞에서 자신의 삶을 되짚게 된다.<br/><br/>그것이 한 권의 책이 지닌 확장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이전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어 주기 때문이다.<br/><br/><br/>나무는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살아간다. <br/>인간의 기억에서 멀어진 이야기들 곁에서도 묵묵히 계절을 통과한다. 그 앞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빠르게 이해하고 해결하려 했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br/><br/>최치원의 삶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는 일은 과거를 향한 여행인 동시에 책을 읽으며 사유하는 나를 돌아보는 여행일 것이다. 오래된 문장과 살아 있는 나무가 만나는 자리에서 잊고 있던 삶의 속도를 되찾고, 무엇이 진정 오래 남는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br/><br/>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누군가가 더 오래 살아갈 수 있도록 내어 준 그늘인지도 모른다.<br/><br/>나무가 건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오늘 내가 심을 수 있는 작은 나무 한 그루는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그것은 실제 나무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향한 배려일 수도 있으며, 쉽게 포기하지 않을 신념이나 다음 세대를 위한 작은 실천일 수도 있을 것이다.<br/><br/>천년을 건너온 나무의 시간 앞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 <br/>그것이 이 책이 내게 남기는 깊은 여운이다.<br/><br/>_<br/><br/>#나무로읽는최치원풍류길 #김재웅 #책과나무 #최치원 <br/>#생태인문기행 #인문도서 #철학 #서평단 #도서협찬 <br/>#추천도서 #책추천 #도서추천 #책소개 #신간 #베스트셀러]]></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0/30/cover150/k82213186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03027</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사라진 생명을 되살리는 일, 우리가 끝내 되돌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 [숨의 조각]</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7757</link><pubDate>Sat, 17 Oct 2026 23: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77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600X&TPaperId=175777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1/76/coveroff/893292600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600X&TPaperId=175777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숨의 조각</a><br/>이다 투르페이넨 지음, 정보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0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_<br/><br/>어떤 존재는 사라지는 데 한순간이면 충분하지만, <br/>그 존재를 기억하고 이해하는 데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br/><br/>이다 투르페이넨의 《숨의 조각》은 역사상 가장 빨리 멸종한 해양 포유동물 가운데 하나인 스텔러바다소의 흔적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1741년 인간에게 발견된 스텔러바다소는 불과 27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거대한 몸집과 온순한 성격, 인간에게 쉽게 사냥당할 수 있었던 특성은 생존에 유리한 조건이 아니라 오히려 멸종을 앞당기는 비극의 이유가 되었다.<br/><br/>굶주림에 시달리던 인간에게 바다소는 생명을 구해 준 존재였지만, 그 생명을 구한 동물이 인간의 욕망에 의해 사라졌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 시작된 사냥은 점차 이익과 소유의 논리로 이어지고, 마침내 한 종이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해야 했던 최초의 순간과, 그 희생이 돌이킬 수 없는 파괴로 이어지는 과정 사이에는 어떤 경계가 있었을까.<br/><br/>책을 읽으며 떠오른 것은 인간에게 자연이 얼마나 쉽게 자원의 이름으로 바뀌는가 하는 문제였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도 인간에게 쓸모가 있는 동안에는 귀하게 여겨지지만, 그 가치를 소유하고 소비하는 데 익숙해지는 순간 생명 자체의 의미는 희미해진다. <br/><br/>발견은 언제나 새로운 생명을 만나는 일이지만, <br/>그 발견이 반드시 축복이 되는 것은 아니다.<br/><br/>《숨의 조각》에서 인상적인 것은 멸종이라는 결과만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생명이 사라진 뒤에도 그 흔적을 좇는 사람들의 시간이 계속된다. 동물을 관찰하고 기록한 박물학자, 사라진 종의 뼈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흩어진 골격을 맞추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는 이들까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스텔러바다소와 연결된다.<br/><br/>한 동물의 역사가 이처럼 수많은 사람의 삶을 통과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처음에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려는 호기심이 있었을 것이고, 그다음에는 사라진 생물을 찾으려는 집념이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뼈는 연구의 대상이고, 누군가에게는 수집할 가치가 있는 희귀한 물건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모습을 세상에 전하는 예술의 재료가 된다. 같은 뼈를 바라보더라도 사람마다 그 안에서 발견하는 의미는 다르다.<br/><br/>그러나 그 모든 시선의 중심에는 이미 사라진 생명이 있다.<br/><br/>🔖“멸종에 관한 생각은 매혹적이면서도 끔찍하고” <br/><br/>이 짧은 문장 안에는 인간이 멸종을 바라보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동물의 모습을 궁금해하고, 거대한 골격 앞에서 경이로움을 느끼며, 과거의 세계를 상상한다. 공룡과 매머드처럼 멸종한 생물들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 신비로움의 이면에는 실제로 살아 있었던 생명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놓여 있다.<br/><br/>멸종한 동물을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은 조금은 모순적이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 존재를 충분히 살피지 못하면서, 사라진 뒤에는 그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다.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기에 더욱 궁금해하고, 다시 만날 수 없기에 더 오래 바라본다. 그렇다면 인간이 멸종한 생물에 매혹되는 이유는 호기심 때문일까. <br/>그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뒤늦게 이해하려는 인간의 마음과도 닮아 있을 것이다.<br/><br/><br/>🔖“그는 동물과 식물, 돌을 선택했고” <br/><br/>자연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지나쳐 가는 풍경이 아니다. 그 안에는 기록해야 할 생명이 있고, 관찰해야 할 흔적이 있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자연을 향한 탐구는 눈앞의 대상을 세심하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이름을 붙이고 특징을 기록하며, 다른 존재와 구별하고 그 관계를 알아가는 과정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br/><br/>하지만 기록과 분류에는 양면성이 있다. 이름을 붙이는 일은 존재를 기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그것을 인간의 지식과 체계 안에 가두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자연을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이 자연을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으로 바뀌는 순간, 탐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br/><br/>스텔러바다소의 역사가 마음 아리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r/>이 동물을 발견하고 이름을 남겼지만,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동안 정작 살아 있는 개체는 사라져 버렸다. 인간의 지식 속에서 한 종의 존재는 선명해졌지만, 자연 속에서 그 생명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br/><br/>기억하는 일과 지켜 내는 일은 같지 않다.<br/>제목인 《숨의 조각》에서 '숨'은 살아 있다는 가장 직접적인 징표다. 그러나 사라진 동물에게 남은 것은 숨소리도 체온도 움직임도 아닌, 흩어진 뼈와 기록뿐이다. 인간은 그 조각들을 모아 다시 몸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 각각의 뼈를 제자리에 놓고, 서로 떨어져 있던 부분을 연결하며, 한때 바다를 유영했을 거대한 동물의 모습을 재현한다.<br/><br/>그렇게 완성된 골격은 과거의 생명을 눈앞에 불러오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명이 남긴 흔적을 통해 재구성한 모습이다. 뼈가 아무리 완벽하게 맞춰져도 그 안에 살아 있던 숨까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br/><br/>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복원된 골격은 인간의 지식과 기술, 인내와 정성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동시에 그것은 인간이 끝내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라진 존재의 모습을 상상하고 기록할 수 있지만, 그 존재가 살아가던 세계와 시간을 온전히 되찾을 수는 없다.<br/><br/>그래서 복원은 재현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이며, 잃어버린 생명을 기억하려는 노력인 동시에, 다시는 같은 상실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어야 하지 않을까.<br/><br/><br/>특히 이 작품이 과학과 예술, 역사와 픽션을 넘나든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과학은 생물의 형태와 특성을 설명하고, 역사는 그 생명이 인간과 만났던 시간을 기록한다. 예술은 남겨진 흔적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며, 문학은 기록만으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의 감정과 욕망을 들여다보게 한다.<br/><br/>서로 다른 분야가 한 생명의 역사를 중심으로 만날 때, 멸종은 더 이상 생물학 교과서에 적힌 하나의 용어로만 남지 않는다. 그것은 누군가의 발견이었고, 누군가의 생존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의 탐구와 집념이었다. 동시에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역사이기도 하다.<br/><br/><br/>오늘날 멸종은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기후와 환경이 변화하며, 수많은 생물이 생존의 위협에 놓여 있다. 모든 멸종의 원인을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선택이 다른 생명에게 미치는 영향을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br/><br/>죽은 뒤에 아름다운 골격을 남기는 것보다 살아 있는 동안 그 생명이 자기 삶을 이어 갈 수 있는 환경을 지켜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br/><br/><br/>《숨의 조각》을 통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상실 이후의 태도다. <br/>인간은 실수를 저지르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뒤에야 그것의 가치를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후회가 반드시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잃어버린 것을 애도하는 일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행동하는 일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격이 있다.<br/><br/>스텔러바다소의 골격 앞에 선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과거에 존재했던 거대한 동물의 놀라운 형태일까. 사라진 생명을 찾아낸 과학의 성취일까. 아니면 인간이 자연에 남긴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일까. 아마 그 모든 것이 겹쳐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골격은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쓸쓸하다.<br/><br/><br/>🔖“한 종류의 새가 사라진다고 해도 큰 주의를 끌지는 못한다.” <br/><br/>이 문장은 멸종이 언제나 극적인 사건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생물은 거대한 몸집과 독특한 외형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만, 어떤 생물은 이름조차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진다. <br/>사라짐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그 생명의 가치가 작았던 것은 아니다.<br/><br/>인간에게 알지 못하는 생명은 쉽게 잊힌다. 관심을 받지 못하는 존재의 상실은 기록되지 않을 수도 있고, 기록되더라도 충분히 애도받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연을 지킨다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생명과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세계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br/><br/>이 문장을 읽으며 인간의 기억이 얼마나 선택적인지 생각하게 된다. <br/>멸종의 가장 무서운 모습은 사라지는 순간보다, 그 사라짐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순간에 있는지도 모른다.<br/><br/><br/>《숨의 조각》이 들려주는 여정은 사라진 생명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br/><br/>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다른 생명의 자리를 줄여 가면서도, 우리는 과연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br/><br/>사랑한다는 말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탄하고, 희귀한 동물을 사진에 담고, 박물관에서 거대한 골격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존재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지키고, 인간의 욕망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고민하며, 당장의 이익보다 오래 이어질 생명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br/><br/>한 생명이 사라진 뒤 그 뼈를 모으는 데는 수많은 사람의 손길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을 지키는 일은 그보다 훨씬 이른 순간에 시작할 수 있다. 아직 잃지 않은 것들을 돌아보고, 사라짐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서부터 말이다.<br/><br/><br/>스텔러바다소의 거대한 골격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완성된 몸의 형태는 한때 존재했던 생명의 증거이면서, 동시에 그 생명을 잃어버린 역사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 앞에서 느끼는 경이로움이 슬픔으로 바뀌고, 슬픔이 다시 질문으로 이어진다면, 그 기억은 과거의 기록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br/><br/><br/>《숨의 조각》은 사라진 동물의 부고이자, 인간의 탐욕과 호기심, 후회와 집념이 교차하는 역사이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br/><br/>한때 바다를 가득 채웠을 거대한 생명은 이제 뼈의 조각으로만 남았다. <br/>그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모습을 이루었듯, 우리가 기억하는 작은 생명의 흔적들도 모여 자연을 이해하는 더 큰 시야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br/><br/><br/>'사라진 숨을 되돌릴 수는 없더라도, <br/>그 숨이 사라진 이유를 기억하고 같은 상실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br/><br/>멸종한 생명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늦었지만 가장 필요한 애도일 것이다.<br/><br/>_<br/><br/>#숨의조각 #열린책들 #이다투르페이넨<br/>#소설 #소설추천 #북유럽소설 #신간 #도서소개 #책소개 <br/>#도서리뷰 #책리뷰 #서평단 #도서추천 #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1/76/cover150/893292600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71761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검은 바다 위에 띄운 그리움, 유배의 시간을 배움의 시간으로 바꾼 형제의 이야기! - [흑산]</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5902</link><pubDate>Fri, 16 Oct 2026 21: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590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0249&TPaperId=175759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73/40/coveroff/k82213024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0249&TPaperId=1757590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흑산</a><br/>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 몸은 유배지에 머물렀지만, 마음과 배움까지 가둘 수는 없었다.<br/><br/>역사 속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다 보면 때로는 업적보다 그 업적을 만들어 낸 사람의 마음에 더 오래 시선이 머문다. 어떤 시간을 견뎌 냈는지, 누구를 그리워했는지, 무엇을 포기하지 않았는지를 알고 나면 역사책 속 이름은 비로소 한 사람의 얼굴을 갖게 된다.<br/><br/>고정순 작가의 그림책 《흑산》은 정약전과 정약용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 그런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조선 후기 실학을 대표하는 두 형제가 정치적 격변 속에서 서로 다른 유배지로 흩어지고, 다시 만날 수 없는 거리에서 편지로 마음을 나누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애틋하다. 그러나 이 책이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고립과 상실 속에서도 인간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br/><br/><br/>1801년 신유박해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되었다. <br/>서로를 아끼고 학문적으로도 깊이 교류했던 형제에게 이별은 세상의 이치를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지식을 나누던 동반자를 잃는 일이었을 것이다.<br/><br/>인상 깊었던 것은 정약전에게 흑산이라는 이름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낯선 섬과 검은 바다, 육지와 단절된 환경은 유배라는 현실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게 바다는 두려움의 공간인 동시에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공간으로 변해 간다.<br/><br/>🔖“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나에게 흑산의 바다는 가장 커다란 책이 아닐까 싶다.”<br/><br/>이 문장을 읽으며 배움이란 반드시 좋은 환경이나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유롭게 배우고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처한 현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같은 공간도 감옥이 될 수 있고, 세상으로 향하는 창이 될 수도 있다.<br/><br/>정약전은 자신이 원해서 흑산도에 간 것이 아니었다. 유배는 분명 부당하고 가혹한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그 시간을 온전히 절망으로만 채우지는 않았다. 그가 바라본 바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은 관찰하고 기록해야 할 지식의 대상이었다.<br/><br/>이 대목에서 환경의 한계와 삶의 가능성을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바꿀 수 없는 순간에도 그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까지 완전히 빼앗기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정약전은 바다를 통해 자신이 머무는 장소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했고, 그 발견은 훗날 [자산어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br/><br/><br/>정약전의 [자산어보]는 흑산도 주변의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정리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특별함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을 살피고, 생물의 특징과 쓰임을 관찰하며, 당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려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br/><br/>《흑산》은 이러한 학문적 성취를 딱딱한 역사적 사실로 전달하기보다 한 사람의 일상과 감정을 통해 보여 준다.<br/><br/>정약전은 물고기를 관찰하고,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생물들을 비교한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호기심으로 보일 수 있는 일이 그에게는 중요한 탐구가 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만으로 세상을 판단하지 않고,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br/><br/>특히 정약전이 바다 생물의 특징을 알아내는 일이 섬사람들의 생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대목은 실학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학문이 학문 자체의 권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삶에 쓰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br/><br/>여기서 지식의 진정한 가치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무엇을 이해하고, 그 이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눈앞의 대상을 충분히 관찰하고, 서로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듣고, 사실과 소문을 구분하는 태도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br/><br/>정약전이 바다를 바라보며 배운 것은 물고기의 생김새와 이름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래 들여다보아야 하는지도 배웠을 것이다.<br/><br/>그런 의미에서 [자산어보]는 지식의 기록인 동시에 한 인간이 절망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선택한 삶의 방식으로 읽힌다.<br/><br/><br/>《흑산》에서 가장 애틋하게 다가오는 것은 형제 사이에 오가는 마음이다.<br/><br/>정약전과 정약용은 서로를 걱정하고, 일상의 작은 일을 전하고, 학문에 관한 생각을 나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가 무엇을 궁금해할지 생각하고, 자신이 발견한 것을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어 한다.<br/><br/>다음 문장은 그 마음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br/>🔖“신기한 것을 보면 가장 먼저 나에게 보여 주던 너였는데 네가 곁에 없는 지금에서야 그 마음을 이해하겠구나.” <br/><br/>유독 오래 마음에 남는 문장이었다.<br/>좋은 것을 보았을 때, 재미있는 일이 생겼을 때,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자신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 줄 것 같은 사람을 마음속에 두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br/><br/>정약전에게 동생은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함께 성장하고 공부하며 쌓아 온 시간은 서로 다른 유배지에 놓인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할 수 없게 된 순간,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관계의 소중함이 더욱 또렷해졌을 것이다.<br/><br/>곁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내일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언젠가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서 마음을 뒤로 미룬다. 그러나 삶은 언제나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br/><br/>형제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리움은 함께했던 시간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그 사람과 여전히 연결되어 있고 싶은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정약전은 편지를 통해 동생에게 자신이 잘 지내고 있다고 알리고, 흑산의 풍경과 바다 생물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안에는 형으로서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도 있고, 학문을 함께 나누던 동료를 향한 마음도 있다. 자신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동생을 안심시키려는 태도에서는 애틋함과 함께 인간적인 다정함이 느껴진다.<br/><br/>편지는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을 물리적으로 만나게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서로의 하루를 알게 하고, 마음속 생각을 나누게 하며,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되살려 준다. 유배지에서 편지는 두 사람을 이어 주는 작은 다리가 되었을 것이다.<br/><br/>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그 다리는 이어질 것이다. 수백 년 전에 쓰인 마음을 지금 읽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사람의 처지는 시대에 따라 달라져도 그리움과 외로움, 이해받고 싶은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br/><br/><br/>형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을 관찰하고 기록했으며, 동생 정약용은 강진에서 학문과 저술을 이어 갔다. 두 사람은 같은 정치적 사건으로 유배되었지만 각자가 마주한 환경과 일상은 달랐다. 그럼에도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처한 현실 속에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br/><br/>책에 등장하는 섬마을 서당은 특히 의미 있게 다가온다. 정약전은 자신만의 연구에 몰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칠 공간을 마련한다. 정약용 역시 강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학문을 이어 갔다. 두 사람에게 배움은 자신의 지식을 쌓는 일이면서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이기도 했다.<br/><br/>이 부분을 읽으며 배움이란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서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보다 조금 더 넓게 이해하기 위해 배우는 일, 자신의 지식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일도 충분히 의미 있다.<br/><br/>누군가는 배움의 적절한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조건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포기한다. 나 역시 무엇인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느끼거나, 지금의 환경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다.<br/><br/>하지만 정약전과 정약용의 삶을 떠올리면 배움에는 하나의 정해진 장소나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궁궐과 관직에서 멀어졌다고 학문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고, 원하는 곳에 머물 수 없다고 해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할 가능성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br/><br/>부당한 현실은 부당한 현실로 남아 있지만, 그 안에서도 인간은 배우고 관계를 맺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다는 데 있다.<br/><br/>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가능성이 아닐까.<br/><br/><br/>《흑산》은 정약전의 편지 형식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동시에 흑백 연필화로 독자를 흑산의 세계에 데려간다. 고정순 작가는 [자산어보]에 기록된 해양생물과 흑산의 풍경을 자신만의 흑백 그림으로 재현했다. 원작의 글에 그림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림책 《흑산》은 글로 기록된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br/><br/>이 책에서 흑백이라는 표현 방식이 이야기의 정서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br/>화려한 색채가 없기에 검은 바다의 깊이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움직임, 외로운 섬의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게 만들었다.<br/><br/>검은색은 때로 두려움과 상실을 상징하지만, 이 책에서 흑산의 바다는 수많은 생명이 있고, 어부들의 노동이 있으며, 아이들의 배움이 있고, 정약전의 관찰과 발견이 있다.<br/><br/>처음에는 자신을 가두는 공간처럼 느껴졌던 바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지식을 만나는 세계가 된다는 점에서, 바다는 정약전의 내면을 비추는 풍경처럼 읽힌다.<br/><br/>고정순 작가가 정약전의 삶에 주목한 이유도 이 지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의 후반부에 실린 작가의 편지는 정약전의 유배와 작가 자신의 삶을 연결한다. 작가는 아픈 몸으로 인해 자유로운 이동과 경험에 제약을 받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배움의 길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br/><br/>여기서 두 사람의 삶을 동일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약전이 겪은 정치적 유배와 작가가 겪는 신체적 제약은 서로 다른 경험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한계 앞에서도 배움과 창작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자 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삶은 서로를 비추는 듯하다.<br/><br/>정약전은 바다를 관찰하며 글을 썼고, 고정순 작가는 그가 바라보았을 세계를 연필로 그려 낸다. 그렇게 한 시대의 학문과 또 다른 시대의 예술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림은 글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외로움과 생명력을 함께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br/>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어에 관한 이야기다.<br/>흑산의 바닷가에는 인어를 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여러 의미를 덧붙인다. 정약전은 자신이 직접 확인하지 못한 이야기를 사실로 단정하지 않고, 소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져 나가는지 생각한다.<br/><br/>이 장면은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학자의 태도와 연결된다. 눈앞에 나타난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실제로 관찰한 것과 전해 들은 것을 구분하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에 무조건 기대지 않는 자세다.<br/><br/>정약전이 바다 생물을 자세히 살피고 기록했던 것처럼 오늘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전에 그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호기심은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게 하는 출발점이지만, 호기심이 곧 믿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관찰과 검증,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가 함께할 때 비로소 이해는 깊어진다.<br/><br/><br/>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 보는 일과도 닮아 있다. 내가 직접 가 보지 못한 곳의 풍경을 만나고, 살아 보지 못한 시대의 고민을 이해하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의 생각을 따라가 볼 수 있다. 책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 줄 수 있다. 지금의 환경이 내 삶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 줄 수 있다.<br/><br/>정약전이 흑산의 바다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듯이 고정순 작가는 책을 통해 정약전을 만났고, 그 만남을 다시 그림책으로 만들어 독자에게 건넸다. 그렇게 한 사람의 배움이 다른 사람의 배움으로 이어지고, 한 사람의 기록이 또 다른 사람의 창작을 이끌어 낸다.<br/><br/>이 연결이 참 좋았다.<br/><br/>배움은 혼자 시작할 수 있지만 언제나 혼자만의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내가 알게 된 것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받아들이며, 또 다른 이야기가 탄생한다. <br/><br/>우리가 남기는 모든 기록이 업적이 될 필요는 없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한 문장,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적어 둔 기록, 다른 사람과 나눈 작은 배움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과 연결하려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br/><br/><br/>정약전은 흑산의 바다를 관찰하며 자신의 시간을 채웠지만, 그 바다를 바라보며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멀리 떨어진 동생이었다. 새로운 생물을 발견하면 보여 주고 싶었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면 함께 웃고 싶었으며,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 줄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그의 기록은 차가운 지식에 머물지 않고 한 인간의 삶을 품은 이야기로 다가온다.<br/><br/><br/>익숙한 일상이라는 이유로 주변의 세계를 무심히 지나치고 있지는 않을까. <br/>곁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일을 너무 쉽게 미루고 있지는 않을까. <br/>그리고 내가 원하는 환경에 놓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 할 수 있는 배움까지 포기하고 있지는 않을까.<br/><br/>《흑산》은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br/><br/>때로 삶은 우리를 원하지 않는 곳에 데려다 놓는다. <br/>계획이 어긋나고, 관계가 멀어지고, 몸과 환경이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잃어버린 것만 바라보느라 지금 곁에 남아 있는 가능성을 놓치기도 한다.<br/><br/>정약전의 삶이 내게 전해준 것은 고난이 사라지지 않는 순간에도 세상을 관찰하고, 배우고,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삶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 한 사람만의 기록이 되고, 훗날 다른 사람에게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br/><br/>검은 바다라고 해서 그 안에 빛이 없는 것은 아니다.<br/><br/>정약전에게 흑산의 바다는 처음부터 친숙한 세계가 아니었다. 두려움과 외로움이 깃든 장소였지만, 그곳을 오래 바라보고 배우는 동안 새로운 생명의 세계가 열렸다. 동생을 향한 그리움은 편지가 되었고, 바다를 향한 호기심은 [자산어보]가 되었으며, 그 기록은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 고정순 작가의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났다.<br/><br/>한 사람의 유배가 다른 사람의 배움이 되고, 오래전 형제의 편지가 오늘의 독자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 책이 가진 힘은 어쩌면 이런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br/><br/>나 역시 지금의 삶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고 싶다. 당장 상황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배우는 마음을 놓지 않고,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미루지 않으며,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br/><br/><br/>몸이 머무는 곳이 삶의 전부는 아니며, <br/>지금의 한계가 앞으로의 배움까지 가두지는 않는다.<br/><br/>그 사실을 일깨워 준 《흑산》. <br/>검은 바다를 건너온 형제의 그리움은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속에서 <br/>또 다른 길이 되어 흐른다.<br/><br/>_<br/><br/>#흑산 #고정순 #만만한책방 <br/>#그림책 #어린이문학 #문학 #동화책 #동화책추천 #책육아 <br/>#정약용 #정약전 #어린이책추천 #아동도서 #아이책추천 #아이맘 <br/>#신간 #책소개 #책추천 #도서추천 #도서리뷰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73/40/cover150/k82213024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734070</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직장을 잃은 거지, 나를 잃은 건 아니니까. - [해고된 김에 교토 - 조각난 자존감을 모으는 시간]</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3793</link><pubDate>Thu, 15 Oct 2026 18: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379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1389&TPaperId=1757379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2/13/coveroff/k42213138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1389&TPaperId=1757379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해고된 김에 교토 - 조각난 자존감을 모으는 시간</a><br/>노푸름 지음 / 상록의서가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아침이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주어진 일을 해내고,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아 올리다 보면 어느새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을 넘어 나를 설명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어디에서 일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얼마나 인정받는지가 한 사람의 능력과 가치를 말해 주는 것처럼 여겨진다.<br/><br/>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자리를 잃는다면 어떨까. 그동안 성실하게 살아왔다는 사실까지 부정당한 기분이 들지는 않을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보다, 더 이상 자신을 소개할 말이 없다는 사실이 먼저 서글퍼질지도 모른다.<br/><br/><br/>《해고된 김에 교토》는 회사에서 해고된 한 사람이 교토로 떠난다. 언뜻 보면 실직을 계기로 떠나는 여행 에세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행보다 더 깊은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이 무엇으로 가치를 증명해 왔으며, 그것을 더는 증명할 수 없게 되었을 때에도 자신을 믿을 수 있을지.<br/><br/>해고는 고용관계의 종료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매일 출근하던 곳이 사라지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흔들리고, 미래를 위해 세워 놓았던 계획들이 한순간에 불확실해진다.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타인의 시선보다도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순간일 것이다.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갑자기 의심의 대상이 되고,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잘못된 선택의 연속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br/><br/>《해고된 김에 교토》. 그래서 제목에 해고라는 사건에 여행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순간, 무너진 일상에 작은 틈이 생긴다. 삶에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들이 있다. 아무리 성실하게 준비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 최선을 다했는데도 인정받지 못하는 일,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끝나 버리는 관계와 기회가 있다. <br/>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원인을 찾고, 잘못을 돌아보고, 다음에는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쓴다. 물론 반성과 개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실패를 자신의 부족함으로만 해석하기 시작하면 삶은 끝없는 자기 심사가 된다.<br/><br/>이 책을 읽으며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 심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데 너무 익숙하다. 학교에서는 성적을, 직장에서는 성과를, 사회에서는 지위와 경제력을 통해 자신이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 확인받는다. 그러다 보면 평가받지 않는 시간조차 불안해진다. 쉬면서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하루를 보내면 괜히 죄책감이 든다.<br/><br/>그런 우리에게 저자는 여행이라는 공간을 통해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br/>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 이외에 낯선 길에서 헤매고, 계획에 없던 일을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기도 하다. 때로는 제대로 보지 못한 풍경이 아쉽고, 사소한 실수 하나에 하루의 계획이 어그러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여행은 실패한 하루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길을 잃었기 때문에 발견한 골목이 있고,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에 오래 기억하는 순간이 생긴다.<br/><br/>그렇다면 왜 일상에서는 같은 실수를 그렇게 쉽게 실패라고 단정하는 걸까.<br/>낯선 곳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소동과 유쾌한 에피소드들은 잠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주지만, 여행이 끝난 뒤에도 현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취업의 어려움과 면접의 긴장,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과 마주했을 때 되살아나는 감정까지. 마음은 여행 가방처럼 간단하게 정리되지 않는다.<br/><br/><br/>🔖“해고는 내 자리를 지워 버렸지만, 사람까지 지워 버리지는 못했다.” <br/><br/>직장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오랜 시간 쌓아 온 경력과 능력을 펼치는 장소이자,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경제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니 직장을 잃는 일이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상실의 크기를 가볍게 여기거나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할 수도 없다.<br/><br/>하지만 직장이 나의 일부라는 사실과 직장이 나의 전부라는 믿음은 다르다.<br/>이 문장이 건네는 위로는 현실을 부정하는 낙관이 아니다. 직장을 잃었으니 이제 자유롭게 살면 된다는 식의 가벼운 격려도 아니다. 잃어버린 것의 무게를 인정하면서도, 그 상실이 나라는 사람 전체를 설명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는 제안이다.<br/><br/>이 태도가 실직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 오랫동안 준비한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은 사람, 관계의 끝에서 자신을 탓하는 사람,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아 조급해하는 사람에게도 같은 생각이 필요하다. <br/><br/>지금 잃은 것은 무엇이며, 그 상실 때문에 내가 가진 모든 것까지 잃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br/><br/>실패는 하나의 사건이지, 사람에게 붙여 놓을 영구적인 이름이 아니다.<br/><br/><br/>책 속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교토의 오래된 공간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다. <br/>100년 전통의 스마트 커피, 낡은 목조 가옥을 살린 블루보틀 교토, 전통 향과 종이를 다루는 큐쿄도, 지역의 디자인과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디앤디파트먼트 등. 이곳들은 오래된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어 갈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공간들이다.<br/><br/>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오래되었다는 것은 종종 뒤처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낡은 것은 새것으로 교체하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개선하고, 지금의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은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래된 건물은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허물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채 새로운 쓰임을 얻을 수도 있고, 과거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지금의 삶과 공존할 수도 있다. <br/><br/>교토의 공간들이 보여주는 매력은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는 데 있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것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 있다.<br/><br/><br/>저자가 교토에서 마주하는 공간과 사람들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쓸모가 다했다고 여겨지는 것에도 새로운 역할이 생길 수 있고, 완벽하지 않은 것에도 고유한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br/><br/>🔖“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br/><br/>짧지만 마음에 맴도는 문장이다. 우리는 부족한 것을 발견하면 가장 먼저 채우려 한다. 남들보다 부족한 능력, 부족한 돈, 부족한 경험, 부족한 성취를 헤아리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애쓴다. 물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결핍을 제거해야만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삶은 끝나지 않는 보충 수업이 되고 만다.<br/><br/>결핍은 무조건 채워야 하는 빈칸이 아니라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 실패를 경험했기에 내가 그동안 무엇에 지나치게 의존했는지 알게 될 수 있고, 익숙한 역할을 잃었기에 그 역할 바깥에 존재하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전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 순간이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br/><br/>결핍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면, 그 안에서도 다른 길을 찾아볼 여지는 남아 있다.<br/><br/>이 책의 유쾌함 역시 그런 여지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공항에서의 뜻밖의 만남, 낯선 식당에서 벌어지는 소동, 노래를 부르며 느끼는 소박한 즐거움, 여행 중 휴대전화 배터리가 나가는 난감한 상황까지. 여행은 멋진 풍경과 감동적인 깨달음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당황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br/><br/>이런 장면들이 해고라는 무거운 주제와 어울린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br/>삶이 흔들릴 때,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웃음이 상처를 없애 주지는 않지만, 상처가 삶의 모든 장면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작은 틈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br/><br/>잠깐 웃었다고 해서 덜 힘든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루 동안 즐거웠다고 해서 내일의 불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즐거움은 필요하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 있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노래를 듣고, 낯선 골목을 걷고, 누군가와 다정한 말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런 사소한 경험들이야말로 삶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일 수 있다.<br/><br/><br/>🔖“저는 실패 컬렉터인데, 이만하면 훌륭한 컬렉션이죠.” <br/><br/>실패를 컬렉션에 비유하는 시선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컬렉션은 각기 다른 물건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실패 역시 마찬가지다. 실패한 경험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고 무엇을 견뎌 왔는지 돌아볼 수는 있다.<br/><br/>실패를 컬렉션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그저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자신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까울 것의 의미일 것이다. 실패를 겪은 자신에게도 다시 시도할 기회를 허락하는 것,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자기 존중일 것이다.<br/><br/>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일의 의미이기도 하다. 일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면서 동시에 사회와 연결되는 방식이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성취감을 얻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일을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누구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까지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일 것이다.<br/><br/><br/>사람은 종종 쉬기 위해서도 이유를 필요로 한다. 충분히 일했기 때문에, 아파서, 지쳐서, 혹은 다음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휴식마저 미래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로 설명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반드시 무언가를 생산해야만 하루를 살아갈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다.<br/><br/>때로는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시간,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시간, 그저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런 시간까지 실패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언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br/><br/><br/>《해고된 김에 교토》가 건네는 위로는 당장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재촉하지 않는다. 모든 경험에서 교훈을 얻으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지금의 상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상처가 앞으로의 삶을 전부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고 이야기한다.<br/><br/>책을 덮고 나면 교토의 풍경보다도 그 풍경을 바라보던 시선이 오래 남을 것 같다. <br/>낡은 공간을 무조건 허물지 않고 새로운 쓰임을 찾아가는 태도, 계획대로 되지 않은 여행에서도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는 마음, 실패를 없애기보다 실패한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방식. <br/><br/>남들이 정한 속도에 맞추지 못하면 뒤처졌다고 생각하고, 계획에서 벗어나면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판단하며,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았을까. <br/><br/>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과거의 자신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완벽하게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여전히 불안하고, 때로는 자신이 없고, 실패의 기억이 남아 있더라도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선택부터 시작할 수 있다.<br/><br/><br/>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 괜찮아질 것이라는 확신보다, 아직 괜찮지 않은 자신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낯선 도시의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친절에서, 계획에 없던 웃음에서, 오늘 하루를 무사히 건너온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에 찾아올지도 모른다.<br/><br/>해고는 한 직장에서의 끝일 수 있지만, 한 사람의 가능성까지 끝내는 사건일 필요는 없다. 실패는 삶의 한 장면일 수 있지만, 그 장면만으로 전체 이야기를 결론 내릴 수는 없다.<br/><br/>책을 덮으며 나 자신에게도 속삭여본다.   <br/>'아직 내게 남아 있는 것들을 너무 쉽게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br/><br/>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지금의 나를 함부로 포기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르겠다.<br/>지금의 삶의 페이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책 전체를 덮어 버릴 필요는 없으니까.<br/><br/>_<br/><br/>#해고된김에교토 #노푸름 #상록의서가 #서평단 <br/>#에세이 #에세이추천 #여행 #여행에세이 #여행도서 <br/>#신간 #책추천 #도서추천 #북리뷰 #책리뷰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2/13/cover150/k42213138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721375</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역사는 지나갔지만 인간의 본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사람을 읽는 힘, 사기열전 - 2천 년 전 고전에서 배우는 70가지 인생 수업]</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1933</link><pubDate>Wed, 14 Oct 2026 18: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7193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1586&TPaperId=1757193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15/40/coveroff/k03213158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1586&TPaperId=1757193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람을 읽는 힘, 사기열전 - 2천 년 전 고전에서 배우는 70가지 인생 수업</a><br/>김태현 지음, 사마천 원작 / 리텍콘텐츠 / 2026년 10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없이 많은 선택 앞에 놓인다. <br/>누군가를 믿어야 할지 의심해야 할지, 눈앞의 기회를 붙잡아야 할지 한발 물러서야 할지, 끝까지 버티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물러나는 것이 현명한지 고민한다. 때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실패하고, 진심을 다했음에도 배신당하며, 능력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좌절하기도 한다.<br/><br/>그럴 때면 문득 궁금해진다. 인간관계에서 반복되는 갈등과 권력 앞에서 드러나는 민낯, 성공한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가 달라지고 세상이 발전해도 인간은 왜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일까.<br/><br/>사마천의 [사기]를 김태현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낸 《사람을 읽는 힘, 사기열전》은 2천 년 전의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오늘의 인간관계와 조직, 성공과 실패, 선택과 후회를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br/><br/>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지나간 시대를 공부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나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br/><br/>사마천의 [사기]가 오랜 세월을 넘어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왕과 장군, 재상과 유세가, 상인과 자객의 삶은 서로 다른 시대와 환경 속에 놓여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욕망과 두려움, 자존심과 신념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br/><br/><br/>역사를 떠올리면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나 나라를 세운 영웅부터 생각하게 된다. 누가 전쟁에서 승리했고, 누가 권력을 차지했으며, 누가 시대를 바꾸었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성공이라는 결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사정이 존재한다.<br/><br/>뛰어난 능력을 지녔어도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해 무너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능력보다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으로 기회를 얻는 사람도 있다. 충성을 다하고도 의심받는 사람이 있고, 원칙을 지켰음에도 끝내 세상으로부터 보상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br/><br/>《사기열전》의 매력은 인간을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으로 단순하게 구분하지 않는 데 있다. 한 인물 안에서도 지혜와 어리석음이 공존하고, 용기와 오만이 맞닿아 있으며, 의리와 욕망이 충돌한다.<br/><br/>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반드시 훌륭한 인격을 갖춘 것은 아니며, 실패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눈에 보이는 결과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그 사람이 처했던 상황과 선택의 배경, 그리고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진실을 놓치기 쉽다.<br/><br/>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사람을 읽는 힘'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사람을 읽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 보거나 타인의 약점을 이용하는 기술만을 뜻하지 않는다. 말과 행동 사이의 간격을 살피고, 그 사람이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이해하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모습을 성급하게 단정하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br/><br/>사람을 보는 안목은 타인의 속내를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능력보다, 내가 보고 싶은 모습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br/><br/><br/>PART 1과 PART 2에서 다루는 야망과 처세, 권력의 흥망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강력한 동력이면서 동시에 위험한 함정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br/><br/>범저와 채택의 이야기에서는 복수와 성취의 끝에서 멈출 줄 아는 지혜를, 여불위의 이야기에서는 부와 권력의 관계를, 이사의 이야기에서는 야망이 파멸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성공을 이루는 능력과 성공을 지켜 내는 지혜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br/><br/>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때로 집요함이 필요하다. 부당한 상황을 견디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며,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은 뒤에도 계속 더 높은 곳만 바라본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던 욕망이 어느 순간 삶 전체를 지배하는 목적이 될 수도 있다.<br/><br/>특히 인상 깊은 것은 복수라는 감정에 관한 문제다.<br/>억울한 일을 겪으면 상대방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다. 부당한 일을 바로잡고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의지는 때로 다시 일어설 힘이 된다. 그러나 복수에 성공하는 것과 그 이후에도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br/><br/>이 책의 범저와 채택 이야기는 바로 그 경계에서 내가 지금 붙잡고 있는 것이 정당한 목표인지, 아니면 과거의 상처가 만들어 낸 집착인지 스스로 구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br/><br/>모든 싸움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언제 싸움을 끝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br/><br/>직장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개인의 삶에서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지나치면 타인의 평가에 매달리게 되고,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지나치면 이미 얻은 것의 가치를 잊기 쉽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정당함을 증명하려다 정작 자신이 지키려던 삶을 놓치는 일도 생긴다.<br/><br/>절제란 욕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나를 어디까지 끌고 가도록 허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능력일 것이다.<br/><br/><br/>PART 3의 리더십과 용인, PART 4의 신념과 의리를 읽으며 생각하게 되는 부분은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갖는 무게다.<br/><br/>대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력은 중요하다. 그러나 실력만으로 모든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야 재능이 세상에 드러나기도 하고, 어려운 순간에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다시 일어설 수 있기도 하다.<br/><br/>관중과 포숙아의 관계를 다루는 이야기가 오랫동안 회자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당장 보여 주는 성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때로는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안목이 그 사람 자신의 능력만큼이나 중요하다.<br/><br/>반대로 능력과 신뢰가 언제나 함께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뛰어난 인재를 곁에 두고도 의심 때문에 그를 잃을 수 있고, 오랫동안 쌓아 온 우정도 자존심과 이해관계 앞에서 무너질 수 있다.<br/><br/>이러한 이야기는 현대의 조직에서도 낯설지 않다.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제도와 규칙만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는지, 성과를 나누는 과정이 공정한지에 따라서도 조직의 방향은 달라진다.<br/><br/>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유능한 사람을 알아보는 눈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태도일 것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br/>나를 무조건 칭찬하는 사람보다 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필요한 순간에는 솔직하게 말해 주는 사람이 더 소중할 수 있다.<br/><br/>다만 신뢰한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과 잘못된 행동을 용인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진정한 신뢰는 서로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관계에서 자란다.<br/><br/>책을 읽고 사람을 읽는 힘이란 누구와 함께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믿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br/><br/><br/>PART 4의 신념과 의리, PART 7의 인생과 허무에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은 조금 더 묵직하다.<br/><br/>올바르게 살아가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br/>정직한 사람은 결국 인정받고, 원칙을 지킨 사람은 언젠가 보상받을 수 있을까.<br/><br/>사람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그래야 힘든 순간에도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부정한 사람이 이익을 얻기도 하고, 정직한 사람이 손해를 보기도 하며,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킨 사람이 오히려 외면받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사마천의 기록은 쉽게 위로하거나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br/><br/>책 속 백이 열전의 주제인 '하늘의 도는 과연 공평한가'라는 물음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선하게 살아야 할 이유는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결과와 상관없이 지켜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인가를 묻게 한다.<br/><br/>만약 정직함이 언제나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직할 필요가 없을까. 신의를 지키는 일이 때로 손해가 된다면 약속을 가볍게 여겨도 되는 것일까.<br/><br/>이 질문 앞에서 결과와 가치의 차이를 생각하게 된다.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중요하지만, 결과가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과정까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옳은 선택의 의미가 전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br/><br/>물론 원칙을 지킨다는 이유로 자신을 끝없이 희생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감내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신념에도 현실을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의리에도 자신을 지키는 경계가 필요하다.<br/><br/>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br/><br/>세상이 반드시 공정하리라는 믿음보다, 공정하지 않은 순간에도 내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태도가 더 현실적인 지혜일 수 있다.<br/><br/>이것이 고전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깊은 질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br/><br/><br/>PART 6의 경계인의 초상은 특히 흥미롭다. 토사구팽당한 한신과 비운의 명장 이광, 제국의 영광과 비극을 함께 짊어진 몽염의 이야기는 능력과 공적이 반드시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br/><br/>큰일을 이루는 데 필요한 사람과 그 일이 끝난 뒤에도 필요한 사람은 다를 수 있다. 전쟁 중에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 평화가 찾아온 뒤에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데 기여한 인물이 그 질서에 적응하지 못해 밀려나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오늘의 시선으로 읽으면 조직과 사회에서 개인이 놓인 위치를 생각하게 된다.<br/><br/>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더라도 자신이 속한 환경의 변화와 권력의 이해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반대로 조직이 개인의 능력을 이용하면서도 그 사람의 희생과 기여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처세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br/><br/>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환경을 읽되 무엇을 지킬 것인지 결정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이 어떤 관계와 구조 안에서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일이다.<br/><br/>특히 한신의 이야기에서 유명한 '토사구팽'의 고사는 성공의 이면을 돌아보게 한다.<br/>책 속 문장인 🔖“교활한 토끼를 다 잡으면, 좋은 사냥개를 삶아 먹고, 높이 나는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을 감추며, 적국을 깨뜨리면, 모신(계략을 내는 신하)은 죽는다.”는 공을 세운 사람이 오히려 쓸모를 다한 뒤 버려질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드러낸다.<br/><br/>이 문장은 누군가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는 관계는 그 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조직이든 개인적인 관계든, 상대방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존중마저 거두어 버린다면 그동안 쌓은 신뢰는 얼마나 쉽게 무너질 것인가.<br/><br/>동시에 이 고사는 우리에게 자신의 가치를 외부의 인정에만 맡기지 말라는 질문도 남긴다. 내가 이룬 성과가 사라지거나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나의 존재와 삶의 가치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br/><br/><br/>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지만, 그 이해의 방향은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온다.<br/><br/>타인의 욕망과 실수를 관찰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누군가의 오만함이나 탐욕, 경솔한 판단은 비교적 쉽게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자신이 비슷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의 욕심은 정당한 목표가 되고, 나의 고집은 신념이 되며, 나의 실수는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설명되기 쉽다.<br/><br/>그래서 역사 속 인물의 삶을 읽는 일은 타인 분석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br/><br/><br/>책 속 문장 가운데 🔖“나라를 다스림은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데 있지 아니하고, 오직 힘써 실천함을 어찌 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는 말도 눈길을 끈다.<br/><br/>이 문장을 오늘의 삶에 비추어 보면,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 사이의 간격을 생각하게 된다. 좋은 책을 읽고 좋은 문장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관계에서 배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도 막상 감정이 상하면 상대방을 배려하기 어렵고,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도 욕심이 앞서면 멈추기 힘들다.<br/><br/>지혜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보다 알고 있는 것을 실제 삶에서 어떻게 실천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br/><br/>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인물이 저지른 실수를 비웃거나 그들의 선택을 평가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이 내 앞에 놓였을 때 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br/><br/>사람을 읽는 힘이 깊어진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관찰하고, 판단의 오류를 인정하며, 필요하다면 지금까지의 선택을 수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일일 것이다.<br/><br/><br/>《사람을 읽는 힘, 사기열전》은 방대한 열전을 일곱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야망과 처세에서 시작해 권력과 리더십, 신념과 전략, 소외된 영웅들의 삶을 거쳐 인간 존재의 본질과 허무에 이르는 흐름은 사람의 인생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br/><br/>이러한 구성은 고전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역사적 배경과 인물 관계를 모두 파악하려 하기보다, 지금 자신의 관심사와 맞닿은 주제부터 읽으며 생각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br/><br/>직장과 조직에서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리더십과 용인에 관한 이야기에 눈길이 갈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신뢰와 배신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의리와 우정에 관한 열전이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br/><br/>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고 있지만 어느 순간 무엇을 위해 애쓰는지 혼란스러워진 사람에게는 야망과 절제에 관한 이야기가 또 다른 질문을 건넬 수 있다.<br/><br/><br/>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의 우리에게 의미를 갖는 순간은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다. 역사는 수천 년 전에 끝났지만, 그 속에 담긴 인간의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인정받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며, 성공을 바라면서도 실패를 두려워한다.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욕망에 흔들리고, 때로는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선택을 후회한다.<br/><br/>그렇다면 오래된 기록을 읽는 일은 지금의 나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여행일 것이다. 사람을 읽는다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다음 선택을 돌아보는 일이다.<br/><br/>_<br/><br/>#사람을읽는힘사기열전 #사마천 #김태현 #리텍콘텐츠 <br/>#인문 #교양 #동양철학 #신간 #인생도서 #사기열전 <br/>#책리뷰 #도서리뷰 #서평 #서평단 #책추천 #도서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15/40/cover150/k03213158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154016</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AI를 도입하는 시대에서, AI와 함께 경영을 다시 설계하는 시대로. - [AI로 경영을 재설계하라]</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7832</link><pubDate>Mon, 12 Oct 2026 15: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78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1500963&TPaperId=175678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21/71/coveroff/893150096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1500963&TPaperId=175678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AI로 경영을 재설계하라</a><br/>이동권 외 지음 / 성안당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AI가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지, 어떤 업무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는 이제 낯설지 않다. 글을 쓰고, 자료를 분석하고, 복잡한 정보를 정리하는 일까지 AI가 맡아 주는 시대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개인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해 AI 활용법을 익힌다. <br/><br/>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br/>정말 새로운 시대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br/>익숙한 방식은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AI라는 편리한 도구만 얹고 있는 것은 아닐까?<br/><br/>《AI로 경영을 재설계하라》는 AI를 업무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기업의 전략과 조직, 운영 방식, 비즈니스 모델까지 근본적으로 다시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기술을 받아들이는 인간과 조직은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묻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br/><br/>특히 인상적인 것은 AI의 도입 자체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br/>새로운 프로그램을 구매하고,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처리 시간을 단축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바뀌었다면 그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고,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면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 역시 달라져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를 통해 무엇을 새롭게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br/><br/>이 책은 익숙한 업무의 틀을 유지한 채 효율만 높이려는 접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이끈다. AI 시대의 변화는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일하고 판단하고 성장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는 문제라는 사실을 일깨운다.<br/><br/><br/>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비유는 DX와 AX의 차이를 내비게이션과 자율주행에 빗댄 설명이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지만, 실제로 방향을 결정하고 운전대를 조작하는 것은 사람이다. 반면 자율주행은 주어진 목적을 향해 시스템이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판단하며 움직이는 단계로 나아간다.<br/><br/>이 비유를 따라가다 보면 AI를 활용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br/>기존의 업무에 AI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AI가 업무의 일부를 판단하고 실행하도록 설계하는 것은 분명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전자가 기존 체계 안에서 효율을 높이는 일이라면, 후자는 그 체계 안에서 인간과 AI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부터 다시 정하는 일이다.<br/><br/>물론 현실의 AI가 언제나 정확하게 판단하거나 인간의 개입 없이 모든 일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율적으로 실행하는 시스템일수록 오류와 예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누가 결과를 검토하고 책임질 것인지에 관한 설계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서 자율주행이라는 비유는 기술의 발전 가능성뿐 아니라 그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까지 생각하게 한다.<br/><br/>'어떤 AI를 도입할 것인가?'에서 멈추지 말고 <br/>'AI 시대에 맞게 무엇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br/><br/>이와 같이 질문의 방향이 달라지면 해결책도 달라진다.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을 찾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업무 절차가 정말 필요한지,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AI에 맡겨도 되는 일은 어디까지인지 살펴보게 된다.<br/><br/>이 대목은 기업 경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꼈다. 사람 역시 새로운 도구를 배울 때 기존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한 채 편리함만 더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정작 절약한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효율은 높아졌는데 삶의 방향은 그대로라면, 과연 무엇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br/><br/><br/>기술의 발전이 곧바로 삶의 발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 <br/>이 책의 경영 재설계라는 개념은 그런 점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br/><br/><br/>책에서 특히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AI를 생산성 도구가 아닌 판단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이다.<br/><br/>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업무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의사결정의 질까지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기준으로 내린 판단을 자동화하면 잘못된 결과가 더 빠르게 반복될 수 있고, 부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은 그럴듯한 결론을 내놓더라도 실제 상황과 어긋날 수 있다.<br/><br/>따라서 AI를 활용할 때는 무엇을 자동화할 것인지에 앞서 어떤 판단이 필요한지부터 살펴야 한다. 데이터가 제공하는 정보와 인간이 현장에서 쌓아 온 경험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 AI의 제안을 어떤 기준으로 검증할 것인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개입할 것인지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br/><br/>이러한 관점은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역할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과도 거리를 둔다. 인간이 직접 처리하던 모든 일을 붙잡고 있는 대신, AI가 맡을 일과 인간이 책임져야 할 일을 구분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 있다.<br/><br/>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에서 AI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별 추천을 제안한다고 생각해 보자. 분석 속도와 처리량은 크게 개선될 수 있지만, 어떤 고객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지, 고객의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매출과 고객 신뢰가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AI가 분석을 수행하더라도 기업이 지켜야 할 원칙까지 저절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br/><br/>재무와 인사, 개발, 생산 등 다른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br/>기술은 선택지를 넓히고 판단을 보조하거나 일부 실행을 맡을 수 있지만, <br/>조직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기준까지 대신 정해 주지는 않는다.<br/><br/>그래서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기술을 다루는 능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br/>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예외 상황에서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 역시 중요하다.<br/><br/>AI를 잘 사용하는 조직은 AI를 많이 사용하는 조직이 아니라, AI가 내놓은 결과를 어떤 원칙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지 알고 있는 조직일 것이다.<br/><br/><br/>이 책은 경영 재설계의 대상을 고객 경험, 운영 체계, 조직 구조,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구분한다. 이 구성은 AI 전환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경영 과제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br/><br/>먼저 고객 경험의 변화다. 과거에는 고객을 연령이나 성별, 구매 이력과 같은 비교적 고정된 기준으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과 필요에 따라 원하는 경험은 달라질 수 있다. 고객을 하나의 고정된 유형으로 이해하는 데서 벗어나 그 순간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은 개인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br/><br/>다만 고객의 상황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언제나 더 좋은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정보 수집이나 불투명한 추천은 고객에게 불편함과 불신을 줄 수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고객에게 바람직한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고객 경험의 재설계에는 편리함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선택권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br/><br/>두 번째는 운영 체계다. 책은 정해진 절차를 반복하는 자동화에서 벗어나 예측과 조정, 최적화가 이어지는 지능형 운영을 강조한다. 이는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의 징후를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라고 이해할 수 있다.<br/><br/>기업의 운영은 수많은 변수와 연결되어 있다. 수요 변화, 재고 부족, 생산 일정의 지연, 고객 문의의 증가 등 한 영역의 변화가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연결을 파악하고 적절한 시점에 대응하는 데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운영은 비용을 줄이는 활동을 넘어 기업의 대응 능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br/><br/>세 번째는 조직 구조다. 책은 조직을 사람의 수나 직급의 배열로만 바라보지 않고, 누가 어떤 판단을 맡고 어떤 책임을 지는지를 중심으로 다시 생각하도록 제안한다.<br/><br/>AI가 일부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관리자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모든 작업을 직접 확인하고 지시하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업무의 기준을 설정하고, 결과를 검토하며, 구성원이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br/><br/>하지만 인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알고리즘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쌓인 지식에는 데이터로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맥락과 판단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AI 전환이 사람이 가진 역량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려면 교육과 역할 재설계, 책임에 대한 합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br/><br/>마지막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관계가 끝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제품 사용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와 고객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지속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방향을 다룬다.<br/><br/>이러한 변화는 기업이 고객에게 무엇을 판매하는지뿐 아니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어떤 가치를 장기적으로 제공할 것인지 묻게 한다. 다만 모든 기업이 데이터 기반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사업의 특성과 고객의 요구, 보유한 역량에 따라 적합한 모델은 달라질 수 있다.<br/><br/>네 가지 축을 살펴보면서 느낀 것은 경영 재설계에 정해진 만능 공식은 없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유행하는 기술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장 의미 있는 변화부터 시작하는 일이다.<br/><br/><br/>이 책의 실무적인 강점으로는 AI 적용 수준을 L1부터 L5까지 구분하는 진단 모델을 들 수 있다.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단계에서 보조자, 운영자, 행위자, 자율적인 전략적 힘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구분하고, 조직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점검하도록 안내한다.<br/><br/>이 모델을 읽으며 떠오른 생각은 AI 전환을 단순히 도입 여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AI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조직에 따라 활용 수준은 다를 수 있다. 어떤 곳에서는 문서 작성이나 자료 요약에 활용하는 데 그치지만, 다른 곳에서는 여러 업무 시스템과 연결해 일정한 절차를 수행하거나 제한된 범위에서 판단과 실행을 맡길 수 있다.<br/><br/>그러나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 무조건 더 좋은 결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잘못된 판단이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의 위험도와 오류 발생 시의 피해, 결과를 되돌릴 수 있는지 여부,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br/><br/>책에서 다루는 HITL(Human-in-the-Loop)과 HOTL(Human-on-the-Loop)의 구분도 이러한 문제와 연결된다. <br/>인간이 각 단계의 판단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과 시스템을 감독하면서 필요한 경우 개입하는 방식은 서로 다른 책임 구조를 요구한다.<br/><br/>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개입을 무조건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 아니다. 어떤 업무에서는 사람이 매번 확인해야 하지만, 다른 업무에서는 일정한 기준과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예외 상황에 집중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그 경계를 정하는 일이야말로 기술과 경영이 만나는 지점일 것이다.<br/><br/>또한 책은 12주 프로젝트 로드맵과 업무별 우선순위 선정 매트릭스 등 실행을 위한 도구도 소개한다. 이러한 구성은 AI 전환을 막연한 미래 전략으로만 남겨 두지 않고 실제 업무의 문제와 연결해 생각하도록 돕는다.<br/><br/>특히 모든 업무를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영향도가 높고 실행 가능성이 있는 과제부터 시작하라는 방향은 현실적이다. 작은 범위에서 결과를 검증하고, 실패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한 뒤 확대하는 방식은 기술에 대한 기대와 실제 성과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br/><br/>다만 진단표나 로드맵은 출발점이지 성공을 보장하는 공식은 아니다. 조직의 규모와 데이터 환경, 구성원의 역량, 규제와 보안 요구에 따라 실행 과정은 달라져야 한다. 도구를 적용하는 것만큼이나 그 도구가 우리 조직에 적합한지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br/><br/><br/>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생각하게 된 부분은 AI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관한 이야기였다.<br/><br/>AI는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사람이 놓칠 수 있는 패턴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잘못된 정보가 입력되거나 데이터에 편향이 존재하거나, 질문 자체가 잘못 설정되면 결과 역시 왜곡될 수 있다. 그럴듯한 설명이 제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br/><br/>AI가 제시한 답변을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습관이 반복된다면 인간의 판단력과 비판적 사고가 약해질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스스로 질문하고 근거를 확인하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br/><br/>이 문제는 기업의 의사결정에서도 중요하다. 경영자가 AI가 제시한 분석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전략을 결정하거나, 구성원이 AI의 결과를 근거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한다면 조직은 취약해질 수 있다.<br/><br/>따라서 AI를 활용하는 능력에는 결과를 의심하고 확인하는 능력도 포함되어야 한다. 어떤 데이터에 근거했는지, 다른 해석은 가능한지, 결과가 현실과 맞는지,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br/><br/>특히 기업이 AI를 활용할 때는 개인정보와 기밀정보 보호, 데이터 접근 권한, 결과에 대한 감사 가능성도 중요하다. 편리함을 이유로 검증과 통제를 생략한다면 단기적인 효율이 장기적인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br/><br/>책에서 다루는 AI 기반 ESG 전략 역시 이러한 문제와 맞닿아 있다. AI를 활용해 환경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규제 대응을 지원할 수 있겠지만, 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성과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검증하며, 외부에 제시하는 정보가 사실과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br/><br/>AI 시대의 경쟁력은 무엇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에만 달려 있지 않다. <br/>무엇을 자동화해서는 안 되는지, <br/>어떤 결정에는 인간의 책임이 반드시 필요한지 판단하는 능력도 중요하다.<br/><br/>AI가 답을 제안할 수는 있어도, <br/>그 답을 어떤 기준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br/><br/><br/>《AI로 경영을 재설계하라》를 읽고 나면 AI를 통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먼저 생각하게 된다.<br/><br/>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만날 때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부터 찾는다. 어떤 기능이 있는지, 얼마나 편리한지, 다른 사람보다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익숙한 업무를 그대로 유지한 채 도구만 바꾼다면 기술이 가진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br/><br/>중요한 것은 변화의 목적이다. 업무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무엇을 줄여야 하는지 살펴야 하고,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고객에게 실제로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면 지금까지 유지해 온 방식 가운데 무엇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br/><br/>그 과정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속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br/>AI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보다 제대로 이해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다.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검증과 통제의 기준은 더욱 명확해야 하며, 새로운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결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br/><br/>반복적인 작업이 줄어든 자리에 더 깊은 사고와 창의적인 시도, 사람 사이의 소통과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 자리 잡을 수 있다면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효율 개선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br/><br/><br/>경영을 재설계한다는 것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며, 누구와 어떤 책임을 나눌 것인지 다시 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AI가 변화의 속도를 높여 주더라도 변화의 방향까지 저절로 정해 주지는 않는다.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과 함께 인간과 조직을 이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br/><br/>기술이 발전할수록 중요한 것은<br/>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 얼마나 현명하게 판단하는가일 것이다.<br/><br/>_<br/><br/>#성안당 #A로경영을재설계하라 #AI경영 #AX <br/>#경영전략 #신간 #신간소개 #도서리뷰 #책리뷰 <br/>#서평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21/71/cover150/893150096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217139</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인간의 조건을 묻는 기괴하고도 서늘한 이야기. - [셸리 숍앤센터]</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7670</link><pubDate>Mon, 12 Oct 2026 13: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767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12130846&TPaperId=175676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6/77/coveroff/k71213084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12130846&TPaperId=1756767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셸리 숍앤센터</a><br/>설재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08월<br/></td></tr></table><br/>※본 포스팅은 교보문고 VORA (@kyobobook_vora )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br/><br/>_<br/><br/>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이 되는가. <br/>몸인가, 마음인가, 아니면 타인을 대하는 태도인가.<br/><br/>설재인 작가의 《셸리 숍앤센터》는 버려진 인체 기관을 조합해 만들어진 생명체 ‘프랑’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순간이동에 버금가는 교통수단 웨일홀의 부작용으로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그렇게 버려진 인체 기관들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드는 재료가 된다는 설정부터 파격적이다. 여기에 인간의 취향에 맞춰 제작되고, 사랑받다가 버려지며, 심지어 죽은 뒤에도 재활용되는 프랑의 세계가 더해진다.<br/><br/>처음에는 기괴한 신체 묘사와 파격적인 세계관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불편함의 정체가 달라진다. 처음에는 프랑의 모습이 낯설고 기이하게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인간 사회가 더 섬뜩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br/><br/>몸이 조각나고 찢기는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은 누군가의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고, 자신의 필요가 사라지는 순간 그 존재의 가치마저 없애버리는 태도인지도 모른다.<br/><br/><br/>프랑은 인간이 버린 신체 기관을 재료로 만들어진다. 어떤 프랑은 팔이 여덟 개이고, 어떤 프랑은 코가 여러 개이며, 인간과 거의 구별할 수 없는 외형을 가진 존재도 있다. 인간은 자신의 취향에 맞춰 프랑을 주문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의 모습으로 소비한다. 하지만 그 사랑에는 분명한 조건이 붙어 있다. 인간이 원하는 모습이어야 하고, 인간의 말을 따라야 하며, 인간에게 쓸모가 있어야 한다.<br/><br/>이 설정을 보면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소유욕에 대해 생각했다.<br/><br/>반려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때로는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춰 행동하기를 바라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라기를 기대한다. 물론 현실의 반려동물과 소설 속 프랑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를 독립적인 존재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는 대상으로만 바라볼 때, 사랑은 얼마든지 통제와 소유의 형태로 변할 수 있다.<br/><br/>특히 프랑을 설명하는 광고 문구인 '개보다 나은 프랑'은 이 세계의 가치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의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훈련하기 쉽다는 점이 프랑의 장점으로 내세워진다. 여기에는 생명체의 가치를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지에 따라 평가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br/><br/>사랑받기 위해서는 사랑받을 만한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세계. <br/>쓸모가 없어진 순간 사랑받을 자격까지 사라지는 세계.<br/><br/>프랑의 비극은 바로 이 부분에서 시작되었다.<br/><br/>인간은 프랑을 만들었지만, <br/>그들이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지 결정할 권리까지 정당하게 갖게 된 것일까. 창조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대로 소유하고, 이용하고, 폐기해도 되는 것일까.<br/><br/>이러한 생각은 소설 속 가상의 생명체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을 쓸모없거나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br/><br/><br/>이야기의 중심에는 인간 여자아이와 똑같이 생긴 프랑 노엘과 거대한 몸집에 거친 성격을 지닌 프랑 허슬이 있다. 노엘은 인간과 닮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고, 허슬은 인간의 기준에서 아름답거나 사랑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위협적인 존재처럼 취급된다. 두 존재는 외형부터 성격까지 대조적이지만, 인간이 정해놓은 질서 속에서 상처받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br/><br/>노엘의 고민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br/><br/>인간과 똑같이 생겼다면 인간일까? 인간의 뇌를 가졌다면 인간일까? 생각하고 분노하고 사랑하고 고통을 느낀다면, 그 존재를 인간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br/><br/>노엘이 느끼는 혼란은 인간이라는 범주가 얼마나 견고한지 묻는 질문으로 이어진다.<br/><br/>인간과 프랑의 차이를 구분하는 기준이 외형이라면, 노엘은 그 기준을 흔드는 존재다. 하지만 인간과 비슷한 얼굴을 가졌다고 해서 노엘이 인간 사회에서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닮음은 정체를 감춰야 하는 이유가 된다.<br/><br/>책 속에서 노엘은 이렇게 생각한다.<br/>🔖“프랑임을 숨겨야 했지만. 그것은 프랑 때문이 아니라 오롯이 인간들 때문이었다. 인간들이 자신을 소름끼쳐 할까 봐.”<br/><br/>자신이 누구인지 부끄러워서 숨기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두려워 숨겨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존재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닌데도 세상의 시선 때문에 자신을 감추고, 자신의 모습을 부정해야 하는 상황은 얼마나 외로울까.<br/><br/>종종 차별받는 사람에게 왜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하느냐고 묻는다. <br/>하지만 정작 돌아봐야 할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배척하는 사회일 것이다.<br/><br/>다름은 그 자체로 잘못이 아니다. <br/>다름을 이유로 타인을 밀어내는 시선이 문제다.<br/><br/>허슬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 질문을 드러낸다. 거대한 몸과 거친 말투, 폭력적인 행동 때문에 쉽게 위협적인 존재로 보이지만, 그의 내면에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다. 노엘을 괴롭히는 존재처럼 보이면서도 다른 이들이 노엘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함께 고통을 겪은 존재로서 노엘과 연결된다.<br/><br/>이들의 관계는 우정이라고 부르기에는 거칠고, 애정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모순적이다. 그러나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같은 세계의 폭력에 맞서게 된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br/><br/>서로 닮아서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br/>서로 다른 존재임에도 같은 고통을 알아보기 때문에 연대할 수 있다는 사실.<br/><br/>노엘과 허슬의 관계는 연대가 반드시 온화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때로는 분노와 불신, 충돌을 거쳐서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기도 한다.<br/><br/><br/>작품에서 인간다움을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 있다.<br/>🔖“혹시 인간을 공격한다는 죄책감이 든다면 마음을 편히 먹으렴. 그 사람들은 짐승만도 못하니까, 괜찮아.”<br/><br/>노엘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인물의 태도는 겉으로는 이해와 허용처럼 보인다. <br/>그러나 노엘은 속으로 되묻는다.<br/>🔖“그런 말을 하는 당신은 인간답나요?”<br/><br/>인간은 자신을 다른 생명체와 구별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성과 도덕성, 공감 능력, 언어와 사회성 같은 특성을 인간다움의 근거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사실과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은 다르다.<br/><br/>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한 것은 아니며, <br/>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악한 것도 아니다.<br/><br/>소설 속 인간들은 프랑에게 충성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프랑을 학대하고, 사랑을 말하면서 필요에 따라 버리며, 생명을 만들어내면서 그 생명이 겪는 고통에는 무관심하다.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는 프랑을 사랑스러운 반려라고 부르지만, 불편해지는 순간에는 통제하고 처분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한다.<br/><br/>그렇다면 인간다움은 인간이라는 신체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는 것일까.<br/><br/>인간다움이란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대하는 태도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에게 친절한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하지만 아무런 보상을 돌려주지 못하는 존재, 자신과 다르게 생긴 존재,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존재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윤리적 태도가 드러난다.<br/><br/>물론 인간다움을 단 하나의 기준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고, 자신의 힘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으며,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려는 태도는 중요하게 여길 만한 가치일 것이다.<br/><br/>그래서 노엘의 질문은 프랑에게 인간의 자격을 부여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br/>오히려 인간이 독점해온 그 자격이 과연 정당한지 묻는 반문에 가깝다.<br/><br/>인간이 프랑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려면, 그 우월함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br/>인간이라는 이름만으로 충분하다면, 인간다움이라는 말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br/><br/><br/>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버려진 프랑의 입양 절차와 과거의 동물 입양에 관한 이야기가 대비되는 대목이었다.<br/><br/>🔖“당신은 인간인가? 인간다운가? 인간답다는 개념을 알고 있는가? 끝까지 인간답고 싶은가?”<br/><br/>과거에는 유기된 개와 고양이를 입양할 때도 복잡한 문답을 거쳐야 했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질문들은 어느 순간 인간에게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다.<br/><br/>이어지는 질문은 더욱 묵직하다.<br/>🔖“왜 유기된 프랑들은 이렇게 죽고 '재활용'되어야 하는가? 왜 인간다움에 대한 문답은 더 이상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는가? 아니, 애당초 '인간답다'는 게 뭔가? 인간이 뭔가?”<br/><br/>이 대목을 읽으며 기준을 만드는 사람과 그 기준으로 평가받는 사람 사이의 권력에 대해 생각했다.<br/><br/>누군가는 규칙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 규칙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누군가는 판단하는 자리에 서고, 누군가는 판단받는 자리에 머문다. 그리고 그 기준이 불공정하더라도 권력을 가진 쪽이 그것을 정상적인 질서라고 주장하면, 차별은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진다.<br/><br/>작품 속 프랑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정작 자신들의 삶을 결정할 권리는 갖지 못한다. 인간은 프랑을 소유할 수 있는 상품으로 취급하면서도 프랑에게 인간을 대할 때와 같은 도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br/><br/>여기서 문제는 편견을 넘어선다. 한쪽은 다른 쪽의 존재 가치를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다른 쪽은 그 판단에 저항할 수단마저 제한당한다.<br/><br/>차별이 무서운 이유는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에만 있지 않다. 차별이 제도와 관습, 경제적 이해관계와 결합하면 폭력은 개인의 악의가 없어도 반복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잔인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br/><br/>그래서 이 작품의 세계가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br/>인간들은 프랑을 괴롭히는 행위를 악행으로 여기기보다,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허용된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br/><br/>프랑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프랑의 쓰임을 정하는 것도 인간이며, 프랑이 버려진 뒤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도 인간이다.<br/><br/>그렇다면 프랑에게 필요한 것은 친절한 주인이 나타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주인의 선의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구조 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더 근본적인 변화일 것이다.<br/><br/><br/>노엘과 허슬이 자신들을 파괴하려는 세계에 맞서기로 결심하는 과정은 작품의 중요한 전환점이다.<br/><br/>그들의 저항은 복수하고 싶다는 욕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자신들의 삶을 다른 존재가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 안에 자리한다.<br/><br/>노엘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면서도, 그보다 더 근본적인 확신을 얻으려 한다.<br/>🔖“나는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확증을 얻고 싶어.”<br/><br/>이 말은 노엘이 인간과 프랑 사이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압축한다. 인간과 같은 얼굴을 가졌다는 이유로 인간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 확인하려는 것이다.<br/><br/>노엘은 인간이 인간을 쉽게 죽이지 않는다는 말과, 프랑을 손쉽게 죽이는 현실 사이의 모순을 마주한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br/>인간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것일까, <br/>아니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일까.<br/><br/>이런 생각은 노엘의 선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억압받은 존재가 저항하는 것은 정당한 자기방어일 수 있지만, 저항의 과정에서 폭력이 반복된다면 그다음에는 어떤 세계가 만들어질 것인가.<br/><br/>작품은 이 문제를 단순하게 정리하지 않는다. <br/>🔖“역사는 반복된다. 그러나 아주 느리게.”<br/><br/>역사가 반복된다는 말은 흔히 비극이 되풀이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여기서 더 생각해볼 것은 반복되는 것이 사건 자체인지, 아니면 사건을 만들어내는 구조인지에 관한 문제다.<br/><br/>지배하는 존재와 지배받는 존재가 바뀌어도 누군가를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불평등한 권리를 부여하며,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방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과거의 비극은 다른 모습으로 되풀이될 수 있다.<br/><br/>그러므로 혁명은 권력을 빼앗아오는 일로 끝나서는 안된다.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이전의 질서에서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새롭게 얻은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한다.<br/><br/>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도 기존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장면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 이후에 어떤 세계가 가능할지 질문을 이어간다는 점이다.<br/><br/>억압받던 존재가 권력을 얻는 순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세계에서도 누군가는 타인을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싶어 할 수 있다. 누군가는 더 많은 권리를 원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얻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다른 존재의 자유를 제한하려 할 수 있다.<br/><br/>그렇기에 진정한 해방은 지배자의 자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가 누구에게도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는 세계를 만들어가는 일에 가까울 것이다.<br/><br/><br/>흔히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br/>하지만 실제로 차이를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br/><br/>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가진 존재를 마주하면 누구나 낯섦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낯섦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낯섦을 이유로 상대의 권리를 빼앗지 않는 태도를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br/><br/><br/>진정한 존중은 무엇일까.<br/><br/>상대가 나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친절하게 대하는 것일까. <br/>상대가 나와 비슷하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일까. 아니면 나에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존재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를 인정하는 것일까.<br/><br/>나는 마지막에 가까운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br/><br/>모든 존재를 좋아할 수는 없다. 모든 차이를 이해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함부로 대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br/>존중은 반드시 호감에서 출발할 필요가 없다.<br/><br/>프랑의 세계는 이 사실을 불편할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낸다. <br/>인간이 프랑을 사랑하는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이 프랑을 사랑하지 않을 때조차 그들의 존재와 삶을 존중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br/><br/><br/>《셸리 숍앤센터》를 읽고 남는 것은 인간다움이라는 말의 무게다.<br/><br/>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간다운 것은 아니다.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다움은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다른 존재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끊임없이 질문받아야 하는 가치가 아닐까.<br/><br/>물론 타인을 존중한다고 해서 언제나 선한 선택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의로 시작한 행동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정의를 위한 저항도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인간다움은 한 번 획득하면 영원히 유지되는 자격증처럼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br/><br/>계속해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봐야 한다. <br/>옳다고 믿는 기준이 누군가를 부당하게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질서가 다른 존재의 고통 위에 세워져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br/><br/><br/>책을 덮고 나서도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br/><br/>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다운 것일까, <br/>아니면 인간답게 행동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br/><br/>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존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부터 돌아보게 된다.<br/><br/>_<br/><br/>#셸리숍앤센터 #설재인 #나무옆의자 <br/>#교보문고 #VORA #보라서평단 #책추천 <br/>#장르소설 #스릴러소설 #공포소설 #한국소설 <br/>#소설 #소설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56/77/cover150/k71213084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567770</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오래된 고전이 건네는 이야기, 끝내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여정. - [초판본 오디세이아 (스키버 금장 에디션, 한정판) - 161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7627</link><pubDate>Mon, 12 Oct 2026 13: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762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130523&TPaperId=1756762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8/4/coveroff/k882130523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130523&TPaperId=1756762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초판본 오디세이아 (스키버 금장 에디션, 한정판) - 161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a><br/>호메로스 지음, 장혜민 옮김 / 더스토리 / 2026년 08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어떤 책은 읽기 위해 소장하고, 어떤 책은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미르북컴퍼니에서 출간한 《초판본 오디세이아》는 그 두 가지 기쁨을 모두 기대하게 하는 책이다. <br/><br/>《오디세이아》가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날까지 읽히는 이유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이 신과 괴물, 영웅이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br/><br/>오디세우스. 그가 겪는 방황에는 전쟁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 고통이 있고, 무수한 유혹을 지나면서도 놓지 못하는 그리움이 있으며, 모든 것을 잃을지라도 되찾고 싶은 자신의 삶이 있다.   <br/><br/>고전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오래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br/>그 안에 담긴 인간의 질문이 지금도 낡지 않았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br/><br/><br/>트로이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는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영웅이다. 트로이 목마의 계략으로 전쟁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지만,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그의 삶까지 평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10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br/><br/>오디세우스에게 트로이아 전쟁의 승리는 분명 위대한 성취였지만, 그것만으로 아내와 아들을 기다리게 한 세월을 없앨 수는 없었다. 그가 마주한 바다는 전쟁이 남긴 상실과 후회, 인간의 한계, 그리고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막막함까지 품고 있다.<br/><br/>그래서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읽을 때 영웅의 승리보다 승리 이후의 시간이 더 궁금해진다. 누구나 박수받는 순간을 꿈꾸지만, 정작 삶을 결정하는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견디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br/><br/><br/>오디세우스의 매력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데 있지 않다. 그는 지혜로운 인물이지만 언제나 현명한 판단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폴리페모스의 동굴에서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고도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며 명예를 과시하는 바람에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게 된다.<br/><br/>이 장면은 영웅의 위대함과 인간의 나약함이 얼마나 가까이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살아남는 데 성공한 순간에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욕망 때문에 더 큰 고난을 자초한다.<br/><br/>생각해 보면 우리도 비슷하다. 잘못을 인정하면 끝날 일을 자존심 때문에 복잡하게 만들고, 이미 충분히 해낸 일 앞에서도 다른 사람의 인정을 갈구한다. 때로는 옳은 선택을 했다는 확신이 오히려 자신의 실수를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br/><br/>오디세우스는 신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그들의 분노를 사기도 하며, 뛰어난 지략으로 위기를 넘기면서도 자기 자신이 만들어 낸 문제에 발목을 잡힌다. 이러한 모습은 그를 멀리 있는 신화 속 영웅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결함을 지닌 인간으로 느끼게 한다.<br/><br/>지혜란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이 흥미로운 이유 역시 그가 언제나 옳기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과 고통 속에서도 살아남아 다시 길을 찾아가기 때문이다.<br/><br/><br/>오디세우스의 귀향길에는 그를 붙잡는 수많은 유혹이 등장한다. 키르케와 세이렌, 칼립소의 섬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그중에서도 칼립소의 섬에 머무는 이야기는 유독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br/><br/>영원한 삶과 안락함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지더라도,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삶과 같지 않다면 어떨까.<br/><br/>불멸은 인간에게 매혹적인 선물처럼 보인다. 늙지 않고 죽지 않으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누구나 행복할 것 같지만, 오디세우스에게 중요한 것은 오래 사는 일이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있는 삶을 되찾는 것이다.<br/><br/>이 대목에서 행복의 조건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환경을 갖추는 것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은 반드시 같지 않다. 겉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여도 마음이 머물 곳을 찾지 못한다면, 그 삶은 과연 온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br/><br/>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는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해 주는 관계와 기억, 책임과 시간이 있다. 그가 돌아가려는 것은 풍경 속에서 자신이 살아왔던 삶이다. 그렇기에 그의 귀향은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선택에 가깝다.<br/><br/>물론 고향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과거와 똑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디세우스가 떠나 있는 동안 세상은 변하고,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긴 시간을 견뎌야 했다. 돌아온다는 것은 달라진 현실 속에서 다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일이다.<br/><br/>어쩌면 인간이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곳은 과거의 어느 한순간이 아니라, 그곳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인지도 모른다.<br/><br/><br/>인내라는 말은 무언가를 참고 견디는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의 긴 여정을 생각하면 인내는 아픔을 참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의미를 지닌다. 고통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향하는 방향을 잃지 않는 것, 당장 편안해질 수 있는 선택 앞에서도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무너질 듯한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이유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br/><br/>물론 인간은 언제나 강할 수 없다. 아무렇지 않은 척 버티는 것이 반드시 훌륭한 인내인 것도 아니다. 때로는 지치고 흔들리는 자신을 인정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렇기에 강인함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무감각함이 아니라, 고통을 느끼면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에 가깝게 다가온다.<br/><br/>인간에게도 각자의 바다가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걱정과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아쉬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건너야 할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 필요한 것은 언제나 흔들림 없는 의지가 아니라, 흔들리더라도 다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작은 이유일 것이다.<br/><br/><br/>사람은 무엇을 위해 견디는가. 고통 그 자체를 견디는 것이 목적일 수는 없다. <br/>견딘다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다. 오디세우스에게는 이타카가 있었고, 그곳으로 돌아가려는 간절함이 있었다.<br/><br/>목적지가 있다는 것은 언제나 도착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고 있다면 길을 잃었을 때도 다시 방향을 찾을 가능성이 생긴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환경에 머물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마음은 쉽게 방황할 수 있다.<br/><br/><br/>여행하는 인간, Home Viator<br/><br/>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설명하는 말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표현은 'Home Viator', 곧 돌아갈 곳을 향해 길을 떠나는 여행하는 인간이라는 개념이다.<br/><br/>여행은 익숙한 곳을 벗어나 낯선 세계를 경험하는 일이다. 새로운 풍경을 보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과 마주한다. 그러나 모든 여행이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여행은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인지 깨닫게 하고, 어떤 여행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삶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br/><br/>오디세우스는 수많은 장소를 거치지만 결국 이타카를 향한다. 그에게 여행은 낯선 세계를 정복하는 일이기보다, 낯선 세계를 통과하며 자신의 삶을 다시 이해하는 과정에 가깝다.<br/><br/>사람 역시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여러 번 떠나고 돌아온다. 어린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고, 익숙했던 관계가 달라지고, 이전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한때는 반드시 얻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을 내려놓기도 하고, 잊고 지냈던 마음을 다시 찾아 나서기도 한다.<br/><br/>그 과정에서 돌아갈 곳은 처음 떠났던 자리와 완전히 같을 수 없다. 나 자신이 이미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편안했던 곳이 더 이상 편안하지 않을 수도 있고, 멀리 떠나온 뒤에야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 것도 있다.<br/><br/>그러므로 귀향의 의미는 변화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달라진 세계 속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자리를 찾는 데 있다.<br/><br/><br/>고전은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읽을 가치가 생기는 책이 아니다. 시대와 문화가 달라졌음에도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을 건드리기 때문에 계속해서 읽힌다.<br/><br/>《오디세이아》에는 신들의 개입과 괴물과의 싸움, 초자연적인 사건이 가득하다. 오늘날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두려움과 욕망, 자존심과 후회, 사랑과 상실은 지금도 낯설지 않다.<br/><br/>더 이상 세이렌의 노래를 피해 항해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자신을 유혹하는 수많은 선택 앞에 선다. 포세이돈이 일으키는 폭풍을 만나지 않더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흔들린다.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갇히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든 실수 때문에 곤란해질 때가 있다. 신화의 세계와 현실의 모습은 다르지만,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마음은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br/><br/>이번 《초판본 오디세이아》는 이러한 문학적 가치에 더해 책 자체를 오래 곁에 두고 싶은 마음까지 불러일으키는 에디션이다. 가죽 양장과 금박, 역사적인 표지 디자인의 재해석은 고전을 읽는 경험에 시각적이고 물질적인 즐거움을 더한다. 여기에 상세한 도판과 해설, 현대 독자를 고려한 번역이 더해진다는 점도 앞으로 이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br/><br/><br/>《오디세이아》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삶에서 무엇을 성취했느냐보다 무엇을 잃지 않으려 했느냐는 질문이다.<br/><br/>오디세우스는 수많은 위기를 넘기고 마침내 고향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를 고난 끝에 성공을 거둔 영웅의 이야기로만 읽는다면, 그 긴 방랑이 품은 의미를 충분히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다.<br/><br/>그는 돌아오기 위해 떠났고, 돌아가는 동안 수많은 것을 잃었으며, 그 시간을 통과한 뒤에야 다시 자신의 삶과 마주한다. 귀향은 여정의 끝이지만, 동시에 앞으로의 삶을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br/><br/>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목표를 이루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며, 잃어버린 것을 되찾았다고 해서 지나간 시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시간을 통과한 자신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다면, 방황의 시간마저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br/><br/>나는 돌아갈 곳을 찾는 이유가 반드시 과거가 그리워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다시 살아갈 가능성을 믿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달라진 자신으로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다시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br/><br/>오디세우스의 바다는 끝없는 고난의 공간이지만, 그가 귀향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곳은 동시에 가능성을 품은 길이기도 하다.<br/><br/>그래서 이 책을 통해 마음에 남는 것은 마지막까지 돌아갈 곳을 잊지 않았던 한 인간의 마음이다. 인간은 언제나 강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지치고, 흔들리고,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도 다시 나아갈 이유를 찾기에 살아갈 수 있다.<br/><br/>떠나온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삶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 그 길을 지나온 내가 다시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을 찾는 것, 그것이 인간이 평생에 걸쳐 이어 가는 귀향의 의미일 것이다.<br/><br/>오디세우스의 긴 항해는 끝나지만,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는 인간의 여정은 지금도 계속된다. 그리고 언젠가 각자의 바다를 건너며, 자신만의 이타카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 가게 되지 않을까.<br/><br/>_<br/><br/>#초판본오디세이아 #더스토리 #호메로스 #미르북컴퍼니 <br/>#크리스토퍼놀란 #오디세이 #오디세이아 #초판본오디세이 <br/>#고전 #고전문학 #신간 #도서추천 #영화원작도서 <br/>#책소개 #책리뷰 #도서리뷰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58/4/cover150/k882130523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58042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정의를 외치는 사람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 [절대 쫄지 마]</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7581</link><pubDate>Mon, 12 Oct 2026 12: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75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1577&TPaperId=175675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5/43/coveroff/k6921315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1577&TPaperId=175675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절대 쫄지 마</a><br/>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세상에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맞서며,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 그런데 만약 그 믿음이 어느 순간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명분으로 변한다면 어떨까. 자신이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면?<br/><br/><br/>이번 작품에서 만나는 홀리 기브니는 서로 다른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들 사이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눈앞에 닥친 위험을 막아야 하는 사람이다. 한쪽에서는 잘못된 판결로 무고한 죽음을 초래한 사람들에게 복수하겠다며 또 다른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려는 범인이 등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여성 인권 운동가를 향한 집요한 스토킹과 테러 위협이 이어진다.<br/><br/>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두 사건을 움직이는 힘에는 공통점이 있다. <br/>바로 자신의 믿음이 옳다는 확신이다. <br/>누군가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살인을 계획하고, 누군가는 종교적 신념과 개인적인 적대감을 앞세워 타인을 위협한다. 자신이 믿는 가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타인의 삶과 선택은 더 이상 존중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제거하거나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뀐다.<br/><br/>이 지점이 《절대 쫄지 마》를 연쇄 살인 미스터리 이상의 작품으로 느끼게 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br/><br/>'정의'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br/>책에서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은 범인이 자신의 살인을 악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무고한 사람이 부당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또 다른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겠다고 선언한다. 잘못된 판결과 억울한 죽음이라는 문제의식 자체를 따져 보기 전에, 그가 선택한 해결 방식부터 이미 모순에 빠져 있다.<br/><br/>한 사람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다면, 그것은 과연 정의일까?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일과 죄 없는 사람을 희생시켜 고통을 되돌려 주는 일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데도 범인은 자신의 행동을 속죄라고 부른다. 자신의 폭력을 정의로운 행위로 해석함으로써 죄책감마저 정당화하려는 것이다.<br/><br/>특히 다음 문장은 작품의 비틀린 논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br/><br/>🔖“나는 열세 명의 죄 없는 자와 한 명의 죄지은 자를 살해할 것이다. 그로써 죄 없는 자의 죽음을 초래한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것은 속죄 행위다.” <br/><br/>마지막에 놓인 ‘속죄 행위’라는 표현이 무섭다. 속죄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데서 출발해야 하지만, 이 인물에게 속죄란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다. 자신의 논리에 맞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희생자를 만들어 내면서도, 그 결과를 정의의 실현이라고 믿는다.<br/><br/>이러한 사고방식은 소설 속 범죄자만의 특이한 논리로 치부하기 어렵다. 현실에서도 누군가의 잘못을 알게 되면 분노가 먼저 앞설 때가 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분노가 커질수록 사실을 확인하기보다 먼저 비난하고, 책임을 묻기보다 응징을 원하며, 때로는 잘못과 무관한 사람에게까지 적대감을 확장하기도 한다.<br/><br/>물론 분노와 범죄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다만 분노가 정의를 대신하고, 응징이 책임을 대신하기 시작할 때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br/><br/><br/>《절대 쫄지 마》는 정의로운 목적이 언제나 정의로운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도 타인의 생명을 수단으로 삼는 순간, 그 명분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무너뜨린다.<br/><br/>작품에 등장하는 블랙스톤 원칙은 형사사법에서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는 일을 얼마나 경계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죄 없는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br/><br/>소설은 이 원칙을 뒤틀어 놓은 범인의 논리를 통해 사법 제도의 오류가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실제로 잘못된 판결이 발생하고, 증거 조작이나 권력의 개입으로 진실이 가려진다면 그 피해는 한 사람의 삶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피해자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 사건을 담당한 사람들, 그리고 사법 제도를 신뢰했던 사회 전체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br/><br/>그렇다고 사법 제도의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이 사적 제재가 될 수는 없다.   <br/>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증거를 재검토하고, 책임을 규명하며, 정해진 절차를 통해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사법 제도의 오류를 이유로 또 다른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은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아니라 잘못을 반복하는 일이다.<br/><br/>이런 점에서 범인의 논리는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다. 죄 없는 사람의 죽음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분노를 세상에 증명하는 일에 가까워 보인다.<br/><br/><br/>진실은 밝혀지는 것만으로 충분할까?<br/>그가 정말로 정의를 원했다면, 왜 또 다른 피해자가 필요했을까?<br/><br/>작품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진실과 권력의 관계다. 잘못된 판결의 배경에는 증거를 조작한 사람이 있고, 그 진실은 뒤늦게 세상에 드러난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졌다는 사실과 잘못된 결과가 바로잡힌다는 사실은 다르다.<br/><br/><br/>스티븐 킹의 작품에서 홀리 기브니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녀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완벽한 영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두려움과 부담을 마주하고, 복잡하게 얽힌 상황 속에서 단서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다고 해서 위험을 외면하지는 않는다.<br/><br/>이번 작품에서 홀리는 연쇄 살인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동시에 여성 인권 운동가 케이트 매케이를 향한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 두 사건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하나는 이미 벌어진 살인과 그 뒤에 숨은 논리를 추적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테러를 막기 위해 시간과 싸우게 한다.<br/><br/>독자는 범인의 정체와 다음 희생자를 궁금해하면서도, 홀리가 각각의 위험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할지 지켜보게 된다. 사건이 복잡해질수록 중요한 것은 눈앞에 드러난 사실을 성급하게 단정하지 않고, 서로 다른 단서의 연결고리를 살피며, 위협받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판단을 이어 가는 태도다.<br/><br/>이런 점에서 홀리가 작품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범죄자들이 자신의 신념을 절대적인 진리처럼 내세운다면, 홀리는 그 신념에 휩쓸리지 않고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사실인지, 누가 옳다고 주장하는지가 아니라 누가 실제로 피해를 입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br/><br/><br/>제목인 《절대 쫄지 마》는 공포에 압도되어 판단을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로도 다가온다. 두려움이 없어서 용감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 있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놓지 않는 것. 홀리의 활약에서 발견할 수 있는 힘은 바로 그런 종류의 용기일 것이다.<br/><br/><br/>범죄와 추적이 중심인 이야기 속에서 유독 오래 시선이 머무는 문장도 있었다.<br/><br/>🔖“엄마의 딸이 되어 드릴게요.” 그는 엄마의 가슴에 기대고서 말했다. “엄마의 아들도 되어 드릴게요. 저는 둘 다 될 수 있어요.” <br/><br/>누군가에게 딸이 되고 아들이 된다는 말은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사랑과 위로를 기꺼이 건네겠다는 약속처럼 들린다. 가족이라는 관계가 반드시 하나의 역할이나 형태로만 규정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에게 중요한 것은 정해진 이름표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마음과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일 수 있기 때문이다.<br/><br/>특히 이 문장이 살인과 증오, 왜곡된 신념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 속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한쪽에서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누군가의 마음에 기대어 자신이 줄 수 있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br/><br/>사람은 무엇을 믿느냐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의 믿음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마음을 내어 주며 타인을 지탱하려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믿음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아닐까.<br/><br/>이 문장은 사건의 소음 속에서도 인간적인 마음이 얼마나 깊은 울림을 남길 수 있는지 생각하게 했다.<br/><br/><br/>쫄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일까?<br/>책 속 문장 중에서는 다음 구절도 제목과 함께 기억하고 싶다.<br/><br/>🔖“막판까지 깡으로 버텨야 해. 쫄지 말고, 한눈팔지 말고.” <br/><br/>살다 보면 두려움 때문에 결정을 미루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결과를 알 수 없어서 불안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지치기도 한다. 그럴 때 쫄지 말라는 말은 지금 마주한 현실에서 시선을 돌리지 말라는 당부처럼 느껴진다.<br/><br/>홀리가 마주하는 범죄는 개인의 용기만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증거를 확인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위험을 예상하며, 필요한 순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제목의 메시지는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는 태도의 의미로 읽혀졌다.<br/><br/><br/>사람은 누구나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싶어 한다.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진실이 밝혀지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책임을 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분노가 판단을 대신하고, 복수가 정의를 대신한다면 처음에 지키고 싶었던 가치마저 훼손될 수 있다.<br/><br/>죄 없는 사람의 죽음이 잘못이라고 주장하면서 또 다른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일.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논리에 맞지 않는 사실은 외면하는 일. 신념을 지키겠다며 다른 사람의 선택과 삶을 부정하는 일. 이 모든 모순은 자신이 옳다는 확신만으로는 올바른 행동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br/><br/>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며 정의란 잘못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며, 책임을 물을 때조차 또 다른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br/><br/>정의를 바로잡겠다며 또 다른 죄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 폭주를 막기 위해 끝까지 진실을 추적하는 홀리 기브니. 《절대 쫄지 마》는 정의가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서늘한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다.<br/><br/>_<br/><br/><br/>#절대쫄지마 #스티븐킹 #황금가지 #르온서평단 <br/>#영미소설 #스릴러소설 #추리소설 #소설 #소설추천 <br/>#신간 #신간도서 #책소개 #추천도서 #책리뷰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25/43/cover150/k6921315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254385</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적은 돈으로 시작해, 나만의 투자 기준을 만드는 법. - [공모주 투자의 모든 것 - 단돈 100만 원으로 월 30만 원 버는]</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3803</link><pubDate>Sat, 10 Oct 2026 09: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38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1591&TPaperId=175638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2/4/coveroff/k402131591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1591&TPaperId=175638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공모주 투자의 모든 것 - 단돈 100만 원으로 월 30만 원 버는</a><br/>배지원.노우진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10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단맘 (@gbb_mom ) 님의 서평단 모집을 통해<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주식 투자를 시작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내가 이걸 알아볼 수 있을까?”에 가까울 것이다.<br/><br/>차트를 보는 법도 모르고, 재무제표는 어렵고, 경제 뉴스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기업과 산업 이야기가 쏟아진다. 게다가 어렵게 모은 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있다면 매수 버튼을 누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br/><br/><br/>이 책이 흥미로웠던 것은 공모주를 ‘상장 첫날 팔아서 수익을 내는 투자’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액으로 시작해 공모주 청약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경험을 해보고, 그 과정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눈과 투자 판단력을 조금씩 키워가는 방법으로 접근한다.<br/><br/>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공모주를 주식시장에 처음 들어가는 사람을 위한 하나의 ‘연습장’처럼 바라본다는 것이다.<br/><br/>책에서는 공모주를 두고 🔖“주식이라는 낯선 나라에 입국하기 위해 거치는 가장 안전하고 친절한 입국 심사대”라고 표현한다. <br/><br/>이 표현이 재미있으면서도 책의 성격을 꽤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느꼈다.<br/>주식 투자는 처음부터 거창할 필요가 없다. 적은 금액으로 청약하고, 기업을 살펴보고, 배정 결과를 확인하고, 상장 이후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투자라는 행위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br/><br/>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모주는 안전하다’고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책에서도 공모주 시장의 과거 논란과 기업가치에 대한 문제를 함께 다룬다. 공모가가 항상 싸다고 볼 수도 없고, 모든 신규 상장 기업이 좋은 투자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공모주 역시 주식이고, 투자에는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껴진 부분은 ‘무엇을 보고 투자할 것인가’였다.<br/><br/><br/>공모주를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의무보유확약 같은 단어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숫자를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숫자의 의미까지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br/><br/>책은 어느 증권사에서 청약하는 것이 유리한지, 균등배정과 비례배정은 어떻게 다른지, 기관의 의무보유확약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을 통해 같은 공모주라도 투자자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br/><br/>🔖“단순히 경쟁률만 보고 청약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br/><br/>공모주 투자를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br/>실제 투자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br/><br/>주식이나 공모주 관련 콘텐츠를 보다 보면 “이번 공모주는 꼭 청약해야 한다”, “이 종목은 패스해야 한다”는 결론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의 결론만 따라가다 보면 정작 내가 왜 투자했는지는 남지 않는다.<br/><br/>수익이 나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손실이 나면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 알 수 없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판단의 근거를 축적하는 능력인지도 모르겠다.<br/><br/>이 책이 말하는 공모주 투자는 그래서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br/>몇십만 원으로 균등배정을 경험하는 것에서 시작해도 되고, 경험이 쌓이면 기업의 사업 내용과 공모가, 수급 등을 더 깊이 살펴볼 수도 있다.<br/><br/>투자의 깊이를 처음부터 크게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br/><br/><br/>2장에서 다루는 산업의 흐름과 정부 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br/>특히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마라.”라는 문장에 이어지는 설명은 투자에서 정책을 자금의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br/><br/>어떤 산업에 정부의 지원이 집중되는지, 어떤 분야에 규제가 완화되는지, 국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기업과 자본이 움직이는 방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br/><br/>이 부분에서 공모주 투자가 ‘청약 날짜를 찾아서 돈을 넣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AI, 로봇, 반도체, 바이오, 플랫폼 등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는 산업을 이해하고, 그 산업 안에서 실제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br/><br/>공모주 투자 역시 작은 경제 공부의 과정이다.<br/>기업 하나를 보기 위해 산업을 보고, 산업을 보기 위해 정책과 시장을 보고, <br/>다시 그 안에서 기업의 사업모델과 숫자를 들여다보게 된다.<br/><br/><br/>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부분은 기업의 ‘상장 이유’를 살펴보라는 내용이었다.<br/><br/>성장하는 기업이 더 큰 도약을 위해 IPO를 한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이 상장하는 이유가 언제나 성장자금 확보 하나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br/><br/>책에서는 IPO가 기업 입장에서 비용과 부담을 수반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기존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나 지배구조 등의 문제도 상장 배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br/><br/>이 부분은 기업을 바라볼 때 겉으로 드러난 성장 스토리만 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br/><br/>“AI 기업”, “혁신적인 플랫폼”, “미래 산업의 핵심 기업” 같은 화려한 단어는 투자자의 기대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돈을 넣는 곳은 이야기가 아니라 기업이다.<br/><br/>그 기업이 무엇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 성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공모가가 적정한지, 기존 주주와 신규 주주 사이의 이해관계는 어떤지까지 살펴봐야 한다.<br/><br/>좋은 산업에 속해 있다는 것과 좋은 투자 대상이라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br/><br/><br/>공모주 투자의 또 다른 재미는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같은 종목을 청약하더라도 어느 증권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배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배정 물량과 청약자 수가 증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br/><br/>책에서도 🔖“같은 공모주에 청약하더라도 증권사마다 배정 물량과 청약자 수가 달라 경쟁률에 차이가 생기고, 결국 같은 돈을 넣고도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br/><br/>이 부분을 읽으면서 투자라는 것이 ‘무엇을 사느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br/><br/>🔍무엇을 선택할지 → 얼마를 넣을지 → 어디에서 청약할지 → 언제 팔지 → 계속 보유할지<br/><br/>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투자 판단이다.<br/><br/>특히 소액 투자자에게는 이런 작은 차이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투자금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 몇 퍼센트를 높이는 것보다 제한된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br/><br/><br/>책을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메시지는 거창한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br/><br/>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br/>🔖“시작은 가볍게, 판단은 점점 깊게 해나가시면 됩니다.” <br/><br/>나는 이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가장 잘 대변한다고 느꼈다.<br/>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장벽은 ‘모르면 시작할 수 없다’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부터 기업의 재무제표를 완벽하게 분석할 필요는 없다. 작은 금액으로 경험하고,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하나씩 공부하고, 다음 투자에서 조금 더 나은 판단을 해보는 과정도 충분히 의미 있다.<br/><br/>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수익 자체만이 아니다.<br/>왜 이 종목을 선택했는지, 왜 팔았는지, 왜 보유했는지 기록하다 보면 나만의 투자 기준이 생긴다.<br/><br/>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투자 근력’의 시작일 것이다.<br/><br/><br/>《공모주 투자의 모든 것》은 제목만 보면 공모주 청약의 기술을 알려주는 실전 투자서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다른 책으로 보인다.<br/>공모주는 하나의 수단이고,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갖도록 만드는 것에 가깝다.<br/><br/>소액으로 시작해서 기업을 살펴보고, 공모가와 기업가치를 비교하고, 수요예측과 경쟁률을 해석하고, 상장 이후 시장의 반응을 확인한다.<br/><br/>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가 아니라 <br/>‘나는 이 기업의 이 부분을 보고 판단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br/><br/>그 변화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일 것이다.<br/><br/><br/>🤔 나는 지금까지 투자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왔을까?<br/><br/>누군가 추천해서 샀던 것은 아니었는지, 높은 수익률이라는 말에 흔들렸던 것은 아닌지, 기업의 이름이나 유명세만 보고 판단했던 것은 아닌지.<br/><br/>공모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약 버튼을 누르기 전에 <br/>“나는 왜 이 기업에 투자하려고 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순간일 것이다.<br/><br/>그 질문에 나만의 근거를 가지고 답할 수 있다면, 설령 결과가 예상과 달라지더라도 그 투자는 다음 판단을 위한 경험으로 남는다.<br/><br/>투자에서 처음부터 큰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 작은 돈으로 시작해 한 번의 판단을 배우고, 또 한 번의 판단을 쌓아가는 태도.<br/><br/>《공모주 투자의 모든 것》은 바로 그 느리지만 단단한 투자 습관을 이야기하는 책처럼 느껴졌다.<br/><br/>공모주에 관심은 있지만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싶지만 손실이 두려운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남의 추천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해드린다.<br/><br/>오래 살아남는 투자자는 매번 대박을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br/>자신의 판단을 계속 수정하고 배워가면서 시장에 남아 있는 사람일 테니까.<br/><br/>_<br/><br/>#공모주투자의모든것 #다산북스 #배지원 #노우진 <br/>#르온서평단 #경제 #경영 #투자도서 #재테크 #주식도서 <br/>#ETF #자산관리 #신간 #신간도서 #책소개 #책추천 <br/>#도서리뷰 #서평 #책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2/4/cover150/k402131591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720422</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돈을 모으는 것에서, 돈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 [나의 첫 번째 재테크 교과서 - 스스로 완성하는 자산관리 올인원]</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1369</link><pubDate>Thu, 08 Oct 2026 19: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6136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1894&TPaperId=175613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4/62/coveroff/k42213189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1894&TPaperId=1756136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의 첫 번째 재테크 교과서 - 스스로 완성하는 자산관리 올인원</a><br/>프롬어스아카데미 지음 / 이든하우스 / 2026년 10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뱅만부 (@100manbu )님의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돈에 관한 공부는 이상하게도 늦게 시작할수록 아쉽다.<br/>월급을 받고 저축을 하고, 필요할 때 소비하고, 남은 돈을 다시 모으는 것만으로도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의문이 생긴다.<br/><br/>‘나는 지금까지 돈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었던 걸까?’<br/><br/>저축과 투자의 차이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경제 뉴스에서 금리나 물가 이야기가 나와도 그것이 내 자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그래서 재테크에서 중요한 것은 돈이 움직이는 원리부터 이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br/><br/>이 책은 처음부터 특정 투자상품을 사라고 이야기하기보다 돈의 탄생과 은행의 신용창조, 인플레이션 같은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경제지표와 재무제표를 읽는 법을 거쳐 ETF, 채권, 금, 공모주, ISA, 미국주식으로 범위를 넓혀간다. 이후에는 연금과 보장자산, 세금, 셀프 재무설계까지 연결한다.<br/><br/>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재테크를 ‘한 번의 투자로 큰돈을 만드는 일’이 아닌, <br/>평생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br/><br/><br/>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은 ‘저축’이라는 단어였다.<br/><br/>예전에는 돈을 벌고 아끼고 저축하는 것이 재테크의 상당 부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고 금융환경이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는 현금을 보유하는 것만으로 자산의 실질적인 가치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br/><br/>책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을 설명하는 대목은 돈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준다.<br/>돈을 보관하는 것과 돈의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br/>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br/><br/>그래서 재테크의 출발점은 ‘내가 가진 돈의 가치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br/><br/><br/>재테크를 하다 보면 경제 뉴스가 너무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br/>금리가 올랐다, 물가가 상승했다,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았다, 미국 연준의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는 뉴스가 쏟아지지만 그것이 주식이나 채권, ETF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br/><br/>그래서 책에서 경제 신문과 경제지표를 재테크의 기초로 다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투자는 결국 정보를 해석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br/><br/>금리와 물가, 고용 같은 경제지표를 이해하면 뉴스가 숫자와 헤드라인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금리가 올랐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올랐는지, 그 변화가 채권과 주식에는 어떤 의미인지, 내 자산배분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게 된다.<br/><br/>재테크 초보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언어를 익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br/>개인적으로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좋은 기업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라고 생각한다.<br/><br/>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도 없고, 유명한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br/><br/>책은 이 부분에서 매출액, 영업이익, ROE, PER, PBR 등 비교적 기본적인 재무지표를 활용해 기업을 바라보는 방법을 설명한다.<br/><br/>재무제표 공부를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격적인 기술로만 생각하지 않고, 위험한 기업을 피하기 위한 방어 수단으로 바라본다는 점을 새로 배우게 되었다.<br/><br/>투자에서는 무엇을 사느냐 못지않게 무엇을 피하느냐도 중요하다.<br/>공부의 목적은 모든 투자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실수를 줄이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br/><br/><br/>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한 가지 투자법만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br/>ETF부터 채권, 금, 공모주, ISA, 미국주식까지 다양한 자산과 금융상품을 한 권 안에서 다루고 있다.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각각의 상품이 어떤 구조이고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br/><br/>특히 본업이 따로 있는 개인투자자라면 모든 기업을 깊이 분석하고 매일 시장을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br/><br/>투자를 잘한다는 것은 반드시 많은 종목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과 위험 감수 수준에 맞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br/><br/><br/>책의 후반부에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3층 연금과 보장자산을 다룬다는 점도 눈에 들어왔다.<br/><br/>재테크 책이라고 하면 흔히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가’, ‘어떤 ETF가 좋은가’, ‘어떻게 수익률을 높일 것인가’에 집중하기 쉽다.<br/><br/>하지만 인생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br/><br/>돈을 많이 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지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br/><br/>젊을 때는 투자수익률이 중요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연금, 보험, 세금, 주거비, 의료비, 가족의 재정까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 재테크는 주식계좌 하나를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내 삶 전체의 재무구조를 관리하는 일에 가까워진다.<br/><br/>그런 의미에서 ‘재테크의 완성’을 연금과 보장자산까지 연결한 구성은 책 전체의 방향과 잘 맞는다.<br/><br/><br/>자녀를 위한 포트폴리오와 합법적인 증여에 대한 내용도 눈길을 끈다.<br/>아이에게 많은 돈을 물려주는 것만이 경제적 지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돈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다.<br/><br/>책은 자녀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자산을 현금에 한정하지 않고, 장기적인 투자와 경제적 자립의 관점에서 바라본다.<br/><br/>이 부분을 읽고 나니 경제교육의 목적은 돈 때문에 삶의 선택지가 좁아지지 않는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책을 읽고 나니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br/><br/>‘앞으로의 삶을 위해 돈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br/><br/>그래서 이 책은 투자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개인 재무관리의 기초 교과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br/><br/>특히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재테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br/><br/><br/>재테크는 내가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성장시키며,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결정하는 삶의 기술이다.<br/><br/>돈을 공부하는 이유는 돈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운 삶을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br/><br/>조금만 더 일찍 이런 내용을 체계적으로 배웠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는 언제든 시작할 수 있지만, 경제와 금융을 이해하는 데 쌓이는 시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br/><br/>《나의 첫 번째 재테크 교과서》는 돈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선을 바꾸고, 스스로 자신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만드는 데 의미가 있는 책으로 느껴졌다.<br/><br/>재테크를 시작하고 싶지만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 ETF와 주식은 하고 있지만 경제와 세금, 연금까지는 아직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권해드리고 싶다.<br/>  <br/>_<br/><br/>#이든하우스 #나의첫번째재테크교과서 #재테크<br/>#재테크공부 #투자공부 #재태크책 #투자책 #책추천<br/>#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4/62/cover150/k42213189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346219</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돈을 얼마나 가졌는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 [부의 인간학 2026 - 세계 자산가들의 비밀 노트]</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9647</link><pubDate>Wed, 07 Oct 2026 21: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964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1892&TPaperId=1755964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3/38/coveroff/k5221318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1892&TPaperId=1755964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부의 인간학 2026 - 세계 자산가들의 비밀 노트</a><br/>이혜정 지음 / 퍼스트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단맘 (@gbb_mom ) 님의 서평단 모집을 통해 <br/>#차선책 (@thenextplan_official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br/>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부를 이야기하는 책은 대개 돈을 어떻게 벌고, 어디에 투자하고, 어떻게 불릴 것인가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부’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자연스럽게 통장 잔고나 부동산, 주식 같은 숫자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부의 인간학》은 다른 의문을 던진다.<br/><br/>“당신은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길 것인가.”<br/><br/>이 질문 앞에서는 돈만으로 답하기가 어렵다. <br/>재산을 남겨도 그것을 지킬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br/>좋은 기업을 물려주어도 가족 사이에 신뢰가 없다면 그 기업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막대한 자산을 가지고 있어도 삶의 방향을 잃었다면 과연 그것을 진짜 ‘부’라고 부를 수 있을까.<br/><br/><br/>저자는 자산을 정신 자산, 인적 자산, 사회 자산, 재정 자산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바라본다. 돈과 부동산, 금융자산처럼 눈에 보이는 재정 자산뿐 아니라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치와 원칙,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평판, 사람 사이에 쌓이는 신뢰와 관계까지 자산의 범주에 넣는다.<br/><br/>생각해보면 꽤 현실적인 이야기다.<br/><br/>돈이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그 돈을 제대로 누리기 어렵고,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평판을 잃으면 새로운 기회를 얻기 힘들다. 가족 간 신뢰가 무너지면 재산을 물려주는 과정 자체가 갈등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돈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관계 속에서 움직인다.<br/><br/>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네 가지 자산은 각각의 항목이라기보다 하나의 생태계처럼 느껴졌다.<br/><br/>정신 자산이 방향을 잡고, 인적 자산이 능력을 만들어내며, 사회 자산이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고, 재정 자산이 현실에서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 어느 하나가 지나치게 약해지면 다른 자산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br/><br/><br/>🔖“부는 돈을 가진 뒤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다룰 수 있는 사람과 삶의 구조를 만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br/><br/>돈을 먼저 만들고 사람이 그 돈에 맞춰 변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과 삶의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자산관리의 핵심은 돈을 다루는 사람의 구조에 있는 셈이다.<br/><br/><br/>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것은 ‘얼마를 가지고 있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지켜낼 수 있는가’였다.<br/><br/>대체로 자산을 늘리는 데에만 집중한다. 수익률을 비교하고, 좋은 투자처를 찾고, 절세 방법을 알아본다. 하지만 자산이 커질수록 오히려 필요한 것은 더 복잡한 투자기술만이 아닐 것이다.<br/><br/>내가 어떤 기준으로 돈을 사용하는지, 위험을 어디까지 감당할 것인지, 가족과 돈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같은 질문이 중요해진다.<br/><br/>특히 부를 다음 세대로 넘기는 문제에서는 ‘재산의 이전’과 ‘부의 승계’가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재산은 법적인 절차를 통해 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대하는 태도나 가족의 원칙, 책임감, 신뢰까지 자동으로 상속되는 것은 아니다.<br/><br/>그래서 가족헌장이나 가족회의, 지배구조, 역할과 책임, 배당과 지분 등을 이야기하는 승계 파트가 단순한 자산관리의 영역을 넘어선다고 느꼈다. <br/>승계란 재산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가 아니라, 그 재산을 어떤 질서 안에서 살아 움직이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br/><br/>가족기업이나 상당한 규모의 자산을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넓게 생각하면 모든 가족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질문이 있다.<br/><br/>우리 가족은 돈에 대해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가.<br/>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결정하는가.<br/>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 누구의 말을 듣는가.<br/>아이들에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가르치고 있는가.<br/><br/>이런 것들도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유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br/><br/><br/>3부의 AI 이야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br/>AI가 투자와 자산관리 영역에 들어오는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AI가 활용될수록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일은 줄어들 수 있다.<br/><br/>하지만 책은 여기서 중요한 경계를 제시한다.<br/>🔖“AI는 계산하고 나는 결정한다.” <br/><br/>AI가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더 빠르게 계산한다고 해서 삶에서 중요한 판단까지 맡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위험을 감수할지, 무엇을 포기하지 않을지, 돈을 왜 벌고 어디에 사용할지는 단순한 계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br/><br/>특히 책에서 이어지는<br/>🔖“어떤 도구를 쓰든 데이터의 주권과 판단의 주권은 내가 쥔다는 원칙을 문서로 정해주라.” <br/>라는 부분은 AI를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br/><br/>AI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맡기고 무엇은 직접 결정해야 하는지를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br/><br/>투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AI가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에 따라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은 사람이다.<br/><br/>그래서 AI 시대의 자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판단의 주권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br/><br/><br/>글로벌 자산관리 이야기도 책의 시야를 넓혀주는 부분이었다.<br/>자산은 이제 국경을 넘어 이동하기 쉬워졌지만 세금과 법률, 신고 의무, 가족 간의 약속과 책임까지 같은 속도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익숙했던 방식이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br/><br/>그래서 해외 자산을 관리한다는 것은 법률과 세무, 지배구조, 가족의 관계까지 함께 설계하는 일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다가왔다. <br/><br/>특히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지역과 제도가 달라도 오래 지속되는 부에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는 관점이 흥미로웠다.<br/><br/>돈이 국경을 넘어가더라도 그 돈을 움직이는 사람의 원칙과 신뢰까지 자동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br/><br/><br/>이 책을 읽고 나니 부를 ‘소유한 것’으로 생각하기보다 계속 관리하고 성장시키며 다음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꼭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람만 이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br/><br/>아직 물려줄 만한 재산이 없더라도 살아오며 얻은 원칙과 경험, 사람을 대하는 태도, 실패에서 배운 것,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 역시 충분히 다음 세대에 남길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br/><br/><br/>《부의 인간학》은 부를 바라보는 기준을 다시 세우게 하는 책에 가깝게 느껴졌다.<br/><br/>책의 마지막에 남은 질문은 어쩌면 처음의 질문과 같다고 생각된다.<br/><br/>'나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br/><br/>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지금 어떤 자산을 쌓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br/><br/>돈을 남기는 것과 부를 남기는 것은 다르다.<br/>진짜 유산은 재산의 크기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재산을 이어받은 사람이 스스로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원칙과 사람, 관계와 구조까지 포함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br/><br/><br/>_<br/><br/>#부의인간학2026 #부의인간학 #퍼스트북스 #차선책 <br/>#이혜정 #르온서평단 <br/>#경제 #경영 #투자 #재테크 #자산관리 #도서리뷰 <br/>#신간 #신간도서 #서평 #책리뷰 #책추천 #책소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3/38/cover150/k5221318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333864</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삶에, 잠시 힘을 빼는 법. - [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9616</link><pubDate>Wed, 07 Oct 2026 21: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961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1982&TPaperId=175596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7/13/coveroff/k9221319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1982&TPaperId=1755961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a><br/>오사지마 마사오 지음, 박현아 옮김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6년 09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참 오랫동안 ‘더 나은 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배워왔다.<br/>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고, 조금 더 많이 가져야 하고, 조금 더 인정받아야 한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계속 배우고, 비교하고, 증명해야 한다.<br/><br/>그런데 이상하다. <br/>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마음속에는 늘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남는다.<br/><br/>《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은 그런 우리에게<br/>더 노력하라는 대신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보라고 말한다.<br/><br/>붓다부터 용수, 세친, 달마, 노자, 장자, 호넨, 신란, 렌뇨, 잇큐까지 열 명의 사상가를 따라가며 비교와 집착, 인정욕구, 분노, 관계의 피로 같은 아주 현실적인 고민을 들여다본다. 철학사를 어렵게 설명하기보다 각각의 사상가가 어떤 삶을 살았고 무엇을 고민했는지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오늘의 삶에 가져온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만나는 동양철학은 출근길에 한숨 쉬는 순간에도, 누군가의 SNS를 보며 나도 모르게 나를 비교하는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꺼내볼 수 있는 생각에 가깝다.<br/><br/><br/>‘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는 말은 이제 너무 익숙하다.<br/>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br/><br/>내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발견하면 고치고 싶고, 다른 사람보다 뒤처진 것 같으면 따라잡고 싶다.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인정받지 못하면 내가 가진 가치까지 의심하게 된다.<br/><br/>그런데 이 책이 말하는 ‘있는 그대로’는 <br/>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되, 바꿀 수 없는 것까지 끊임없이 미워하지 않는 것.<br/><br/><br/>성장은 분명 필요하지만, 성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현재의 나를 계속 부정할 필요는 없다. 최선을 다하는 것과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히려 지금의 나를 인정할 수 있을 때 변화도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br/><br/><br/>붓다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제행무상’이라는 개념이 눈에 들어왔다.<br/>좋은 일도 영원하지 않고 나쁜 일도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것을 잊어버리기 쉽다.<br/><br/>힘든 일이 생기면 ‘이 상태가 계속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것을 잃을까 불안해한다. 힘들게 하는 것은 변하는 것을 변하지 않게 붙잡으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br/><br/>그래서 ‘인생은 달이 차고 기우는 것과 같다’는 책의 설명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br/>차오르는 시기가 있으면 기우는 시기도 있고, 다시 차오르는 때도 있다.<br/>지금 내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가지고 인생 전체의 가치를 판단할 필요는 없다는 뜻처럼 느껴졌다.<br/><br/><br/>세친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소개하는 ‘일수사견’도 흥미로웠다.<br/><br/>책에서는 같은 물을 인간은 마시는 물로 보고, 물고기에게는 살아가는 공간이며, 아귀에게는 불처럼 보이고, 천인에게는 보석처럼 보인다는 불교적 비유를 소개한다.<br/><br/>🔖“같은 물을 봐도 보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는 설명은 인간관계를 생각하게 했다.<br/><br/>때로 상대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br/>특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관점 자체를 생각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면 어떨까.<br/><br/>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나에게는 무례함으로 느껴져도 상대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였을 수 있다. 누군가의 선택이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어도 그 사람에게는 나름의 사정과 세계가 있을 것이다.<br/><br/>그렇다고 모든 행동을 이해하거나 용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br/>다만 ‘내가 본 것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이 조금 넓어질 수 있다. 이것이 철학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인지도 모르겠다.<br/><br/><br/>노자와 장자의 이야기는 특히 현대의 삶과 잘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br/>인간은 숫자에 익숙하다.<br/>연봉, 자산, 조회 수, 팔로워 수, 성적, 체중, 순위, 성과….<br/><br/>무언가를 숫자로 측정하면 비교하기 쉽다.<br/>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숫자가 나의 가치까지 대신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br/><br/>책에서 노자를 통해 던지는 “돈이 필요해? 아니면 행복해지고 싶어?”라는 깨달음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br/><br/>돈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br/>현실에서 돈은 분명 중요하다. 경제적 안정은 삶의 중요한 조건이기도 하다.<br/><br/>다만 ‘돈을 더 많이 가지는 것’과 ‘더 행복해지는 것’을 무조건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br/><br/>장자의 이야기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br/><br/>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기 시작하면 삶에는 끝이 없다. 누군가보다 앞서면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고, 한 번의 성취를 이루면 다음 목표가 기다린다.<br/><br/>그러다 보면 삶이 어느 순간 살아가는 일이 아니라 점수를 올리는 일처럼 변해버린다.<br/><br/>장자가 던지는 자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유라기보다, 세상이 정해놓은 하나의 기준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유에 가까워 보였다.<br/><br/><br/>렌뇨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에서는 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br/>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내 마음을 뒤로 미루고, 결국에는 나 자신이 지쳐버리는 경우가 있다.<br/><br/>책의 목차에 등장하는 ‘다정함 착취’라는 표현은 요즘의 인간관계를 정확하게 건드리는 말처럼 느껴졌다. 친절한 사람에게 부탁이 더 많이 돌아가고,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역할이 주어지기도 한다.<br/><br/>그렇다면 나를 지키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일까?<br/><br/>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자리이타’는 그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타인을 돕는 것과 나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br/><br/>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라도 내가 완전히 소진되지 않아야 한다.<br/>나를 돌보는 것과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서로 반대편에 있는 가치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나를 지킬 수 있을 때 더 오래, 더 건강하게 타인에게 다정할 수 있다.<br/><br/>잇큐의 이야기는 ‘타인의 평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br/>사람은 칭찬받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br/>열심히 한 만큼 알아주기를 바라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확인해주기를 바란다.<br/><br/>하지만 다른 사람의 평가를 내가 통제할 수 있을까?<br/><br/>책에 등장하는 🔖“당신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상대에게 달렸다”라는 문장은 묵직하다. 내가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누군가는 나를 좋게 평가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의도하지 않은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br/><br/>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대의 평가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일 것이다.<br/><br/>이 생각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하게 한다.<br/>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br/>모두에게 이해받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br/><br/>내 몫과 상대의 몫을 구분하는 것.<br/><br/>그것이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자유인지도 모르겠다.<br/><br/><br/>《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힘 빼기’였다.<br/><br/>힘을 빼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br/>잘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 가지고 있되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조금 내려오는 것.<br/>성장하고 싶지만 현재의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br/>타인을 배려하지만 나 자신을 희생하지 않는 것.<br/>최선을 다하지만 결과가 곧 나의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br/><br/>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말하는 ‘있는 그대로의 나’는 꽤 능동적인 개념이다.<br/>그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스스로 구별하는 힘이기 때문이다.<br/><br/>책 속 여러 사상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br/>2500년 전의 질문과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이 놀랄 만큼 닮아 있다는 것이다.<br/><br/>비교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고, 사랑에 집착하고, 분노하고, 경쟁하고, 관계 때문에 지치는 마음은 시대가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br/><br/>그래서 철학은 오래된 학문이면서 동시에 아주 현재적인 학문인지도 모르겠다.<br/><br/>이 책윽 읽고 마음에 남은 것은  ‘더 제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이었다.<br/><br/>더 가져야 하는가.<br/>더 인정받아야 하는가.<br/>더 완벽해져야 하는가.<br/><br/>아니면 지금 내가 가진 것과 지금의 나를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br/><br/><br/>애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가끔 힘을 빼는 법도 배워야 한다.<br/>앞으로 나아가는 법만큼이나, <br/>잠시 멈춰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바라보는 법도 필요하다.<br/><br/>그리고 행복은 지금보다 더 대단한 내가 되었을 때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더 이상 끊임없이 부족한 사람으로 판정하지 않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br/><br/>_<br/><br/>#인생에한번은동양철학 #오사지마마사오 #딥앤와이드 <br/>#동양철학 #철학 #인문도서 #신간 #도서추천 #책소개 <br/>#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서평 #서평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7/13/cover150/k9221319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471332</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사는 게 왜 이런지, 정말 부처님께 물어보고 싶었던 날들. - [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 인생의 굴레마다 찾아온 뜻밖의 해답]</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3686</link><pubDate>Sun, 04 Oct 2026 12: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368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1173&TPaperId=1755368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2/95/coveroff/k52213117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1173&TPaperId=1755368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 인생의 굴레마다 찾아온 뜻밖의 해답</a><br/>우인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컬처블룸을 통해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br/>_<br/><br/>“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br/><br/>살면서 이 질문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br/>특별히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편하지 않고, 분명 하루를 열심히 살아냈는데 왜 이렇게 지치는지 모르겠는 날이 있다. <br/>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를 오래 곱씹고, 남들과 나를 비교하다가 괜히 초라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하루가 끝나면 녹초가 되어버린다.<br/><br/>그럴 때 환경을 바꾸려고 한다. 직장을 바꾸면 괜찮아질 것 같고, 인간관계를 정리하면 편해질 것 같고, 돈을 조금 더 벌면 마음이 안정될 것 같고, 휴식을 충분히 취하면 다시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br/><br/>그런데 막상 하나를 바꾸고 나면 또 다른 걱정이 찾아온다.<br/><br/>이 책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바깥에서 답을 찾으려 했던 나에게, <br/>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부터 살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묻는다.<br/><br/>그리고 그 질문을 아주 오래된 불교의 개념들과 연결한다.<br/><br/>도거, 오온, 공, 아집, 방편, 중도, 갈애, 정견, 전도몽상, 제행무상….<br/><br/>처음 보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불교의 개념들이지만 책에서 그것들은 아주 구체적인 일상의 모습으로 내려온다.<br/>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을 걱정하는 마음, 단톡방에서 답장이 오지 않았을 때 혼자 의미를 만들어내는 마음, 남들이 무엇을 사는지 보며 나도 가져야 할 것 같아지는 마음,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되돌리며 후회하는 마음처럼.<br/><br/>수천 년 전의 질문과 지금 매일 하는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마음의 문제를 곧바로 의지의 문제로 돌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br/><br/>🔖“지금 느끼는 감정은 마음속에서 잠시 상영되는 한 편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br/><br/>감정이 영화라면 나는 영화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일 수 있다.<br/>분노가 올라왔다고 해서 내가 분노 그 자체가 되는 것은 아니고, 불안하다고 해서 내가 불안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br/><br/>감정은 계속 움직인다.<br/>어제의 나는 화가 났지만 오늘은 괜찮을 수 있고, 지금은 불안하지만 몇 시간 뒤에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다.<br/><br/>그렇다면 잠시 지나가는 감정을 붙잡고 ‘이게 나야’라고 규정할 필요가 있을까.<br/><br/>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 감정을 없애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감정을 억지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과 나 사이에 아주 작은 거리를 만들어주는 것.<br/><br/>그 작은 거리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br/><br/><br/>사람 때문에 힘든 순간에는 더 현실적인 울림이 있었다.<br/><br/>누군가의 말이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계속 이유를 찾는다.<br/><br/>‘왜 저 사람은 저렇게 말했을까?’<br/>‘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걸까?’<br/>‘내가 뭘 잘못했나?’<br/>‘그 사람의 진짜 의도가 뭐였을까?’<br/><br/>그러다 보면 사건은 이미 지나갔는데도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 재판이 열린다.<br/><br/>🔖“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지 않고 두는 것.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입니다.” <br/><br/>이 문장은 관계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꿔놓는다.<br/>모든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때로는 나를 지치게 한다.<br/>상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끝까지 알아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만, <br/>사실 세상에는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고 설명되지 않는 행동도 있다.<br/><br/>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무관심이나 포기는 아닐 것이다.<br/><br/>‘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구나.’<br/><br/>여기까지만 알고 멈출 수도 있다.<br/><br/>특히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서 납득할 만한 답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에서 멈출 것인지 결정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br/><br/><br/>책에서 ‘방편’을 관계의 경계와 연결해서 이야기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았다.<br/><br/>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참는다.<br/>싫다는 말을 못 하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br/>내가 힘든데도 괜찮은 척한다.<br/><br/>그러면서 그것을 '배려'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br/><br/>하지만 책은 이렇게 말한다.<br/>🔖“방편은 싸우지 않고도 나를 지키는 지혜입니다.” <br/><br/>이 문장이 좋았던 이유는 ‘나를 지키는 것’과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분리해주기 때문이다.<br/><br/>거절한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br/>선을 긋는다고 해서 관계를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br/>오히려 건강한 관계에는 서로의 경계가 필요하다.<br/><br/>상대에게 무조건 맞춰주는 것이 자비라면, 그 자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br/>어느 순간 지치고, 서운해지고, 억울해지고,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상대는 알아주지 않느냐는 마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진짜 친절은 상대에게만 좋은 행동이 아니라 나 자신도 함께 보호하는 행동이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br/><br/><br/>책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은 부분은 ‘화살의 비유’와 연결된 이야기였다.<br/>상처를 입었는데 상처를 치료하는 것보다 <br/>누가 왜 나에게 그런 화살을 쏘았는지부터 알아내려고 할 때가 있다.<br/><br/>🔖“세상의 모든 원인을 다 밝혀내겠다는 강박은, 나를 살릴 유일한 골든 타임을 내 손으로 낭비하는 일과 다름없습니다.” <br/><br/>이 문장을 읽고 관계에서의 상처를 떠올렸다.<br/>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때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br/>하지만 그 이유를 알아낸다고 해서 반드시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br/><br/>이유를 찾느라 계속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되짚어보다 보면, <br/>이미 지나간 사람이 내 현재까지 점령하게 된다.<br/><br/>때로는 이유보다 회복이 먼저일 수 있다.<br/>‘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br/>‘나는 이제 어떻게 나를 돌볼 것인가’를 선택할 수는 있다.<br/><br/>그것이 책이 말하는 마음의 주도권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br/><br/><br/>직장과 번아웃에 관한 부분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br/>일을 하면서 행복과 의미까지 동시에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br/>좋아하는 일을 하고, 성장하고, 인정받고, 돈도 벌고, 인간관계도 좋아야 한다.<br/><br/>그 모든 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br/><br/>하지만 책의 이 문장이 그 기대를 조금 내려놓게 한다.<br/>🔖“인생은 원래 고통이 기본값인데, 우리는 '직장은 즐겁고 보람차야 한다'는 현대 사회의 속삭임에 속아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고 있는 것입니다.” <br/><br/>물론 직장에서의 부당함이나 심각한 스트레스를 무조건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br/><br/>다만 ‘직장이 힘들다 = 내가 약하다’라는 공식은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br/>일이라는 것은 원래 책임과 긴장, 갈등을 포함할 수밖에 없고, 모든 날이 보람찰 수도 없다. 그렇다면 힘든 날마다 나 자신에게 ‘왜 이것밖에 못 버티지?’라고 묻는 대신, ‘지금 내가 감당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고 질문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지 않을까.<br/><br/><br/>🔖“삶은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한 포스팅이 아니고, 타인의 '좋아요'는 내 실존을 살찌우지 못합니다.” <br/><br/>보는 것은 다른 사람의 완성된 한 장면이고, 비교하는 대상은 나의 전체 삶이다.<br/>타인의 ‘하이라이트’와 나의 ‘비하인드’를 비교하는 것은 애초에 공평한 게임이 아니다.<br/><br/>내 삶에서 아무도 보지 못했던 순간들,<br/>아무도 칭찬하지 않았지만 묵묵히 견뎌낸 시간들,<br/>힘들어도 다시 일어난 날들이 나에게는 훨씬 실제적인 삶일 것이다.<br/><br/>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살아낸 삶.<br/>그것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비교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br/><br/><br/>사람인 이상 마음은 계속 흔들린다.<br/>흔들린 나를 다시 나무라기보다 잠시 바라보는 것.<br/><br/>‘나는 왜 이럴까?’라는 질문을 ‘아, 지금 내 마음이 이런 상태구나.’로 바꾸는 것.<br/><br/>둘은 아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br/><br/>첫 번째 질문에는 자책이 들어 있고, 두 번째 질문에는 관찰이 들어 있다.<br/><br/><br/>🔖“‘도망친 곳에 낙원이 없다’” <br/><br/>이 말을 ‘어디를 가든 힘든 일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br/>하지만 책을 읽은 뒤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br/><br/>환경을 바꾸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br/>때로는 회사를 떠나야 하고, 관계를 정리해야 하고,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br/>다만 장소만 바뀌고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그대로라면 비슷한 문제가 다른 모습으로 반복될 수도 있다.<br/><br/>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해 힘들었던 사람이 다른 회사에 가서도 인정에 매달릴 수 있고, 관계에서 상처받은 사람이 새로운 관계에서도 상대의 반응을 끊임없이 확인할 수 있으며, 비교 때문에 힘든 사람이 환경을 바꾸고도 또 다른 비교 대상을 찾아낼 수 있다.<br/><br/>그래서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보다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든지.<br/>그리고 그중에서 환경의 문제와 내 마음의 문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br/><br/>이 책의 내용을 더불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br/><br/>삶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br/>월요일은 여전히 오고, 직장에서는 여전히 누군가 나를 불편하게 할 것이고,<br/>통장 잔고가 걱정을 만들기도 할 것이며, 때로는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날도 있을 것이다.<br/><br/>하지만 그때마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을 사실이라고 믿기 전에 한 번 멈춰볼 수 있다면 어떨까.<br/><br/>‘이것은 지금 내 마음에서 상영되고 있는 장면일 뿐일지도 몰라.’<br/><br/>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작은 틈 하나.<br/>이 책이 그 틈을 만들어주는 책이라고 느꼈다.<br/><br/>완벽하게 잘 살고 있지는 않더라도,<br/>적어도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는 한 번씩 바라보면서 살아가면 된다고.<br/><br/>그것만으로도 오늘의 삶은 어제와 조금 달라질 수 있으니까.<br/><br/><br/>_<br/><br/>#사는게왜이런지부처님께물었습니다 <br/>#우인 #서울문화사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br/>#서평 #서평단 #불교 #자기계발 #심리 #필사책 <br/>#인생도서 #신간 #책소개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2/95/cover150/k5221311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29503</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정의를 외치는 순간, 우리는 괴물이 되지 않는가. - [단두대와 욕조]</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3666</link><pubDate>Sun, 04 Oct 2026 12: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366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5879&TPaperId=175536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7/85/coveroff/893292587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5879&TPaperId=1755366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단두대와 욕조</a><br/>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컬처블룸을 통해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br/><br/>_<br/> 혁명은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br/>자유와 평등,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 <br/>역사에서 혁명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도 대개 그런 단어들이다.<br/><br/>그런데 《단두대와 욕조》는 그 찬란한 단어들 뒤에 숨어 있던 질문을 끄집어낸다.<br/><br/>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분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br/>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이 사람을 죽이는 순간에도 여전히 정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br/><br/>조나탕 베르베르는 프랑스 혁명기의 낭트를 배경으로 한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미스터리를 엮어 이 질문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주인공 시몽에게 출발점은 거창한 혁명도, 정치적 이념도 아니다. 전쟁에서 돌아온 그가 마주한 것은 사라진 가족과 처형당한 아버지, 그리고 이유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죽음이다.<br/><br/>그래서 시몽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개인적인 복수극처럼 보인다.<br/>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을 파고들수록 그 뒤에는 한 시대가 감추고 있던 훨씬 더한 폭력이 모습을 드러낸다. <br/><br/><br/>시몽은 아버지를 죽인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어 한다.<br/>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br/>가족을 잃은 사람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부당한 죽음에 대한 분노, 가해자가 그 대가를 치르기를 바라는 마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br/><br/>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복수와 정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br/>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이 정의라면, 그 처벌의 방식이 또 다른 폭력이라면 어떨까.<br/>악인을 제거하기 위해 내가 악인이 되어도 되는 것일까.<br/><br/>🔖“처형을 지켜보려고 달려오고, 한 사람의 목이-비록 그가 철천지원수, 고문 기술자, 살인자라 할지라도-떨어진 걸 축하하는 일은, 스스로 또한 괴물로 만드는 게 아닐까?” <br/><br/>누군가가 악인이기 때문에 그가 죽는 것을 기뻐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디까지 그 폭력을 허용하게 될까.<br/><br/>특히 무서운 것은 인간이 폭력을 저지르면서 스스로를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br/>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을 때 폭력은 더욱 잔혹해질 수 있다.<br/><br/><br/><br/>개인적으로 가장 섬뜩했던 문장 중 하나는 시몽과 아버지의 대화였다.<br/>🔖“넌 어떤 게 선한 행동인지 생각을 너무 많이 해.” (…) “우린 전쟁 중이야. 도덕이 낄 자리는 없어. 언제나 이긴 쪽이 옳은 법이지.” <br/><br/>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도덕적 판단보다 생존과 승리가 우선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 말이 무서운 이유는 전쟁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br/><br/>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평소에는 하지 않았을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한다.<br/><br/>‘우리 편을 위해서’, ‘더 큰 목적을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br/><br/>이런 말들은 때로 인간의 양심을 잠재우는 가장 강력한 명분이 될 수 있다.<br/>그래서 《단두대와 욕조》에서 무서운 것믄 폭력을 옳은 행동이라고 믿게 만드는 논리다.<br/><br/>사람을 죽이는 행위 자체보다도, 그 죽음에 ‘정당한 이유’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이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br/><br/><br/>프랑스 혁명은 인류 역사에서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상징하는 사건이다.<br/>그러나 그 혁명의 과정에는 공포 정치와 처형, 정치적 숙청과 민간인 희생이라는 어두운 역사도 존재한다.<br/><br/>이 소설은 바로 그 틈을 파고든다.<br/><br/>작품 속 문장처럼,<br/>🔖“혁명이 누군가를 구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걸 자네는 이해하나? 혁명은 유죄를 선고하고, 처벌하고, 탈취하기 위한 거야.” <br/><br/>이 문장은 혁명이라는 이름이 언제든 권력과 폭력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과, 새로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br/><br/>그런데 역사 속에서는 그 경계가 놀랄 만큼 쉽게 무너진다.<br/>처음에는 억압받던 사람이었지만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사람이 될 수 있고, 정의를 외치던 사람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제거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br/><br/>‘나는 옳다’고 확신하는 인간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가.<br/>바로 그것이 더 깊은 공포로 남는다.<br/><br/><br/>작품에서 인상적인 또 하나의 대목은 혁명이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까지 바꾸어 놓는다는 부분이다.<br/>🔖“혁명의 힘은 그런 것이었다. 그것은 전제 군주를 몰아냈지만, 그 와중에 평범한 시민들을 짐승의 상태로 내몰았다.” <br/><br/>이 문장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br/>흔히 잔혹한 사람과 선량한 사람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싶어 한다.<br/><br/>‘저런 일을 하는 사람은 원래부터 악한 사람이었을 거야.’<br/><br/>하지만 역사를 보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br/>공포가 일상이 되고, 폭력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집단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생존과 연결되면 평범한 사람도 이전과 전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br/><br/>그렇다면 인간에게 악한 본성이 있는가 없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br/>'어떤 상황이 인간 안에 있는 잔혹함을 끌어내는가'일지도 모른다.<br/><br/><br/>작품에서 또 하나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이 있다.<br/>🔖“감정이 격해진 그는 새로운 체제가 옛 체제의 잿더미 위에서 갓 태어나는 그 광기의 시대에, 이성이 과연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스스로 묻고 있었다.” <br/><br/>혁명은 감정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br/>분노가 있어야 변화가 시작되기도 하고, 부당함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 세상을 움직이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br/><br/>분노가 정의가 되고, 복수가 심판이 되고, 집단의 신념이 진실이 된다.<br/>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상대방을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다.<br/>‘우리 편’과 ‘적’으로 나누고, 적에게는 인간에게 적용하던 기준을 적용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폭력은 훨씬 쉬워진다.<br/><br/><br/>🔖“자연이란 원래 그런 것이었다. 자연은 인간사를 개의치 않고, 그들의 결점이나 거짓, 잔인함이나 희망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의 흐름을 따라가며 상황에 따라 그들의 목을 축여 줄 수도 있고, 혹은 집어삼켜 죽일 수도 있었다.” <br/><br/>인간은 역사에 의미를 부여한다.<br/>누가 옳았는지, 누가 악인이었는지, 누가 희생자였는지 기록하고 기억한다.<br/>하지만 자연은 그런 인간의 판단에 관심이 없다.<br/><br/>강물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br/>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주는 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죽음의 장소가 될 수 있다. <br/><br/>단두대는 인간이 만든 처형의 도구이고, <br/>욕조 역시 인간이 죽음의 장소로 바꾸어 버린 강을 떠올리게 한다.<br/><br/>이처럼 자연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무엇이든 폭력의 도구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끔찍한 것이다.<br/><br/><br/>이 작품을 읽으며 프랑스 혁명기의 이야기가 먼 과거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도 흥미로웠다.<br/><br/>역사를 공부할 때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br/>혁명이 일어났고, 왕정이 무너졌고, 새로운 정치 질서가 등장했다.<br/>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게 역사는 ‘결과가 정해진 과거’가 아니었을 것이다.<br/><br/>매일 어떤 사람이 체포되고, 누군가가 사라지고, 옆집 사람이 적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살아야 했다면 오늘의 선택 하나하나가 생존과 직결됐을 것이다.<br/><br/>그래서 역사소설의 힘은 과거의 사건을 다시 설명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람이 되어 그 공포를 잠시 경험하게 만드는 것.<br/><br/>《단두대와 욕조》는 시몽의 개인적인 복수와 낭트에서 벌어지는 집단적인 비극을 연결하면서 역사를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낸 시간’으로 바라보게 한다.<br/><br/>'누가 악인인가.'<br/>정의를 집행하는 사람은 어떻게 자신의 폭력이 또 다른 악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br/><br/>🔖“나는 늘 정의만을 원해 왔고, 원하고 있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오.” <br/><br/>정의를 원한다는 말은 아름답다.<br/>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위험한 말이 될 수도 있다.<br/>자신이 정의의 편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자신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br/><br/><br/>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괴물’이라는 단어였다<br/><br/>책의 첫 문장부터 마지막까지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br/><br/>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는 폭력에 동조할 수 있고, 집단의 명령을 따를 수 있으며, 누군가의 죽음을 ‘정당한 처벌’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br/><br/>그래서 처음의 질문이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는다.<br/><br/>사람의 목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환호하는 순간, <br/>어디까지 인간이고 어디서부터 괴물이 되는 것일까.<br/><br/>더 무서운 것은 괴물이 되는 순간에도 자신이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br/><br/><br/>《단두대와 욕조》는 잔혹한 사건을 보여주기 위해 역사적 비극을 끌어온 것이 아니라, 그 비극을 통해 인간이 정의·혁명·애국·복수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폭력을 어떻게 정당화하는지를 보여준다.<br/><br/>누군가를 처벌했다고 해서 정의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br/>악인을 제거했다고 해서 세상이 선해지는 것도 아니다.<br/><br/>역사는 흘러가고, 강물은 계속 흐른다.<br/><br/>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결국 되돌아오는 질문이 있다.<br/><br/>'나는 정의를 말하면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을 수 있는가.'<br/><br/>#단두대와욕조 #조나탕베르베르 #열린책들 <br/>#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 #서평단 <br/>#소설 #소설추천 #프랑스소설 #미스터리소설 #추리소설 <br/>#신간 #책소개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67/85/cover150/893292587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678560</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몸이 막히면 삶도 막힌다. - [오십에 읽는 동의보감 - 몸, 마음, 인생을 다스리는 최고의 건강 고전]</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924</link><pubDate>Sat, 03 Oct 2026 09: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92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1974&TPaperId=1755192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2/84/coveroff/k0321319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1974&TPaperId=1755192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십에 읽는 동의보감 - 몸, 마음, 인생을 다스리는 최고의 건강 고전</a><br/>김형찬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오십이라는 나이는 참 묘한 것 같다.<br/>아직 마음은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몸은 더 이상 예전처럼 따라와 주지 않는다. 예전에는 며칠 잠을 설쳐도 금방 회복했고, 조금 무리해도 다음 날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일을 해도 피로가 오래 남고,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먹던 음식이 속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br/><br/>《오십에 읽는 동의보감》은 바로 그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 하지 말고, 지금의 내 몸을 제대로 읽어보라”고 말하는 책처럼 느껴졌다.<br/><br/>특히 마음에 오래 남았던 것은 몸을 하나의 독립된 부품처럼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었다. 아프면 아픈 부위만 고치려고 하고, 피곤하면 좋은 음식을 먹거나 영양제를 찾고, 불안하면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몸과 마음, 음식과 수면, 움직임과 호흡, 감정과 생활습관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br/><br/>그 연결을 가장 간결하게 보여주는 문장이 있다.<br/>🔖“통하면 아프지 않고, 막히면 통증이 발생한다.”<br/><br/>이 문장을 읽고 나니 ‘막힌다’는 말이 혈액이나 기의 흐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그렇지만 감정도, 관계도, 삶도 너무 오래 막아두면 다른 형태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br/><br/><br/>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반가웠던 부분은 걷기, 호흡, 몰입을 통해 자신을 다루는 방법이었다.<br/><br/>사실 나 역시 불안이 올라올 때 걷거나 호흡에 집중하고, 무언가에 깊이 몰입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자주 사용해왔다. 그래서 책에서 이 세 가지를 만났을 때 건강관리법이라기보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br/><br/>불안은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소한 놀람이나 긴장, 걱정이 반복되고 그것을 제대로 흘려보내지 못하면 몸은 점점 긴장 상태에 익숙해질 수 있다.<br/><br/>그래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흐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가왔다.<br/><br/>몸을 움직이고, 호흡을 고르고, 마음속에 쌓인 감정을 적절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고 애쓰기보다는 불안이 머물러 굳어버리지 않도록 흘려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게 생각하게 된 부분은 ‘체기’에 대한 이야기였다.<br/><br/>평소에 자주 체하는 편이다. 심할 때는 소화가 조금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너무 아파서 한의원에 가 침을 맞거나 약을 먹어야 할 정도다.<br/><br/>그럴 때마다 음식이 문제였다고만 생각하기 쉬웠다.<br/>그런데 돌이켜보면 이상하게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마음속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던 시기에 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혹시 음식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왔다.<br/><br/>《오십에 읽는 동의보감》이 말하는 기의 흐름과 막힘이라는 관점에서 이 부분을 다시 바라보니 내 몸의 신호를 조금 다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br/><br/>물론 실제 체증이나 소화기 증상의 원인을 모두 ‘기가 막혀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상황에서 자주 체하는지, 그때 내 몸과 마음은 어떤 상태였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감정을 계속 눌러두고, 스트레스를 참고, 마음속에서만 반복해서 생각하다 보면 그것 역시 나에게는 하나의 ‘막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앞으로는 체했을 때 “무엇을 잘못 먹었지?”만 생각하지 않고, “최근에 내가 무엇을 참고 있었지?” “내가 너무 긴장하고 있었나?” 하고 내 마음의 상태도 함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br/>이 책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를 더 채우는 것보다 먼저 내 생활을 돌아보라는 태도였다.<br/><br/>몸이 힘들면 쉽게 무언가를 추가하려 한다. 영양제를 먹고, 보약을 찾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긴다. 나 역시 건강이 걱정될수록 ‘무엇을 더 먹어야 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br/><br/>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먼저 밥상과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br/><br/>잘 먹는다는 것은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비싼 것을 먹는 것도 아니다. <br/>내 몸에 필요한 것을 적당히 먹고, 제철 음식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과하게 채우지 않는 것.<br/><br/>책 속의 📌“입이 좋아하는 맛 말고 몸이 좋아하는 맛을 먹어라”라는 목차의 문장도 이런 의미로 다가왔다.<br/><br/>건강은 특별한 무언가를 하나 추가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아주 평범한 선택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br/><br/>그래서 ‘약보다 먼저 밥상’이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br/><br/><br/>또 하나 마음에 걸렸던 것은 휴식이었다.<br/><br/>번아웃을 경험한 사람에게 “쉬어”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br/>정작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br/><br/>몸이 지쳤다고 하루 종일 누워 있는 것이 반드시 좋은 휴식은 아닐 수도 있다. 반대로 계속 움직이는 것 역시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br/><br/>책은 움직임과 멈춤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한다.<br/>🔖“오십부터는 많이보다 고르게 움직여라.”<br/><br/>건강을 위해 무조건 많이 걷고, 많이 운동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나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읽혔다.<br/><br/>오십 이후의 건강은 얼마나 나에게 맞는 속도로 살아가느냐의 문제가 아닐까.<br/><br/><br/>오십 전후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숫자가 하나 바뀌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쉽게 잠들었는데 잠이 깨고, 몸이 갑자기 더워졌다가 추워지고,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br/><br/>이런 변화가 생기면 자꾸 예전의 나를 기준으로 지금의 나를 판단한다.<br/><br/>“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br/><br/>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필요한 것은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몸에 맞는 삶을 새롭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지난 오십 년 동안 바깥세상을 읽으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안을 읽을 때다.” <br/><br/>사람들은 오랫동안 타인의 기준과 사회의 속도에 맞춰 살아왔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책임을 다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다 오십쯤 되어 몸이 예전과 다르게 반응하기 시작하면 그제야 질문하게 된다.<br/><br/>“나는 지금 정말 나에게 맞게 살고 있는 걸까?”<br/><br/><br/>몸은 먹는 것, 자는 것, 움직이는 것, 숨 쉬는 것, 감정을 느끼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세계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흐름’이라는 개념이 마음에 남는다.<br/><br/>🔖“오십 이후의 건강은 더 많이 알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삶의 주인으로 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br/><br/>건강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어떤 영양제가 좋은지 매일 새로운 정보가 쏟아진다.<br/><br/>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관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br/>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 생각난 문장이 있다.<br/>🔖“이제 속도를 줄이고, 스스로를 돌보며, 세상의 속도가 아닌 자신의 리듬을 찾아야 할 때” <br/><br/>오십 이후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것을 해내는 능력이 아닐지도 모른다.<br/>조금 늦게 걷고, 제대로 숨 쉬고, 잘 먹고, 충분히 쉬고, 마음속에 쌓인 것을 흘려보내는 것.<br/><br/>그리고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은 조금씩 내려놓는 것.<br/><br/>지난 오십 년 동안 세상을 읽으며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을 읽어볼 시간.<br/><br/>내 몸의 리듬을 다시 찾는다면, 삶도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을까.<br/><br/>_<br/><br/>※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오십에읽는동의보감 #유노북스 #김형찬 <br/>#인문 #동양철학 #건강 #건강도서 #신간 <br/>#도서리뷰 #책리뷰 #서평단 #책추천 #도서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2/84/cover150/k0321319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828427</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기술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면, 무엇을 잃게 될까. - [신세계의 아이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895</link><pubDate>Sat, 03 Oct 2026 08: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8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0634&TPaperId=175518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3/99/coveroff/k35213063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0634&TPaperId=175518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신세계의 아이들</a><br/>알렉산더 와인스타인 지음, 임현정 옮김 / 에이유앤씨 / 2026년 08월<br/></td></tr></table><br/>※본 게시물은 영화사 #찬란 (@challanfilm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SF를 읽다 보면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지 상상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고, 기억을 저장하거나 이식하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세계. 우리는 이미 그 미래의 일부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SF 속 이야기가 그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br/><br/>알렉산더 와인스타인의 《신세계의 아이들》에는 영화 애프터양의 원작 포함 13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AI 휴머노이드, 가상현실, 기억, 기후 위기, 새로운 형태의 가족과 사회 등 미래를 연상시키는 소재가 등장하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받아들인 인간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br/><br/>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은 더 편리하고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세계에서 인간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지우는 것이 행복일까. 사랑하는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면 그 사랑은 덜 진실한 것일까. 가상세계에서 느끼는 감정은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과 무엇이 다를까.<br/><br/><br/>특히 [양과의 작별]은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처럼 느껴졌다.<br/><br/>양은 완벽하게 프로그래밍된 AI 휴머노이드다. 가족에게 필요한 지식도 갖추고 있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함께 생활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양은 기계나 편리한 도구로만 보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br/><br/>책 속에서 양을 설명하는 장면 중 이런 문장이 나온다.<br/>🔖“그럼에도 양은 우리 삶에 중요한 존재였다.” <br/><br/><br/>‘중요한 존재’라는 말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인간이라는 조건을 갖춘 존재일까. <br/>함께 시간을 보내고, 기억을 공유하고, 누군가의 삶에 자리를 차지한다면 그 존재를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닐까.<br/><br/>양이 인간처럼 완벽하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이미 양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는 점이다. 즉, 상실은 대상이 인간인지 기계인지와 상관없이 찾아온다.<br/><br/>그래서 이 작품을 읽으며 ‘인간다움’이 생물학적인 조건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다움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기억하고, 그 존재의 부재를 슬퍼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br/><br/><br/>기억을 사고팔 수 있는 세계에서 기억은 여전히 나의 것일까.<br/>그래서 [지도 제작자] 역시 인상적이었다.<br/><br/>이 작품에서 기억은 더 이상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br/>기억을 사고팔고,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갖지 못했던 과거까지 경험할 수 있다.<br/><br/>책 속 인물들은 기억을 지도처럼 그린다.<br/>🔖“여기에는 우리가 결코 갖지 못한 유년 시절의 기억과 우리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부모의 기억이 있었다.” <br/><br/>기억이 현재의 나를 만들어가는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다.<br/>만약 내가 갖지 못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기억으로 가질 수 있다면 지금의 나 역시 달라질까.<br/><br/>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br/>다른 사람의 기억을 내 기억처럼 받아들이는 순간,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br/><br/>사진과 영상, SNS를 통해 과거를 저장한다. 인공지능은 이미 사진을 복원하고, 목소리를 재현하고, 과거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언젠가는 기억이라는 것 역시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유연한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br/><br/>그렇다면 기억이 조작될 수 있는 시대에 ‘나’라는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br/><br/><br/>표제작 [신세계의 아이들]에서는 가상세계가 현실보다 더 만족스러운 삶을 제공한다. 육체의 한계를 벗어나고, 현실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행복과 욕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br/><br/>처음에는 놀라울 만큼 매력적인 세계처럼 보인다.<br/>하지만 그 세계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br/>🔖“아이들도 삭제해야 합니다.” <br/><br/>그리고 이어지는<br/><br/>🔖“내 아이들을 지울 순 없어요!” <br/><br/>라는 외침은 이 책에서 기술과 인간의 관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br/><br/>가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면 삭제해도 되는 것일까.<br/>그 존재와 함께한 시간이 실제였고, 그 존재를 사랑했던 감정이 실제였다면 그 관계 역시 실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br/><br/>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기술이 인간의 감정을 가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술은 인간이 이미 가지고 있던 사랑과 욕망, 소유욕과 두려움을 훨씬 더 강력하게 드러낸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무서운 것은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욕망이다.<br/><br/><br/>흔히 상상하는 디스토피아에는 거대한 정부나 전쟁, 폭동, 통제 사회 같은 극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신세계의 아이들》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와인스타인의 이야기 속 미래는 훨씬 일상적이라는 점이다.<br/><br/>사람들은 여전히 사랑하고, 가족을 걱정하고, 아이를 키우고, 학교에 가고, 누군가를 그리워한다.<br/><br/>다만 그 일상을 둘러싼 환경이 조금씩 달라져 있다.<br/><br/>[이주]에서 아이가 과거의 쇼핑 공간을 바라보며 묻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br/><br/>🔖“정말요? 재미있었어요?” <br/><br/>예전에는 당연했던 공간과 생활방식이 미래의 아이에게는 낯선 것이 되어버린다.<br/><br/>이 짧은 문장이 묘하게 서늘했다.<br/>너무 익숙해서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 학교, 직업, 소비 방식, 인간관계, 심지어 사랑의 방식까지도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낯선 풍경이 될 수 있다.<br/><br/>그렇다면 미래를 상상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술을 상상하는 것 뿐 아니라, 지금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이 사라진 뒤에도 무엇이 남아 있을지를 생각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br/><br/><br/>책을 읽고 난 뒤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묘한 연민이었다.<br/>와인스타인이 그려낸 인물들은 변화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애쓰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 상실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br/><br/>기술이 인간의 결핍을 없애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핍이 완전히 사라진 인간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과 같지 않을지도 모른다.<br/><br/>조금 부족하기 때문에 사랑하고,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소중히 여기며, 다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과거를 기억한다.<br/><br/>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간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남겨 주었다.<br/><br/><br/>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저장할 수 있고, 죽은 사람의 모습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고, 현실보다 편안한 가상세계를 만들 수 있고,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AI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시대.<br/><br/>그때 인간은 지금보다 행복할까.<br/><br/>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br/>행복의 조건이 부족함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br/><br/><br/>'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무엇만큼은 대체할 수 없어야 할까?'<br/><br/>《신세계의 아이들》의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의 모습을 조금 확대해서 비춰보는 거울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첨단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이다.<br/><br/>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인간은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기억하고, 잃는 존재라는 것.<br/><br/>그 사실이야말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마지막 모습인지도 모르겠다.<br/><br/>_<br/><br/>#신세계의아이들 #에이유앤씨 #알렉산더와인스타인 <br/>#애프터양 #애프터양원작단편소설수록 #영화원작도서 <br/>#도서리뷰 #책리뷰 #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sf소설 #sf <br/>#신간 #신간도서 #책소개 #도서추천 #서평단 #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3/99/cover150/k35213063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339958</link></image></item><item><author>하얀사과</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내 안의 어린아이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 -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 - 오래된 상처를 알아차리고 다정하게 회복하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755</link><pubDate>Sat, 03 Oct 2026 02: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theday1440/175517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1283&TPaperId=175517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58/57/coveroff/k47213128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1283&TPaperId=175517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 - 오래된 상처를 알아차리고 다정하게 회복하기</a><br/>멜라니 피그니터 지음, 김희상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09월<br/></td></tr></table><br/>※이 게시물은 단맘 (@gbb_mom ) 님의 #르온서평단 을 통해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br/><br/>_<br/><br/>사람은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 위해 현재의 경험을 돌아본다. <br/>그런데 가끔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감정과 행동이 있다. <br/>별것 아닌 말에 지나치게 상처받거나, 거절당할까 봐 하고 싶은 말을 삼키거나, 인정받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애쓰기도 한다.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의 표정 하나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br/><br/>그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br/><br/>‘나는 왜 이렇게까지 반응할까?’<br/><br/>멜라니 피그니터의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하는 책처럼 느껴졌다.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어린 나를 만나보는 것. 그리고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된 내가 그때의 나에게 필요한 보호와 위로를 건네는 것.<br/><br/>내면 아이를 다룬 책이라고 해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찾아내고 부모나 환경을 탓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다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과거를 다시 바꾸는 일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고 그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에 가깝다.<br/><br/>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린 시절의 행동을 ‘문제 행동’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었다.<br/><br/>어린아이는 스스로를 보호할 방법이 많지 않다. 사랑받고 싶고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눈치를 보거나, 지나치게 착한 아이가 되거나, 모든 일을 잘하려고 애쓰거나, 반대로 먼저 공격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br/><br/>어린 시절에는 그것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br/>하지만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뒤에도 그 방법을 계속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고, 스스로 선택하고 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겼는데도 과거에 익숙했던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고 상황에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br/><br/>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내면 아이’는 현재의 나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감정과 관계의 패턴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언어처럼 다가왔다.<br/><br/><br/>책에서는 내면 아이의 상처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br/><br/>매달리는 행동, 도망가기, 공격하기, 지나친 완벽주의, 통제하려는 마음,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행동, 감정을 억누르는 것,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것까지.<br/><br/>목록을 읽다 보면 어느 한 가지쯤은 자신과 닮은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br/><br/>특히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지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이야기는 꽤 깊게 다가올 것 같다.<br/><br/>성과를 내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자신의 가치가 있다고 느끼며, 실수 하나에도 ‘역시 나는 부족해’라고 결론 내리는 사람이라면 현재의 나만 바라봐서는 그 이유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br/><br/>그런데 어린 시절의 나를 바라보면 조금 다른 해석이 가능해진다.<br/><br/>‘나는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배웠던 것은 아닐까?’<br/><br/>‘착한 아이여야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br/><br/>‘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br/><br/>이 질문들은 현재의 나를 조금 덜 미워하기 위한 질문처럼 느껴졌다.<br/><br/><br/>책 속에서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br/>🔖“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어. 하리만 우리를 괴롭히는 고정관념은 바꿀 수 있지” <br/><br/>과거는 수정할 수 없다.<br/>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다시 할 수도 없고, 이미 지나간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없다.<br/><br/>하지만 과거의 사건을 바라보는 현재의 나는 달라질 수 있다.<br/>그때는 내가 부족해서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일을, 지금의 나는 ‘그것이 반드시 내 잘못은 아니었다’고 다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때는 견디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어린 나에게 이제는 어른인 내가 다른 선택지를 알려줄 수도 있다.<br/><br/>그래서 내면 아이를 돌본다는 말이 과거의 상처를 반복해서 떠올리는 것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과거의 나를 현재의 내가 다시 보호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나는 소중한 존재야.누구도 나에게 상처줄 수 없어.” <br/><br/>너무 흔하게 들어온 말처럼 보이지만, 막상 자신에게 적용하려고 하면 쉽지 않은 문장이다.<br/><br/>어린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너는 괜찮다’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문장은 어린 시절의 나뿐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도 건넬 수 있는 말처럼 느껴졌다.<br/><br/><br/>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린 시절의 상처를 부모 탓으로 단순하게 결론짓지 않는 태도였다.<br/><br/>🔖“내면 아이 돌보기는 잘잘못을 따지는 재판이 아니다.” <br/><br/>이 문장이 중요한 이유는 상처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과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br/><br/>어린 시절 내가 받았던 영향을 인정하는 것과 부모의 모든 행동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은 같은 의미도 아니다.<br/><br/>어떤 경험이 상처가 되었다면 그것을 상처라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부모 역시 완벽한 인간이 아니었으며 그들 또한 자신이 가진 한계와 상처 속에서 살아왔을 가능성을 바라볼 수도 있다.<br/><br/>그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현재의 나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이해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면 아이를 만나는 과정이 과거의 누군가를 심판하는 여행이 아니라, 지금까지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나 자신을 이해하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br/><br/><br/>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과거의 나에게 너무 가혹했다는 사실이다.<br/>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나만큼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br/>어른들의 행동을 해석할 능력도 부족했고, 관계에서 무엇이 건강한 것인지 판단하기도 어려웠다. 사랑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혼나지 않기 위해 눈치를 봤으며, 버림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겼을 수도 있다.<br/><br/>그런 나를 지금의 내가 바라보면서<br/>‘그때 너는 정말 최선을 다했구나.'라고 말해준다면 어떨까.<br/><br/>책에서 소개하는 명상과 대화, 신체 활동 등의 도구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상처를 발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가진 나에게 실제로 말을 걸고 돌보는 과정을 제안하기 때문이다.<br/><br/>물론 이런 접근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효과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감정이 지나치게 격해진다면 혼자 무리해서 과거를 파고들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br/><br/>그 점까지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이 책의 실천적인 부분은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br/><br/><br/>책을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생각은 이것이었다.<br/>내면 아이를 만나는 목적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다.<br/>현재의 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br/><br/>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지금까지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생존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방식이라면,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방식은 내려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br/><br/><br/>이 책을 덮고 나면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된다.<br/><br/>잘못한 일이 없어도 혼났던 날,<br/>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했던 순간,<br/>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썼던 기억,<br/>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삼켰던 감정들.<br/><br/>그때의 나는 이런 감정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남길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br/>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알고 있다.<br/><br/>그때의 나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때의 나를 바라보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을.<br/><br/><br/>이미 수없이 많은 시간을 살아내고 견뎌왔다.<br/>그러니 이제는 무언가를 더 증명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오래전부터 마음 한구석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작은 나에게 한 번쯤 이렇게 말해주어도 좋겠다.<br/><br/>“그때의 너는 잘못한 게 아니야.<br/>이제는 내가 너의 편이 되어줄게.”<br/><br/>《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은 과거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나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br/><br/>치유의 시작은 상처를 가진 나 자신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br/><br/>_<br/><br/>#내안의어린아이가울고있다면 #서교책방 #멜라니피그니터 <br/>#심리 #심리학 #신간 #책소개 #책추천 #도서추천 #서평단 <br/>#도서리뷰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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