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왔더니 르 귄 여사의 책  두 권이 도착해서 내가 포장지에서 꺼내주길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나중에 올리는 것으로.. 일단은 먼저 꿈나라로.









일어나보니 책도 도착했지만, 한 달에 한 번 나에게 카드를 보내주는 세라의 카드도 왔다.

내가 나비 좋아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는데 나비 카드를 보낸 거 보면,,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이 나비를 좋아하는 구나,,,싶다.

암튼, 언제 시간이 되면 르 귄 여사의 책을 필사해보자.

필사만 하지 말고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eather는 트래블러였어요. 본명은 H로 시작하지만, 이름을 밝힐 수 없으니 그냥 헤더라고 할께요. 얼마 전에 제가 올린 병원 사진에도 있는데,,,무척 뚱뚱한 사람이에요. 검정 스크럽스를 입었고,,물어보진 않았지만, 검정 스크럽스를 입는 이유는 자기가 너무 뚱뚱하니까,,,검정 스크럽스만 입는 것이 아닐까요? 


헤더는 돈을 버는 목표가 아주 강한 사람이라 여전히 트래블러를 해요. 트래블러는 정규 직원보다 2배 이상의 돈을 받거든요. 아이가 둘이라고 했는데, 이혼을 해서 그럴까요? 돈을 무조건 많이 주는 곳에서 일을 하려고 하죠. 지난 주 우리 병원과 계약이 끝났을 때. 헤더가 outstanding하게 일을 잘 하니까 병원에서 스카웃 하고 싶어 했는데 월급이 적다고 (우리 병원 월급 많이 주는 편인데;;;) 계속 트래블러로 있겠다고 했어요.


아무튼, 다 떠나서 헤더는 제가 아는 간호사 중에 가장 COOL한 간호사에요. 코드 블루가 뜨면 가장 먼저 그 환자 옆에 가 있어요. 그리고는 뭐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요. CPR을 하든 기록을 하든 IV Push를 하든,,, 정말 뭐든. 외모로 사람 판단 잘 하는 저는 처음 헤더를 봤을 때,,굉장히 뚱뚱한 간호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워요, 아주 많이.


헤더가 우리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일하던 날, 센서스가 줄어서 정규 직원이 별로 안 나와서 어쩔 수 없이 헤더가 저의 프리셉터가 되었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거의 4개월이 다 되어 가는 동안 환자를 직접 씻기고 (물론 우리도 CHG bath라는 것을 매일 해주지만, 말만 Bath인 완전 형식적인 것임) 머리도 감기고,,,와우~~~~ 계속 누워 있으니까 등을 마사지 해줘야 한다면서 씻겨주면서 마사지까지 해주는 간호사 처음 봤어요. 그것도 얼마나 했으면 능수능란. 그녀가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이 코드블루일 때만이 아니었던 거에요. 지금도 코드블루가 뜨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헤더의 모습이 떠올라요.


저에게 "너의 동양적인 사고를 다른 간호사에게 보이면 다들 너를 무시할 거야,,그러니까 슴겨."라고 해주던 해더. 중환자실 간호사가 되는데 도음을 받은 책 들이라며 문자로 4권의 중환자 간호 책을 보내 준 헤더. 그러고보면 저는 참 복이 많아요. 시기적절하게 헤더와 같은 프리셉터도 만나고,, 더구나 트래블러라 평상시라면 제 프리셉터가 될 수 없었던 사람을,,,정말 미래는 예측 불허!!^^;;;


어제는 저 혼자 발을 동동 구르면서 간호를 한 날이었어요. 와~~~. 이렇게 힘들고 정신없었던 날은 처음인 듯. 아무튼,,, 그 일들을 말할 기운이 지금 없으니까, 또 다음을 기약하고,,,,오늘은 멋진 간호사 헤더만 기억하고 싶어요. 어느 병원으로 갔을까요, 헤더는??? 문자를 보내봐야겠어요.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반유행열반인 2021-03-11 06: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 동료를 만나는 건 정말 복인데 복받으신 라로님-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라로 2021-03-11 21:08   좋아요 2 | URL
맞아요, 멋진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좋은 동료를 만나서 일하는 게 더 좋아요. 그런데 이제 헤더는 없으니까,,, 많이 생각 나네요.^^;;

바람돌이 2021-03-11 0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로님이 좋은 분이라서 헤더씨도 조언을 하고 싶으셨을걸요. 조언도 아무한테나 해주는게 아닌거 우리 다 알잖아요. 좋은 선배를 만나셔서 다행이예요

라로 2021-03-11 21:09   좋아요 1 | URL
제가 나이는 이만큼 많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깨지는 거 보니까 안 됐다 싶었던 것 같아요. ^^;;; 더구나 자기가 곧 떠나니까 맘 먹고 한 것 같아요. 고맙죠, 뭐. 아까 문자 보냈더니 아직 다른 병원 결정을 못해서 당분간 저희 병원에 오게 될 것 같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알려주겠다고 하네요. ^^

행복한책읽기 2021-03-11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로님이 헤더 같은 간호사이기에 헤더가 곁에 왔을 거예요. 라로님 글 읽으면 막 열심히 살고 싶고 사람들한테 더 잘해야겠다 싶고 그래요. 선한 영향력. good influencer!!^^

라로 2021-03-11 21:12   좋아요 1 | URL
그건 전혀 아니에요,,,^^;; 늘 좋게 생각해주시는 책님!!^^ 모든 관계는 인연과 우연의 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책님의 글을 읽으면서 책을 제대로 읽고, 글도 잘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혼자 살지 말고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혼자서 잘 살믄 무슨 재민겨~~~!!˝ㅎㅎㅎㅎ

붕붕툐툐 2021-03-11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좋아요. 그러고보면 좋은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는 거 같아요~ 그게 뭔지도 알겠구요~ 근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참 힘드네요~ 라로님은 충분히 해내실 거예요!!

라로 2021-03-12 01:45   좋아요 1 | URL
좋은 사람에게 있는 거 같은 공통점 붕붕툐툐님이 언제 글로 서주세요~~~!!^^ 매일 명상 하시는 님은 이미 좋은 분이라고 생가합니다. 단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scott 2021-03-11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엄청 솔직하심, 외모보다 진솔한 행동! 진정한 프로!! 트래블러 헤터 라로님의 롤모델 ^ㅎ^

라로 2021-03-12 01:45   좋아요 1 | URL
제가 넘 솔직해서 탈이긴 해요,,,하지만, 저 생겨먹은 거 어쩌지 못하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 헤더는 저의 롤모델이 맞지만 헤더처럼 절대 못해요. 내 몸 망가짐요.ㅋㅋㅋ
 

1월에는 정말 내가 생각해도 책을 너무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2월이 되니 학교 수업도 시작하고, 병원에서 들으라는 수업도 매주 금요일마다 들어야 해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읽었다.


1월부터 읽었던 <세 여자>를 2월이 되어 마칠 수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실화에 충실하게 글을 쓰려고 했다는 작가의 말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검색해보면 다 나오는 인물들이 등장인물이라서 소설 같으면서도 소설 같지 않은 묘한 느낌이 들었던 독서였다.

허정숙이 북한으로 가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페미니즘은 더 일찍 생겨나고, 기초가 더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한국 공산주의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의 동지이자 파트너였던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그녀들을 발견해서 다시 재조명하고, 그들의 존재를, 그들의 열정적인 삶을 담담하게 그려준 작가에게 새삼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싶다.


P님이 발렌타인 데이 겸사겸사 보내주신 책 3권 중 한 권을 먼저 읽었다. 1월부터 두꺼운 책을 너무 많이 읽었는데다가 <세 여자>를 막 끝낸 참이라서 가벼운 책, 만화 같은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 책을 만만하게 보고 보기 시작했는데 이 책도 독립운동 하는 얘기! <세 여자> 방금 끝냈는데 또 비슷한 이야기. 더구나 만화라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나머지 책들도 안 읽을 수 없는. 웹툰으로 볼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고래별2>와 <고래별 3>를 주문해서 읽을 것이다. 웬툰으로는 감질나서 못 보겠으니까.ㅠㅠ











이 책도 P님이 보내주신 책인데 순오기 님이 좋아하시는 이금이 작가의 책이라 반가왔다. 그녀의 책이 왜 인기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소설이었다. 특별히 내 인생과 연결지어 생각할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나의 어린 시절, 아니 중고등 시절. 


이금이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라디오 코너가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 대전에서 아이들 영어 과외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코너에서 소개하는 작가에 대해 들었는데,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부족하지 않은 정보가 들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책이 나왔을 때 너무 좋았었다. 그 책을 미국까지 가지고 와서 다시 읽었다. 이 책이 2편도 나온 것으로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찾을 수 없는 것을 보니 아니겠지.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해서 그런가? 다시 읽어도 좋았다.



학교에서 북 리뷰를 제출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는데 우연히 난티나무 님이 이 책을 읽으시며 올리신 글을 읽고 얇은 책이기도 해서 선택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이 책을 읽고, 영어 오디오북을 들었는데 알라딘에서 찾기 힘들어서 그냥 영문책을 올렸다. 내가 쓴 이 책의 리뷰를 읽고 어떤 학생이 이런 댓글을 남겼다. 교수님도 짧은 댓글을 남겨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은 책은 <Girl, Woman, Other>이다.

 오디오 북을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사용하는 앱에는 알라딘 로고와 함께 이 책의 오디오북이 나왔는지 모르겠네.

이 책에 대한 느낌은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써야지.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를 읽은 후에 이 책을 들었기 때문에 더 와 닿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2월의 책 읽기가 끝나고 3월에 읽고 있는 책도 몇 안 되지만, 이주윤 작가의 얇은 책 덕분에 일단 2권은 읽은 것으로 되었다. 최소한 3권 이상을 읽는 3월이 되지 싶다는. 어서 르 귄 여사의 책을 마쳐야 하는데 계속 읽지 못하고 있다. <언니 마리>도 시작만 하고 다른 책을 집어 들었고, <소방관의 선택>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Pride and Prejudice>는 현재 반 정도 들었다. 르 귄 여사가 말한 것처럼, 문장 하나하나 허투루 써진 것이 없다는 것이 느껴지며 섬세하게 고른 단어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 나처럼 듣보잡인 인간에게도 느껴진다. 어쨌든 아래의 책들이 내가 3월에 읽었고 (2권;;) 다 읽어야 하는 책들이다. 아니, 읽기를 마치고 싶은 책들이다. ㅋ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티나무 2021-03-09 19: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왓 내 이름이닷!!!! ㅎㅎㅎㅎㅎ
안 되는 영어실력으로 띄엄띄엄 읽었는데 와우! 와~우!!!!! 오늘도 엄지 척!!!!! 👍👍👍👍👍👍👍👍👍👍👍👍👍👍👍

라로 2021-03-09 20: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난티나무 님이 아니었다면 저 책을 읽지 않았을 거에요. 덕분에 좋은 책을 읽었어요!!!
그러니 제가 님께 두 배로 엄지 척!!!👍👍👍👍👍👍👍👍👍👍👍👍👍👍👍👍👍👍👍👍👍👍👍👍👍👍👍👍👍👍

기억의집 2021-03-09 2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대단하심... 전 방바닥에 딩굴거리고 있어요 ㅎㅎ

라로 2021-03-10 02:39   좋아요 1 | URL
대단하긴요, 제 시어머니 말씀대로 ˝wear yourself out.˝하고 있는 거에요. 그래서 부쩍 늙었음. 기억의집님이 저를 다시 만나게 되면 많이 놀랄것임.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방바닥에 딩굴거리고 싶어요!!!ㅠㅠ

얄라알라북사랑 2021-03-09 2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3월에는 한 권도 못 올렸네요. 읽기만 하고 맘이 급해서 정리를 못하는데 라로님, 72시간이 모자른 하루 중 시간 쪼개어 이렇게 기록하고 또 나눠주시다니!!! 건강 잘 챙기시고요! 상상만 해도 스케줄이 정말 꽉 차 있으실 것 같아요

라로 2021-03-10 02:41   좋아요 1 | URL
저도 저렇게 간단하게만 정리했어요. ^^;; 밥벌이의 피곤함은 어쩌지 못하는 것 같아요. 노후 마련이 요즘 제 화두라서 열심히 안 하면 안 되게 되었어요. 이렇게 사려 깊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mini74 2021-03-10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2월의 라로님 너무 멋있습니다. 3월의 라로님도 찡 멋집니다. 건강 잘 챙기시면서 즐거운 책읽기하시길 바랍니다 *^^*

라로 2021-03-11 03:11   좋아요 1 | URL
칭찬은 정말 고래도 춤추게 하죠!! 고마와요!!! ˝3월엔 일단 3권은 읽자˝가 목표입니다~~~~^^;;;
 

자기 전에 일기를 쓰려고 일기를 펼쳤다가 쫌 놀랐다.


"I am eternally grateful to the women before me who fought for my rights!!"을 썼네.


오늘이 International Women’s Day 라 그랬구나...나여~~~!!




2시간 35분 6초짜리 동영상임. 


International Women's Day is a global day celebrating the social, economic, cultural and political achievements of women. The day also marks a call to action for accelerating gender parity. Significant activity is witnessed worldwide as groups come together to celebrate women's achievements or rally for women's equality. 


Marked annually on March 8th, International Women's Day (IWD)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days of the year to:


  • celebrate women's achievements
  • raise awareness about women's equality
  • lobby for accelerated gender parity
  • fundraise for female-focused charities
글 출처: https://www.internationalwomensday.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가는 시점에 맡게 된 환자는 48세의 여성 환자와 55세의 남성 환자였다. 그 환자들을 지난주 내내 돌봤다. 내 오리엔테이션이 끝날 때까지 보게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버려서 홀로서기하는 간호의 첫날에도 그 사람들을 간호하게 되어 그런지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특별한 환자들이 되었다.


나는 내가 늙고 힘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지 환자들의 기록을 살필 때 가장 먼저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은 환자의 키와 몸무게이다. 환자를 만나기 전에 환자들에 대한 기록으로 먼저 만나니까 혼자 속으로 환자들을 상상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몸무게와 키를 보면 어떤 환자일지 내가 어떻게 간호를 해야 하는지 개략적인 플랜이 서기 때문이다.


우선 48세의 환자는 로라라고 하자. 로라의 몸무게와 키를 보고 나는 덜컥 겁이 났다. 키는 겨우 5피트인 여자가 몸무게는 100킬로가 넘다니. 속으로 가로 세로가 비슷한 동그라미가 떠올랐다. 그런데 나이도 겨우 48세. 올 1월에 코로나에 걸려서 우리 병원의 자매 병원에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기관절개술을 받았고 PEG 튜브를 장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맡게 된 날 오전에 입원을 해서 우리 중환자실에서는 새로운 환자여서 별다른 기록이 없었다. 더구나 기관절개술을 받았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는 데다 글을 쓸 힘이 없어서 그녀의 병상 기록은 무척 제한되어 있었다. 더구나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도 기록에 없었고, 널싱홈에서 왔다는 기록뿐이었다. (환자가 어디서 왔는지는 기록에서 무척 중요하다. 집에서 온 환자인지 아니면 널싱홈인지 같은.) 그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다시 우리 병원에 오게 된 이유는 심장박동이 너무 높고 열이 있어서 다시 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일단 내 머릿속에서는 환자에 대한 상상이 이루어지고 오늘 하루도 피곤한 하루가 되겠구나 싶었는데 그녀를 인계하던 낮에 일하는 간호사의 소개는 아주 간단했다. Restlessness, agitation, 그리고 anxiety. 다 비슷한 말이었지만, 조금씩 다르게 취급한다. 어쨌든 그녀의 그런 증상을 다룰 수 있는 약이 별로 없었다. 쉴 새 없이 다리를 떨면서 얼굴을 찌푸리고 G-tube와 Trach을 손으로 잡아당기려고 하는 그녀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래서 의사에게 전화해서 다른 약을 처방해 달라고 했고 결국 의사는 귀찮다는 듯이 애티밴이라는 약과 몰핀을 처방해 줬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 약들이 먹히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서 입으로 모양을 만들어 냈지만, 나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너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이런 의미냐고 물어보면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선택적인 yes와 no를 해줬다. 하지만 로라는 말을 잘 들어주는 환자였다. 뭔가가 그녀를 괴롭히니까 그런 증상이 나오는 것일 텐데 튜브를 뽑으려고 하는 그녀의 행동을 목격하고 내가 큰소리로, "안돼, 로라!!"라고 했더니 아이처럼 나를 올려다보고는 가만히 손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그녀가 더 안쓰러웠다. 어떤 연유가 있어서 로라는 집으로 안 가고 널싱홈으로 갔을까? 


어쨌든 아무 기록이 없는 환자라 그녀를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좀 힘들었던 케이스였다. 이미 오래된 환자 같으면 그 환자를 어떻게 돌봤다는 다른 간호사들의 기록을 읽으며 나도 그렇게 비슷하게 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어쨌든 나 다음에 일하게 된 간호사, 그녀를 멜리사라고 하자. 백인 간호사인 멜리사는 작지만 영민해 보이고 심성이 고운, 몇 번 그녀에게 인계하면서 차분하고 나서지 않으면서 자기 할 일을 잘 하는 간호사라는 좋은 인상을 받은 사람이라서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잊지 않고, 약이 잘 듣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사가 회진을 돌면 "다른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해라"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주었다.


그날 (연속으로 이틀째 일하던 날) 가서 멜리사에게 인계를 받는데 멜리사가 내가 부탁한 대로 의사에게 다른 약도 처방을 받아놨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의사가 "혹시 이 환자가 drug seeker는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더라는 말을 전해줬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널싱홈에서 돌봄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마약중독자들이거나 원래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나는 그녀가 그렇든 아니든 처방된 약을 열심히 줬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 증세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밤새도록 나와 그녀는 지쳐갔다. 로라만 돌보는 게 아니라서 나는 더 지쳤다. 왜냐하면 로라와 함께 돌보던 환자는 헥터(라고 하자)인데 로라보다 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거대한 남자였다. 하지만 이 환자는 deep sedation이 된 환자라 로라처럼 불안 증세 등을 보이지 않고 계속 누워있으니까 예정된 대로 해주면 되었다. 


헥터의 문제는 1월부터 우리 병원 중환자실에서 목숨을 간간이 연명하고 있는 처지인데 가족이 끊임없이 연락을 하고 찾아오고, 목사인지 신부님인지 모를 차림의 동생이 기도하러 오고,,등등 로라와는 달리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에 쌓여있어서 그들에게 일일이 답변을 해주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는 점. 더구나 묵주를 헥터의 손에 감겨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묵주는 신성한 물건이니까 간호사들이 아무도 그 묵주를 그의 손에서 빼지 않았는데 내가 그를 씻겨주면서 뺏다가 묵주가 감겨진 부분의 피부에 DTI (deep tissue injury)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는 점. 그래서 묵주를 침대맡에 놓아두었는데 그 다음날 가니까 또 그의 손에 감겨있더라는. 아무튼 그건 아주 작은 일이고 헥터의 진짜 문제는 그가 살아남을까? 그가 살아남는다면 얼마나?였다. 나는 그를 세 번 돌봤는데 돌볼 때마다, "제발 내가 당신을 돌보는 날 혈압이 뚝 떨어지고 맥박이 뚝뚝 떨어지고 그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였다. 


이렇게 두 환자들이 내 오리엔테이션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내 독립과 함께 한 환자들이었다. 오늘 다시 일하러 가는데 나는 오늘도 그들을 돌보게 될까? 아마 로라는 아닐 거다. 어제 이미 다시 널싱홈으로 돌아가기로 조치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헥터는? 헥터는 너무 무거워서 두렵지만, 그래도 삼일을 돌본 사람이니 걱정은 안 된다. 다만 로라를 대신할 다른 환자를 돌볼 텐데,,,방금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간호사에게는 힘든 환자를 안 주는 관례(?)가 있으니 그렇게 어렵지 않은 환자를 맡을 것 같긴 한데,,,그런데 그런 환자가 없잖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psyche 2021-03-09 0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환자실의 환자라면 어렵지 않은 환자도 다른 곳에서는 정말 힘든 환자겠죠. 그래도 그 중에 좀 쉬운(?) 환자를 맡게 되시길.오늘도 화이팅!!

라로 2021-03-09 18:15   좋아요 0 | URL
오늘 어려운 환자들 두명을 맡았어요. 그런데 경력 많은 사람들이 한명씩 맡기도 한 거에요. 너무 이상했는데 결국은 간호사가 너무 많다고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가도 된다고 해서 제가 신청해서 방금 집에 왔어요. 밀린 숙제도 하고 그럴려고요. 어차피 내일, 아니 오늘 다시 일하러 가니까 좀 쉬려고요. 하루 건너서 일하는 건 힘드네요. 앞으로 아예 3일 내리 일하는 스케쥴을 잡아야겠어요. 암튼, 집에 왔습니다. (프님에게 괜히 조잘조잘 하게 되네요.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3-09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쉬케님 말대로 오늘은 라로님이 좀 편하기를요. 누구나 하는 간호사 일이겟지만 라로님 나이에 누구나 뛰어들진 않는 직종이겠죠. 하여 저는 태평양 건너서 소리칩니다. 라로님~~~~~힘내서요~~~~~^^

라로 2021-03-09 18:1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누구나 뛰어들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저는 정말 머리가 나쁜지,,이 어려운 직업에 이제 뛰어들어서,,,평생 고생을 하려고 태어났나봐요.ㅋㅋㅋ
책님의 힘내라는 소리에 다시 추스려봅니다!! 고맙습니다!!^^

scott 2021-03-09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 ▁ ❀▂ 🌸▃❀ ▄ ▅❀ ▆🌸 홧팅 !!

라로 2021-03-09 18:17   좋아요 0 | URL
오!!! 오늘은 매화!!!! 감사합니다!!!! 스캇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