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 - Paul Simon


숙제를 하다가 이 노래가 생각났다. 내 의식의 흐름이 이렇듯 가만히 숙제를 할 수 없게 한다는. 이러니 어릴 때부터 공부를 못하고 대학을 다닐 수 없을 거라던 사주 보던 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라니까.


숙제는 간호가 Black Lives Matter와 같은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어떻게 동조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으며, 간호사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등등,,,뭐 그런 것에 대해 토론을 해야 하는데 생각이 안 나네. ㅠㅠ 그러다 블랙이라는 단어 때문에 예전 남편이 나 꼬시려고(라고 홀로 주장) 그 당시 폴 사이먼의 Graceland라는 앨범을 보내줬었다. 그때 좋아서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는 바로 이 Graceland라는 앨범에 들어 있는 노래 중 하나다. 그때는 내용도 모르면서 앵무새처럼 따라 불렀는데 오늘 다시 적으면서 읽어보니 한편의 소설이네!!!












가사가 길어서 한 페이지에 다 안 들어간다는;;;


She's a rich girl

She don't try to hide it

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

He's a poor boy

Empty as a pocket

Empty as a pocket with nothing to lose

Sing, ta na na

Ta na na na

She got 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

Ta na na

Ta na na na

She got 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

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

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

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

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

People say she's crazy

She got 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

Well, that's one way to lose these walking blues

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

She was physically forgotten

Then she slipped into my pocket

With my car keys

She said you've taken me for granted

Because I please you

Wearing these diamonds

And I could say oh, oh, oh, oh, oh

As if everybody knows what I'm talking about

As if everybody you would know, exactly what I was talking about

Talking about diamonds on the soles of her shoes

She makes the sign of a teaspoon

He makes the sign of a wave

The poor boy changes clothes

And puts on after-shave

To compensate for his ordinary shoes

And she said, "Honey take me dancing"

But they ended up by sleeping in a doorway

By the bodegas and the lights on

Upper Broadway

Wearing diamonds on the soles of their shoes

And I could say oh, oh, oh, oh, oh

And everybody here would know what I was talking about

I mean everybody here would know exactly what I was talking about

Talking about diamonds

People say I'm crazy

I got diamonds on the soles of my shoes, yeah

Well, that's one way to lose these walking blues

Diamonds on the soles of your shoes

Ta na na na

Ta na na na

Ta na na na

Ta na na na


남편 덕분에 꺼내놓을 추억이 좀 있구나. 같이 오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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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겨우 숙제를 마치고...
    from 라로의 서재 2021-07-04 02:33 
    Courage To Change - SiaBlack Lives Matter와 같은 다양한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간호는 어떻게 대처해 왔으며, 그런 변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으며, 간호사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등등,,, 뭐 그런 것에 대해 토론하는 숙제에 뭘 써야 하는지 머리에 쥐나게 생각하다가 생각이 안 나는 걸 억지로 쥐어짜서 겨우 마치고 포스팅하기 전에 고칠 것이 없나 하고 읽어보다가 내가 쓴 글에 내 코끝이 시큰해지는 주책바가지. ㅠㅠ내가
 
 
행복한책읽기 2021-07-02 00: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만년필 영문 가사 느무느무 예뻐요. 역시 필기체. 담번엔 번역도 부탁해요.~~~부부 금술은 안 부러워요 ㅋㅋㅋ

라로 2021-07-02 07:16   좋아요 4 | URL
고마워요~~~!!^^ 필기체가 빨리 써지니까 편해서 그런가 더 자주 사용하는 거 같은데,,글씨는 어째 늘진 않네요.ㅋㅋ 번역은 제 주제에 무슨,,번역은 책님이 하시는 것으로,,^^;;

새파랑 2021-07-02 07: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멋진 글씨를 쓰실 수 있다니 감탄할 뿐이네요. 남편분이 이 페이퍼 보시면 정말 감동할거 같아요^^

라로 2021-07-02 08:03   좋아요 4 | URL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죠?^^;; 덕분에 무서웠던 마음이 가라앉네요. 새파랑님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으신 듯!!^^

얄라알라북사랑 2021-07-06 02:27   좋아요 1 | URL
하늘색과 글씨체가 정말 찰떡궁합이네요. 기분이 다 좋아지게 하는 글씨체이십니다

라로 2021-07-06 19: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얄님!!^^ 더 열심히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 없이 쓰기만 해서 좀 문제긴 해요. 더욱 정진하는 것으로. ^^;

그레이스 2021-07-02 08: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잉크색 예뻐요
제가 좋아하는 색!!!

라로 2021-07-02 14:50   좋아요 2 | URL
저거 파일럿의 ama-iro에요. 그레이스님도 좋아하시는 군요!! 저도 좋아해요.^^

mini74 2021-07-02 14: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필기체!!! 멋있게 보일려고 연습하다 결국 포기한 필기체를 여기서 보다니 !! 너무 예쁘짆아요 라로님 ㅠㅠ 부러운 글씨 ㅠㅠ 요즘은 근데 필기체를 안 배운다고 하더라고요. ㅠ

라로 2021-07-02 14:53   좋아요 3 | URL
그러지마시고 미니님의 필기체 공개하세욤!! 보고싶어요.^^
그러게요, 제 막내도 안 배우더라구요. 필기체로 글을 쓰면 손도 안 아프고 오래 쓸 수 있는데 왜 안 배우는지,,,그래도 제 막내는 제가 가르쳤어요. 으쓱ㅎㅎㅎㅎㅎㅎ 제가 다른 건 못해도(밥같은 거 잘 안 챙겨주고 등등) 아이들 글과 구구단, 필기체는 제가 다 가르쳤어요. 헤헷(별거 아닌 것을 자랑질;;;)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예전 직장에 다닐 때 사장님의 와이프가 듀크대학 MBA 학위를 받고 은행에 다니면서 엑셀 블랙벨트를 땄다고 했는데 그게 정식 명칭인지 아니면 사장님이 자랑하는 거 별로 안 하는 분이라서 우스갯소리 비슷하게 하느라 그렇게 말한 것인지는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오늘, 아니 지금 갑자기 그 생각이 났다. (지금 찾아보니 블랙벨트가 맞는 명칭이라네)


그게 벌써 5년도 더 되었을 때 이야기다. 나는 컴꽝인데다 타자까지 느리고 엑셀은 뭔가요? 뭐 이런 수준(지금도 그닥 달라진 것 없지만;;)인데 자료를 추려야 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고객들의 주소를 엑셀에 옮기고 정리하고 뭐 암튼 해야 하는 일인데 뭐가 뭔지 모르니까 거의 수작업처럼 하나하나 확인하고 하는 구석기시대처럼 시간만 먹고 일은 진전이 거의 없이 일을 하고 돈을 받고 있;;;(사장님은 나의 은인!ㅋㅋ)었는데 거기다 일을 잘 해서 해결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더 미궁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과거가 있다. 일주일 작업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일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더 문제를 만들게 되어 난감해 하고 있다가 엑셀 블랙벨트라는 사장님의 와이프에게(그 당시 사장님 와이프가 부사장) 부탁했더니 왈라~~. 몇 분 안에 해결!!@@


그때 알았다. 왜 실력 있는 사람들이 돈을 더 받아야 하는지. 같은 업무량이 있다면 나처럼 엑셀 하얀 벨트도 안 되는 사람은 일주일 걸려도 해결이 안 되는 일을 블랙벨트는 거의 10분 만에 해결. 그러니 열심히 했는데 왜 나를 이런 취급해? 뭐 이런 생각을 하기 전에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것을, 자신을 늘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는.


어제의 병원 일은 힘들었다. 힘들지 않았던 적은 7개월이 넘어가는 동안 3번 정도 룰루랄라 일을 했었던 듯. 오늘 아침 어제의 환자들을 인계하는데 내가 인계 하기를 두려워하는 K 간호사에게 직장탈출증인 환자를 인계해야 했다. '직장탈출증'이라고 하니까 직장에서 도망가거나 이직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영어로는 rectal prolapse라고 한다. 이 질병에 대한 기록은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남아 있다고 하니 사실 새로운 병은 아닌데 나는 어제 그 환자를 만나고 처음 봤다는!@@ 66세의 여성 환자였는데 직장탈출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직장 탈출증 때문이 아니라 경피적 산소포화도가 낮아지고 혈압이 급저하하게 되어 중환자실로 오게 되었다. (직장 탈출증은 여성 환자가 우월하게 많다고 하고, 그중 70대 이후에 많다고 한다. 여자들이 분만을 하냐고 밑에 힘을 주고 해서 그런 것인지와의 연관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관계가 있을 듯. 그리고 변비가 있는 분들이라면 빨리 해결하시길. 그런 것도 다 영향이 있;;;)


사실 인계를 할 때 보통 간호사들은 기본적인 것만 말해주고 간호하다가 발생한 특이 사항만 전달해 주면 되는데 이 K는 의사처럼 너무 꼬치꼬치 물어보고 원인까지 파악하는 것을 나에게 요구하니까 언제나 그녀가 인계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준비를 하면 좋겠지만, 간호를 12시간을 하고 다음 간호사를 위해 또 준비도 해야 하는데 언제 의사들이 쓴 기록을 다 보고 정리하고 있을 수 있겠냐고.라고 나는 생각하지만, K 같은 블랙벨트급 간호사는 환자도 능숙하게 간호하고 똥도 다 치우고 기록도 다 읽고 다 한다. 


어제는 직장탈출증 환자뿐 아니라 다른 환자가 ER에서 중환자실로 들어왔는데 그 환자를 내가 맡아야 해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들어가고 나가는 과정은 정말 피하고 싶은데 이렇게 자주 나에게 주어진다, 요즘.ㅠㅠ 그런데다가 그 새로 온 환자가 CVA라고 cerebrovascular accident인 환자인데 겨우 44세. 그 환자가 2시간마다 똥을 싸니까 계속 치워줘야 하고 직장탈출증의 환자도 몸속에서 계속 피와 섞인 액체 같은 것이 나와서 치워줘야 하고,,,미쳐 죽는 줄 알았는데 이제 집에 가는구나 생각하고 얼렁 인계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인데 K 간호사라는 넘어야 하는 마지막 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


심신이 고달팠다. 하지만, K 간호사를 보면서 사장님 와이프가 생각이 났고, 모든 뛰어난 사람들이 왜 뛰어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범인凡人 미달인 내가, 凡看護師도 안 되는 내가 따라가려니 정말 지친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안 알아주는 거야? 그렇게 내 주제 파악을 못하면서 그딴 못된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것.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나를 돌아봐야 할 타이밍인 것 같다. 원래 3개월, 6개월, 1년, 3년,,,뭐 이런 식으로 슬럼프가 온다고 하는데 나는 다행히 정신없이 따라가느라 슬럼프 없이 지금까지 잘 왔다. 이제 슬슬 좀 아는 것 같으니까 이렇게 자만이 비집고 올라오는 듯. K 같은 블렉벨트 간호사들을 떠올리며 더욱 정진해야 하느니라..ㅋ


직장탈출증을 구글에서 찾아보니 사진이 많이 나오는데 차마 사진을 올릴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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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2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02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07-02 14: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이 일 할때는 좀 피곤할때도 주눅들때도 있지만 ㅎㅎㅎ무슨 일이 생기면 저런 분들에게 제 일이나 제 몸뚱이리를 맡기고 싶어지지요 라로님은 북플의 블랙벨트 ㅎㅎㅎ 곧 간호계의 블랙벨트도 되실겁니다 까짓 것 안되면 하나 사지요 뭐. 집에 다들 블랙벨트 하나쯤은 있잖아요. ㅎㅎ

라로 2021-07-02 14:57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저도 만약 제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한다며 K에게 부탁하고 싶어요. 그녀는 카르마를 믿기 때문에 더 열심히 간호하기도 하구요.ㅋㅋ
하긴 저희집에 딸아이랑 큰아들의 합기도 블랙벨트 3개나 있네요. 큰아들이 합기도 2단인데 또 다른 것을 주더라구요. ㅎㅎㅎ 늘 긍정의 힘이 넘치시는 미니님!!!😍
 
기다렸나요? 간호하다 생긴 이야기 (ft. 정신없는 이야기)

어제 결혼 기념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겨우 2시간 눈을 붙이고 일을 하러 갔습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놓고 3번 방 환자실로 가봤어요. 제가 기관 삽입을 한 건 아니지만, 제 환자였던 기관 삽입을 하게 된 그 여성 환자가 어떻게 잘 버티고 있는지, 아니면 상태가 호전되었는지 궁금해서 가봤는데 다른 환자가 누워있더군요. 일단 희망적인 생각을 갖고서 그 환자가 downgrade 되었나? 생각하고 중환자실 비서 겸 모니터텍에게 물어봤더니 24일에 죽었다고...

기관 삽입하고 만 하루 만에 죽었다고 하더군요. 저와 RT가 본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나눈 키스가 (BiPAP mask 쓰기 전에 나눈) 이 생에서 그녀의 마지막 키스였다고 생각하니, 간호사와 환자로 겨우 12시간을 함께 한 사이지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그 남편이 또 대책 없이 얼마나 펑펑 울었을까도 생각하면서... 하지만 한편으로 할 수 있을 때 키스를 한 그녀 남편의 행동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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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6-28 1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먹먹해지네요. 네. 할 수 있을 때 맘껏 사랑하기요.

라로 2021-06-29 19:50   좋아요 0 | URL
앞으로 이런 이야기들과 저는 접할 기회가 많을 것 같아요. 바로 그 순간을 사는 것! 병원에서 일하면서 배웁니다. 우리 할 수 있을 때 맘껏 사랑해요!!!
 

어느덧 7개월 차 간호사가 되었습니다. 정말 시간이 후딱 지나갑니다. 간호를 하면 할수록 내가 왜 간호사가 되겠다고 깝쳤을까? 그런 생각을 아주 종종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에 대한 사명감과 숭고함에 더해진 책임감의 무게를 점점 느끼게 되어 그런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이제는 일을 하러 갈 때 아주 짧게라도 속으로 기도를 합니다. 가장 짧은 기도는 "오늘 하루도 도와주세요." 정도의 밑도 끝도 없이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기도인데, 그러고 보니까, 어렸을 때 친구의 아버지가 택시 운전기사셨는데 그 친구 아버지의 택시 안에는 천사인듯한 미소년/녀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기도를 하는 모습인데 거기에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이 쓰여있던 조그만 카드가 거울에 매달려 있던 것이 생각납니다. 


일을 시작하면 환자가 배정이 되는데 환자의 중증을 보면서 오늘 하루가 어떻게 전개가 될지 대강 감이 옵니다. 중증의 환자를 맡게 되면 하루가 고되겠구나 느껴지고, 그보다 경증의 환자를 맡게 되면 오늘은 좀 편안하게 일을 하겠다는 감 같은 것이 오지요. 중환자실은 두 명의 환자를 돌보는데 한 명의 환자만 배정이 되는 경우는 응급실이나 다른 유닛에서 상태가 악화된 사람들 중 누군가를 받게 되는 거라서 그런 날은 환자를 받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복불복이기도 하지만, 환자에 따라서 편한 업무가 될 수도 있지만, 고된 업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어제 일을 하러 갔더니 저만 1명의 환자가 배정되었더군요. 그러니까 받은 한 명의 환자에게 내가 해 줄 것을 다 해줘서 중환자실에 올 환자에게 할애할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그 환자의 상태가 나쁘면 한밤중이라 전화 안 받고 싶어 하는 의사들에게 뻔질나게 전화해서 오더를 받아내고 그것을 입력하고 받은 오더대로 환자에게 해줘야 하는 날이라는 의미입니다. 정말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일해야 하는 날인데, 그 환자가 내가 돌보는 사이에 상태가 더 나빠져서 코드 블루가 오게 되면 그때는 거의 반죽음 상태가 되어서 집에 오게 되죠. 오늘 아침이 제게 그런 날이었습니다.


긴 얘기 짧게 하자면, 여자 환자를 받았는데 간에 문제가 있어서 눈과 피부에 황달이 심한 사람인데 거기다가 복수(腹水)인 사람이었어요. 정말 거구인 사람의 배가 개구리배처럼 불룩 나와서 환자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숨이 나왔는데, 이 환자가 숨을 잘 못 쉬게 되었고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 간암 말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환자의 상태가 급속하게 나빠진 경우라 저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중환자실에는 남편과 함께 왔는데 남편이 어떻게 저런 남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절절하게 보이는 사람이었어요. 아무튼 환자에게 BiPAP이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환자가 좀 더 쉽게 숨을 쉴 수 있고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려고 마스크를 씌우려고 하니까 남편이 마스크 쓰기 전에 키스하고 집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저와 RT눈물 두 방울씩 흘렸;;;) 암튼, 그래서 그렇게 하고 남편은 떠났는데 새벽 2시부터 이 환자가 마스크를 벗어 버리려고 하고 땀을 많이 흘리고, 더구나 정신이 오락가락 하기 시작하고,,,결국 기관삽입을 하게 되었어요.


기관 삽입은 환자나 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없기 때문에 저는 아침 5시에 환자의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직은 모르지만, 만약의 경우 기관 삽입을 하게 되면 동의를 하겠냐고 물어봤어요. 남편은 또 울면서 동의를 했어요. 그러고는 ABG라는 테스트를 하고 기관 삽입 하기로 결정이 되어 순식간에 응급실 의사가 와서 기관 삽입을 했어요. 기관 삽입을 하면 환자를 담당하는 간호사는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정말 할 일이 많아도 너무 많은데, 저처럼 신참은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서 계속 물어보면서 해야 하니까 더 정신이 없습니다. 다른 간호사들도 도와주고 싶어도 다들 자기 환자 돌보는 일로 너무 바쁘니까 도와줄 수가 없는 그런 정신없는 시튜에이션.ㅠㅠ (언제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오길) 그 와중에 제 전화를 받고 남편이 중환자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고,,,겨우 정신을 차리고 남편을 중환자실로 들어오게 하고 환자의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대강 어떻게 된 것인지 다시 설명을 하면서 진정을 시켰는데, 환자의 문 앞에서 환자를 보던 남편이 다시 펑펑 큰소리로 울면서 환자방으로 들어가고,,,,아,,, 정말 내 가족은 아니지만, 그 정신 없는 와중에 저도 눈물을 참기 힘들었어요. 다 큰 어른 남자사람이 그렇게 대책 없이 우는 모습을 보는 건 현실에서 몇 번 안 되었던 듯..


저는 내일부터 남편과 여행을 떠나는데 제가 돌아오는 날, 그 환자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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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지막 키스
    from 라로의 서재 2021-06-28 15:33 
    어제 결혼 기념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겨우 2시간 눈을 붙이고 일을 하러 갔습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놓고 3번 방 환자실로 가봤어요. 제가 기관 삽입을 한 건 아니지만, 기관 삽입을 하게 된 그 여성 환자가 어떻게 잘 버티고 있는지, 아니면 상태가 호전되었는지 궁금해서 가봤는데 다른 환자가 누워있더군요. 일단 희망적인 생각을 갖고서 그 환자가 downgrade 되었나? 생각하고 중환자실 비서 겸 모니터텍에게 물어봤더니 24일에 죽었다고..
 
 
새파랑 2021-06-24 08: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엄청 고생이 많으세네요 ㅜㅜ
즐거운 휴가 보내시면 좋겠네요😊

라로 2021-06-25 21:24   좋아요 1 | URL
가끔 일이 저렇게 힘든 날이 있어요. 😅 덕분에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고마와요 ~~~😊

2021-06-24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8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6-24 17: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생명을 다루는 이들이 출근 전에 자신이 맡고 있는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 하시고 계시다니
쓰러져 가는 생명을 살리는 건 만큼 세상에 더 값진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라로님 남편분과 멋진 여행 보내시고
항상 건강 잘 챙기세요

라로 2021-06-25 21:30   좋아요 1 | URL
아! 저는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는 간호사는 아니고 저를 위해 기도해요. 아무 탈 없이 환자를 돌보고 실수하지 말게 해달라는 의미로 도와달라고;;;; 저는 좀 이기적인 간호사입니다요. 🙁
하지만 저도 계속 일을 하다보면 다른 간호사들처럼 환자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죠??😅 희망을 갖어봅니다.
덕분에 어제는 너무 즐거웠어요! 따로 사진이랑 올려볼게용 ~~~!!😊😊😊

mini74 2021-06-24 20: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 잠시 툭툭 털고 여행 즐겁게 다녀오세요. 충분히 즐길 자격 만땅이시잖아요 ㅎㅎ 시어머님 아들하곤 여행 안 가는게 제 룰이지만 라로님 남편분은 뭔가 아직도 로맨틱 하실거같아요. 저희 부부는 아침에 관등성명하고 생존확인 후 충성하며 인사합니다 ㅎㅎ

라로 2021-06-25 21:33   좋아요 2 | URL
헤헤해 제가 좀 열심히 살긴 했지요??🥲 시어머니 아들하고는 여행 안 가시는 군요!!!😂 저는 시어머니하고 여행 안 가는 게 제 룰인데용, 클럭😅 저희 부부는 들 다 유치해서 여전히 로맨틱한 것이 사랑이라고 믿;;; 암튼 미니님은 정말 재치만점세요!!!😍😍😍

붕붕툐툐 2021-06-25 00: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궁~ 그렇게 사랑하는 부부라니, 저라도 눈물 났을 거 같아요~
라로님 부부도 만만치 않지만요~ 아직도 눈에서 꿀떨어짐~ㅎㅎ 여행 잘 다녀오세용!!^^

라로 2021-06-25 21:35   좋아요 3 | URL
옆에서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었어요!! 🥺저희 부부는 아직 그런 일을 안 당해봐서 만만한지 어떤지 검증은 안 되었으나 그런 부부가 이왕이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요. 여행은 즐겁네요. 오길 너무 잘 했는데 제가 새벽에 깨서 이렇게 뒤척이고 있어요. 엉엉엉
 

<관촌수필>에는 여전히 충청도 사투리와 어려운 한자가 많이 나오지만 (이북 사투리도!), 18쪽 옹점이의 등장부터 재밌다. 그래서 간혹 사전을 찾아가며 읽고는 있지만, 어느새 [녹수청산]편을 읽고 있다. 
















[일락서산]도 재밌고 - 저자의 얘기라서 그런가 더 애정이 가고요- 짧은 [화무십일]은 소설보다 더 끔찍한 가정사가 그려진다. 그 속에서도 이문구 샘의 유머 같지 않은 유머 덕분에 가끔 웃기도 했지만, 정말 끔찍한 얘기였다. 하아~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처음 영어책을 읽기로 마음먹고 도전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한 문장을 읽어나가려고 하니까 모르는 단어가 계속 나와서 포기하기를 몇 번이나 했는데, 남편이가 모르는 단어는 그냥 넘어가면서 읽어보라고 해 준 다음부터 영어책 읽기가 좀 수월해졌던 기억. 이 <관촌수필>은 그 정도로 막막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국어로 쓰여 있으니까. ^^;; 하지만, 역시 모르는 사투리나 한자어는 어려웠는데 어느 정도 사전을 뒤지며 읽어가다 보니 이제는 뜻이 지레 짐작되어 최근에 찾은 단어인 '신칙'이후로는 찾은 단어 없이 계속 줄줄 읽고 있다.(뿌듯!)


아! 그런데 이 책이 왜 교양서로 선택이 되고, 박찬욱 감독이니, 소설가 김훈, 황석영, 미술평론가 유흥준 (다 남자들이지만;;;) 등등의 분들이 왜 어째서 추천서로 꼽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아마도, "사람에 따라서는 깊은 사귐이나 잦은 만남이 없어도 순수한 친근감과 신뢰감으로 자리 잡는 관계가 있다." (내 마음의 무늬, p.221)는 오정희 선생님의 표현처럼 이문구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그분의 순수하고, 진실된, 그런 인간다움과 문학에 대한 태도가 느껴져서 더 그런 것이 아닐지. 이제 겨우 절반을 향해 가는 독서이지만, 중간에 이렇게 한 마디 하고 싶어서 페이퍼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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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20 13: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봐요. 설마 아프신건 아니죠?
오늘 여긴 부슬부슬 하루종일 비내려요. 온라인수업한다고 교실에 혼자 앉아 창문 열어놓고 있으니 약간 멜랑꼴리.... ㅎㅎ
그냥 안부 인사차 들렀어요. 잘 지내시고 또 멋진 글과 소식으로 돌아오세요. ^^

라로 2021-06-21 15:51   좋아요 3 | URL
딱 한 달 전에 달아주신 댓글이네요!!! 이제야 답글 달게 되어 죄송합니다. 많이 바빴어요. 그리고 지금도 바쁘고요. ^^;;
여긴 지난 주 폭염을 기록했어요. 화씨로 100여도가 넘는 하루가 계속 되었지요,,,몸과 마음이 더 지치더군요. 그래도 마음이 허할 때 알라딘만한 곳이 없네요.^^;; 이렇게 인사 남겨주셔서 넘 감동+감사합니다.

scott 2021-05-20 17: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보구싶어서 들락날락! 오월의 캘리포니아에서 건강하신지 공부와 병원일로 넘 바쁘신건가 ,,,

라로 2021-06-21 15:53   좋아요 3 | URL
저도 스캇님 보고 싶었어요!!! 병원과 학교 일, 가정일까지 정말 정신이 없네요. 그동안 알라딘에서 노느라 좀 소홀히 했더니 벌을 받는 것처럼 할 일이 쌓여서요. ^^;;; 이제는 좀 정신 차려서 지혜롭게 알라딘 생활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제 성격상 좀 쉽지는 않겠지만요. ^^;;;

mini74 2021-05-20 17: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들 비슷한 마음이군요. 라로님 오갱끼데스카!!!!아 비대신 눈이 오면 딱인데 ㅎㅎ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잘 계실거라 믿어요. 그리고 어느 날 멋진 모습으로 뿅 하고 나타나실거짆아요 *^^*

라로 2021-06-21 15:55   좋아요 3 | URL
저 겨우 한 달정도 서재 비웠는데 엄청 오래 비운 듯한 느낌적 느낌!!!^^;; 이렇게 찾아주셔서 넘 감동이에요,,, 미니님도 오갱끼데스카??? 짧은 시간에도 사람 사이는 이렇게 깊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미니님이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05-27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1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2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2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1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1-06-21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컴백이신건가요 *^^* 정말 정말 반가워요 *^^*

새파랑 2021-06-2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한달이군요. 시간이 정말 빠른거 같아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