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좋다. 올 크리스마스는 우리 가족 가장 선물이 없었던 크리스마스라서 그런가 아침 행사(선물 푸는 행사)가 일찍 끝났다. 그래서 좀 서운했다, 아니 좀 많이 서운했다. 하지만 It is What it is!!


그래도 남편은 나에게 자잘한 것을 선물했다고 생각했는데 꽤 비싼 가죽치마를 선물로 줬다. 그리고 초콜릿 한 박스도 주고, 또 뭘 줬드라? 가죽치마는 미니스커트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나이에 미니를 계속 입을 수 있는 시대에 산다는 것을 감사해야겠지? 지금 19세기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가 더욱 그런 생각이 드네. 나는 남편 선물 살 시간이 없어서 남편더러 뭐 사라고 알려줘서 남편이 사고 자기가 포장도 다 했더라.. 나 넘 나쁜 여자 같음.














<빌레뜨 2>를 읽고 있다. 70%는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51%를 읽고 있다고 나온다. 하아~ 빨리 끝내고 싶은데 샬롯 브론테의 끝이 없는 것 같은 자세한 설명은 좋은 문장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지친다. 하아~~. 그 시대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그런가? 생각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자세히 보충 설명에 예까지 드니까 더구나 반복되는 것도 많아서 그런가 나처럼 진득하지 못한 사람은 좀 지루하네. 


오늘 아침은 시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다. 엔 군이 왔다고 eggs benedict를 만들어 주셨는데 작년에 큰 시누이가 선물한 egg poacher pan을 사용하셔서 계란을 만들어 그런가 인위적으로 넘 땡글하니까 별로 맛있어 보이진 않았다는. 

그래도 내가 안 만들어도 되었으니까 닥치고 맛있게 먹었다. 저 오렌지는 우리 집 오렌지 나무가 드디어 열매를 맺어서 먹을 수 있었는데 우와 너무 맛있었다!! 며칠 전에 죽은 천도복숭아나무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이제 이 오렌지나무의 열매가 그 아쉬움을 위로해 줄 것 같다는. 


그리고 작은 시누이가 만들어서 우편으로 보낸 스낵을 크리스털 그릇에 담으셨는데 눈이 나쁜 나는 꼭 담배 피우고 끄다 만 것 같은 거라 도대체 뭐지? 했다. 우리 집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안경을 끼고 보니까 프레즐에 하얀 초콜릿 녹인 것에 담근 뒤 은색과 검은색의 sprinkles로 찍어서 만든 거다. 남편 말로는 저것들을 진짜 재떨이처럼 생긴 그릇에 담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ㅋㅋ


그리고 딸아이가 남편에게 보낸 책이 도착했는데 알라딘에서 찾아보니까 번역된 것이 있었다. 황금가지랑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잘 번역이 되었을까? 괜히 'neuro'라는 단어가 들어가니까 어려울 것 같아서.


알라딘에서 찾은 영문판도 오래된 것 같은데 딸아이가 보낸 것은 최신판이겠지?


어쨌든 열음사 것은 품절이고 황금가지 것은 이북으로 있는데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살까 말까 고민 중이다. 사더라도 1월에 사겠지만.








알라딘 책소개에 "사이버스페이스를 오가며 정보를 해킹하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SF의 새로운 장을 연 소설이다. 1984년과 1985년에 걸쳐 휴고상, 네뷸러상, 필립 K. 딕 상, SF 크로니클 등 SF 문학의 주요 상을 모두 석권하며 사이버펑크 장르의 선구이자 대표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나오는 것을 보니까 꽤 대단한 작품인 것 같고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일단 보관함에 넣어 둔다. 그런데 3부작인 것 같다. 아직 <삼체>도 안 읽었는데요.ㅠㅠ 박스 안에 고이 모셔있는 것은 당연한데 겉에 있는 비닐 포장도 안 뜯은 상태. ^^;;;;



이 책은 내년에 읽을 수 있기를...










요즘 필사하는 인구(?)가 좀 늘어났나? 필사 책이라는 카테고리를 달고 나왔다. 이 책의 전자책 출판 알림을 신청하려고 했다. 필사하고 싶어서.

그런데 고작 120쪽이라니!! 너무한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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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12-2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진짜 타다 만 담배 꽁초 같아요^^

라로 2022-12-26 18:24   좋아요 1 | URL
그죠! 저는 눈이 너무 나빠져서 저런 것도 안경을 쓰고 봐야 하는 슬픔.ㅠㅠ

은하수 2022-12-26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설명 안 읽었다면... 담배꽁초로 봤을 거예요.ㅎㅎ
뉴로맨서가 그렇게 대단한 책이었나요? 전 진도가 안나가고 어렵기만 하고... 제가 SF를 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제 예상보다 진도가 안나가서 애먹었어요. 라로님 취향이길 부디 빌어봅니다~~^^*

라로 2022-12-26 22:46   좋아요 1 | URL
그렇죠!! ᄒᄒᄒ 근데 저는 저 글을 쓸 때 꽁초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저렇게 썼어요. 아무래도 집안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없다 보니 꽁초라는 말도 익숙하지 않았던 것인지... 암튼 그렇잖아도 이 책 읽으신 분의 의견이 궁금했어요.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이라 번역이 어쩐지,,, 그런데 번역 때문이 아니라 내용 때문인가요?? 그렇담 일단 남편이 먼저 읽고 어떤지 봐야겠어요, 섣불리 주문하지 말고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12-26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레뜨2 50%도 부럽습니다.
저 아까 책 펼쳤더니 에게~ 50 페이지 읽었더라구요?ㅋㅋㅋ
근데 저도 진짜 담배 꽁초인 줄 알았네요?^^
삼체 책 멋있네요!!!

라로 2022-12-26 22:4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50 페이지.ㅎㅎㅎㅎ 2권이 처음엔 좀 재미가 없었나요??ㅎㅎㅎ 저는 유령이 궁금해서 진도가 좀 나갔는데 뽈선생과의 일은 넘나 지루하고요, 물론 중간중간 재밌기도 하지만요... 유령의 존재가 점점 드러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뽈선생과 연관이 있는 유령일 것 같아요. 암튼 일단 반은 읽었으니...ㅠㅠ
삼체 실물이 멋집니다. 아직 비닐도 안 벗겼지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건수하 2022-12-27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떨이 모양 그릇에 세팅하면 감쪽같겠는데요?!

빌레뜨 문장이 길죠.. 근데 조지 엘리엇은 더 길다고 해서 (<미들마치>만 봐도 알겠지만) ... 할 말이 너무 많았나봐요 ^^

뉴로맨서 sf의 고전이죠 ㅎㅎ 재밌다기보다는 저기서 많이 파생이 되어서..
3부작인가요? 전 이것만 읽었는데 시리즈물이지만 하나만 읽어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라로 2022-12-27 14:30   좋아요 0 | URL
앗! 수하님이다!!^^
앗! 앗! 그런데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나요?? 그 멋쟁이 나비넥타이의
냥이는 어디 갔어요???^^;; 저 그 고양이 프로필 사진 너무 좋아했는데요.
아주 가끔 그 프로필 사진 보러 수하님 서재에 그냥 가고 했었는데 아 아쉬워요.^^;;
뭐 그렇다고 지금의 프로필의 고양이를 폄하하는 건 아니고요.^^;;;

제 남편도 그렇게 말했어요, 재떨이 모양의 그릇에 담아야 한다고,,ㅎㅎㅎ

네, 문장이 길고 설명도 길고,, 조그만 거 하나 넘어가는 게 없는데
사실 지루한 건 사실이지만 재밌어요. 문장이 참 좋고요. 어떤 면으로 전 빌레뜨가 제인에어보다 더 좋으네요.
자기 얘기 같아서 그럴까요?
미들 마치는 전 안 읽어봤는데 더 길군요.^^;; 제 딸아이가 미들 마치 재밌다고 했는데요?!

이미 뉴로맨서 읽으셨군요. 저 번역은 괜찮으셨어요?? 원어가 날까요? 집에 책이 있으니..
어쨌든 설명 감사드려요.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셨길 바라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렇게 다시 인사 나눌 수 있어서 기뻐요.


건수하 2022-12-27 14:34   좋아요 1 | URL
앗 첫째만 너무 편애하나? 싶어서 둘째 사진으로 바꿨어요 ㅎㅎ 둘째도 나비 넥타이 맨 사진으로 다시 바꿨는데 이 사진도 맘에 들어하셨으면…

저도 (제인에어가 더 재미있는데도) 빌레뜨가 더 좋았어요. 미들마치는 축약본만 읽었는데 재밌어보였지만 워낙 두꺼워서 어떨런지…

뉴로맨서는 열림원 판으로 읽었었는데, 나쁜 기억이 남지 않았으니 괜찮았던거 같습니다 ㅎㅎ

라로님도 연말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로 2022-12-27 16:07   좋아요 0 | URL
다른 고양이가 또 있으시군요!!^^;;
둘째도 좀 전에 웅크리고 찍은 사진보다 많이 아기같아요.
수하님 냥이들 인물이 좋군요!^^
저도 이 책이 더 좋아요, 하지만 제인에어 읽은지 너무 오래되어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미들마치는 정말 너무 두꺼워서 엄두가 안 나고요.^^;;
아 열림판으로 읽으셨군요. 그건 품절이더라구요.

레삭매냐 2022-12-27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레알, 느닷없는 담배꽁초
등장에 식겁했네요 ㅋㅋㅋ

밑에 깔린 달달구리는 맛나
보이네요.

뉴로맨서 오래 전에 신나게
읽었던 것 같긴 한데...

제가 SF 팬이 아니라서리.

라로 2022-12-27 17: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도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 먹으려고 하는데
아일랜드에 저게 보여서 뭐지?
담배 꽁초 같아 보이는데
설마?? 막 이랫어요.ㅎㅎㅎ
더구나 마리화나 같이 말아서 피우는 것
같아 보여서 더 재밌었어요.ㅋㅋ

저 달달구리는 진짜 달아요.ㅋㅋ
근데 저것이 제법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설탕을 졸이는 것 같은데
딱 알맞은 온도와 시간이 있나봐요.

뉴로맨서 매냐님의 리뷰 읽었어요.
번역이 궁금해서요.^^;;
저도 SF팬은 아닌데 요즘은 좀 읽고 싶어요.
과학자들의 자화상에서 자꾸 읽으라고 추천하니까..
제 남편은 SF팬이고요.ㅎㅎ
 

딸아이가 라이카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 몇 장을 보내왔는데 그중에 레몬 사진도 있었고, 우리 집 개 샘의 사진, 우리 가족사진, 그리고 집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에 걸려있는 장식품을 찍은 사진이 있다. 오늘 그 사진을 안 올리면 내년 크리스마스를 기다려야 하는데 내년엔 내년 사진을 올려야 하니까 지금 생각난 김에 올린다. 

사진: H양 보냄


오래된 라이카로 찍어서 어떻게 저런 사진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색감도 그렇고 다 넘 크리스마스 기분이 막 난다.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 보니까 오너먼트 하나하나가 다 사랑스러워 보이려고 한다. (사진에 안 나온 것들도.) 저 오너먼트는 딸아이가 3살 때 산 것 같다. 좀 낡아 보이지만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여전히 이쁘구나.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우리 병원에서는 각 부서마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선발대회(?)를 해서 상금을 줬는데 우리 부서가 전체 3개의 병원 중에 2등을 해서 상금을 받았다. 그래서 그랬는지 차지 널스가 오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우리 부서 간호사들에게 다 선물을 줬는데 그중에 아마존 기프트 카드도 있었다.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아직 확인은 안 했지만 $20은 넘겠지?

이 카드로 요즘 계속 아마존에서 나에게 추천하는 책을 살 생각이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지? ^^;

차지 널스의 이름은 로라이다. 간호 경력 겨우 2년이 넘는 동안 한 6명의 차지 널스를 거쳤는데 지금까지 이 로라라는 차지 널스가 최고다. 덕분에 PACU 생활이 햄볶는다는.


안 에 든 것을 꺼내면 짜잔~.

저 유리컵은 와인잔이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포아로 탐정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은데 재밌을 것 같다. 아직 한국어로는 검색이 안 되는데 번역이 안 된 건지 뭔지 모르겠다.













그리고 저번에 사 둔 전자책 캐시가 있는데 그것으로 역시 나에게 주는 선물로 책 한 권을 주문할 생각이다. 크리스마스 선물, 내가 나에게 주는. 내가 아니면 누가 나에게 주겠는가?^^;; 이 책들 중 한 권을 주문해야지.
















그리고 내가 예전에 페이퍼에 쓴 적이 있는 아웃페이션트 유닛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으시는 S 간호사가 환자들의 서류를 정리하는 것을 맡아서 하고 있는 직원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냈고 그 사람에게 주기 전에 저렇게 매만지는 모습. 저 선물을 받은 A가 기뻐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참 흐뭇하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아이디어도 참 좋은 것 같다.

나이가 60이 넘은 S 간호사. 참 좋은 분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한다. 


우리 유닛에 있는 부엌 탁자가 좀 지저분하지만,, ^^;;


이 팝케이크는 어떤 환자의 보호자가 우리를 위해 만들어 온 것인데 나는 별로 안 좋아해서 안 먹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는지 몇 개 안 남았더라는.


이제 내일이면 크리스마스네요.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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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lC 2022-12-24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글과 사진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네요~ 라로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라로 2022-12-26 14: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돌씨님!!^^ 어제가 크리스마스였죠? 여기는 오늘이에요. 덕분에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돌씨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길 바랍니다.^^🎅🎄🎁

순오기 2022-12-26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즐거운 클스마스 보내셨군요~ ^^
나는 올해 죽을만치 일해서 내년부터 일 안하고 쉽니다.
허긴 정년퇴직 나이도 지났네요...ㅋㅋ

라로 2022-12-26 14:46   좋아요 0 | URL
오늘이 크리스마스에요 언니~~.^^;; 여긴 크리스마스를 한 달을 보내는 것 같아요.ㅎㅎㅎ 물론 25일인 크리스마스는 가족들과 보내지만요. 저건 직장에서 생긴 일이에요.
언니 정말 올 여러가지 일을 많이 하셨죠!! 근데 정말 일 안하고 쉬신다는 것 믿어도 되나요??^^;;
언니의 성격상 정년퇴직 나이가 지나도 계속 열일 하실 것 같아요.^^
언니~~~, 크리스마스 온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
새해 인사 미리 드릴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언제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벤자민 라바투트의 소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의 마지막에 

우리집 마당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레몬나무로, 육중하게 늘어진 잔가지들이 넓게 뻗어 있다. 밤의 정원사는 레몬나무가 어떻게 죽는지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로 시작하는 레몬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천도복숭아나무가 가장 오래된 나무였는데 천상의 맛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천도복숭아를 주렁주렁 매달아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육중하게 잔가지들을 넓게 뻗치다가 어느 날 죽어버린 천도복숭아나무가 생각났다. 나무는 죽었지만 그 맛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우리 결혼식을 남편의 집 정원에서 했는데 그때 그 천도복숭아를 먹어 보셨던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때 네 결혼식 때 네 결혼 준비라며 네 시어머니 도와준다고 열심히 그릇들을 닦고 있는데 네 시어머니가 먹어보라며 줬던 천도복숭아 맛이 잊히지 않는다."고 하셨더랬다.


어려서 먹어 본 맛은 잊히지 않는 경우가 몇 있다, 그러니까 마른 오징어나 오미진 냉면집의 냉면 같은, 50살이 넘어서 먹어 본 맛 중에 기억나는 맛은 거의 없는데 얼마나 맛이 있었으면 50대에 드셨던 천도복숭아의 맛이 74세가 되어 돌아가시기 전까지 잊히지 않았을까? 거름도 안 주고, 비료도 안 주고 자란 나무의 열매라서 그런 것일까?를 생각했었다. 나도 가끔 그 천도복숭아가 먹고 싶어지곤 하니까.


라바투트의 소설에 나오는 레몬나무의 모습은 바로 우리 집 레몬나무의 모습과 너무 똑같아서 저 레몬나무도 천도복숭아나무처럼 죽어버리는 걸까? 열매를 너무 많이 맺고 있으니까? "일생의 끝에 이른 나무에서는 마지막으로 무수한 레몬이 달린다."고 이 소설에서 얘기하니까?


예전에 우리 집 레몬나무에 레몬이 주렁주렁 달린 사진 올린 것이 있는데 찾을 수가 없다. 늘 충분한 태그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보다. 더 자세한 태그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튼 멀리 보이지만 저 빨간 동그라미 안에 있는 것이 어쩌면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 집 레몬나무다. 


딸아이가 여기 와 있으면서 자기 시할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라이카 카메라로 찍어서 현상을 해서 받은 사진 몇 장을 보내왔다. 역시 필름 카메라의 느낌이 훨씬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 H양 보냄

가까이 보면 저렇게 노랑노랑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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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오전 7시에 일하는 스케줄이라서 회복실을 열었다. 그 말은 첫 수술이 끝나면 내가 맡게 된다는 의미였는데 오늘의 첫 수술은 whipple procedure라는 다소 복잡한 수술이었다. 그런데 그 수술이 8시에 시작해서 3시가 넘어서 끝났기 때문에 순서대로 수술이 끝나는 대로 환자를 맡다 보니 내 환자가 아니라 L의 환자가 되었다.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69세의 중국인 남자 환자였는데 몸집도 왜소해서 솔직히 그 환자를 맡고 싶지 않았는데 바라던 대로 그 환자를 맡지 않아도 되었지만, 간호사 L이 수혈을 한 경험도 없고 drip으로 주는 약을 매단 경험도 없어서 내가 많이 도와줬다. 


나는 중환자실 간호사였기 때문에 경력은 L 간호사보다 많이 짧았지만, 안 해본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PACU에 쉽게 채용이 된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오늘 Whipple 수술을 한 의사가 수술이 끝나고도 그 환자의 회복을 간절하게 바라는 모습과 그 의사를 믿고 수술을 받은 환자의 모습을 보면서 아주 큰 감동을 받았다. 의사는 계속 환자의 곁을 지켰고, 그래서 L이라는 간호사를 더욱 긴장하게 했다. 어쨌든 결과는 좋아서 환자는 중환자실로 이동이 되었다. 나중에 정신이 돌아온 환자가 의사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던 모습, 그 환자의 엄지에 반응해 주느라 같이 엄지를 치켜세워 주던 의사의 겸손한 모습. 어떻게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다른 한 사람의 손에 맡기고 그 결과에 순응하는 모습.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을 믿어 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인종, 국적, 문화 등등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흘렀다. 오늘 회복실에서 함께 일했던 나를 포함한 4명의 간호사들과 환자, 그리고 그 환자의 딸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생각한다.


위플 수술은 한국에선 어떤지 모르지만, 난이도가 아주 높은 수술 중에 하나다. 어쨌든 퇴근하기 전까지 지켜본 바로는 수술이 무사히 끝난 것 같고, 환자의 회복은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 같다.


일 끝나고 사무실에 와서 이 책 저책을 읽었다. 눈에 들어오는 책이라고 해야 하나? 손에 잡히는 책이라고 해야 하나? 뭐 그런 책이 딱히 없어서 이것저것 읽었다. 어쨌든 1월이 빨리 와야 전자책 캐시를 사용할 텐데. 아직 크리스마스도 안 되었네.^^;; 어쨌든 오늘 이북으로 나왔다는 알림을 또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더 1월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오늘은 <사라진 신들의 귀환>, <연약한 선>, 그리고 <1일 1 클래식 포옹> 이렇게 3권의 전자책 출간 알림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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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2-12-23 04: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장면이 생생히 그려졌어요.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읽으면서 괜히 제 마음도 뭉클하네요.

라로 2022-12-24 18:51   좋아요 0 | URL
그런 의사들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목숨을 건 믿음,,, 언제나 참 뭉클해요.
 

책을 읽기 전에는 가급적이면 스포일러를 안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아마 다른 책벌레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그래서 책소개를 안 읽고 책을 사는 경우가 책소개를 읽고 사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 


최근에 읽었던 놀랍고 기이한 책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도 책을 살 때 소개도 읽지 않고 샀다. 다 읽은 지금 다시 그 책의 책 소개/주문 페이지로 다시 가서 작가의 말을 봤다.

벤자민 라바투트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나 혼자 생각인가?) 차기작은 이세돌에 대한 책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너무 궁금하다. 인공지능과 싸웠던 것을 쓰는 것인가? 그는 그 책을 쓰기 위해서 이세돌과도 인터뷰를 했겠구나. 그럼 이세돌은 이미 알고 있었겠네, 자기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것이라는 것을?


나는 바둑은 아는 것이 없지만, 어려서부터 오목을 무척 좋아했다. 한때 별명이 오목의 여왕이었는데, 이제는 오목도 안 한 지 너무 오래되니까 잘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얼핏 든다. 아이들을 낳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안 하게 된 것이 참 많기도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하게 된 나를 본다. 어쨌든 바둑 1도 모르지만, 벤자민 라바투트가 쓴 글이라면 분명 흥미진진할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나는 나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데, 솔직히 할 얘기가 1도 없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기에 도대체 자신에 대해서 할 얘기가 하나도 없지? 어쩌면 좋지? 나에 대한 얘기로 4000자를 써야 하는데. 휴우


이렇게 걱정만 하다가 하루가 또 갔다. 내일은 일하는 날이니까 내 생각은 할 수 없겠다. 나는 왜 이렇게 하찮을까?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하자. 지겹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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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2-12-20 2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 생각 저만 지겹게 하는 게 아니었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2-12-21 14:28   좋아요 2 | URL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저 혼자 그러는 것이 아니었군요!!^^

psyche 2022-12-23 04: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이 하찮으시다면 하찮지 않은 사람이 어지 있을까요? 라로님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사람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는!

라로 2022-12-24 18:52   좋아요 0 | URL
아~ 아닌데요,,ㅠㅠ 프님께선 언제나 절 너무 좋게 봐주시니까 실망하실까봐 좀 두렵;;; 저보다 프님이 훨씬 멋지고 훌륭하세요!! 저는 프님을 닮고 싶어요. 진심 부럽고 리스펙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