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깨어날 때는 귀부터 깨어난다. 죽을 때 마지막으로 청력이 사라지듯이.

그러나 진실은 한층 더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법이다.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더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것"이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었다. 아내에게 죽음이란 더이상 신간을 읽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녀가 더이상 읽지 못할 책들이 거기 켜켜이 쌓여 있었다.

책은 어떻게든 구했지만 서가 정리는? 어떤 책을 남기고 어떤 책을 버릴지를 결정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게 소득이랄까

거기 쌓이거나 꽂힌 책들은, 모두 남길 수 없다면 모두 버릴 수밖에 없는 운명 공동체였다.

그는 마치 손차양을 만들기 위해 손을 들었다는 듯 볕을 가렸다.

"말은 잊어버려도 그 뜻은 오래 기억할 테니까. ‘캇땀 호 가야’라는 말은 생각이 안 났는데, 그 뜻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처럼요. ‘캇땀 호 가야’는 인도말로 ‘다 끝났어’라는 뜻입니다. 인도에서는 모래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그 말을 한다네요. 그래서 언젠가 사막에 가면 나도 그 말을 해봐야지 생각했거든요."

하늘은 시시각각 그 모습을 바꿨다. 그것은 조금의 멈춤도 허용하지 않는, 오직 변화할 뿐인 하늘이었다. 붉은색인가 싶으면 푸른색이었고, 여기까지인가 싶으면 무한히 뻗어나갔다. 하늘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시야는 더 넓어졌다. 그는 자신의 시야가 이토록 광대한가 싶어 놀랐다. 그건 공간적인 광대함만이 아니었다. 고비사막에서 보는 하늘에는 시간적인 광대함도 담겨 있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공간처럼 시간 역시 계속 뻗어나갔다. 과거로, 더 먼 과거로, 시간이 시작되던 그 순간까지.

"밤의 세계는 하나의 세계로, 밤은 밤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 인간은 백오십 리 높이의 대기권에 짓눌려 그 육체적 기관이 저녁이면 피로하게 된다. 피로해진 인간은 누워 휴식한다. 육체의 눈이 감기는 바로 그 순간, 생각보다 그리 무기력하지 않은 머릿속에서 또하나의 다른 눈이 열린다. 미지의 세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모르고 지내던 세계의 어두운 사물들이 인간의 이웃이 된다"라고 빅토르 위고는 『바다의 일꾼들』에서 썼다.

깨어나기 위해서는 바람이 필요하다. 새로운 바람은 새로운 감각을 불러온다.

"이를 응시하는 우리 앞에는 우리의 삶과는 다른 삶이, 우리 자신들 그리고 다른 것으로 이뤄져 있는 또다른 삶이 응집되고 해체된다. 완전히 통찰하는 견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의식적이지도 않은 잠자는 사람은 이상한 동물, 기이한 식물, 끔찍하기도 하고 기분좋기도 한 유령들, 유충들, 가면들, 형상들, 히드라, 혼란, 달이 없는 달빛, 경이로움의 어두운 해체, 커지고 작아지며 동요하는 두꺼운 층, 어둠 속에서 떠다니는 형태들, 우리가 몽상이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실재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라 할 수 있는 이 모든 신비를 언뜻 본다. 꿈은 밤의 수족관이다."

그는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에는 말로 채울 수 없는 충만함이 있었다.

"서로 싫어져서 헤어지는데, 어떻게 헤어져야 잘 헤어지는 건가요?"
그가 물었다.
"간단해. 헤어질 때는 헤어지는 일에만 집중할 것. 사랑할 때 그랬듯이."

그 무렵 정미는 언젠가 세상의 모든 것은 이야기로 바뀔 것이고, 그때가 되면 서로 이해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게 되리라고 믿는 이야기 중독자였다.

바얀자그의 절벽은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무른 사암이다. 그건 그 지역이 고생대에는 바닷속이었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며 땅이 융기하고 바닷물이 빠지고 나자 퇴적층이 대기에 노출된 것이다. 흙의 입자가 고운 사암은 바람에도 쉽게 부서지고 잘 날렸다. 한번 바람이 불면 모래 폭풍이 대지의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되기까지는 다시 일억 년 정도가 더 필요했다.

"후지와라 신야라는 사람이 쓴 『인도방랑』이란 책이 있어. 읽어본 적 있어?"

난 비관주의자야.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비관주의가 도움이 돼. 비관적이지 않으면 굳이 그걸 이야기로 남길 필요가 없을 테니까.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도 책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그분들은 왜 그렇게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할까? 나는 왜 같은 이야기를 읽고 또 읽을까? 그러다가 문득 알게 된 거야, 그 이유를."
"이유가 뭔데?"
"언젠가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되기 때문이지."

정미는 새벽별처럼 짧은 시간 동안 지구에서 살다가 마치 원래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사라졌다. 분명 서로의 육체에 가닿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절이 두 사람에게도 있었건만, 그리고 그때는 거기 정미가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모든 게 의심스러워졌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른 모든 생명들에게 그랬듯 그들의 인생에도 시간의 폭풍이 불어닥쳤고, 그렇게 그들은 겹겹이 쌓인 깊은 시간의 지층 속으로 파묻히고 있었다.

명준은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실감이 났다. 몸이 죽기로 결정하면 그가 계속 살아갈 방법은 없었다.

태어날 때 엄마가 필요했던 것처럼, 죽을 때도 누군가 필요한 것일까?

기쁨으로 탄생을 확인해준 사람처럼, 슬픔으로 죽음을 확인해줄 사람. 죽어가는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확인할 수 없을 테니까. 죽어가는 사람에게 죽음은 인식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유예된다. 죽어가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살아 있는 것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피에로의 재담 같은 아이러니.

복도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혼자 부르는 노래는 왜 모두 사랑 노래일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학생들의 숫자가 부쩍 줄어든 방학의 캠퍼스를 걸어내려가노라면 바로 옆 고궁 돌담에 기대어 핀 능소화가 어둠 속에서도 여름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역사가 바뀌었으리라는 식의 사고야말로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이라며, 서양인들이 클레오파트라의 미모를 부각시킨 것은 이집트 여왕이 지략으로 로마 황제에게 맞섰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우리의 얼굴은 유동한다. 흐르는 물처럼 시간에 따라 조금씩 과거의 얼굴에서 미래의 얼굴로 바뀌어간다. 그렇게 우리의 얼굴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 덕분에 거기 희망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엄마 없는 아이는 사랑도 없으니까
말없이, 그저 말없이 바람 노래 들어보네.*

* 혜은이의 노래 〈엄마 없는 아이〉 중에서.

그는 기억 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것은 여름의 얼굴이었고, 그가 그녀에게서 사랑의 기미를 느꼈던 얼굴이었고, 여름이 끝나자 사라져버린 얼굴이었다.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인생에는 있는 법이다.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그렇다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보초는 후쿠다의 생각이었다. 단골 바가 거기 뒷골목에 있다고 했다. 하이랜드라는 이름의 그 바는 열 명 남짓 들어가면 실내가 꽉 찰 정도로 협소했지만, 바텐더로 일하는 중년의 주인이 대저택의 집사처럼 나비넥타이를 매고 서서 손님들의 잔에 스카치위스키를 따르는 곳이라고 그녀는 썼다. 후쿠다에 따르면 "밤마다 인근 출판사의 편집자들과 기자들이 담배 연기처럼 몰려드는 곳"이었다.

今日もほほえみが私を過ぎた 何も 何もなかったように(오늘도 미소가 나를 스쳤다.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私の心ははりさけそうだ 人を愛せないゆえに(내 마음은 찢어질 듯하다.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까닭에

아카이도리는 제가 중학교 시절에 꽤나 인기가 있었던 밴드였습니다. 다들 히트곡인 〈다케다의 자장가竹田の子守唄〉나 〈날개를 주세요翼をください〉 같은 노래를 좋아했지만, 저는 나중에 그렇게 되려고 그랬는지 어려서부터 〈하얀 무덤〉처럼 슬프고 어두운 노래가 좋았습니다.

나도 나 자신을 잊어버렸을 정도이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요.

그 시절의 우리를 우리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셈이었다.

나를 기억하게 된 일에 대해서 생각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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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도취가 얼마나 먹어댈 수 있는지, 배가 터지도록 먹으면 물리기는 하는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의 속삭임이 그녀의 마음에 스며들어 허영 가득한 기쁨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궁금했다.

저 사람이 이지도르?" 그녀를 잡고 흔들면서 다시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열두번이라도 흔들고 싶었다.

"백작 대령이라고!" 내가 따라했다. "인형, 꼭두각시, 마네킹에다 보잘것없는 시시한 위인이야! 존 선생의 하인이나 시종밖에 안되는 사람이라고! 환상 속의 인물처럼 잘생긴, 저렇게 훌륭하고 관대한 신사가 연정을 품고 고귀한 손을 내밀며 인생의 폭풍우와 시련을 뚫고 네 하찮은 육체와 미천한 정신을 보호해줄 것을 약속하는데, 어떻게 넌 망설이면서 그를 비웃고 괴롭히고 그에게 고통을 줄 수 있어! 네게 그럴 힘이 있다니. 누가 네게 그런 힘을 줬는데? 어디에 그런 힘이 있는 거야? 네 아름다움, 발그레하고 하얀 피부와 금발머리에? 그 아름다움으로 그의 영혼을 네 발밑에 묶어두고, 그의 목에 멍에를 씌운 거야?53 그걸로 그의 사랑과 친절과 생각과 희망과 관심, 고귀하고 진실한 사랑을 얻었단 말이니? 그런데, 그 사랑을 거부하겠다고? 경멸한다고? 넌 그런 척하는 것뿐이야. 진심이 아니겠지. 넌 그를 사랑해. 그를 갈망해. 그러나 더 확실하게 네 소유로 만들기 위해서 그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거 아니니?"

그의 용모는 섬세하거나 여자처럼 선이 가늘지 않았고, 냉담하거나 경박하거나 유약해 보이지도 않았다. 잘생기긴 했지만, 무심코 균형이 잡힌 가운데 은연중에 풍겨나오는 힘과 의미가 상실될 정도로 지나치게 섬세하지는 않았다. 그 속에서는 때때로 여러 감정이 표현되었고, 눈 속에는 더 풍부한 감정이 고요히 자리잡고 있었다. 적어도 이것이 내가 생각한 그의 모습이다. 나에게는 그가 이렇게 보였다. 그를 바라볼 때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경탄하게 되었고,그가 무시당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지력으로도 그걸 깨닫지 못한다면, 마땅히 경험에서 매서운 교훈을 얻어야지요."

"존 선생님, 당신이나 그보다 세련되지 못한 사람들은 필시 아말에 대해 애정에 찬 경외감을 느끼는 거로군요. 마르스를 비롯한 거친 신들이 젊고 우아한 아폴로에 대해 느꼈을 그런 유의 감정 말이죠."

그가, 그렇게 훌륭한그가 짝사랑을 해야 하다니! 그 당시에 나는 몰랐다. 사람에 따라서는 실패에 대해 곱씹을 때 가장 훌륭한 면모가 드러나며, 어떤 약초는 "온전할 때는 아무 냄새도 안 나지만 찧으면 향기가 난다는 것"을.

모든 선생을 제쳐놓고 그는 혼자서 감독관 교단에 섰다. 그러다가 이 규칙에 하나의 예외를 받아들여야 하자 기분이 상했다. 영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과목만은 영어 선생의 손에 넘겨주어야 했던 것이다. 그는 유치하게 질투심을 내보이며 내게 권한을 넘겨주었다.

뽈 선생이 질투하는 모습을 보는 건 재미있었다. 질투는 그의 본성에 불을 밝히고 그의 영혼을 깨웠다. 질투심은 그의 칙칙한 얼굴과 남보랏빛 눈에 온갖 이상한 종류의 빛과 그림자를 띄웠다(그는 검은 머리와 푸른 눈이 "자신의 매력 중 하나"3라고 했다). 그의 분노에는 어떤 풍미가 있었다. 꾸밈없고 진지하고 다

뽈 선생이 질투하는 모습을 보는 건 재미있었다. 질투는 그의 본성에 불을 밝히고 그의 영혼을 깨웠다. 질투심은 그의 칙칙한 얼굴과 남보랏빛 눈에 온갖 이상한 종류의 빛과 그림자를 띄웠다(그는 검은 머리와 푸른 눈이 "자신의 매력 중 하나"3라고 했다). 그의 분노에는 어떤 풍미가 있었다. 꾸밈없고 진지하고 다소 비이성적이지만 결코 위선적이지는 않았다.

"저야 좋지요, 선생님. 친구가 생기다니 기뻐요. 그게 성공보다 더 기쁜 일인걸요."
"가엾은 여자 같으니!"7 이 말을 남기고 그는 돌아서서 오솔길에서 멀어졌다.

출구 없는 미래는 아무런 위안도 주지 않았고, 아무런 약속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미래의 선에 의지해 현재의 악을 견딜 만한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슬프게도 나의 존재에 대해 자주 무관심한 마음이 들었고, 지상 모든 것의 종말에 일찌감치 도달하고 싶다는 절망적인 자포자기의 심정이 밀려왔다. 아, 아! 나 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인생을 바라볼 여유가 생기니 그것은 희망 없는 사막에 불과한 것이었다. 초록 들판도, 종려수도, 샘도 보이지 않는 황갈색 사막일 뿐이었다. 젊음에 꼭 필요하고 젊음을 지탱해주고 이끌어주는 희망이란 것을 나는 알지 못했고, 감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가끔씩 희망이 마음을 두드려도 퉁명스럽게 안에서 빗장을 닫아걸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거절당한 희망은 뒤돌아서고 때때로 슬퍼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손님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희망을 넘보는 연약함과 죄가 몹시 두려웠다.

나는 어떤 사람들이 살아 있는 동안 큰 고통을 겪는 것은 하느님의 큰 계획 가운데 일부라는 결론을 내렸고, 내가 그 가운데 속하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에 온몸이 떨렸다.

그녀는 몸뿐 아니라 마음도 뒤틀려서 못된 짓만 하려 들었다. 막연히 나쁜 짓을 하려는 성향, 목적 없는 악의 때문에 끊임없이 그녀를 감시해야만 했다.

굶주린 사람처럼 내 영혼은 누군가와의 교제를 갈망하고 있었다.

땅거미가 지니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창문에서 내려다보니 축 늘어진 깃발 같은 낮은 밤 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이 시간의 하늘에는 지상의 모든 고통에 대한 애정과 슬픔이 어려 있는 것 같았다.

무서운 꿈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내가 영영 사랑받는 존재도 소중한 존재도 못될 거라는 참을 수 없는 생각이 그것과 반대되는 희망에 반쯤 굴복했다.

물론 충고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신부이긴 하지만 인간적이고 현명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 오랫동안 쌓여서 갇혀 있던 고통 중 일부나마 다시는 흘러나올 수 없는 그릇에 쏟아놓은 것이 내게는 도움이 되었다. 나는 이미 위안을 받았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고해도 습관이 되면 형식적이고 일상적인 일이 되기 쉽소.

독자여, 내가 다시 그 훌륭한 신부에게 갈 용기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러느니 차라리 바빌론의 용광로 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했을 것이다.

12 그 신부는 내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천성적으로 친절한데다 프랑스인 특유의 감상적인 구석이 있었는데, 나는 그런 부드러운 면에 무감각하지 못했다. 내게는 현실을 버티어갈 힘이라고는 나 자신의 힘밖에 없었으므로, 어떤 애정이든 소중히 여기지 않고는 약하게나마 현실에 뿌리조차 내릴 수 없었다. 그에게 갔더라면, 그는 정직한 가톨릭적 미신에 있는 다정하고 부드럽고 위로가 되어주는 것들을 모조리 나에게 보여주었을 것이다.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마주가 10번지를 방문했더라면, 나는 지금쯤 이런 이교도의 이야기를 쓰는 대신, 빌레뜨의 끄레시 대로에 있는 카르멜회 수녀원에서 묵주알을 굴리고 있을지도 모른

생각하는가 하면, 약한 점도 많다는 것을 안다.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마주가 10번지를 방문했더라면, 나는 지금쯤 이런 이교도의 이야기를 쓰는 대신, 빌레뜨의 끄레시 대로에 있는 카르멜회 수녀원에서 묵주알을 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너무 쇠약한 상태여서 침착하지 못했고, 여전히 나 자신의 안전과 행복에 대해 너무나 무심했으므로 조심성이 부족했다.

기절해 있는 동안 내 영혼이 어디에 다녀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 이상한 날 밤 환상 속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어디로 여행을 다녀왔는지 내 영혼은 비밀을 지켰다.

영혼은 ‘기억’에게 한마디도 속삭이지 않았으며, ‘상상’에게도 요지부동 침묵을 지켜 당황케 했다. 아마도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 영원한 고향을 보고, 이제는 쉴 수 있으리란 희망에 부풀고, 드디어 육체와의 고통스러운 결합에서 해방되었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영혼이 그렇게 생각했는데도 천사는 천국의 문지방에서 영혼에게 다시 내려가라고 경고한 후, 마구 떨며 가기 싫다고 흐느끼는 영혼을 지상으로 인도해 차갑고 지치고 불쌍한, 영혼이 점점 넌더리를 내는 육신에 다시 한번 매어두었는지도 모른다.

이혼한 부부인 ‘영혼’과 ‘육체’의 재결합은 쉽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포옹하며 만난 것이 아니라 끝장을 볼 것처럼 싸우다가 다시 결합했다.

‘지나간 시절’이 사방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영어도 프랑스어도 못하는데다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을 쓰고 있어서 아무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 이마와 관자놀이를 향기롭고 시원한 물로 적셔주고 베고 있는 쿠션을 높여준 후,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표시를 한 후 소파 발치에 있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곧 순순히 그 약을 마셨다. 고요한 생각의 물결이 부드럽게 나의 두뇌를 어루만지면서 밀려왔다. 향유보다 더 부드러운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자 나는 점점 더 차분해졌다. 힘없는 팔다리의 통증도 잦아들고, 근육도 편안해졌다. 움직일 힘이 없었지만, 움직이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괜찮았다.

레이스가 달린 바늘겨레가 화장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림 속의 소년은 열여섯살쯤 되어 보였고 피부가 희고 뺨은 건강하게 발그스레했다. 머리칼은 길지만 어둡지 않은 밝은 빛이었으며, 예리한 눈과 활 모양의 입은 명랑하게 웃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누구나 흡족해할 얼굴, 특히 그의 애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 예를 들면 부모나 누이라면 몹시 흡족해할 얼굴이었다. 어리고 낭만적인 여학생이라면 액자 속의 얼굴과 사랑에 빠질지도 몰랐다. 소년이 좀더 나이가 들어 사랑을 하면 두 눈이 강렬하게 번쩍일 것 같았다. 그 눈 속에 변함없는 신의의 빛이 담겨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입술 모양이, 너무 쉽게 감정을 주면 변덕을 부리고 무시할 것만 같이 생겨서였다.

완벽하게 편안하고 가정적인 분위기가 얼마나 쾌적하게 느껴졌는지!

브레턴 부인은 누구에 대해서건 어떤 일에 대해서건 수선을 떠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나는 대모의 행동을 하나하나 바라보는 게 좋았다. 움직임마다 젊음이 넘쳤다. 이젠 약 쉰살가량 되었을 텐데도 몸이나 마음에 세월의 녹이 슬지 않은 듯했다. 풍채가 있었지만 민첩했고, 차분하지만 가끔씩은 활달했다. 건강한 몸과 훌륭한 성품 덕에 그녀는 젊은 시절 못지않게 생기에 차 있었다.

나는 혼자만 알고 있고 싶었다. 그가 특별한 빛을 받으며 내 앞에 서 있는 동안, 나는 그가 꿰뚫어보지 못한 구름에 가려진 채 그의 존재를 느끼는 게 좋았다. 그 빛은 온통 그의 머리 위에만 쏟아지고 발 주위에서 떨리다가 더이상 퍼지지 않았다.

기도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눕자 내게도 아직 친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열렬히 애정을 표시하는 친구도, 마음이 꼭 맞고 썩 잘 어울리는, 다정하게 위로해주는 친구도 아니었으므로, 적당히 애정을 요구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기대를 해야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본능적으로 약해져서 그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나는 ‘이성’에게 내 이런 마음을 자제시켜주길 간청했다.

"너무 자주, 너무 많이, 지나친 호감을 가지고 그들을 생각하지는 말게 하소서."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이 생명의 시내에서 적당히 한모금 마시고 만족하게 하소서. 목이 마르다고 해서 반가운 물을 정신없이 계속 마시지 않게 해주소서. 이 물이 지상의 샘물보다 더 달콤한 물이라고는 상상하지 않게 해주소서. 오, 신이시여! 가끔씩 나누는 교유만으로도, 드물고 짧고 평범하고 고요한 교유만으로도, 아주 고요한 교유만으로도 제가 충분히 버텨나갈 수 있게 해주소서!"

나는 이런 말을 되풀이하면서 베개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여전히 같은 말을 되뇌며 눈물로 베개를 적셨다.

타고난 강력한 심성, 즉 본성과의 싸움은 부질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결국은 이로운 것이다

표면적으로 인생이 더 잘 통제되고 차분하고 고요해 보이는데, 보통 사람들은 바로 이 표면만을 본다. 표면 아래 있는 것은 신에게 맡겨라. 우리와 동등하고 우리처럼 연약해서 누군가를 심판할 자격이 없는 인간은 이런 일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표면 아래까지 살피는 것은 조물주께 맡기자. 그분이 주신 영혼의 비밀을 그분께 보여드리고, 그분이 주신 고통을 어떻게 견뎌야 하나 여쭙고, 그분의 존재 앞에 무릎을 꿇자. 그리고 어둠속에 빛을, 가련하도록 연약한 가운데 힘을, 극도의 결핍 속에 인내를 주십사 기도드리자. 아마우리가 원하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분명히 언젠가는 기다리던 물결이 일 것이다. 우리가 꿈꾸고 가슴속으로 사랑하고 피 흘리며 갈구하던 형태는 아닐지라도,어떤 형태로든 치유의 천사가 내려올 것이다. 그리고 절름발이와 장님과 귀머거리와 악귀에 들린 자들을 못으로 이끌고 가 목욕시켜줄 것이다.1 천사여, 어서 오라! 수많은 사람들이 못 주위에 누워, 느릿느릿 가는 세월 속에 그냥 고여 있기만 한 물을 바라보며 울면서 절망하고 있다. 하늘이 정한 ‘시간’은 너무나 멀다. 천사가 움직이고 있는 궤도는 인간의 눈으로 보기엔 너무나 광대하다. 천사들은 여러 시대에 걸쳐 그 궤도를 돌고 있으며, 한번 떠나 돌아올 때까지는 수세대가 지나야 한다. 그사이에 인간은 잠깐 반짝하며 괴로운 삶을 산 후 고통 속에서 다시 먼지로 돌아가 사라지고 잊히고, 그 일은 다시 되풀이된다. 수없이 많은 불구자와 통곡하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동방에서 ‘아즈라엘’2이라고 부르는 천사가 찾아온다.

친구의 눈길이라고 모두 병실에서 빛이 되고, 친구가 있어준다고 늘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본성에는 이상한 호감과 반감이 공존한다.

이성에 따르면 선한 사람인데도 은근히 피하고 싶고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분명히 성격적인 결함이 있는데도, 마치 그들 주위의 공기가 우리에게 이롭기라도 한 것처럼 같이 있으면 즐거운 사람도 있다.

낮에는 외로웠으나 저녁이 다가온다는 생각을 하면 낮이 짧게 느껴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너무나 기운이 없던 차라 휴식이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아침에는 굳이 할 일이 없는 사람조차 처리해야 할 일과 진행해야 할 일이 있다는 느낌이 들고 막연히 뭔가를 도와야 한다고 느낀다. 하지만 아침 시간이 지나 부산스러운 일이 다 끝나고 계단을 밟고 방을 오가는 가정부의 발소리도 잦아드는 고요한 오후가 되자 나는 꿈같은 몽롱한 기분에 빠져들었고, 그건 과히 나쁘지 않았다.

내 의술도 우울증의 문턱에서는 멈춰버린다오. 의술은 고통의 방을 들여다볼 뿐 말도 할 수 없고 뭘 해주지도 못하오. 즐겁게 사람들과 어울리면 효과가 있을 거요. 가능하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운동을 많이 하도록 해요.

전 운명의 어깨에 엄청난 비난을 짐 지우길 좋아해요. 으레 짊어져야 할 몫이거든요."

"지네브라!" 그는 그녀를 너무도 아름답고 착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매력과 부드러움과 순수함에 대해 말하는 그의 말투에 애정이 넘쳐서, 실상을 분명히 잘 아는 나조차 그녀를 생각하면 일종의 후광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큰 소리로 웃었다. 나는 그녀가 모든 보석의 가격을 계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비록 어렸지만, 돈 때문에 생기는 곤란, 돈을 쓸 계획, 돈의 가치, 돈을 얻어내려는 노력 등이야말로 수년 동안 가장 빈번하게 그녀의 정신을 자극한 것들이었으며, 그것들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자극이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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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변의 공감을 얻으려고 늘 신경을 썼다. 덕분에 아주일찍부터 동료들의 관심을 받았다. 사실 여성들은 모든 단계에서 자연스럽게보다 구체적인 주목을 더 많이 받게 된다.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교에서나는 생명공학 분야 첫 번째 여성 교수였고,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에서는 재료과학과의 첫 번째 여성 교수였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가 새로설립한 건강과학과 기술을 다루는 단과대학 교수 가운데 3분의 1이 여성이다.
이처럼 실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P143

끊임없이 했다. 그 의심은 상황이 정말 어려웠던 학부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여성들이 더 빨리 자신과 상황을 분석한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여자라면 학문과 가족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확신했었다. 두 가지 일은 결합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 나는 과학자 경력을 쌓는 일에 우선권을 두었다. 그 후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미국은 여성이 직업과 가족을 하나로 결합하는 데 훨씬 관용적이었다. 그 경험이후 가족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 P145

다.뒤돌아볼 때 이 결정에 큰 행복감을 느낀다. 아이를 갖기 전에는 매일 저녁늦게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고 노력했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나는 전체 시간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재빨리 파악했다. - P145

어떤 일들은 바로 처리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거절하는법을 배웠다. 이 과정을 통해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내게 중요하고 흥미있는 일만 골라내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 P145

"어디에서, 그리고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는지가 중요하다." 최대 효율을 위해서는사유를 위한 자유 공간이 필요하고, 이 공간에서 우리는 창조적인 해결 방법을찾을 수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이들과 즐겨 놀았다. - P145

과학적 질문에 대한열광은 학교 다닐 때 이미 생겨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학자의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 P146

젊은이라면 자신을 열광시키는 문제에 대단히 구체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분야들을 선택해 결합하는 일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 P147

과거와 비교할 때 각 학과에 주는 기초 재정 지원은 크게 줄었고, 교수직과 연구지원금을 둘러싼 경쟁은 크게 증가했다. - P147

위험한 질문들을 다루려는 시도가 줄어든다. 이런 시도는 시간이 대단히 많이걸리고 돈을 주는 사람들은 정확한 시간 계획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 P148

나는 늘 생물학적 방법만으로는 던지지 못하는 새로운 질문을 물리학적 방법으로 던져 보려고 시도했다. - P149

기본적으로 나는 생물의 나노 세계 기능을 잘 연구해 그 기능을 조작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이를 통해 질병들을 더 적은 비용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나노 기술에 뜨거운 관심이 있었다. 지금은 초고해상도 현미경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도움으로 나노 구조를 생산하고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이 방법을 이용해 우리는 미생물과 포유동물의세포가 기계적힘을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이 기계적 힘이 환경의 물리적 특성을 인지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켜고 끈다. 단백질은 생명을 유지하는 나노 단위 일꾼이다. - P149

우리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박테리아는 어떻게 피부 위의 작은상처를 발견하고, 그 상처를 통해 몸 안으로 침투할 수 있을까? 우리의 발견에따르면, 박테리아는 펩타이드 실, 즉 나노 접착물질을 이용해 인체조직의 섬유사이에 있는 장력을 읽는다. - P150

우리 인간은 관찰한 내용을선형적으로 결합하는 경향이 강해서 복잡한 관련성을 직관적으로 제대로 이해하는 데 가끔 어려움을 겪는다. - P150

예전에는 보통 새로운 발견과 그응용 사이에 1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단지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그러므로 과학자들은 가능한 한 빨리 사회에 새로운기술의 오용 가능성을 경고해야 한다. 동시에 전체 사회는 가능한 오용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과학자들과 함께 통제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 P151

과학을 향한 사랑을 학교에서 발견했나?
프랑스 북부에 있는 작은 도시 아라스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과학과 사랑에빠졌다. 첫 번째 화학 교과서를 샀을 때다. 그 책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책을읽은 후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 나는 자연이 서로 결합될 수 있는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이때가 삶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 P154

가족 중에 대학을 나온사람이 없었으므로 화학 같은 것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그러나 그 작은 책을 읽은 후나는 자연과학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 P154

프랑스에서는 그저 평범한 일이다. 그리고 운이 좋았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성차별적이지 않았고, 남성과 여성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나는 대단히 체계적인 사람이었다. - P155

삶에서 성공적인 경력과 가족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은 중요하다. 아이를 가지고 싶은 여성은 아이를 늦게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여성들은 자신의 생물 시계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가 기차를 놓쳐버린다. 나는 운이 좋았다. 나의 경력에서 아내가 되는 일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 P155

맞다. 끈기가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성공을 좋아한다. 또 문제 해결을 좋아한다. 나의 길을 가며, 유행에 편승하지 않는다. - P156

과학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건 비밀도 아니다. 온종일 과학을 생각해야 하고, 많이 읽어야 하며, 논문이 거절당했을 때의연해야 한다. 과학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그만큼 풍성한 일이다. - P156

낙관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다. 전체적으로 삶을 즐긴다. 사교적이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좋아하며,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 P156

사람에 대한 의견을 만든다. 내가보기에 첫인상이 중요하다. 첫인상은 계속 머문다. 그러므로 모든 상황에서 적절하게 옷을 입는 게 좋다. 그 밖에 나는 용감하다. 그렇게태어났다.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것을늘 말한다. 이 성격은 가끔 문제가되었다. 그래서 나는 외교적 수사법도 배웠다. - P156

자식 가운데 아무도 나를 따라 연구 일을 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일을 하면서적은 돈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P157

나는 늘 중요한 결과를 멋진 레스토랑에서 축하하려고 한다. 그곳에서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P157

무언가를 이해한 사람은 그 지식을 아직 그 지식이 없는 사람들과 공유해야한다. 미생물학에서 우리는 나머지 세계에 대해 특별한 책임이 있다. - P158

리스테리아는 인간을 감염시키기 위해 정말 다양하고 많은 전략을 사용한다! - P159

나는 뒤돌아보지 말고 계속 앞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 그룹을 이끌고 혹은 한 연구실의 책임자가 되는 일은 나의 목표가 아니다. 나의 목표는 간단명료하다. 나의 일에서 성공하는 것, 그리고 내 분야의 최전선에서 연구하는 것이다. - P159

프랑스에서 여성 과학자가 되는 일은 어떤가? 독일이나 미국과 차이가 있는가?
미국은 과학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한다. 여성들은 점점 더 많은 인정을 받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독일은 여성 과학자에게 더 힘들다. 남성들이 교수직을 더 쉽게 얻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상황은 다르다. 이곳에서는 여성들에게도영구적인 지위가 제공된다. 이 자리들은 연구기관이 아닌 개인과 연결된다. 그렇게 개인 연구자들은 한 연구 부서에서 다른 연구 부서로, 혹은 한 연구소에서 다른 연구소로 옮길 수 있다. 나는 파스퇴르 연구소에 48 년째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서 여전히 행복하다. - P160

나는 돈을 요청하기 전에 프로젝트가 성숙할 때까지 늘 기다렸다. 그리고 돈이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적절한때 더 많은 요구를 했다. - P161

나의 여성성은 작은 일을 많이 감지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 P161

남성들은 대체로 자신감이 커서 자신의 욕구를더 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이미 성공적인 여성 과학자로 인정받은 후에야 스스로 자신감을 가졌다. - P161

작은 문제가 있을 때 재앙으로 커지기 전에 즉시 해결해야 한다. 연구실에 있는 사람들은편안함을 느껴야 한다. 각자의 프로젝트를 결정하고 서로 경쟁하지 않아야 한다. 연구실에서 일하는 개인들 사이의 균형도 찾아야 한다. 나는 남성과 여성을동등하게 구성하려고 늘 노력했고, 그 때문에 뛰어난 여성이 거부되기도 했다. - P161

오늘날에도 여전히 성공을 갈망하는가?
연구 활동을 시작할 때보다 오히려 그 갈망은 더 크다.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더 나은 생각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언제나 더 큰 질문에 대답하길 원한다. 작고 세세한 문제에는 흥미가 없다. - P162

어릴 때부터 나는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늘 이해하려고 했다. 말하자면, 나는 이미 어린아이였을 때 나중에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다. - P165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중력이 아니라 질투 - P168

결국은 각자 꾸려 가는 개인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 일 때문에 자신의 생활이나 가족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삶에서 - P168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일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 P169

반드시 대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밤에도 깨어 있다면, 그리고 과학자나 전문가가아닌 사람들에게도 이 질문을 설명할 수 있다면 제대로 된 질문을 다루고 있는것이다. 내 삶에서 그런 일은 서너 번 정도 있었다. - P169

똑똑해야 하지만, 천재일 필요는 없다. - P169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BENAR blok과학은 모든 종류의 일을,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것조차다루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P170

미래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위대한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 일을 당신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170

샤워할 때는 누구도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편안해지고, 긴장이 풀리고 깊이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자연에 있을 때도 생각에 도움을 얻는다. - P173

나는 완전한 고요 속에서 철학책을 읽기 위해 트랙터를 몰고 언덕으로 가곤 했다. - P173

나의 지적 호기심은 어머니에게서 왔다. 피칸 가공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만난 후 어머니는 학문적 야망을 포기했다적은 수입으로 가족을 꾸렸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책을샀고, 나와 함께 철학을 토론했으며, 두 누나가 집을 떠난 후에는 나를 대학 강의에 데리고 다녔다. 50세 때 어머니는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머니는 나의 생각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나처럼 어머니는 그냥 남들과 달랐다. 소피아 대학교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분이 농촌 마을로 온 것이다. 어머니는 나에게 다르게생각하는 법과 지적 작업에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 어머니가 얼마전에 돌아가셔서 매우 슬프다. 나는 매일 아침 어머니에게 전화했었다. - P174

나는 독일인의 시간 엄수를 물려받지는 못했지만 신뢰, 진지함, 애국심은 물려받았다. - P174

부부에게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건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같이 사는 사람이다. - P175

아내는 언제나 나에게 진실만을 말하고,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나는 강한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의 의견이 나와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 P175

연구 작업을 할 때는다양성을 권장한다. 그래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을채용한다. 나를 쫓아오기만 하는 사람은 원하지 않는다. 나는 나와 다른 사람을좋아한다. - P175

먼저 생각해 보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내가 가정교육을 잘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나는 저런 뛰어다님이 의미가 있는지 숙고했다. 사람들이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는 늘 남들과 달랐다. 다름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단계에서 괴롭힘을 당한다. - P175

독립할 만큼 충분히 강해졌을 때,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그런데 최근에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머리를 싸매지 않고 그냥 나로 있었다는 데 처음으로 만족감을 느낀다. 자신감을 찾는 데 54년이 걸렸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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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급한 작은 남자는 어디서나 본능적으로 길을 잘 찾는 것 같았다

다락방에서 여자를 굶기는 폭군이나 푸른 수염36으로 매도하겠군. 하지만 난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오.

또다시 지네브라 팬쇼는 여주인공이 되었다. 그녀는 무도회에 참석한 사람 중 가장 아름답고 가장 명랑한 미인이었으며, 무도회의 파트너로 맨 먼저 뽑혔다. 그녀는 아주 사랑스러워 보였고 아주 우아하게 춤을 추었으며 아주 즐겁게 웃었다. 그러한 장면에서 그녀는 대성공을 거두는 사람이었다.

독자여, 그녀가 파트너인 뽈 선생만을 위해 활짝 피어 빛을 낸다거나, 홀을 채우고 벽에 늘어선 친구들이나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들에게 보이려고 가장 우아한 모습을 뽐낸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따분하고 제약이 많은 환경에서 그렇게 무미건조하고 김빠지는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지네브라는 까드리유 한번도 다 추기 전에 생기나 즐거움을 다 잃고 피곤해하고 초조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무거운 축제 분위기 전체를 들뜨게 해줄 원동력을 찾아내고, 축제에 맛을 더해주는 양념을 맛보았다. 자신의 가장 멋진 매력을 과시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감지해낸 것이었다.

평범한 식사와 음료에 대해서는 보는 것마다 입을 삐쭉거리면서도 크림과 아이스크림을 보면 벌새가 벌꿀에 달려들듯이 먹어댔다. 달콤한 술은 그녀의 성체성사이고 달콤한 케이크는 그녀의 일용할 양식이었다. 지네브라는 무도회에서는 삶을 마음껏 꽃피웠고, 다른 곳에서는 기운 없이 처졌다.

베끄 부인은 세상물정을 좀 알고 있었으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는 아주 훤히 알고 있었다.

우선 이 젊은이들은 부모들의 중재하에 들어온 것이니만치 부모들도 공범자였다. 둘째, 이처럼 매혹적이고 위험한 방울뱀들을 들여보냄으로써 부인의 최대 강점인 일등급의 감시 기술을 발휘할 수 있었다. 셋째, 그들의 존재는 여흥에 가장 자극적인 요소였다. 여학생들은 젊은이들의 존재를 의식했으며, 멀리서 빛나는 황금 사과49를 보면 활기가 돌고 생기를 띠었다. 그런 활기는 다른 어떤 환경에서도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나 어때? 오늘밤에 나 어때?" 그녀가 물었다.
"보통 때와 같아." 내가 말했다. "터무니없이 허영심에 찬 것처럼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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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들은 친밀하고 비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요하나는 1957년 결핵이 재발하여 세상을 떴다.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자 아예 삭발을 했는데, 머리통은 완벽한 달걀꼴이었다. 사진 속의 그는 미셸 푸코와 일란성 쌍둥이처럼 보인다.

유능한 권투 선수였고 베토벤의 후기 4중주곡과 바흐에 열광했으며 자연을 사랑했고 "태양과 생명으로 가득한, 자그맣고 나이 많은 올리브나무"를 존경했지만, 수학을 비롯한 이 세상 무엇보다 더 몰두한 것은 글쓰기였다.

그로텐디크는 자신이 발견한 개념에 대한 르 모 쥐스트(딱 맞아떨어지는 낱말)를 고르는 일에서 재미를 느꼈다. 이것은 개념을 길들이고 친숙하게 만들어 온전히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를테면 그의에탈 개념은 썰물의 잔잔하고 온순한 파도, 거울처럼 고요한 바다, 끝까지 펼친 날개의 표면, 갓난아기를 감싼 흰 배내옷을 연상시킨다.

그의 친구 이브 라드겔레리는 이렇게 회상한다. "천재와 함께 연구하는 일은 매혹적이었다. 이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로텐디크는 다른 어떤 말로도 묘사할 수 없다. 그는 매혹적이면서도 두려웠는데, 그것은 이 남자가 어떤 인간과도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텐디크가 불러일으킨 수학적 풍경은 아무리 급진적이었을지언정 인위적이라는 인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수학자의 훈련된 눈으로 보면 이 풍경은 마치 자연환경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텐디크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보다는 풍경이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기를 바랐다. 그 결과는 마치 각각의 개념이 제 나름의 생명 충동을 따라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듯한 유기적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그가 20년간 수학계를 어찌나 확고하게 지배했던지 또다른 명민한 필즈상 수상자 르네 톰은 그로텐디크의 압도적으로 우월한 능력에 "주눅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나를 고무하는 것은 야심이나 권력욕이 아니다. 거대하면서도 매우 섬세한 것을 예리하게 지각하는 것이다."

지구를 파괴할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몽유병자처럼 종말을 향해 행진하"는 그들 같은 과학자라고 말했다.

인류가 심장의 심장에 도달하면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까?

그로텐디크는 "수학을 하는 것은 사랑을 나누는 것과 같다"고 썼다.

Le reveur n’est autre que Dieu.(꿈꾸는 자는 다름 아닌 하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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