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아저씨가 됐어도, 부모는 부모고 자식은 자식이라니까. 당신, 자식은 있어?"
"미안해요. 요즘은 이런 거 너무 물어보면 안 되는 건데 말이지. 아들한테도 주의를 받았는데. 사람은 저마다 사정이 있는 거라고. 그런데 당신은 꽤 평범하고, 굳이 말하자면 참해 보여서. 예쁘기도 하고."
참하고 예쁜 여자는 이혼하지 않는다는 법도 없는데, 하고 마음속으로 살짝 반발하면서.
"아이가 생겨서 결혼했는데, 결혼은 남녀의 결합이 아니라 가족의 결합이라는 걸 잘 몰랐어요."
"시부모님과 같이 살았는데 며칠마다 시어머니의 화가 폭발했어요. 아주 차갑게 구실 때가 있었어요. 그래도 나쁜 분이 아니라 제게 금방 미안해하고, 그다음엔 오히려 착 달라붙어 살갑게 대했죠. 그래서 한시름 놓고 있으면 갑자기 또 냉담해지고. 그런 일의 반복이었어요. 언제 기분이 언짢아질지 모르니 저는 늘 신경이 곤두섰고 너무 무서워 견딜 수 없었어요."
시어머니가 쇼코의 친정을 들먹이며 "가난한 시골집 딸이라 눈치가 없어" 하고 막말했던 일을 하소연해도 그는 도저히 이해하지도 믿지도 못하는 눈치였다.
난에는 호화로운 도자기보다 값싼 질그릇 화분이 제일 좋거든."
다이치는 생선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맛있는 생선구이라면 눈이 뒤집힌다.
그렇게 호화로운 집인데도 다이치는 커버도 씌우지 않은 이불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누구 하나 제대로 어린아이를 돌보지 않는 집안의 쓸쓸함이 느껴졌다.
다이치와 재회한 뒤 술을 마시다 듣기로 그는 어렸을 때 집에서 생선구이를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가사도우미가 주방 청소가 귀찮다는 이유로 생선을 구워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생선구이라는 건 밖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홋카이도에 살았는데 임연수어를 먹은 건 도쿄에 오고 나서라니까. 이래봬도 나 부잣집 아들이잖아. 근데 도우미 아주머니가 안 구워줘서 말이지."
술 취하면 꼭 나오는 입버릇이다. 좌중을 주목시키는 자신만의 개그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 말에는 웃을 수가 없다.
"젊을 때는 말이야, 한번 노인이 되면 계속 똑같은 줄 알았는데 노인에도 단계가 있더라고. 젊은 노인, 약간 젊은 노인, 아주 조금 노인, 완전한 노인, 중간 노인, 상당한 노인, 심각한 노인, 어찌할 방도가 없는 노인."
생선을 굽는 화로, 활기차게 일하는 청년들,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채소절임, 모든 것들이 식욕을 돋운다.
솔직히 쇼코는 살이 찌든지 빠지든지 어느 쪽에도 관심이 없었다. 혼자가 된 이후 용모에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집에 체중계도 없다.
생선구이는 뭐든 맛있지만 숯불로 구운 이 집의 생선은 차원이 다르다.
다들 곤경에 처하면 이 둘에게 의지했다가 다시 떠나가는 그런 관계.
"슈마이 여섯 개짜리랑 맥주 주세요. 기린 이치방시보리로요."
다이치가 2인석짜리 창가 자리를 준비해줬다. ‘이쪽에 앉으면 후지산을 볼 수 있어서 그랬나? 하여튼 특이한 데서 세심하다니까.’
슈마이 특유의 돼지고기 냄새를 맥주가 깔끔하게 씻어내준다.
‘약간 개성 강한 음식이 술이랑 잘 맞는다니까.’
낮부터 음주 가능합니다, 라고 당당하게 간판을 내건 식당도 있다. ‘좋은 지하상가다! 훌륭한 동네야.’
쇼코는 역시 회부터 먹을까 싶어 접시를 바라보았다. 둥근 접시에 오른 건 잿방어, 전갱이, 흰살생선, 단새우다.
새로 나온 차가운 술잔과 네모난 되. 이보다 마음 설레는 풍경이 또 있을까.
눈앞에 보이는 나이든 커플이 짠, 하고 더운술이 든 작은 술잔을 마주친다. 부부처럼 보이진 않았다. 부부라면 저 나이에 서로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지 않는다.
거절하고 말았지만 가슴속에 약간 따스함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