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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집도,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 녹색이 된, 또는 창가의 흰 꽃들 위에 창백해진 빛을 제외하고는, 불빛 한 점 없이 캄캄해진다.

열린 창문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이 웅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벼랑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뗏장을 거머쥐듯 이불을 거머쥐고 있었다.

은 머릿속의 문들을 마구 열어젖혀 요란하게 앞뒤로 흔들어 놓고, 뭘 보내지? 뭘 하지? 도대체 왜 여기 앉아 있는 거지? 하고 반쯤 넋이 나간 듯 되묻게 할 뿐이었다.

램지 부인이 세상을 떠나고, 앤드루도 전사하고, 프루도 죽고 ─ 하고 그녀는 되뇌어 보았지만, 마음속에 아무런 느낌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모두 이런 아침에 이런 집에 모여 있지, 하고 그녀는 창밖을 내다보며 중얼거렸다. 아름답고 고요한 날이었다.

노처녀 특유의 꼼꼼한 동작으로 이젤을 세웠다. 카마이클 씨가 앉아 있는 곳에서 너무 가깝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의 보호를 받기에는 충분히 가까운 자리였다.

그러자 그녀는 이거야말로 비극이라는 ─ 관보(棺褓)나 유해(遺骸)나 수의(壽衣)가 아니라, 이처럼 아이들이 강요당하고 정신이 짓눌려 있는 것이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빈 캔버스를 이젤에 단단히 고정했다. 그래 봤자 오죽잖은 장벽이지만, 램지 씨와 그의 집요함을 막아 내기에는 충분히 든든하기를 바랐다. 그녀는 그가 등을 보이고 있는 동안 자기 그림을 보려고 최선을 다했다. 저기 저 선, 저기 저 매스. 하지만 불가능했다. 그는 50피트 밖에 있어도, 말을 걸지 않아도, 이쪽을 쳐다보지조차 않아도, 여전히 분위기를 압도하며 부담을 주었다. 그가 있으면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색깔도 선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도, 그녀는 금방이라도 그가 쳐들어올 거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저 남자는, 하고 생각하자 분노가 치밀었다. 저 남자는 결코 줄 줄 모르고, 빼앗기만 한다.

램지 부인은 주었지. 주고, 주고, 또 주고, 그러다 죽었고, 이 모든 것을 남겨 놓았다. 정말이지 그녀는 램지 부인에게 화가 났다.

그녀는 죽었고, 여기 릴리는 마흔네 살[35]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채, 그림을 그린답시고 서서, 장난칠 수 없는 그 한 가지를 가지고 장난을 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두 램지 부인 탓이었다. 그녀는 죽었다. 그녀가 늘 앉아 있던 계단이 비어 있었다. 부인은 죽었다.

마흔네 살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지, 그녀는 생각했다.

그녀는 약간 쪼그라든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지금은 뭔가 엄청난 필요 때문에, 그게 뭔지 의식하지도 못한 채, 아무 여자나 붙들고 어떻게든 자기가 원하는 것, 즉 동정을 얻어 내야만 하는 순간 중 하나였다.

왜 이 여자는, 하고 램지 씨는 생각했다. 내가 여기 있는데 바다만 바라보는 걸까?

나는 여자도 아니고, 까다롭고 성질 나쁜, 말라비틀어진 노처녀일 뿐이니까.

릴리는 이 거대한 슬픔의 홍수, 동정받기를 바라는 이 채울 길 없는 욕구, 그녀도 그에게 완전히 굴복해야만 한다는 요구, 그러고서도 그에게는 언제까지나 그녀에게 쏟아 놓을 끝없는 슬픔이 있다는 사실, 그런 것들이 부디 자신을 떠나 주기를, 그 물결로 자신을 휩쓸어 가기 전에 방향을 돌려 주기를(누군가 나타나 이런 상황을 깨뜨려 주지 않을까 하고 그녀는 연신 집 쪽을 쳐다보았다)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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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책을 읽는 모습이 아주 평온해 보였다.

생각했다. 그는 그녀가 영리하지도 않고 책도 많이 읽지 못했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는 그녀가 읽고 있는 것을 이해는 하는지 궁금했다. 아마 이해 못 할걸, 그는 생각했다. 그녀는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그가 보기에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런 일이 가능한지 모르지만, 점점 더해 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뜨개질거리를 다시 집어 들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옷을 차려입었고, 계단을 내려오다 달을 보았고, 앤드루가 식사 때 접시를 너무 높이 쳐들었고, 뭔가 윌리엄이 한 말 때문에 좀 기분이 가라앉았고, 나무에서 새들이 떠들었고, 층계참의 소파, 아이들이 안 자고 있던 것, 찰스 탠슬리가 위층 방바닥에 책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아이들을 깨웠고 ─ 아니지, 그건 그냥 그녀가 생각해 본 것이었다 ─ 폴은 가죽 케이스에 든 시계를 가지고 있었고. 남편에게 무슨 얘기를해줄까?

즉 아가씨가 청년에게 과분하다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차츰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사람들이 결혼하기를 바라는 걸까? 무슨 가치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이제 그들이 하는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진실일 것이었다.) 뭐라고 말 좀 해봐요, 그녀는 생각했다. 그저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하룻밤이란 무엇인가? 아주 짧은 동안이고, 특히 어둠이 그렇게 일찍 번해지고, 그렇게 일찍 새가 울고, 수탉이 울고, 치솟은 파도의 텅 빈 골에서 잎사귀가 돌아눕듯 희미한 녹색이 짙어질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 겨울은 밤을 뭉텅이로 갖고서 지칠 줄 모르는 손가락으로 공평하게 고루 나누어 준다. 밤은 길어지고 깊어진다. 어떤 밤은 밝은 원반 같은 맑은 행성들을 높이 치켜들기도 한다. 가을 나무들은 앙상해진 채로, 찢어진 군기처럼 번득인다. 대성당 지하의 서늘한 어둠 속, 대리석 판 위에 금으로 새긴 글자들이 전쟁터에서의 죽음을, 멀리 인도의 모래 속에서 뼈들이 어떻게 희어지고 타들어 가는가를 말해 주는 그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군기처럼.

맥냅 부인은 빨래 통에 담갔던 손으로 침묵의 휘장을 찢고, 해변의 자갈을 밟던 장화 발로 저벅대며 들어서서, 지시받은 대로 모든 창문을 열고 침실들의 먼지를 털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가 그렇게 뒤뚱거리며 먼지를 털고 걸레질을 하는 모습은 삶이 그저 기나긴 슬픔이요 고생임을,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눕는 삶, 물건들을 꺼내고 치우고 하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말해 주는 듯했다. 일흔이 다 되도록 그녀가 아는 세상은 수월하지도 아늑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지쳐서 굽어졌다. 침대 밑에서 무릎을 꿇고 마루의 먼지를 쓸어 내느라 삐걱대고 끙끙대면서, 그녀는 자문했다.

그러나 뒤뚱대며 다시 일어나 자신을 추스르고는 여전히 곁눈질로, 자신의 얼굴, 자신의 슬픔조차 비스듬히 건너다보는 눈길로, 거울 앞에 서서 입을 헤 벌린 채 망연히 미소 지었다.

해변을 거닐며 물웅덩이를 철벅대고 돌멩이를 들여다보며 〈나는 무엇인가?〉, 〈이것은 무엇인가?〉를 물으며, 문득 그 답이 주어졌음을 깨달았을 것이다(그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그들은 서리 속에서도 따뜻하고 사막에서도 안락할 것이다.

흔들릴 잎사귀 하나 없는 봄, 치열하게 순결을 지키며 순수하여 도도한 처녀와도 같이 꾸밈없이 밝은 봄이 들판에 펼쳐져 눈을 크게 뜨고 구경꾼들이 무슨 짓을 하든 무슨 생각을 하든 아랑곳없이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면, 등대의 긴 불빛, 어둠 속의 카펫에 근엄하게 드리워 그 무늬를 선명히 드러내던 불빛이 이제 달빛 섞인 봄의 부드러운 빛 속에 애무하듯 미끄러져 들어와 몰래 서성이며 주위를 둘러보고는 또다시 다정하게 다가왔다.

(폭탄이 터졌다. 프랑스에서 20~30명의 청년이 죽었고, 앤드루 램지도 그중 하나였는데, 다행히도 그는 즉사했다.)

바닷가를 거닐 때면 으레 하듯이 외적인 아름다움이 어떻게 내적인 아름다움을 반사하는가에 감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연은 인간이 발전시킨 것을 보완했던가? 자연은 인간이 시작한 일을 완성했던가? 변함없이 만족한 눈길로 자연은 인간의 비참함을 지켜보고 그의 비열함을 눈감아 주고 고통을 묵인했다.

많은 가족이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램지 부인도 죽었고, 앤드루 님도 전사했고, 프루 아가씨도 첫 아기를 낳다가 죽었다지. 하지만 요즘은 다들 누군가를 잃었으니까. 물가도 끔찍하게 올랐고, 다시 내릴 줄을 몰랐다

닫히고 잠긴 집이 홀로 남았다.

그녀들은 가끔 침실이나 서재에서 차를 마셨다. 얼굴에는 검댕을 묻히고 늙은 손은 걸레 자루를 쥐느라 뻐근해진 채, 오정쯤에 잠시 일을 쉬었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수도꼭지와 욕조에 거둔 승리를 음미하기도 했다. 길게 줄지은 책들은 좀 더 힘들고도 부분적인 승리였다. 마치 까마귀처럼 새카맸던 책들이 이제 희끗희끗한 얼룩이 진 채, 희부연 곰팡이와 슬금슬금 달아나는 거미들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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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질서가 잡혀야 했다.

그녀는 삐걱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힘주어 문손잡이를 돌리고는, 마치 소리 내어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듯 입술을 오므리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그렇게 조심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은 자고 있지 않았다. 정말 곤란한 일이었다.

제발 위층에서 책 떨어뜨리는 소리를 내지 말았으면, 하고 그녀는 찰스 탠슬리가 얼마나 사람을 짜증 나게 하는가를 상기하며 생각했다

민타와 폴과 릴리는 저런 분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저런 분이 내 어머니라니 나는 얼마나 기막히게 운이 좋은가, 나는 절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집을 떠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녀는 아이처럼 말했다. 「파도를 보러 바닷가에 가볼까 하던 참이에요.」

(가죽 케이스에 든 시계를 가진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운이 좋다는)이 얼마나 어이없는가 하고 피식 웃으며,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책을 읽고 있는 방으로.

물론 여기 온 건, 하고 그녀는 방 안에 들어서면서 생각했다. 뭔가 원하는 게 있어서지. 우선은 특정한 등불 아래 특정한 의자에 앉고 싶었고, 하지만 뭔가 알 수는 없지만 더 원하는 것이 있었는데,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제는 아무도 월터 스콧을 읽지 않는다는. 그래서 남편은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겠지〉 하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항상 자신에 대해 불안해했다. 그녀는 그 점이 안쓰러웠다.

이윽고 그녀는 마음이 가라앉았다. 마치 뒤척이며 흔들리던 나무가 바람이 잦아들면 한 잎 한 잎 정적 속에 자리 잡는 것처럼.

어쨌든 중요한 게 아냐, 그녀는 생각했다. 위대한 인물, 위대한 저서, 명성 ─ 누가 알겠어? 그녀는 그런 건 전혀 몰랐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태도, 그의 진실성이었다

살아온 모든 삶과 살아갈 모든 삶이
나무들과 철 따라 달라지는 잎사귀들로 가득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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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난 내 인생으로 뭘 한 거지?

식탁 반대편 끝에서는 남편이 잔뜩 찌푸린 얼굴로 무너지듯 주저앉는 것이 보였다. 뭐가 못마땅한 거지? 알 수 없었다. 알 바 아니었다. 대관절 어떻게 그에게 애정이든 그 어떤 감정이든 느낄 수 있었던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꿰뚫고 지나 벗어나 버린 듯한 느낌으로, 수프를 떠 담았다. 마치 거기 소용돌이가 하나 있어서 누군가는 그 안에 있을 수도 밖에 있을 수도 있는데 자신은 그 밖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대답하기를, 무엇인가가 일어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이런 건, 하고 그녀는 수프를 떠 담으며 생각했다. 말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그리고 좌중이 섞여 들어 어울리게끔 창조하는 노력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다.

그녀는 새삼 남자들의 무미건조함을 ─ 별다른 적의 없이, 그저 사실로서 ─ 느꼈다.

만일 자신이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다른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마치 멈춰 버린 시계를 조금 흔들듯 자신을 추슬렀고, 그러자 시계가 똑딱이기 시작하듯이 저 익숙한 맥박이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고동치기 시작했다.

삶은 다시금 그녀에게 힘을 미칠 만큼 강해져서, 그녀는 또다시 그 모든 일을 시작했다.

부인은 남자들은 언제나 뭔가 결핍된 것처럼 동정하는 반면, 여자들은 뭔가 가진 것처럼 결코 동정하지 않았다.

눈은 그렇다 쳐도, 코며 손이며, 아마 그녀가 만난 가장 매력 없는 인간일 것이었다.

왜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전 존재가 마치 바람에 쓸리는 옥수수밭처럼 납작해졌다가, 힘들게 노력해 가며 겨우 그런 굴욕에서 일어서는 것일까? 그녀는 한 번 더 그런 노력을 해야만 했다. 식탁보 무늬의 나뭇가지, 저기 내 그림이 있다. 나무를 가운데로 옮겨야지. 중요한 건 그것뿐이야. 그것을 굳게 붙들고 성을 내지도 논쟁을 하지도 않으면 안 될까, 그녀는 자문했다. 보복을 원한다면 그를 비웃어 주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그들 생각을 한 적이 있을까 말까 한데, 그들은 내내 거기서 살고 있었다니 정말이지 신기했다.

그 세월 동안 그녀 자신의 삶에는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하지만 어쩌면 캐리 매닝도 그녀를 까맣게 잊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 생각은 낯설고 씁쓸했다.

그는 그저 혼자가 되어 읽던 책을 다시 집어 들고 싶을 뿐이었다

우정이란, 최상의 경우라도, 부질없기 때문에… 살다 보면 뿔뿔이 흩어지게 마련이다.

마치 회의에서 여러 언어가 혼란을 일으킬 때 의장이 통일을 기하기 위해 모두 프랑스어로 말하자고 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녀는 마음에도 없이 그의 비위를 맞춰 주었던 것이다.

그녀는 결코 그를 알지 못할 것이고, 그 역시 그녀를 알지 못할 것이었다. 인간관계란 다 그렇지, 그녀는 생각했다.

거기서는 서두르거나 초조해하지 않고도 돌아다닐 수 있으니, 걱정할 미래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시간을 지키는 것은 나이가 들어야 몸에 배는 사소한 덕목 중 하나라는

그러다 문득 그가 뭔가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자기가 그를 숭배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남편과 그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칭찬하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를 칭찬한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한 채 기쁨으로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자기가 다 먹은 다음까지 계속 먹어 대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자기는 둔한 남자들이 더 좋다고. 그들은 거창한 논의로 사람을 피곤하게 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저 똑똑한 남자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보다 더 진지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건 당신이 느끼는 거지, 하는 게 한 가지였고, 이건 내가 느끼는 거야, 하는 게 다른 한 가지였다.

나이 마흔이 되면 릴리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릴리에게는 무엇인가 심지가, 열정적인 것이, 자기만의 무엇인가가 있었고 부인은 그 점을 아주 좋아했지만, 그걸 알아보는 남자는 별로 없을 것이었다.

사실 셰익스피어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만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 없을 거라고 말했다.

내가 지금 제대로 말하고 있나? 내가 좋은 인상을 주고 있나? 하는 생각과 뒤범벅이 되어, 결국 톨스토이보다는 그 자신에 대한 얘기만 듣게 될 게 뻔했다.

별로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그에게도 일종의 겸손함이, 상대방의 느낌에 대한 배려가 있어서, 적어도 어떤 면으로는 그런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되었다.

자기 딸은 다른 사람들의 딸보다 더 행복하리라고 믿어 마지않았다.

저녁 내내 유지되던 균형이 기우뚱하며 바뀌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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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2-01-29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 시점, 라로님 인생은 환자들을 살리는 중^^ 첫 문구가 강렬합니다. 읽었는데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ㅠㅠㅠ 설 명절을 미쿡에서도 지내나요?? 암튼 우리 새해는 지금이므로 명절 인사 드려요. 올해도 책과 더불어 건강히 즐겁게 지내요 라로님~~~^^

라로 2022-01-29 19:52   좋아요 1 | URL
이 책이 점점 갈수록 재밌네요. 하지만 읽었어도 하나도 기억 안 날 것 같은 것도 이해되구요.ㅎㅎ 설명절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안 지내구요 그냥 선물 받기만;;;
새해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별로 찾는 이 없는 서재에 잊지 않고 발길 해 주셔서 감동이구요. ^^
행복한책읽기님께서도 늘 책과 함께 가족과 함께 친구분들과 함께 알라딘과 함께 하는 건강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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