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상징을 좋아하고 상징을 해독하려는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올랜도의 맵시 있는 다리와 멋진 몸, 건장한 어깨 전체가 문장의 다양한 색조로 물들었지만,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 그의 얼굴은 오로지 햇빛을 받아 환히 빛났다고 말할 것이다. 그보다 더 정직하고 침울한 얼굴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터였다. 이런 아들을 낳은 어머니는 행복하고, 그의 생애를 기록하는 전기 작가는 더더욱 행복할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속을 끓일 필요가 없고, 전기 작가는 소설가나 시인의 도움을 간청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머니는 애당초 내가 모터사이클을 산다는 데 극구 반대했다. 어머니야 그러려니 했지만 아버지마저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신도 모터사이클깨나 즐기던 분 아니던가.

나는 상당히 짠돌이였고 유일한 사치는 책이었으니까.

결국 내 성 정체성은 남이 상관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고, 비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떠들고 다닐 일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자신이 받은 교육과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 자신이 사는 시대의 산물이다

내가 역사와 모국어의 진정한 가치를 처음으로 배운 곳이 바로 그곳 퀸스칼리지의 지하 서고였다.

나는 ‘예-아니요’를 묻는 지식 시험에는 형편없었지만 에세이라면 물 만난 고기였다.

블랙웰서점으로 가서 44파운드를 주고 12권짜리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을 구입했다.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 무엇보다 갖고 싶었던 책이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어떤 것이건 상관없이 사고하는 행위 자체가 그를 흥분시키는 듯했다.

우리는 서로 그렇게 다를 수가 없는 사람들인데도 죽이 아주 잘 맞았다. 칼먼은 엉뚱하게 뻗어나가기 일쑤인 나의 연상 능력에 매료되었고, 나는 고도의 집중력을 보여주는 그의 정신에 매료되었다

칼먼은 미국 오리건 주의 리드대학교를 나왔다. 칼먼은 그곳이 우수한 학생들로 유명한 대학이며, 자신의 졸업 성적이 다년간 최고 자리를 지켰다고 했다. 그는 이 말을 날씨 이야기하듯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냥 사실이 그렇다고.

그는 똑똑한 사람은 똑똑한 사람과 결혼해 똑똑한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믿었고, 이런 신념 아래 미국에서 온 또다른 로즈 장학생인 라엘 진 아이작을 내게 소개해주었다

깁슨의 반전 안경이 시지각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의식의 힘을 보여주었다면, 착시는 지각 작용의 왜곡은 의식의 힘으로 바로잡을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내가 원체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누구에게든 먼저 말을 건넨 적이 없는 데다 리처드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나를 더욱 수줍게 만들었다.

리처드도 내게서 뭔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는지 우리는 금세 친구가 되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나는 리처드에게 홀딱 반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의 얼굴, 그의 몸, 그의 정신, 그의 시, 그의 모든 것에 빠져들었다. 리처드는 이따금 막 완성한 시를 가져와 보여주었고, 그러면 나는 답례로 내가 쓴 생리학 에세이 몇 편을 주었다. 리처드에게 반한 것은 나 하나만이 아니었다. 내가 알기로는 그랬다.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고, 많았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아름다움, 엄청난 재능, 활기와 삶을 향한 사랑으로 넘치는 사람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숨김없이 말해주었다. 시인 시어도어 레트키의 문하생 생활, 많은 화가들과 나눈 친분, 화가로 한 해를 보내다 타고난 재능이 뭐가 되었건 자신의 진짜 열정은 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이야기 등. 그는 시의 이미지, 단어, 구절 따위를 몇 달 동안 마음속에 품고 다니면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갈고 다듬다보면 완성된 시로 태어나거나 버려진다고 했다.

리처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마음을 인정하기가 두려웠다. "가증스럽구나"라는 어머니의 말이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짓눌렀다. 그러나 누군가와 신비롭고 경이로운 사랑을 한다는 것, 리처드 같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내 기쁨과 자부심의 원천이었다. 어느 날 참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리처드에게 사랑한다고 털어놓았다. 리처드는 꼭 안아주고는 내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알고 있어. 나는 그런 쪽이 아니지만 네 사랑을 고맙게 생각해. 그리고 나도 널 사랑해. 내 식으로." 퇴짜 맞았다는 기분도, 실연당했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리처드는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들려준 것이다. 우리의 우정은 지속되었고, 더구나 내가 힘겹고 부질없는 갈망을 접어버렸기에 어떤 면에서 관계는 더 편안해졌다.

무척추동물을 사랑하는 나는 즉각 지렁이를 떠올렸다. 지렁이에게는 거대한 수초 신경섬유가 있는데 다치거나 위협당할 때 순식간에 몸을 마는 능력을 관장한다. 지렁이의 신경섬유는 관찰이 쉬운 편이고 필요한 대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남은 것은 닭과 개구리한테 간식으로 주면 되겠고.

닭들은 뭐든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것이 밉살스러울 정도였다. 아무거나 집어삼키고 걸핏하면 쪼아대고 시끄럽게 꼬꼬댁댔지만 갈수록 정이 들어서 녀석들의 소음과 활기가 자랑스럽게 느껴졌고, 한 녀석 한 녀석의 습관과 개성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사적인 감정을 그대로 담아 실험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 비참한 일화를 내 의식 속에서 내보내려는 안간힘이었다.

모든 사람과 사이좋게, 적어도 말은 트고 지냈지만 누구와도 가까워지지는 않았다.

잡담에 능하지 않은 데다 첫 두 달 동안에는 울판ulpan(히브리어 교육기관: 옮긴이)의 집중 수업에도 히브리어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그런데 10주째에 갑자기 히브리어 구문이 들리기 시작하고 입이 트였다. 고된 육체노동과 사려 깊고 친화력 높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환경은 싱클레어의 연구실에서 보낸 외롭고 괴로웠던, 혼자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던 몇 달에 대한 진통제가 되어주었다.
몸에서도 엄청난 효과가 나타났다.

내게는 한 가지 할 일이(그전까지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그 무엇이) 더 남아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 나이 스물두 살이고, 잘생겼고, 보기 좋게 그을린 탄탄한 몸매에, 아직 숫총각이었다.

(술의 힘을 빌려서 내는 용기Dutch courage에는 네덜란드 진Dutch gin이 제격이다).

"술에 취해 필름 끊기고 도랑에 눕고 그럴 필요 없어. 너무 슬프잖아.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면 좋겠어."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큰 짐을 내려놓은 듯한 안도감에 울음이 나왔다. 무엇보다 나를 짓누르던 자책감을 던 듯했고, 적어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산파와 내가 각기 자전거로 산모 집에 모이면 침실이나 간혹 부엌으로 갔다. 때로는 식탁에서 분만하는 것이 더 수월할 경우도 있었다. 남편과 가족은 옆방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아기의 첫 울음소리를 기다렸다. 이 모든 순간들이 나를 흥분시키는 인간 드라마였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사실 병원 일이 아니었지만, 우리가 병원 밖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짜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의사의 손 자체가 하나의 치료 기구가 되는 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숙소 안에서는 확실히 컨디션이 괜찮았다. 차라리 나가지 않는 게 나을까?
하지만 그 생각을 하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양기름, 등유, 살충제 냄새로 꽉 찬 어두컴컴한 이곳에서?읽을거리도 없이?아무 할 일 없이 온종일을 보내려고?

우마르 하이얌*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지 않나? ‘내일이면 나는 만 년의 어제를 가진 나’였나?** 대충 그런 내용이었는데. 왜 어떤 시도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하지?

시에는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어. 영혼 깊은 곳을 날카롭게 찌르는 뭔가가 있어……

넌 늘 지독하게 냉정했지……
왜 블란치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불쑥 들어올까? 천박한데다 참견하는 말투까지, 정말 블란치다웠다! 블란치 같은 사람에게는 조앤이 분명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자신을 갈가리 찢기게 내버려두는 사람 눈에는! 천박한 것을 블란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녀는 그렇게 만들어졌을 뿐이니까.

"부인은 제가 잘못할 때마다 지적을 하시죠. 그런데 일을 잘해도 칭찬하시지 않아요. 그러면 일할 맛이 안 나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내가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돼." 조앤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렇겠죠. 하지만 그러실 때마다 일할 의욕이 사라져요. 저도 사람이에요, 부인. 부인이 청하신 스페인식 라구*만 해도 그래요. 전 정말 열심히 만들었어요. 손이 많이 가는 요리였죠. 물론 저는 그런 엉터리 음식을 좋아하지 않지만요."

시골의 변호사는 인간관계의 약한 면들을 누구보다도 많이 보는 사람이야?의사를 제외하면 말이지. 그래서 이 일을 하다보면 인간에 대한 연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 인간이란 원래 나약하고, 두려움과 의심과 탐욕에 약한 존재지. 그런데 가끔은 예기치 않게 이타적이고 용감한 인간을 보게 돼. 어쩌면 변호사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보상은 폭넓은 동정심을 갖게 되는 건지도 몰라."

"누구든 그런 일을 당할 수 있어. 아무리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도 겪을 수 있다고. 내가 그의 입장이었더라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 거야. 자본이 부족한데다 운도 따르지 않았어. 물론 이런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다면 이건 당신 일이 아니야, 조앤. 나는 당신이 살림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간섭하지 않잖아. 그건 당신의 영역이야. 이건 내 영역이고."

나태한 사고는 금물이야, 조앤!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게 가장 쉬운 길이라고 해도, 또 그게 고통을 면하는 길이라 해도 그래선 안 돼……"

에이버릴은 분별력보다 마음의 힘이 강한 아이지. 그러니까 깊은 사랑에 빠지면 벗어나기가 더 힘들 거야."

그가 열 살만 젊었어도 유혹은 그렇게 크지 않았을 거야."

성자들은 대개 열정을 가진 사람이지 냉혈한이 아니었어.

네겐 헨리 증조부처럼 섬뜩할 정도로 특별한 재능이 있지. 그분에게는 본인의 약점을 감추고 상대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최선의 방법을 간파하는 뛰어난 안목이 있었지."

"내 말을 믿어, 에이버릴. 인간은 하고 싶은 일?타고난 일?을 하지 못하면 반쪽짜리 인간에 불과할 뿐이다. 분명히 말하마. 네가 루퍼트 카길을 돌려세워 그 일을 계속하지 못하게 만든다면, 사랑하는 남자가 불행하고 성취감도 없이 사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날이 올 거다. 그는 나이보다 늙고 지치고 낙담한 모습으로 인생을 대충 살아가게 될 거야. 그럴 때 네 사랑이, 아니면 또다른 여인의 사랑이 그에게 보상이 될 거라고 믿는다면, 분명히 말하지만 넌 감상에 빠진 바보 멍청이야."

그전까지 부녀는 친구처럼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이제 둘 사이에는 형식적인 예의밖에 없는 듯했다. 하지만 에이버릴은 조앤에게는 냉랭하고 모호하긴 해도 제법 고분고분하게 굴었다.
집 떠나 살아보니 엄마의 진가를 더 잘 알게 됐겠지. 조앤은 생각했다.

"요점은 제가 친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거죠."

그 애는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지. 옥석을 가리지 못해. 일상이 아닌 배경에서 사람을 보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른다고. 그렇기 때문에 그를 자신의 환경에다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는 거야. 바버라는 하먼을 술꾼에 평생 단 하루도 제대로 일해본 적 없는 멍청하고 허풍 떠는 남자로 보지 않아. 위험하고 멋진 남자라고만 생각하지."

"아, 조앤. 당신과 난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젊은 세대를 감화시키지 못해."

"난 네가 원하는 게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냥 절 내버려두세요."

"바버라 자신도 그걸 몰라. 그 애는 아주 어려, 조앤."
"그러니까 여러 가지 일을 대신 결정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그렇지 않아, 여보. 아이 스스로 익숙해져야지. 그냥 가만 놔두자고. 바버라가 원하면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게 내버려두고 당신이 나서서 모임을주선하진 마. 그러면 애들의 적대감만 사는 것 같으니까."

남자들은 다 이렇지. 조앤은 분통을 터뜨리며 생각했다. 문제를 방치하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

"진심이었어요, 아빠. 감당할 수 없다면 결국 스스로목숨을 끊는 수밖에 없는 거 아녜요?" 바버라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바버라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걸 말하게 하는 편이 나을지 몰라."

그 아이는 늘 지독하게 진지하지. 순간의 분위기 너머를 보지 못해. 객관성이 없고 유머감각도 없지. 성적으로는 조숙하고……"

로드니는 아들이 행복하지 않을 위험에 대한 부담이라고 대답했다.

조앤은 그가 행복 운운하는 것이 가끔씩 못 견디겠다고 말했다. 다른 생각은 안 하느냐고, 삶에 행복만 있느냐고, 그보다 훨씬 중요한 다른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로드니는 그게 뭐냐고 물었다.
"이를테면 의무감이 있죠." 조앤은 한동안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로드니는 의무감 때문에 변호사가 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성공했다고 느끼는 건 참 기분좋아요, 안 그래요?" 조앤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토니에게 쉬지 않고 잔소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이는 속을 알 수 없는 면이 있었지만 겉으로는 고분고분해 보였다. 조용하고 상냥하고 미소를 지었지만 결국은 제가 원하는 대로 했다. 아들은 엄마를 많이 좋아하기 마련인데 토니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사실 그 아이는 아빠를 가장 따랐다.

잘생겨서 함께 다니면 엄마를 우쭐하게 만들었지만, 토니는 엄마와 다니는 걸 내켜하지 않는 눈치였다

(혼잣말을 하는 것은 몹시 안 좋은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였다. 다정하고 동정심 많은 의사가 필요했다.

특별히 뭘 생각하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도 않기로 했다. 둘 다 너무 지치는 일이었다. 마음이 떠다니게 내버려둘 작정이었다.

"자기 아버지처럼 사기를 쳤다는 거예요? 유전이란 참 이상하지 않아요?"
"정말 이상해. 잘못된 쪽을 물려받은 것 같아."

"난 레슬리를 생각하고 있어…… 그녀가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감정을 단련해라, 조앤. 표현을 더 정확하게 해.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건지 확실히 정해야지.’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그것.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회피, 왜곡, 외면……

이 방은 너무 추워……
추워, 그리고 외로워……

조앤과 가깝고 친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 친구 하나가 없었다.

모두 진실의 편린들이었다. 조앤이 이곳에 도착하자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앤이 해야 할 일은 그 조각들을 맞추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삶 전체…… 조앤 스쿠다모어의 진짜 이야기……
그것이 여기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요하지 않은 소소한 일들로 생활을 채우기가 쉬웠다. 그러느라 자신에 대해 알 시간이 없었다.

사람들을 사랑하면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건데.
참된 진실보다는 유쾌하고 편안한 것들을 사실이라고 믿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그래야 자신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몰랐다.

꼬마였을 때부터 엄마를 꿰뚫어보던 에이버릴……

조앤은 바버라에게 애정이 없었다. 이해하려는 마음도 없었다. 조앤은 딸의 취향이나 요구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아이에게 좋을 만한 일을 자기 흥에 겨워 이기적으로 결정해버렸다. 그녀는 바버라의 친구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았고, 그 아이들의 기를 죽였다. 바버라에게는 바그다드로 가는 것이 탈출구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녀는 가여운 아이에게 가보지 않고는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말했다.
물론그것은 칭찬할 만한 충동이었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진실의 일부분에 불과한 게 아닐까?
여행을 한다는 데 마음이 끌렸던 건 아닐까? 신선함에, 새로운 세상을 본다는 사실에? 헌신적인 엄마 노릇을 한다는 데 끌렸던 건 아닐까? 아픈 딸과 심란한 사위에게 환영받는, 매력적이고 모험적인 자신을 기대한 건 아닐까? 이 먼 데까지 달려와주다니 정말 좋은 분이세요 같은 말을 듣고 싶어서?

상황을 잘 정리해야 했다. 더이상 꾸미지 말고.

그동안 외면했던 모든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사실은그녀도 다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레슬리 셔스턴은 아름답지도 젊지도 않고 되는 일도 없는 여자였다. 지친 얼굴, 우스꽝스럽게 한쪽이 일그러지는 미소를 짓던 레슬리 셔스턴. 로드니가 그런 여자를 사랑했다고?정말 열렬하게 사랑해서 1미터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고?인정하는 것이 싫었다.
애절한 갈망, 이루지 못해 가슴 아픈 욕망. 그 강렬한 열망을 조앤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로드니는 부드러운 사람이기에 그녀와 싸우지도 그녀를 억누르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그는 세상에서 사는 동안 완전한 남자가 아니었다.

쉬운 삶, 나태한 사고방식, 자기만족, 고통도 감당할 수 있는 것만 골라서 두려워했지……
용기가 없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그녀의 말처럼 기차는 딱 맞춰서 와줬다.그녀가 신중하게 세운 최후의 방벽들이 공포와 외로움이라는 파도에 휩쓸리려는 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아침은 뭘 하며 지낼까? 흥미로운 『캐서린 다이사트 부인의 회상』을 마저 읽는 것도 괜찮을 테지. 아니면 편지를 써도 좋고. 알레프에 도착하면 편지를 부칠 수 있을 것이다. 편지지와 봉투도 몇 장 있다. 그녀는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숙소 안은 너무 어둡고 자극적인 냄새가 풍겼다. 산책이나 할까.

산책은 새롭고 상당히 흥미로웠다. 보통 구릉이나 황야, 해변, 길을 걸으면 언제나 시야에 물체가 들어온다. 언덕을 넘어 숲으로, 헤더 꽃밭으로, 오솔길을 내려와 농장으로, 국도변의 다음 마을로, 물결 이는 강가를 걸어 다음 굽이로.
하지만 여기서는 달리갈 곳이 없었다. 숙소에서 나오면 끝이었다. 오른쪽 왼쪽, 앞뒤 할 것 없이 황량한 모래 빛깔 지평선만 보였다.

조앤은 방긋 웃고 걸음을 옮겼다. 공기가 아주 상쾌했다! 공기에 순수함과 싱그러움이 묻어났다. 전혀 오염되지 않고, 인간과 문명에 더럽혀진 흔적도 없었다. 태양과 하늘과 모래밭이 전부였다. 공기에는 해독하는 뭔가가 있었다. 조앤은 크게 심호흡했다. 느긋하게 만끽했다. 아주 괜찮은 모험이었다! 단조로운 삶 속에서 크게 환영할 휴식이었다.

기차를 놓친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절대의 고요와 평화 속에서 이십사 시간을 보내는 건 그녀에게 행운이었다. 서둘러 돌아갈 이유도 없었다. 이스탄불에 가서 로드니에게 도착이 늦어진다고 전보를 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그녀는 로드니가 상대방이 하는 말을 좀더 제대로 듣길 바랐다. 사람들은 변호사가 예리하고 또릿또릿하기를 기대하니까.

"하지만 당신도 사무소에 합류하게 될 거라 알고 있었잖아요."
"그래 알아, 나도 안다고. 하지만 내가 이 일을 그렇게 싫어하게 될지 어떻게 알았겠어?"

그럼 달리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요?"
그러자 그는 굉장히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답했다. 말이 술술 쏟아져나왔다.

그는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로드니가 그렇게 열정적인 줄 미처 몰랐다. 그렇게 말 많고 적극적일 수도 있는지 조앤은 몰랐다.

남자는 어린애와 똑같다더니 딱 맞는 말이야.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인생은 휴가가 아녜요. 우리에게는 생각해야 할 미래가 있어요, 여보. 토니가 있다고요." 조앤이 달래듯이 말했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어요. 자식들을 세상에 내놓으려면 이런 것들을 고려해야 해요. 어쨌든 당신에게는 그럴 책임이 있으니까요."

그녀는 이 문제에 대해 확고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둘 중 한 사람이라도 현명해야 했다. 로드니가 자신에게 최선인 것을 보지 못한다면, 그녀라도 그래야 했다.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은 정말 어처구니없고 바보 같고 터무니없었다. 로드니는 소년 같았다. 조앤은 강하고 확신에 찬 엄마 같은 기분을 느꼈다.

여자가 안 챙기면 남자는 인생을 엉망으로 만든다니까.

언덕과 구름을 구분할 수 없었다.

가방에서 편지지와 만년필을 꺼냈다. 편지를 쓸 생각이었다. 지금의 감정을 편지로 전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사막의 공기는 상쾌해요. 믿기 어려울 만큼 싱그러워요. 이 고요함은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을 거예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제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 것 같답니다! 평소에 전 너무 바빠서 늘 이 일에서 저 일로 달음질치며 살지 않았겠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때때로 생각하고 재충전할 시간은 필요한 것 같아요.

사람이 없어요. 제가 사람들로부터 떨어져나와 살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모르고 지냈나봐요. 사방 수백 킬로미터 안에 모래와 태양 말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사람이 얼마나 느긋해지는지……

"우리 아이들은 집에 친구들을 별로 데려오지 않는 것 같던데." 로드니가 천천히 말했다.
"아녜요, 여보. 난 자주 파티를 열고 젊은 사람들을 초대해요! 그런 일에 신경을 써왔다고요. 파티를 싫어하고 친구를 초대하지 않는 건 바버라예요."
로드니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타인의 판단을 그대로 믿었다가 나중에 그게 틀렸다는 걸 알게 되면 아주 난처하고 불쾌하지." 조앤이 말했다.

맙소사, 동양인들이라니! 이 사람들에게는 시간이 아무 의미도 없단 말인가.

편지 세 통을 쓰자 잉크가 떨어졌다. 편지지도 거의 다 썼다. 슬그머니 짜증이 났다. 편지를 보낼 사람이 몇 명 더 있는데.
하긴 한참 쓰다보니 편지 내용이 거의 비슷해지고 있었다…… 태양, 모래, 쉬면서 생각할 시간을 가져서 얼마나 좋은지! 모두 사실이긴 했지만 똑같은 내용을 매번 약간씩 고쳐 쓰려니 싫증이 났다.

장난스럽게?가볍게?상황을 처리해버리는 것. 둘 사이가 심각할 리 없음을 잘 안다고 보여주는 것……

머나 랜돌프는 모든 남자가 매력적이라고 느낄 만한 여자였다. 그녀는 변덕스럽고, 호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아주 차갑고 거만하게 대했다. 그러고는 곁눈질 한번으로 그들을 자신에게 끌어들였다.
조앤은 정말 말도 못 하게 가증스러운 여자라고 (평소 그녀답지 않게 열을 내며) 생각했다. 내 결혼 생활을 깰 심산으로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았어.

그랬다, 조앤은 남편이 아닌 그 여자를 탓했다. 남자들이야 쉽게 우쭐대니까. 또 그 당시 로드니는 결혼한 지?몇 년이었더라??십 년? 십일 년? 결혼 생활 십 년차를 작가들은 흔히 ‘위험한 시기’라고 했다. 배우자가 탈선하는 경향이 있는 시기. 안정되어 편안하고 확고한 상태로 접어들 때까지 조심스럽게 통과해야 했다.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일로 끝났다. 어쩌면 로드니에게는 조금 재미있는 해프닝이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불쌍한 로드니…… 뭐 그 정도 재미는 누릴 만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일했으니까.
결혼 십 년차?그랬다, 확실히 위험한 시기였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곧장 그 생각을 밀어냈다. 햇살 좋은 모래밭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불쾌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떠올려도 좋을 유쾌하고 활기찬 일도 많았다.

여기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 비계가 산패해 풍기는 퀴퀴한 냄새 때문일 거야! 사람을 지독히 우울하게 만든다니까. 조앤은 생각했다.

조앤은 테이블 앞에 앉아서 아침식사를 기다렸다.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극복했다. 소란 떨어봤자 좋을 게 없었다. 지각 있는 인간은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더구나 이 일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 좀 불만이기는 해도.

"집을 벗어나기 위해 결혼하는 여자도 있어."

연극이 서툴군. 조앤은 이렇게 생각하고 피식 웃었다. 남자들은 속이 빤히 들여다보였다. 그녀는 윌리엄의 구태의연한 과묵함이 조금 우스웠다. 그는 그녀를 몹시 고지식하고 깐깐한 여자로?세상에 흔한 장모로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얼마나 자주 바랐던가. 지금이 바로 그럴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떤 생각들을 그렇게 간절히 정리하고 싶었을까?

현대 과학과 발견에 대한 흥미로운 책을 가져오는 건데. 양자론 같은 것들을 설명하는 책으로.
그런데 왜 지금 양자론 같은 것이 떠올랐지? 그녀는 자문했고 문득 생각났다. 커버를 바꾸는 문제를 생각하다 셔스턴 부인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마을의 은행 지점장인 셔스턴 씨의 부인과 응접실 소파 커버로 친츠*가 좋다 크레톤**이 좋다 하며 옥신각신했을 때 셔스턴 부인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 사라사 무명의 일종. 화려하고 작은 무늬가 있다.
** 사라사 무명의 일종. 무늬가 크고 친츠보다 두껍다.
"나는 종종 내가 양자론을 이해할 만큼 똑똑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에너지가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니 환상적인 이론이지 않아요?"

조앤은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과학 이론과 친츠가 도대체 무슨 상관이라고? 그러자 셔스턴 부인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내가 이렇다니까요. 하지만 상관도 없는 것이 불쑥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잖아요?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조앤은 안절부절못하며 서성거렸다. 왜 서글픈 인생이란 말이 마음에 떠오르게 내버려뒀을까? 그 말은 블란치 해거드를 연상시켰고 (비록 완전히 다른 종류의 서글픈 인생이지만!) 블란치를 생각하자 다시 바버라와 그 아이의 병을 둘러싼 상황이 떠올랐다. 고통스럽지 않고,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생각거리는 없을까?

눈에 익은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앤은 자기도 모르게 전율했다. 그의 뒷모습이 갑자기 젊어진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똑바로 들고 어깨를 펴고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이 조앤에게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마치 아무 근심 걱정 없는 청년이 플랫폼을 활기차게 걸어가는 것 같았다.

햇볕이 쏟아지는 사막에서 조앤은 갑자기 견디지 못하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싫다, 이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방금까지 지친 듯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플랫폼을 기운차게 걸어가던 로드니. 버거웠던 짐을 내려놓은 듯 경쾌하게 걸어가던……

로드니는 왜 기차가 역을 떠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을까?
그는 왜 그래야 했을까? 물론 로드니는 런던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 때문에 걸음을 서둘러야 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태운 기차가 역을 빠져나가는 광경을 차마 지켜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일 리 없었다. 그녀가 단순하게 내린 판단이 사실일 리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로드니가 그녀가 떠나는 것을 반겼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사실일 리 없었다!

책도, 편지지도, 소일할 바느질감도 없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기차를 며칠이고 기다리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일이 없을 때는 뭘 해요?"
"일하는 시간까지 기다립니다."

사실 두 사람이 움직이지도 대화하지도 않는 것이 정말 이상했다. 다정하지 않았다. 각자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아니면 말을 붙이거나 대화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을까.

지금까지 그녀는 공상에나 빠지는 여자가 결코 아니었다.
분명 태양 때문이었다.

자비의 본질은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빗방울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진실한 두 마음의 결합에 방해를 허락지 않으리.
변화가 생길 때 변하고
없애자고 없애지는 것은 사랑이 아니리
아, 그렇다!
사랑은 폭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영원히 변치 않는 지표,
높이는 잴 수 있어도 그 진가는 알 수 없는
모든 정처 없는 배들의 별,
사랑은 세월의 노리개가 아니리
비록 죽음의 낫이 장밋빛 입술과 뺨을 베어낼지라도,
사랑은 짧은 시일에 변치 않고
심판의 날까지 견디어내리
이것이 틀린 생각이고 그렇게 증명된다면
나는 글을 쓰지도, 어떤 인간을 사랑하지도 않았으리.*

"이제 그만해라, 토니. 당연히 나는 네 아빠를 잘 알아. 너보다 훨씬 많이 안다."
"글쎄요, 아닌 것 같은데요. 가끔 난 엄마가 그 누구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식들은 일이 벌어지면 꼭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토니와 바버라는 나중에 사과했지만 에이버릴은 사과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 눈치였다. 조앤은 그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넘겼다. 에이버릴이 인정머리 없이 태어난 것은 그 아이 잘못이 아니니까.

그녀는 묘한 외로움을 느꼈다. 조앤은 이 외로움이 자신의 슬픔과 집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틀림없이 엄마를 깊이 사랑했다.

불쾌한 일은 다 내가 떠맡아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차를 놓친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절대의 고요와 평화 속에서 이십사시간을 보내는 건 그녀에게 행운이었다. 서둘러 돌아갈 이유도 없었다. 이스탄불에 가서 로드니에게 도착이 늦어진다고 전보를 치면 그만이니까.
사랑하는 로드니! 그녀는 로드니가 뭘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아니,
알기 때문에 궁금해할 필요가 없었다. 로드니는 올더먼, 스쿠다모어&위트니 법률사무소의 자기 사무실에 앉아 있을 것이다. 마켓 스퀘어가 내려다보이는 건물 이층의 쾌적한 사무실. 로드니는 위트니 변호사가 세상을 떠나자 그 방으로 옮겼다. 그는 그 방을 좋아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