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는 기다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걸어갔는데 아마 화장실에 갔을 것이다.
성이 달라짐으로써 미래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정체성이 바뀌는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올랜도는 서른 살까지 남자였다가 여자가 되어 이후 여자로 살아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대에는 자신이 텅 빈 커피 잔과 담배 없는 파이프를 앞에 놓고 마시며 담배 피우는 시늉을 해야 했던 것을 기억하고 큰 소리로 웃으며, 빵 한 조각을 두툼하게 자른 뒤에 러스텀의 파이프가 비록 소똥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한 모금 피워 보겠다고 청했다.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집시들에게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 가장 가까운 의미를 가진 표현이 그것이다.)
그녀는 산에 올랐고, 골짜기를 배회했고, 시냇가에 앉았다. 그녀는 언덕을 성벽에, 비둘기 가슴에, 암소 옆구리에 비유했다. 그녀는 꽃을 에나멜에 비유했고, 풀밭을 닳아서 얇아진 터키산 양탄자에 비유했다. 나무들은 시든 할망구였고, 양은 회색 바위였다. 모든 사물이 실은 뭔가 다른 것이었다. 그녀는 산꼭대기에서 작은 호수를 찾아냈고, 거기에 숨겨져 있을 듯한 지혜를 찾아내기 위해 몸을 던질 뻔했다. 산꼭대기에서 저 멀리 마르마라 바다 너머의 그리스 평원을 바라보면서(그녀의 시력은 놀라웠다) 분명 파르테논 신전일 것이라 짐작되는 희고 기다란 줄 한두 개가 보이는 아크로폴리스를 알아보았을 때, 그녀의 동공과 더불어 그녀의 영혼도 확장되었다. 그녀는 자연의 신도들이 모두 그렇듯이 산의 장엄함을 공유하고 초원의 평온함을 나눌 수 있기를 기도했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면 붉은 히아신스와 자주색 붓꽃에 마음이 동해서 자연의 선함과 아름다움에 황홀해하며 소리쳤다. 다시 눈을 들어 날아오르는 독수리가 보이면 그것이 느낄 환희를 상상하며 자기도 그런 환희를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녀는 별과 봉우리, 횃불이 제각기 자기에게만 신호를 보내 준 듯이 인사를 보냈다. 마침내 집시들의 천막에 들어와 깔개에 드러누워서 그녀는 다시 소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먹음직스러워! 먹음직스러워! (인간의 의사소통 수단은 이처럼 불완전해서 〈아름다워〉라고 말하고 싶을 때 〈먹음직스러워〉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고 역으로도 마찬가지라 해도, 사람들이 어떤 경험이든 혼자 간직하기보다 조롱과 오해를 견디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은 희한한 일이지만 사실이기 때문이다.) 젊은 집시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이 믿는 것을 그녀가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현명하고 경험 많은 인물이었지만 그 사실은 충분히 격분할 만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게 지냈던 올랜도는 이런 견해 차이가 드러나자 혼란스러웠다. 자연이 아름다운 대상인지 아니면 잔인한 대상인지 그녀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아름다움이 자연 그 자체에 내재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 자신에게 존재하는지 자문했다.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면서 실체의 본질에 관한 물음을 던졌고, 거기서 진실에 대한 물음으로 나아갔으며, 그것은 결국 사랑과 우정, 시에 대한 물음으로 (고향의 높은 언덕에서 내려다보던 나날들처럼) 이어졌다. 이런 것에 대해 깊이 숙고하다 보니, 자기 생각을 단 한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형편이라서 펜과 잉크에 대한 갈망이 전에 없이 강렬해졌다.
그녀는 (글로 쓰인 단어는 공유된다는, 글 쓰는 사람들의 묘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에) 소리쳤다
방은 한 칸만 있어도 충분하며 한 칸도 없는 편이 더 나은데, 365개의 침실을 짓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을 생각하지 못하는 인간이 공작인 것이다.
인간의 가슴에서 가장 강력한 열정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믿는 대로 믿게 만들려는 욕망이다. 자신이 더없이 고귀하게 여기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저급하게 평가한다는 자각만큼 그의 행복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그의 마음을 분노로 채우는 것도 없다.
한쪽 사람들과 다른 쪽 사람들을 서로 반목하게 만들고 어느 교구가 다른 교구의 몰락을 열망하게 만드는 것은 진실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상대를 압도하려는 욕망이다.
올랜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집시들을 떠나 다시 대사가 되는 것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잉크도, 종이도 없고, 탤벗 가문에 대한 존경심이나 수많은 침실에 대한 존중심이 없는 곳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했다.
그때는 그녀가 쫓아갔고, 지금은 그녀가 달아났다. 어느 쪽이 더 큰 희열을 느낄까? 남자가 혹은 여자가? 어쩌면 똑같지 않을까? 아니, (선장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거절하며) 거절하는 것이, 그리고 이맛살을 찌푸리는 그를 보는 것이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저항하고 순응하는 것, 순응하고 저항하는 것보다 더 절묘한 즐거움은 없으니까.〉
천성적으로 솔직했고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것은 무엇이든 혐오했기에 그녀는 거짓말을 따분하게 여겼다. 거짓으로 말하는 것은 에둘러 빙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청년이었던 시절에 여자들은 순종적이고 순결하며 향기롭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이 기억났다. 〈이제 나는 그런 욕망에 대해 내 몸으로 대가를 치러야겠지.〉 그녀는 생각했다. 〈여자들이 (내가 여자로서 짧은 기간에 경험한 것으로 판단하자면) 순종적이거나 순결하고, 향기롭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천성이 아니니까. 여자들은 삶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이런 매력을 더없이 따분한 훈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어. 머리치장만 봐도 그래.〉 그녀는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오전에 한 시간은 걸릴 거야. 거울을 들여다보는 데 또 한 시간이 걸리고. 코르셋을 하고 끈을 졸라매고. 몸을 씻고 분을 바르고, 실크 옷을 벗고 레이스를 입고, 레이스를 벗고 실크 드레스를 입고.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와도 순결해야 하고…….〉 이런 생각을 하다가 짜증이 나서 그녀는 발을 휙 쳐들었는데, 종아리가 몇 센티미터쯤 드러났다.
〈다른 성과 비교하면 우리는 무식하고 가난해.〉 그녀는 전날 마무리하지 못한 문장을 이어 가며 생각했다. 〈그들은 온갖 무기로 무장하고 있으면서 우리는 알파벳도 알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어. (이렇게 시작하는 말로 미루어 볼 때, 지난밤에 그녀를 여성 쪽으로 밀어낸 무슨 일이 있었음이 분명했다. 그녀는 결국 일말의 만족감을 느끼면서 남자로서보다 여자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 하지만 그들은 돛대에서 떨어지지.〉 여기서 그녀는 큰 소리를 내며 하품하고는 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제자리에 집어넣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마지막 문장 끝에 기어 들어온 한 단어, 사랑에서 멈췄다. 「사랑.」 그녀가 말했다. 그 즉시 ─ 사랑은 이렇게나 성급하므로 ─ 사랑은 인간의 형태를 띠었다. 이렇게나 사랑은 혈기 왕성하다. 다른 생각들은 기꺼이 추상적 개념으로 남아 있는 반면에 이 생각은 피와 살, 베일과 속치마, 스타킹과 조끼를 걸치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았다.
참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여 들었다. 그러다가 눈물을 흘리는 것이 여자에게는 잘 어울린다는 것을 기억하고 눈물이 흐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 후 더퍼 씨가 양피지 문서를 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개들이 짖어 대고, 사냥꾼들이 뿔피리를 불고, 안뜰에 어수선하게 몰려든 사슴들이 달을 보고 짖어 대는 바람에 그리 진전되지 않았다.
하인들은 돌아온 올랜도가 자신들이 예전에 알던 올랜도가 아니라는 의혹을 한순간도 품지 않았다. 혹시 인간의 마음에 어떤 의혹이 있었다 해도, 사슴과 개들의 행동을 보면 그런 의혹이 말끔히 사라졌을 것이다.
온갖 교감 중에 신과의 교감이 가장 불가해한 것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기도서를 읽고 담배를 피우면서 머리카락과 빵 껍질, 핏자국, 담뱃재, 이런 인간적인 쓰레기를 보고 있자니 매우 사색적인 마음이 일어나서, 비록 통상적인 신과의 교섭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 상황에 적합한 경건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여러 신들 중에서 오로지 하나의 신이 있고, 여러 종교들 가운데 오로지 자신의 종교만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지만 더없이 교만한 가정이다.
세상의 누구 못지않은 경건한 열성으로 그녀는 자신의 죄와 자신의 정신 상태에 스며든 결함에 대해 숙고했다.
시인의 말은 다른 사람들의 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도달한다.
우리는 우리의 말이 우리의 생각을 감싸는 더없이 얇은 외피가 될 때까지 말을 빚어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자질구레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마음이란 잡다한 것들이 모여 스쳐 지나가는 주마등이지!
〈만일 이게 사랑이라면, 사랑은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구석이 있군.〉 올랜도는 난로망 맞은편에 앉은 대공을 쳐다보며 이제 여자의 관점에서 속으로 말했다.
남자들도 여자들 못지않게 빈번히, 터무니없이 운다는 것을 올랜도는 남자로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들은 자기들 앞에서 남자들이 감정을 드러낼 때 충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그녀는 차차 깨달았고, 그래서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한창때의 멋진 아가씨가 되어 봐야 무슨 소용이야?〉 그녀가 자문했다. 〈매일 오전 내내 대공과 함께 청파리를 지켜봐야 한다면 말이지?〉
게임에서 속이는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녀는 웃었다. 대공이 얼굴을 붉혔다. 그녀가 웃었다. 대공이 욕을 퍼부었다. 그녀가 웃었다. 대공이 문을 꽝 닫고 나가 버렸다.
소음 이후의 정적이 더욱 깊다는 사실은 아직 과학적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랑 고백을 들은 직후에 외로움이 더 짙어진다는 사실은 많은 여자들이 증언할 것이다.
글 쓰는 행위에 대한 조심스러움과 자기 외모에 대한 허영심, 안전에 대한 불안감, 이런 사실은 남자 올랜도와 여자 올랜도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조금 전에 진술한 말이 전혀 진실하지 않다고 암시하는 듯하다. 그녀는 여자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자기 두뇌에 대해 조금 더 겸손해졌고, 또 여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자기 외모에 대한 허영심이 조금 더 커지고 있었다. 어떤 감성은 두드러지게 커진 반면에 어떤 감성은 점점 줄었다. 그런 변화는 의상의 차이와 큰 관련이 있다고 어떤 철학자들은 말할 것이다. 의상이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단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의상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우리에 대한 세계의 관점을 변화시킨다.
그런데 우리는 대접을 받을 때 보답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올랜도는 무릎을 굽혀 절했고, 그의 뜻에 순응했고, 그 선량한 남자의 비위를 맞춰 주었다.
그러므로 옷이 우리를 입는 것이지, 우리가 옷을 입는 게 아니라는 견해를 많은 사실이 뒷받침한다.
우리는 팔이나 가슴의 모양새에 맞게 옷을 만들지만, 옷은 우리의 마음과 두뇌, 혀를 그것에 맞게 만들어 낸다.
남자는 세상이 자신이 사용하도록 만들어졌고 자신의 기호에 맞게 형성된 것처럼 세상을 똑바로 직시한다. 그에 반해 여자는 미묘한 눈으로, 심지어 의혹을 품은 눈으로 세상을 곁눈질한다. 그들이 똑같은 옷을 입었더라면, 그들의 세계관은 동일했을 것이다.
양성 간의 차이란 다행히도 매우 심원한 것이다. 의상은 그 아래 깊이 숨어 있는 것의 상징에 불과하다. 올랜도로 하여금 여자의 옷과 여자의 성을 선택하도록 영향을 미친 것은 그녀의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였다. 어쩌면 여기서 그녀는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지만 명백히 표현되지 않는 것을 유난히 솔직하게 ─ 솔직함은 실로 그녀의 천성이었다 ─ 표현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양성은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서로 뒤섞여 있다. 어느 인간에게서나 한 성에서 다른 성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남성이나 여성의 모습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오로지 의상밖에 없으며, 성의 밑바닥에는 위에 있는 것의 정반대가 존재한다.
그런데 그녀는 가사(家事)를 몹시 싫어했고, 여름철에는 새벽에 일어나 해가 뜨기도 전에 들판으로 나가던 것을 그들은 주목했다. 농작물에 대해 그녀만큼 잘 아는 농부는 없었다. 그녀는 누구 못지않게 술을 많이 마실 수 있었고, 위험한 게임을 좋아했다. 말을 잘 탔고, 육두마차를 최고 속도로 몰아 런던 브리지를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남자처럼 과감하고 활동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한없이 여성스럽게 가슴을 졸인다는 사실이 지적되었다.
그녀는 소소한 일에도 눈물을 흘리곤 했다. 지리에 해박하지 못했고, 수학을 참을 수 없어 했으며,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변덕스러운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가령 남쪽으로의 여행은 내리막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랜도가 대체로 남자인지 아니면 여자인지는 분간하기 어렵고, 지금은 결정할 수 없다
그래서 사교계란 솜씨 좋은 주부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뜨겁게 달여 내놓는 음료 같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아들을 가르쳤고, 어머니는 딸을 가르쳤다. 어느 성의 교육에서든 몸가짐의 지식,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 절하는 기술, 칼과 부채를 다루는 솜씨, 이빨 관리, 두 다리를 품위 있게 관리하는 기술, 무릎을 유연하게 구부리는 방법, 방에 들어오고 나갈 때의 예법 등등 사교계에 있었던 사람에게 즉시 떠오를 만한 수천 가지 기술이 포함되지 않으면 완벽하지 않았다.
그녀는 필요한 예절에 전문적으로 숙련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멍한 구석이 있어서 때로 어설프게 행동했다. 그녀는 드레스 옷감을 생각해야 할 때 시를 생각하곤 했고, 여자치고는 너무나 성큼성큼 걸었고, 느닷없이 행동하는 바람에 때로 찻잔을 떨어뜨렸다.
그녀에게 연인은 많았지만, 결국 그 나름대로 어떤 의미가 있는 삶은 그녀를 비켜 갔다. 「이것이?」 그녀는 물음을 던졌지만 대답할 사람이 없었다. 「이것이 사람들이 인생이라고 부르는 걸까?」 그녀는 어쨌든 문장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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