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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간호는 너무 힘들었다. 


한 명의 환자는 우리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꽤 되는 환자이면서 내가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간호를 해본 적이 있는 환자라서 좀 자만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환자는 새로 온 환자인데 기관절개술을 받은 환자였지만 바이타 사인이 안정된 사람이라 역시 마음을 놓고 있었다.

 

첫 번째 환자를 마리아라고 하자. 그 환자는 지금까지 꽤 오래 버텼다. 그래서 그런가 내가 돌보는 날 낮부터 갑자기 혈압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태가 안 좋아지는 환자는 사실 일대일 간호를 해야 하는데 트래블러들이 거의 다 떠나고 딱 일 할 간호사들만 출근했기 때문에 내 환자를 맡을 간호사는 없었다. 다행히 다른 환자인 훌리오(라고 하자)가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라 나는 훌리오는 정말 아주 기본적인 것만 해주고 거의 모든 시간을 마리아 아줌마에게 바쳤다.


일단 마리아 아줌마의 혈압이 내려가니까 낮에 일하던 간호사가 vasopressin이라는 약을 드립으로 주고 있었다. 인계를 하면서 데보라(라고 하자)는 나에게 아무래도 마리아가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의사에게 연락해서 추가로 혈압 상승약을 처방 받아 놓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중에 두 가지 약을 더 처방을 받아 놓고 vasopressin과 함께 Levophed라는 약을 함께 주고 있었다. 거기다 이 환자는 프로포폴을 받고 있었는데 프로포폴은 겨우 100mls가 들어있는데 맥시멈을 받고 있으니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프로포폴을 바꿔줘야 하고, 다른 약도 줘야 하고, 2시간마다 차팅도 해야 하고, 다른 환자도 돌봐줘야 하고,,,


정말 너무 정신이 없는 날이었다. 아침에는 혈액도 뽑아서(두 환자 다) lab에 보내야 하는데 나는 너무 정신이 없다 보니 훌리오의 혈액 샘플에 환자 아이디를 붙이고 내 사인을 하는 것을 잊고 보내서 다시 피를 뽑아야 했고, 인계 시간은 다가오고,,,혼자 방방, 더 방방방 뛰면서 (다른 간호사가 못한 것은 내가 인계할 간호사에게 endorse 하라고 했지만,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미안해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이제 겨우 오리엔테이션 딱지를 뗐는데 벌써부터 다른 사람에게 내가 해야 하는 간호를 endorse 한다는 건 차마 못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습관이 들면 안 되겠다는 각오도 있었고.)


인계를 하는데 마리아를 맡을 간호사는 바른 말 잘하고 말을 거침없이 하는 캐티(라고 하자)네. 아무튼 뭐 또 배째라는 마음으로 인계를 하는데 그녀의 첫마디가, "아니 이제 겨우 오리엔테이션 끝난 사람에게 왜 이렇게 어려운 환자를 맡기는 거야?"라고 큰 소리로. ㅠㅠ 그녀의 말을 듣고 위로가 되어야 하는데 더 창피했다. 그녀가, "겨우 오리엔테이션 맡았는데 이렇게 일을 잘 처리했구나." 이런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ㅎㅎㅎ 암튼 다 지나간 일. 


그리고 하루 푹 쉬고 어젯밤 일하러 갔더니 쉬운 환자 두명이 배정되었다. 쉽다는 게 정말 쉬운 건 아니지만, 일단 줄 약이 거의 없으니까 시간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시간이 많아서 더 잘 했느냐? 하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일단 두 환자 다 나이가 비슷한 할머니들이었다. 한 환자는 비비안이라고 하자. 다른 환자는 유니스. 비비안은 70세였는데 mental disorders가 있었다. Bipolar disorder와 Schizophrenia. 그런데 갑자기 먹는 것을 거부해서 failure to thrive (한글로는 성장 장애라고 나와서 아이들에게만 있는 병 같지만, 어른들도 그런 표현을 쓴다.)로 응급실에 오게 되었는데 혈압이 급하락해서 역시 혈압 상승제를 받기 위해서 중환자실로 오게 되었다. 유니스는 파킨슨병이 있는 데다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데 극심한 anemia가 진행이 되어 응급실에 왔다가 혈액도 공급받고 왜 anemia가 진행되었는지도 알아내야 했기 때문에 응급실에 와서 있다가 일반 병실로 갔는데 거기서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결국엔 중환자실에 오게 되었다.


어느 정도 할머니들을 잘 보살펴 줬다고 생각한다. 침대 시트부터 다 바꿔주고 깨끗하게 돌봐드렸다. 하지만 역시 잘하는 것으로 마칠 수 없는 나의 실력이다 보니 일이 거의 다 끝나가는 시점에 작은 일들이 막 터지기 시작해서 또 정신없이 일을 마치게 되었다는. 


이 작은 일들을 일일이 나열하기 너무 오래 걸릴테니, 하나만 얘기하자면, 두 할머니가 입원한 시점이 비슷한데 둘 다 혈압이 낮아서 혈압 상승제를 주입받아야 했는데 혈압 상승제는 독한 약이라서 일반 IV로 맞으면 작은 혈관이 괴사가 될 우려가 있어서 주로 큰 혈관에 특별한 라인을 주입해야 한다. 그래서 할머니들은 같은 날 그런 것을 주입받았고, 그래서 비비안의 IV라인은 사용을 안 했지만, 유니스는 그 라인으로 NS를 받고 있었다. (간호일지 쓰자니 자꾸 영어 용어를 쓸 수밖에 없어서 쓰기 싫어지네,,^^;;) 


그런데 유니스의 IV 라인에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인계 시간이 다가오는 시점에 나는 유니스의 라인을 제거하고 대신 그 라인을 다른 라인과 합쳐야 하는데 잘 들어가던 다른 라인이 갑자기 막혀있어서 IV펌프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고,,,, 바쁜데 더 정신없게 내가 깨끗하게 바꿔준 유니스의 린넨에 피가 묻기 시작하고,,,그래서 그것도 바꿔줘야 하고,,, 암튼, 결론은 문제가 다 해결이 되었지만, 이런 작은 일들이 예상할 수 없게 자꾸 생긴다는 점. 그래서 간호하면서 하루도 (이제 겨우 경력 4개월이 되어 간다고 하더라도) 아무 일이 안 생기고 예정대로 하루가 지나간 적이 없다는.


일이 다 끝나고 내가 좋아하는 릴리아(라고 하자)와 그날의 차지 널스인 비니(라고 하자)와 함께 주차장을 향해 가는데 둘 다 경력이 20년 이상은 된 사람들이라 그런지 나를 위로하면서 "예전에 간호하는 것이 좋았어. 요즘은 너무 힘들어. 간호사가 되기 위한 경쟁도 세졌지만, 그만큼 전염병이 너무 많아졌어. 일하는 환경이 더 더러워졌고."라며 릴리아가 옛날을 회상하면서, 그러니까 일이 힘든 건 당연해.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도 늘 새로 배우고 있고 (새로운 병이 계속 나오니까) 간호사로 일한 지 40년이 넘어도 매번 당황되지 않는 경우는 없어. 옛날이 좋았단다. 아,, 옛날엔 일할 맛이 났구나.. 


참! 어제 일하러 가서 마리아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을 해보니, 그녀는 여전히 같은 상태로 어젯밤 간호했던 간호사를 안절부절하게 했다. 훌리오는 제법 잘 버텨 주는 것 같고. 매일 내 직장이라는 곳이 이렇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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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ther는 트래블러였어요. 본명은 H로 시작하지만, 이름을 밝힐 수 없으니 그냥 헤더라고 할께요. 얼마 전에 제가 올린 병원 사진에도 있는데,,,무척 뚱뚱한 사람이에요. 검정 스크럽스를 입었고,,물어보진 않았지만, 검정 스크럽스를 입는 이유는 자기가 너무 뚱뚱하니까,,,검정 스크럽스만 입는 것이 아닐까요? 


헤더는 돈을 버는 목표가 아주 강한 사람이라 여전히 트래블러를 해요. 트래블러는 정규 직원보다 2배 이상의 돈을 받거든요. 아이가 둘이라고 했는데, 이혼을 해서 그럴까요? 돈을 무조건 많이 주는 곳에서 일을 하려고 하죠. 지난 주 우리 병원과 계약이 끝났을 때. 헤더가 outstanding하게 일을 잘 하니까 병원에서 스카웃 하고 싶어 했는데 월급이 적다고 (우리 병원 월급 많이 주는 편인데;;;) 계속 트래블러로 있겠다고 했어요.


아무튼, 다 떠나서 헤더는 제가 아는 간호사 중에 가장 COOL한 간호사에요. 코드 블루가 뜨면 가장 먼저 그 환자 옆에 가 있어요. 그리고는 뭐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요. CPR을 하든 기록을 하든 IV Push를 하든,,, 정말 뭐든. 외모로 사람 판단 잘 하는 저는 처음 헤더를 봤을 때,,굉장히 뚱뚱한 간호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워요, 아주 많이.


헤더가 우리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일하던 날, 센서스가 줄어서 정규 직원이 별로 안 나와서 어쩔 수 없이 헤더가 저의 프리셉터가 되었었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거의 4개월이 다 되어 가는 동안 환자를 직접 씻기고 (물론 우리도 CHG bath라는 것을 매일 해주지만, 말만 Bath인 완전 형식적인 것임) 머리도 감기고,,,와우~~~~ 계속 누워 있으니까 등을 마사지 해줘야 한다면서 씻겨주면서 마사지까지 해주는 간호사 처음 봤어요. 그것도 얼마나 했으면 능수능란. 그녀가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이 코드블루일 때만이 아니었던 거에요. 지금도 코드블루가 뜨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헤더의 모습이 떠올라요.


저에게 "너의 동양적인 사고를 다른 간호사에게 보이면 다들 너를 무시할 거야,,그러니까 슴겨."라고 해주던 해더. 중환자실 간호사가 되는데 도음을 받은 책 들이라며 문자로 4권의 중환자 간호 책을 보내 준 헤더. 그러고보면 저는 참 복이 많아요. 시기적절하게 헤더와 같은 프리셉터도 만나고,, 더구나 트래블러라 평상시라면 제 프리셉터가 될 수 없었던 사람을,,,정말 미래는 예측 불허!!^^;;;


어제는 저 혼자 발을 동동 구르면서 간호를 한 날이었어요. 와~~~. 이렇게 힘들고 정신없었던 날은 처음인 듯. 아무튼,,, 그 일들을 말할 기운이 지금 없으니까, 또 다음을 기약하고,,,,오늘은 멋진 간호사 헤더만 기억하고 싶어요. 어느 병원으로 갔을까요, 헤더는??? 문자를 보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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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3-11 06:48   좋아요 3 | URL
좋은 동료를 만나는 건 정말 복인데 복받으신 라로님-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라로 2021-03-11 21:08   좋아요 2 | URL
맞아요, 멋진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좋은 동료를 만나서 일하는 게 더 좋아요. 그런데 이제 헤더는 없으니까,,, 많이 생각 나네요.^^;;

바람돌이 2021-03-11 08:48   좋아요 3 | URL
라로님이 좋은 분이라서 헤더씨도 조언을 하고 싶으셨을걸요. 조언도 아무한테나 해주는게 아닌거 우리 다 알잖아요. 좋은 선배를 만나셔서 다행이예요

라로 2021-03-11 21:09   좋아요 1 | URL
제가 나이는 이만큼 많은데 다른 사람들에게 깨지는 거 보니까 안 됐다 싶었던 것 같아요. ^^;;; 더구나 자기가 곧 떠나니까 맘 먹고 한 것 같아요. 고맙죠, 뭐. 아까 문자 보냈더니 아직 다른 병원 결정을 못해서 당분간 저희 병원에 오게 될 것 같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알려주겠다고 하네요. ^^

행복한책읽기 2021-03-11 12:55   좋아요 3 | URL
라로님이 헤더 같은 간호사이기에 헤더가 곁에 왔을 거예요. 라로님 글 읽으면 막 열심히 살고 싶고 사람들한테 더 잘해야겠다 싶고 그래요. 선한 영향력. good influencer!!^^

라로 2021-03-11 21:12   좋아요 1 | URL
그건 전혀 아니에요,,,^^;; 늘 좋게 생각해주시는 책님!!^^ 모든 관계는 인연과 우연의 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책님의 글을 읽으면서 책을 제대로 읽고, 글도 잘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혼자 살지 말고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혼자서 잘 살믄 무슨 재민겨~~~!!˝ㅎㅎㅎㅎ

붕붕툐툐 2021-03-11 23:00   좋아요 1 | URL
좋은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좋아요. 그러고보면 좋은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는 거 같아요~ 그게 뭔지도 알겠구요~ 근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 건 참 힘드네요~ 라로님은 충분히 해내실 거예요!!

라로 2021-03-12 01:45   좋아요 1 | URL
좋은 사람에게 있는 거 같은 공통점 붕붕툐툐님이 언제 글로 서주세요~~~!!^^ 매일 명상 하시는 님은 이미 좋은 분이라고 생가합니다. 단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scott 2021-03-11 23:09   좋아요 2 | URL
라로님 엄청 솔직하심, 외모보다 진솔한 행동! 진정한 프로!! 트래블러 헤터 라로님의 롤모델 ^ㅎ^

라로 2021-03-12 01:45   좋아요 1 | URL
제가 넘 솔직해서 탈이긴 해요,,,하지만, 저 생겨먹은 거 어쩌지 못하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 헤더는 저의 롤모델이 맞지만 헤더처럼 절대 못해요. 내 몸 망가짐요.ㅋㅋㅋ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가는 시점에 맡게 된 환자는 48세의 여성 환자와 55세의 남성 환자였다. 그 환자들을 지난주 내내 돌봤다. 내 오리엔테이션이 끝날 때까지 보게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버려서 홀로서기하는 간호의 첫날에도 그 사람들을 간호하게 되어 그런지 앞으로도 절대 잊지 못할 특별한 환자들이 되었다.


나는 내가 늙고 힘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지 환자들의 기록을 살필 때 가장 먼저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은 환자의 키와 몸무게이다. 환자를 만나기 전에 환자들에 대한 기록으로 먼저 만나니까 혼자 속으로 환자들을 상상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몸무게와 키를 보면 어떤 환자일지 내가 어떻게 간호를 해야 하는지 개략적인 플랜이 서기 때문이다.


우선 48세의 환자는 로라라고 하자. 로라의 몸무게와 키를 보고 나는 덜컥 겁이 났다. 키는 겨우 5피트인 여자가 몸무게는 100킬로가 넘다니. 속으로 가로 세로가 비슷한 동그라미가 떠올랐다. 그런데 나이도 겨우 48세. 올 1월에 코로나에 걸려서 우리 병원의 자매 병원에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기관절개술을 받았고 PEG 튜브를 장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맡게 된 날 오전에 입원을 해서 우리 중환자실에서는 새로운 환자여서 별다른 기록이 없었다. 더구나 기관절개술을 받았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는 데다 글을 쓸 힘이 없어서 그녀의 병상 기록은 무척 제한되어 있었다. 더구나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도 기록에 없었고, 널싱홈에서 왔다는 기록뿐이었다. (환자가 어디서 왔는지는 기록에서 무척 중요하다. 집에서 온 환자인지 아니면 널싱홈인지 같은.) 그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다시 우리 병원에 오게 된 이유는 심장박동이 너무 높고 열이 있어서 다시 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일단 내 머릿속에서는 환자에 대한 상상이 이루어지고 오늘 하루도 피곤한 하루가 되겠구나 싶었는데 그녀를 인계하던 낮에 일하는 간호사의 소개는 아주 간단했다. Restlessness, agitation, 그리고 anxiety. 다 비슷한 말이었지만, 조금씩 다르게 취급한다. 어쨌든 그녀의 그런 증상을 다룰 수 있는 약이 별로 없었다. 쉴 새 없이 다리를 떨면서 얼굴을 찌푸리고 G-tube와 Trach을 손으로 잡아당기려고 하는 그녀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래서 의사에게 전화해서 다른 약을 처방해 달라고 했고 결국 의사는 귀찮다는 듯이 애티밴이라는 약과 몰핀을 처방해 줬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 약들이 먹히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무슨 말인가 하고 싶어서 입으로 모양을 만들어 냈지만, 나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너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이런 의미냐고 물어보면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선택적인 yes와 no를 해줬다. 하지만 로라는 말을 잘 들어주는 환자였다. 뭔가가 그녀를 괴롭히니까 그런 증상이 나오는 것일 텐데 튜브를 뽑으려고 하는 그녀의 행동을 목격하고 내가 큰소리로, "안돼, 로라!!"라고 했더니 아이처럼 나를 올려다보고는 가만히 손을 내려놓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그녀가 더 안쓰러웠다. 어떤 연유가 있어서 로라는 집으로 안 가고 널싱홈으로 갔을까? 


어쨌든 아무 기록이 없는 환자라 그녀를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좀 힘들었던 케이스였다. 이미 오래된 환자 같으면 그 환자를 어떻게 돌봤다는 다른 간호사들의 기록을 읽으며 나도 그렇게 비슷하게 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어쨌든 나 다음에 일하게 된 간호사, 그녀를 멜리사라고 하자. 백인 간호사인 멜리사는 작지만 영민해 보이고 심성이 고운, 몇 번 그녀에게 인계하면서 차분하고 나서지 않으면서 자기 할 일을 잘 하는 간호사라는 좋은 인상을 받은 사람이라서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잊지 않고, 약이 잘 듣지 않는다. 그러니까 의사가 회진을 돌면 "다른 약을 처방해 달라고 해라"라는 말도 잊지 않고 해주었다.


그날 (연속으로 이틀째 일하던 날) 가서 멜리사에게 인계를 받는데 멜리사가 내가 부탁한 대로 의사에게 다른 약도 처방을 받아놨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의하면 의사가 "혹시 이 환자가 drug seeker는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더라는 말을 전해줬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널싱홈에서 돌봄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마약중독자들이거나 원래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나는 그녀가 그렇든 아니든 처방된 약을 열심히 줬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 증세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밤새도록 나와 그녀는 지쳐갔다. 로라만 돌보는 게 아니라서 나는 더 지쳤다. 왜냐하면 로라와 함께 돌보던 환자는 헥터(라고 하자)인데 로라보다 더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거대한 남자였다. 하지만 이 환자는 deep sedation이 된 환자라 로라처럼 불안 증세 등을 보이지 않고 계속 누워있으니까 예정된 대로 해주면 되었다. 


헥터의 문제는 1월부터 우리 병원 중환자실에서 목숨을 간간이 연명하고 있는 처지인데 가족이 끊임없이 연락을 하고 찾아오고, 목사인지 신부님인지 모를 차림의 동생이 기도하러 오고,,등등 로라와는 달리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에 쌓여있어서 그들에게 일일이 답변을 해주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는 점. 더구나 묵주를 헥터의 손에 감겨놓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묵주는 신성한 물건이니까 간호사들이 아무도 그 묵주를 그의 손에서 빼지 않았는데 내가 그를 씻겨주면서 뺏다가 묵주가 감겨진 부분의 피부에 DTI (deep tissue injury)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는 점. 그래서 묵주를 침대맡에 놓아두었는데 그 다음날 가니까 또 그의 손에 감겨있더라는. 아무튼 그건 아주 작은 일이고 헥터의 진짜 문제는 그가 살아남을까? 그가 살아남는다면 얼마나?였다. 나는 그를 세 번 돌봤는데 돌볼 때마다, "제발 내가 당신을 돌보는 날 혈압이 뚝 떨어지고 맥박이 뚝뚝 떨어지고 그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였다. 


이렇게 두 환자들이 내 오리엔테이션의 대미를 장식하면서 내 독립과 함께 한 환자들이었다. 오늘 다시 일하러 가는데 나는 오늘도 그들을 돌보게 될까? 아마 로라는 아닐 거다. 어제 이미 다시 널싱홈으로 돌아가기로 조치가 되었으니까. 하지만 헥터는? 헥터는 너무 무거워서 두렵지만, 그래도 삼일을 돌본 사람이니 걱정은 안 된다. 다만 로라를 대신할 다른 환자를 돌볼 텐데,,,방금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간호사에게는 힘든 환자를 안 주는 관례(?)가 있으니 그렇게 어렵지 않은 환자를 맡을 것 같긴 한데,,,그런데 그런 환자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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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1-03-09 05:31   좋아요 2 | URL
중환자실의 환자라면 어렵지 않은 환자도 다른 곳에서는 정말 힘든 환자겠죠. 그래도 그 중에 좀 쉬운(?) 환자를 맡게 되시길.오늘도 화이팅!!

라로 2021-03-09 18:15   좋아요 0 | URL
오늘 어려운 환자들 두명을 맡았어요. 그런데 경력 많은 사람들이 한명씩 맡기도 한 거에요. 너무 이상했는데 결국은 간호사가 너무 많다고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은 가도 된다고 해서 제가 신청해서 방금 집에 왔어요. 밀린 숙제도 하고 그럴려고요. 어차피 내일, 아니 오늘 다시 일하러 가니까 좀 쉬려고요. 하루 건너서 일하는 건 힘드네요. 앞으로 아예 3일 내리 일하는 스케쥴을 잡아야겠어요. 암튼, 집에 왔습니다. (프님에게 괜히 조잘조잘 하게 되네요.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3-09 14:56   좋아요 1 | URL
프쉬케님 말대로 오늘은 라로님이 좀 편하기를요. 누구나 하는 간호사 일이겟지만 라로님 나이에 누구나 뛰어들진 않는 직종이겠죠. 하여 저는 태평양 건너서 소리칩니다. 라로님~~~~~힘내서요~~~~~^^

라로 2021-03-09 18:1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누구나 뛰어들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 저는 정말 머리가 나쁜지,,이 어려운 직업에 이제 뛰어들어서,,,평생 고생을 하려고 태어났나봐요.ㅋㅋㅋ
책님의 힘내라는 소리에 다시 추스려봅니다!! 고맙습니다!!^^

scott 2021-03-09 16:17   좋아요 1 | URL
라로님 🔉: ▁ ❀▂ 🌸▃❀ ▄ ▅❀ ▆🌸 홧팅 !!

라로 2021-03-09 18:17   좋아요 0 | URL
오!!! 오늘은 매화!!!! 감사합니다!!!! 스캇님도 화이팅~~~!!!🥰😍😘
 
이율배반적 짝꿍들

최애라고는 할 수 없지만, 몰래 만화방 가서 <아르미안의 네딸들> 보면서 두근두근 했던 기억이 샘솟았던 어제와 오늘 아침까지의 일에 대한 기록.








"운명이란 언제나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라고 했나? 아니면 "미래는 언제나 예측 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라고 했나? (알라디너라면 다 알고 있겠지만..) 아무튼 넘 오래되어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예측 불허"라는 글귀는 기억에 남아 있다. 정말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예측 불허!!!!


왜인지 모르지만, 갑자기 중환자실 센서스가 너무 낮아졌다. 4명의 코로나 환자가 갑자기 죽어버린 날 이후로. 그래서 10명이 넘게 일하던 중환자실은 이제 그 절반인 5~6명의 간호사가 일을 하고 있다. 더구나 어제는 대부분의 트래블러 간호사들의 계약이 끝나는 날이기도 했다. 


나의 마지막 오리엔테이션의 피날레를 장식하듯 나의 프리셉터는 알렉스 (남자 간호사인데 우리 중환자실 에이스 중의 에이스! 그야말로 최고!! - 물론 가명이고, 알렉산더 대왕이 생각나서 내가 이름 지었음)!! 그래서 나는 속으로 "내 오리엔테이션의 대미(?)를 장식하는 프리셉터로 알렉스밖에 없지!!라고 생각하고 난 정말 운이 뻗쳤나 봐!!라고 좋아했음. 


알렉스는 이제 겨우 4년의 중환자실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병상 지식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 병원 최고의 간호사이다. 어제가 알렉스와 3번째 일을 하게 된 날이었다. 나는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 가르침을 받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알렉스의 한마디 한마디를 머리에 새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DOU에서 코드 블루라는 방송이 뜨는 거다. 그래도 뭐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갑자기 알렉스가 나에게 오더니 하는 말이, "라로씨, 내가 오늘 일 시작하기 전에 너에게 말했지? 어떤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그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응? 그래서?" 그렇게 알렉스와 얘기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어제의 차지 널스인 클레어가 숨 가쁘게 내 이름을 부르며, "라로씨, 놀라지 마."라며 둘이 동시에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잠깐!" 왜 그래? 무슨 일이야???"라고 클레어에게 물었더니, "오늘 겨우 5명의 간호사가 일하는데 DOU에서 코드 블루로 살린 사람이 중환자실로 오게 되었어. 그런데 간호사는 정해져 있으니까 알렉스가 그 환자를 맡아야 돼. 그래서 디렉터가 어차피 너의 오리엔테이션이 오늘로 마지막이지만, 오늘 정식으로 너의 홀로서기 간호를 하라고 했어. 우리가 도와 줄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해보자."


정말 미래는 예측 불허!!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갑자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준비 없이 앞으로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되었다. 오리엔테이션 날이라고 특별하게 여기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 어쩌자 생각하고 기도하고, 다짐하고 준비하고 했는데,,, 갑자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버렸다. 하아~~~.


우리 병원에서 돈 많이 번 트래블 널스들이 내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서가 아니라 자기들이 이제 계약이 끝나서 각자 집으로 돌아가게 되어 음식을 주문해서 또 파티를 했다. (매주 하게 되는 듯;;) 사진은 내 전화기로 찍었는데, 내 시계로 작동하느라 내 포즈가 이상함.


내 옆에 하트 모양의 안경을 쓴 사람은 트래블러인데 혼혈이라 그런지 너무 이뻤음. 더구나 내 환자들 두 명 다 무거운데, 그 무거운 환자들 씻기고 하는데 번쩍번쩍 그들을 들던 그녀의 파워에 완전 뿅 갔다는. 앞으로도 가끔 섹시한 그녀의 모습이 생각날 것 같다. 그리고 차지 널스인 클레어 옆에 있는 파란 옷 입은 분도 트래블러인데 경력 30년! 근데 성격이 너무 좋아서 같이 일하면서 즐거웠다. 플로리다가 집이라고. 플로리다나 캘리포니아나 더운 날씨인데 플로리다는 습하고 캘리포니아는 건조하고,,, 해서 어디가 더 살기 좋냐고 하니까 캘리포니아란다. 오호!! 암튼, 정 많고 오지랖 나보다 더 넓은 낸시(라고 하자)도 굿바이.


앞에 앉아 계신 분들은 경력 40년씩 되신 간호사 어른들. 무늬 있는 옷 입으신 분은 우리 병원 고참인데 처음에 날 싫어(?)했었는데 오늘 일이 다 마치고 제일 먼저 나에게 와서 "너무 잘했다고, You did it!!"이라며 가장 축하해 주신 분. 미래도 예측 불허지만, 사람의 태도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예측 불허!!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 옆에 더 나이 많으신 분은 트래블러인데, 경력이 40년이 넘었는데, 딸도 간호사란다. UCSF(아마도 캘리포니아 최고의 병원?)에서 일한단다. 하지만 자기는 늙어도 트래블러로 일하는 게 좋다고. 정말 대단하신 분!!! 저 나이면 퇴직을 할텐데,, 퇴직은 커녕, 트래블러라니!!!


그래서 15분씩 2 번 쉬어야 하는 거 쉬지도 못하고, 겨우 점심시간 30분을 내 시간으로 보냈다. 그리고 넘 열심히(?) 일해서 그런가 엄청 배고팠다는. 


일이 다 끝나갈 거의 아침 6시쯤에 2층 DOU에서 또 코드블루라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알렉스는 처음 코드블루로 중환자실에 오게 된 환자를 겨우 stable하게 했는데 또 다른 코드 블루 환자를 맞이하게 되다니!!! 나는 도와주고 싶어도 내 코가 석자라 어쩌지 못했다. 대신 나와 클레어 옆에 있던 두 명의 트래블러가 자기들이 맡은 환자를 보면서 알렉스를 도와줬다. 그리고 나도 도와주고. (이 이야기는 다음에)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Nursing is a team sport"!


암튼, 나는 그렇게 예고없이 하루 일찍 진짜 간호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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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3-08 05:56   좋아요 3 | URL
라로님!!!!! 엄지 척!!!!!!! 👍👍👍👍👍👍👍👍👍👍👍👍👍👍👍👍👍👍👍

라로 2021-03-08 20:37   좋아요 3 | URL
우와~~!! 난티님!!! 엄지가 도대체 몇개에요??? 눈물나는 난티님의 엄지척!!!🥰😍😘🤩🥰😘

psyche 2021-03-08 06:09   좋아요 4 | URL
오리엔테이션 마지막 날을 홀로서기 첫 날로 멋지게 장식하셨네요!

라로 2021-03-08 20:25   좋아요 3 | URL
무사히 마친 것 같아요. 정말 일이 그렇게 될 줄이야,,,였어요. 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3-08 11:24   좋아요 3 | URL
라로님. 진짜 간호사 되신거 축하드려요. 제 보기엔 진즉 진짜 간호사였지만 정식 입문하신 거지요. 라로님 병원 이야기 읽으면 밝고 좋은 간호사님들 많아보여 안심이 돼요. 세상이 그래서 굴러가는구나 싶고.^^ 근데 트래블러 간호사가 정확히 머에요?? 부르면 가는??

라로 2021-03-08 20:31   좋아요 3 | URL
진즉 진짜 간호사는 맞지만, 오리엔테이션 중이라 제가 잘못해도 책임 안 지고 그랬죠. 이제는 책임이 무거운,, 제 라이센스가 걸려있는 빼도박도 못하게 된 간호사가 되었네요.^^;;;
트래블러는요, 한 병원에 묶여있지 않고, 여러 병원을 짧게는 3달 정도 계약해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병원측에서 월급도 많이 주고 (최소한 저희보다 2배,, 응급시에 주로 고용을 하니까) 집도 제공하는 곳도 있고,,,저도 결혼하기 전이라면 여러 곳에서 일하면서 정말 일하고 싶은 곳을 찾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가정이 있고 나이도 많으니까 한 곳에 충실하자,,,입니다. 그런데 저 나이드신 분은 처음 간호사가 되었을 때부터 트래블러인데 지금도 그렇다고 해서 놀랐어요. 처음 뉴욕에서 코로나 때문에 난리가 났을 때 트래블러를 다수 고용했는데 월급이 한 달에 2만불이 넘었죠,, 일반 병원 간호사들도 인센티브까지 받고,,그런데 처음에 너무 돈을 썼는지 트래블러들은 여전히 돈을 많이 받지만 소속 간호사는 인센티브가 없어졌어요. 저는 인센티브 없이 일을 하게 되었는데 별 불만은 없지만, 있으면 무지 좋았겠다 싶기는 해요.ㅎㅎㅎㅎ

scott 2021-03-08 12:05   좋아요 3 | URL
| ̄ ̄라로님
축하합니다. ̄ ̄ ̄ ̄ ̄|
|
|_______|
( )__/) ||
(•ㅅ•).|| 💐
/ . . . .づ

라로 2021-03-08 20:33   좋아요 3 | URL
아웅~~~ 스캇님. 매번 감사합니다.
스캇님도 제 허그 받아요!!^^
XOXOXOXOXO

미미 2021-03-08 12:38   좋아요 2 | URL
와우!! 라로님 축하드려요♡🍾🍭🍹🌺👍👍

라로 2021-03-08 20:33   좋아요 2 | URL
아웅~~~ 미미님 감사합니다. 🥰😘😍

syo 2021-03-08 16:00   좋아요 3 | URL
🤩🤩🤩🤩🤩 멋있다!!!

라로 2021-03-08 20:34   좋아요 2 | URL
히힛! 그런가???🤩😍😘🥰😛

초딩 2021-03-08 19:27   좋아요 3 | URL
정말 정말 멋져요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
👍🏻👍🏻👍🏻

라로 2021-03-08 20:3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

바람돌이 2021-03-08 20:26   좋아요 3 | URL
와우👍👍👍👍👍
저 같으면 어쩔줄 모르고 우왕좌왕 할거같은데 멋지세요.
정식 간호사가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

라로 2021-03-08 20:37   좋아요 3 | URL
저도 우왕좌왕 했을텐데 그나마 제가 돌보던 환자들이 며칠 동안 돌보던 분들이라 괜찮았어요.
오늘 맡을 환자들이 누구일지가 사실은 엄청 걱정됩니다. 분명 새로운 사람들을 볼 것 같은데..
간호는 정말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네요.
늘 이렇게 따뜻하게 응원해 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바람돌이님!!^^😍😘🤩🥰😘

붕붕툐툐 2021-03-09 23:33   좋아요 1 | URL
라로님~ 정말 축하드려요~ 사진 속 사람들 표정이 다 좋아 라로님의 정식 간호사 생활이 꽃길임을 한 눈에도 알아볼 수 있네요!!👍👍

라로 2021-03-10 02:42   좋아요 1 | URL
저 사람들 중 반은 다 떠났나요. ^^;; 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말씀처럼 여전히 남아서 좋아요. 축복의 말씀 늘 기억할게용~~~!!😍🥰😘😍🥰😘
 

어제 일을 하러 갔더니 병실이 드문드문 비어있었고, 청소하시는 분들이 청소하거나 UV로 소독을 하고 계셨다. 중환자실이 너무 조용하고 간호사들도 몇 없었다. 무슨 일이지? 늘 어수선하고 왁자지껄했는데 고요하다고 할 정도로 조용하고 정리가 되어 있었다.


임무 교대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어제 낮에 코로나로 입원했던 환자들 중에 4명이나 죽었고, 남아 있는 코로나로 입원한 환자들 중에서도 입원한 지 2주가 지나서 코로나가 클리어 된 환자들과 다른 병으로 입원한 환자들만 남아 있었다.


코로나 환자들이 없으니까 일도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이는 빡빡머리 남자가 자기 부인이 만들었다며 Mediterranean 음식을 싸왔고, 알록달록한 무늬의 옷을 입은 사람이 어제 임시 차지 널스였는데 그녀가 피자랑 마카로니 앤드 치즈, 칼릭 브레드 등을 시켰다. 저렇게 먹고 하면 안 되지만, 윗사람들 몰래 조촐한 파티를 하자며 밤 10시쯤 다 함께 모여서 사진도 찍고 맛있게 먹었다. 재밌었다는.ㅎㅎ



다른 유닛으로 플롯트 간 두 명의 간호사들도 와서 잠깐 먹고 갔다.


간호사들이 프리코비드 시대 중환자실은 정말 일할 맛이 났었다고 해서 도대체 어떻길래 궁금했는데 어제 일하면서 이렇게 편하고, 여유 있고, 즐겁게 일할 수 있으니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환자들 돌보냐고 번아웃 되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튼, 일 끝나고 숙제 제출 해야 하고, 4월, 5월 스케쥴 짜야 해서 안 자고 이러고 있다. 어제 넘 편하게 일해서 덜 피곤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어제의 차지 널스는 밀드레드 (가명)이라고 하자. 아침에 일 다 끝나고 나랑 잠깐 얘기를 했는데 나이가 나보다 5살 정도 많은 사람이다. 나이가 많은 내가 뉴 그래드로 열심히 일하니까 안 되어 보였는지 나를 볼 때마다 "괜찮아?" 또 는 "머 필요한 거 없어?"등등 친절하게 대해준다. 먹고 남은 피자도 나보고 가져가라고. ^^;; 암튼, 물론 안 가져왔지만. 아무튼, 자랑하려고 한 건 아니고 그냥 대화를 나누다가 말을 하게 되었는데, 자기는 22살에 간호사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집을 샀단다. 그래서 28살에 몰기지를 다 갚고 지금은 자기가 22살에 샀던 집을 세주고 있다고... 


22살때 나는 옷이나 사고 맛있는 거 사 먹고 친구들하고 몰려 다니는 것에 정신 빠져 살았는데,,, 이제라도 옷이랑, 책이랑, 그런 거 그만 사고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승전삼천포인 얘기가 되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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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21-03-01 09:28   좋아요 2 | URL
수고많으세요!

라로 2021-03-01 22:0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보물선님도 잘 지내시죠??

psyche 2021-03-01 09:38   좋아요 2 | URL
이런 날도 있어야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겠죠! 그리고 라로님은 이제 돈을 버시니 열심히? 모으시면 되겠네요. 하지만 내가 번 돈으로 사고 싶은 거 사는 즐거움이 있어야 일할 때도 신이 날 거 같아요.

라로 2021-03-01 22: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제 아니 그젠가 (시간개념 제로) 환자보다 간호사가 더 많은 날이었어요.ㅎㅎㅎ 일하는 거 같지도 않더라구요.ㅋㅋ 저는 제가 번 돈으로 너무 많은 지출과 제가 벌지도 않은 돈으로 더 많은 지출을 한 인간이라 이제는 좀 자중하려고요. 그래도 가끔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좋아요. ^^ 돈 덕분에 느끼는 파워,,프님도 그렇죠?ㅎㅎ

페넬로페 2021-03-01 10:34   좋아요 3 | URL
그동안 코로나 환자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업무량에 더 힘드셨을거예요. 고생 많으셨어요.
저 어젯밤 꿈 속에서 라로님 만났어요.
사진으로 얼굴을 가리셔서 그런지 실루엣만요. 근데 라로님이셨어요 ㅎㅎ
알라딘에서 만나니 친구되었나봐요.
22살은 옷사고 친구 만나고 당연히 연애해야죠^^

라로 2021-03-01 22:13   좋아요 1 | URL
그렇게 업무량이 차이가 나는 줄 몰랐는데 정말 확연히 다르더군요.ㅎㅎ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를 만나셨다고요?? 어머나!! 어떤 꿈일지 너무 궁금해요. ㅎㅎㅎ
저도 예전에 알라딘에서 만난 분의 꿈을 꾼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분도 그 꿈도 기억이 안 나네요.
다들 먼저 다 떠나고,,,제가 너무 오래 남았나 싶었는데
이렇게 로님처럼 좋은 분을 다시 만나게 되네요. 인생은 참,,,^^

행복한책읽기 2021-03-01 10:44   좋아요 2 | URL
22살에 저는 술마시고 술마시고 술마셨어요. 아. 알바도 했네요. ㅋ 그럼 남푠님이 22살 연애 시절 만난 분?? 그럼 미성년자를?? ㅋ
코로나 언능 물러나 중환자실 계신분들 저리 편해지면 좋겠네요. 코로나로 감기 환자는 줄어 1차병원 소아과 가정의학과는 파리 날린대요. ㅡㅡ

라로 2021-03-01 22:15   좋아요 0 | URL
저는 술을 잘 못 마셨나봐요,, 술마신 기억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없으니,,남편은 제가 25인가? 뭐 그쯤 만난 것 같아요.ㅎㅎㅎ 맞아요, 남편은 그때 21살인가?? 겨우 미성년자 딱지 뗀 아이를 낚았죠!! 제 인생의 대박이었네요.ㅎㅎㅎㅎㅎ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다시 더 독한 놈으로 오려고 잠시 이런 휴지기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요. 에효

scott 2021-03-01 11:56   좋아요 2 | URL
22살 그림자 뒤 라로님은 23살로 보임 라로님이 병원근무 공부에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책에 몰두 하시는 이유를 알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이유 희망을 읽고 싶어서 ,,,흔히들 자식들 성장하고 나면 자신의 삶 오로지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데 라로님은 환자들과 생과사를 함께 하시네요건강 잘챙기세요 병원 딘다이펑꺼 그만좀 줬으면 ㅜ.ㅜ 전 22살때 전세계를 넘 돌아다녀서 링겔맞을정도로 ㅋㅋ 끝맺음은 삼천포로 ~@@

라로 2021-03-01 22:18   좋아요 1 | URL
병원 딘타이펑, 그날 한 번이었어요.ㅎㅎㅎㅎㅎㅎㅎㅎ제가 많이 싸들고 와서,,,쿨럭 저는 젊어서 시간을 낭비하고 돈을 낭비해서,,,이런 고생을 하는 것 같지만, 말씀처럼 한편으로는 보람되고 제 스스로 노후를 준비한다는 생각도 들어서 좋아요. 그리고 놀면 뭐합니다? 이렇게 일할 곳이 있다는 것 감사하죠.ㅎㅎㅎ 공부를 더 잘해서 더 좋은 직업을 갖고 싶은데,,,요즘 제 공부하는 머리 생각해보면 한 여름밤의 꿈이었구나 싶어요.ㅠㅠ 늘 스캇님의 응원에 기운이 나고, 올려주시는 음악이 무엇일지 넘나 기대가 되어요. 하루하루 쉽지 않으실텐데 정성스런 글 너무 감사드려요!!^^

2021-03-01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1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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