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일을 연속으로 일했다. 내가 그렇게 스케줄을 짤 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내가 짠 스케줄을 위에서 조정할 때 이렇게 삼 일 연속으로 일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어찌 된 것인지 이번 달은 지난주, 이번 주, 그리고 마지막 주, 이렇게 3번이나 일주일에 삼 일 연속으로 일하는 스케줄이라는. 더구나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날에도 일하고. 뭐 그건 그렇고,
지난주는 삼 일 연속으로 일하는 것이 좀 힘들었다. 학기말 고사가 다가오는 이유도 있지만, 삼 일 중에 가운 데 둘째 날(금요일)에 중환자실이 아닌 DOU라는 곳에서 4명의 환자를 맡아서 보게 되었는데 내가 아주 엄청나게 한심하고도 위험한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안 잘린 것이 천만다행.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니까 나는 원래 중환자실에서 열 일을 하고 있었다. 한 환자의 전해질 중 포타슘(칼륨이라니 칼슘이랑 헷갈리겠다..)과 인이 비정상(?)이라서 환자가 칼륨과 인이 들어간 약을 다 맞으면 나는 혈액을 채취해서 Lab으로 보내야 했고, 다른 환자는 아주 뚱뚱한 환자인데 sedation 약물이 체중으로 계산되어 들어가니까 정신없이 환자에게 들어가고 있어서 계속 새로운 병으로 바꿔줘야 하고,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는데 갑자기 DOU로 갈 사람이 나밖에 없다며 (다른 간호사들은 새로 들어온 간호사들 교육 때문에 못 가고, 또 다른 간호사는 새로 들어와서 교육 끝난지 얼마 안 되어 못 가고,,, 정말 겨우 1년 밖에 안 된 내가 시니어가 된 것인지,,, 나밖에 없다니!!ㅠㅠ) 가라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갔다. 가기 전에 싫은 내색을 했더니 차지 널스가 오늘의 이동은 어려운 이동이니까 평상시 이동보다 두 배의 돈을 받을 거라고 했지만, 그래봤자 $50도 안 되는 추가 수당.ㅠㅠ
중환자실에서는 2환자를 보면 되는데 DOU는 최대 4명을 봐야 하니까 정신이 없었다. 약을 줘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1시간 윈도) 2명 주던 것을 두 배로 줘야 하니까 연습이 잘 안된 나는 정말 조심하느라 애먹었다는. 그래도 1년이라는 경력이 헛된 것은 아니었는지 시간 안에 다 약을 주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 같았는데,,, 다른 할아버지를 Med/Surge라는 더 낮은 유닛으로 트랜스퍼를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이 할아버지는 치매가 온 할아버지라서 자꾸 수면제 달라고 하셨는데 이동을 가시게 되어 좀 기뻤다는.
자정이 되니까 DOU 차지 널스가 내게 다가와서는 응급실에 있는 환자를 내가 받아야 한다고 하는 거다. 환자 한 명이 줄었으니 병원에서 내가 환자 3명만 돌보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째서 환자 이동하자마자 다른 환자를 정신없이 받아야 하는지,,, 너무해.
그래도 간호사는 어떤 상황이든 준비가 되어야 하니까 정신을 바로잡고 새로운 환자 받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나에게 그 환자에 대한 리포트를 주려고 전화한 응급실 간호사가 너무 서두르는 거다. 알고 봤더니 응급실에 간호사가 많이 없어서 자기는 낮에 일하는 간호사인데 지금까지 연장근무를 하고 있어서 너무 피곤하고 집에 갈 시간 전까지 이 환자를 이동시켜야 하니까 그렇다며 하소연. 요즘 정말 간호사가 팍 줄어서 그런가 근무환경이 말이 아니긴 하다. 10월 27일까지 주기로 했던 보너스를 12월 25일까지 연장을 했는데도 추가로 일하겠다는 간호사가 별로 없으니. 나도 10월엔 3일 추가 근무를 했지만 (그래서 돈이 쏠쏠하게 들어왔지만;;) 11월엔 겨우 한 번 추가 근무를 할 수 있었다. 인생 마이 바쁨.^^;;;
각설하고, 그 간호사에 의하면 91세 할아버지인데 치매가 왔지만, 큰 문제가 없는 할아버지이고 먹는 것도 잘 먹고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정작 나에게 왔을 때도 물도 잘 마시고 의사의 다이어트 오더도 일반 식사라서 속으로 너무 다행이라며 좋아하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늘 이렇게 미리 좋아하면 늘 큰 코를 다쳤던 것 같다는.ㅠㅠ
할아버지는 UTI라는 것이 생겨서 septic shock, 그러니까 패혈증으로 오셨는데 그렇게 심한 패혈증이 아니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하다가 할아버지의 칼륨(포타슘 이거 정말 중요한 전해질!! 심장에 치명적이라서)이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혈액 검사를 통해서 또 다른 문제가 자꾸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의사는 할아버지의 칼륨이 낮지만 너무 낮은 것은 아니니까 알약으로 오더를 내렸다. 의사도 할아버지가 물을 문제없이 잘 마시니까 그렇게 알약으로 오더를 넣은 것이다.
할아버지에게 알약을 주려고 약을 꺼내니까 약이 커도 너무 커!!@@ 보통 알약의 4배가 되는 크기인데 이 약은 또 엑스트라 스트렝스라고 부수거나 하면 안 되는 약이었다. 그래서 다른 간호사에게 물어보니까 자기네는 그냥 잘라서 준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나도 4등분으로 잘랐다. 어떤 것은 자르다가 6등분이 된 것도 있어서 일단 할아버지를 테스트하자는 생각으로 6등분으로 잘라진 것 중 가장 작은 조각을 주면서 그것을 먹을 수 있겠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먹었는데, 할아버지가 꿀꺽하자마자 갑자기 얼음 땡이 되신 듯,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지고 숨을 안 쉬는 거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할아버지의 등을 두드리고 응급조치를 취하면서 코드 블루를 불렀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런데 간호는 팀워크라는 말이 있다. 혼자 잘해서 결코 환자를 살릴 수 없다는 의미가 깃든 말이기도 한데 특별히 이렇게 코드 블루를 부르거나 하면 정말 "Nursing is a team work!" 라는 말이 가슴에 확 느껴진다. 내가 코드 블루를 부르자마자 4명의 간호사가 즉시 달려왔다. 어떤 상황인지 말을 안 해도 각자 할아버지의 맥박을 잡던가 글루코미터를 가져와서 혈당을 체크하던가 등등 착착착 알아서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응급실 의사를 필두로 RT 등 코드 블루 팀이 도착했다. 눈물 나게 멋진 모습이라는!!
어쨌든, 응급실 의사가 왔으니 의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의사가 할아버지에게 기관 삽입을 하기 전에 간단한 테스트를 하고, 중환자실 차지 널스가 아이비라인을 추가로 넣고,, 다들 발 빠르고 손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번쩍 돌아오셨다!! 나는 정말 눈물이 나왔다. 더구나 할아버지가 돌아오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에워싸고 있으니까 놀라기도 하고 기쁘셨는지(노인들은 외로움을 많이 타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하신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다음에 하시는 말씀이 "Thank you for coming everyone. Thank you! Thank you!" 라고.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놔! 나 정말 혼이 나갈 정도로 정신이 빠졌는데, 이거 뭐 Saturday Night Live Show 찍는 것도 아니고... 다들 하하하 호호호, 나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ㅠㅠ
나중에 다른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들은 얘기인데 그날 왔던 중환자실 차지 널스가 돌아가서는 이 웃겼던 장면을 재현하고 웃고 했단다. 그게 바로 내 환자였다고 추가로 얘기하면서. 나는 완전 화제의 중심이 되고,, 이제 중환자실 뿐 아니라 RT들, 다른 유닛의 간호사들까지 나를 알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ㅠㅠ
하지만, 내가 이 일에 대한 것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을 때 슈퍼바이저가 와서 아주 잘했다고 칭찬해 줬다.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무사했고, 더구나 기관 삽입을 하지 않게 되어서. 나도 그 점을 가장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나는 그날도 겨우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 일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 일단 할아버지에게는 그 약 대신 물약으로 된 약을 드렸고, 노인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면 안 된다는 것과 내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더 높이 세워야 한다는 것. 또한 이렇게 급박한 상황일수록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환자의 기록에 대해서는 언제 어디서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 정신 줄 놓으면 다 끝이다.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정신만은 반드시 차려야 한다. 우리나라에 얼마나 훌륭한 속담이 있는가!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