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ike to you! 스팽글리시(Spanglish)도 아니고 뭐지?ㅎㅎㅎ
나는 이틀 연속으로 같은 환자들을 돌봤다. 둘 다 히스패닉 환자들이었는데 한 환자는 코비드에 걸려서 우리 병원에 입원했다가 내가 돌보는 날 코비드가 클리어 되어서 다운그레이드 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였다. 원래 고혈압인 환자인데도 저혈압으로 되어서 혈압 보조하는 약물을 투여받았기 때문에 다운그레이드도 안 되고(그런 약물 주입은 중환자실에서만 담당-우리 병원은) 그래서 중환자실에서 머물러야 하니까 좀 안타까웠다.
첫날 내가 그 환자를 맡았을 때 이 환자가 너무 퉁명하고 나에게 말도 잘 안하고 해서 나는 영어를 모르는 환자인지 알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영어를 잘 하진 않아도 의사소통에 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영어를 구사하는 환자였다. 그래도 첫 날은 영어를 안 사용하니까 못하는 스페인어로 소통을 하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 이 환자 속으로 얼마나 재밌어 했을까 생각하니까 내가 잘 해준 거 좀 억울하기도 하다는.ㅎㅎ
암튼, 기관 삽입 제거하고 정신이 돌아온 환자라서 늘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나의 간호에 감명(?)을 받았는지 환자가 어느새 내가 해주는 것에 감사한다는 말을 여러 번 남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를 계속 닥터라고 불렀;;; (닥터 되고 싶더라,,ㅎㅎㅎㅎ)
중환자실에 오는 환자들은 보통 1가지 질병이 있기 때문에 오는 경우는 드물다. 이 환자는 많지는 않아도 거의 5개의 병을 갖고 있는 환자였는데 당뇨병이 그 한 가지였다. 이건 여담이지만, 내가 1년 정도 코비드 환자들을 살피면서 느낀 것인데 코비드가 크게 치고 들어가는 환자들 대부분은 비만이거나 당뇨병을 갖고 있는 환자이거나 아니면 둘 다 갖고 있는 환자들!
암튼 이 환자도 당뇨병을 갖고 있었다. 그 환자를 간호했던 다른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이전엔 혈당을 4시간마다 체크하라는 오더가 있었는데 내가 돌볼 때는 6시간마다 체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돌 본 날 6시간마다에서 아침 식사 전과 저녁 식사 후에 체크를 하게 되었는데 나는 그만 깜박 까먹었다. 낮에 일하던 간호사가 오더를 바꿔야 하는데 바꾸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다른 환자가 나와 동갑인 환자인데 내가 그녀를 받기 2시간 전에 기관 삽입이 된 환자라서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깜빡한 것이다. 낮의 간호사가 오더를 넣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어쨌든 나는 환자가 저녁을 먹고 난 9시쯤 혈당을 체크해야 했는데 6시간마다 체크하는 것인 줄 알고 밤 12시에 체크했는데, 더구나 밤 10시쯤 환자는 배가 고프다며 푸딩이랑 젤로가 먹고 싶다고 해서 그것을 준 후였기 때문에 환자의 혈당은 내가 체크했던 12시에는 너무 높았다. 409가 나와서 깜놀 하고 다시 체크를 했더니 411! 아 놔~~~.ㅠㅠ
혈당이 400이 넘으면 의사에게 전화해서 인슐린 양을 오더 받아야 한다. 밤에는 전문 의사가 일하는 것이 아니라 어탠딩이 대부분 일을 하는데 그날도 예외가 아니라서 나는 L이라는 의사에게 보고하고 인슐린 양을 받았다. 15유닛. 그것으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의사가 2시간 후에 다시 혈당 체크하라고. 그래서 했더니 359가 나왔다. 그래서 나는 슬라이딩 스케일로 주는 혈당을 주사했다.
아침이 되어서 낮의 간호사에게 환자를 인계하고 집에 가려고 하다가 환자를 인계 한, 낮의 간호사가 급하게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이 보여서 (이 간호사는 남자 간호사인데 나에게 아주 잘 해주는 간호사다.) "K~, 좋은 하루 보내라"라고 인사를 하며 나가는데 K가 하는 말이, "환자의 혈당이 45야!"라고 하면서 오렌지 주스를 환자에게 가져가고 있었다. 나는 집에 가려다 말고 (더구나 그날은 다운타임이 4시간이 되던 날이라 아침에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가방을 내려놓고 급하게 환자 방에 들어가니까 환자가 기운이 하나도 없고 다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 @@
나는 K가 가져온 오렌지 주스를 환자가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고 K가 가져온 아침을 내가 먹이겠다고 했다. 환자는 포크를 들 기운마저 없는 상태.ㅠㅠ K는 괜찮다고,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얼른 집에 가서 자라고. 이미 클락 아웃을 했기 때문에 나도 남아서 일을 하면 안 되지만, 도저히 그 환자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는 데다 이리저리 바쁘게 일을 하는 K에 대한 일말의 책임도 느끼고 해서 (더구나 간호는 교대시간 후가 젤로 바쁘다) 남아서 환자에게 아침을 먹였다. 환자가 음식을 씹는데도 아주 오래 걸릴 정도로 기운이 없;;; 나 정말 이 환자 혹시 저혈당으로 죽을까 봐 넘 무서웠음.ㅠㅠ
어쨌든 음식을 거의 다 먹이고 다시 혈당을 재니까 딱 70!!!! 70부터 정상수치라서 나는 그거 보고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는. 휴~~ 암튼, 음식을 환자에게 먹이면서 (내 잘못은 아니고 의사가 인슐린을 너무 많이 오더 해서 이렇게 된 것이지만 의사도 어쩌지 못했을 상황;;;) "오늘 밤에도 내가 올 건데 너 다른 간호사가 너를 간호하길 원하면 그렇게 얘기해 주겠다."고 하니까
이 혼두라스 출신의 환자가 한 말이 바로, "I like to you!"였다. 넘 웃기는 영어라서 (그렇게 사용할 줄이야!!ㅎㅎㅎㅎㅎ) 웃기긴 했지만, 상황이 너무 심각하고 이 환자도 아픈데 겨우 말 한 거니까 문법을 떠나서 아주 심각하면서 진지한 문장으로 느껴졌다. 내가 치매에 걸리지 않는 한 절대 잊을 수 없는 I like to you!
그리고 다른 환자는 나와 동갑인 여자 환자인데 역시 히스패닉 환자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 기관 삽입을 해서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환자의 기록을 보니까 예전에 중풍이 와서 왼쪽이 반신불수는 아니지만 아주 약해져서 집에서 의자에 앉는 생활을 하는 사람. 이 환자보다 나이 많은 환자 적은 환자,, 많이 돌봤지만, 동갑인 환자는 처음 만났다. 기분이 묘했다.
아픈 걸, 또는 아프게 될 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젊어서 어떻게 사는지는 건강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환자들을 보며 느낀다. 젊은 사람들은 젊어서 건강한 (식)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고, 나 같은 중년도 꾸준히 자기 관리 잘 하고 건강한 습관을 들이는 것이 뭣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 모두 좋은 책을 읽듯 좋은 습관을 몸에 익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