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기분 좋게 대해 주지 않고 계속 거리를 유지하면 종종 가당치도 않게 군다니까요.
"아! 남자들은 그런 허세를 부리곤 해요. 남자들이란 세상에서 가장 허풍쟁이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잘난 줄 안다니까요. 아, 참! 그런데 수백 번도 더 생각했으면서도 당신한테 물어본다는 걸 이렇게 까먹어요. 혹시 남자들의 얼굴색 중 어떤 걸 좋아해요? 잘 태운 검은색, 아니면 뽀얀 색?"
"그래도 조금만 기다리면 두 남자와 마주칠 염려 없이 갈 수 있을 텐데요." "정말로 난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 남자들에게 관심을 보여 주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런 관심이 남자들의 버릇을 망치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마당에 캐서린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소프 양이 자신의 자립성을 보여 주고 남성의 오만을 꺾어주겠다는 단호한 결심에 따라, 그들은 가능한 한 빠른 걸음으로 두 명의 젊은 남자를 따라잡기 위해 즉시 출발했다.
그는 중키의 건장한 젊은이였는데, 평범한 얼굴에 경박한 모습이었다. 마치 그는 단정한 복장을 하지 않으면 너무 잘생겨 보일까 봐 두려워하며, 정중해야 할 곳에서는 편하게 굴고, 편하게 굴어야 할 곳에서는 뻔뻔하게 굴지 않으면 신사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보다시피 쌍두마가 딸려 있고, 좌석과 트렁크, 칼꽂이, 흙받침대, 램프, 은테 장식하며 모든 게 구비되어 있어요. 쇠로 만들어진 부분은 새것이나 진배없어요. 아니 새것보다 더 나아요. 그런데 50기니를 달라더군요. 그 자리에서 돈을 던져줬고, 마차는 내 것이 되었죠."
그래서 밀섬 거리에서 그녀의 기분을 거슬렀던 두 젊은 남자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그녀는 그들의 시선을 끌려고 하지 않았다. 단지 세 번 뒤돌아보았을 뿐이었다.
그는 여동생의 안부를 물으면서 둘 다 점점 더 못생겨진다고 한마디 했다.
캐서린이 좀 더 성숙했거나 허영심이 있었더라면, 그런 공격에 넘어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직 어린 데다 소심한 면까지 있어서,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말과 무도회 파트너로 일찌감치 낙점된 것이 주는 매력에 홀랑 넘어가지 않을 만큼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우돌포』의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조하면서도 한껏 신경이 곤두서고 겁에 질리게 만드는 상상력의 사치를 맘껏 누렸다.
가는 도중에 떠오르는 온갖 이야기들을 서로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많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애정에 찬 미소와 꼭 쥔 손으로 말을 대신했다.
캐서린은 약간 실망했지만 반대하기에는 성격이 지나치게 좋았다.
사실 타인의 불미스러운 행동 때문에 자신이 비참해진 이런 상황이야말로 여주인공에게 전형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런 상황 아래서도 꿋꿋한 모습이 그녀에게 품위를 부여해 주는 법이다.
틸니 양은 아름다운 몸매와 예쁜 얼굴, 호감 가는 얼굴색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눈에 띄는 가식도, 소프 양처럼 두드러지게 유행을 타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훨씬 더 우아했다. 그녀의 태도는 양식 있고 교양 있게 자란 표가 났다. 지나치게 수줍어하지도 부자연스럽게 대범한 척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젊고 매력적이었으며, 무도회장에서 주변으로부터 주목받으려고 안달하지 않았고, 과도한 기쁨을 과장하지도 않았으며, 사소한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한없이 초조하게 굴면서 짜증을 부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농담을 이해할 수 있는 집안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주장과 뻔뻔한 거짓말, 과도한 허영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집안에서 자라지도 않았다.
소프 씨가 정확한 통찰력을 발휘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태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때 본질을 더욱 모호하게 하는 데 오히려 능숙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제 남들의 높은 평가와 권위 있는 판단에 상당한 반발을 느끼는 정도에 이르게 되었으며, 그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운수가 나빴다고 통탄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잃은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드라이브는 결코 재미있지 않았고 존 소프 씨는 정말 불쾌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보다 더 분명해졌다.
개인적인 자만심을 뽐내지 않고 소박하고 진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드문 장점이었다.
옷에 그처럼 신경 쓰는 것이 마땅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옷은 어쩌다 눈에 띌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원래의 의도를 망치는 법이다.
옷이란 여성들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일 따름이다. 어떤 남자도 옷 때문에 어떤 여자를 더 많이 흠모한 적이 없으며, 어떤 여자도 옷 때문에 그 여자를 더 좋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남자들에게는 단정하고 유행에 맞는 옷이면 충분하고, 여자들에게는 초라하고 어울리지 않는 옷이 더욱 사람들의 주목을 끌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진지한 성찰들이 캐서린의 평정한 마음을 교란시키는 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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