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보통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본능적으로 빠르게 판단을 한다. 어쩌면 자기가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럴 수 있다.

상대방이 입은 옷, 직업, 말투,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난 상황 등에 기초한 판단이 우리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일어난다. 이 판단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보는 상대방의 모습은 우리가 가진 시각에 의해 왜곡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자신의 진정한 본질 혹은 진정한 모습에 따라 평가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람의 인성은 나무와 같고, 그의 평판은 나무의 그림자와 같다. 그림자는 우리가 그 사람에 대해 내리는 판단이고, 나무가 그 사람의 본질이다." 우리는 그림자로 평가받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다. 누군가의 평가를 어떤 형태로든 받지 않고 인생을 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정당한 평가일 때도 있다. 그러나 사실에 입각하지 않고 우리가 가진 여러 모습 중 특정한 모습만을 보고 내려지는, 믿음이나 의견에 기초한 정당하지 못한 평가일 때도 많다.

평판은 그것이 좋은 평판이든 나쁜 평판이든 일상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나를 향한 동료의 말투, 그들이 예측하는 나의 반응, 나의 기여를 받아들이는 태도 등은 모두 평판의 영향을 받는다.

소방관들은 보통 외향적이고, 자신의 능력에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사기도 높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평판을 들은 사람들은 그가 어떤 사람일 것이라고 미리 추측했고, 그런 추측들은 또다시 기존의 평판을 강화했다. 마틴과 몇 번 함께 일하면서 나는 이 악순환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는지 목격했다.

다른 사람의 촛불을 불어서 꺼뜨려야만 자기 촛불이 더 밝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바로 이런 생각이 우리가 직장에서 날마다 경험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틴의 촛불은 너무 여러 차례 꺼져버려서 다시 불을 붙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동료와의 모든 만남은, 그것이 어디에서 벌어지는 만남이든 상관없이 우리의 평판이라는 그림자의 일부가 된다.

나의 평판은 사건 현장에 항상 나보다 먼저 도착한다.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고, 내 행동과 내 작업 방식을 예측한다. 대원들은 자신감을 불어넣는 긍정적이고 도움이 되는 리더를 기대할까, 아니면 권위와 권력 남용을 혼동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독재자를 기대할까?

마틴은 자신의 그림자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감은 자신감을 낳고, 공황은 공황을 낳는다. 그저 그런 수준의 성과를 올리는 일이지만 엄청난 자신감으로 해내서 박수를 쳐줘도 아깝지 않은 경우도 봤다. 사실 자신감 하나만으로는 충분치가 않다. 자신감은 그림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감 없이 화마와 싸우기란 매우 힘들다. 타오르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그 명령이 모든 위험 요소를 고려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신념과 자신감을 가지고, 명확한 대응 방법에 대한 비전을 지니고 있는 사람의 명령이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직장 동료들로부터 든든한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은 정신적 복지뿐 아니라 업무 성과 면에서도 중요하다.

지휘관의 임무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팀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대응 작전의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유능한 지휘관은 동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자신이 세운 계획을 모두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지도자는 자신이 책임진 사람들을 돌볼 의무가 있다. 그리고 용감해야 한다. 용감함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때때로 그 말은 이미 지니고 있는 강점을 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강점을 개발하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어려운 일이고, 누구도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책임자로 일하는 현장에서는 대원들이 인기가 있든 없든 누구나 존중받고, 지지받고,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가지기를 바란다.

나는 누군가를 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회는 내가 만들기에 달렸다. 개인의 배경은 시작점을 다르게 할 뿐, 도착점을 정하지는 못한다.

훌륭한 평판, 혹은 굉장한 인맥, 좋은 학벌 등은 모두 우리가 가려는 길을 조금 더 평탄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성공은 결국 개인의 투지와 노력에 비례한다. 나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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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부터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사흘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하고 똑바로 앉아서 그 책을 다 옮겼다. 그렇게 한 번역과 함께 출판사에 책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 작은 출판사는 책을 더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일부만 잡지에 실렸다.

언젠가 누군가가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그 막막한 희망만으로 유리병에 담아 망망대해에 띄우는 글처럼, 진정한 마음을 담은 글은 언젠가, 어딘가에 가 닿는다. 가 닿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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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아이를 구하러 갈 수영 실력이야 될 리 없는 나는 혼비백산해서, 다급히 사공을 찾아 배를 놓아 아이가 놀라지 않을 만큼은 간격을 두고 뒤따라가 달라고 부탁했다.

세상은 언제나 내가 두렵게 그 앞에 섰던 큰물 같았다. 두려우면서도 세차게 마음을 끌며 나를, 우리를 불렀다. 그러나 두려움을 이기며 내 스스로 헤쳐가야 하는 곳이자, 헤쳐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모질게 공부만 하는 작고 여린 딸이 안쓰럽고 헤어질 때는 서운하다. 그러나 든든하다. 그렇게 어렸을 적에도 제법 큰 강 하나를 건너보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세상의 무슨 강을 이제 어떻게든 못 건너겠는가.

남을 배려하며 사회의 일원이 되는 첫 걸음을 가르쳐야 하는 곳이 유치원 아닐까.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줄 서는 법, 문 여닫는 법, 남을 위해 문을 잡고 기다려주는 법 같은 걸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정말 가르쳐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제 앞가림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아이들 마음속에 뜻이 자리 잡도록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뜻이 있으면 공부는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에 금방 된다. 남이 공부를 가르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고, 마음속에 없는 뜻은 남이 절대로 불어넣어줄 수 없다. 이 세상에 발붙이고, 이 험한 세상을 제 힘으로 헤쳐나가게 하자면 남을 밀쳐내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서로 도와야 하는 것임도 가르쳐야 한다.

자기가 아니면 그 일이 안 되어 세상 한 귀퉁이가 결정적으로 빌만큼
그 일을 꾸준하게 즐겁게 해내는 지혜는
스스로의 구원이고 또한 세상의 구원이다.

해야 할 일투성이인 세상에서는 눈만 돌리면 어디든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자기가 아니면 그 일이 안 되어 세상 한 귀퉁이가 결정적으로 빌만큼 그 일을 꾸준하게 즐겁게 해내는 지혜는 스스로의 구원이고 또한 세상의 구원이다.

일의 보람도 필요하거니와 다들 너무 힘들게 살아가니 남의 일도 조금 도와주는 순간이 있으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일로써 주변을 가꾸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터가 넓어진다.

세상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들과 가련한 사람들로 갈라져 있는 것 같다.

남편은 또 무슨 수로 자기 일도 다 하고 밥도 다 짓는 만능인간이 되겠는가.

노동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고 거기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아 느낄 줄 아는 것, 그렇게 하도록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이야말로 삶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 삶의 지혜 중에서도 지혜이다. 그 성취로 사람이 땅에 발붙이고, 그 보람으로 날아오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갖추어주어야 할 두 가지. 괴테가 요약했다. ‘뿌리와 날개’라고. 우리의 상황으로, 현실로 아주 낮추어 ? 사랑이야 기본에 두고 ? 의역해 본다. 노동과 격려일 것 같다. 노동이라고 한 마디로 요약할 수도 있겠다.

걸음걸이를 배울 때, 엎어지고 멍이 들어도 제 힘으로 다시 일어나야 하듯 세상만사를 그렇게 터득해 가기를 바랐다. 처음부터 그저 제 힘으로 걸어갈 때까지만 조금 보살펴준다는 생각이었다. 세상 무엇 하나 손 붙들어 도와준 일이 없다.

그런데 처음 독일에 공부하러 갔을 때, 그곳 사람들을 보며 놀랐었다. 내가 놀란 것은 그 유명한 독일인의 근검성 자체가 아니었다. 근검함이 어려운 시절을 살아남은 세대에 그치지 않고, 고생 모르고 자랐을 ‘잘사는 나라’의 젊은 세대의 몸에도 배여 있다는 것과 그런 근검함이 결코 구차하지 않고 참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벼룩시장에도 자주 갔었다. 물건이 싸기도 했지만, 어른도 꼬마도 쓰던 물건을 정갈스럽게 손질해서 내놓고 팔며, 말만 잘 하면 그냥 주기도 하는(발이 작은 나는 아이들 헌 구두를 많이 얻었다) 그 분위기 자체가 잔치 같았기 때문이다.

그사이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의식 변화의 당연한 귀결로 환경의식이 많이 높아졌다. 분리수거 등은 비교적 잘 되는 반면, 쌓이고 또 버리는 것이 그 이상으로 많아져버린 것 같다. 남들이 사는 물건 사고, 또는 남들 따라 사고 싶어 안달만 낼 뿐, 참으로 많은 물건들을 함부로 내버리는 시대 ? 저렇게 함부로 내다버리는 물건들처럼 사람마저도 가치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내버려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두렵다. 청승맞게도 자꾸, 황량한 땅에서 살아갈 아이들의 메마른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조약돌이 반짝인다. 그 반짝임 속에서 여러 해 지나지 않아 내 눈에 어릴 눈물을 미리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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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작은아버지, 고모부들은 마치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말없이 텔레비전 뉴스만 바라보았습니다.

"선생은 어머님께 얼마 만에 한 번씩 찾아갔습니까? 딱 그 주기에 한 번씩 선생 어머님 마음에도 불이 켜졌겠지요. 여기도 이승과 똑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그러니까 그때부터가 맞았다. 기준 씨의 영혼이 삶의 바닥을 치고 일어나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하는 착각, 즉 자기 자식에 대한 이유 없는 확신과 신념 속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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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기분 좋게 대해 주지 않고 계속 거리를 유지하면 종종 가당치도 않게 군다니까요.

"아! 남자들은 그런 허세를 부리곤 해요. 남자들이란 세상에서 가장 허풍쟁이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잘난 줄 안다니까요. 아, 참! 그런데 수백 번도 더 생각했으면서도 당신한테 물어본다는 걸 이렇게 까먹어요. 혹시 남자들의 얼굴색 중 어떤 걸 좋아해요? 잘 태운 검은색, 아니면 뽀얀 색?"

"그래도 조금만 기다리면 두 남자와 마주칠 염려 없이 갈 수 있을 텐데요."
"정말로 난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 남자들에게 관심을 보여 주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런 관심이 남자들의 버릇을 망치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마당에 캐서린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소프 양이 자신의 자립성을 보여 주고 남성의 오만을 꺾어주겠다는 단호한 결심에 따라, 그들은 가능한 한 빠른 걸음으로 두 명의 젊은 남자를 따라잡기 위해 즉시 출발했다.

그는 중키의 건장한 젊은이였는데, 평범한 얼굴에 경박한 모습이었다. 마치 그는 단정한 복장을 하지 않으면 너무 잘생겨 보일까 봐 두려워하며, 정중해야 할 곳에서는 편하게 굴고, 편하게 굴어야 할 곳에서는 뻔뻔하게 굴지 않으면 신사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보다시피 쌍두마가 딸려 있고, 좌석과 트렁크, 칼꽂이, 흙받침대, 램프, 은테 장식하며 모든 게 구비되어 있어요. 쇠로 만들어진 부분은 새것이나 진배없어요. 아니 새것보다 더 나아요. 그런데 50기니를 달라더군요. 그 자리에서 돈을 던져줬고, 마차는 내 것이 되었죠."

그래서 밀섬 거리에서 그녀의 기분을 거슬렀던 두 젊은 남자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그녀는 그들의 시선을 끌려고 하지 않았다. 단지 세 번 뒤돌아보았을 뿐이었다.

그는 여동생의 안부를 물으면서 둘 다 점점 더 못생겨진다고 한마디 했다.

캐서린이 좀 더 성숙했거나 허영심이 있었더라면, 그런 공격에 넘어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직 어린 데다 소심한 면까지 있어서,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말과 무도회 파트너로 일찌감치 낙점된 것이 주는 매력에 홀랑 넘어가지 않을 만큼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우돌포』의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조하면서도 한껏 신경이 곤두서고 겁에 질리게 만드는 상상력의 사치를 맘껏 누렸다.

가는 도중에 떠오르는 온갖 이야기들을 서로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많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애정에 찬 미소와 꼭 쥔 손으로 말을 대신했다.

캐서린은 약간 실망했지만 반대하기에는 성격이 지나치게 좋았다.

사실 타인의 불미스러운 행동 때문에 자신이 비참해진 이런 상황이야말로 여주인공에게 전형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런 상황 아래서도 꿋꿋한 모습이 그녀에게 품위를 부여해 주는 법이다.

틸니 양은 아름다운 몸매와 예쁜 얼굴, 호감 가는 얼굴색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눈에 띄는 가식도, 소프 양처럼 두드러지게 유행을 타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훨씬 더 우아했다. 그녀의 태도는 양식 있고 교양 있게 자란 표가 났다. 지나치게 수줍어하지도 부자연스럽게 대범한 척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젊고 매력적이었으며, 무도회장에서 주변으로부터 주목받으려고 안달하지 않았고, 과도한 기쁨을 과장하지도 않았으며, 사소한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한없이 초조하게 굴면서 짜증을 부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농담을 이해할 수 있는 집안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주장과 뻔뻔한 거짓말, 과도한 허영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집안에서 자라지도 않았다.

소프 씨가 정확한 통찰력을 발휘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태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때 본질을 더욱 모호하게 하는 데 오히려 능숙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제 남들의 높은 평가와 권위 있는 판단에 상당한 반발을 느끼는 정도에 이르게 되었으며, 그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운수가 나빴다고 통탄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잃은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드라이브는 결코 재미있지 않았고 존 소프 씨는 정말 불쾌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보다 더 분명해졌다.

개인적인 자만심을 뽐내지 않고 소박하고 진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드문 장점이었다.

옷에 그처럼 신경 쓰는 것이 마땅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옷은 어쩌다 눈에 띌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원래의 의도를 망치는 법이다.

옷이란 여성들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일 따름이다. 어떤 남자도 옷 때문에 어떤 여자를 더 많이 흠모한 적이 없으며, 어떤 여자도 옷 때문에 그 여자를 더 좋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남자들에게는 단정하고 유행에 맞는 옷이면 충분하고, 여자들에게는 초라하고 어울리지 않는 옷이 더욱 사람들의 주목을 끌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진지한 성찰들이 캐서린의 평정한 마음을 교란시키는 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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