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크리스마스 날이에요. 

며칠 동안 받은 것이 너무 많아서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를 할까 해요.ㅎㅎㅎ

제가 TEAS 테스트 보기로 했던 12월 21일로 되돌아갑니다.

21일 아침 7시 50분에 일어나서(어쩌면 그것보다 더 늦게 일어났을 거에요. 남편이 해든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왔으니까요. 해든이는 7시 50분에 집에서 출발하거든요.) 8시가 조금 넘어 남편과 함께 시험을 보러 출발했어요.


그날은 간호대학 입학 준비 시험인 TEAS 시험이 팜스프링스라는 도시에서 있기도 했지만, 제 딸아이가 가을학기를 마치고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아침 7시 14분에 L.A 공항에 도착하는 날이기도 했어요. 저는 12시 팜스프링스 대학에서 시험이 있기 때문에 시부모님이 공항에서 아이를 데려오시기로 하고 저희 부부는 해든이를 데려다주고 팜스프링스로 떠나기로 했는데 저는 전날 예상했던 것보다 잠이 늦게 들어서 남편 혼자 해든이를 학교에 데려다줬어요.

제가 공부했던 카플란의 책에는 시험 전날 공부도 하지 말고 일찍 자라고 적혀있었지만, 저는 공부를 할수록 제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도저히 공부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일찍 자야 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남아서 11시쯤 잠이 들었답니다.


위의 사진 맨 왼쪽이 그 충고가 적혀있는 글이에요. 

어쨌든 어두운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거의 2시간이 넘게 달려서 시험장에 도착했어요. 제가 시험을 치르기로 한 학교의 컴퓨터 교실은 팜 스프링스에 있는 Mall 안에 있었어요!! 아무리 작은 도시(그런데 팜스프링스는 작은 도시가 아니더라구요!!!) 라고는 하지만 대학교의 컴퓨터 교실이 Mall 안에 있다니. 좀 걱정은 되었지만, 남편과 의논한 끝에 팜스프링스 대학에서 시험을 보기로 했어요. 샌디 에이고도 시험 일정이 있었지만, 팜 스프링스는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도시라 우리는 시험이 끝나고 갤러리등 여러곳을 맘 놓고 구경하는 게 목적이었거든요.


Mall은 10시 30분이 되어야 오픈이지만, 다행히 Barnes & Noble 이라는 서점은 9시에 오픈이라 10시쯤 도착한 저희 부부는 Barnes & Noble에서 남편은 만화책을 찾아서 읽고 저는 시험문제를 풀었습니다.


12시에 시험이었기 때문에 저는 계속 예상 문제를 풀고 남편은 만화책을 읽다가 시험장소를 확인하고 11시에 이른 점심을 먹자고 했어요. 저는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요즘 저는 갑자기 배고파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납니다.ㅎㅎㅎ) 남편과 함께 아래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어렵게(우리는 어느 곳에서 먹을지 고르느라 거의 10분을 소비했어요.ㅠㅠ) 피자집인 Sbarro라는 흔하디흔한 피자집에서 남편은 피자, 저는 시금치가 들어있는 Stromboli를 먹고 시험 장소로 향했어요. 사실 저는 먹고 싶지 않았지만, 먹지 않으면 두뇌 에너지가 부족할 것 같아서 먹었습니다.


시험 장소는 몰 안에 있는 것과 어울리게 꽤 소박한 컴퓨터 교실이었습니다.

이미 시험을 보기 위해서 10여 명의 학생들이 시험 신청 확인을 하고 있었어요.

저도 줄을 서서 시험 신청 확인을 한 후 남편과 4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시험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남편은 그동안 예약한 모텔에 체크 인 하고 시험 끝나고 가볼만 한 곳을 찾아보겠다고 했어요.


저는 긴장이 되었는지 계속 소변이 마려웠어요. 기다리는 20분 동안 3번이나 화장실을 갔답니다. ( ")

결국 시험관의 장황한 시험 규칙을 듣고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아! 글쎄 시험이 페이퍼 시험이 아니라 컴퓨터 시험인 거에요!!!!ㅠㅠ

저는 그동안 페이퍼 시험만 준비했기 때문에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첫번째 시험이 영어 리딩시험인데 본문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부터 막 헤메기 시작했답니다. 결국 본문도 찾고 했지만 헤매기 시작한 순간부터 자신감 상실은 물론 본문도 제대로 읽히지 않는 거에요!! 그러다 보니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ㅠㅠ

리딩 시험은 64분인데 안정을 되찾고 시험에 몰두하려고 노력한 결과 저는 11분 43초를 남겨둔 상태에서 43문제를 풀어서 10문제가 남았습니다. 


안정하려고 노력하면서 NEXT버튼을 누르는데 갑자기 인터넷이 연결이 안 되면 나오는 크롬의 공룡이 나오는 거에요!!!

이게 뭐지??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학생들도 다 어이없는 모습을 하고 있네요.

그 순간 시험관이 달려와서는 Power Out이라며 잠시 휴식을 하라고 하면서 화장실을 다녀올 사람은 다녀오라고 하더군요.

남은 시각은 다시 인터넷이 연결되면 그대로 연결이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요.

화장실을 3번이나 다녀왔지만, 그래도 계속 소변이 마려운 것 같은 저는 그 막간을 이용해서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화장실을 지금 안가고 나중에 시험 도중에 가게 되면 시험 시간에서 깎이기 때문에 사실 웬 떡이냐 뭐 이런 생각에 화장실에 갔어요. 소변은 안 나왔지만, 화장실에 갔다 왔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안도가 되더군요.


화장실 다녀와서 컴퓨터앞에 멀뚱하게 앉았습니다. 학생들에게 서로 대화를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얘기를 나눌 수도 없어서 컴퓨터 스크린의 공룡만 쳐다봤어요.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계속 공룡만 나오는 거에요. 저는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서 사무실 쪽으로 갔어요. 시험관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다른 시험관이 밖에 나갔다 오더니 학교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팜 스프링 몰 절반의 전기가 나갔다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H&M과 같은 큰 상점도 잠정적으로 문을 닫았다고 하네요.

도대체 무슨 일이지? 저는 순간 상황이 위급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험관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나 봐요. 이런 경우가 10년 넘게 시험을 주관했지만 일어난 적이 없다는 말만 계속하는 거에요.


우리 학생들은 심하게 동요하기 시작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사실 초반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에 시험이 연기되기를 간절히 바랬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저 혼자가 아니었나봐요. 


사실 팜스프링에 사는 학생은 단 한 명이었어요. 나머지 20여명의 학생들은 저처럼 LA시에서 온 학생들이었고 몇 명의 학생은 불이 나고 있던 벤튜라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었는데 그 학생들은 팜스프링에 오려면 저보다 한 시간은 더 운전하고 와야 했어요. 더구나 남편과 저는 시험 끝나고 하룻밤 쉬면서 시내도 구경하고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모텔을 잡아놨지만, 다른 학생들은 시험 끝나고 집에 가야 한다고 했어요. 시험이 12시에서 4시까지였는데 저희는 50분 정도의 시험을 보다가 멈춘 후 거의 1시간을 기다린 후라 더 답답했습니다.


결국 시험관은 시험 본부에 전화를 했고 결론은 집에 가야 하는 사람은 다른 날 스케쥴을 다시 잡아서 시험을 보기로 하고

오늘 꼭 시험을 봐야 하는 사람들은 전기가 다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시험을 보기로 했어요. 백화점 안에 있는 곳이라 백화점에서도 크리스마스 대목을 위해서 한시라도 빨리 전기를 고치려고 할 것이니 오늘 안으로 시험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시험관들이 멀리서 온 학생들을 위해서 늦게 시험이 끝나더라도 기다려주겠다면서 적극적으로 기다릴 것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저에게 내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뛸 듯이 기뻤어요!!!ㅎㅎㅎㅎㅎ

페이퍼 시험이 아니라 어리둥절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는데 이게 웬 떡이란 말입니까!!!


저와 6명 정도의 학생들이 다른 날에 시험을 보기로 하고 시험장을 벗어났습니다. Barnes & Noble로 돌아가서 남편에게 전화하려고 했는데 거기도 전기가 나간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Barnes & Noble에서는 카페에서 앉아있는 것을 허용해서 저는 잡지를 보면서 남편을 기다렸어요.


우리가 시험이 끝나면 갈 곳을 보러 다니다 온 남편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왜 끝까지 남아서 시험을 안 봤냐며 뭐라고 했지만, 사실 티즈 테스트를 저처럼 5일 공부하고 시험 보는 어리석은 사람은 거의 없어요. 최소한 한 달은 시험 준비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사실 거의 5~6일 정도 공부를 했기 때문에 많이 불안했거든요. 하늘이 저에게 준 기회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시험관도 10여 년이 넘게 시험 주관을 했지만, 그날처럼 전기가 나가는 날은 처음이래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어요. 

남편과 저는 모텔에 체크인하고 제가 다음 시험을 볼 수 있는 날짜를 검색했더니 제가 가고자 하는 Cal State L.A에서 1월 6일 오전 8시에 시험이 있는 거에요!! 저는 1월 15일까지 시험을 보고 성적을 Cal State L.A에 보내면 되는데 어쩌면 1월 6일에 시험 일정이 잡혀있는지, 더구나 그곳에서 시험을 보면 Cal State학교에는 제가 따로 성적을 보낼 필요도 없거든요!!!! 환호성을 지르고 싶었답니다.


제가 시험 신청을 했던 10월에는 1월 일정이 없어서 저는 12월에 시험 보는 것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는데, 12월이 되니 2018년 3월까지 일정이 나와 있는 거에요!!! 눈물이 앞을 가리진 않았지만, 축복이 제게 쏟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좀 억울한 것 같았지만, 곧 마음을 바꿔먹고 본인이 계획한 대로 저에게 멋진 밤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해줬어요.

남편은 제 시험이 끝나는 것을 축하해주려고 여러 가지 준비를 했더라구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제가 시험 끝나고 식당에 갈 때 입을 옷까지 챙겨왔지 뭐에요!!ㅎㅎㅎ 맛있는 식당에서 비싼 음식도 사주고 등등,,,했습니다. 저는 모처럼 남편과 아무 걱정 없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저는 시험이 연기되어 너무 기쁘기도 했지만(거의 2주를 벌었잖아요!!!) 이번 일을 계기로 남편의 자상함에 다시 한번 더 감동했지요. 부부란 뭐 이런 거 아니겠어요??라는 뜬금없는 결론.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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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6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6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7-12-31 10:30   좋아요 0 | URL
정말 남편분이 너무 스윗하세요. 식당에서 입을 옷까지 챙겨오시다니....
1/6일 까지 시간을 버셨네요.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당연히!!

라로 2017-12-31 14:07   좋아요 1 | URL
그 다음 날 입을 옷도 챙겨왔어요. ㅎㅎㅎ 좀 심하죠? 이 노친네 옷을 갈아입어서 얼마나 달라 보인다고. ㅎㅎㅎㅎ
공부 할수록 어려워서 거의 포기에요. ㅠㅠ
그래도 이렇게 응원해주시니 더 열심히!!!! ㅎㅎㅎㅎ

moonnight 2018-01-02 13:58   좋아요 0 | URL
행운의 여신이 라로님께 미소를 짓네요^^

라로 2018-01-02 14:39   좋아요 0 | URL
끝까지 미소를 지어주면 좋겠는데 말이죠~~~.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