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이 나는 오늘 화학 실험시간을 끝내면서 실험물 리스트에 체크하고 사인하는 것을 잊고 도서관으로 와서 공부하다가 물품은 다 확인했으면서 리스트를 그냥 제출한 게 기억났다. ㅠㅠ
실험 점수가 그것으로 인해 깎이지 않기를 바란다. 교수님께 죄송하다는 이메일을 보낼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학교 웹사이트에서 교수님 스케쥴을 확인해보니 내일 오전 9시 10분에 수업이 있으시다. 쪽팔리지만 어쩔 수 없이 찾아가서 사과하고 사인하고 와야지.
나는 왜 이렇게 덤벙거리는지,,,나이가 들어도 고쳐지지 않네.
간호사가 되려면 덤벙거리는 버릇은 당장 버려야 하는데...휴
이 글의 제목인 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은 영화 버드맨의 또다른 제목이다.
Birdman or (The Unexpected Virtue of Ignorance)
오늘 남편과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마이클 키튼에 대한 얘기를 잠깐 했었다.
자연히 버드맨 영화가 생각이 났고, 프레이야 님은 어떻게 그 영화를 봤을까 궁금해서
프레이야 님의 고마워 영화를 집어들었다.
버드맨만 읽어야지 하고 펼쳤다가 이 글을 쓴다.^^;;
첫 문장은
내가 좋아할 영화라는 벗의 권유로 만난 영화다. -p. 63
내 기억이 나쁘니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어쩐지 저 벗은 나 같으다!!
내 기억만 믿고 그 벗이 나라 믿으며 갑자기 막 감동!!!ㅠㅠ
나는 버드맨을 남편과 함께 보고 너무 좋았어서 카톡으로 꼭 보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맞나요??ㅎㅎㅎㅎㅎ
분명 프레이야 님은 이 영화를 한번 봤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잘 기억할까? 물론 대사는 검색했겠지만!
다시한번 더 그녀의 능력에 감동하며 읽기 시작했다.
이냐리투 감독이 레이먼드 카버를 좋아한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비평가의 평을 찾아 읽으니
이냐리투 감독은 Raymond Carver의 단편소설인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을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프레이야님도 그녀의 글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글을 인용했구나. 끄덕끄덕
프레이야 님은 영화 한편을 봐도 그냥 보지 않는구나 다시 느껴진다.
한 편의 영화를 위해 나름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을까!
그녀의 글을 읽으니 내 나쁜 기억에도 버드맨의 장면 장면이 다시 떠오른다.
프레이야 님의 글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버드맨과 레이먼드 카버의 글을 연결짓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에서 힌트로 배우역의 리건이 그가 고등학생 시절 하던 연극을 레이먼드 카버가 보고
냅킨에 써줬다는 글을 간직하는 것을 봤으면서도,,,
Thank you for the honest performance.
-p. 65
이제 감독이 레이먼드 카버의 글을 영화로 각색해서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 이 시점에도
감독은 굉장히 위험한 시도를 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기괴하게 어울린다고나 할까?
카버의 미니멀리즘과 이냐리투 감독의 맥시멀리즘의 부조화같은 조화라고나 할까?
사람들은 컴백스토리를 좋아한다고 한다. (Everyone loves a comeback story.)
그런데 이냐리투 감독은 컴백스토리를 색다르게 그려냈다.
마지막 장면에 리건의 화장대 거울에 조그맣게 붙어있던 글이 떠오른다.(물론 기억이 났다는 게 아니라 찾아;)
“A thing is a thing not what is said of that thing.”
조금은 거트루드 스타인 삘이 나기도 하고 아니면 칸트를 후지게 번역한 글 같기도 하지만,
수잔 손택에서 나온 것 같다는 건?
내가 본 영화에 대한 글을 나처럼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솔직히 내가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가 더 기대된다.
이주 일만 참자!!
P.S. 버드맨을 찾아 읽은 건 연상작용의 결과.
1. 남편과 만나서 점심을 먹었고
2. 마이클 키튼에 대한 얘기를 잠시 했고
3. 남편의 생일 카드를 샀고
4. 남편이 우리집 배트맨이라는 얘기를 했고
5. 마이클 키튼은 배트맨 역할을 했었고
6. 그리고 버드맨을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