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살만하다. 이틀 동안 강행군을 했는데 오늘 B그룹의 리드인 에드워드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그래도 나보다 어리다;;;) 중간중간 여러 번 쉬게 해 주었다는. 오늘만 같다면 이 일도 할 만한데,,, 어제 리드였던 다이앤은 정말 못.됐.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 한다고 신입한테 너무 심한 듯,, 더구나 사람들 들으라고 욕이나 하고 말이지(나에게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질을 못 이겨 하는 그런 욕). 에드워드도 가끔 욕을 하긴 했지만, 자기 실수를 책망하는 수준의 욕. 


Robert Wyatt - Rock Bottom (Full Album 1974)


2. 저녁 식사 시간에 나는 Maryline이라는 예쁜 이름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눈을 한 분의 저녁 시중을 들었다. 스스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먹여줘야 했는데,,,나는 그분이 아주 어렵게 땡큐라고 할 때마다 눈물이 나는 것을 참느라 혼났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던데 그분의 눈은 정말 맑은 창 같았다. 레지던트 들은 거의 음식을 남기는데 오늘 Maryline은 음식을 다 먹고 디저트까지 먹었다. 레지던트들이 곧 죽을 것 같은 신호는 먹지 않기 시작할 때부터라고 한다. 어제 유진이라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분이 며칠째 먹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분이 곧 돌아가실 것을 예감했는데 어제 돌아가신 것이다. 


한화순 님이 쓴 [간호사, 너 자신이 되라]를 읽기 시작했다. 

나에게 어떻게 예치금이 있는 지 기억이 안 나지만, 11000원 정도가 있기에 그것을 사용해서 eBook을 샀다. 알하러 가기 전에 읽기 시작했는데, 1장인 간호 대학생 밑에 소제목의 <공부 다시 시작이다>를 읽는데 이런 부분이 나온다. 

중환자실 실습 도중 환자의 사망을 목격한 일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에는 커다란 충격을 받아 무섭기도 하고 삶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날 번민하면서 "과연 내가 간호사를 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충격과 번민을 떨치고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인내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학업에 전념하며, 하루하루 간호사의 미래만을 꿈꾼 결과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가 있었습니다. p.27

한화순 님이 쓴 글이 가까운 내 미래의 모습이겠지. 그래도 난 엄마의 임종을 봤기 때문에 그렇게 충격적이거나 무섭지는 않을 거야. Marylin은 식사를 잘 하셔서 좀 오래 버텨주시면 좋겠다. 트레이닝을 받는 주제에 벌써 레지던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으니,,,쯧쯧쯧 



3. Geo. 여기 썬에 상주하는 therapy dog의 이름이다. 지오는 이제 4살이 되었다고 하는데 최고의 therapy dog이라고 한다. 짓지도 않고, 레지던트들의 무릎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내려오고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레지던트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는 개. 어떤 사람들보다 낫다는. 월급도 받지 않고 일(?)을 하는 지오. 나는 지오와 마주칠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데 녀석은 나를 보고도 아는 체도 안 한다는. 지오는 레지던트들에게 뿐 아니라 우리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음의 평안을 선사해 주는 것 같다.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만나고 싶은 개이다.


4. 내일부터 학교가 드디어 마침내 시작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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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8-2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잡았네요. 여기서 Rock Bottom 을 들을 수 있다니... 아, 이 앨범 제 취향이네요...




참 대단하세요. 살짝 감동하고 갑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는 걸 두려워하는데 라로 님은 무진장 씩씩한 편인 것 같습니다..ㅎㅎㅎ


라로 2017-08-31 05:20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ㅎ 역시 곰발님!! 단어 선택하시는 게 완전 제 취향이잖아요!!!😍

저는 무진장 씩씩한 녀자 맞아요~~~ㅎㅎㅎㅎ

2017-08-28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31 0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syche 2017-08-29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제는 좀 나았다니 다행이에요!
Geo 를 보니 저희집 엔양이 그 떼라피 독 볼런티어 하고 싶어서 루이 데리고 다니면서 교육했던 생각이 나네요. 클래스 듣고 시험도 패스하고 했는데 정작 병원에 가서 패스를 못했어요. 루이 녀석이 겁이 너무 많아서 모르는 사람들 있는데 가면 주인한테만 붙어있는 바람에... 열심히 데리고다니면서 교육시켰던 엔양이 너무 속상했었죠.

라로 2017-08-31 05:28   좋아요 0 | URL
엔양은 정말 너무 이쁘고 대견해서 수양딸 삼고 싶어요~~~~ㅎㅎㅎㅎㅎ(며느리는 진즉 포기;;;)
루이의 심정 이해가 되어요. 사실 떼라피 독이 된다는 거 개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신나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 루이가 영리한 것이죠!!!
저는 갑자기 학기 초에 수업이 결강이 되어 도서관에서 북플에 왔어요. ㅎㅎㅎㅎㅎ 온 김에 글 하나 올리고 다시 열공해야겠어요!!ㅎㅎ

psyche 2017-08-31 07:38   좋아요 0 | URL
병원에서는 어드밴스드 클래스도 듣고, 낯선 사람들을 더 많이 접하는 경험을 쌓은 후에 다시 시험 보라고 했었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니 루이의 성정이 겁이 많고 낯선 곳을 싫어하는 아이인데 (사람은 낯선 사람도 잘 따르고 좋아하지만) 떼라피 독이 되는게 얘한테 너무 스트레스가 되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엔양이 포기했답니다.
수업이 예상치않게 결강될때의 기쁨이란!! ㅎㅎ 그 시간 잘 보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