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tations - My Girl


오늘부터 job shadowing을 시작했다. 나는 MA 자격증이 있는 썬에서 일한 지 1년이 갓 넘은 20살 된 아가씨의 shadowing을 하게 되었다. 한달 훈련 기간 동안 resident(썬에서 지내는 노인들을 그렇게 부른다)의 몸에 손을 대거나 휠체어를 밀어도 안 되지만, 카산드라는 나에게 이것저것을 시켰다. 나는 군소리 없이 하라는 대로 다 했다. 일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shadowing을 하니까 휠체어 밀어주고, 카산드라가 하는 것 지켜보고, 쓰레기통 비워주는 것이 다이지만,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잡아주고 일으켜 세울 것이 염려된다. 같이 넘어질까 봐...  


카산드라는 힘도 좋고, 성격도 좋고, 먹는 것도 잘 먹고, 인물도 시원스럽게 잘 생긴 아가씨다. 내 나이 반도 안 되는 사람과 일을 하니 불편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래도 존칭어가 없는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내 나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내가 마주 보는 카산드라의 나이로 나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암튼, 첫날이라 만나는 직원마다 인사를 했는데, 그중 조셉이라는 직원은 아무리 봐도 게이 같아 보인다. 아니, 게이보다 하는 행동은 트렌스젠더 같다는. 다리를 비비 꼬면서 걷는 것이며, 말하면서 손을 들며 애교를 부리듯 때리는 시늉을 하는 것이. 그런데 이 친구가 한국 사람을 좋아한단다. 처음에 나를 보고 "홍대, 수원"이라는 말을 해서 놀랐다는. 언젠가 꼭 한국에 가고 싶다는 조셉은 홍대를 제일 먼저 찾아갈 것 같다. 그런데 '수원'이 요즘 외국인 사이에서 뜨고 있나??


저녁 시간, 레지던트들의 식사가 끝난 후 카산드라, 나, 그리고 조셉 이렇게 셋이서 식사를 했다. 모든 직원이 함께 식사할 수 없는 환경이라 3명씩 식사를 하는 것 같다. 식사하면서 내가 카산드라에게 내 딸 같은 나이인데 너는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니 옆에서 듣고 있던 조셉이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물어본다. 내가 카산드라의 두 배가 넘는 나이라고 하니 깜짝 놀라면서 37살인 줄 알았단다. 아마도 육체적인 고생을 별로 안 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고생은 사서 하는 고생이니, 기꺼운 마음으로 하자.


레지던트의 하루는 아침 7시 기상으로 시작한다. 나는 오후 시프트라 2시에서 밤 10시까지 일을 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이 되었다. 더구나 주중에는 수업이 다 차 있어서 일을 할 수 없고 토요일, 일요일에만 일하기로 했다. 내가 일을 하는 2시부터 10시까지는 오전 시프트보다 덜 바쁘고 여유 있단다. 다행이다. 레지던트들은 이미 점심을 먹은 후라 휴식을 취하거나, 오후에 마련된 활동에 참여하는데 오늘 활동은 콘서트 참여하는 것이었다. 내일은 루아우 파티가 있다고 썬의 유니폼인 하얀 티셔츠에 카키 바지가 아닌 루아우 옷을 입고 오라고 했다. 루아우 옷이라고 하면 하와이 전통 꽃문양 비슷한 게 들어간 옷을 입으라는 것인데 대강 이런 것이다. 

꽃과 이파리가 들어간 옷을 입으면 되는데 나는 입고 갈 것이 없다. 잔잔한 무늬가 들어간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가야 할 것 같다는. 아무튼, 루아우는 내일 오후 레지던트들의 가족들을 초대해서 하는 활동이라고 하니 많은 사람이 참석할 것 같다.


오늘 활동에는 아마추어 가수가 와서 한 시간 동안 노래를 불러주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공연을 하는 사람인데 못하는 노래가 없다. 앰프로 반주를 틀고 자신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데 쫌 감동했다. 아마추어도 저렇게 잘하는구나,,,뭐 그런. 그 남자는 레지던트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불러주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주로 불렀고, 비틀즈, 닐 다이아몬드 등등 60~80년대 유행하던 노래들을 불러주었다. 대부분의 레지던트들이 거동이 불편해서 휠체어에 앉아서 노래를 듣는데, 얼마나 신나하던지!!! 그중 모타운음악으로 유명한 Temptations 의 My Girl을 부를 때는 아련함에 눈물이 번지는 듯. 나도 이 노래를 들으며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했다. 이제는 영원한 My Girl이 된 나의 엄마.


삶은 언제까지 의미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는 하루였다. 스스로 옷도 입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세수며 기타 가장 기본적인 생활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과연 생은 의미가 있을까? 아직 그런 상태가 아니라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오늘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사람들 곁에서 시중을 들면서 삶은 누구에게든, 어떤 상황이든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올리브가 아직 이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한 것처럼, 거의 모든 사람은 구차하게 생명을 유지하더라도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을....


올리브 키터리지의 마지막 장인 'River'에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어떻게 나이 든 사람들의 심리 표현을 그렇게 잘 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오늘 콘서트를 보는 레지던트들을 보며) 이 소설이 표현한 늙은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아주 옳다고 느꼈는데 그녀의 HBO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끄덕끄덕.


HBO

What made you want to focus on the latter half of Olive’s life?


ELIZABETH STROUT

I got a gerontology certificate a million years ago along with my law degree, so I’ve been interested in older people for many years. Some people grow up with a lot of kids around, but I just grew up with a lot of old people. [Laughs.] I grew up on a dirt road in Maine and pretty much everybody on that dirt road was related to me and they were old. And so grumpy. My Aunt Polly -- she taught third grade all her life and never had any kids -- she used to sit and watch ‘Perry Mason.’ I’d walk in and she’d stick her tongue out at me -- her tongue! I’d go to the house up the road and invariably somebody would be there saying, “Well, I hope I die soon.” [Laughs.] I think my interest [in the elderly] came from a sense of responsibility that I had to make people feel better. It’s the only reason I can come up with. People often wonder if Olive is my mother, but she’s just a compilation of a whole bunch of people. And she’s partly me, of course.

우리가 올리브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 안에 우리 각자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지. 물론 나의 모습도.

Temptations의 My Girl을 들으며 바라본 레지던트들의 표정은 나에게 올리브 키터리지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어주는 것 같았다.

What young people didn't know, she thought, lying down beside this man, his hand on her shoulder, her arm; oh what young people did not know. They did not know that lumpy, aged, and wrinkled bodies were as needy as their own young, firm ones, that love was not to be tossed away carelessly, as if it were a tart on a platter with others that got passed around again. No, if love was available, one chose it, or didn't choose it. p.270


OLIVE KITTERIDGE BY ELIZABETH STR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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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2017-08-27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지던트ㅡ 인턴과정 의사가 생각나네요 ㅋㅋ 한국에서 실전에는 ‘어르신‘ 복지이론은 ‘클라이언트(client)‘라고...함다
마걸(my girl)하니 마대걸래가 생각납니다 ‘아재개그‘ ㅋㅅㅋ

☄‘아련함에 눈물이 번지는 듯‘에 함께 마음이 찡해집니다😢

강남보다 수원이군요 ㅋ ㅋ

p.s: 번호가 없으니 덧글이 두서가 없네요 ㅋ 토,일에 시험 6과목(인터넷으로) 봐야하는데 1과목만 보고 이리 놀고 있네요 ㅠ ㅠ 일요일에 저 죽었습니다😫
LA 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요?ㅋㅁㅋ(현재 토요일 오전 8시)

라로 2017-08-27 16:02   좋아요 0 | URL
레지던트는 그런 의미도 있지만, 한 곳에 오래 거주하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해요. 제가 일하는 곳은 가정집 환경을 내세우는 곳이라 그 집에 산다는 의미로 레지던트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는 너무 사무적으로 들리네요,,,ㅎㅎㅎ

아짐이라 아재개그 전혀 이해못하고 있어요~~~.ㅠㅠ

나이가 들면 모든 게 아련하고 찡하게 되는 것 같아요. 파란하늘님은 아직 젊으시니,,,,

그런가봐요,,,수원이 왜???그런 생각이 들었어요,,,ㅎㅎㅎ

시험은 잘 보셨나요??? 워낙 야무지신 분이시니 잘 하셨을 것 같은데요??? 엄살부리시는 거죠???ㅎㅎㅎ

psyche 2017-08-2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 날라갔어요. 긴 댓글. ㅜㅜ 또 날릴까봐 이번에는 간단하게...
라로님 일 시작하셨군요.화이팅! 체력적으로도 아무문제 없으시도록 힘 불어넣어드립니다. 얍!!

라로 2017-08-27 16:03   좋아요 0 | URL
ㅠㅠ 북플은 왜 프시케 님의 댓글만 잡아 먹을까요????????왜?????????
너무 맛있나봐요~~~.ㅎㅎㅎㅎㅎ
시작했는데,,어제보다 오늘 더 힘든데,,,내일 일이 잡혀있는데,,,무서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