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 아들들의 학교가 개학을 했다. 같은 캘리포니아주라고 하더라도 학교 구역마다 개학일이 다른데 우리가 사는 school district의 개학은 오늘이다. 여름 방학이 너무 기니까 거의 하루 종일 같이 지내고 삼시세끼 해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더구나 녀석들 호시탐탐 게임만 하려고 하고!!ㅠㅠ 그래도 방학 후 한 달간 해든이가 여행을 갔어서 참 좋았다는 것은 안 비밀.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주기 전에는 무척 신나하면서 고분고분 하라는대로 하던 녀석이 학교 가서는 말을 안 듣고 고집을 부렸다. 사진 찍는 거 창피하다고. 하지만 나는 나대로 아이의 교문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목적이 있다. 나는 아이들이 킨더가든부터 졸업할때까지 교실 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게 내 전통인데 녀석이 거부한다. 그래도 나는 찍었다, 아이가 무서운 표정 짓거나 말거나.
나는 아직 방학이라 방과후에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상급학년 시간이 아닌 저학년 시간에 간 거다. 엄마들이 아이들보다 더 많은 것 같고 아이들보다 더 시끄럽;;;; 아이 데리러 학교 간 것이 천만년 만이라고 하더라도 그렇지,,,나도 저렇게 시끄러웠나??
암튼 녀석이 친구하고 즐겁게 나오길래 친구들과 사진도 찰칵찰칵. 아침엔 젤까지 발라서 매끈하게 빗어넘긴 머리가 다 헝클어지고 신발은 끈이 둘 다 풀어지고,,, 이 엄마가 사무치게 보고싶어 한 건 맞지만, 넘어지면 어쩌려고 끈도 안 묶고!!
아이와 집에 오면서 이것저것 어땠는지 물어봤다. 아이는 오늘 학교에서 인간의 몸에 대해서 배웠다고 하는데 특히 눈에 대해서 배웠단다. 자기는 이미 다 아는 것이긴 했지만, 선생님이 비디오를 보여줬는데 거기서 눈 알을 지르는 것을 보여주었을 때 아이들이 징그럽다고 소리지르고 난리 부르스를 추었다고. 하지만 자기는 하나도 안 징그러웠다고. 진심???
그리고 오늘은 자기의 숙제는 없지만, 엄마의 숙제가 있단다. 뭐냐니까 자기에 대한 글을 써야한다며 잘 할 수 있지 엄마? 뭐 너에 대하서라면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니 고럼고럼. 그리고는 선생님이 앞으로 매일 하루에 20분씩 책을 읽으라고 하셨단다. 그 말을 듣자마자 한국인 엄마인,
나: 겨우 20분? 안돼, 너는 40분씩 읽어!˝ 그랬더니
해든이: 엄마 불평하지 마세요. 이미 선생님이 그렇게 규칙을 정한 거에요.
나: 그게 왜 규칙이야?? 그리고 무슨 규칙이 그렇게 초라하니? 한시간도 아니고 20분!!!
해든: 엄마는 지금 계속 불평을 하고 있어요.
나: 내가? 내가 언제??? 나 불평하는 거 아니고 너에게 그건 너무 약소하다고 말하는 거야. 넌 이제 4학년이잖아. 4학년이면 형아인데. 형아라면 적어도 하루에 한시간씩 책을 읽어야지.
해든: 엄마는 계속 불평을 하고 있어요. 불평의 사전적 의미가 뭔지 알아요?
나: 뭔데?
해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요구하는 것을 하게 하는 것이요!! 선생님이 이미 20분씩이라고 결정 했는데 엄마가 선생님 의견에 만족하지 않고 엄마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하잖아요.
나: 그런 엉터리가 어딨어. 만족은 안하지만 불평은 아니야. 그래서 40분씩 읽겠다는 거야 뭐야???
해든: (한숨 푹 쉬고) 알았어요. 한시간씩 읽으면 되나요? 그럼 엄마는 행복하겠어여??

그렇게 우겨서 해든이는 오늘 책을 한 시간이 넘게 읽었고, 지금도 내 옆에서 책을 읽고 있다는. 읽고 있는 책은 goosebumps 시리즈 중 하나인 most wanted series 4.

그런 후 찾아 본 사전적 의미의 complain : Express dissatisfaction or annoyance about something. (옥스퍼드 사전에서 찾음)
만족 못해서 표현하는 거네. ㅎㅎㅎㅎㅎㅎ

첫번째 사진에서 가운데 있는 아이의 이름은 Cameron 이라는 아이인데 해든이 만화책의 팬으로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그 친구가 비즈니스 데이에 해든이가 그린 만화책을 다 샀다는). 그리고 오른쪽 아이는 동네 절친 Miles.
N군이 오늘 개학이라고 요청한 연어구이. 양념은 간장과 생강, 그리고 maple syrup. 맛술이 없어서 안 넣었는데도 맛있었다는. 옆 샐러드는 케일, snap peas, 당근 샐러드. 원래 여기에 소바를 삶아서 넣어야 하는데 사러가기 귀찮아서 패스. 나는 요리도 잘하는 것 같아~~~~ㅋ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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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8-17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다다음주에 개학인데 그저 부럽습니다~~~
해든이가 너무 똘똘한거 같아요. 불평의 사전적 의미라니. 따질거 다 따지면서도 엄마말 들어주는 이쁜 녀석. 귀염둥이 늦둥이 티가 팍팍 나요! ㅎㅎ

라로 2017-08-18 02:09   좋아요 0 | URL
다다음주면 좀 더 인내하셔야겠어요~~~~ㅋㅎㅎㅎ 하지만 거긴 그만큼 늦게 방학을 시작했으니까. ㅎㅎㅎ
해든이가 말이 너무 늦고 발음(한국어)도 안 좋았어서 걱정 진짜 많이 했었어요. 혹시?? 이러면서. 그런데 제 친정 어머니가 아이가 말이 늦은 이유가 다른 사람을 얘기를 잘 들어서 비교분석 하고 있는 거니까 걱정 말라고 하시더군요. 거기까지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이제는 따박따박 할 얘기는 다 하네요. 엄마 말 들어주기는 언제까지 갈까요??? 엠군이랑 비슷하니까 엠군이 안 들어주기 시작할 때가 해든이도 그렇게 될 거라는 것이겠죠!! 얼마 안 남았을테니 그동안은 엄마 말 다 듣게 하려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