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요하네의 우산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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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의 제목은 김살로메 작가님의 소설 중 단편 「왼손엔 달강꽃」에 작가가 인용한 글에서 가져왔다. p.217에 여자(한지 인형 제작자)가 여자의 송덕봉 여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의 제목으로 별도로 생각해 두었다는 '어찌 책에만!'을 '어찌 소설에만!'으로 살짝 바꿨다. 

2006년 12월에 처음 알라딘을 시작한 이후로 맘먹고 쓰는 리뷰는 김 살로메 작가님의 『라요하네의 우산』이 두 번째이다.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그만큼 나는 리뷰를 안 쓰는 사람이고 쓸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우정에 기대어 리뷰에 다시 도전해 보고자 한다.


나는 소설을 모른다. 그래서 그럴까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읽는 소설이라고는 주로 추리소설. ^^;; 그러니 작품성을 알지도 못하지만,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작가 김살로메도 그런 얘기를 소설을 통해서 한다. 「누가 빈지를 잠갔나」라는 글의 시작 부분은 이렇다.

소설이 무엇일까. 여전히 모르겠다. 확실한 건 좋은 소설을 만나면 내가 쓰는 게 소설이 되려면 멀었구나, 하는 자괴감이 인다는 것. 좋은 소설이란 이야기 안에 서늘한 진실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나쁜 소설이란? 이야기 안에 작가의 자기 합리화가 들어간다. 그래서일까? 나는 일인칭 시점 소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삼인칭 소설을 표방하지만 작가의 자의식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무늬만 삼인칭인 소설 역시 그다지 믿지 않는다. 그렇다. 그것들은 자기 연민이며 자기방어의 소산물이다.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요즘 세상에 내레이션을 맡은 화자의 진술이 얼마나 진부하며 자기기만을 일삼는지를 자주 보아왔다. 중립을 가장한 채 자기연민에는 당위성을 끌어다 붙이고, 타자를 향한 시선에는 근거 없이 객관적인 척하는 기만. 

p.186-187

그녀의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김살로메 님의 라요하네의 우산』소설집은 나쁜 소설이 아니라 좋은 소설이다. 이 소설 속엔 작가의 합리화가 들어있지 않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별 5개로서는 그녀의 그 수많은 새벽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없겠지만, 작가님의 그 수많은 분투의 날들에 대한 조그만 나의 응원이다. 


첫 번째 소설인 「알비노의 항아리」를 시작으로 좀 믿기지 않아서 어이가 없는 내용이 다른 소설에도 계속 이어진다. 알비노증을 앓고 있는 며느리에게 소설 속 시어머니는 결혼 전부터 자신의 아픈 남편에게 효험이 있을 것이라 굳게 믿으며 며느리가 될 여자의 경혈을 원한다. 결혼 후에는 그녀의 소변을 요구하는 무식하고 막무가내인 시어머니. 김작가의 소설엔 이런 인물들이 몇 더 나온다. 작가가 '엽기 행각'을 일삼는 시아버지라고 표현한 것처럼 「피의 일요일」의 시아버지는 며느리를 '야'라고 부르고, 며느리 방을 노크도 없이 확 열어버리는! 설마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그런 사람들이. 「강 건너 데이지」에 나오는 여자의 엄마는 또 어떤가! 아무리 원하지 않는 아이를 더구나 고물상 옆에서 낳았다고 해도 그녀의 모성은 무늬만 엄마인 나에게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살로메 작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미운데도 그 이상으로 증오하게 되지 않았다. 아마도 작가가 인물에 자신의 합리화를 시키지 않고 자기기만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김살로메 작가의 해설을 해주신 박상준 교수님의 글처럼 김살로메 님의 라요하네의 우산』소설집은 그야말로 판타스마고리아의 향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스페인어로는 fantasmagoría, 영어로는 phantasmagoria인 이 단어의 영어 뜻은 ‘a sequence of real or imaginary images like those seen in a dream.’으로 ‘꿈에서 본 것과 같은 실제 또는 상상적인 이미지의 연속’이라는 의미 정도가 될텐데 어원은 불어라고 한다. 박교수님은 김작가가 자유자재로 다양한 인물상을 그려내고 상황을 전개하는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하고자 하신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적절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내 자신도 보통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이나 상황 설정은 내가 감당하기에도 벅찬 경우가 많았다. 「암흑식당」의소재는 어떤가! 내가 너무 좋아해서 아이튠즈에서 구매한 뒤 아주아주 가끔 보는 영화 《About Time》의 두 주인공은 〈Dans Le Noir〉라는 Blind 식당에서 Blind date으로 처음 만난다는 신선한 설정이었다.〈Dans Le Noir〉를 영어로 하자면 In the dark가 되겠고 한국어로는 '어둠속에서’ 쯤 될 그런 식당이름인데 작가가 소설 속에서 사용한 상상의 파리의 식당은 '뒤땅 뻬르디’ 이고(어쩌면 상상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런 것이 이 책의 함정이다. 상상 같은데 상상이 아닌듯.  소설의 제목인 ‘라요하네’라는 곳도 상상의 도시인지 현실의 도시인지 모르게끔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것) 그녀가 한국에 만든 식당의 이름은 '암흑식당’! 그 암흑식당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내가 영화를 보며 느꼈던 사랑스런 느낌은 싹 어디로 사라지고 이제는 김작가의 암흑식당 이미지가 더 크게 자리를 잡았다. 작가는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그녀의 상상력은 거침이 없다.


라요하네의 우산』소설집을 읽으며 느낀 또 다른 사항은 그녀의 끊임없는 노력이다. 각 소설을 쓰기 위해서 조사하고 공부하고 분투한 것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양한 의학용어도 그렇고, 1984년 6월 22일 듀란듀란의 <더 리플렉스>가 빌보드 차트 넘버원이었다던지, 송덕봉 여사와 미암 유희춘의 이야기, 세탁선 등등 이 책에는 그냥 쉽게 얻어진 것은 없을 것 같은 내용이 빼곡하다. 작가가 글을 쓰려면 그정도의 공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적재적소에 그 내용을 넣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오로지 작가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많은 독자가 얘기한 것처럼 이 책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 하지만 사회적인 입장으로 봤을 때 누구도 갑이 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박교수님은 
김살로메가 그리는 인물들은 대체로 우리 사회의 주변인들이자 삶의 저변을 이루는 인간들이다.(중략) 작품이 재현하는 현실 또한 풍성한 양상을 보인다.(중략)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들이 대체로 사회의 이면이나 기층에 해당함은 물론인데, 바로 이렇게 사회의 저변을 두루 형상화하는 것이  라요하네의 우산』의 특징이다. 
p.305
이러한 내용을 작가는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모든 판단을 독자에게 일임한 채. 그래서 나는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읽어낼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읽어내기를 바라는 것이 어쩌면 작가의 의도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2004년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었으면서도 12년 만에 첫 단편집을 낸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이 간다. 그 작가를 개인적으로 몇 번 만나고 카톡을 주고받고, 서로 생일을 축하해주는 사이라서가 아니라 오롯이 이 책의 시작부터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읽으며 작가의 진중함과 치열한 작가의식이 내 등을 서늘하게 해주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책은 좋은 소설이다. 첫 소설집이라고 하지만 아마추어 냄새가 나지 않는 김살로메 작가님은 첫 산고를 시작으로 계속 좋은 작품에 정진해서 너무 오래 독자들을 기다리지 않게 해주시길 바란다. 또한, 김살로메 작가님의 역량을 어찌 소설에만 한정시킬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 리뷰의 제목을 ‘어찌 소설에만!’이라고 한 것이다. 

소설에 등장했던 듀란듀란의 The Ref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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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an Duran - The Reflex

You've gone too far this time

And I'm dancing on the valentine

I tell you somebody's fooling around

With my chances on the danger line

I'll cross that bridge when I find it

Another day

To make my stand, oh oh

High time is no time for deciding

If I should find a helping hand, oh oh

Why don't you use it?

Try not to bruise it?

Buy time don't lose it

Why don't you use it?

Try not to bruise it?

Buy time don't lose it

The reflex is a lonely child

Who's waiting by the park

The reflex is a door to finding

Treasure in the dark

And watching over lucky clover

Isn't that bizarre

Every little thing the reflex does

Leaves you answered with a question mark

I'm on a ride and I want to get off

But they won't slow down the round-about

I sold the radio and TV set

Don't want to be around when this gets out

So why don't you use it?

Try not to bruise it?

Buy time don't lose it

Why don't you use it?

Try not to bruise it?

Buy time don't lose it

The reflex is a lonely child

Who's waiting in the park

The reflex is a door to finding

Treasure in the dark

And watching over lucky clover

Isn't that bizarre

Every little thing the reflex does

Leaves you answered with a question mark

So why don't you use it?

Try not to bruise it?

Buy time don't loose it

Why don't you use it?

Try not to bruise it?

Buy time don't lose it

The reflex is a lonely child

Who's waiting by the park

The reflex is a door to finding

Treasure in the dark

And watching over lucky clover

Isn't that bizarre

Every little thing the reflex does

Leaves you answered with a question mark

Oh the reflex what a game 

He's hiding all the cards

The reflex is in charge of finding

Treasure in the dark

And watching over lucky clover

Isn't that bizarre

Every little thing the reflex do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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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쇄를 찍으시는데 조그마한 도움이 되고자 조심스레 몇 가지 독자로서의 의견을 냅니다.

1. 처음 암흑식당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었다'는 표현이 p.43과 46에 두번이나 나와서 처음엔 작가가 의도한 것인가? 생각했는데 다른 소설에도 계속 거의 같은 문장이 반복되는 것이 있어서 좀 다르게 변경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도 글을 잘 쓰진 못하지만 미국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 강조하는 것이 동의어 반복을 피하라는 건데 한 소설에 여러 번 있으니 한 문장은 다른 표현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아요. 왼손에 달강꽃은 '오방색'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니까 243페이지에 있는 것이라도 빼면 어떨까 해서요. 근데 이건 완전 제 생각이니 무시하셔도 됩니다.

암흑식당 - p. 43, 46; 47, 49
라요하네의 우산 - 82, 94
귀휴 - 106, 112
피의 일요일 - 142, 145
왼손엔 달강꽃 - 243


2. 여긴 좀 더 정확한 정보가 맞는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피의 일요일 - 133하고 134에는 남편이 출장을 가고 하루하루 돌아오기를 기다린다고 이해한 것 같은데 139에 남편이 돌아오는 밤까지 유를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하고, 155에도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고 나오는 게 연결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제 이해력 부족같은데 읽다가 출장 간 사람이 사건이 발생한 밤에 오나? 이해가 잘 안되더라구요.^^;;

강 건너 데이지 - 161페이지에서는 존 테일러의 브로마이드는 당시 여성 잡지 부록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품목이었다'고 하셨는데 여성잡지가 아니라 여학생들이 보던 잡지에 더 인기가 있었는데요. 하이틴, 여학생 등과 같은 잡지의 브로마이드로 많이 나왔어요. 제가 공부나 소설책은 안 읽었지만 잡지를 좋아하던 사람이라..
그리고 181페이지는 여자가 말라비틀어진 족발을 집어던질 때 발 빠른 고양이가 창밖을 지나가기만 바랐다는 부분은 그 전에 언급이 되기도 했지만 이 부분에서는 좀 의도된 문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공이 그런 일을 당하고 이전에 했던 생각을 할 여유가 있었을지?? 이것도 제 개인적인 생각~~^^;;;

아폴로를 씹었어 - 아폴로를 과자라고 표현하셨는데 과자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밀가루나 쌀가루 등에 설탕, 우유 따위를 섞어 굽거나 기름에 튀겨서 만든 음식. 주로 간식으로 먹는다.'라고 나와 있는데 저도 추억의 음식이라 많이 먹어봤는데 그건 굽거나 튀긴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과자라는 단어는 안맞는 것 같아요.

아빠는 시인이다 - 291페이지의 아빠가 폭발하면서 하는 말 중에 명물 선배에게 '...말란 말예요. 지긋지긋해요.'이런 말투는 여자들이 사용하는 것 같을 뿐아니라 그 말을 한 뒤 술상을 엎어 버리기 때문에 좀 더 과격해야 할 것 같아요. 읽다가 약간 어색했어요. ^^;;


3. 오타(?)
88- 초콜릿 간식을 나눠준다든가 사소한 것에서부터 (오타는 아닌데 어감이 좀 이상해서요)
152 - 외출을 했다 돌아온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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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7-29 15:33   좋아요 0 | URL
저는 조심스러워하는 서사보다는 어느 지점에서 막가는 서사를 좋아하는데(예를 들면 기리노 나쓰오 같은... ) 이 작가분도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좋은 의미로다가...

라로 2017-07-29 15:54   좋아요 0 | URL
무슨 의미인지 팍 이해합니다.
곰발님도 책 내셔야지요?? 기대하고 있는데!! 그러면 제가 제 세 번째 리뷰를 쓰겠습니다!!!ㅎㅎㅎㅎ
(리뷰를 안쓴 건 아닌데,,맘먹고 리뷰 쓰는게 그렇다는 의미;;;;)

프레이야 2017-07-29 16:55   좋아요 0 | URL
헉. 누군가 했어요 ㅠ 시아님인거에요.
변신모드로 깜짝이야 했어요 ㅎㅎ

라로 2017-07-30 00:59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ㅎㅎ그랬구나~~~ 뭐 저야 늘 변신모드~~~🤗

다크아이즈 2017-07-29 17:41   좋아요 0 | URL
와웅 감사합니다 애정 담뿍 담긴 진솔한 리뷰에 감사와 반성을 동시에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꽃길 응원합니다♡

라로 2017-07-30 01:01   좋아요 0 | URL
제가 더 감사해요!! 늘 이렇게 응원해주시니 든든해요!! 꽃길~~~~ㅎㅎㅎ 언니의 꽃길도 응원합니다!! 저보다는 언니가 꽃길 걷게 되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