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上加霜은 잘 알려진 한자라 더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요즘 해든이에게 일어나는 일은 좀 앞서가는 느낌이 있더라도 설상가상이라는 한자를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골랐는데 다른 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한다니 딱인 듯.ㅎㅎ
지난주 금요일, 2월 6일, 해든이는 친구네 집에 발렌타인 파티에 초대되어 갔었다. 해든이와 같은 반 아이인 해리슨이라는 아이 집에서 수영장 파티를 하는데 수영장 물을 데워서 아이들이 춥지 않게 수영을 하는 파티였다. 그날 퇴근을 하고 집에 오니 아이가 혼자서 레고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이 곁에 가서 앉으며, '오늘 파티 재밌었어?"라고 물어보니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서 최대한 감정을 실어서 하는 말이, '엄마, 나 오늘 어떤 아저씨가 내 생명을 구해줬어요."라는 거다. 깜짝 놀라서 아니 그게 무슨 말이니? 사실 그 전에 남편에게 문자를 받아서 해든이가 잔디에 있어서 보이지 않던 죽은 벌을 밟아서 벌에 쏘였다는 전달을 받았지만, 아이가 그렇게 말을 하니 갑자기 긴장되었다. 아이는 정말 죽다 살아난 사람처럼 차분하고 침착하게, "엄마, 어떤 아저씨가 발에 토마토소스를 발라줘서 제가 살았어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네가 살아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며 아이를 꼭 안아줬다. 하지마 녀석의 신발을 벗고 다니는 버릇에 대해서 한마디 해줬다. 말을 안 들어서 그렇게 됐다는 말은 안 했지만.
방에 들어오니 남편은 작업 중이었다. "무슨 얘기야?"그러니까 남편이 해든이에게 장난으로, '저 아저씨가 네 목숨을 살렸다."고 말을 한 게 아이에게는 진지하게 남아 있었던 것. 그 얘기를 들으니 나중에 해든이가 그 사람에게 보은하겠다고 하는 게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
그랬는데 어제도 퇴근하고 차를 주차하고 문을 여니 남편이 해든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거다. 남편은 자상한 사람이라 해든이에게 뭔가를 차근차근 말하고 있나? 했더니 그게 아니라 소파에서 뛰지 말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들으시고 소파에서 껑충껑충 뛰다가 팔을 다친 거다. 남편이 옆에서 아이스팩을 손에 대주느라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던 것! 결국, 엄살이 심해져서 우리는 걱정을 하게 되었고 결국 남편이 해든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갔다.
미국 병원은 정말 응급 환자가 응급실에 갔다가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느리다.(하지만 정말 여기 응급환자들은 응급실에서 안 기다려도 되니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아이라 일찍 돌봐줘서 8시에 갔는데 12시쯤 돌아왔다는. 다행히 팔이 부러진 것은 아니고 근육이 놀란 상태. 그래도 이 녀석은 엄살이 심해서 어젯밤 병원에서 오더니 의사가 걸어준 팔걸이(?)를 보여주며, '의사 선생님이 가져도 된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12시가 다 되었는데 누나 방의 방문을 열면서, "H, Look at me."이러면서 자랑질~.ㅠㅠ
이제는 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를 바라고 우리가 하는 말도 잘 들어서 맨발로 다니지 않고, 소파에서 뛰지 않고,,,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쪼그만 녀석 때문에 어젯밤 늦게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 아이들도 못 데려다 주고(딸아이가 운전하고 N 군을 데려다줬다) 직장도 30분이나 늦게 출근했다.
출근하면서 [소피의 선택] 4번째 씨디를 들었다. 그런데 [소피의 선택]은 지금까지 내가 들은 오디오북 중 가장 긴 책이다. 씨디가 24장이고 거의 30시간을 들어야 하는데 다행히도 이 책은 구어체로 되어 있어서 듣기 부담스럽지는 않아 좋다. 하지만 이 책에는 욕(?)이 많이 나온다!!! 욕을 책으로 읽는 것과 말로 듣는 것은 다.르.다. 운전하다가 흠칫흠칫 놀란다는;;;;
이렇게 욕을 듣다가 누군가 빵빵거리면 설상가상으로 더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다는.
어쨌든 무사히 직장에 잘 도착했는데 데이빗씨 사무실에 들어오면서부터 전화질이다. 약정을 물어보고 하는 꼴이 무슨 보험회사 같은 곳에 전화하는 것 같다. 그래, 니가 전화질이면 나는 북플질이다. 이런 생각으로~~^^;; 이러면 안 되지!! 데이빗이 그러던지 말던지 남편 어른 말씀대로 내 할 일이나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