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남편과 금욜 데이트로 영화를 보러갔다. 남편이 한 달 전부터 보고싶어 하던 영화다. 그런데 그 영화는 엘에이에서 딱 한 군데의 영화관에서 상영을 하는 거였다. 여긴 워낙 넓은 곳이다보니 그 곳을 더구나 하루에 2번 상영하는 시간에 맞춰 갈 여건이 안 되었는데 UCLA근처의 영화관에서 하루에 3번 상영을 한다는 광고를 남편이 보고 어제 그곳을 가는 것으로 데이트를 결정했다. 장 룩 고다르의 영화였다. ˝Goodbye to Language˝라는 영화인데 고다르만의 특수한 3D기법(?)으로 제작이 된 작품이다. 이 실험적이면서 예술적인 영화를 보고 와서 잠은 잘 잤지만 여전히 그 충격이 남아있다.
고다르의 영화는 단지 예술작품으로서 더 가치가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주로 했었는데 어제 본 `언어에게 작별`(이라고 해석을 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영화에서 받은 느낌대로 `말은 필요없어!`가 좋을까??ㅎㅎㅎ)이라는 영화는 정말 영화가 주는 메시지 때문에도 내 멍한 머리를 꽝 때려준 것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남편과 얘기를 나눴는데 역시 대학원 시절에 고다르 영화수업을 들은 사람 답게 자신의 관점에서 잘 설명해줬다. 솔직히 지금까지 난 남편을 좀 우습게 알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는 남편을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기로 마음먹었다.
더구나 이 작품은 우리가 읽거나 들어 온 작가들의 글에서 많이 발췌한 글이 많아서 마치 영상으로 된 책을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니체, 솔제니친, 톨스토이 등과 같은 대작가들.
우리는 밤 9시 55분에 시작하는 영화를 봤기 때문에 그 전에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점심에 사장님이 중국식 핫팟을 사주셨기 때문에 여전히 배가 불러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지만 남편이 모처럼 인도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해서 영화관 바로 옆에 있는 Jaipur이라는 이름의 식당으로 갔다. 제이퍼, 자이퍼?? 자이푸르??? 라는 것은 인도에 있는 한 도시의 이름인데 1863년 알버트 왕자의 방문을 환영하는 의미로 온 도시를 핑크로 칠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현재도 핑크로 남아있고 `분홍도시 pink city`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사실 근처에 일본음식점과 인도 식당이 너무 많았는데 밖에서 보니 인도인들이 많이 앉아서 먹기에 선택한 식당인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인테리어라고 할 게 하나도 없는 식당이지만 웬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 아마도 식당에 음악이 전혀 흐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남편에게 ˝이 식당이 어느 영화에 나온 식당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마도 음악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라고 했더니 그런 생각은 못해봤다는 재미없는 남자. 그래도 앞으로는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봐 줘야지~~~. ㅋ
역시 음식은 너무 맛있어서 배가 부른 것도 잊고서 또 엄청 먹었다. 음료수로 페리에를 시켰더니 미니 페리에가 나와서 감질나게 이게 뭐냐고 했더니만 좋은 분위기 망치기 싫었는지 남편어른 왈, ˝100개라도 사줄테니 양껏 마셔.˝라고~~ㅋㅎㅎㅎㅎㅎ
100개는 못 마시고 2개 마셨다~~~~^^;;;
맛있게 먹고 났더니 영화 볼 시간이 다 되었는데 식당은 그 시간에도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다. 좋은 식당을 알게 되어 기뻤다. 담에 해머뮤지움에 오게 되면 또 여기서 먹어야지.
Landmark라는 이름의 영화관인데 작지만 꽤 알찬 영화들만 해줬다. UCLA 가 있는 곳은 부촌으로 알려져 있고 예술가들, 게이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 밤에 극장에 가서 멋진 남녀를 실컷 구경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나름 멋쟁이라는 얘기를 좀 들었지만 어제 갔던 곳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겠더라. 얼굴도 예쁜 게 아니라 멋진게 생긴 여자들이 많아서 누굴 쳐다볼지 모르겠다라는!!! 남편에게 ˝이동네 왜 이렇게 멋진 애들이 많아?˝ 라고 했더니 남편어른 ˝원래 그랴.˝음,,, 답변이 좀 어긋난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영화관 화장실에도 생화 꽃꽂이를 놓은 공중 화장실은 첨 봤다. 어쨌든 영화보러 가서 여러 문화적인 충격을 경험했달까?
영화가 3D로 제작이 되어 안경을 들고 들억가 앉아서 안경을 꺼내는데 남편어른, ˝이왕이면 고다르가 즐겨 쓰던 안경 디자인을 만들어서 줬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음,,, 어르신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마세요~~;;;;; 하여간 우리 둘이 줄기차게 수다를 떨고 있는데 직원이 들어오더니 예고편 없이 영화가 곧바로 시작하니 끝나면 안녕히 가시라고,,,, ㅋㅎㅎㅎㅎ 끝나고 뭔가 감동을 먹어 먹먹한 가슴을 끌어안고 안녕히 돌아왔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남편이 하퍼 리가 예전에 썼던 책이 여동생(언니?)의 반대로 출간을 못 했던 책에 얽힌 얘기를 해주는 것도 좋았다. 내가 책 좋아하는 것 알고 기억했다 얘기해주는 남편 좀 괜찮은 걸! 다들 하퍼 리의 책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나도 앵무새죽이기를 너무 재밌게 읽고 봤기 때문에 304페이지가 된다는 그 책의 7월 출간을 기다린다. 더구나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작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남편 말로는 앵무새죽이기보다 좀 못한 작품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하지만 하퍼 리의 또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다는데 그런 평가가 무슨 상관이람.

추신. 북플에서는 그림 밑에 일일이 글을 올릴 수 없으니 나중에 시간되면 컴에서 수정 예정, 이라고 생각하고 추신을 썼는데 설명 없어도 될 듯~~~. 글고 기회가 되면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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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2-09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고다르영화수업이라니 저도 듣고싶어요ㅠㅠ
우습게에서 존경으로 바뀌는 시선 귀여워요♥남편분의 이왕이면 고다르안경도요~~

라로 2015-02-10 03:02   좋아요 0 | URL
남편의 이왕이면 고다르안경 누가 생각하겠어요~~~ 제 남편같이 센티멘탈한 사람이니 그런 걸 다 생각;;;;
어쨌든 이제부터는 남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기로 했어요. 어리다고 은근 무시했던 듯;;;;;반성~~~~ㅋㅎㅎㅎㅎㅎㅎ

기억의집 2015-02-0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예술적인 영화를 보며 잠을 잘잤지만.....이 대목에서 저는 무한공감을! 예전에 대학로 어느 극장인지 까먹었지만, 대학로에 위치한 예술극장에서 장뤽 고다르 영화제를 한달인가 일주일인지 걸쳐서 하길래 그의 영화를 보러 갔는데, 솔직히 저는 내 멋대로 해라 빼고는 거의 잤던 것 같아요. 아니 잤어요. 도저히 스르륵 내려오는 눈꺼풀의 역습을 참을 수 없더라구요. 이 때 영화평론가 유지나가 와서 고다르에 대한 강의도 했었는데, 지난 일입니다. 전 고다르쪽보다는 히치콕이 더 맞더라구요. 히치콕 영화제도 열렸었는데, 히치콕 영화는 눈 똥그랗게 뜨고 봤거든요~

저도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 너무 재밌게 봤어요. 소설도 영화도~ 작가가 단 한편이라도 고전을 남긴다는 건 대단한 건데..다작 작가는 아니지만,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아마 이 작가의 불후의 명작일 거에요, 그쵸?!

라로 2015-02-10 03:06   좋아요 0 | URL
ㅋㅎㅎㅎ제가 잘못 글을 쓴 것 같아요. 영화보면서는 안 잤어요~~~ㅎㅎㅎㅎ 다른 영화는 저도 쫌 졸았는데 이 영화는 너무 충격적이라 감탄하며 보느라 말똥거렸는데 영화가 끝나니 그부피곤하더라구요. 집중하느라 에너지를 다 쓴데다 너무 늦은 시간;;; 푹 잘 잤어요. 집에 와서~~~~이 영화는 강추입니다요!!! 제 의식의 전환(?)이라면 좀 거창하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어요. 기회되심 꼭 보세요!!!
저도 하퍼 리의 책은 정말 좋아해요!!! 그러니까요, 7월에 발매가 될 책은 앵무새죽이기만 못하다고 하더라구요~~~. 같이 기대해 보아요~~~^^

유부만두 2015-02-1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데이트, 이런 대화를 하시는 남편분이라면 존경을 표시하세요~! 하퍼 리 기사는 오늘 네이버에서 봤는데 어제 읽은 헤밍웨이 책이랑 겹치면서 여러 생각이 들어요. 앵무새 죽이기, 는 책도 영화도 너무 좋아해요! ^^

라로 2015-02-11 01:52   좋아요 0 | URL
괜찮은 가요???ㅋㅎㅎㅎㅎ 그렇지 않아도 요즘 잘 해주고 있어요,,,그러다 버릇 나빠질까 걱정~~~.ㅋ
앵무새죽이기 후속작이 나온다니 우리 같이 기대해 보아요~~~.^^
저도 앵무새 죽이기 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