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들 학교가 지난주 시작을 했지만, 오늘부터 정식 스케쥴이 시작이 되었다. H양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하고 6시에 특강을 듣고 7시부터 수업이 시작한다. 짝수날과 홀수날에 수업시간의 조정이 있긴 하지만 거의 매일 6시에 특강을 들어야 한다는. N군은 누나보다 한 시간이 늦은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특강을 듣고 8시에 수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해든이는 8시 15분까지 학교에 가야 하고. 지금까지는 남편이 큰 아이들 데려다 주고 내가 해든이를 데려다 줬지만, 앞으로는 H양과 해든이를 남편이 데려다 주고 내가 N을 데려다 주고 직장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 학교 가는 길에 나눴던 해든이와의 대화가 등굣길 마지막(?) 대화일 지도 모른다. 물론 당분간이지만.


녀석에게 아침으로 뭘 먹고 싶으냐고 물어봤지만, 아침을 해줄 수 있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엔 오렌지 주스와 함께 시리얼에 토스트를 줬다. 그런데 오렌지 주스도 거의 떨어져서 해든이 컵에 따라주니 반 정도 채워졌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먹으라고 재촉만. 그리고는 남편이 준비해 놨을 점심 도시락(여기 미국은 후지게 도시락 싸서 다녀야 한다. 급식 같은 것도 있긴 하지만 후졌다는;;;)이 어디 있나 불안한 마음으로 두리번거렸더니 해든이가 "아빠가 냉장고에 넣어놨을 거에요."라고 해서 다시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이스팩까지 해서 잘 준비를 해놨더라는. 아이들 아침을 남편이 아침 일찍 만들어 주니까 나는 사실 잘 모른다는;;;; 갑자기 남편에 대한 무한 신뢰와 사랑이 솟아오르는;;; 암튼 해든이 점심 가방을 책가방에 넣어주는데(학교에 모든 준비물이 갖춰져 있어서 책가방은 무늬로 메고 다닌 다는;;;ㅎㅎ) 녀석이 "엄마, 점심시간에 카프테리아 선생님이 저보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래요."라고 한다. 사실 해든이가 입이 너무 까다로워서 우리는 해든이에게 건강한 음식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싸주는데 어제는 쿠키에 주스에 통에 든 과일 스낵에,,,그런 것만 싸줬더니 해든이를 귀여워하는 카프테리아 보조 선생님께서 그런 말을 하셨나 보다. 양심이 조금 찔렸지만, 오히려 아이에게 "너가 그렇게 안 좋은 음식만 먹으니까 그렇지."라며 우리는 억울하다, 다 너 잘못이다 그러니 앞으로 니가 결정해라,,뭐 그러면서 대화를 마치고 집을 나서서 차를 타고 학교를 향하는데 녀석이 걱정이 되었는지, "엄마, 안 좋은 음식을 먹으면 일찍 죽어요?"그런다. 그래서 훈계를 할 시간이 왔구나 생각하면서 "그럼, 온갖 병에 다 걸리고 일찍 죽지, 해든이 일찍 죽고 싶어?"그랬더니 녀석, "아니요, 일찍 죽고 싶지는 않지만, 천국은 보고 싶어요. 엄마는 아이들의 천국이 있다고 생각해요?" 더는 대화를 할 수 없었다. 물론 내 지식을 뛰어넘는 질문이기도 했지만, 아이의 순수함에 한방 먹었다고나 할까. 내가 기대했던 것은 앞으로 건강한 음식 많이 먹을게요,,뭐 그런 대답이었으니까.


2. N군은 키가 180cm가 되었지만 겨우 60kg이다. 한마디로 키만 크고 꼬챙이처럼 말랐다는 얘기. 녀석이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고등학교에서 각종 스포츠 캠프에 참여하라는 전단지가 왔다. N군은 수영을 꽤 잘하는 편이라서 수영캠프에 가라고 꼬드겼지만 끝내 싫다고 했다. 내가 아이에게 수영부에 들어가서 네 이름을 날려라. 뭐든 한 가지를 잘하면 널 얕잡아 보지 않는다부터 시작해서 매일 아들을 괴롭혔다. 너가 수영부에 안 들어가면 엄마는 집을 뛰쳐나갈지도 몰라라는 말까지 했더랬다. 그랬는데 녀석이 어느 날 미식축구 캠프에 들어가고 싶다며 부모 허가 동의서를 가져왔다. 물론 2주 캠프 비용이 20만원이라는 용지도 함께. 나는 불같이 반대했었다. 너는 몸이 너무 약하고 힘도 없는데 무슨 미식축구냐 수영이 싫으면 차라리 골프를 해라 막 이러면서. 그 당시 아이와 사이가 너무 안 좋았다. 우리는 며칠씩 서로를 외면했고 입을 열면 소리를 지르기 일쑤였다. 하지만 중간에서 남편이 아이가 미식축구로 밥 벌어 먹고 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 주 동안 캠프를 하겠다는 것이니 허락을 해주자. 본인도 이 주 동안 해 보고 힘들면 먼저 포기할 지도 모른다는 둥 중간에서 나는 설득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캠프에 갔고 잘하는 게 없으나 키는 커서 리시버의 포지션을 부여받았단다.


그렇게 캠프 기간이 끝나고 학교가 시작하니 이번에는 정식으로 미식축구부에 들어가겠단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해줬다. 물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허락을 해주게 된 가장 큰 계기는 기금모금 때문이었다. 미식축부에서는 기금모금을 하는데 지난번에 있었던 기금모금은 아이들에게 30장 정도의 세차권을 팔게 해서 그 모인 돈으로 아이들의 유니폼과 헬멧 등을 구입하는 것이다. 뭔가를 한 번도 팔아 본 적이 없는 아들이 누구에게 팔지 머리를 굴리더니 시부모님과 아는 사람들에게 몇 장 팔았지만 나도 모르는 척하고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더니 어느 날 볼 일이 있어서 차를 타고 나가는데 (우리 집은 골프장 뒤에 있어서 한쪽은 골프장이 보이고 집은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N군이 다른 집 앞에서 벨을 누르고 있는 거다. 뭐하냐고 물어봤더니 가가호호해서 티켓을 팔고 있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뭔지 모를 뭉클한 게 올라왔다. 비록 미식축구 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 가가호호 해서 언제 다 팔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어서 마켓 앞에서 팔라고 얘기를 해주고 거기까지 데려다 주면서 집에 갈 때는 걸어가라고 했다.(사실 걸어가긴 먼 거리인데 버스가 없으니까;;;) 마음이 짠해서 스타벅스에서 시원한 음료수와 샌드위치를 사주면서 먹고 팔라고 했다. 그날 저녁에 결과를 물어보니 다 팔았단다. 그리고 할당분을 다 판 아이는 자기밖에 없단다. 아이가 지금까지 뭔가를 하기 위해서 저렇게 노력하고 애쓴 적이 없었는데 창피한 것을 무릅쓰고 구걸하듯 팔았을 걸 생각하니 그 노력이 가상해서 허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는 즐겁게 매일 있는 훈련을 한다. 여전히 아이가 그만뒀으면, 포기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아이가 저렇게 즐겁게 행복해서 하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했다. 그러다 어제 남편은 볼 일이 있다며 어디 가고 아이들과 나만 집에 있었는데 N군의 훈련시간이 다 되어 데리러 가야 했다. 데려오면서 차 안에서 훈련이 어땠는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이가 그런다. '엄마, 늘 미식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내가 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미식축구는 포기했었는데 저스틴이 한다고 하는 거에요. 저스틴이 저보다 몸집이 좋긴 하지만 약하거든요. 저스틴이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해보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고 재밌어요."  나의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아들을 망칠 뻔했었다. 아들이 포기하지 않고 미식축구를 해줘서 고맙다. 아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노력해줘서 고맙다. 아들이 자기의 의지를 거두지 않고 고집스럽게 관철해줘서 고맙다. 아들에게 가장 두려웠던 장애는 어쩌면 자신의 신체적인 한계보다 자신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엄마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들을 나의 클론으로 만들려고 했었던 거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하고 내가 꿈꾸는 꿈을 꾸게 하고,,,하지만 아이는 자신의 알을 깨고 성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3. 어제 밤에는 아이들과 남편을 재워놓고 딸아이와 함께 [guardians of the galaxy]를 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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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45분에 시작해서 1시쯤 영화가 끝났다. 두 번 봤는데도 넘 재밌고 좋았다. 자기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아이인데 나오면서 그런다. "이거 DVD로 사야겠지?" 요즘 내 빵 사업을 물려받아 나보다 더 잘 꾸려나가고 있는지라 돈이 있는 자의 발언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 둘 다 이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딸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고 나와서 조잘조잘 수다를 떠는 것도 즐거웠다. 친구가 없어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가족이 친구 같다. 하긴 얼마 전에 남편에게 화가 나서 삐쳐있을 때 해든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빠가 엄마의 베스트 프렌드인데 화내지 마세요. 그러면 안 되죠."라고 했었다.


이젠 아이들에게 배운다.



4. 어젯밤 해든이를 재우면서 읽어준 책(I can lick 30 tigers today! by Dr. Seuss) 중에 특히 재밌었던 얘기는 고양이 왕이 꼬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다른 고양이로 하여금 꼬리를 들고 다니게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그 고양이도 꼬리에 자부심을 갖게 되고 그런 악순환이 되니 모든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의 꼬리를 들고 다니는 형국이 된다. 그러나 맨 마지막에 꼬리를 들던 (아마 이름이 Zooie였던) 고양이가 불합리에 항거하면서 결국 모든 고양이들이 민주적으로 자기들의 소중한 꼬리를 들고 다니게 된 다는 이야기.

해든이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모든 인간이 이들 고양이처럼만 정신을 차리게 된다면,,,나부터도. 앞으로 민주적인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자. 응?




자신의 꼬리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는 Looie 왕

온 고양이 나라가 꼬리에 꼬리를 들고 다니느라 더 모양,,ㅎㅎㅎㅎ

마지막 애가 Zooie가 아니라 얘는 3번째 고양이,,,끝없는 악순환!!

영웅적인 Zooie의 사진은 못 구했다는;;;;



5. 옆 사무실에서는 프로젝트 마감일이 코앞이라고 열심히 일하는데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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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ntinuous effort
    from nowtree 2017-08-25 13:51 
    David Bowie - Moonage Daydream1. 약물검사가 음성으로 나오고 TB 테스트 결과 역시 음성으로 나와서 나는 어제부터 썬과 정식 계약을 하고 일을 하게 되었다. 차를 살 때 사인을 엄청 많이 했고, 집을 살 때는 차를 살 때보다 사인을 더 많이 했지만, 어제 caregiver 직업에 취직되면서 한 사인은 지금까지 최고로 많이 한 듯!! 여기저기 수없이 많은 곳에 사인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노인들을 돌봐드려야지 하는 다짐을 했다.그리고
 
 
2014-08-21 0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1 0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1 0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14-08-2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아들 몸무게를 십킬로 떼어 줄 테니
N군 키를 울 아들한테 2센티만 분양해주심 안 될까요?
세상은 불공평해~~

도대체 시관 관리를 어떻게 이리 쫀쫀하게 하실 수 있단 말입니까!

라로 2014-08-22 01:12   좋아요 0 | URL
언니 아들 사진 봤잖아요~~~.ㅋ 우리 아들에게 줄 살점이 없든디???
딱 보기 좋던걸요?????언니의 고단수 칭잔을 이제야 좀 깨우치게 되는 듯요,,,ㅋ

언니,,,아직 치닥거리 해야 하는 애들이 셋이잖아요~~~.ㅠㅠ
저는 언제 empty nest가 되어 보나 생각한답미당~~~~. 부러운 언니!!^^

세실 2014-08-2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든이 참 기특하네요. 어른스럽기도 하징^^
아빠가 엄마의 베스트 프렌드....음.
전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해든이한테 배우고 갑니다.
지금 미국은 저녁이네요^^

라로 2014-08-22 01:13   좋아요 0 | URL
해든이야 뭐 언제나 특별하징~~~.^^;;;;;;;;;;;;;
그러니까 우리 남편들이랑 잘 지내자구요~~~.ㅋ
지금 미국은 아침,,,자기는 코~~자고 있겠네~~~.

2014-08-21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22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