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으로는 천 명 정도가 탄 비행기를 타고서 미국에 도착한 것 같지만, 시어머니의 친구인 T 아주머니는 아직 그런 비행기가 없다시며 가장 많이 탈 수 있는 비행기가 아마 300명 정도일 거라고 하신다.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다며 확인해 보겠다고 했지만, 말뿐인 사람이라 그런지 인터넷에 접속도 하지 않다가 알라딘에 들어오면서 생각이 났다.
2013년 7월 23일에 한국에서 떠나 2013년 7월 23일에 한국에 도착했다. 8년 전에 한국에 가기 위해서 미국을 떠날 땐 미국을 떠나는 게 시원할 정도로 미국에서 보냈던 날들이 다 지긋지긋하다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온 이곳은 나에게 아주 친절하다. 가족들은 물론 날씨마저 친절하다. 미국이 불황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더 각박해져 있을 줄 알았는데 적어도 우리가 지내는 곳은 거의 천국이다. 이틀 전엔 내 생일이기도 했는데 정말 내 평생 가장 감동적인 생일이었다. 특별히 시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친구분과 함께 했던 생일 점심 데이트는 너무 특별해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시어머니가 되면 며느리와 함께 생일 데이트를 해야겠다.
우리가 떠나기 전인 7월 5일에 보낸 짐은 미국에 도착했지만, 세관을 거쳐야 해서 일주일 정도 늦어질 거라 한다. 짐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신을 신발이 하나도 없다. 하나도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조리와 샌들과 운동화가 전부다. 그러니 원피스를 입고 높은 굽의 구두를 신어야 하는데 조리를 신어야 했다. 이제 일주일만 참으면 내 신발이랑 겨울옷이랑 책이 도착할 것이다. 책을 대부분 다 정리를 하고서 남은 20박스를 미국으로 보내고 들고 온 책은 겨우 7권인데 떠나기 전엔 그 책들도 버리고 오고 싶을 만큼 버거웠다!!! ㅜㅜ 다행히 인고의 정신으로 그 짐을 다 들고 오길 잘했다는;;;.
장거리 이사를 하면서 느낀 것이 너무 많고 이곳에 와서도 느끼게 된 게 너무 많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가련다. 엄마는 여전히 편찮으시고 아버지께 공항에서 전화를 드렸더니 도착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다시 오라고 하셨지만 다행히 엄마가 버텨주고 계셔서 당장 돌아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엄마가 버텨주시기만을 바랄 뿐이다.
공간의 물리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알라딘에서의 만남엔 시공간의 규제가 없다. 인터넷 만남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내가 어딜 갔지만 인터넷상으론 간 게 아니니까. 그래서 작별인사도 불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알라딘엔 인사도 하지 않고 떠나왔다. 서운해하실 분도 없겠지만~~.^^;; 하지만 알라딘 지기 중 오프에서도 만난 사람들과는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다. 멀리 부산, 광주, 포항, 청주에서 나를 위해 대전까지 올라와 준 프님, 순오기언니, 팜언니, 세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그날이 자꾸 생각난다.ㅠㅠ 카톡으로 카스로 인사를 나누긴 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 많이 그립다. 내가 한국에 없어도 잘 지내겠지만 내가 없기 때문에 뭔가가 달라졌기를 바라는 심보~~~ㅋ
알라딘에 더 일찍 들어올 수 있었겠지만 뭔 일인지 스맛폰으로 로그인이 안 된다!!!!!!!!!!!!!!!!!!!!!!!!!!!ㅜㅜ 도대체 왜 그런지 생각난 김에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봐야겠는데 귀찮다. 어차피 스맛폰으로는 로그인을 안 하고도 글을 읽을 수 있으니까, 뭐~~.
20박스의 책을 미국으로 보내면서 더는 책을 사지 않을 거라고 다짐을 했는데 네꼬님의 글을 읽고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
가 꼭 읽고 싶어졌다. 아직 코리아타운으로 가보지 않았지만, 혹시 한국 책방에서 그 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니면 알라딘us인가? 그걸 이용할 수밖에~~. 그거 말고는 잘 지내고 잘 먹고 잘 웃고 있다. 기대이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