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남편과 함께 웨스 앤더슨 감독이 만든 예쁜 제목의 영화인 [Moonrise Kingdom]을 봤다. 첫 장면부터 그의 작품이라는 걸 확연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여러 장르를 시도하지 않고 자기가 잘하는 분위기의 영화를 만드는 그의 개성이 존경스럽다. 영화는 천천히 시작되는데 시작 부분이 좋았는지 남편 왈, "롱 테이크 좋은걸."이란다. 롱 테이크구 뭐고 난 그런 거 의식하지 않고 보는데 좀 더 자세히 보면 그런 게 보이는 구나. 참고로 '롱 테이크는 커트 되지 아니한 단 한 번의 촬영이 평균적인 화면의 길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경우를 일컫는다.'고 한다. 영화가 끝나고 다시 첫 부분을 돌려서 봤는데 롱테이크가 아니었다. 롱 체이크처럼 보이는 컷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롱 테이크는 미학적이기도 하겠지만 내겐 평화로와 보인다는 거. 다음엔 롱 테이크로 유명한 작품을 소개해드리리.


영화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려고 하는 것 같아?"라고 물으니까 남편이 "사랑?"이란다. "너는(어떻게 생각해)?"이라고 해서 나는 "자유?"라고 했는데 자유보다는 사랑의 메시지에 더 초점을 둔 것 같다 감독은.(다른 글을 찾아 읽어보니 그렇더라는..) 하지만 나는 '사랑'이라는 분명한 메시지 이전에 작은 영혼이라도 '자유'를 갈구한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렇다는 얘기인지도 모르지만.


영화의 두 주인공이다. 12살의 아이들로 나오는데 영화에서 결혼식까지 한다. 성인이 주도하는 합법적인. 암튼


이건 영화의 월페이퍼. 이걸 디자인한 사람은 아무래도 앤더슨 감독의 팬이 분명할 거 가트다. 사랑스러워서 주워왔다는.



그리고 강렬했던 수지의 분장. 올 할로윈 때 나도 수지가 했던 까마귀분장을 해 봐야겠다고 다짐.

남편은 잠이 들었고 나는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책을 주문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2월에 주문하면 좋은데 장바구니엔 중고 책이 두 권이나 들어있다. 아직 내 장바구니에 담겨 있는 것 보니까 안심이 되기는커녕 초조하다. 이 밤이 가기 전에 누군가 살까 봐. 그런데 나는 1월에 벌써 책 주문을 2번이나 했기 때문에 할인쿠폰을 다 써버렸다. 중고 책만 아니라면 2월까지 기다리면 좋으련만, 으으으 이런 딜레마라니. 장바구니에 있는 책 때문에 잠 못 들고 이러고 있는 거 알면 남편 진짜 빡칠 것 같은데, ㅋㅋ


진짜 하려고 한 얘기는 황금 정원에서 나비는 더는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거. 대전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나도 힘들고 두루두루 힘들어서 원래 6개월을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4개월 만에 하차하게 되었다. 식당 점장 일을 내가 꽤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오니 더 좋다. 해든 이와 맨날 살 부빌 수 있어서 좋고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어서 좋다. N군은 내가 내려와서 연습해라 공부해라 책 읽으라고 등등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 싫겠지만 그래도 점심 잘 챙겨주니까 아주 싫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인생이 그런 거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 같은 거. 대전에 있으면서 동시에 일산에 있을 수 없는 그런거.


문라이즈 킹덤(문이라는 글자만 봐도 난 달밤님이 생각나~~ㅋ)에서 수지가 집을 나오면서 트렁크 가득 담아 온 책들. 실제로 있는 책이 아니라 앤더슨 감독의 지인들이 디자인한 책(표지 삽화와 짧은 단락이 다이지만)이라고 하는데 그 중 세 권은 맘에 들더라는. 읽어보고 싶기까지 했;;; 암튼 웨스 앤더슨 감독 이런 디테일까지 섬세하다. 천재가 맞는 건가?? 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천재성을 완벽하게 하려고 너무 노력한 티가 나서 좀 그랬다. 그리고 이야기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했다고나 할까? 남편은 작가의 역량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는데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앤더슨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듯. 더구나 내용은 꽤 독창적이니까.



자 그런데 여기 나온 6권의 책 중 내가 읽고 싶다고 생각한 책이 어느 것일지 느끼는 분이 느껴지는 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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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간이 없어도 long take
    from so 2013-02-09 00:15 
    롱 테이크는 일명 장시간 촬영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long take, 또는 extended take 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촬영을 할 때 화면을 자르지 않고 계속 이어서 찍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의 장면 내에 동작이 계속 이어져 실제 사건의 진행시간과 화면의 지속시간이 동일하게 되는 촬영 기법인데 처음 영화가 탄생했을 때는 이러한 촬영술이 주류였다고 한다. 하지만 끊지 않고 계속 촬영을 해야 하다 보니까 찍는 중간에 누군가가 틀리거나 예기치 못한
 
 
다크아이즈 2013-01-2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 몸살 나지 않으셨는지요?
폭풍 페이퍼 쏟아내시다니... 놀랍습니다.
전 두시간만 알라딘 서재에 있어도 몸살날 지경으로 피로해지는데
이렇게 정갈한 페이퍼 올리시려면 거의 기를 다 쏟으셔야 했을텐데...
이제 가게 안 하시니 더 자주 서재에서 뵐 수 있겠지요?
저도 더불어 기를 얻고 갑니다.

태그에 달린 '개인적인 이유'가 뭔지 넘 궁금하다는.^^*

라로 2013-01-28 23:59   좋아요 0 | URL
저는 깊이있는 글을 쓰지 않고 거의 수다 수준이라 몸살까지는 아니에요.^^;;
가게 안 하지만 다른 뭔가를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제 팔자가 뭔가를 안 하면 안되는 팔자인가봐요.ㅠㅠㅠㅠㅠ
그래도 가게에 있는 것과는 다르니 이렇게 밤이라도 자주 올게요.^^

개인적인 이유는 언제 프야님과 함께 만나서 얘기하면 좋겠어요.
그렇잖아도 팜님도 꼭 만나뵙고 싶거든요.
저희가 팜님 동네로 가지요,뭐!!^^

기억의집 2013-01-30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원 그만 두셨군요. 가까운 거리라면 몰라도 일산과 대전 너무 힘드셨을 것 같아요. 해든이가 나이가 어려서..... 그럼 동생분이 하시나요?

저는 일본드라마를 보면 롱테이크를 참 선호하는 구나 싶어요. 솔직히 롱테이크 기법은 지루해서 전 나이들면서 더더더 선호하지 않게 되더라구요. 결론은 일드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롱테이크 때문이라는~ 문라이즈 킹덤은 보면서 잘 것 같아요. 흐~

라로 2013-02-03 10:20   좋아요 0 | URL
그만뒀다기보다 대전으로 내려왔지요. 아무래도 식당 운영하기가 힘들어요. 엄마가 빠지시니,,,저희 자식들은 사실 식당 운영에 별 관심이 없;;; 세를 놔야 할 것 같아요. 장사는 그리 안 되는 편은 아니지만 운영 할 사람이 없네요,,ㅠㅠㅠ

일본 드라마가 그렇군요. 일드를 잘 안 봐서리,,^^;;; 문라이즈 킹덤은 롱테이크라고 하기엔 좀 어설퍼요. 그런데 좀 잔잔한 영화가 주무실 가능성은 아주 많아요,,ㅋㅋㅋ

moonnight 2013-02-06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페이퍼를 제가 놓쳤었네요!!! 이런 일이. ㅠ_ㅠ;
저를 떠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영화 신문에서 평을 읽었어요. 영화도 아주 좋게 느껴졌었는데 영화를 위해 책까지 디자인 했었군요. 책들이 참 예뻐요. 트렁크가득한 책들이라니. 상상만으로도 두근두근 >.<
황금정원을 떠나신 나비님. 아쉽지만 가족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시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가족분들 모두 더 행복하겠지만 특히 해든이 (꺅! ^^;) 랑 남편분 정말 기뻐하실 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