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녁에 일하는 관계로 애 보기는 완전 남편 차지다.
그나마 아침에는 내가 어린이집에 데려다 줬는데 이제는 남편이 방학이라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연구실 가면서 아이를 데려간다.
아이의 하루가 어땠는지는 나나 남편이나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지만
남편과 아이는 집에 오는 길에 어린이집과 집 사이에 있는 놀이터에서 반드시 놀고 온다.
그 시간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아빠들이 없어서(대부분 할머니나 할아버지들, 엄마도 드물단다.) 그런지
남편이 그 놀이터에서 인기 쨩이란다.
아이들을 미끄럼틀 위에 도망가게 해서는 자기가 상어라면서 아이들을 잡는 시늉을 해주나 본데
꽤 재밌나 보다.

그것뿐 아니라 그네를 밀어달라 멍키 바에 올라가게 해달라 업어달라는 아이까지 있단다!! ㅎㅎㅎ

아이들은 남편을 가만두지 않나 보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아이가 놀이터에 엄마와 왔는데
남편을 가리키더니 "엄마, 저 아저씨 눈은 왜 영어로 되어있어?" 그러더란다.
그 얘기를 듣고 너무 재미있었는데
오늘 아침 게심프레 세수도 안 하고 남편과 아이의 아침을 만들어 주던
내 눈을 보더니 "네 눈은 왜 한글로 되어있어?" 그런다. ㅎㅎㅎㅎ
어린아이가 한 표현이지만 본인도 재미있게 생각을 했었나 보다.



나는 하루키의 소설은 딱 하나 읽었다.

내가 골라 읽은 책은 『해변의 카프카』

상, 하권으로 되어 있으니 두 권을 읽었다고 해야 하나?

암튼 '카프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주인공을 기대하며

읽었는데 엽기적인 내용 때문에(나는 그런 엽기에 상당히 취약하다. 남들은 그건 껌이라고 하겠지만,,,ㅠㅠ)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나는 그 소설 대신에 [상실의 시대]를 집어 들었으면 하루키에 대한 느낌이 좀 달라졌을까?

그건 모르겠다.

알라딘 지기님 몇 분이 상실의 시대 좋다고 하시던데 읽을 마음이 안 선다.

1Q84도 그래서 몇 번 읽을까 고민을 하다가 말았다. (지금도 고민 가끔 한다.)


하지만 나는 하루키의 에세이는 무척 좋아한다.

저런 소설을 쓰는 사람의 에세이 같지 않게 따뜻하다.^^;;


[먼 북소리]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같은 책은 여전히 아낀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하루키의 에세이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출판된 것은 거의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그렇다면 새로 나온 하루키의 에세이 5권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이 곳곳이 박혀있다는 건데,,,,그래도 사고 싶은 이 욕망. 참아야 하느니라.


이번에 하루키의 새 책은 기존의 에세이를 새 단장 한 거라지만 제목들이 다 하루키스럽게 재미있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

어차피 꿀 백일몽이라면 쿨하고 와일드하게 꾸는 게 좋지 않을까?

오늘같이 날도 꿀꿀할 때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을 꿀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리라.


[해 뜨는 나라의 공장 ]

이 제목도 참 따뜻하다. 일단 제목에 '해'가 들어가서 그런가 온기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공장 같은 삭막한 것이 해가 뜨는 (해가 지는 나라도 아닌) 나라에 있다니

막 예쁜고 좋은 것들을 만들 것 같다. 아~~~이 편견.ㅜㅜ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

내가 다닌 학교의 교복은 세일러복인 적이 없다.

것도 고등학교 때는 교복 자율화까지 되어 오래 입지도 않았던 듯.

그런데 나는 세일러 복을 너무 좋아한다!!!!!>.<

지난번 본 영화<시작은 키스>에서도 오두리 토트가 남편의 죽음을 알게 될 때 입고 있던 옷도 세일러 스타일의 스웨터였다!!

다락방님은 오드리의 가방을 맘에 들어 하셨는데 그녀의 소품이나 의상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당연히 그 세일러 스타일의 스웨터를 고를 것이다. 나에게 어울리지는 않지만,,ㅠㅠ

아무리 찾아봐도 그 옷의 사진을 찾을 수가 없구나,,otz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

가장 궁금한 내용이 이 책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내가 이 페이퍼의 제목으로 한 조합 같은 제목이다.

도저히 궁합이 맞지 않으면서 키치적인 맛이 느껴진달까!!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

코끼리 공장이란 뭘까? 코끼리들이 운영하는 공장일까?

아니면 코끼리를 사용하는(이건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그래 코끼리들이 뭔가를 열심히 만드는 공장일 거야,,,그런데 결과는 해피 하기까지.




심심하진 않지만, 오늘 아침 한국어 눈을 한 여자가  하루기 책 제목을 가지고 놀아봤다.
이제 마룻바닥을 걸레로 깨끗하게 닦아야지. (깨끗하게 닦으려면 걸레라는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붙여줘야 할 것 같다. 깔끄미, 뭐 이런 걸로 다, ㅍㅎㅎㅎ)


시작은 키스의 ost 에 사용된 노래를 듣자. 




Emilie Simon - Mon cheva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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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07-0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느끼지만, 뤼야님의 남편분은 정말이지 따뜻하고 선한 심성을 가지셨어요. 놀이터에서 온 동네 아이들의 놀이상대가 되어주시는 분이라니! 해든이가 막 뿌듯했을 거 같아요. 우리 아빠야. 이러면서. 멋지시다. ^^

영어로 된 눈. 이라니, 아이들은 모두 다 시인이라고 언젠가 말씀하셨던 거 같아요. 딱 그러네요. 저도 조카아이가 하는 말들을 다 기록해놓고 싶다는 생각 들 때 많아요. 실천은 못 하지만. ㅠ_ㅠ 아이들이 하는 예쁜 말들을 잊지 않아야 할텐데.

카프카에서 질겁하셨다면 -_- 1Q84도 읽으시면 안 될 듯 ;; 저는 하루키를 참 사랑하지만 저조차도 가끔 헉. 할 때가 있는걸요. 에세이는 참 좋아요.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이구나 하고 느끼게 돼요. ^^

라로 2012-07-04 21:05   좋아요 0 | URL
제 남편은 박력은 없는 대신 선하긴 해요,,,그것 보고 결혼했으니 그것마저 배신을 하면 안 되겠죠???ㅎㅎㅎㅎ
해든이는 아빠 신경 별로 안 쓰고 다른 어른들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다고 하더라구요,,,,ㅎㅎㅎ
제가 일을 하다보니 엄마 정이 그리운가봐요,,ㅠㅠ

저도 영어로 된 눈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는데 정말 웃겼어요,,,ㅎㅎ
이상하게 생긴건 알겠는데 뭐라 말해야 좋을 지 몰랐나봐요,,ㅋㅋㅋ

1Q84는 더 그렇군요!!ㅎㅎㅎㅎㅎㅎ
아 지금도 [해변의 카프카]의 몇 장면은 생생히 기억이 되어 괴로와요,,^^;;
제가 기억력이 정말 형편 없는 편인데도 말이지요,,ㅠㅠ
하지만 그의 에세이는 정말 좋죠!! 저도 그의 에세이는 참 좋아해요.
이번에 저렇게 세트처럼 쪼르르 나오니까 사고싶어요,,흑


nada 2012-07-0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변의 카프카 읽었는데, 구역질이 날 정도였던 장면이 뭐였을까요? 흐음.
저는 어린 소년이 가출 준비하는 첫 부분이 참 좋았어요.
어릴 때 저도 가출의 로망(?)이 있었거든요.-.-
책 이야기랑 도서관 이야기도 좋았고...

저는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이해가 안 돼요.
남자는 무조건 착해야 된다, 가 저의 지론.
고로 뤼야님 남편님은 제 이상형이세요! (뭐래니..^^)


라로 2012-07-04 21:29   좋아요 0 | URL
저도 첫 부분은 참 좋았어요,,,그그그런데 뒤로 갈수록 엽기 행위가,,,,잔인한,,,
기억나시나요?????(제가 그런 책 잘 안 읽는,,,영화도,,)

남편은 그런 면으로는 완벽한데요,,,문제는 돈을 잘 못 벌잖아요,,(소곤소곤)
그런데 우리 실시간이에요?????
아웅 반가와요!!!ㅜㅜ
저 인생이 허기지다고 느끼고 있었는데,,,,꽃양배추님 요즘 자주 뵈니까 너무 좋은거야요!!!!ㅠㅠㅠㅠㅠ

토트 2012-07-05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 책들은 편차가 심해요. 어떤 건 좋구 어떤 건 넘 싫구.
그래서 그런지 하루키는 손이 잘 안가네요.ㅎㅎ

남편분 넘 멋져요! (부러워서 이만..ㅋㅋ)

라로 2012-07-05 08:5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전 소설도 잘 안 읽는데 그런게 걸렸으니,,,^^;;
하지만 꽃양배추님께 달았던 댓글 대로 첫 부분은 정말 좋았어요,,그러니 계속 읽었지,,,^^;;;

토트님 프레이야님 이벤트에서 잡으셨던걸요!!!!!ㅎㅎㅎ
너무너무 축하해요!!!^^

프레이야 2012-07-05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변의 카프카는 읽지 못했어요. 에세이 두 권은 저도 좋아해요^^
시작은키스, 저 첫 장면부터 오드리는 어찌나 상큼한지.ㅎㅎ
마르퀴스, 은근 귀엽지 않던가요? 머리가 좀 벗겨져서 그렇지 ㅋㅋ

라로 2012-07-05 08:53   좋아요 0 | URL
하루키 에세이는 정말 좋아요,,소설은,,^^;;
마르퀴스는 귀여운 캐랙터임이 분명하지만 그의 이빨과 걷는 자세가 저를 내내 불편하게 했어요,,,ㅠㅠ
저는 인형처럼 생긴 그의 몸매가 너무 불편하더라구요,,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걷는 건 또 ,,,ㅠㅠ
제가 이렇게 외적인것에 민감해서 탈이에요,,,ㅠㅠㅠㅠㅠ
영화의 포인트도 외적인게 아니라 내적인 것인데,,,전 정말,,,3=3=3=333333(울면서,,,)

순오기 2012-07-0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어로 된 눈을 갖고 있는 뤼야님~~
영어로 된 눈을 가진 옆지기님은 아이 눈에도 참 좋은 사람이라 써 있나 봐요.^^

라로 2012-07-05 11:39   좋아요 0 | URL
한국어로 된 눈을 갖고 있는 순오기님~~
같은 눈을 갖고 있어서 반가와요!!!ㅎㅎㅎㅎ

다락방 2012-07-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뤼야님께서 말씀하신 엽기가 어떤 부분인지 알겠는 저로서는(저는 엽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뤼야님은 1Q84 도 힘드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받아들이기 힘드실것 같아요.

제가 예전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댄스댄스댄스]로 시작하시는 건 어떨까 싶어요, 하루키의 소설을요. 아..그 소설..정말 좋은데....

라로 2012-07-05 11:42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하루키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다락방님이 아니었다면!!!ㅎㅎㅎ
하루키의 에세이도 다락방님 덕분에 읽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지요!!^^
소설은 [댄스댄스댄스]로 시작해 볼께요!!이번에도 고마와요, 다락방님.^^
제가 워낙 비위가 약해요,,,그런 내용을 책으로 읽는다는건 제게 고문이나 마찬가지랍니다.흑
1Q84는 완전 패쓰,,,^^;;

기억의집 2012-07-0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식 팝문화를 좋아하신다면 하루키를 좋아하실 것 같은데....상당히 톡톡 튀는 이야기를 구사하거든요. 뤼야님 제 생각에는 하루키만큼 글쓰기에 성실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정말 꾸준하고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 십년이 지나도 라이프 스탈이 변하지 않는 작가가 하루키일 거에요. 아침 기상해서 달리기를 하고 글을 쓰고 요리를 만들고... 패턴의 반복이 지속되도 지루해하지 않고 글쓰기에 변함없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라로 2012-07-05 23:0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하루키의 에세이는 좋아해요. 저와 코드가 맞아요,,,,하지만 소설은,,도리도리
저도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하루키의 꾸준함에 감동했어요.
기억의집님도 하루키를 좋아하시죠!!!
제가 톡톡 튀는 글을 좋아하긴 하는데 제가 끔찍한 건 좀,,,,
너무 잘 상상이 되어서 그런가봐요.
그래서 온다 리쿠니 미미여사니 다른 일본 작가들 책 제가 잘 안 읽잖아요,,,^^;;
온다 리쿠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고 그만,,미미여사는 [이유]읽고 끝...아하하하